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할 수 없는 상갓집의 저주
박해로 지음 / 네오픽션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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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갓집에서 뭔가를 불태우고 주문을 외우는듯한 이상한 행동을 하는 남자가 있다.
그의 이름은 조유식
초등학교 교사이자 젊은 남자인 그가 남의 눈을 피해서 몰래 하는 행위는 그가 누군가 간절히 죽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일명 저주를 부르는 무속의식이었고 그의 은밀한 소망은 이뤄지지만 그로 인해 주변에서 무섭고 소름 끼치는 일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이렇게 시작부터 강렬함을 보이는 살은 단순히 무당이 나오고 무속행위가 나오는 것이 아닌 여기에다 좀 더 근원적인 악의 공포를 섞고 있다.
그래서 마치 오래전 영화인 오맨을 보는 것처럼 음산하고 시종일관 인간의 힘으로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절대 악의 존재에 대해 무기력함을 느끼게 한다.
그렇다면 그는 왜 그렇게 잔인하면서도 무서운 행위를 하게 되었나 하면 그가 지금 남몰래 사귀는 여자와의 결혼에 느닷없이 등장한 새엄마라는 존재가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단순히 자신의 결혼에 방해가 된다고 이런 짓을 하는 건 아닌 것이 그와 새엄마 사이에는 오랜 원한이 존재하는데 그녀가 자신의 눈앞에서 자신의 아버지를 살해했을 뿐 아니라 사람들은 모르는 그녀의 꺼림칙한 비밀에 대해 윤식이 어느 정도 눈치를 채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대를 이은 원한 관계인 두 사람에게 그의 연인인 영희라는 여자가 등장하면서 단순히 꺼림칙하고 불편해서 피해야 하는 존재였던 새엄마가 반드시 세상에서 죽어 없어져야 할 존재로 바뀌게 된다.
여러 번의 무속의식을 하는 동안 그의 수상한 행동을 눈치챈 사람 역시 나타나게 되고 그가 하는 행동에 대해 그 의미를 눈치챈 사람 역시 나타나게 되지만 어찌 된 일인지 그의 행위를 반대하거나 말리려는 사람은 급살을 맞는다.
마치 그의 행동을 막지 말라는 경고처럼...
새엄마 역시 그의 바람대로 처절하게 고통받다 죽음을 맞지만 이것은 또 다른 시작이었다.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근원적인 악과 그 힘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 살은 우리의 전통신앙인 무속신앙 속 신내림이라는 것에다 서구의 엑소시즘을 결합해 이색적이면서도 보다 강력한 힘으로 독자를 구속한다.
시작부터 강렬할 뿐 아니라 스토리가 어디로 갈지 짐작하기 어려워 더욱 몰입하게 하며 어설픈 지식의 나열이 아닌 많은 자료를 충실히 조사한 듯 스토리가 탄탄하다.
단순히 선악의 구도로 몰고 가거나 혹은 인류의 구원이라는 너무 거창하게 풀어 오히려 흥미를 잃게 하는 우를 범하지 않고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며 공포의 강도를 높이고 있어 읽으면서 숨이 가파짐을 느끼게 했다.
그리고 흔한 결말로 끝맺지 않은 점도 참신하게 느껴지는데 처음 읽은 작가의 작품이라 다음 작품은 또 어떤 이야기를 들고 나올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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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풍선이의 죽음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 12
M. C. 비턴 지음, 전행선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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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빨간머리의 성질 나쁜 순경 해미시가 돌아왔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고지마을 로흐두에 이번에도 외지에서 한 남자가 들어와 온 마을을 휘젓고 다닌다.
미국에서 프로레슬러로 활동했다말하는 랜디 두건은 마을 사람들이 모여드는 술집에 죽치고 앉아 사람들에게 공짜술을 돌리면서 인심을 샀지만 그의 허세에 점점 사람들이 그에게 염증을 느끼던 중 다툼이 일어나고 이를 말리던 해미시 역시 욱하는 마음에 그와 결투신청을 하게 된다.
경찰신분으로 민간인과 싸움을 한다는 건 자신의 직업마저 위태롭게 할수 있는 중대한 일이라 해미시는 사태를 되돌리고 싶어 전전긍긍하지만 이 말많고 소문이 빠른 동네에선 당장 그와의 싸움에 돈을 걸기도 하는 둥 마치 신나는 오락거리처럼 전락한다.
이제 발을 뺄수도 없는 처지가 된 해미시
하지만 그의 처지를 동정하듯 두건은 약속시간에 안나타났을 뿐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서 잔인하게 피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 역시 살인용의자에 오르게 되고 그를 싫어하던 블레어경감을 비롯한 타지역동료들은 신이나서 수사를 진행하지만 용의자를 검거하는 일이 쉽지않다.
이곳사람들은 자신들 역시 평소에 빈둥거리고 게으름피우길 좋아하며 공짜커피를 마시고 다니는 해미시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타지역사람들이 그를 괴롭히거나 부당한 취급을 하는 건 못보는 츤데레같은 사람들이었기에 그를 수사에서 빼고 용의자취급하는 타지역경찰들에게 비협조적일수 밖에 없다.그의 직위를 복권하기위해 데모를 하는것만 봐도 이곳사람들이 얼마나 제멋대로에다 고집불통외통수인지 잘 알수 있다.
또한 그들이 이미 내린 결론에 의문을 재기하는 해미시는 자신의 경찰 신분을 걸고 몰래 단독수사를 진행하면서 피해자인 두건의 정체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되지만 끝난사건을 뒤집는다고 생각하는 경찰본부와도 마찰을 빚을 뿐 아니라 이번엔 범인이 그의 목숨까지 노리는 위기를 맞게된다.
시리즈 회를 거듭할수록 고지마을 사람들 특유의 폐쇄적이면서도 남의 이야길 하는것 밥먹는것보다 좋아하고 겉으로 하는 말과 조금은 다른 행동을 하는 그들의 행동이 익숙해지면서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해주고 여기에 그의 끝난듯 끝나지않은 프리실라와의 연애사 역시 시리즈의 흥미를 돋우는 역활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번에도 그들 사이에 질투와 관심을 가지게 할 새로운 커플이 등장해 각자의 파트너를 두고도 프리실라와 해미시에게 접근하는 그들과는 어떻게 될지 과연 그동안의 인연을 버리고 각자 새로운 파트너를 맡게 되는건지 흥미진진하게 전개되는데 이 남자 얼핏보면 볼품없이 깡마르고 키만 큰데다 남자로서 야망도 없는 조금은 한심하게도 보이지만 은근히 여자들에게 인기가 있어 염문을 자주 뿌릴 뿐 아니라 결정적으로 영리하며 남과 다른 통찰력을 보여준다.
조용하고 한적한 고지마을이라는 이름에 안어울리게 여러건의 살인사건이 발생한 우리의 로흐두마을은 이제까지의 평판을 언제까지 유지할수 있을지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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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세상
톰 프랭클린.베스 앤 퍼넬리 지음, 한정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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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전작 미시시피 미시시피를 너무 재밌게 읽어서 망설임 없이 선택 구매한 책인데도 불구하고 이제서야 읽었다.
왜 그랬을까 하고 생각해보니 이 책의 시대적 배경이 요즘이 아닌 금주법이 시행되던 시기의 이야기라 선뜻 손이 안 갔던 것 같은데 읽고 보니 왜 진작 안 읽었나 싶다.
1927년은 금주법이 절정이던 때지만 술을 원하는 사람은 넘쳐나 밀주가 돈이 되던 시기였다.
밀주 단속원 잉거솔과 햄이 밀주 단속을 하다 사라진 단속원을 찾아 미시시피강을 끼고도는 작은 마을 하브 나브에 오면서 모든 일이 시작된다.
보잘것없는 작은 마을인 이곳에서 마치 황제처럼 돈을 써대는 제시...그런 그의 주변에서 너무도 당연하게 돈을 받아쓰는 부패한 사람들
누구나 알고 있듯이 그는 밀주를 팔아서 돈을 버는 밀주업자였지만 사람들이 모르는 사실이 있다.
그에게 밀주를 만들어 공급하는 사람은 바로 그의 아내인 딕시 클레어였고 이 사업이 번창할 수 있었던 건 그녀의 탁월한 재주 때문이었지만 그 당시를 살았던 여자들 대부분이 그렇듯 그녀는 별다른 권한이 없었다. 그가 그녀로 인해 번 돈을 흥청망청 써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시의 매력에 끌려 어린 나이에 그를 따라 이곳으로 온 딕시지만 곧 그와의 결혼생활은 파탄이 났고 그녀에게 유일한 희망은 자신의 아기를 낳아 키우는 것
하지만 그녀의 바람은 어이없이 끝장나고 이제 아무런 희망도 없이 그저 하루하루 밀주를 만들며 살아가던 그녀에게 밀주 단속원 잉거솔은 부모를 잃은 갓난아기를 맡기면서 딕시의 삶은 변화를 맞는다.
1927년은 시기적으로 금주법의 거의 끝 무렵이었을 뿐 아니라 미국에서 일어난 가장 강력한 홍수가 있었던 해이기도 하다. 또한 우리에게도 유명한 후버가 정치적 야망을 가지고 선거에 임하던 시기이기도 했다.
이렇듯 정치적으로도 시기적으로도 드라마틱한 요소가 많은 1927년의 시대적 배경도 이야기 속에서 잘 버무려져 있다.
그리고 이곳 하브 나브는 미시시피강의 굽이진 말편자 모양을 한 지리적 특성 때문에 오랫동안 비가 내려 미시시피강 주변지역 전체의 강수위가 위험지점에 다다랐을 때 다른 지역의 사람들이 먼저 이곳의 둑을 허물어 이 지역을 침수시킴으로서 다른 지역을 보호하려는 방침을 세웠을 정도로 특이한 지형이었다.
당연하게도 이 지역 사람들은  오랫동안 살았던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돈도 거절한 채 목숨을 걸고 제방을 쌓으며 물과 싸웠지만 마을을 수몰시키고자 하는 세력의 힘 또한 만만치 않았다.
이런 때 사라진 밀주 단속원의 행방을 찾기 위해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몰래 숨어든 잉거솔과 햄 그리고 그들을 의심하는 제시는 서로를 속이면서 서로의 속내를 들여다보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누군가 마을의 제방을 무너뜨리기 위해 다이너마이트를 탈취한 사건이 벌어지고 사람들의 긴장감은 하루하루 높아지는데 지독한 비는 그칠 줄 몰라 사람들을 더욱 지치게 한다.
이제 밀주 단속이 문제가 아니다.
마을의 제방이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이 거센 폭우로부터 마을을 지켜낼 것인가...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은 하루하루 다가오지만 딕시는 자신의 아기를 가질 수 있게 된 게 너무 행복하기만 하다.
이 아이는 절대로 쉽게 놓치지 않으리라 결심한 딕시는 아기와 함께 위험을 피해 떠나기로 하지만 이것조차 쉽지 않다.
밀주와 대홍수라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드라마틱한 전개를 펼쳐낸 톰 프랭클린은 탁월한 이야기꾼임에 틀림없고 그가 만들어 낸 딕시라는 여자 역시 상당히 매력적이다.
스스로 생각할 줄 아는 여성이면서도 원하는 걸 얻기 위해선 뭐든 할 수 있는 여성... 당시의 시대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캐릭터이기에 그녀의 행동을 응원하게 된다.
홍수로 인해 모든 것이 잠겨버리는 상황의 묘사를 너무나 실감 나게 그려놓았을 뿐 아니라 이런 상황에서도 정치적 노림수를 가지고 치열하게 싸워대는 사람들의 모습과 이에 반해 자신 역시 위기 상황임에도 다른 사람을 구하고자 하는 희생적인 모습을 보이는 사람 등 여러 인간 군상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놓아 단숨에 읽게 하는 몰입감을 줬다.
 그렇지만 뭐니 뭐니 해도 순식간에 몰아닥치는 물의 폭력성을 생생하게 묘사한 점이 가장 인상적이었던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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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한 사람이면 어때서
유정아 지음 / 북폴리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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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살기가 너무 팍팍하고 어렵다는 소릴 많이 듣는다.
아니 피부로 직접 와닿는달까... 젊은 층은 몇 년째 취업전쟁 중이고 기성세대는 자고 나면 오르는 집값 걱정에 길어진 수명으로 인한 노후 걱정,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사회 기본망 부실에 대한 불안 등등 지금 우리는 불안한 날을 보내고 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작은 일에도 흥분하기 쉽고 쉽게 폭력을 휘두르거나 폭언을 하는 등 화가 가득한 세상에 살고 있다는 걸 느낀다.
사람들 마음속에 남보다 뒤처지면 어떡하나 하는 불안감이나 나보다 잘 나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느끼는 자격지심 같은 게 결국은 이런 식으로 표출되는 것인데 여기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지 않을까
하지만 꼭 성공을 해야만 하나? 남보다 더 잘 나가야만 하나? 남보다 더 부자여야만 행복할까 하고 뒤집어 생각하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걸 아는데 늘 우리는 주변을 둘러보고 비교해가며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속상해한다.
이런 사람들에게 이 책에선 꼭 성공해야만 하나 하는 의문을 던진다.
그냥 작은 것에 만족하고 자기가 하는 일에 행복해하며 그냥 살아가면 안 되나 하는 의문을 시시한 사람이면 어때서라는 제목으로 우리에게 화두를 던진다.
이런 사람들이 늘어간다는 걸 느끼게 하는 게 요즘 유행하는 소확행 이란 말이 아닐지...
이 책을 쓴 저자 역시 이런 길을 걸어왔던 자신의 경험을 적은 거라서 어설픈 위로나 다 괜찮아질 거라는 섣부른 낙관론을 이야기하지 않아서 더 와닿는 글이 많다고 느껴졌다.
수없이 치른 취업시험과 면접에서 떨어진 경험으로 인해 한없이 작아지고 위축되던 때의 심경도 그렇고 가까스로 들어간 회사에서 너무나 쉽게 퇴직 권고를 받았을 때 느꼈던 자괴감 같은 건 사람을 한없이 작아지게 만들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주변 사람들이나 가족들에게 자신의 상처를 화풀이하듯 풀었던 그때를 되돌아보면서 쓴 글은 진짜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은 알 수 없는 감정들이었다.
여기에 자신이 느꼈던 심정을 담담하게 써놓고 노력하면 이겨낼 수 있다고 힘내라는... 이런 책에서 흔히 하는 어설픈 위로의 말이 없어 더 마음에 들었다.
장애인들을 위한 시설에 대한 글을 쓰다 남들은 미처 몰랐던 걸 먼저 알았다는 이유로 자신이 마치 그들을 남들보다 더 안다는 착각을 했다는 걸 깨달았다며 쓴 글 중에서 우리는 모두 다른 곳을 보고 있기에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당연하다는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나 역시 어렸을 때는 몰랐던 것인데 나와 다른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많이 듣고 많이 이야기해서 서로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것인데도 서로 듣기보다 자신의 이야기만 하려는 사람들로 넘쳐나는 요즘 사람들이 귀담아들으면 좋을 내용이었다.
직장생활 몇 년 만에 학자금 대출을 다 갚고서 저자가 느낀 점 역시 와닿았다.
대출을 다 상환했기에 이제는 언제든 직장을 퇴사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었고 그래서 오히려 일에 능률이 오르고 자신감이 생겼으며 직장생활이 활기차졌다는 글을 보면서 오늘을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살아가는지 새삼 깨달았다.
당장 내일 갚아야 할 대출금 때문에라도 불합리한 임무라도 일을 해야만 한다는 건 스스로 얼마나 위축되고 주눅 들게 하는지를 나 역시 잘 알기에 저자가 느꼈던 해방감을 이해했다. 슬프게도...
빚을 내서라도 꼭 남들이 다 사는 아파트에서 살아야 하는지... 꼭 남들같이 배기량이 큰 차를 타야만 하는지... 한 번쯤 다시 생각해볼 만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조금만 발상을 전환해 생각하면 이렇게 스스로를 묶고 규정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좀 더 홀가분하고 스스로가 하는 일에 좀 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수도 있다는 걸 깨닫는다.
이런 게 소확행이 아닐지...
읽으면서 공감이 되는 글도 있었고 아... 나만 뒤떨어진 건 아니구나 하는 위안도 얻었고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게 한 책이었다.
시시한 사람이면 어때서... 작은 것에도 감사하는 소박한 행복을 느끼는 삶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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팡쓰치의 첫사랑 낙원
린이한 지음, 허유영 옮김 / 비채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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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내용에 대해 어느 정도 정보를 알고 읽었는데도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하고 참담하며 깊은 수렁에 끌려가듯 내 기분까지 축축 처지게 한 책이었다.
어린 나이의 소녀가 당한 성폭력
소재 자체만 해도 쉽지 않은데 이 모든 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며 게다가 이 작품을 쓴 작가가 결국 자살을 했다는 정보는 선뜻 책에 손이 안 가게 하는 요소였지만 일단 책을 손에 든 후에는 막힘없이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절망적인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소리 내 절망하거나 울분을 토하지 않고 그저 담담히 적어내려간 글 때문인지 오히려 소녀가 느꼈을 그 암담함이나 절대 고독 같은 게 더 와닿았던 것 같다.
13세라는 어린 나이에 믿었던 선생님으로부터 당한 성폭력은 가장 친한 친구를 포함, 어디에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을 만들었고 그 비밀의 무게로 인해 반짝반짝 빛나던 소녀가 점점 어둠으로 끌려 들어가 끝내는 스스로를 놔버리게 만든 그 과정을 보면서 왜 누구도 그녀의 변화를 눈여겨보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깊은 탄식이 되어 흘러나왔다.
그럼에도  팡쓰치 이 어린 소녀가 누구에게도 자신이 당한 일을 말할 수 없었던 이유를 보면서 과연 우리 주변에도 누군가에게 이런 일을 당하는 아이가 있다면 마음 놓고 주변에 도움을 청할 수 있는 환경인가 자문해보면 긍정적인 답을 할 수 없다는 걸 안다.
그래서 팡쓰치의 처지가 안타까우면서도 그런 그 아이의 선택 또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어린 소녀가 누군가에게 강제 성폭행을 당했다면... 게다가 가해자로 지목되는 사람이 사회적으로 높은 신분이나 혹은 인정받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우리 사회는 가해자보다 오히려 피해자인 소녀에게서 문제를 찾는 경우가 많다.
그 아이가 행동을 이렇게 해서 혹은 옷차림이 나빠서 혹은 나쁜 목적을 가지고 오히려 그 아이가 먼저 접근해서 유도했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 어린 눈초리로 피해자를 두 번 울린다.
여기에서도 어린 팡쓰치에게 접근해 몹쓸 짓을 한 사람이 유명 학원의 문학 강사이자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사람이며 외모적으로도 호감 가는 인상을 가진 유부남이라 그런 남자가 몹쓸 짓을 했다는 걸 믿지 않는다. 아니 믿지 않는 것보다 믿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의 심리를 잘 파악하고 그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해 자신의 욕심을 채우는 리궈화라는 인간은 자신의 비겁한 행위를 사랑이라는 말로 포장하고 어린 팡쓰치를 유린한다.
그래서 그의 행위가 더더욱 용서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폭력으로 쓰치를 안고 난 후에도 쓰치의 부모 앞에서 천연덕스럽게 쓰치를 데려나갈 정도로 뻔뻔하고 파렴치한데 그가 이런 짓을 할 수 있는 데에는 모든 잘못을 일단 여자에게 덮어씌우는 사회적 분위기도 한몫을 한다.
그런 걸 너무나 잘 아는 리는 자신의 이런 행위가 사람들 앞에 드러나도 천연덕스럽게 마치 실수한 것 마냥 잘못을 비는 것처럼 해서 피해 가고 사회에서는 그런 그의 행위를 실수로 인정해주면서 그에게 면죄부를 주는 장면을 보고 피가 끓어올랐지만 지금 우리의 모습과 그다지 차이 나지 않다는 걸 알기에 허탈감도 들었다.
어린 소녀의 동경을 이용해 자신의 욕심을 차리고 계속 뻔뻔하게 이용하는 그를 보면서 낙원에서 이브를 유혹하던 그 뱀 같다는 생각을 했다.
모든 성폭력은 용인되어선 안되지만 특히 어린아이들을 상대로 하는 이런 폭력은 더 이상 있으면 안 된다. 혹시라도 이런 폭력에 노출되었다면 적어도 피해 사실을 밝힐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이런저런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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