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 인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무라타 사야카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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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사회적 문제를 날카로운 비판과 은유로 고발해오던 작가 무라타 사야카

단순히 사회현상과 사회문제를 고발하기 보다 여기에다 작가의 상상력을 더하고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들며 소설적인 재미를 곁들여 디스토피아를 그려내는 데 탁월한 솜씨를 발휘하고 있다.

가장 유명한 편의점 인간도 그렇고 소멸 세계에서도 그렇고 상당히 충격적이고 자극적으로 이야기를 끌어가지만 문제는 그 내용이 터무니없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 오싹하게 느껴진다.

이 책 지구별 인간도 그 범주에서 그렇게 멀어지지 않았다.

자신을 스스로 마법 소녀라고 칭하는 나쓰키를 처음 봤을 땐 어딘가 지능이랄지 사회성이 다소 떨어지는 아이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럼에도 언니를 바라보는 시선이라든지 할아버지 집에서의 이야기를 보면 남과 조금 다를 뿐 상상력이 풍부하고 제법 통찰력도 있는... 흔히 말하는 4차원의 사고를 가진 아이 일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조금 더 들여다보면 나쓰키의 일상은 학대받는 아이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언제나 감정 과잉인 상태에서 자신의 화풀이 대상으로 나쓰키를 대하는 엄마와 그런 아내를 보면서 모른 척 외면하는 방관자 아빠 그리고 자신의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와 학교에서 어울리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분노와 좌절감을 동생에게 퍼붓는 언니... 스스로를 쓰레기통으로 칭하는 것만 봐도 이 집안에서 나쓰키의 위치를 짐작할 수 있다.

그런 가족들의 학대는 나쓰키로 하여금 낮은 자존감을 가지게 했고 모든 게 자신의 잘못이라 생각하도록 만들었는데 그런 나쓰키의 위치와 감정을 재빨리 간파한 어느 누군가는 자신의 성적 만족감을 위해 나쓰키를 이용한다.

갈수록 나아지기는커녕 점점 더 고립되고 힘들어지지만 그런 나쓰키를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다.

그런 그녀를 유일하게 이해해 주고 공감해 주던 사촌 유우와 좀 더 자주 만나고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면 나쓰키는 조금 달라질 수 있었을까?

하지만 두 사람은 둘만의 결혼을 한다면서 가족들을 충격에 빠뜨린 그날 이후 성인이 될 때까지 만날 수 없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자신에 대한 확신이 사라져갈 즈음 지금의 남편인 도모오미를 만난다.

도모오미 역시 폭력적인 집안에서 정서적으로 학대를 받아 성과 번식에 대해 극단적인 거부감과 혐오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런 집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결혼이 필요했었고 이런 조건들이 맞아 나쓰키와 가정을 이뤘다.

서로 접촉하지 않은 채 그저 한 집안에서 각자의 생활을 하면서 만족하는 두 사람이지만 그런 평범한 일상도 잠시... 도모오미 역시 사회에 적응하기 쉽지 않아 결국 다니던 회사에서 해고되고 휴식을 취할 겸 해서 나쓰키의 할아버지 집으로 가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어릴 적 유일하게 이해해 주던 유우를 만나 셋은 마침내 자신들에게 출산을 강요하고 공장처럼 모든 걸 똑같이 규격을 맞출 것을 요구하는 이 세계를 거부하기로 결정한다.

자신들은 지구별 사람이 아닌 다른 행성에서 온 사람들이기에....

그들 세 사람이 살기로 결정한 뒤부터 이야기는 파격적이고 충격적으로 흘러가지만 오히려 그들의 모습이 점점 더 안타깝고 슬프기까지 했다.

결국은 자신과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이 세계가 그들에게 가하는 폭력에 끝까지 저항하는 그들은 결국 이길 수 없는 싸움이라는 걸 조금만 생각해도 알 수 있지만 세 사람은 마치 어린아이들처럼 그냥 닥치는 대로 살면서도 별다른 걱정조차 하지 않을 정도로 순수하다.

그런 모습 즉 자신들과 다른 삶을 살고자하는 모습이 누군가에게는 오히려 더 두렵고 공포스럽게 느껴질 수 있음을 알기에 이들이 결국 파멸하리라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조금의 다름도 인정하지 않는 획일화된 사회에서 남과 다르다는 게 얼마나 힘들 수 있는지... 그리고 출산에 관한 문제조차도 개인의 선택이 아닌 사회 필요에 의한 강요를 받는 지금의 모습을 날카로우면서도 충격적으로 그리고 있는 지구별 인간은 처음엔 흥미롭게 읽다 뒤로 갈수록 강해지는 충격파에 다 읽고 난 뒤 정신이 멍함을 느꼈다.

어쩌면 작가의 작품 전체에 흐르는 주제...모든것에서 획일화를 강요하고 개인에게 출산을 의무처럼 느끼도록 강요하는 지금 사회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걸 작가는 스스로의 의무라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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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링 클럽 - JM 북스
이시카와 도모타케 지음, 주승현 옮김 / 제우미디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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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보통의 사람들은 모르지만 은밀하게 동류의 사람들만 모이는 비밀 클럽이 있다.

여느 사교클럽과 비슷한 듯 보이지만 이 클럽의 회원들은 모두 사이코패스 중의 1%에 해당하는 특별한 존재들이었고 그야말로 포식자 중의 포식자들이었다.

돈과 권력 어느 하나 부족할 것 없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하나둘씩 끔찍한 방법으로 살해당하고 있었다.

시놉부터 상당히 재밌을 것 같았다.

연쇄살인이 벌어졌는데 피해자라고 하는 사람들이 누구 봐도 악인일 뿐만 아니라 자신의 만족과 즐거움을 위해서라면 누구를 희생시켜도 손톱만큼의 죄의식 따윈 없는 사람들 일명 사이코패스다.

그렇다면 사회의 악인 그들을 죽인 사람은 누구일까?

그들에게 피해를 입은 피해자가 복수를 하기 위해 이런 일을 저질렀을까 아니면 산 채로 약을 먹인 상태에서 머리를 열어 편도체를 제거할 정도의 또 다른 사이코패스의 쾌락 범죄인 걸까

연달아 벌어지는 살인사건에는 공통점이 두 가지 있었다.

하나는 그들 모두 전두엽이 제거된 상태에서 발견된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한 명을 제외한 세 사람은 모두 킬링 클럽의 회원이었다는 것

평범한 사람들은 그 존재조차 모르는 비밀 사교클럽은 자신들의 회원이 연달아 살해되는 상황을 경찰보다 먼저 해결하기 위해 자체 조사를 진행하게 되고 그 조사를 담당한 사람은 현직 경찰이자 이 클럽의 보안을 담당하는 사람과 불과 얼마 전 이 클럽을 소개받고 이곳에서 서빙을 담당하게 된 아이코 두 사람이다.

얼핏 생각하면 현직 경찰이자 사고 당시 책임자였던 츠지마치가 이 사건을 조사하는 건 타당하지만 아야코가 함께 하는 건 누가 봐도 의외의 상황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첫 번째 살인사건 현장의 목격자가 바로 아이코였으며 사건 당시 누군가를 목격한 목격자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두 사람이 사건을 조사하는 쪽으로 진행될 거라 예상했는데 이야기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면서 범인을 찾거나 혹은 범인에게 다가가는 것에 초점을 두는 여느 미스터리 추리물과 다른 길을 걷는다.

범인을 찾는 게 아닌 첫 번째 살인사건의 피해자부터 시작해 연달아 살해당하는 두 사람이 죽기 직전까지의 행적을 밝혀 그 사람들이 얼마나 잔혹하고 냉혹한 사이코패스였는지를 밝히는 데 더 중점을 둔다.

마치 그래서 그들은 죽어 마땅한 사람이라는 듯이...

게다가 누구도 진짜 주인을 알 수 없는 킬링 클럽에서는 첫 번째 살인사건이 벌어졌을 때 이미 3명의 용의자를 조사 선상에 올렸었고 놀랍게도 그 3명의 용의자는 모두 하나둘씩 보란 듯이 살해당한 그 사람들이었다.

이렇게 되면 누군가가 킬링 클럽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이미 알고 있다고 짐작할 수밖에 없고 용의자 역시 클럽 안의 사람임이 분명하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대부분의 사람들은 누가 범인인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용의자로 추론될 수 있을만한 사람의 범위가 너무 뻔하니까...

소재도 흥미롭고 초반의 진행 역시 괜찮았는데 뒤로 갈수록 상상의 여지가 적어 아쉽게 느껴졌다.

그래서 아!! 하는 반전의 맛도 적었고...

가동성은 괜찮은 편이었지만 결정적인 맛이 부족한 느낌이랄지...

기대가 커서 다소 아쉬움이 남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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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머 퀘스트
기타야마 치히로 지음, 이소담 옮김 / 폭스코너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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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다 보면 때때로 생각보다 더 성숙하고 생각보다 더 통찰력이 있는 아이의 모습을 발견하고 놀랄 때가 있다.

어쩌면 영원히 아이의 순수한 감성 그대로를 간직한 채 세상의 때가 묻지 않은 모습으로 자라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이 녹아 있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어느새 성큼 성장하고 자라있는 모습이 대견하다가도 때론 아쉽게 느껴지는 것 역시 사실이다.

이 책 서머 퀘스트에 나오는 어른들이 소년 히로키에게 하는 거짓말에는 그런 의미가 숨어있음을 알고 있기에 히로키의 마음도 이해하면서 한편으로는 그런 선택을 한 어른들의 결정 역시 십분 이해가 가는 건 아무래도 내가 자식의 입장이 아닌 부모의 입장에서 바라본 탓이 아닐까

엄마와 둘이 살고 있는 히로키는 아빠의 얼굴조차 모르고 자랐다.

게다가 엄마를 비롯한 어른들이 말하는 아빠의 죽음에는 어딘가 이상한 부분이 있다.

그래서 히로키는 늘 아빠에 대해서 궁금한 게 많으면서도 엄마에게 대놓고 물어보지 못한다.

엄마가 슬퍼하는 건 싫기 때문이다. 이렇게 히로키는 엄마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착한 아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히로키의 궁금증이 사라진 건 아니다.

왜 엄마와 주변 사람들은 아빠의 죽음에 대해 그런 말을 하는 건지... 왜 아빠의 이야기를 입에 올리는 것조차 꺼리는지...

한 살 한 살 자라면서 아빠와 웃는 눈매가 닮았다는 걸 말고 아빠에 대해 알고 싶어지지만 누구에게도 속 시원하게 털어놓고 물어볼 수 없다

그러다 이모, 이모부라 불리는 엄마, 아빠의 동창생 부부의 집에서 우연히 손에 넣은 카메라를 몰래 현상해서 그날의 진실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된 히로키는 엄마 몰래 아빠의 흔적을 쫓아 10년 전 사고 현장이었던 곳으로 혼자 길을 찾아간다.

초등학생 히로키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펼치고 있는 서머 퀘스트는 마치 히로키의 일기 같은 느낌을 준다.

때론 아이처럼 발랄하면서도 유쾌하지만 때론 그 나이대의 아이처럼 고민도 털어놓고 자신만의 감상을 적어 놓은 게 너무 친근감이 있게 다가온다.

지금 현재 히로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아빠에 대해 알고 싶지만 누구도 제대로 된 대답을 해주지 않고 회피하거나 침묵으로 일관해 제대로 알 수 없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인 아라타가 자신과 다른 중학교로 진학해 서로 더 이상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아라타가 다른 곳으로 가는 게 싫으면서도 그런 말을 해서 안된다는 걸 알고 있는 히로키는 엄마에게 아빠에 관해 묻지 않을 정도로 또래에 비해 감수성도 좋다.

어쩌면 그런 부분이 더 이 아이가 더 안쓰럽게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렇게 아빠의 죽음에 대한 비밀 외에는 여느 또래 친구와 별다른 차이가 없는 히로키의 일상을 담담하면서도 섬세하게 그리고 있는 서머 퀘스트는 감정을 과잉해서 묘사하거나 아빠의 부재라는 걸 지나치게 크게 비중을 두지 않아서 오히려 더 히로키의 감정이 잘 느껴진다.

또한 남들은 모르지만 부모의 갈등에 자신들의 진학이 도구가 되는 걸 알고 있는 아라타의 선택 또한 어른들의 생각보다 아이들이 휠씬 더 성숙함을 보여주는 예다.

그저 아직 어리기만 한 줄 알았던 아이들이 어느새 자라 이런 고민을 하고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니...

아이들이란 존재는 늘 이렇게 주변 어른들을 놀래게 하고 반성하게 하는 존재가 아닐까

아빠의 흔적을 쫓는 여행을 통해 한층 더 성장한 히로키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서머 퀘스트는 읽고 난 후의 여운이 긴 작품이었다.

가독성도 좋고 전체적으로 섬세한 심리묘사와 덤덤한 필체가 더 좋았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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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랜더 1
다이애나 개벌돈 지음, 심연희 옮김 / 오렌지디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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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같은 걸 잘 안보다 보니 어떤 드라마가 인기인 지 잘 몰랐는데 2014년부터 시작해 공전의 히트를 쳤고 현재 시즌 6까지 나온 드라마의 원작 소설이라는 아웃랜더

스토리를 들여다보니 왜 이 작품이 인기가 있는지 어느 정도 짐작 가능했다.

일단 현재가 아니라 18세기를 배경으로 했고 그 당시의 인물이 아닌 현재의 인물이 자신도 모르게 그 시대로 타임 슬립해 그곳의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부터 여심을 자극하고 있다.

당시의 시대적 배경은 아무래도 여자는 그저 잠자리의 대상이고 남자의 부속품 같은 위치에 있는 데 현대의 여성이 그 시대로 가 남성우월주의가 가득하고 남성이 기득권을 차지한 곳에서 자신의 목소릴 내고 자신의 주장을 당당히 하면서 멋진 남자 주인공마저 사로잡는다는 설정은 확실히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여기서 현대의 배경도 지금으로 보면 지극히 옛날인 1945년이라는 점이 궁금했는데 내용을 보면 여주인공인 클레어의 캐릭터를 위한 게 아닐까 싶다.

전쟁이 막 끝난 시점인 1945년을 배경을 한 이유에는 아무래도 클레어가 단순히 책상에서 일을 한 현대 여성이 아닌 간호사로서 전쟁터를 누비고 전쟁을 몸소 겪어서 18세기의 거친 환경에서도 살아남기 용이했고 또한 간호사로서의 커리어를 십분 살려 치료사로서 당당히 자신의 위치를 잡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하기 위한 배치가 아니었을까 싶다.

만약 그녀가 현장 경험이 없는 평범한 현대 여성이었다면 거친 폭력과 야생이 숨 쉬는 남자들의 혹독한 세계에서 살아남기가 쉽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저 이쁜 얼굴이 전부인 민폐 주인공이 되기 십상이었을 것이고 그런 여주인공에게 매력을 느끼는 사람은 적을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 이유로 시대적 배경 및 그녀의 직업을 전략적으로 배치했고 그녀가 떨어진 곳인 18세기 스코틀랜드는 잉글랜드와 끊임없이 갈등을 빚었던 시기라는 점 또한 이야기의 전개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갑자기 떨어진 그녀를 양측에서 서로 간첩이라 의심하는 게 이런 부분에서 설명이 된다.

전쟁이 끝난 후 떨어져 있던 남편이랑 사실상의 신혼여행을 왔다 자신도 모르는 새 18세기 스코틀랜드로 떨어진 클레어는 이곳에서 처음 만난 남자인 잉글랜드군의 대위 조너선 랜들을 보고 깜짝 놀란다.

자신의 남편과 거의 똑같은 외모를 가진 그에게 자신도 모르게 친밀감을 가지지만 조너선은 갑자기 자신들이 있는 곳에 불쑥 나타난 그녀를 보고 첩자로 오해해 그녀를 체포하려 한다.

게다가 이후에도 그는 그녀와 그녀의 연인에게 절대적인 악역으로 존재가치를 증명한다.

위기의 상황에 마침 그곳을 지나던 스코틀랜드의 매켄지 씨족 사람들의 도움으로 그의 손에서 탈출하는 데 성공하면서 잉글랜드인 인 그녀가 스코틀랜드의 씨족 사회에 깊숙이 관여하게 되지만 이번에는 매켄지 씨족 사람들로부터 첩자로 의심받는 등 그녀는 이곳으로 떨어진 이후 매일매일이 위기의 연속이다.

그런 그녀가 다친 사람을 치료하면서 호의를 얻어 그곳에 임시 거처를 구하게 되지만 완전히 의심을 거두지는 않았고 이 모든 의심에서 벗어나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씨족의 사람인 제이미와 혼인을 하게 된다.

제이미 역시 나름의 필요가 있어 전략적으로 그녀와의 혼인을 선택한 것이지만 둘은 함께 하면서 점점 더 서로에게 끌리는 걸 느끼는 데 서로 너무나 다른 두 사람이 서로를 마음에 담아 가는 과정이 섬세하면서 세심하게 그려진 아웃랜더는 확실히 여자들에게 어필할 만한 내용이었다.

무엇보다 스코틀랜드의 젊은 전사 제이미가 전투에 능하고 여자를 소유물로 여기는 여느 남자들과 같지만 그러면서도 자신의 눈앞에서 가족을 잃은 아픈 상처가 있어 여자들로부터 보호본능을 이끌어 내고 또한 뭔가 말하지 않은 큰 비밀을 가진 남자라는 점에서 신비한 매력 또한 잘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 로맨스 소설이라면 가장 중요한 덕목인 잘 생기고 신체 건강한 젊은 남자이면서 클레어를 만나기 전까지 여자 경험이 없었던 순진한 남자라는 점 그리고 그녀와 결혼한 이후부터 오로지 그녀만 바라보고 그녀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목숨까지 버릴 수 있는 순수한 남자인 그에게 클레어 뿐만 아니라 책을 읽는 많은 독자들이 빠져들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이 서로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에게 끌리다 끝내는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로맨틱하게 그려내고 때로는 폭풍 같은 열정을 에로틱하게 묘사하는 부분에선 누구라도 그들의 로맨스를 응원할 수밖에 없다.

사실 드라마도 보고 싶지만 원작 소설의 맛을 제대로 묘사하지 못해 실망할까 하는 마음이 들어 망설여진다.

두 사람의 로맨스뿐만 아니라 당시의 시대적 배경이나 그들이 살고 있는 스코틀랜드의 숲에 사는 모든 동식물에 대한 묘사까지... 상당히 많은 연구와 고증을 거쳐 탄생한 작품이라는 게 느껴져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그녀가 과연 현대로 돌아갔을 지...이후 두 사람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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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손길 페르세포네 × 하데스 1
스칼릿 세인트클레어 지음, 최현지 옮김 / 해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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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한참 그리스 로마 신화를 즐겨 읽을 때 신들이 하는 작태가 참으로 가당치 않아서 이런 신이라면 믿고 싶지도 않고 믿을 수도 없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도대체 신이라는 사람들이 권위도 없고 감정 기복은 죽 끓듯 하는 데다 자기감정에만 너무 충실해서 자신들 눈에 띈 사람들 꽁무니를 쫓기 바쁘다. 게다가 엄청난 외모지상주의까지...

그래놓고는 자신들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쉽게 죽여버리고 또 자신의 마음을 받아줬다 해도 자식을 낳고는 나 몰라라 하는 모습을 보고 어떻게 신으로서의 권위가 서고 대우를 바랄 수 있을까

참으로 난잡하기 그지없구나 하고 어처구니없어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럼에도 오늘날까지 신화가 사랑받는 건 신들이 가진 무한한 능력과 힘에 대한 동경 그리고 그런 절대자인 신과 인간이 한데 섞여 그 속에서 피어나는 욕망과 질투, 애욕을 비롯한 인간의 본성을 이야기로 너무 재밌게 풀어놨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 책 어둠의 손길은 그중에서도 저승의 신이자 죽음의 신인 하데스와 그의 연인인 페르세포네와의 로맨스를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그중에서도 로맨스 부분을 좀 더 에로틱하게 묘사한 에로틱 로맨스 판타지다.

한때 동화를 재해석한 여러 버전이 봇물처럼 유행했던 때가 있는 데 그것의 어른 버전이라고 보면 될 듯

봄의 여신 이자 대지의 여신인 데메테르의 딸 페르세포네는 어릴 적부터 자신의 존재를 숨기다시피한 채 자랐고 이제 인간들과 어울려 대학생활을 하는 등 평범한 생활을 하고 있다.

대부분의 신들조차 그녀의 존재를 알지 못하는 데 이는 엄마인 데메테르가 그녀를 온실에 가두다시피 한 채 과보호하며 키운 이유도 있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그녀가 신임에도 불구하고 신으로서 별다른 힘을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 그녀가 어떻게 저승의 지배자인 하데스와 만나 사랑에 빠질 수 있었을까?

페르세포네는 특히 하데스라면 치를 떨면서 그와 절대로 마주치지 말라는 엄마의 잔소릴 듣고 자라 오히려 그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이 충만했고 마침 그의 소유인 클럽에 갈 기회가 생겼을 때 엄마의 충고를 무시하고 그곳으로 가 마침내 소문의 그와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와 마주친 순간 자신도 모르게 전율했고 한순간도 그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엄마인 데메테르의 우려가 현실이 되어 그녀는 자신도 모르는 새 그와 계약을 맺고 저승과 현실 세계를 왕래하면서 그와의 관계가 깊어지게 된다.

신화를 바탕으로 했고 무대가 신과 인간이 공존하는 세상이라는 것만 다를 뿐 여느 로맨스 소설과 다를 바 없다.

서로 다른 세계에서 살던 남녀가 처음 만나 서로에게 빠지지만 처음 느끼는 감정에 당황해 자신의 감정을 부정하고 외면하려 하지만 서로에게 끌리는 마음은 어쩔 수 없어 결국은 서로 함께 하고자 한다는 설정도 그렇고 두 사람의 사랑을 방해하는 사람들의 출현 즉 악조의 등장 역시 여느 로맨스의 공식과 다르지 않다.

단지 그렇게 사랑에 빠진 대상이 사람이 아닌 신이라는 점만 다를 뿐...

그리고 성인을 대상으로 한 로맨스 소설답게 좀 더 에로틱한 묘사가 많다는 점 역시 이 책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매력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딸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자신의 손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하는 데메테르로 인해 오히려 스스로 성장해 자신의 힘을 깨칠 기회를 잃었다는 걸 깨달은 페르세포네가 스스로 여신으로서의 정체성을 찾고 주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사랑을 키워 나갈 수 있을지... 아마도 2편에서 그 부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신화를 재해석했다는 선입견을 가지지 않고 단순하게 로맨스 판타지 소설을 읽는다고 생각하면 좀 더 접근하기가 쉽지 않을까 생각한다.

무겁지않아서 부담없이 읽기에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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