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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인문학 - 머니 게임의 시대, 부富의 근원을 되묻는다
김찬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1년 1월
평점 :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돈이 인간에게 필연적인 요소로 자리잡은 것은. 우리 인간은 돈 때문에 울고 웃고, 절망하고 희망을 품고, 흥분하고 실망한다. 사랑에서도 마찬가지다. (이걸 '사랑'이라 할 수 있는지 의심스럽지만) 돈 때문에 사랑하고, 돈 때문에 헤어지는 사랑 말이다. 돈은 인간의 삶에 있어서 빠져서는 안 되는 것으로 여겨졌고, 일부 사람들은 그것에 온 목숨을 바치는 '숭배'의 지경까지 이른다. 나 역시 돈의 맛을 이미 알아버려서 돈을 뗄 수가 없다. 그리고 그것은 내가 커갈수록 강해질 것이다.
요즘 세상을 바라보면 대부분의 문제가 '돈' 때문에 일어남을 알 수 있다. 뇌물 사건, 절도 사건, 살인 사건 등은 대부분 돈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사건들이다. 하지만 이러한 범죄만 가지고는 부족하다. 조금 더 자세히 바라보면 지금 온 세상이 돈을 필요로 하고 그래서 돈 때문에 싸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꾸 이렇게 돈, 돈, 하는데 돈이 도대체 뭐길래 이러는 걸까? 대답은 간단하다. 돈은, 말 그대로 돈이다. 이것을 다른 말로 할 수 없는 까닭도 '돈'이기 때문이다.
『돈의 인문학』은 이 돈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끔 하는 책이다. 조금은 뻔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돈은 조심해야 한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으니까.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것을 얼마나 실천할 수 있는가, 곧 욕망을 어떻게 조절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만약 그것을 통제하지 못하면 돈(힘)은 인간을 지배해버린다.
물론, 이 책이 그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지는 못한다. 이 책의 사고는 얕지만, 그 범위나 내용의 풍부함에 있어서는 최고다. 또 재미있기까지 한다. 평소에 돈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읽어볼 만한 책이다. 돈과 인문학을 서로 연결시키려는 다소 위험한 시도를 저자가 왜 했을까? 나는 그것이 궁금했다. 돈에 대한 경각심은 나도 이미 가지고 있는데 말이다.
읽어보고 나서야 『돈의 인문학』이 더 깊은 사고를 통해 돈에 대한 경각심을 갖추라는 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머니 게임의 시대에서 무사히 살아남는 방법은 돈을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돈 아래에 있는 것이다(저자가 한 말은 아니다). 돈을 정복해 봤자 도리어 제가 돈의 노예가 될 뿐, 어차피 돈을 피할 수 없는 노릇이니 돈을 필요한 만큼만 사용하고 나머지는 절제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 무엇보다 이 사회의 현상을 인문학적인 시각으로 바라봄으로써 돈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그리고 나는 그 힘을 어떻게 끊을 수 있을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보아야 한다.
저자는 물었다.
"이 세상에 돈이 아무리 많아도 얻기 어려운 것은 무엇인가?" "이 세상에 돈이 한 푼도 없어도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라고. 그리고 정반대의 질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답이 거의 비슷함을 증명했다.
이윽고 저자는 또 물었다.
"돈을 아무리 준다고 해도 마음이 없으면 줄 수 없는 것들은 무엇인가?" "돈을 한 푼도 받지 못한다 해도 기꺼이 줄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인가?"
나는 후자에 대해 이렇게 답하고 싶다. 답은 '인간'이라고. 인간의 행동은 살 수 있을지 몰라도, 인간의 마음만큼은 결코 돈으로 살 수 없다. 나는 이렇게 믿고, 그래서 돈에 대한 경각심은 사라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