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언 웰즈의 죄 판타스틱 픽션 골드 Gold 5
토머스 H. 쿡, 한정아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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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평범한 일상 속에서 평범한 인물들에 의해 그려지는 비극을 주로 다루는 토마스 H 쿡의 소설은 그래서 항상 더 비극적으로 와닿는다.
일상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의 범인은 감정이라고는 없는 잔인한 사이코패스도 아니고 연쇄 살인마도 아닌 우리 주변에서 자주 보고 흔하게 마주친 이웃의 얼굴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런 일이 벌어지게 된 과정조차 극적이라기보다 그저 어느 날 우연히 맞닥뜨린 작은 일이 단서가 되어 벌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일련의 과정을 잘 다루는 작가가 바로 토마스 H 쿡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책 줄리언 웰스의 죄 역시 한때의 작은 장난과 역사적 사건이 만나 벌어진 비극을 다루고 있다.
작가이자 절친했던 친구 줄리언이 어느 날 갑자기 호수로 배를 타고 들어가 양 손목을 그어서 자살했다.
도대체 그가 왜 이런 비참한 죽음을 선택해야만 했는지 납득하기 어려웠던 친구 필립은 그의 유품을 정리하기 위해 그의 거처인 파리로 간다.
그의 유품을 정리하면서 그의 작품을 따라 그의 행보를 답보하는 필립은 줄리언이 무거운 죄책감을 가진 채 살아왔으며 무언가로부터 도망치듯 살아온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 시발점이 된 시작점이 자신과 젊은 시절같이 했던 아르헨티나의 여행이었으며 그곳에서 만난 가이드 여인 마리솔이 행방불명된 사건은 줄리언의 모든 걸 바꿔놓았다는 걸 알게 된다.
이렇게 책은 책 속에서 작가였던 줄리언이 쓴 작품 속의 배경이 되었던 장소와 그의 행보를 통해 무엇이 줄리언으로 하여금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한 건지를 따라가는 방식을 통해 과연 줄리언이 짊어진 부채는 무엇이었는지를 파헤치고 있다.
줄리언의 모든 걸 바꿔놓은 아르헨티나 여행은 필립의 입장에선 가이드를 했던 여자 마리솔의 행방불명이 안타까운 사건으로만 인식되지만 줄리언은 뒤에 남아서 오랫동안 그녀의 행방을 찾았을 뿐 아니라 그 여행에서 돌아온 뒤 인상까지 바뀌었다는 점에서 분명 무슨 일이 있었고 그 사건에서 줄리언이 어떤 식으로든 가담되어있었다는 걸 알려준다.
그렇다면 그곳에서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우리는 잘 모르는 역사적 사건 중 하나지만 그 당시의 아르헨티나는 정치적으로 엄청 불안했고 누군가 정치적으로 정부를 비판하거나 데모를 하는 낌새를 보이면 끌려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는 일이 흔했었다. 마치 민주화되기 전 우리 모습처럼 ...
그래서 마리솔이 사라진 걸 주변 사람들은 안타깝지만 정치적으로 희생된 또 다른 사람처럼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하지만 줄리언은 그런 사람들의 인식에 저항하듯 여기저기 그녀의 행방을 수소문하고 그녀의 행적을 쫓아다녀 그와 그녀의 관계를 오해하는 사람도 있었으나 필립은 절대로  두 사람은 그런 관계가 아니었다고 부정한다.
그렇다면 줄리언은 왜 그렇게 그녀를 찾아다닌 걸까?
마지막에 가서야 인생이란 결국 사투르누스의 기습이라는 말이 의미하는 걸 깨닫게 하는 줄리언의 죄는
인간 본성에 관한 깊은 통찰에서 나온 말이라 더 무게감 있게 다가온다.
누군가가 의도하지 않은 행동으로 한 행위가 다른 누군가에겐 치명적인 이유가 된다는 점에서 참으로 무섭게 느껴지기도 했다.
잔인한 살인 장면이 나오지도 않고 심지어 책 중간까지도 그저 일상처럼 덤덤하게 그려놓았지만 줄리언의 죄가 뭔지를 필립의 행보를 통해 조금씩 밝혀지면서 느껴지는 그 안타까움과 씁쓸함이란...
줄리언이 평생을 짊어지고 간 짐의 무게가 안타깝지만 그의 선택 또한 이해가 되었다.
역사적 비극 앞에 속절없이 무너져버린 한 개인의 존엄성과 인간이란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가를 알려주는 줄리언 웰스의 죄
읽고 나서 더 안타깝고 슬프게 느껴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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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미트리스
닐 버거 감독, 로버트 드 니로 외 출연 / 올라잇픽쳐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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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 인간의 지능을 한도가 없이 끝까지 가게 하는 약을 우연한 기회에 접하게 된 주인공의 한때의 찬란한 모습과 비참한 추락을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한때는 빛나는 재능도 있었고 자신감도 충만했지만 어느새 나이를 먹고 중년이 된 지금 뚜렷하게 이뤄놓은 일이라곤 없을 뿐 아니라 자신 있던 글을 쓰는 일마저 몇 달째 제자리만 맴돌고 있는... 한심한 중년이 된 에디는 산책길에 아주 오랜만에 한 남자를 만나면서 모든 게 달라지기 시작한다.
에디의 전 처남이자 온갖 약과 마약을 팔았던 한심한 인물이었던 버넌은 놀랍게도 나이를 먹지 않은 듯 예전처럼 날씬하고 탄탄한 몸매를 간직한 채 성공한 남자의 향기를 품고 있었고 그런 그가 에디의 고민을 해결해 줄 거라며 건넨 단 한 알의 약은 에디의 인생을 바꿔놓는다.
그가 준 약을 먹자마자 온몸에 활기가 돌 뿐 아니라 그대로 잠들 수 없을 정도로 에너지가 넘쳤으며 더욱 놀라운 건 책을 쓰기 위해 골라놓았던 참고 목록의 책마저 단숨에 읽을 수 있었고 그 내용까지 제대로 이해하는 건 물론 모조리 기억할 수 있다는 걸 깨닫는다.
이제 이 약의 정체가 뭔지 알아야 하는 에디는 버넌을 찾아가지만 잠깐 새 누군가가 그를 살해하고는 달아나버렸을 뿐 아니라 집안을 뒤진 흔적이 있었다.
뭘 찾았던 건지 궁금할 새도 없이 그의 눈에 들어온 알약 한 봉지
그 알약을 손에 넣은 에디는 약을 복용하면서 생각도 못할 일들을 계획할 뿐 아니라 평소 관심도 없었던 주식투자를 통해 부자가 되고 그의 이런 행보는 또 다른 억만장자의 눈에 들게 된다.
매일매일 두뇌가 활성화하고 몰랐던 외국어를 독파하며 온갖 지식을 쌓아 남들 앞에 잘난척하며 살기를 몇 주 어느 날 갑자기 한순간의 기억이 통째로 사라지는 블랙아웃 현상을 경험하면서 에디의 행보에 브레이크가 걸린다.
자신이 매일 먹는 약과의 연관성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에디지만 드디어 그가 도저히 모른척할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면서 그제서야 자신이 먹는 약의 정체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한때 사랑했던 전처 멜리사의 변해버린 모습을 통해 알게 되는 약의 진실은 충격적이었지만 그런 멜리사도 몰랐던 약의 해독방법을 알게 된 에디는 위험한 줄 알면서도 스스로를 속여가며 위험한 줄타기를 한다.
약을 안 먹고 그저 그런 평범했던 중년의 자신으로 돌아가는 건 죽기보다 싫어한 에디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누군들 안 그럴까?
그 약 MDT-48 이 끌어올려 주는 뇌의 기능을 맛본 에디는 이제 평범한 자신으로 돌아가는 게 너무 힘들고 정확하지 않지만 블레이크 아웃되는 걸 막는 방법이 있다는 걸로 자신을 속여가면서까지 그 약을 복용한다. 그는 이미 마약이나 다른 것에 중독된 사람들처럼 이미 이 약에 중독되어버린 것이고 이제 스스로는 그 굴레를 끊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마치 마약에 중독된 사람처럼 약을 찾아 헤매고 그 약을 통해 자신이 가지고 싶었으나 가질 수 없었던 빛나는 재능을 탐한 에디의 모습은 비록 그 모습은 다르지만 여느 중독자의 모습과도 닮아있다.
약을 먹으면 미친 듯이 활동하고 책을 읽고 뇌를 맘껏 활용하지만 약효가 떨어지면 다른 중독자처럼 두통에 시달리고 잠을 이룰 수 없으며 토하고 몸을 떨기도 하고... 그럼에도 절대로 끊을 수 없는...
누구라도 그렇게 자신이 가진 걸 끝까지 끌어올려 극대화하는 약이 있다면... 거기다 부작용도 줄일 수 있다면 과연 유혹을 이길수 있을까 생각하면 에디의 선택을 십분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다.
그만큼 그 약이 가진 힘은 매력적이고 현대인들이라면 누구나 꿈꿨던 일이 가능하게 해준다.
원작 소설을 토대로 영화화한 작품이라는 걸 뒤에 알았는데 영화적 소재로 충분히 매력적이다.
일반 사람들 몰래 신약을 속여 임상실험하고 위험을 알면서도 침묵하는 거대 제약회사의 음모라는 설정에다 한순간 그 약을 통해 찬란하게 타오르다 추락하는 주인공이 거대 제약사를 상대로 음모에 정면 도전한다는 설정이면 충분히 어필할만할 듯... 진짜 영화는 어떻게 전개되는 건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이런 식의 전개가 아닐까 짐작해본다 ㅎㅎㅎ
다소 뻔한 결말을 예상했는데 그 예상을 깬 결말이라 씁쓸하지만 맘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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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의 자유 - 자본주의의 변두리에서 발견한 새로운 세상
양쭝한 지음, 김진아 옮김 / 새로운제안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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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타이완의 한 대학생이 크로아티아로 교환학생을 가서 그곳에서 체험한 걸 바탕으로 자신이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로 인해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의 소비와 소유에 대해 느낀 걸 적어놓은 책이다.
태어나면서 당연하게 생각해오며 소비했던 모든 형태의 소비에 대해 깊은 의문을 던지는 이 책은 읽으면서 나 역시 한 번도 그런 의문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는 걸 깨달았다.
뉴스에서도 자주 등장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봐왔던 세계 곳곳에서의 빈곤과 대비해 하루에도 수십 톤이 넘게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는 처리하는데도 돈이 들지만 무엇보다 불법 매립 같은 걸로 인해 환경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물론 이런 내용을 알기는 했지만 가끔씩 대형 마트에서 나오는 유통기한이 지났거나 직전의 음식을 버리는 쓰레기통을 뒤져 그 음식을 먹는다는 사람들이 나오는 뉴스를 보면서 그들이 대부분 부랑자이거나 아니면 그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이라 생각하고 지나쳤는데 크로아티아나 작가가 유럽에서 만난 사람들 중에 이렇게 버리는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할 뿐 아니라 그 음식을 서로 나눠 먹기도 하면서 돈 한 푼 없이 생활하는 게 가능하다는 글에는 조금 충격을 먹었다.
그들 대부분이 부랑자도 아니거니와 나름의 철학을 가지고 이런 행위를 한다는 게 더욱 놀라운데 그들처럼 남는 음식으로 생활하고 버려진 집에 들어가 생활하면 돈이 들지 않아 굳이 원하지 않는 일을 할 필요가 없을 뿐 아니라 남는 시간을 남을 위해 봉사하거나 자신이 진짜로 하고 싶어 하는 일에 투자한다는 발상은 놀라움을 넘어 충격적으로 느껴졌다.
그렇게 생활이 가능하다니... 단 한 번도 이런 식으로 생각해본 적도 없고 일을 안 해도 직업을 안 가져도 된다는 건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는데 그가 만난 사람들은 너무나 태연히 제도권 밖에서 편안하게 심지어 즐기면서 이런 식으로 생활한다니 왠지 허탈하고 허무함마저 들었다.
물론 그런 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가까이에서 본다면 왠지 인생을 포기한 사람이거나 막 사는 사람처럼 볼 수도 있겠지만 지구 곳곳에서 한쪽은 음식이 남아돌아 버리거나 과잉 영양으로 인해 비만 문제를 비롯해 온갖 질병에 시달리는 데 다른 한편에서 굶주림으로 죽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는 걸 보면 한 번쯤 우리가 가진 상식을 뒤집어 본다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할 때 이들이 하는 방법도 그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불법 침입으로도 볼 수 있는 빈집에 들어가 사는 문제 역시 우리에게도 생각할 꺼리를 준다.
도시엔 높은 임대료와 비싼 땅값으로 인해 그곳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이 적지만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지어놓고 임대가 안돼서 비어있다 어느새 슬럼화되고 있는 빌딩이 제법 있다.
이런 곳에 집이 필요한 사람들이 들어가 그곳을 정리하고 깔끔하게 유지한다면 오히려 슬럼화되어 범죄 발생률을 높이는 것보다 나은 방법이 아닐지...
꼭 이 책에서 나오는 것처럼 극단적인 방식이 아니더라도 조금만 눈을 돌리고 공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는 게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인듯하다.
어쨌든 이런 방식으로도 살수 있다는 걸 알았다는 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할만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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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하루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 - 정호승의 하루 한 장
정호승 지음 / 비채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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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사람들에게 힘을 주고 용기를 북돋아주는 짧은 글들을 모은 책들은 많았었다.
한때는 그런 종류의 책을 좋아해서 즐겨 읽곤 했는데 책을 읽을 땐 마치 내게 들려주는 말처럼 깊은 감동을 주고 울림을 줘서 오래오래 곁에 두고 봐야지 했지만 하루가 다르게 쏟아져 나오는 신간이며 그 외에도 나의 주의를 끄는 여러 가지 것들에 밀려 어느새 그 책들은 내 기억에서 사라지고 또다시 비슷한 종류의 책을 보면 사서 읽고는 읽을 당시엔 깊은 감동을 받곤 했지만 다른 책과 비슷한 경로로 내 기억에서 사라지곤 했다.
그래서 이번에 나온 정호승 시인의 색다른 이 책 `나의 하루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는 나와 같은 사람들에겐 딱인 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하루하루 넘기게 되어 있는 일력의 형태에 길지 않은 짧은 글을 실어 놓은 이 책은 일단 반짝이는 아이디어에 점수를 주고 싶다.
물론 책을 내용이 아닌 다른 걸로 평가하는 건 좀 그렇지만 요즘처럼 책을 즐겨 읽지 않는 현대인들에겐 그야말로 안성맞춤의 형식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고 좋은 글귀라면 굳이 두껍고 책장을 넘기는 형태가 아니어도 괜찮지 않나 생각해본다.
그런 의미에서 예전엔 절대로 종이책이 아니면 싫다던 내 의식은 조금 변한 건지도 모르겠다.
무거운 책을 들고 다니기 불편한 요즘 이북 형태도 혹은 오디오북 형식도 괜찮지 않나 생각한다면 이렇게 일력 형식은 오히려 참신한 방법이라 생각한다.최소한 1년은 곁에 둔다는 점에서도 특히...
거기다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해주고 외로운 마음을 보듬어 주며 긴 인생의 험난한 길을 걷는 건 나 혼자만이 아니라는 글들은 더욱 와닿았다.
모두가 다 어떤 식으로든 위기가 있으며 상처를 받기도 한다는 글은 가족이 있음에도 때론 허허벌판에 홀로 서있는 듯 느껴질 때 나만 그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는 위안을 받게 된다.
8월 10일의 글-사람마다 누구나 넘지 않으면 안 되는 에베레스트가 있다면, 그것이 비록 상처의 에베레스트라 할지라도 스스로 자기 발로 걸어서 넘어야 한다는 글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글귀인듯한데 어느 정도 인생을 살아온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 아닌가 생각한다.
10월 22일의 글- 결국 상처가 아물기 위해서 시간이 필요하듯 분노를 치료하기 위해서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글은 당연한 말이지만 행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분노가 강인함의 표현이 아닌 나약함의 또 다른 표현이란 글에 깊은 공감을 한다.
결국 미움과 분노를 통해서 얻는 건 또 다른 상처일 뿐이라는 글은 지금 현재 상처 입고 분노하는 사람에겐 확 와닿지 않을지 몰라도 지나고 생각해보면 용서하는 게 쉽지 않더라도 그게 바로 나를 위한 것이라는 걸 이제는 알기에 작가의 글에 깊은 공감을 하게 된다.
2월 19일의 글- 내일을 위하여 오늘을 저축하는 일은 어리석은 일이다. 오늘이라는 지금 이 시간을 충실히 사용하지 않으면 내일은 주어지지 않는다는 글귀를 보면서 무조건 내일이라는 미래를 위해 현재의 즐거움을 즐기는데 죄책감을 갖거나 주변을 돌아보지 않고 모든 걸 내일로 미루는 게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깨달음을 준다.
글귀들을 하나씩 넘겨가며 읽다 보면 지금 현재 좌절하고 용기를 잃고 있는 사람에겐 실패해도 괜찮다는 위로와 용기를 주고 상처받은 사람에겐 시간이 지나면 절대로 없어질 것 같지 않은 상처라도 아문다는 말로써 위안을 주고 있다.
책상 위에 올려두고 하루에 한 장씩 달력을 넘기듯 넘기며 그곳에 쓰인 글귀들을 하나하나 곱씹어 가며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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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 스토리콜렉터 59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김윤수 옮김 / 북로드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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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갈고리에 매달아 놓은 여자의 시체와 그 밑에 남겨진 쪽지로 인해 사람들에게 공포를 안겨준 엽기살인사건이 발생한다.
문제는 시체를 처리한 방식의 기괴함과 더불어 남겨진 쪽지에서 발견되는 어린아이의 것 같은 천진함이 더욱 기괴하게 느껴져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으스스 함을 느끼게 하는 것이었다.
대부분 엽기 사건에는 분노나 화가 느껴지기 마련인데 이 사건에는 분노가 아닌 싸늘함이 느껴져 심상치 않음을 직감하게 하는 가운데 연이어 같은 범인의 짓으로 추정되는 또 다른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이번에는 차 트렁크에서 으깨진 노인의 시체가 발견되는데 역시 쪽지에는 마치 어린아이가 개구리를 가지고 노는 것 같은 메모가 있었다.
연이어 발생하는 엽기적인 살인사건으로 사람들은 두려움에 떠는데 무엇보다 이 살인에 어떤 특별한 목적이나 이유가 없어 누구라도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혼란과 공포를 야기한다는 걸 간파하는 와타세 형사지만 이런저런 조사에도 두 사건의 연관성을 찾기 힘들어 수사는 난관에 부딪친다.
살인방법이 기괴하고 쪽지에 쓰인 문구의 유치함을 들어 정신이상자의 소행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때문에 도내 정신이상 징후를 가지고 있거나 정신이상으로 사건을 일으킨 적이 있는 심신상실자들을 대상으로 조사가 시작되면서 평소에는 같은 동료 혹은 이웃으로 보던 사람들 사이에 간격이 벌어지기 시작한다.웃기는 건 평소 심신상실자에 의한 사건 사고에 대해 이성적이며 관대한 태도를 취하던 사람들도 그 들의 행위가 자신들에게 위협이 될수 있다는 걸 알게 된 순간 손바닥 뒤집듯 태도를 바꿨다는 것이다.
게다가 때마침 이 특정 지을 수 없는 연쇄살인에 또 다른 피해자가 나타나고 사람들이 패닉에 빠질 즈음 누군가 이 연쇄살인의 특징 즉 일본어 문자의 50음의 순서대로 살인이 이뤄지고 있다는 걸 간파한 기자의 기사로 인해 다음 차례가 될 수 있는 음을 가진 사람들은 공포와 두려움으로 도시 전체가 패닉 상태가 되고 경찰서로 온갖 협박과 비난이 폭주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커져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제 정상인과 비정상인의 차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온도시를 휘감은 공포는 사람들로 하여금 내재되어 있던 폭력성을 드러내게 하고 이제 누구라도 범인과 비슷하거나 그들이 범인일 수도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 누구라도 그들 손에 걸리면 살아남기 힘들 정도로 극도의 흥분상태가 된 사람들은 와타세형사를 비롯한 경찰 모두에게 개구리남자보다 더한 공포의 존재가 된다.
범인과 경찰의 대결이 아닌 경찰과 민간인의 대결이라는 이상한 구도로 흘러가는 모습은 실체 없는 정보와 사람들의 알 수 없는 두려움과 공포가 합쳐져 얼마 만 한 시너지의 효과를 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라 할 수 있는데 이다음 사태는 일명 개구리 남자라 칭한 연쇄 살인마의 활약이 없어도 저절로 굴러가는 형태가 되어 온 도시를 광풍으로 몰아가고 그런 사람들의 모습은 폭도와 다를 바가 없다.
시민들에 의한 폭동이 어떻게 발생하는지를 보여준 장면이라 할 수 있겠다.
평온한 상태이거나 잔인한 살인사건이 연속적으로 벌어져도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할 때의 사람들의 행동과 그 사건이 어떤 식으로든 자신과 연관될 수 있다는 걸 알았을 때 사람들이 자신의 안전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어떤 짓까지 할 수 있는지를 까발려줌으로써 사람들의 숨겨진 이중성을 조소하는 범인의 참모습은 마치 개구리를 가지고 잔인한 장난을 일삼으면서 기쁨을 느끼는 아이의 모습과도 닮아있을 정도로 차고 냉정하며 비뚤어져있다.
자신에게 해를 가하는 사람이 가진 절대적 힘의 우위 앞에 어찌할 수 없는 개구리를 보면서 가학적인 기쁨을 느끼는 소년처럼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 자신의 가진 힘으로 모든 것을 조정하는 범인
그리고 그가 휘두르는 대로 스스로 생각할 수 없이 이리저리 마음껏 휘둘림으로써 범인이 원하는 바대로 움직이는 대중들은 그에게 있어 장난감 같은 개구리와 다를 바가 없었다는 점에서 언론이나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이슈가 얼마나 쉽게 오도되고 목적을 가진 사람에게 쉽게 이용될 수 있는지 그 위험성을 극명히 보여줬다고 할 수 있겠다.
출간하는 책마다 다른 소재와 다른 사회적 문제를 제시하는 작가는 이번엔 심실상실자에 의한 범죄 역시 다른 일반 범죄자와 같이 단죄 받아야 하는지 아니면 그들의 정신 상태의 불완전성을 고려해 형 집행을 중지해야 하는지에 관한 의문과 함께 정신이상은 완치될 수 있는지에 관한 문제를 제시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역시 심심 미약 상태의 범죄에 관해 일본과 비슷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터라 생각할 바가 많았다.
반전에 반전을 더하고 가독성 또한 좋았는데 특히 반전을 위한답시고 어쭙잖은 트릭이나 논리를 내세우지 않은 점이 맘에 든다.
앞으로도 주목해 봐야 할 작가 중 한 사람이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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