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샤를로테 링크 지음, 강명순 옮김 / 밝은세상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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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를 살해한 범인을 스스로 잡고 런던으로 돌아갔던 케이트가 다시 스카보로로 돌아온다.

자신이 나고 자란 집을 처분하지 못해 세를 놓았는데 세입자가 집을 엉망진창으로 망가뜨려놓고 몰래 떠나버린 덕분에 어쩔 수 없이 고향집을 찾은 케이트는 엉망인 집 덕분에 근처의 콘도에 방을 빌렸지만 하필이면 그 집의 딸아이 아멜리가 실종되면서 또다시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게다가 얼마 전 같은 나이의 소녀 사스키아가 실종되었다 시체로 발견된 날 아멜리가 대낮의 쇼핑몰에서 실종된 사건은 경찰뿐만 아니라 언론의 집중 관심을 받기 충분했다.

케이트가 런던에서 온 경찰이라는 걸 안 아멜리의 부모는 그녀에게 도움을 청하고 아버지의 살인사건으로 이미 케일럽과 많은 의견 충돌을 겪었던 터라 이번에는 개입하지 않으려 하지만 두 번의 실종사건 전에 또 한 번의 실종사건이 있었고 그 사건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 케이트는 경찰의 신분이 아닌 비공식적인 신분으로 수사를 한다.

두 사건전에 발생한 실종사건의 주인공인 소녀 한나 역시 이번 사건들과 같은 14살의 소녀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깜쪽같이 사라져 이제까지 그 흔적을 찾을 수 없다는 점 등 케이트가 보기엔 연관성이 보이지만 케일럽을 비롯한 이곳 스카보로의 경찰들은 이번 사건과 한나 사건의 연관성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또다시 남의 관할에서 수사에 끼어들 수 없었지만 도저히 모른척할 수 없었던 케이트는 자신의 신분을 기자라 속이고 사건 관계자를 차례로 만나보면서 케일럽은 놓쳤던 단서를 찾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실종되었던 소녀 라일라가 갇혀있던 곳에서 탈출해 구조되는 일이 발생하면서 모두가 이번에는 속칭 고원지대 살인마라 일컫는 범인을 잡을 수 있을 거라 기대하지만 소녀는 충격으로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케일럽은 라일라를 구한 목격자와 또 다른 목격자가 무언가 숨기고 있다 직감해서 그 둘을 수사하지만 두 사람은 뚜렷한 혐의점이 없다. 단지 케일럽의 직감만이 그 둘을 의심에서 내려놓지 못할 뿐이고 소녀가 기억해 낸 납치범의 모습과는 전혀 닮은 점이 없다.

하지만 목격자는 그를 고마워하는 라일라의 부모의 호의에 기생해 그들 주변을 맴돌면서 돈을 요구하면서 케일럽의 의심을 수긍할만한 행동을 하는 등 어딘지 석연치 않을 뿐 아니라 그 외에는 뚜렷한 범인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이 작품 전에 나왔던 작품들처럼 이번에도 사건이 발생하고 범인을 추적하고 쫓는 과정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지 않아 용의자를 특정 짓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기존의 크라임 스릴러와 달리 스피디하거나 연속해서 사건이 터져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준다기 보다 등장인물들의 내면의 갈등이나 심리에 더 포커스를 맞추고 있어 사건 해결에 재미를 느끼는 사람이 보기엔 다소 밋밋하다 느낄 수 있다. 그런 이유로 범인을 특정 짓기가 쉽지 않아 책을 보면서 범인을 추리하는 재미를 찾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하나의 사건을 두고 그 사건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심리와 감정의 변화 그리고 사건 이면에 숨겨진 갈등에 대한 차분하지만 치밀한 묘사는 서서히 사건의 진실을 향해가면서 조여오는 듯한 긴장감이 장점인 심리 스릴러의 묘미를 제대로 살리고 있다.

여기에 주인공인 케이트는 남다른 직감과 범죄의 냄새를 맡는 탁월한 능력을 가진 유능한 커리어 우먼이지만 이제까지 남자 형사가 주인공인 시리즈의 특징... 예를 들면 알코올중독이나 사고로 가족을 잃은 트라우마를 가진 것처럼 큰 핸디캡을 가지고 있다.

외모에 대한 자신감이 바닥이라 제대로 된 데이트는커녕 연애조차 해보질 못했고 남자들이 자신을 좋아할 리 없다는 생각이 그녀가 가진 능력을 발휘하는 데 영향을 끼칠 정도... 그런 이유로 남자를 선택하는 데 있어 늘 최악의 선택을 해서 스스로 상처를 자초하지만 이번엔 그런 그녀에게도 누군가가 다가온다.

연이어 벌어지는 실종사건과 그 사건을 수사하면서 드러나는 실종된 소녀들이 처한 환경의 문제점은 소녀들의 실종이 사건인지 아니면 자발적인 실종인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아 수사에 혼선을 주고 그런 혼선으로 수사의 방향이 어떤 식으로 틀어질 수 있는지 왜 미해결 사건이 발생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보여주고 있다.

복잡한 등장인물, 단순하지만 쉽게 풀릴 수 없는 사건, 드러나지 않는 사건의 목적, 그로 인해 종잡을 수 없는 용의자... 샤를로테 링크의 작품 전반에 흐르는 공통적인 플루트를 그대로 따른 작품

전작들을 재밌게 읽었다면 이번 작품도 마음에 들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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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라는 남자 비채×마스다 미리 컬렉션 4
마스다 미리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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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에는 내가 하는 말을 무조건 들어주고 사랑해 주는 아빠라는 존재가 슈퍼맨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브레이크도 많이 걸고 잔소리를 많이 했던 엄마보다 그런 엄마 몰래 용돈도 몰래 주고 이뻐해 주던 아빠가 세상에서 제일 좋았었는데 그랬던 아빠를 언젠가부터 멀리하고 대화를 제대로 하지 않게 된 건 언제부터였나 생각해보면 아마도 사춘기를 전후해서였던 것 같다.

호르몬이 변화되고 생리를 시작하면서 나도 모르게 아빠를 멀리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예전과 같이 대하기가 어색해졌고 그러다 자연히 멀어지게 된 것 같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조금은 성숙한 시선으로 아빠를 바라보게 된 순간 맨 먼저 느낀 건 언제 저렇게 늙으신 걸까 하는 안타까움이었고 내가 알고 있던 아빠가 아닌 가장의 무게를 묵묵히 짊어지고 가는 중년의 모습이었다.

그런 기억을 가지고 있는 내게 이 책에서 보이는 아빠의 모습은 그리움을 느끼게했다.

마음껏 애정표현을 할 수 있었던 어릴 때를 제외하고 자식에게 자신의 애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쑥스러움을 느끼는 모습은 비슷하지만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싫은 건 싫은 티를 내고 욱하는 성미를 가진 마스다 미리의 아빠는 대부분이 알고 있는 아빠의 모습보다 조금 더 자유롭게 느껴져 부럽기도 했다.

외식을 하자고 하면서도 메뉴는 늘 본인이 원하는 걸로 텔레비전의 프로그램도 자식들이 보고 싶은 프로그램이 아닌 자신이 보고 싶은 걸로 보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등 요즘의 아빠 모습과 다른 다소 권위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그래도 자신이 사 준 밥을 자식이 맛있게 먹으면 흐뭇해하고 때마다 선물을 하는 등 의외로 자상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데 그 괴리가 재밌다.

마치 겉으로는 뚱하고 퉁명스러워도 의외로 세심해서 원하는 걸 쓱 해주고는 모른척하는 듯한 모습이 요즘 말로 츤데레같달까

그런 아빠를 이해하면서도 아빠로는 몰라도 남편감으로는 절대로 싫다고 말하는 작가의 마음도 이해가 갔다.

나같아도 외출했을 때 자식이 가지고 싶어 하거나 하고 싶어 하는 놀이기구를 특별히 제재 없이 마음껏 할 수 있게 해주거나 아이들을 데리고 놀러 가도 대충이 아니라 자신이 먼저 솔선수범해서 즐기는 모습은 친구 같게 느껴져 그런 아빠라면 너무 좋을 것 같다. 남편이라면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뭐든 하거나 권위적인 모습은 싫겠지만...

어디서든 마음에 없는 말을 못 하는 아빠의 모습은 사회성이 떨어지는 것처럼 느껴지고 마음에 안 드는 점이 있거나 불만이 있으면 그때그때 표현하는 아빠와 어디든 외출을 할 때면 언제던 싸움이 날수 있어 어릴 적에는 그런 아빠가 창피했다는 저자의 심정이 이해가 가는 게 우리 아빠 역시 다혈질이었던 터라 불합리하거나 불편을 견디지 못해 곧잘 다툼이 일곤 해서 아빠랑 외출할 때면 조마조마할 때가 많았었다.

어릴때는 그런 아빠를 보면서 왜 다른 아빠들이랑 다른지 원망스런 마음을 가질 때도 있어서 그래서 더욱 이 책이 더 와닿고 공감이 갔던 것 같다.

뜨거운 된장국이 식기를 기다리지 못해 얼음을 넣으면서 또 취미는 참을성 있게 기다려야 하는 낚시일 정도로 상당히 복잡한 성격인듯한 아빠라 그런 아빠를 이해하기 쉽지 않았던 저자가 조금씩 그런 아빠를 이해하고 편안해져가는 데는 그런 아빠의 애정을 깨닫게 되면서가 아닐까 싶다.

자식이 낸 책을 읽어보는 모습, 늘 책을 곁에 두고 보는 모습, 귀성한 자식을 굳이 데려다주는 모습에서 깊은 애정이 느껴졌고 자신의 경제 상태를 말해주는 모습에서 자식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는 부모의 마음이 느껴졌다.

늘 제멋대로라고 투덜대면서도 이런 책을 낼 정도로 아빠와의 추억이 많은 저자가 부럽기도 하고 자신을 관심 있게 지켜보다 책으로 그 애정을 보여준 자식을 가진 아빠가 부럽기도 했다.

재밌는 삽화와 애정이 듬뿍 담긴 글이 번갈아 쓰인... 작가 특유의 따뜻함과 그리움이 잘 드러난 에세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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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클로이
마르크 레비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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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번화가 뉴욕에는 여전히 수동으로 엘리베이터를 운행하는 곳이 53곳이 있었고 그중 한 곳이 바로 5번가 12번지였다.

그 엘리베이터를 운전하는 사람 디팍은 신분 차이가 엄격한 인도에서 자신보다 높은 신분의 여자를 사랑했고 여자의 가문 남자들로부터 위협을 받아 목숨을 걸고 미국으로 건너온 로맨티시스트이기도 했지만 기회의 땅인 미국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인도에서 전도 유망한 크리켓 선수였던 디팍은 자신이 가진 모든 걸 버리고 미국으로 왔기에 스스로의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자신이 맡은 엘리베이터의 안전운행에 모든 걸 걸었고 오랫동안 그의 정성은 보답받는듯했지만 동료의 뜻밖의 사고로 이 모든 일이 어그러지기 시작할 뿐 아니라 사고가 없었다면 절대로 몰랐을 주민들의 본모습을 보게 된다.

기다렸다는 듯 주민대표의 주도로 신식 엘리베이터의 도입을 추진하는 주민들에게 배신감을 느끼는 디팍

하지만 모든 주민이 다 이 계획에 찬성한 것은 아니었고 오랫동안 디팍의 보살핌을 받아왔던 클로이 역시 이 계획에 분노하면서 계획을 세우기에 이른다.

9층의 그녀 클로이는 사고로 다리를 잃고 휠체어를 타고 있지만 여전히 밝고 긍정적일 뿐 아니라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열정이 있고 추진력도 있는 사랑스러운 여인이지만 사고 이후로 누군가 자신의 휠체어를 밀어주거나 도움을 주는 걸 극도로 싫어한다.

그런 클로이가 공원에서 한 남자와 우연히 만나게 되고 평소의 그녀라면 하지 않을 행동을 한다.

그 남자의 이름은 산지

그는 인도에서 투자자를 찾아 미국으로 온 남자이자 디팍의 처조카로 고모의 오해로 인해 디팍의 집에 머물고 있다 뜻하지 않게 디팍 동료 대신으로 야간 엘리베이터를 운행하는 일을 맡게 되지만 그는 인도 굴지의 호텔의 대주주

엄청난 갑부인 그가 고모부의 일을 도와 수동 엘리베이터를 운전하는 일을 승낙한 이유는 첫눈에 반한 클로이를 한 번이라도 더 보기 위함이라는 로맨틱한 이유가 있었다.

오래된 전통의 건물이자 부유층들만 사는 이곳 5번가 12번지에는 다양한 개성의 사람들이 모여있고 뜻하지 않은 사고가 계기가 되어 서로 간의 민낯이 드러나고 갈등이 드러나는가 하면 사람들의 편견을 보란 듯이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진 두 사람의 달콤한 로맨스도 곁들여져 있다.

그런 반면 자신이 그들에게 그 오랜 세월 애정을 기울이고 오랫동안 봉사한 만큼 주민들 역시 자신을 신뢰하고 자신을 여느 종업원 대하듯 쉽게 저버리지 않을 거라 믿었던 디팍의 믿음은 자신들이 불편하지 않을 동안만 지켜질 믿음이었다는 걸 깨닫게 될 뿐 아니라 오로지 자신만 그들에게 헌신해왔던 것이라는 진실을 깨닫는 순간이 씁쓸하게 그려진다.

그들이 그토록 오랜 세월 자신들의 곁에서 물심양면으로 보살핀 디팍의 친절과 봉사를 당연한 듯 여겨 고마움을 모를 뿐 아니라 그가 자신들과 다른 유색인이라는 걸 한시도 잊지 않은 사람이 있었다는 걸 깨닫는 계기가 되는 도난 사건 소동은 여전히 미국 내 유색인종을 바라보는 편견을 보여주고 있다.

느닷없는 사고로 다리를 잃은 클로이 역시 자신은 굳건한 의지로 이겨내고 있다 믿었지만 스스로 사랑에 위축되어 있었다는 걸 산지의 고백으로 깨닫게 되면서 자신 역시 사랑할 누군가가 필요했다는 걸 깨닫기도 하는 등...

모두가 알게 모르게 각각 편견을 가지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는 그녀, 클로이는 등장하는 캐릭터의 사랑스러움을 제대로 표현하고 있다.

특히 클로이와 산지 그리고 디팍의 아내이자 사랑을 위해 가족과 조국 모두를 버리는 데 두려움이 없었던 랄리가 보여주는 인생을 바라보는 긍정적인 모습은 이 책을 더 사랑스럽게 해주는 요소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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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사이드 클럽 스토리콜렉터 83
레이철 헹 지음, 김은영 옮김 / 북로드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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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 오래전 중국을 통일했던 진시황이 그토록 바라던 불로장생의 꿈이 실현 가능한 세계를 그리고 있는 수이사이드 클럽은 역설적이게도 그런 세상에서 스스로 죽음을 택하고 싶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른 나이에 남보다 빠른 승진가도를 달리고 있던 레아가 한순간에 감시 대상이 되고 주변인으로부터 의심의 눈초리를 받게 된 건 오래전 사라졌던 아빠의 모습을 발견한 뒤부터다.

길거리에서 아빠의 뒷모습을 발견한 순간 정신없이 도로를 뛰어든 결과 그녀가 자살을 원한 것처럼 되어버렸고 그녀 스스로 왜 그런 행위를 했는지를 밝히지 않으면 의심의 눈길에서 벗어나기 힘들지만 레아는 누구에게도 아빠를 발견했다는 사실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녀가 사는 세상은 라이퍼와 비라이퍼로 나눠져있으며 태어나면서부터 수명이 결정된 사회

정부에서는 인구감소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라이퍼가 스스로 영생을 포기하는 걸 묵과할 수 없기에 라이퍼인 레아의 문제를 좌시하지 않는다.

그때부터 직장과 집을 오가는 어디에서든 그녀를 감시하는 사람이 생겼을 뿐 아니라 그런 이유로 중요한 계약을 앞두고 상사로부터 불신임을 받는 처지에 놓였다.

한순간에 그녀가 수십 년간 쌓아올린 커리어가 무너지게 생긴 레아는 아빠를 고발하지 않고서 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우연히 알게 된 비밀 클럽 수이사이드 클럽의 내부로 들어가 정부에서 원하는 정보를 주고 자신은 감시 대상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수이사이드 클럽의 존재에 대해 알지 못했던 레아는 그곳에서 건강을 위해 금지된 음식 즉 기름지고 지방질의 음식을 먹고 샴페인과 같은 술을 마시며 재즈음악을 들으면서 즐기는 그들의 모습에 충격을 받는다.

게다가 그 조직이 상당히 부유하고 권력이 있는 사람들로 이뤄졌을 뿐 아니라 정부에서도 제대로 수사를 하기 힘든 위치에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레아의 입장에서 보면 그들은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혜택 즉 곧 실행된다는 소식만 암암리에 퍼져있는 제3의 물결... 좀 더 완벽하게 불로불사에 가까워질 수 있는 그 혜택을 누구보다 빨리 얻을 수 있는 선택된 사람들일 확률이 높은데 왜 그들은 죽고자 하는 건지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레아는 좀 더 젊게 살고 이대로 오랫동안 죽고 싶지 않다는 욕망이 강했기에 반드시 제3의 물결에 합류하고자 하는 의욕이 강했고 그런 이유로 죽음을 원하는 그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 그녀와 반대의 입장인 안야는 유명한 성악가인 엄마와 유럽에서 건너와 우연히 미국의 변화 즉 제2의 물결의 혜택을 본 후 완전히 몰두해버린 엄마로 인해 여태까지 고통 아닌 고통을 받고 있었다.

탱탱해진 피부와 장기이식으로 인한 젊음으로의 회귀는 엄마로 하여금 거기에 중독되다시피하게 했고 그런 이유로 모든 돈을 쏟아붓게 만들었으며 사랑하던 음악도 더 이상 하지 않게 되었을 뿐 아니라 새롭게 이식한 장기로 인해 죽지도 않고 오랫동안 식물인간과 같은 상태로 지내는 엄마를 보는 건 안야에게 죽음보다 더 큰 고통이었지만 라이퍼에겐 죽는다는 건 마음대로 할 수도 없고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

사는 것에 지치고 죽지 않는 삶을 버거워하는 안야에겐 수이사이드 클럽이 위안이 된다.

그런 안야를 알게 되고 오랫동안 체제에서 벗어나 도망자로 살았던 아빠를 다시 만나면서 조금씩 변해가는 레아

사실 레아도 스스로는 알고 있었다.

자신이 저항심이 강하고 충동적이며 누구에게 구속되는 걸 싫어하는 아빠를 그대로 닮았을 뿐만 아니라 때때로 마음속 깊은 곳에서 불같은 충동이 일어날 때면 스스로를 제어할 수 없다는걸...

클럽에서 우연히 누군가의 죽음을 촬영하면서 스스로 원한다고 생각했던 라이퍼로서의 삶에 대해 의문과 회의감을 느끼는 레아는 라이퍼가 아닌 사람들의 삶을 접하면서 조금씩 변해간다.

인간의 오랜 욕망 중 하나인 늙지 않고 영원히 사는 삶... 즉 불로불사의 삶을 살아가는 세상을 그리고 있는 수이사이드 클럽에서의 삶은 솔직히 부럽거나 아름답지 않았다.

건강과 미용을 위해 육식을 금하고 마치 우주인처럼 셰이크나 정제된 음식을 먹고 음악 같은 취미생활마저 정부에서 권하는 걸 하는 삶을 살아야 영원불멸의 삶을 살수 있도록 선택된다면 그냥 비라이퍼로서 살고 싶다는 마음이 들 정도로 라이퍼의 삶이 선택받은 것처럼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형벌처럼 족쇄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모든것을 가지고 있으면서 영원히 사는 삶에 대해 권태와 무기력을 느껴 죽음을 원하는 클럽 사람들이 이해가 갔다.

어쩌면 모든 것이 무한하지 않음으로써 더욱 찰나의 순간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건 아닐까...

생각했던 것과 달리 스릴러적인 요소보다 디스토피아에 더 중점을 둬서인지 진도가 팍팍 나가는 건 아니었고 레아를 비롯한 캐릭터의 매력이 십분 발휘되지 않은 점은 다소 아쉽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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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프가 여기에 있었다
조앤 바우어 지음, 정지혜 그림, 김선희 옮김 / 도토리숲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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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보다 자식의 삶을 더 중시하는 엄마로 인해 태어나자마자 엄마가 아닌 이모의 손에서 큰 여자아이는 자라서 스스로 이름을 호프로 개명한다.

그리고 요리사인 이모를 따라 전국을 떠돌며 살아왔지만 낙담하지않고 어디에서든 자신의 이름처럼 희망 가득한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열렬 소녀이기도 하다.

그렇게 늘 희망을 품고 살던 호프지만 믿었던 사람으로부터 배신을 당하고 자신의 모은 돈 전부 와 이모의 가게마저 잃어버린 건 상당히 충격이 컸다.

그런 이유로 뉴욕을 떠나 위스콘신주의 작은 도시 멀허니로 오게 된 두 사람

두 사람이 숙식을 제공받으며 일하게 된 식당은 현재 주인인 스툽이 암 투병 중이라 도움이 필요했던 것이고 두 사람은 요리사와 웨이트리스로 이내 식당에 잘 적응했지만 문제는 스툽이 아무런 예고 없이 시장 선거에 출마하면서부터였다.

현 시장은 마을 전체 중 많은 사람들이 일하고 있는 리얼 프레쉬기업을 유치해왔다는 공적을 내세워 오랫동안 이곳에서 시장으로 재선임되어왔지만 스툽은 그런 시장이 기업과 유착해 기업의 주민세를 비롯한 각종 세금 미납을 눈감아 주고 있을 뿐 아니라 온갖 편법과 비리를 모른척해주는 불법을 자행하고 있다는 고발을 한다.

그런 이유로 자신이 시장 선거에 출마하게 되었다 말하는 스툽을 지지하는 사람도 많지만 현 시장을 지지하는 사람도 많아 양측 간의 대결 아닌 대결은 팽팽한데 무엇보다 현재 스쿱이 암 투병 중이라는 이유로 그가 과연 시장의 책임을 다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가진 사람이 많았다.

생각지도 못하게 스툽의 선거를 돕게 된 호프는 그녀의 성격대로 긍정적이면서도 적극적으로 선거에 임하지만 상대 측의 반격도 만만치 않을 뿐 아니라 식당 손님으로 위장해 평판을 떨어트리기 위한 쇼를 한다거나 호프가 마음에 두고 있는 요리사에게 폭행을 가하고 스쿱의 병세를 부풀려 소문내는 등 선거가 열리는 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온갖 불법적인 일들이 벌어진다.

호프라는 소녀를 통해 왜 우리는 마음에 차지 않는 후보들이라도 투표를 해야만 하는지 정치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한 기회를 주고 있다.

겉으로는 지역민들을 고용해 일자리를 제공하고 기부금을 제공해서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는 것처럼 보여도 뒤로는 온갖 불법적인 일과 탈세를 하는 등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악덕기업과 부정한 정치인이 결탁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그리고 그런 것들을 막기 위해 유권자들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를 어린 소녀 호프를 통해 보여주고 있는 호프가 여기에 있었다는 다소 딱딱할 수 있는 내용을 잘 풀어놓아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긍정적이고 열심히 노력하는 호프라는 소녀도 매력 있었지만 암이라는 무서운 놈과 싸우면서도 남을 위해 헌신하고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불러일으킨 스툽의 말들이 특히 가슴에 많이 와닿았다.

왜 그렇게 많은 상을 수상했는지를 알 수 있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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