캣퍼슨
크리스틴 루페니언 지음, 하윤숙 옮김 / 비채 / 2019년 10월
평점 :
절판


터부시되다시피한 여성의 은밀한 욕망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캣퍼슨은 충분히 도발적이고 섹시하다.

사랑에 빠진 순간 여성이 스스로 자각하는 욕망 그리고 그런 자신에 대해 느끼는 죄의식 등을 스릴 있게 때론 은밀하면서도 도전적으로 그리고 있어 이 책이 왜 그렇게 많은 찬사를 받았는지 알 수 있다.

서로 마음이 통한 듯 보이지만 남녀 간에 느끼는 감정의 차는 분명히 다르다.

그런 감정의 차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게 첫 번째 단편인 캣퍼슨

극장 매표소에서 일하고 있는 여자에게 접근하는 남자 그 남자는 여자보다 나이도 많고 무엇보다 여자의 눈에 확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무료한 시간을 때우기 적당한듯해서 시시껄렁한 잡담을 주고받다 전화번호도 교환한다.

그리고 그와의 데이트에서 남자는 다른 남자와 달리 스킨십을 시도하지도 않고 마치 어린 소녀를 대하듯 여자에게 거리를 두는데 오히려 그의 그런 태도가 여자로 하여금 그와 적극적인 만남을 유도하는 계기가 된다.

몇 번의 데이트 끝에 드디어 그와 한 키스는 여자에게 놀라움을 줄 정도로 서툴기 짝이 없었고 그의 이런 모습에 그만 시들해져 버리지만 그의 정성을 거절하지 못한 결과 그와 섹스를 나누게 된다.

거절했어야 함에도 분위기 때문에 그리고 자신이 먼저 그를 유혹했다는 이유로 마음속으론 원치 않았던 섹스를 한 결과는 당연히 좋지 않을 수밖에... 그 결말조차 찜찜하기 그지없다.

여자도 섹스에 있어 수동적이 아닌 뜨거운 성적 욕망이 있다는 걸 표현하고 싶었던 듯하다.

이렇게 어떤 글은 읽으면서 공감도 가고 여자라면 더 이해하기 쉬운 글도 있지만 거울, 양동이, 오래된 넓적다리뼈 같은 글은 어렵게 쓰이진 않았지만 공주의 특이한 사랑은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도대체 왜 왕국 전제를 넘어 이웃 왕자들을 다 마다하고 그녀가 사랑에 빠진 게 오래된 냄새 나는 넓적다리뼈에 양동이를 쓰고 거울에 비친 모습인 건지... 정녕 그녀가 사랑한 건 오로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뿐인 건지...

그리고 그런 그녀를 보면서도 혼자서만 애타게 그녀의 사랑을 갈구하다 끝내 그녀의 무심한 손에 살해되버린 남자도 보통의 사고를 가진 나에겐 이해가 쉽지 않았지만 자기애가 강한 것도 그리고 보답받지 못한 사랑에 더 매달리는 사람도 있다고 생각하면 전혀 이해를 못 하는 것은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마치 으스스 한 잔혹동화를 한 편 보는듯한 느낌이 색달라서 인상적이었다.

또 다른 자기애의 모습을 그린 작품 룩 앳 유어 게임, 걸 역시 비슷한 성향의 소녀가 등장하지만 공주와는 조금 다른 것이 아직 사춘기 소녀라는 점인데 사춘기 때의 아이들은 모든 것이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성숙한 공주의 사랑법과는 그 색깔이 다르다.

더럽고 노숙자이면서 어딘지 위험한 느낌을 풍기는 남자의 초대... 분명 위험하고 자기에게 좋을 것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거절하기 쉽지 않고 밤에 부모를 속이고 그에게 가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고민을 늦도록 하는 모습, 그리고 그 이후 벌어진 사건에 쓸데없는 자기 연민에 빠진 소녀를 보면서 10대의 소녀들이 왜 그렇게 쉽게 범죄에 노출되기 쉬운지 그 일면을 살짝 들춘 느낌이었다. 모든 삶에 자기가 주인공이라 착각하는 건 10대 때만 통하는 법

이외에 어릴 적 성적으로 자신들을 열광시켰던 남자를 성인이 되어 처녀 파티에 게스트로 초대해 어릴 적 스크린을 통해 꿈꿨던 그 동경을 실행하는 모습을 섬세하게 그리고 있는 풀장의 소년은 왠지 모르게 속시원한 느낌이었다.

남자들만 이런식의 모임을 가질수 있는 게 아니라 여자들도 원한다면 얼마든지 성적 일탈을 감행할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이렇게 작품 대부분이 은밀한 여자들의 성적 갈망과 동경 그리고 그런 관계에서 여자들이 가지는 불안과 두려움에 대해 그리고 있는데 그 표현방식이 지극히 섬세한듯하면서도 대범하고 은밀하면서도 강렬하다.

어쩌면 작가가 여자이기에 이런 글이 가능했지 않았나 생각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때도 깊은 곳에는 혹시 하는 두려움이 있고 누군가와의 관계에서 거절해야 할 때의 부담감 때문에 고민하는 여자들의 속마음은 남자들은 제대로 알지도 이해하기도 쉽지 않은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런 내밀한 속마음을 제대로 표현하고 있는 캣퍼슨

쉽게 읽히지 않는 부분도 있었지만 많은 부분에서 공감이 갔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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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마이너리티 오케스트라 1~2 세트 - 전2권
치고지에 오비오마 지음, 강동혁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학벌, 지위, 재산 모든 것에서 차이가 나는 남녀가 사랑에 빠졌다.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 주위에서 특히 가진 것이 많은 쪽의 가족이 맹렬히 반대를 하고 반대에 부딪친 여느 연인과 마찬가지로 두 사람은 더욱 서로를 깊이 사랑하게 된다.

사랑에 빠진 연인은 모르겠지만 이런 경우 대부분 깨어지거나 아니면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을 감행해도 그 결혼이 행복하기가 쉽지 않다.

좀 더 가진 쪽의 끊임없는 견제와 무시 그리고 심한 경우 조롱을 견뎌내기가 쉽지 않아 좌절하고 위축되다 끝내는 세상의 모든 것이었던 사랑마저 쪼그라들어버리고 지쳐버린다.

이 책에 나오는 연인의 경우는 좀 더 비극적이다.

단지 그들은 서로 사랑했을 뿐인데 운명은 그들을 갈라 놓았을 뿐 아니라 이 책을 이끌어가는 화자이자 치논소의 치로 하여금 자신의 육체의 주인인 치논소를 대신해 신에게 변호하게 만들었다.

시작부터 치가 자신들의 신에게 치논소를 옹호하고 그를 대신해 그의 잔인한 운명을 안타까워하며 시작하는 이 책은 모든 것이 낯설고 새롭다.

일단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치라는 존재도 그렇고 나이지리아를 배경으로 한다는 것도 그렇고 그들이 가진 신앙과 정신은 분명 낯선 것 투성이다.그래서 도입부에서부터 몰입하기가 쉽지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에 빠져 행복해하다가도 서로 함께 할 수 없어 애타는 연인들의 아픔이나 고통은 어디서든 이해할 수 있는 감정이기에 그렇게 이해하고 보면 이야기 전체를 마치 읊조리듯 독백하듯 주절거리는 치의 말속에서 두 연인의 운명을 그리고 왜 치논소가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가 된다.

갑작스럽게 사랑하는 아버지를 잃기 전까지 치논소는 부모가 물려주신 큰 땅에서 소중한 닭을 키우며 자신이 먹을 식량과 채소는 자급자족하며 살아가는 큰 걱정이라곤 없는 청년이었다.

그런 그에게 아버지의 부재는 큰 상실감으로 다가왔고 실의에 빠진 그에게 삼촌은 여자를 만나 가족을 이룰 것을 종용하지만 이제까지 그는 여자에게 큰 관심을 가진 적이 없었다.

그는 삶에 큰 욕심이 없었고 성에 관해서도 별다른 관심을 가진 적이 없던 다소 느린 청년이었지만 우연히 만난 은달리는 그로 하여금 새로운 세상으로 눈을 돌리게 만든다.

사랑하는 은달리와 같이 있고 싶고 그녀를 사랑하지만 당연하게도 그녀가 가진 모든 것이 자신과 차이가 남을 알기에 결혼까지는 생각조차 않던 치논소

하지만 은달리는 자신의 사랑을 확신하기에 그와 함께 하고 싶고 당연하게도 자신의 가족이 그를 받아들일 거라 믿고 그를 가족에게 소개한다.

그녀는 부유하게 자랐고 제대로 된 교육과정을 밟은 부잣집 아가씨였기에 치논소가 뭘 걱정하는지 그의 우려와 염려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기엔 세상 물정을 너무 몰랐을 뿐 아니라 자신의 가족이 어떤 사람들인지 무지했다.

이는 치논소에게 결정적인 악영향을 끼치는 결과가 된다.

무시와 조롱을 넘어 협박에 폭행까지... 남자로서의 자부심마저 무너뜨린 그들의 처사에 결국 치논소는 평소라면 절대로 하지않을 바보 같은 결정을 한다.

자신이 가진 모든 걸 걸고 그녀에게 걸맞은 사람이 되고자 그녀의 곁을 떠나기로 한 것...

그의 결정은 은달리의 반대로도 막을 수 없었고 이제 운명의 수레는 굴러가기 시작한다.

치논소의 영혼의 동반자인 치 조차도 그가 남자로서 한 선택에 동의를 했고 당연하게도 이 선택이 후일 두 사람의 앞날에 도움이 될 거라 믿었지만 모든 것은 예상을 빗나가버린다.

치 가 육체의 주인인 치논소를 대신해 그에게 자비를 베풀어 줄 것을 신들에게 비는 이유이기도 하다.

세상에 사랑하다 끝내 헤어지는 연인이 이 두 사람뿐이 아니듯이 두 사람에게 닥친 불행은 안타깝기는 해도 어쩔 수는 없는 일이지만 이후 벌어진 일은 치논소의 여유롭고 선하던 마음까지 변하게 만들어 버릴 정도로 처참하기 그지없다.

낯선 곳에서 겪은 그 많은 고통과 아픔에도 불구하고 은달리의 곁으로 돌아오고자 하는 치논소에게 사랑은 영원한 것이었고 혼자 남겨진 데다 연락조차 제대로 되지 않아 불안해하던 은달리에게 치논소가 없는 몇 년은 그를 기다리기에 너무 긴 시간이었다.

어느새 자신이 새를 사랑하고 자신이 가진 걸 사랑하고 아낄 줄 알던 여유롭고 유유자적하던 사람이었다는 것조차 잊어버린 치논소가 닥쳐오는 운명 앞에 좌절하고 굴복해 변해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안타까웠다.

두 사람이 겪은 불행은 안타깝기는 해도 새삼스럽지는 않았지만 그들의 불행을 풀어가는 방식 즉 치가 자신의 신들에게 읍소하고 빌고 대화하듯 호소하는 방식은 신선해서 새롭게 느껴진다.

안타까운 연인들의 이야기를 신선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간 점에서 점수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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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에 이르는 병
구시키 리우 지음, 현정수 옮김 / 에이치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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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의 시작은 한 통의 편지였다.

생각지도 못한 사람으로부터 온 편지를 받은 마사야는 고심 끝에 그를 만나보기로 한다.

그 사람은 바로 10명이 넘는 아이들을 유인 감금해 잔혹하게 고문한 후 살해하고 암매장한 희대의 연쇄살인마인

하이무라 야마토로 마사야는 그가 운영하던 제과점 로셸에 자주 빵을 사러 갔던 손님 그 이상은 아닌 관계이기에 그가 자신에게 왜 편지를 보낸 건지 이해할 수 없다.

궁금증을 가지고 만난 그는 마사야에게 자신이 저지른 죄를 다 인정하지만 마지막 살인만큼은 자신이 저지른 죄가 아니니 자신의 무죄를 증명할 수 있게 해달라는 부탁을 해 온다.

법대를 다니지만 어릴 적부터 우수한 아이라 소문났던 것에 비해 형편없는 학교를 다닌다는 자격지심을 가지고 있던 그는 언젠가부터 자존감이 떨어지고 학교에서도 적응을 못해 겉돌고 있던 터라 그런 자신에게 마치 대단한 사람인 것처럼 도와달라 부탁하는 하이무라의 모습에서 말할 수 없는 용기와 어릴 적의 긍지와 더불어 자신감이 살아나는 걸 깨닫게 된다.

그런 이유와 더불어 그의 주장처럼 마지막 살인사건은 분명 그 이전의 살인사건이나 하이무라가 본인의 소행이라 인정한 사건의 형태와 차이가 있어 마사야는 그의 부탁을 승낙하고 본격적으로 조사에 뛰어들어 그의 행적을 조사하면서부터 마사야에게는 심경에 변화가 생긴다.

언젠가부터 사람을 똑바로 볼 수도 없고 교우관계에 어려움을 겪었던 그가 어느샌가 어릴 적의 자신의 모습처럼 누구와도 쉽게 얘기할 수도 마주 볼 수도 있게 된 것... 이 모든 변화는 하이무라와 면담을 하면서부터 나타났고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자신보다 어리고 약한 사람을 보면서 하이무라가 느꼈던 전능감을 느낄 뿐 아니라 심지어는 그가 한 것처럼 자신 역시 사람을 죽이는 것도 할 수 있을 거라는 유혹을 느낀다.

하이무라에게는 이렇게 사람들을 매료시키고 자신감을 고양시키는 재능이 있었다는 걸 점차 깨달아가던 그때 우연히 어릴 적의 하이무라 사진을 보고 충격에 빠지는 마사야

연쇄살인을 저질렀음에도 그에 대한 평가는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렸을 뿐 아니라 그를 좋아하던 사람 중에는 아직까지도 그의 죄를 믿지 않고 누명을 쓴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의 소유자인 하야무라를 만나면서 내부에서부터 점점 변해가는 마사야의 심경의 변화를 그리고 있는 사형에 이르는 병은 우리가 흔히 연쇄살인마 하면 연상되는 사람 즉 폐쇄적이고 음울하며 소극적이거나 폭력성을 가진 사회부 적응 자라는 인식과 정반대 타입인 하야무라를 내세워 편견이나 선입관이 얼마나 우리의 눈과 판단을 쉽게 가릴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부드러운 말투, 호감형인 외모, 여기에 누구에게나 친절한 모습... 어디서 들어본 것 같지 않나?

이렇게 친절한 이웃의 모습으로 다가와 조용히 자신이 원하는 바를 취하는 그들... 사이코패스이자 연쇄살인마의 모습을 하이무라라는 인물로 제대로 구현하고 있다,

여기에다 누구라도 동정할만한 불우했던 과거를 가진 그는 사람들 마음속에 은연중에 동정심을 끌어내고 있어 그와 조금이라도 깊은 대화를 나눴던 사람이 속수무책으로 그에게 끌려가는 것을 막기도 쉽지 않다.

그를 조금이라도 가깝게 느끼고 싶고 그와 닮고 싶어 하던 마사야 역시 예외는 아닌 상황

점차 범인의 시각으로 다른 사람을 보는 지경에 이르지만 위험성을 깨닫지 못하는 위태로운 지경에 이를 때까지 자신이 어떤 위험에 노출된지도 모르는 마사야를 보면서 거미줄에 걸린 파리 같다는 생각이 든다.

부드럽게 다가와 날카로운 주먹을 날리고 거기에다 카운터펀치까지 제대로 먹여준... 가독성도 끝내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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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그리 빈테르의 아주 멋진 불행
얀네 S. 드랑스홀트 지음, 손화수 옮김 / 소소의책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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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이의 엄마이고 제법 가정적인 변호사 남편을 두고 있는 커리어 우먼 잉그리는 남들의 기준에서 보면 별다른 걱정거리 없는 중산층 주부로 보인다.

사실 그 말이 맞기도 한 것이 지금 아이들과 사는 집이 좁아서 아이들이 친구를 부를 수 없다는 것과 혼자서 조용히 잠시 쉴 공간이 없다는 점 그리고 직장인 대학교에서 약아빠진 동료와 나대는 동료들 사이에서 섞이지 못하고 있다는 아주 작은 몇 가지를 제외하면 별문제가 없는 듯 보인다.

하지만 잉그리에게는 작지만 치명적인 성격적인 문제가 하나 있는데 그건 바로 너무 많은 걱정을 사서 한다는 것

아주 작은 일에도 전심전력을 다하다 보니 늘 지쳐버리기 일쑤고 그렇다 보니 일의 효율성 면에서 형편없는 성적을 보인다.

그야말로 사소한 문제에도 전전긍긍하고 스쳐 지나치지 못하는 성격이다 보니 늘 한계 초과 상태다.

하지만 또 어찌어찌 눈앞의 문제를 모른 척 외면하고 어쩔 수 없는 건 그럭저럭 해결해가며 하루하루를 살던 그녀에게 일대 변화가 생기는데 그건 바로 그녀가 너무나 원하는 집이 경매 입찰 방식의 매물로 나온 것이다.

이 모든 문제의 시작은 부동산을 매입하면서부터지만 그집에 매료된 잉그리에게는 문제가 보이지않았다.

넓은 땅에 지어진 그 집은 방도 충분하고 정원도 있는 그야말로 꿈꿔왔던 집이지만 문제는 그 집이 지은지 오래되었을 뿐 아니라 그 집을 구매하면 남편과 아이들 모두 상당히 긴축재정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남편 비외르나르는 내켜 하지 않는다.

그런 남편을 설득해 결국 그 집을 구매하기로 했지만 경매 방식의 구매자 결정에 그만 흥분해버린 잉그리는 남편과 약속했던 금액을 훨씬 더 초과해 낙찰받아버리면서 일은 점점 그녀의 예상을 벗어나기 시작한다.

게다가 기다렸다는 듯이 모든 문제가 한꺼번에 그녀를 덮치기 시작하는데 우선 부동산 거품을 거론하는 기사가 나오면서 지금 살고 있는 집이 팔리지 않을 뿐 아니라 설상가상으로 그녀가 근무하는 대학에서 인원 감축이 거론되면서 이에 반대하는 직원들의 입장을 주장하는 총알받이로 뽑힌다.

여기에다 아이 학교에선 학부모 회의에서 결정된 말도 안 되는 건의안을 교육청에 민원을 넣는 것을 잉그리에게 떠맡기고...

안 그래도 모든 일에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잉그리에게 이 모든 일들은 감당하기 버거운데 집 문제로 남편과도 소원해진다.그야말로 사면초가 상태다.

예민하고 소심한 그녀가 자신도 모르는 새 사건 속에 휘말려 들어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허둥대는 모습이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아닌 걸 알면서도 목소릴 크게 하고 적극적으로 밀어붙이는 사람에게 반대 목소릴 내지 못하고 어영부영하다가 약삭빠른 사람들에게 등떠밀려 그 모든 일에 총대를 메게 되고 심지어 책임까지 져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되는 잉그리에게 한편으로 연민의 감정도 생긴다.

아니라고 안된다고 말하지 못하고 이 모든 일에 스트레스를 받아 가슴이 떨리고 살이 떨리는데 그녀의 반응이란 겨우 자신의 건강을 걱정하는 모습에서 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온갖 걱정으로 무너지기 일보 직전인 잉그리에게 러시아에서의 일은... 독자들에겐 흥미진진하고 재밌는 부분이지만 그녀에겐 절대적 타격이 아닐 수 없다.

노이로제에 걸린 듯 한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왜 제목에서 불행인데도 아주 멋지다는 말을 썼는지 납득이 갔고 온갖 문제에 짓눌려 괴로워하는 그녀를 보며 왜 남편이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않았음에도 화를 내지않고 웃으면서 안아줬는지 이해가 갔다.

전체적으로 가볍게 통통 튀는 듯 발랄하면서 유머가 있는...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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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의 살인사건, 실로 무서운 것은
우타노 쇼고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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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일본 추리소설의 아버지라 할 수 있는 에도가와 란포의 단편들을 모아 우타노 쇼고가 현대에 맞게 각색해서 낸 일종의 콜라보라 할 수 있겠다.

환상과 공포, 괴기 그리고 추리의 영역을 넘어 참으로 다양한 소재로 작품을 쓴 란포의 작품은 지금 읽어도 그 내면에 흐르는 광기나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탐구를 알 수 있을 정도로 탁월한 작품이 많은데 요즘 세대들에겐 아무래도 그 시대적 차이에서 오는 괴리로 인해 깊은 몰입감을 방해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에 현존하는 추리작가 우타노 쇼고가 원작의 훼손을 최소한으로 해서 현대에 맞는 소품과 소재를 섞어 새롭게 재탄생 시킨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7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개중에는 우리에게도 익히 알려진 작품도 있고 처음 보는 작품도 있다.

이를 발췌한 건 어디까지나 란포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고 그를 오마주 한 작품을 이미 발표한 경력이 있는 쇼고의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유명한 작가가 된 옛 연인에게 메일을 보내며 협박하는 남자

그의 요구는 예전처럼 작품을 공동 집필하는 걸 원하지만 이미 유명 작가의 반열에 오른 여자는 그럴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을뿐더러 그가 자신의 주변에 있는 것도 끔찍해 한다.

점점 집요하게 요구하며 협박해 오는 옛 연인은 급기야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집안에 들어오지 않은 사람이라면 알 수 없는 사실조차 나열하며 숨을 조여온다. 그는 어떻게 그런 사실을 알 수 있었을까?

그는 그녀가 편히 쉴 때 사용하는 인체 맞춤형 의자 속 빈 공간에 자리 잡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경악하는데... 원작 인간 의자를 재해석해 낸 작품인 의자? 인간?에서는 의자 속 빈 공간에 숨어서 그녀의 빈틈을 엿보고 있었다는 본래의 작품에다 그녀를 숨도 쉴 수 없게 조여오는 도구로 현대인들의 필수품인 이메일과 휴대폰을 선택해 신구의 조화를 멋들어지게 섞었다.

시작부터 상당히 흡인력 있는 작품으로 눈길을 끌었고 짧은데도 그 속에 긴장감과 의외의 반전까지 있어 다음 편에 대한 기대치를 높인다.

스마트폰과 여행하는 남자는 한 여자에 집착하고 스토킹하던 남자가 끝내는 자신이 만든 환상 속으로 침몰해간 사연을 다루고 있고 표제작인 D의 살인사건, 실로 무서운 것은 은 우연히 들른 약국에서 사람이 죽어 뜻하지 않게 목격자로 사건에 휘말리게 된 남자와 소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추리소설답게 사건 과정과 범인을 추리해가는 과정이 설득력 있게 그려져있다.

원작 D 언덕의 살인사건 속에 나오는 이상성욕이라는 소재에 IT 기술을 접목해 온라인상으로 이뤄지는 은밀한 만남으로 재해석했고 그 과정에서 일어난 사건을 풀어내는 과정에서 번뜩이는 반전이 돋보였다.

란포의 음울한 짐승을 재해석한 작품은 음울한 짐승의 환희는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도덕적이고 근엄한 남자가 사실은 마음속으로 음흉하면서도 비틀린 성적 판타지를 품고 있었는데 잘 숨겨오던 그가 자신의 이상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여자를 만나면서 표면적으로 쏟아져 나오게 된다.

그리고 끝내 맞이하게 된 파국은 뜻하지 않았던 진실을 드러내는데 그 비틀림이 왠지 모를 카타르시스를 안겨준다.

마치 나쁜 놈을 벌주는 것 같았달까...

조용하고 평범해 보이는 모습 뒤에 감춘 위선과 끓어오르는 욕망 그리고 추악한 진실을 통해 인간 본연의 내밀한 욕망과 진면목을 제대로 표현한 란포의 작품을 멋지게 재해석한 작품이라 생각한다.

전체적으로 너무 무겁지 않은 작품을 골라 현대에 맞게 새롭게 재해석한 작품들을 읽다 보니 그 원작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온다.

기발하고 독특한 소재가 많아 가독성도 좋고 몰입감도 좋아 부담 없이 읽기에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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