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카를라 3부작 1
존 르카레 지음, 이종인 옮김 / 열린책들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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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영화의 영향이겠지만 우리에겐 스파이 하면 일단 떠오르는 이미지란 게 있다.
일단 영국 신사이며 귀족이거나 이와 비슷한 높은 위치에 있고 잘생기거나 호감형의 외모라 적의 여자도 사로잡을만한 매력의 소유자이며 날씬한 체형을 가진 멋쟁이일것
어쩌면 이건 그 유명한 제임스 본드의 영향도 있겠고 최근의 영화인 킹스맨의 콜린 퍼스의 탓도 있으리라~
어쨌든 그런 이미지를 가지고 읽은 이 유명한 스파이 소설은 나의 그런 로망을 깡그리 망치고 시작한다.
주인공인 조지 스마일리는 일단 나이도 많은 중년의 남자이고 키도 작으며 심지어 배도 나온 뚱뚱보라는 사실인데 여기에다 조직의 알력에서 밀려나 이제는 은퇴한 스파이이기도 하다.
그의 아내 앤은 젊은 놈팡이와 바람이 나 가출한 상태인데 그의 정신적 스승이자 자신의 멘토였던 컨트롤은 중요 작전에서 실패한 후 자리에서 물러난 뒤 죽어버렸고 그 여파로 자신도 조직에서 밀려났다.
이 모든 게 불과 몇 개월 사이 벌어진 일이고 스마일리가 정신을 차린 후엔 모든 게 이미 끝난 상태
이런 스마일리에게 조직의 간부가 몰래 찾아와 그에게 극비의 임무를 맡긴다.
조직 내 고위급 간부중에 오래전부터 소련의 스파이가 있다는 걸 우연한 사건으로 알게 된 사람들은 조직 내의 사람은 아무도 믿을 수 없었고 그래서 대안으로 조직 밖으로 밀려난 스마일리를 찾아온 것이다.
이제 조직 내의 스파이인 두더지를 찾기 위해 아무도 몰래 문서를 뒤지고 실패한 작전을 되새겨서 누가 조국을 배반하고 동료를 위험에 빠뜨렸는지를 밝혀야 한다.
작전이 많고 그 작전에 참여하는 인물이 많이 나오는 등 초반의 진입장벽이 제법 높아서 인내심을 요구하는 작품이었는데 특히 스파이 소설이라는 특성상 은어가 많이 나오고 그들만의 언어라든가 유머를 직역으로 해놓아 이해하고 공감하기가 쉽지 않아 몰입에 방해가 되었지만 그 부분을 어렵게 넘어가면 제법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특히 스파이로서는 유능하고 인간적으로도 매력이 있는 스마일리가 전념을 다했던 조직에서 어이없이 밀려나고 가정생활 역시 실패하면서 그 실패로 인해 다른 사람들로부터 비웃음을 사는 등 무기력함과 허무함에 흔들리고 있는 모습은 보통의 중년의 남자가 느끼는 위기를 스파이라는 특수한 직업을 가진 스마일리조차도 예외일수 없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시켰다.
그와 반대되는 조직 내 스파이인 두더지 역시 한때는 조국을 위해 일한다는 사명으로 피를 뜨겁게 하고 온몸과 정신을 다 바쳐 일했지만 조국이 전쟁이 끝나고 어느 정도 안정적이 되면서 어느새 매너리즘에 빠지고 자신의 능력은 이보다 더 높은 곳에서 더 큰일을 해야만 한다는 자만심에 빠져 자신의 능력을 알아봐 주는 누군가의 감언이설에 영혼을 팔아버리곤 그가 한 일을 스스로 정당화하고 있는 데 이런 모습은  평범한 스마일리와 달리 태어나면서부터 지배적 계급으로 태어난 그로써는 어쩌면 당연한 귀결인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자신은 스스로를 특별하다고 생각하니까...
게다가 심지어 그는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매력적인 외모의 소유자이기도 해 스마일리와 대비를 이루는 인물이기도 하다.
스파이로서 결점이라곤 없어 보이던 스마일리의 유일한 사랑이 어느샌가 그의 약점이 되고 그 약점으로 인해 눈앞의 진실조차 알아챌 수 없었다는 걸 너무 늦게 알아버린 스마일리의 허무한 자책을 보면서 작가의 작풍이 어떤 건지 미뤄 짐작해본다.
어딘가 시니컬하고 냉철하게 현실을 바라보는 지극히 이지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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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보다 따뜻한
와일리 캐시 지음, 홍지로 옮김 / 네버모어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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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조용하고 한적한 마을에서 연쇄적으로 벌어지는 비극적인 사건
이 모든 비극의 시작은 한 소년의 죽음에서부터 비롯되었다
그리고 이 사건이 벌어지게 된 전후 사건의 배경을 세 명의 시선으로 풀어놓은 `고향보다 따뜻한`은 엄청난 비극의 시작이란 것도 큰 사건이 단초가 되기보다 어쩌면 아주 작은 일이 단서가 되어 무서운 폭발력을 지닌 채 모두에게 상처와 상흔을 남길 수도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9살 소년 제스는 교회에 오지 말라는 엄마의 말에도 불구하고 친구랑 몰래 교회 안을 들여다보다 엄청난 무서운 걸 보고야 만다.
태어나면서부터 말을 못했던 형 스텀프가 병을 고친다는 명목으로 목사님을 비롯하여 교인들에 둘러싸인 채 손발이 묶이고 온몸을 잡혀 발버둥 치며 괴로워하고 엄마의 비명이 난무하는 장면은 제스에게 공포로 다가오지만 누구에게도 교회 안에서 들여다봤던 장면에 대해 말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날 밤 또다시 엄마의 손에 이끌려 교회로 들어간 형은 그날 밤 주검이 되어 돌아오고 누구도 여기에 대해 별다른 설명도 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아무도 책임을 질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그저 아들을 순식간에 잃은 아버지의 폭주를 망연히 지켜보면서 모든 것이 무너지는 걸 무기력하게 지켜보기만 할 뿐..
믿음을 근거로 한 채 아픈 사람들을 기도로 고칠 수 있다는 걸 내세워 언젠가부터 이 마을에 슬그머니 들어와 똬리를 뜬 어딘가 과거가 수상쩍은 목사 챔블리스
챔블레스를 지나칠 정도로 맹신하고 절대적으로 따르는 교인들 속에는 소년들의 엄마도 있었지만 이 날 문제가 생기기 전까진 아무도 이들의 비밀스럽고 수상쩍은 행보에 관심을 둔 사람이 없었고 그래서 그에 대해 알고 있으면서 모른척했던 어른들은 이 비극에서 모두 무죄 일수 없다.
이 마을에 들어온 지 30년이 넘었지만 이 마을에서 나고 자라지 않았다는 이유로 여전히 마을 사람들로부터 이방인 취급을 받고 있는 보안관 클렘마저도 이미 챔블레스의 수상한 과거에 대해 다 알고 있었고 그의 행적에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었음에도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그저 지켜보고만 있다 이 모든 비극이 발생하고서야 비로소 늦은 후회를 하게 된다.
사람들에게 자신의 믿음의 증거로 내세운 챔블레스의 화상 흉터가 과거 마약을 제조하다 생긴 상처였다는 걸 그가 이 마을에 터를 잡기 전에 진즉에 모두에게 알렸더라면 이 모든 일은 시작되지 않았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또한 챔블레스의 악마성과 사람들에게 위협을 가하는 그의 폭력성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겁이 난다는 이유로 못 본채하고 입을 닫고만 있었던 노파 애덜레이드 역시 유죄임에 분명하다.
이 비극적 사건에서 소년 제스만이 그저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봤다는 이유로 형을 잃고 모든 것이 무너져내리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하는 형벌을 받는 건 늘 가장 약한 자에게 가장 가혹한 운명을 탓하기에는 너무 안타깝다.소년이 앞으로 이 모든 걸 가슴에 담아두고 걸어가야 할 미래가 어떨 것이란 걸 알기에 더욱 소년 앞에 놓인 운명이 가슴 아프게 느껴진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마을이 한순간에 폭력과 광기로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덤덤하게 그려 그 비극이 더욱 와닿은 `고향보다 따뜻한`
평화로움과 비극적 사건의 대비가 강렬해서 더욱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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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여자들
카린 슬로터 지음, 전행선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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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딸에게 보내는 아버지의 일기로 시작하는 `예쁜 여자들`은 구절구절마다 딸을 향한 애타는 부정이 녹아있을 뿐 아니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정확하게 아는 건 아예 모르는 것보다 훨씬 더 끔찍할것이라는 아내의 경고가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훨씬 더 끔찍한 진실은 무엇일까 하는 호기심과 함께...
그리고 또 다른 여자 이야기
남편 폴과 귀가하던 중에 만난 강도로 인해 하루아침에 눈앞에서 남편이 싸늘히 죽어가는 모습을 봐야만 했던 클레어는 남편을 묻고 돌아온 날 집안에 침입하려 했던 강도 소식을 듣는다.
모든 일이 너무 갑작스럽게 벌어져 당황하는 가운데 남편의 컴퓨터에서 이상한 영상을 발견하고 놀라게 되는 클레어
동영상속 화면에는 묶인 채 잔인하게 폭행당하는 여자가 있었고 너무나 생생한 모습의 그 끔찍한 걸 보자마자 경찰서로 달려가 신고하지만 경찰서장은 인터넷에 흔하게 굴러다니는 스너프 무비일 뿐이라며 클레어의 걱정을 일축한다.
그러면서도 동영상의 복사본이 있는지 계속 확인하려 드는 경찰서장이 어딘지 의심스러운 클레어는 폴의 작업장을 모두 뒤지다 오래전 연락을 끊었던 언니 리디아뿐 아니라 수많은 여자들을 몰래 찍은 것 같은 사진을 포함해 그녀들의 뒤를 캔 흔적을 발견하게 된다.
자신에게 헌신적이며 완벽한 신사의 모습을 했던 남편 폴에게서 단 한 번도 이런 변태 성향적이고 가학적인 취미가 있을 거라 짐작조차 하지 못했던 그녀였기에 그가 수집한 수많은 동영상과 사진을 보고 의심에 사로잡힌다. 내가 알던 남편 폴의 진짜 모습은 무엇인 걸까 하는 의문에 답을 구하기 위해 그녀가 택한 건 바로  스스로 연을 끊었던 언니 리디아에게 연락해 오래전에 질문했던 답을 듣는 것
동생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리디아는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그녀의 연락에 응해오고 둘은 그렇게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서야 비로소 서로를 마주 보게 된다.
클레어를 너무나 사랑하는 게 지나쳐 숭배하다시피하던 폴... 주변 사람으로부터 능력 있는 젊은 부자이면서 신사로 불리던 폴이지만 리디아가 아는 폴은 그들의 평가 완 정반대다.
오래전 클레어와 한창 교제 중일 때 리디아를 강제로 성폭행하려 했던 폴
하지만 평소 약을 하고 거짓말을 일삼으며 도둑질까지 했던 리디아의 말을 아무도 믿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이 사건을 계기로 클레어와 리디아는 절연상태로 십수 년을 흘러보내게 된다.
폴로 인해 멀어졌던 자매가 폴로 인해 다시 마주하게 되지만 계속 밝혀지는 폴의 또 다른 모습을 믿고 싶어 하지 않는 클레어
리디아에게 있어 클레어는 너무나 이쁜 얼굴과 영리한 머릴 가지고도 남편에게 모든 걸 일임하고 그저 주는 걸 받는데만 익숙해 스스로 뭔가를 할 수 없게 된 인형이나 다름없었을 뿐 아니라 결정적일 때 자신을 밀어내고 남자를 택했던 클레어에 대한 원망이 남아있었지만 그럼에도 하나씩 드러나는 이상한 의문점을 찾기 위해 힘을 모으게 된다.
하지만 그녀들 주변 사람들은 누구도 믿을 수 없을 뿐 아니라 FBI 요원까지 찾아와 그녀들을 은근히 위협하고 겁을 주는 가운데 이제 믿을 수 있는 건 아직은 서로에 대한 신뢰가 돌아오지 않은 자매뿐이었다.
과연 그녀들이 찾은 진실의 끝에는 무엇이 기다릴까 궁금할 틈도 없이 연이어 터지는 사건과 밝혀지는 비밀들은 소설 속 두 여자들뿐 아니라 책을 읽는 독자마저도 긴장을 놓칠 수 없게 한다.
조용한 동네에서 또다시 한 여자아이의 실종사건이 연일 화제가 되지만 어디에서도 그녀의 흔적은 찾을 수 없어 애타던 가운데 잔인하게 훼손된 상태로 발견된 소녀의 시신은 모두에게 충격을 주지만 특히 클레어와 리디아에게 더 잔인하게 다가온다.
그녀들의 언니 역시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버린 후 화목했던 가정은 뿔뿔이 흩어지고 가족은 해체되었으며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만 남게 되었지만 무엇보다 가족을 힘들게 했던 건 처음엔 호의적이고 동정적이었던 주변의 시선이 차차 의혹어린 시선에서 점점 언니 스스로의 잘못된 처신탓이라는 차가운 시선으로 변해가는 사람들을 보는것과 언니의 생사는커녕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 행방조차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죽을 때까지 사라진 딸을 찾았던 아빠, 남은 자식을 지키기 위해서 다른 선택을 해야 했던 엄마, 그리고 그 사이에서 어디에도 손을 내밀지 못해 혼자서 모든 걸 삭혀야만 했던 남아있는 딸 들이 선택한 건 외면과 회피였다.
실종자가 있는 가정이 어떻게 붕괴되는지... 사라진 딸을 향한 애타는 부모의 심정과 못해준 것에 대한 회한을 담담하게 마치 그 아이에게 편지를 쓰듯 써놓은 아빠의 글은 그래서 더 애절하고 뭉클하게 와닿았고 반면에 어느 날 갑자기 살해당한 남편의 숨겨진 모습과 진실을 찾아 헤매는 두 자매의 모습은 아슬아슬하고 긴박감이 넘쳐 둘 사이에서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 든다.
과연 이야기의 끝에는 어떤 진실이 숨어있는지...
마치 한편의 블록버스터 영화를 본듯한 느낌을 주는 책이었고 몰입감이 끝내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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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불임 클리닉의 부활
가이도 다케루 지음, 김소연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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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의 부조리한 문제점과 미스터리를 엮어 의료 미스터리를 주로 쓰는 작가 가이도 다케루
역시 현직 의사 출신 작가여서인지 그의 의료 소설은 확실히 현장에서 뛴 사람만이 쓸 수 있고 알 수 있는 문제점을 많이 제시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의료계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날카롭지만 일반인들도 알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물론 딱딱하기만 하다면 그의 소설이 인기 있을 이유가 없을 터... 역시 소설적 재미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이 책은 불임여성들이 임신을 위한 노력에 도움을 줘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보다 오히려 법적으로 규제되어 있는 어처구니없는 행정관료들의 자세와 문제점에 날카롭게 메스를 대고 있는데 이게 또 우리 현실과 많이 닮아있어 더 와 닿았달까?
산부인과 전문병원으로 이름 높았던 마리아 클리닉이 무너져내리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6개월 남짓
수십 년간 아이들을 출산하고 불임전문으로도 이름 높았던 명성 있는 병원이 이 지경이 된 건 의료계를 자신들 발밑에 두기 위한 관료들 부처 간의 힘겨루기와 몰이해적 행정에 재수 없게 이 병원의 외아들이 걸려들면서부터다.
아들 역시 산부인과 의사로 지방에서 오랜 세월 혼자서 아이들 출산을 위해 고군분투하다 의사들도 어쩔 수 없는 사망사고가 발생하고 그걸 보란 듯이 업무상 과실치사라는 죄로 구속 당하면서 이 병원의 몰락은 예정되었던 것인데 게다가 병원의 원장 마리아마저 폐암으로 이미 손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죽음이 임박한 상태다.
이런 때 이 병원에서 수많은 산모를 받으며 여러 가지 임상적인 도움을 받고 인공수정 전문 산부인과로 활약할 수 있었던 리에는 이를 모른 척 외면할 수 없어 혼자서 최후까지 이 클리닉을 위해 노력하지만 역시 같은 도움을 받았던 기요카와는 자신의 출세를 위해 모른 척 외면할 뿐 아니라 재빨리 마리아 클리닉에서 발을 빼는 행보를 보인다.
게다가 리에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데 오히려 그녀의 태도를 이해하기보다 태클을 걸기 바쁘지만 완전히 나쁜 놈인가 하면 그녀와 감정적으로 얽혀있어 윗사람과의 중간에서 알게 모르게 도움을 주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줘 미워할 수만은 없는 남자다.
인공수정에서 수정란에다 정자를 관으로 삽입하는 정교한 기술에 탁월한 리에는 행정기관과 결탁해서 많은 지원을 받고 있는... 그리고 자신이 근무하는 대학병원 데이카 대학에 반감을 표하고 후생성에 문제점을 계속 제시하고 있어 윗사람들에게도 찍힌 상태이기도 하다.
이런 리에가 마리아 클리닉에서 뭔가 의심스러운 진료를 하고 있다는 걸 눈치챈 기요카와
과연 그녀 리에가 다른 사람을 속여가며 하고 있는 진료는 어떤 것일까?
그녀가 제시하는 방법은 무너져가는 의료체계에 과연 어떤 도움이 될지 그리고 그녀는 왜 이렇게 극단적인 방법까지 취해가며 이런 선택을 한 건지는 아마도 그녀 역시 간절히 아이를 낳고 싶어 한 불임여성이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무모한 선택을 이해할 수 있는 것 역시 아이를 낳아봤거나 낳을 수 있는 여자들만이 가능한 게 아닐지...
우리 역시 지방 의료체계가 무너지고 있는 요즘 일본은 우리보다 먼저 이미 이런 문제에 직면해 있는데도 불구하고 관료들은 무엇이 문제인지 전혀 그 문제점을 짚어내지 못하니 처방이라고 내놓는 것까지 도움이 되기는 커녕 오히려 지방의료공백의 가속화를 불러오고 있는 현실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아니 오히려 그들의 태도에 답답함을 넘어 분노하는 심정이 절절히 담겨있는데 그걸 인공수정 전문의인 소네자키 리에의 입을 통해 날카롭게 비판하고 문제점을 제시할 뿐 아니라 소설적 재미를 위해서이기는 하지만 극단적인 처방을 하고 있다.정자를 제공한다는 것빼곤 출산을 위해 딱히 필요치않는 남자들을 전부 제외시켜버리는...
저출산이 문제라는 걸 인식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임신을 원하지만 할 수 없는 불임부부에 대한 지원은 없고 개인이 비싼 비용을 들여 인공수정이나 체외수정 혹은 시험관 아기를 위한 시술을 해야 하는 실정에다 무너진 의료체제 때문에 소신을 가진 의사라도 혼자서 모든 책임을 짊어져야 하는 가혹한 근무환경 등등...마치 우리나라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닌지 착각할 정도로 우리의 모습과 닮아있어 섬뜩하기까지 했다.
소아과나 산부인과를 지원하는 의사도 줄고 출산을 위해선 타 도시까지 가야만 하는 상황
이 책이 나온 지 꽤 된 걸로 아는데 과연 의료현실이 얼마나 달라졌을지 의문이고 계속 리에의 입을 통해 답답함을 호소한 사이도 다케루의 진심이 담긴 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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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
아키요시 리카코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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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기전부터 어린아이를 상대로 한 범죄묘사가 잔인하다는 이유로 많은 화제를 가져왔던 아키요시 리카코의 소설 `성모`는 범죄의 피해대상이 아직 어리디 어린 아이라서인데다 범죄수법이 잔인하기도 해 조금 진입장벽이 있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흥미있는 전개와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어
처음부터 안읽을순 있어도 일단 읽기 시작하면 중간에 멈출수 없는 책이기도 했다.
조용하고 한적한 마을에 어느날 갑자기 벼락같이 날아든 잔인한 범죄사건은 사람들을 충격에 몰아넣기에 충분할 만큼 쇼킹했다.
범죄 피해대상이 아직 초등학교에도 들어가지 못한 4살의 어린 남자아이인데다 사체훼손의 흔적이 있고 범죄사실을 숨기기 위해 철저하게 소독한 듯한 모습은 두려움을 넘어 기괴하기까지 느껴져 수사관뿐 아니라 주변에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 모두를 잠 못 들게 하기 충분했다.
엄마의 눈앞에서 잠깐 사이 없어진 후 사체로 발견되었던 아이는 사라진 이후의 흔적이 발견되지않았을 뿐 아니라 뚜렷한 범죄동기가 보이지않아 수사하기가 쉽지않은데 주변을 탐문하던 수사관들에 의해 아이가 평소 아버지로부터 잦은 폭행을 당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모든 촛점은 아버지의 행적에 맞춰질 즈음 또다른 아이가 사라진 후 사체로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모두를 긴장시킨다.
두껍지않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범인인듯 보이는 용의자를 부각시킨건 범인을 드러내놓아도 그만큼 작품에 자신이 있다는 뜻으로 봐도 될것 같고 그걸 충분히 입증하고 있다.
주변에서 아이가 사라진 후 잔혹하게 살해당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과잉불안에 힘들어하고 주변사람 모두를 의심하는 듯 보이지만 정작 자신의 행동이 가장 수상쩍게 보이는 여자 호나미
그녀는 결혼을 한 후 오랜 불임으로 고통받다 절실한 노력끝에 아이를 얻은 엄마이기에 아이를 향한 애착과 그녀의 과잉불안이 어느정도 이해되는 부분도 있지만 그럼에도 직접 누군가를 조사하고 뒤를 밟는 행동은 일반 사람이 하는 행동이라보기에 지나치고 또한 어딘지 미심쩍은 부분이다.
그리고 또다른 아이 마코토는 검도를 하는 고등학생이자 학교에서 모범적인 태도를 보이는 모범생이기도 하고 어린 아이들을 귀여워하며 직접 검도를 가르치기도 하는 등 전혀 범죄자의 모습이 아니라 용의선상에서 제외될 수 있는 부분이 많지만 어딘지 미심쩍은 말과 사건전후 수상한 행동을 보여 범인의 가능성에서 벗어날수 없기도 한다.
이렇게 이 책에선 범죄사실이나 범죄현장,범죄수사보다 용의자의 행동을 보여줌으로써 누가 범인인지를 금방 알수 있게 해놓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렇다면 범인은 왜 이런 짓을 하는 걸까?하는 것에 모든 촛점을 맞추고...
누가봐도 어린아이를 상대로 한 용서받기 힘든 잔인한 범죄임에 틀림없는데 범인이 이런 짓을 한 데에는 잔인하긴해도 타당한 이유가 있어야하고 그 이유를 책을 읽는 독자 역시 작가와 마찬가지로 공감하거나 적어도 그럴수밖에 없는 사연을 납득할수 있어야한다.
그리고 작가는 어느 정도 성공한 듯 하다.비록 희생자가 된 아이들 역시 또다른 피해자라는 점은 안타까운 부분이지만...
범인의 범행동기를 보면서 이 말이 떠오르긴했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말라는...그리고 엄마는 여자보다 강하다는 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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