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이 돈을 말하다 - 당신의 부에 영향을 미치는 돈의 심리학
저우신위에 지음, 박진희 옮김 / 미디어숲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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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과 돈... 별 상관이 없을듯하지만 가만 생각해 보면 세상 모든 일이 사람의 마음 즉 심리학과 연관이 있다.

예전에 아주 유명했던 책 중 하나가 설득의 심리학이란 책이 있었는데 그 책을 보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수많은 기업의 마케팅이나 온갖 상술에 설득당해 원하지도 않았던 물건을 산 사람들이 왜 그런 선택을 하게 된 건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사람의 심리를 교묘하게 연구해 거절하기 힘들게 하거나 상대방에게 설득당해 생각지도 않았던 지출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 마케팅과 심리학의 콜라보의 결과였다.

그런 이유로 심리학과 돈의 관계에 대한 이 책에 당연히 관심이 갔고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에는 일단 5장으로 나눠 돈과 심리, 사회생활, 소비행위, 가정생활, 도덕적 평판으로 나눠져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각장의 내용이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결국 인간은 경제적 행위를 함께하는 사회적 동물이기에 돈과 떨어져서 생활할 수 없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토록 원하는 돈이면서도 사람들은 공개적으로 돈을 좋아한다고 밝히면 그 사람에 대한 평가가 낮아지는 것도 사실이다.

아직까지도 돈에 대한 이중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는데 그럼에도 일확천금을 노리고 꾸준히 복권을 사거나 부자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으면서도 돈에 대해 제대로 공부하는 사람은 적다.

그 결과로 갑자기 큰돈을 얻은 사람이 그 돈을 제대로 관리하기는커녕 불과 얼마 되지 않아 주변 사람들은 다 떠나고 피폐해져서 예전보다 못한 생활을 하게 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이 책에서는 우리가 통설적으로 알고 있는 돈에 대한 이야기도 수치나 통계로 이를 증명하고 있을 뿐 아니라 잘 몰랐던 돈을 대하는 우리의 모습도 보여주고 있는데 이게 사뭇 흥미롭다.

흔히 미남 미녀가 연봉을 더 많이 받는다고들 하고 이는 대부분 진실임이 여러 가지 조사에서 드러났지만 여자의 경우 그 미모가 임원 승진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마이너스적인 요소가 된다는 건 몰랐었다.

게다가 돈은 만병통치 약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진통제 역할을 한다는 점도 재밌지만 같은 돈이라 할지라도 깨끗한 돈과 낡고 지저분한 돈을 받은 사람들의 행동이 달라지는 점 또한 흥미로웠다.

그러고 보면 지갑 속에 같은 금액이라도 큰 액면가의 돈보다 같은 금액의 적은 액면가의 돈을 더 빨리 소비한다는 걸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 역시 심리학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누군가에게 돈을 빌리고 싶다면 구체적인 금액을 재시 할 때 돈을 빌릴 확률이 높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 예를 든 설명이 의외였는데... 예를 들면 300000원을 빌려달라고 하는 것보다 329000원을 빌려달라고 하는 것이 상대방이 받아들일 때 보다 더 구체적일 뿐 아니라 오히려 심리적으로 더 적은 돈이라고 느낄 수 있단다.

누군가 사람들의 이런 심리를 악용하는 일은 없겠지?

그리고 어렸을 때의 학습효과 역시 돈에 대해 미치는 영향이 커 풍족하지 못하고 다소 어려운 형편에서 자란 사람이 경제적 위기가 닥쳐올 것을 대비해 저축을 더 많이 하고 아낄 것이라는 생각도 뒤집고 있다.

오히려 풍족하고 여유롭게 자란 사람보다 더 계획성 없는 지출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어렵게 자란 사람들은 미래를 보기보다 현재의 만족에 더 큰 비중을 두기 때문이라는 설명은 왠지 안타깝게 느껴지게 했다.

애정결핍이나 낮은 자존감 역시 잘못된 소비습관과 관계가 있다는 설명은 수많은 sns에서 보여주기식의 사진을 위해 무리하게 지출하고 그 돈을 갚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면서도 다른 사람들로부터의 시선에 자유로울 수 없는 요즘 세대들의 풍토를 반영하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한데 어찌 보면 이 모든 것이 결국 개천에서 용 나거나 없는 것에서 크게 성장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는 현재의 상황을 보여주기 때문이 아닐까

결국 돈을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이 변해야 돈에 끌려가지 않고 돈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걸 새삼 일깨워주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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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화채
대풍괄과 지음, 강은혜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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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운명은 정해진 걸까 아니면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 걸까?

이 명제는 오랫동안 사람들의 의견이 나눠지고 있는 부분이다.

어느 쪽이 맞는다고 해 줄 수 있는 이론이나 과학적인 통계같이 명확히 그걸 증명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가 없기 때문인데 누군가는 정해진 운명 따윈 없고 인간의 노력으로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고 하고 누군가는 아무리 노력해도 이미 정해진 운명은 바꿀 수 없다고 한다.

이 책 도화채는 이미 날 때부터 정해져 있는 운명의 상대가 아닌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된 연인의 수천 년을 이어져가는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단지 그 억겁을 넘어 이어져 온 사랑이 평범한 남녀 간의 사랑이 아니라는 점 만 다를 뿐...

그저 사람과 사람 간의 사랑이라고 본다면 bl 소설이라는 거부감은 다소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태어나길 천상의 신선이 아니라 인간으로 태어나 우연히 천상의 것을 섭취한 후 신선이 된 송요는 평범하지 않은 이력을 소유한 선계의 한량

그런 송요에게 옥황상제는 천계의 명으로 어기고 정을 통한 벌로 지상으로 쫓겨간 두 사람을 찾아 그들 사이에 끼어들어 훼방놓고 괴롭힐 것을 명 받는다.

평소 쌀쌀맞고 학처럼 고고했던 천추와 자신에게 빚이 있던 남명이 그런 사이였다니 상상도 못했던 일이기도 하지만 모처럼 지상으로 내려와 그 둘 사이를 괴롭히는 일에 신났으나 처음 예상했던 것과 달리 둘 사이를 떼놓는 일은 쉽지 않다.

아무리 물량공세를 펴고 잘해줘도 천추 즉, 지금은 모약언공자는 그의 마음을 받아주기는커녕 그의 호의를 모두 거절하고 오히려 죽기를 자초한다.

어렸을 때부터 같이 자랐고 어느새 마음을 준 상대인 선선릉과 만나지도 함께하지도 못해 나날이 여위어가는 약언을 보면서 마음이 조금씩 변해가는 송요

사실 송요는 신선이 되기전 하계에서도 그렇고 선계에서도 그 어디서든 단 한 번도 누군가를 진심으로 연모해본 적이 없어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선 아무것도 몰라 사랑 때문에 선계에서 쫓겨나면서까지 서로를 포기하지 못하고 목숨을 걸 정도로 애절한 두 사람의 감정이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온갖 방해에도 서로에게 애절한 두 사람의 사랑을 지켜보면서 그리고 자신의 임무에 따라 같이 지상으로 내려와 함께한 지기 형문과 같이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자신도 몰랐던 숨겨둔 마음을 깨닫지만 자신의 행동을 지켜보고 옥황상제에게 모든 것이 보고될 거라는 걸 아는 송요로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자신의 마음에만 묻어두려고 한다.

송요의 굳은 결심에도 그를 비롯해 천추와 남명 그리고 형문까지 자신들도 모르는 새 얽혀 있는 운명은 수천 년을 이어져 있었기에 그들의 뒤틀어진 인연을 끊기가 쉽지 않다.

나오는 등장인물마다 서로 간에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운명의 실타래는 질기기만 하고 누군가에겐 인연의 끈이 다른 누군가에게 악업의 연이 될 수 있음을 스라소니 요괴와 선리 그리고 남명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두 연인을 떼놓기 위해서 하계로 내려왔다고 생각했던 송요 역시 자신에겐 다른 안배가 이미 내려져있었음을... 이 모든 일들에서 자신은 장기판의 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음을 깨달은 순간 마음에서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

그리고 그저 숨기고 부정하기만 했던 자신의 마음을 더 이상 숨기려 하지 않으면서 모든 것이 바뀌기 시작한다.

평범하지 않은 사랑 이야기에 천계의 신선 간의 사랑 이야기 그리고 수천 년의 이어져온 인연과 업 등 다소 이해하기 쉽지 않고 평범하지 않은 소재에다 윤회며 악업, 운명의 붉은 실과 같은 지극히 동양적인 내용이 가미된 러브스토리...굳이 BL소설이라고 분류하지않아도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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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관들
조완선 지음 / 다산책방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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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어느 날 수십 년만에 동창으로부터 한 통의 연락을 받고 난 뒤 생각지도 못했던 일에 휘말리면서 시작하는 집행관들은 제목에서부터 의미심장한 냄새가 난다.

법이나 재판 결과에 따라 행동으로 실천한다는 의미의 집행관

하지만 여기에서 자칭 집행관이라 칭하는 사람들은 법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아닌 오히려 법을 무시하고 초법적인 행동을 하면서 그 명분은 지금의 법은 권력과 돈 앞에서 무력하고 공정하지 않음을 내세우고 있다.

그런 이유로 그들이 타깃으로 잡은 사람들의 면면은 한없이 부패하고 돈 앞에 탐욕스러웠으며 엄청난 권력을 업고 재판 결과를 좌지우지해 법의 심판을 받기는커녕 보란 듯이 무죄를 받거나 특사 자격으로 얼마 살지 않고 나와 뻔뻔하게 더더욱 목소릴 높이고 있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열을 올리거나 분노를 표출한 사람은 나뿐만은 아닐 듯...

역사학자 최주호 역시 이런 사람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단지 그 같은 경우는 자신이 느끼는 이런 부당함과 부조리함을 글로써 표현할 수 있다는 것만 다를 뿐 그 역시 법앞에서도 뻔뻔한 위정자, 고위 관료들, 정치인들의 몰염치에 분노하고 울분을 삭이고만 있었는데 그런 그에게 그들을 직접 심판하고 단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그는 어떤 선택을 할까?

그에게 이런 선택의 기회를 준 것이 동창이자 다큐 감독인 후 동식이었다.

느닷없이 연락해 온 그를 만났을 때만 해도 별다른 생각이 없었던 주호에게 그는 생존해있는 친일파 노창룡에 대한 조사자료를 요청해왔고 동식의 요청에 따라 자료를 보내고 난 후 얼마 뒤 언제 귀국했는지도 몰랐던 노창룡이 잔혹하게 살해당한 사건이 벌어진다.

그 살해 방법 역시 자신이 보내준 자료인 일제강점기 고등경찰들이 독립운동가를 고문하던 것과 같은 방법이라는 걸 보자마자 최주호는 심상치 않은 일에 자신이 연루되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연이어 또 다른 살인이 벌어지고 이번 피해자 역시 자신이 예전에 칼럼에서 비판하며 다뤘던 사람 즉 죄를 짓고도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아 국민들의 공분을 산 정치인임을 깨닫게 되면서 불안에 휩싸이게 된다.

하지만 동식과는 연락이 되지 않고 애가 타던 주호는 이번 사건에서 누구보다 빠르고 정확한 기사를 단독으로 실었던 신문사를 찾아가 문제의 기사를 쓴 기자를 만나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연이어 벌어진 살인사건은 처형의 형식을 취하고 있었고 피해자들이 모두 국민의 공분을 샀던 사람들이라 오히려 국민들로부터 그들을 응원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지만 법을 집행하는 검찰과 경찰의 입장은 다르다.

그들에게 있어 범인은 잔혹한 고문으로 사람을 죽인 살인자 집단이었고 반드시 검거해 더 이상의 피해를 막아야만 하는 입장인데다 죽은 사람들 모두 평범한 시민이 아닌 높은 위치에 있었던 사람들이라 위쪽에서의 압력은 엄청났다.

우선 범죄 용의자들을 프로파일링 해보면 범죄 방식이나 집행 방법... 범죄 대상자를 미행하면서도 CCTV를 피하고 추적을 따돌리는 방법이나 조선시대의 형벌을 이용한 고문 방법 그리고 피해자의 몸에 새긴 문구를 그들이 저지른 법률조항임을 볼 때 상당수의 인원이 일사천리로 용의주도하게 움직이고 있으며 각각의 전문가들이 어느 정도 포진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범죄는 멈추지 않으리라는 것도...

이 들의 용의주도하고 치밀했던 범죄가 드러나게 된 건 아주 작은 단서에서부터였다.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한 그들의 눈에 띈 것이 평소 칼럼에다 이런 부조리하고 부당한 일에 앞장서서 날카롭게 비판했던 최주호였고 검찰팀의 용의자상에도 있었던 역사학자라는 점 때문에 그의 행적과 주변사람과의 관계등 모든것이 낱낱이 조사된다.

이런 검찰의 움직임을 모르는 주호는 다시 만난 동식과 함께 그들의 집결지로 가게 되고 마침내 집행관들을 만나 그들이 다음 대상을 결정하는 회의를 보게 되면서 자신도 모르는 새 그들의 뜨거운 열정과 정의에 마음이 움직이게 되지만 어느새 검찰은 그의 코앞까지 뒤쫓아 온 상황

이제 두 집단은 서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법이 제대로 집행되고 있다고 믿는 사람은 없다.

언제나 법은 같은 죄를 가지고 힘 있는 사람 돈 있는 사람과 평범한 사람과의 판결에서 차이를 보인다.

그리고 오히려 법을 보호막처럼 두르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목소릴 높여 그들을 비난하고 공정한 심판을 요구하지만 아직까지도 요원하게만 느껴진다.

그럴 때마다 누군가 나서서 법조차도 무력화시키는 그들을 시원하게 한방 먹여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이 책 집행관은 약간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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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울리히 알렉산더 보슈비츠 지음, 전은경 옮김 / 비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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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라고 하면 어딘지 낭만적인 느낌이 든다.

일상을 벗어나 자유롭게 어디론지 떠나고 그곳에서 찰나의 기쁨과 즐거움을 만끽하는...

하지만 이 책의 주인공인 오토 질버만의 여행은 다르다.

그에게 여행은 삶의 여유를 찾고 안식을 찾아 떠나는 게 아니라 죽음으로부터의 도피, 국가와 사람들로부터 도망이었고 그런 이유로 여행 내내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다 끝내는 내면이 무너져내린다.

이성과 도덕심을 갖춘 평범했던 한 남자가 서서히 내면에서부터 무너져내리다 끝내는 자신을 놔버리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여행자는 읽는 내내 주인공인 질버만이 느꼈던 감정의 생생한 묘사로 인해 감정이입이 되었고 그가 느꼈을 두려움과 공포 그리고 철저히 혼자라는 데서 오는 불안과 외로움에 공감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평범한 중산층 사업가였던 질버만이 어쩌다 이런 지경에 처하게 되었을까

단지 그가 유대인이었고 하필이면 독일에서 살고 있었다는 이유 때문이라고 한다면 너무 가혹하지만 역사가 증명하듯이 그건 지울 수 없고 바꿀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다.

우리도 익히 알다시피 독일에서 히틀러의 나치당이 점거한 후 사회적 분위기는 급변했다.

이웃이었던 사람도 동료였던 사람도 심지어 친구였던 사람들조차 냉정하게 그들로부터 등을 돌리고 심지어는 그가 가진 재산을 빼앗는 걸 부끄러워하지도 않았다.

질버만과 오랜 친구이자 자신이 어려울 때 도움을 받았고 이제는 사업의 동업자가 된 베커가 사업 계약을 위해 떠나는 장면에서 이미 이 둘의 관계가 정상적이지 않다는 걸 깨닫게 해준다.

분명 동업자 관계이지만 사업주는 질버만인데 그의 돈을 가지고 계약을 하러 가는 베커에게 도박을 하지 말라고 사정을 하는 모습은 여느 동업자 관계와도 다르다. 게다가 질버만을 대하는 베커의 태도 역시 오만하기 그지없다.

단순한 이 장면에서 이미 질버만의 앞으로의 처지가 보이는 듯하다.

오랜 친구이자 동업자 관계였던 베커뿐만 아니다.

그가 가진 집을 사러 온 또 다른 동료는 눈앞에서 보란 듯이 가격을 후려칠 뿐 아니라 그마저도 그의 긴박한 상황을 보고 더 깎으려 한다.사방 모두가 그의 적이다.

게다가 자신의 집으로 쳐들어 와 폭력을 행사하는 나치당원들의 횡포 앞에서 아내조차 두고 빈 몸으로 도망치듯 떠나야 했던 질버만이 느낀 무력감과 억울함 그리고 폭력 앞에서 굴복하듯 도망친 자괴감을 끊임없이 자기합리화로 스스로를 위로하는 모습이 연민을 느끼게 했다.

그렇게 해서라도 이 말도 안 되는 폭력 앞에서 자신을 지키고자 했지만 사방을 둘러봐도 그를 도와주거나 손을 내밀어 줄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데서 오는 절대적인 외로움은 그를 병들게 했다.

친구도 가족도 그에게는 우리가 아닌 그들이었고 그들에 속하지 못한 질버만은 같은 유대인에게서도 위안을 얻지 못한다. 아니 오히려 그들과 자신을 다른 부류로 나눠 그들을 원망하고 가까이 오는 것을 꺼려 하며 스스로를 더욱 고립시킨다.

그는 아리아인 사회에도 속하지 못했고 유대인 사회에 속하는 것 역시 스스로 거부해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택한 것이 그가 가진 돈으로 이 곳 저 곳 독일 전역을 떠도는 것이었다.마치 어디든 자유롭게 떠날 수 있다는 듯이...

질버만이 여기저기 역을 떠돌면서 느끼는 불안과 공포의 묘사도 그렇고 다양하게 만났던 사람들의 묘사 역시 그렇게 생생할 수 있었던 데에는 작가의 이력이 한몫했다는 걸 알 수 있었는데 저자 역시 독일에서 태어난 유대인이었으며 가족과 함께 독일을 탈출해 유럽의 여기저기를 떠돌았던 이력이 있었다.

당시 독일 사회에서 유대인으로서 받은 박해와 온갖 부당한 폭력 그리고 어디에도 손 내밀 곳 없었던 그 막막함과 두려움의 묘사를 질버만이라는 인물을 통해 참으로 생생하게 그려낸 여행자는 국가가 중심이 되어 개인들에게 가해진 폭력이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지... 그런 폭거 앞에서 저항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보여준다.

우리의 역사와 중첩되는 부분이 있어 더욱 와닿았던 것 같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작품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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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숍
레이철 조이스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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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락해가는 거리에 LP만 판매하는 뮤직 숍이 있었다.

이곳에는 자신이 원하는 음악도 혹은 제목은 모르지만 찾고 싶은 음악도 찾을 수 있지만 무엇보다 특이한 건 자신이 무슨 음악을 원하는지 모르는 사람에게조차 딱 맞는 음악을 찾아주는 주인이 있었다.

그의 이런 능력은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위안을 안겨주게 된다.

연인의 배신으로 고통받는 사람에게 쇼팽 대신 아네사 프랭클린의 음악을 권하고 육아에 지친 아내와 그런 아내를 보며 같이 힘들어하는 남자에게 아이가 들으면 쉽게 잠들 수 있는 음악을 권하는 식으로...

어쩌면 그가 하는 행위는 단순히 음반을 판매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에게 맞는 음악을 처방해 주면서 위로와 위안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가 아니었을까 싶다.

프랭크는 그 사람이 하는 이야기를 귀담아들을 줄 알고 그에게 어울리는 음악을 찾아줄 수 있는 능력이 있어 그를 찾는 사람은 많았지만 시대의 흐름은 이미 LP에서 CD로 바뀌고 있었고 이를 수용하지 않는 그의 고집으로 인해 가게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 이런 틈에 이 거리를 개발하고자 부동산 개발업자까지 등장한다.

그들로 인해 거리의 사람들은 어수선해지고 개발을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온갖 협박 같은 낙서 테러가 가해지지만 언제나 긍정적인 프랭크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이곳 유니티스트리트에서 오랫동안 터전을 잡고 있었던 주변의 상인들과 힘을 합쳐 난관을 헤쳐나가고자 하는 의지로 가득했고 이 모든 일의 중심에는 프랭크가 있었다.

이렇게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줄 줄 알고 위로할 줄 아는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그지만 정작 본인은 사랑을 두려워해 다가오는 사랑을 거부하는 소심한 사람이라는 건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가 이렇게 사랑에 소극적인 이유는 몇 번의 아픔을 거친 탓도 있지만 그 근본에는 어릴 적부터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한 이유가 아니었을까 싶다.

프랭크의 엄마는 그에게 음악을 사랑하고 음악을 이해할 수 있는 정신적인 자산을 남겼지만 본인 스스로가 누구에게도 얽매이기 싫어하는 탓에 자신의 자식에게조차 제대로 곁을 주지 않았고 어린 프랭크로 하여금 언제나 마음 한편 이 빈 듯한 외로움을 안겨주었다.

거기에 더해 자신의 잦은 사랑의 실패를 본보기로 보여줘 프랭크로 하여금 사랑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준 것이 가장 큰 잘못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 이유로 자신의 가게를 찾아온 일사를 본 순간 첫눈에 사랑에 빠졌으면서도 자신의 감정을 무조건 억누르고 부정할 뿐 아니라 마침내 스스로도 그녀에 대한 사랑을 부정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을 땐 어처구니없게도 거리를 두고 짝사랑만으로 만족한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그녀로 인해 하루하루가 즐겁고 그녀만 생각하면 기쁨으로 충만하면서도 어리석은 선택을 하는 프랭크

리사 또한 자신이 가진 상처 때문에 프랭크를 사랑하면서도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용기를 내지 못하고 머뭇거리기만 하는데 그런 둘의 모습은 요즘 연애하는 세대와는 확실히 차이가 있다.

자신의 마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어필하는 대부분의 요즘 사람들과 달리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데 서툴고 곁으로 다가가기까지 한참의 시간이 걸리는 모습은 아주 오래전 내 또래의 연애와 닮아있어 더 공감이 가기도 했다.

마치 그림을 그려 표현하는 것처럼 생동감 있게 음악을 소개하고 그 음악에 얽힌 사연을 들려주면서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그리고 있는 것만으로도 아주 따뜻하고 예쁜 이야기인데 그 속에서 피어나는 로맨스까지 곁들여진 뮤직 숍은 시대적 배경인 1988년의 분위기를 제대로 그려내 나로 하여금 마치 그 시절로 들어간듯한 추억을 되살려주고 있다.

이제는 웬만한 음악은 전부 음원으로 듣는 요즘 LP를 듣다 점점 CD로 변화했을 때 느꼈던 그 당시의 느낌이나 추억이 생각나게 했다.

프랭크가 손님들에게 들려주는 음악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작품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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