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 3 - 진실의 문
안나 토드 지음, 강효준 옮김 / 콤마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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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딘이 늘 뭔가 비밀이 많은 남자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가 숨기고 있었던 비밀이 이토록 크면서 잔인할 줄은 짐작조차 하지 못했던 태사

마침내 하딘이 숨기고자 했던 잔인한 진실을 알게 되면서 또다시 헤어질 위기에 처하게 된다.

뭔가 잘못이 발각되면 잘못을 사과하고는 다시 원래대로의 관계로 돌아가선 또다시 같은 잘못을 저지르곤 하던 하딘조차 이번에 자신이 한 짓은 그런 평소의 잘못과는 차원이 다를 뿐 아니라 누구에게도 용서받지 못할 짓임을 알기에 태사에게 눈물로 사죄하지만 태사가 받은 상처는 너무 큰 데다 자신들의 만남조차 순수하지 못하고 나쁜 의도가 있었다는 데서 두 사람의 관계에 혼란을 겪는다.

하딘이 매력적이고 잘 생긴 그야말로 나쁜 남자의 전형 같은 타입이라서 오히려 단 한 번의 일탈도 없이 공부만 했던 모범생인 태사가 그의 자유분방함과 개성 그리고 반항적인 태도에 끌릴 수도 있다는 걸 알지만 그것 외에는 일반 성인의 눈으로 봤을 때 그의 태도나 행동은 도저히 잘생긴 외모 하나만으로 참고 넘어가 줄 수 없는 것이 많아 태사가 왜 이토록 그에게 빠져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지 솔직히 납득하기가 쉽지 않다.

하딘의 행동과 태도는 웬만한 십 대의 말썽꾸러기들보다 더 난폭하고 거칠 뿐 아니라 심지어 비열하기까지 하고 참을성이라곤 1도 없어 잘못을 빌면서도 자신의 감정이 조금만 상하면 버럭 하고 성질을 내는 ... 그야말로 어린 철부지나 다름없다.

그런데도 워낙 많은 여자가 따라서인지 정신적인 성숙도는 아직 10대 초반 즈음에 머문 것 같은데 육체적인 성숙도는 또 달라서 원하는 걸 얻기 위해선 성적인 걸 마음껏 이용하기도 하는... 그야말로 나쁜 남자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자신의 의지와 달리 속절없이 끌리는 태사가 이해가 가지 않으면서도 한편으론 이해가 가는 것이 그녀 역시 이제 갓 대학에 들어온 초년생인데다 이제껏 그녀의 주위엔 늘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심이라는 명목하에 감시를 하고 있었던 엄마가 있었지만 이제 대학에 입학하면서 이런 감시에서 벗어났을 뿐 아니라 그녀에게 관심을 가지고 다가온 남자가 대학에서도 인기인이자 잘생기고 섹시한 남자 하딘이었으니 그녀처럼 순진한 아이가 빠져나오긴 힘들기도 했을 것이다.

그래서 1,2편에서 하딘의 상처와 과거를 몰랐던 그녀가 그의 변덕스러움과 불같은 성질을 견뎌내지 못하고 잦은 다툼이 있었던 건 이해가 가지만 이제 둘이서 서로 잘 해내갈 것만 남은듯한 상태에서 이번엔 토네이도급 핵폭풍이 불어 둘 사이의 갈등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일보 전진하다 밝혀진 과거로 이보 후퇴하고 용서를 빌고 다시 관계가 진전되면 또다시 드러난 하딘의 악행으로 둘 사이는 냉각되다 다시 태사가 용서해주는 식의 패턴이 3권까지 이어져 다소 늘어진다는 느낌이 들지만 도대체 이 커플의 미래는 어떻게 될지가 궁금하기는 하다.

솔직히 로맨스 소설의 최대 수요자가 여성이란 점에서 남성 캐릭터의 매력이 많은 걸 좌우하는데 초반에 느꼈던 하딘의 남자 주인공으로서의 매력이 많이 상실된 것 또한 사실이기에 다음 편에 대한 기대치 역시 높지 않다.

다음 편에선 부디 하딘이 좀 더 분발해서 남주로서의 명예를 되찾기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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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나다
모리 에토 지음, 김난주 옮김 / 무소의뿔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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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살면서 늘 누군가를 만났다 헤어진다.
하지만 그 누군가가 나에게 어떤 변화를 주거나 혹은 변화의 계기가 되는 사람을 우리는 인연이라 하는 데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은 동물이라 그런 인연을 만나는 게 쉽지 않다.
이 책 다시, 만나다에서도 이런저런 이유로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의 사연을 담고 있다.
처음 제목을 보고 당연하게도 오래전 헤어진 연인이 다시 만난 거라고 예상했는데 처음 이야기부터 내 예상을 깨면서 시작한다.
그림을 좋아해서 엉겁결에 일러스트의 세계로 들어와 별다른 막힘없이 커리어를 쌓아가던 나는 타인들은 몰라도 내 그림에 그들이 말하는 깊은 의미나 철학 같은 게 없는 그저 텅 빈 그림일 뿐이라는 걸 알고 있었고 어느 순간 그런 괴리의 차가 벽에 부딪쳤을 때 만난 잡지의 편집자의 말과 그가 내 그림을 대하는 태도 등에서 용기를 얻어 원래 원했던 꿈을 찾아 파리로 가게 된다.
그리고 다시 돌아와 오랜만에 만났던 그 편집자는 마치 다른 사람처럼 변해있었고  글과 그림을 대하던 진지한 자세에서 어느새 다른 사람들처럼 바쁜 업무의 하나로 대하는 그를 보면서 실망하게 된다.
하지만 그와의 인연은 내가 원했던 꿈을 실현하는 작은 전시회에 초대하면서 또다시 이어지는데 그는 처음의 모습과 그다지 변하지 않은 모습으로 다시 돌아왔고 서로에게 여유로운 모습으로 다시 헤어진다.
이 첫 번째 단편 다시,만나다를 보면서 그와 처음 편집자로 만났을 때 그녀가 느꼈던 호감이 발전해 연인으로 가리라 예상했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그는 이미 유부남이었다는 것이 첫 번째 의외였고 두 번째 의외는 그들이 몇 년 후 다시 만났을 때 이번엔 진짜 무슨 연애 감정이 싹트지 않을까 했는데 결국은 서로의 꿈을 빌어주는 그야말로 인간 대 인간으로의 인연으로 끝맺는 걸 보면서 아... 내가 너무 속물적이구나 싶었다.
그리고 생각해보니 이성간이든 누구든 나와 말이 통하고 조금씩 변화해가는 걸 긍정적으로 지켜봐 주는 사람이 한 사람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일 것 같다. 그래서 그들의 인연은 아름답게 느껴진다.
백화점 식품부에서 사온 음식이 표시되어있던 재료가 아닌 다른 재료였음을 알고 어찌 된 일인지 연유를 묻던 여자가 어떤 대우를 받게 되고 그녀가 어떤 심정이었는지를 흥미롭게 그려낸 순무와 샐러리와 다시마 샐러드는 일상에서 한 번쯤 경험해본 이야기라 더 흥미로운데 그런 그녀가 백화점에 가기 전에 잠시 스쳐갔던 한 남자가 대낮의 거리에서 총격전을 벌여 인명을 사상한 사람이었다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되면서 그녀가 느꼈을 안도감이 제대로 느껴졌다.
사소한 일에 화를 내고 짜증을 내면서 보내는 하루가 어느 날 갑자기 뚝 끊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계기가 되면서 그녀는 다시 예전처럼 가족을 위해서 그리고 자신을 위해서 정성껏 밥상을 차리리라 결심하게 된다는 이야기
따로인듯한 세 남녀의 이야기가 왠지 환생의 이야기인 듯 서로 이어진 느낌이 강해서 묘하게 매력적이었던 꼬리등
그리고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매듭은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본 이야기라 더욱 공감이 갔다.
어린 시절 자신의 실수로 반 전체를 실망하게 했던 경험이 있는 여자는 클수록 그게 가슴속에 남아있어 자신도 모르게 위축되고 자존감이 떨어지기도 했지만 드디어 졸업한 지 몇 년이나 흘러 성인이 되어 그때의 반 친구들을 만나 그때의 이야기를 하면서 몰랐던 진실을 알게 된다는 이야기를 담은 매듭
사실 매듭은 누구나 다들 경험해본 이야기이기도 하다.
내가 생각했던 진실과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들여다보면 생각지도 못했던 이면이 드러날 때가 많은데 가만 생각하면 이런 차이는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사람이란 원래가 상대방의 입장보다 내 입장이 우선일 수밖에 없고 모든 걸 내 관점에서 생각하다 보니 이런 차이가 생기고 거기서 오해가 생기기 마련인데 매듭에서 그랬다.
오랫동안 자신을 옭아매던 매듭이 마침내 뚝 끊어지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새 출발할 수 있게 된 그녀가 느꼈던 해방감이랄까 시원한 마음이 저절로 느껴졌다.
이렇게 살면서 인연이든 혹은 과거의 어떤 년이든 사람은 늘 누군가를 만나게 되고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가는 동안 그 만남이 좋은 쪽이 될 수도 있고 서로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다.
이런 걸 늘 자각하며 살 수는 없지만 사람의 인연이란 어찌 될지 모른다는 걸 생각하면 조금은 조심스러워지기도 한다.
특유의 필체로 무겁지 않게 그려낸 사람들 간의 인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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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지만 죽고 싶지 않아
오키타 밧카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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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부터 강렬한 삶이 의지를 나타내고 있는 이 책은 저자의 경험을 토대로 한 웹툰이다.
웹툰의 형식을 빌리긴 했지만 내용의 무게는 가볍지 않다. 그
렇다고 지나치게 무거운 것도 아니어서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녀가 겪었던 일이 더욱더 무겁게 느껴지게 한다.
조금은 다르게 태어난 니트로는 요즘 말로 치면 아스퍼거증후군의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였지만 당시에는 이런 병명조차 낯설었던 때라 그냥 좀 모자라고 학습이 지진한 아이로 취급되어 친구들에게 무시당하고 심지어 선생들조차 그 아이를 무시하거나 심한 경우 자신의 감정 받이로 취급하기도 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니트로는 자신이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해도 혹은 선생님으로부터 심한 폭행을 당해도 자신이 왜 그런 짓을 당하는지를 몰랐고 자신이 모르는 일이니 부모에게 알리거나 주변에 도움을 청할 수도 없었다.
그런 점을 악용하는 담임의 행태는 분노와 공분을 불러일으키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우리 주변에도 이렇게 남과 조금 다른 아이나 사람에 대해 우리는 모른 척 외면하거나 그 사람을 꺼려 할 경우가 대부분인데 우리의 이런 태도는 웹툰 속에 나오는 담임의 폭력과는 다르지만 근본적으론 다르지 않음을 알기에 화를 내면서도 일면으로는 뜨끔한 면이 없지 않았다.
니트로는 자기만의 세계가 있어 다른 사람과의 감정 교류가 힘들고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수 없어 더욱 고립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아이는 지능이 없는 게 아니기에 왜 선생님이 자신을 때리고 괴롭히는지를 알 수 없어하며 매일매일 고통 속에 살면서도 학교를 빠진다는 생각은 할 수 없어 끝내는 선생님의 어떤 질문에도 답을 하지 않고 입을 닫는 걸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한다.


그리고 그런 니트로에겐 더욱 더 가혹한 폭행이 이어지고...그런 지옥같은 날을 보내는 니트로에게 아무도 도움의 손길을 보내거나 관심을 주는 사람조차 없다는 걸 보면서 그 애가 얼마나 외롭고 무서웠을지를 생각하면 속에서 울컥하는 마음이 들 정도로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매일매일 죽음을 생각하면서도 진짜는 죽고 싶지않다는 니트로의 마음이 절실히 느껴졌다.
아마도 이 내용을 글로 썼더라면 좀 더 무거웠을 것을 웹툰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조금은 가볍게 표현된듯하고 그런 점이 더 반향을 일으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매일매일 죽고 싶을 정도로 괴롭고 심지어 조금만 삐긋했으면 그냥 실행해버렸을 위기를 끝까지 버텨내 끝내는 원하는 일을 찾아 자신의 길을 걷게 되는 저자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용기와 위로를 얻었을 것 같다.
남과 조금만 달라도 색안경을 끼고 보는 각박해진 세상에 남과 좀 달라도 그건 다른 거지 틀린 것이 아니라는 걸 새삼 일깨워주는 책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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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항설백물어 - 상 - 항간에 떠도는 기묘한 이야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8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심정명 옮김 / 비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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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설백물어라고 하니 느낌상 발음상 좀 어렵게 느껴지지만 가만 보면 우리의 전설의 고향류와 비슷하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사람들의 입에서 전해오고  향토 문헌 같은 데에서도 짧게 언급되기도 한 다소 이상하거나 괴이한 사건을 모아놓은 기이한 이야기집이랄까
기담류나 괴담 같은 걸 소재로 현재에서 일어나는 이상한 사건과 연결해 그 이야기가 실제로 있었던 일인지 있을 수 있는 일인지를 요즘 말로 하면 좀 한량 같은 남자들이 서로 정보를 모아서 의견을 나눠보고 문제를 풀어보다 결국엔 좀 더 경험 많고 이런 쪽으로 더 선배인 자칭 잇바쿠 옹이라는 노인에게 자문을 구하면 그가 오래전 자신이 경험했거나 전해 들은 이야기를 풀어놓는 식의 전개를 하고 있다.
그러니까 이야기 속의 이야기 구성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이런 식이어서 더 할아버지로부터 듣는 옛날이야기 같은 느낌이 강하다.
때는 바야흐로 메이지 유신이 있고 일본이 개화한지 그다지 오래되지 않은 때라 직업의 변화가 있었고 번이니 가신이니 하는 체제가 사라졌지만 아직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데 익숙하지 않은 신구가 뒤섞인 시기
그래서일까 신기하거나 이상한 사건이 벌어지면 사람들은 맨 먼저 저주나 원한, 지벌이라는 비과학적이면서 토속적인 신앙 같은 것에 많이 기대는 경향이 있다.
여기에 자신들은 신식이고 이성적이라 생각하는 요지로, 겐노신, 소베, 쇼마 일행은 세상에서 일어나는 기이한 이야기를 흥미 삼아 재미 삼아 모아서 그 기담의 뿌리를 연구하는 재미에 푹 빠져있을 뿐 아니라 서로 간에 누가 제대로 그 출처를 찾아서 근거를 제시하는지 경쟁하고 있는 관계다.
여기엔 3편의 기이한 이야기가 실려있는데 우리에게도 도깨비불이라 불리는 신기한 불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하늘 불과 집안의 길흉과 관계있다고 여겨지는 뱀의 상서로운 기운을 담은 상처 입은 뱀 그리고 섬에 모시고 있는 에비스 상의 얼굴이 붉어지면 섬이 멸한다는 무서운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는 붉은 가오리가 있는데 개인적으론 가장 섬뜩하고 기괴하게 느껴진 건 역시 붉은 가오리였다.
하늘 불과 상처 입은 뱀은 우리에게도 다소 익숙한 내용이었고 특히 권선징악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사건의 해결 과정이 다소 과장되고 부풀려져 있어도 어느 정도 납득이 가능한 이야기였지만 붉은 가오리에 담긴 내용은 내용도 내용이지만 섬마을 전체가 한 사람을 모시고 그의 모든 명령에 따를 뿐 아니라 표정조차 없이 온 섬을 다니면서도 왜 이런 삶을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나 불만도 없는 그야말로 살아있는 시체나 다름없는 그 사람들을 떠올리면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공포스럽기 그지없다.
그래서 처음에 그 사람들에 대한 묘사를 보면서 잇바쿠 옹 즉 모모스케가 느낀 그들에 대한 연민에 공감하다 결정적인 순간 그들이 보인 행태를 본 후에는 아무런 죄의식이나 어떠한 의문도 없는 집단이 자신들이 옳다고 믿는 대로 행하는 신념의 행동이 폭력이나 다름없음을 보면서 처음에 느꼈던 연민은 사라지고 그들 위에서 군림하며 호의호식한다 여겼던 섬주인에게 오히려 연민을 느끼게 했다.
섬주인이야말로 그들에 의해 모든 것을 빼앗긴 채 사육되고 받들어지는 동물이나 다름없었음을... 그래서 그들은 서로에게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일 수밖에 없는 악순환의 고리에 갇혀있고 그 섬은 지옥에 한없이 가까운 곳임을 깨닫게 되면서 책을 읽고 난 뒤에도 그 여운이 길게 남았다.
두고두고 생각할수록 섬뜩한 이야기여서 뒤에 나온 기담들 속 사건은 오히려 명쾌하게 느껴졌달까
일견 터무니없는 듯 귀신 장난 같은 사건을 들여다보면 사람들의 희로애락과 인간이 사는 도리, 삼라만상에 관한 모든 것들이 섞여지고 아우러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인지 마치 옛날이야기 그중에서도 특히 악인은 벌을 받는다는 권선징악적 메시지가 강하게 느껴져 무서운듯하면서도 어딘지 시원함을 느끼기도 하는데 역시 이런 건 긴 밤 지루함을 달래주기엔 딱인 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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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크 미 위드 유
캐서린 라이언 하이드 지음, 이은숙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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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뿐인 아들을 어느 날 갑자기 사고로 잃어버리고 방황하던 남자가 어린 두 소년과 함께한 한 여행으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고 서로의 인생이 변해가는 과정을 그린 이 책은 마음에 울림을 전할 뿐 아니라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다.
늘 곁에 있을 거라 믿었던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는 남은 사람에게 너무 큰 상흔을 남기는데 그 대상이 자식일 경우는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아프고 먹먹해진다.
이 책의 주인공인 오거스트가 그런 불운한 케이스이다.
사랑하던 아들이 아내가 운전하던 차에 타고 가다 교통사고를 당한 사고는 오거스트에게서 단순히 아들만 빼앗아 간 게 아니었다. 그때까지 평온했던 그의 인생이 무너지고 가정이 붕괴되어 버리고도 슬픔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생활을 연명하며 그저 하루하루를 버텨가는 그의 유일한 낙은 여름휴가 때 아들과 함께 하려던 계획을 혼자서라도 지키는 것이었는데 휴가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그의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의 운송수단인 캠핑 카가 고장 난 것인데 이 차를 고치는 남자의 부탁으로 그의 두 아들과 함께 여행을 하게 되면서 처음의 어쩔 수 없어 맡았던 아이들에 대한 사랑으로 오거스트는 조금씩 변해가고 마침내 아들의 죽음을 인정하게 된다.
오거스트는 자신은 몰랐지만 아들의 죽음을 인정할 수 없어 더 괴로웠고 술을 마신 채 운전한 아내의 잘못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그녀에게 원망하는 마음이 있었다는 걸 아이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인정하게 되면서 조금씩 슬픔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이들의 여행은 오거스트뿐만이 아니라 두 아이 세스와 헨리에게도 큰 영향을 미친다.
어릴 때 엄마가 어느 날 갑자기 자신들 곁을 떠났지만 누구도 그 이유에 대해 말해주지 않았을 뿐 아니라 아빠 역시 낮에는 아이들을 잘 돌보지만 밤이 되면 술을 마시기 위해 집을 비우곤 했고 그럴 때마다 두려움에 떨어야 했던 아이들은 아빠 역시 자신들 곁을 떠날 것이 두려워 늘 아빠의 눈치를 살펴야 했는데 아이들은 부모에게 보호를 받아야 하고 누구보다 무엇보다 자신들이 가장 우선할 권리가 있음을 오거스트와의 대화를 통해 깨닫게 되면서 아이들도 변하게 된다.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가장 좋았던 것은 형편 때문에 혹은 늘 일이 끝나면 술을 마셔야 하는 아빠 때문에 어디로도 갈 수 없고 꿈조차 꿀 수 없었던 자신들이 너무나 아름답고 큰 대자연을 보면서 어른다운 어른과 대화를 할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들에게 오거스트가 영웅처럼 느껴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서로 같이 자고 같이 먹고 같은 걸 보면서 많은 대화를 통해 서로에게 위안과 위로를 얻게 되는 모습은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오는데 이 들의 관계는 누가 누구에게라는 일방적인 방향이 아니라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끼쳤다는 점에서 더욱 멋진 파트너였다.
밤이 되면 늘 집을 비우는 아빠를 대신해 어린 동생을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자신 역시 어른의 도움이 필요한 아이임에도 많은 것을 혼자서 해결하려고 했던 세스는 조금은 아이다워졌고 자신의 생각과 요구를 아빠에게 할 수 있게 되었으며 아빠의 반복된 거짓말에 상처를 받아 입을 닫아버린 어린 헨리 역시 마음을 열고 조금씩 대화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아이들에겐 거창한 그 무엇보다도 이 단 한 번의 우연한 기회에 얻은 여행이 그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게 된다.
그리고 나이를 먹는다고 다 어른이 어른다워지는 건 아니라는걸... 스스로의 삶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어른이라는 걸 알게 되는 두 소년은  여행을 통해서 훌쩍 성장하게 된다.
서로에게 위로와 위안이 되고 영향을 받으면서 그들이 하는 여행은 책을 읽는 동안 이런 여행을 해보고 싶다는 로망을 품게 할 정도로 매력적이었고 책에서 묘사하는 미국 서부의 계곡들과 국립공원의 장면 장면들은 그곳에 꼭 한번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오거스트와 두 소년이 서로에게 가지는 애정을 통해 꼭 피를 나눈 사람만이 가족이 아님을 알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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