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태어나다
아사이 료 지음, 권남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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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른이라고 하기엔 아직 어리고 그렇다고 청소년은 아닌... 갓 스물이 된 아이들이 각자가 어른이 되기 위해 어떤 틀을 깨고 나오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아사이 료의 다시 한번 태어나다는 작가의 다른 작품인 누구 에서처럼 청춘의 그 미묘한 심리를 잘 파악하고 있어 감탄하게 한다.

단편으로 되어 있지만 서로 연결되어 있어 등장인물이 각각의 챕터에서 교차되어 등장하고 그 챕터에선 몰랐던 사실을 다른 챕터에서 다른 사람의 입이나 에피소드를 통해 그 사람의 진심이 드러나게 한다.

친구와 셋이 있던 방에서 잠깐 조는 사이 누군가가 시오리에게 키스를 했다.

그 사람은 누굴까? 잠깐 고민하지만 그 방에 남녀 비율은 여자 둘에 남자 한 명... 그렇다면 당연한 결과지만 잠시의 틈으로 누구였을까를 고민하는 부분에서 시오리는 무의식적으로나마 어떤 걸 예감하고 있었던 것 같다.

화려한 외모로 단숨에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히짱이지만 그녀는 무리 짓는 여자들 틈으로 들어가길 거부한 뒤로 반에서 약간 아웃사이더이다. 하지만 전혀 개의치 않는 그녀를 동경하는 시오리와 그녀를 바라보는 히짱 그리고 그런 히짱을 짝사랑하는 동기생... 물론 이 동기생을 좋아하는 여학생도 있다.

사랑이 청춘만의 특권은 아니지만 역시 청춘 하면 떠오르는 게 이런 맘대로 되지 않는 사랑에 고민하고 갈등하면서 조금씩 알게 모르게 성장해간다는 건데 그런 의미에서 조금 다른 사랑 역시 나름의 의미가 있을 것이다.

또 다른 챕터에 등장하는 하루와 나츠 남매 이야기는 좀 더 울림이 크게 와닿는다.

고교 때부터 댄스로 각종 상을 타고 이름을 날렸던 하루는 역시 고교 때부터 각종 미술상을 휩쓸었던 오빠인 나츠와 온갖 걸 이야기하며 의논하는 여느 남매 완 달리 좀 더 각별한 관계였다.

하지만 그런 것도 잠시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좀 더 체계적인 댄스를 배우기 위해 댄스 전문학교에 들어간 후부터는 오빠와 대화는커녕 제대로 얼굴조차 보지 않는 관계가 된다.

댄스학교에서 제대로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했을 뿐 아니라 어렸을 때부터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교육을 받아서 이 자리에 온 여느 아이들과 달리 그저 춤이 좋아서 느낌대로 자유롭게 춤을 췄던 자신은 무대 위에서 고교 때처럼 주인공이 될 수 없다는 걸 인정할 수 없어 방황하면서 스스로 위축되고 자격지심이 생긴 탓이기도 하다.

게다가 자신은 좋아하는 춤을 제대로 추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을 하는 것에 비해 자신 주위의 사람들은 그저 태어나면서 얻은 재능이나 외모 하나만으로 별다른 노력조차 하지 않은 채 안주하고 있다 생각해서 마음속으로 그들을 경멸하고 비웃으며 자신은 그들과 다르다는 우월감이 있었지만 고교를 졸업하고 스무 살이 된 지금 자신이 비웃었던 그들은 각자의 길을 차근차근 걸어가고 있지만 자신만 제자리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자신이 비웃었던 그들도 자신이 몰랐을 뿐 각자의 자리에서 나름대로 엄청나게 노력하고 있었다는 걸 어느 순간 깨닫으면서 더욱 위축된다.

사실은 그녀 자신도 알고 있었으리라. 자신이 빛날 수 있었던 건 딱 고등학교 때의 아무것도 몰랐던 그 시기뿐이라는 걸... 세상에 나와보면 인정하기 싫지만 자신보다 더 재능을 가지고서도 엄청나게 노력하는 사람이 부지기수이며 자신이 위치를 정확이 깨닫는 순간이 바로 아이에서 어른이 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을 너무나 찬란하고 빛나게 그렸던 오빠의 그림을 제대로 볼 수 없었던 그녀의 심정이 십분 이해가 가기도 한다.

또 다른 챕터에서는 늘 이쁘고 뭐든 쉽게 해나가던 쌍둥이 동생을 질투하던 자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원래 자매지간에는 미묘한 경쟁심과 질투가 있는데 하물며 나랑 같은 날 태어난 나와 똑같이 닮은 얼굴의 자매가 있다면... 게다가 커갈수록 그 애는 점점 더 빛나서 주변 사람들에게 늘 관심과 인기를 끈다면 나라면 그런 동생을 바라보는 시선이 마냥 곱지만은 않을 것 같다.

뭘 해도 비교되고 심지어 외모마저도 어느샌가 차이가 나게 된 쌍둥이 동생을 부러워하다 결국은 그녀에게 온 연락을 차단하고 스스로 동생 쓰바키가 되어 그녀인 척하지만 스스로 그런 자신이 비참하게 느껴져 고즈에는 괴롭다.

하지만 그런 그녀에게 위험해 보이지만 그냥 한번 뛰어 내려보라는 말을 하는 영화감독 지망생.... 무섭고 두렵지만 하고 보면 별것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는 고즈에는 새롭게 태어난 듯한 기분마저 느끼게 된다.

이렇게 각각의 챕터에서 청춘들의 고민과 갈등을 현실적으로 그려놔서 많은 공감을 하게 한다.

게다가 자신이 보는 시각과 전혀 다른 시각에서 보면 어떤 사실은 전혀 다르게 보일 수도 있다는 걸...틀을 깨지않으면 앞으로 나아갈수 없다는 걸 작가는 이야기하고 싶은듯 하다.

더 이상 어리다고 어리광을 부릴 수도 무섭다고 달아날 수도 없는... 어른인 척 걸어가야 하는 청춘들의 이야기

짧지만 많은 걸 생각하게 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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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와 나오키 1 - 당한 만큼 갚아준다 한자와 나오키
이케이도 준 지음, 이선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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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리맨으로 산다는 건 때론 자신의 공을 직장 상사에게 가로채이기도 하고 때로는 자신이 책임져야 할 부분이 아님에도 어쩔 수 없이 덮어쓰는 일 같은 건 억울하지만 참아야 한다는 걸 말한다.

뭐... 우리 회사는 안 그렇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곳이 직장이라는 걸 대부분의 사람은 공감할 것이다.

억울해도 밥줄이 달려있어서... 대출금을 갚아야 하니까 더러워도 참아야 하고 그러다 보니 늘어나는 건 흰머리와 홧김에 마신 술 때문에 찐 두둑한 뱃살뿐

그래서일까 직장에서 한낱 평범한 월급쟁이가 자신의 상사를 상대로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걸로 모자라 자신에게 덮어씌운 부당한 일을 원래대로 돌려놓으며 나쁜 놈들에게 크게 한 방 먹인다는 설정을 가진 한자와 나오키를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끼고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아마도 그런 점들이 이 책과 드라마가 공전의 히트를 친 요인이 아닐까 싶다.

거품이 한창일 때 남들이 부러워하는 은행 그것도 산업 중앙은행으로 입사해 앞길이 창창할 것 같았던 한자와와 입사 동기들의 앞날은 예상과 달랐다.

거품의 붕괴는 누구도 단 한 번이라도 생각해본 적도 없는 은행의 파산이라는 결과를 가져왔고 남은 은행끼리 통폐합이라는 구조조정을 거쳐 거창하고 원대했던 꿈은 저 멀리 사라지고 그저 다른 회사원들과 다를 바 없는 그저 그런 은행원으로서의 삶을 살아가던 이때 새롭게 부임한 은행장이 자신의 실적을 위해 한 중소기업의 대출을 밀어붙이면서 사달이 난다.

한자와는 처음부터 이 대출 건이 영 찜찜했다.

오래되고 유망한 중소기업이라는 서부 오사카 철강은 공장 내 분위기도 어딘지 어수선하고 사장 히가시다의 태도 역시 은행에서 온 사람들에게 대출 따윈 필요 없다는 시그널을 보내면서도 지점장의 면담 요청에는 쉽게 응하는 등 어딘지 미심쩍게 느껴졌지만 실적에 애타는 지점장은 융자과장인 한자와가 제대로 서류를 살펴볼 틈도 안 주고 급행으로 일을 진행해 덜컥 5억 엔이라는 거금을 내주고 만다.

하지만 불과 6개월도 지나기 전 서부 오사카 철강은 부도를 내고 사장은 어디론가 잠적해버렸는데 아사노 지점장은 마치 이 모든 잘못이 분식회계를 알아보지 못한 한자와의 탓인 것 마냥 몰아붙이는 걸로 모자라 본사 인사부에도 실사를 요청하는 등 한자와에게 책임을 묻기 바쁘다.

입사 동기인 도마리는 본사의 분위기를 파악해 한자와에게 얼른 대출금을 회수할 방법을 찾지 않으면 모든 책임을 한자와가 뒤집어쓰도록 아사노를 비롯해 본사의 몇몇 인사가 몰아가고 있다는 소식에 분노하지만 뚜렷한 방법이 없어 고민하던 중 서부 오사카 철강의 사장 히가시다가 해외에 부동산을 취득했다는 정보를 입수... 조사를 해나가다 그가 은행에서 거금을 대출받고 계획적으로 고의 부도를 낸 것이라는 단서를 잡는다.

이때부터 그와 그를 도와주는 동료들의 치밀한 작전이 펼쳐지기 시작하는데 마치 평범한 소시민이 첩보원이 된듯한편의 첩보 드라마를 보는듯하다.

미행을 하고 잠복을 하며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히가시다의 지출 내역을 꼼꼼히 뒤져 결국엔 그가 숨어 있는 곳까지 찾아내는 집념의 한자와

여기서부터 그와 평범한 소시민들의 통쾌한 역습이 시작된다.

한마디로 전세역건!!

무엇보다 통쾌한 건 앞으로도 자신이 여전히 몸담아 있을 곳이라는 걸 감안해서 적당한 선에서 봐주고 넘어가는 것 없이 통렬한 한방을 먹인다는 것이다.

아마도 이런 점이 특히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었던 요소가 아니었을지...

우리의 직장 내 모습, 이를테면 사내의 정치에 따라 실력과 상관없이 승진과 좌천이 좌우되기도 하고 마치 군대처럼 상명하복 같은 딱딱하고 유연하지 못한 상하관계, 아닌걸 알면서도 아니라고 말할 수 없는 직장의 분위기 등 많은 점이 닮아있어 특히 공감이 갔다.

한번 물면 놓지 않을 것 같고 때리면 반드시 대갚음해줄 것 같은 한자와 나오키... 어딘가 그런 사람이 있다면 직장생활도 좀 더 활기 넘치고 흥미로울 것 같은데 현실에서도 만나기 힘든 캐릭터라는 점이 아쉽다.

단숨에 읽어 내려간 한자와 나오키... 뒤편 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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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1
제니 한 지음, 이지연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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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 라라 진이 벌이는 계약 연애 소동을 그리고 있는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는 사실 내 흥미를 그다지 끌지 못한 책이었는데 일단 제목부터 너무 허세스럽달 지 조금은 유치하다는 느낌이 들었고 거기에다 주인공들이 고등학생이라는 점 때문이었는데 주변에서 먼저 읽어본 사람들의 평이 좋아 궁금증이 생기던 차에 읽을 기회가 생겼다.

읽어보니 별 기대를 안 하고 읽어서인지 상당히 가독성도 좋고 의외로 처음 연애를 시작하는 어린 연인들의 설렘도 그리고 서툰 연애에서 오는 갈등 묘사도 풋풋하고 세심하게 묘사하고 있어 많은 공감을 얻을 것 같다.

게다가 우리에겐 익숙한 로맨스 소설의 공식... 즉 잘 나가는 남자와 조금은 평범한 여자의 로맨스, 여기에다 평범하지 않은 계약 연애로 시작했다 진짜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을 그리고 있다는 것도 친숙하게 느껴지는데 이것은 마치 배경은 미국이지만 우리나라의 로맨틱 드라마나 소설을 보는 느낌이랄까?

더 기분 좋은 건 이 소설이 미국에서도 인기를 끌었다는 것이다.

언니와 나이차가 좀 나는 여동생 그리고 아빠랑 살고 있는 라라 진은 한국계 미국인으로 조금은 엉뚱하지만 상상력이 풍부하고 언니인 마고를 우상처럼 따르는 평범한 여학생이다.

그런 그녀에겐 자신이 한때 좋아했던 남자들에게 보내지 않을 편지를 써서 안녕을 고하는 특이한 나름의 이별 방식이 있었는데 어느 날 그렇게 모아뒀던 편지가 자신도 모르는 새 그 당사자에게 발송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잠시 부끄럽고 말 이 소동이 문제가 되는 건 그 편지 수신인 중에 언니의 전 남자친구인 옆집 오빠 조시가 포함되어있다는 것이다.

절대로 절대로 들켜선 안되는 자신의 감정을 오빠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이 엉뚱한 소녀가 한 짓은 그 오빠가 보는 앞에서 다른 남자에게 키스를 한 것이었고 운 좋게도 그 상대는 학교에서 제일 잘나가는 킹카 조시였다.

영문도 모른 채 키스 테러를 당한 조시는 오랫동안 사귄 여자친구와 막 헤어진 참이라 서로의 필요에 의해 계약 연애를 시작하는 두 사람

하지만 조시는 헤어진 전 여친이자 학교의 퀸카인 제너비브를 잊지 못한 탓인지 그녀 앞에서 늘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그와 가짜 데이트를 하면서 점점 더 조시에게 관심이 생긴 라라 진은 그의 이런 태도 때문에 그에게 온전히 마음을 쏟기가 두렵기만 하다.

이럴 때 늘 곁에서 그녀에게 방향을 제시해주던 엄마 같은 언니 마고는 대학 때문에 멀리 떠나있고 오래 알아서 친오빠 같았던 조시는 그녀의 편지로 인해 갑작스럽게 라라 진을 의식하면서 예전처럼 고민을 상담할 수도 없다.

학교에서 잘 나가는 남자인 피터와의 관계로 인해 갑작스럽게 모두의 주시를 받는 라라 진은 이런 것도 부담스럽고 자신에게 밉보인 친구에게 어떤 짓도 서슴지 않는 제너비브의 보복이 더 두렵기만 하다.

학교에서 인기 있는 남자를 남자친구로 둔 여자들이라면 누구나 하는 고민 이를테면 그와 비교해서 자신이 너무 초라하지 않을까 혹은 어떤 옷을 입어야 그 아이와 잘 어울릴까 같은 시시콜콜하지만 공감이 가는 고민에서부터 그 나이 때의 아이들이 흔히 할 수 있는 신체접촉 즉 스킨십에 관한 고민 같은 걸 너무 무겁지 않게 그려내고 있는데 그 느낌이 상당히 귀엽기도 하고 통통 튀는 게 이 소설의 매력이기도 하다.

누군가를 혼자서만 좋아했던 적은 있지만 사귀어본 적은 처음인 라라에게는 자신의 마음조차 헷갈리기만 하는데 조시 역시 처음 사귀었던 제너비브에게 자꾸 흔들리는듯한 모습을 보여줘 확신을 갖지 못해 고민하는 라라의 심리묘사가 탁월해서 많은 공감을 얻을 것 같다.

자매들 간의 사소한 말다툼도 그러면서도 온갖 비밀을 서로에게 털어놓는 모습도 여느 자매들과 같아서 더 친밀감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시리즈 2편에선 이 엉뚱하지만 서툰 커플 앞에 새로운 강력한 연적이 등장한다는 걸 보면 점점 더 흥미로워질 것 같다.

역시 진도가 잘 안 나가는 연애에는 초강력 라이벌의 등장만큼 강력한 처방도 없을 터...

조용하지만 엉뚱한 데서 강한 라라 진의 연애가 앞으로 순조로울지.. 귀여운 허세 덩어리 피터가 라이벌 등장에 정신을 차리고 자신의 사랑을 뺏기지 않고 지킬 수 있을지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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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들의 테러리스트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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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폐허에서 일어선 일본에서 올림픽이 개최된다.

이는 모든 일본 사람에게 가슴 뿌듯한 자부심을 가지게 하는 대사건으로 무사히 올림픽을 치르는 것만이 유일한 사명인 것처럼 온 나라가 한마음으로 올림픽의 성공 개최를 위해 합심하는 게 당연시되는 이때 누군가가 올림픽 개최를 반대한다는 협박편지를 보내고 곳곳에서 폭발사건이 발생한다.

당연하게도 경시청은 비상이 내려지지만 올림픽 개최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이유로 언론을 통제해 일반 사람들 누구도 이런 사실을 모르는 채 그들은 범인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가운데 드디어 용의자가 떠오른다.

그의 이름은 시마자키 구니오

일본 최고의 대학이라는 도쿄대의 경제학부 대학원생이자 시골마을의 가난한 농부의 아들인 그가 왜 이런 행위를 하는 건지 알 수 없지만 올림픽을 방해는 그의 행위를 용납할 수 없는 경시청은 그를 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담고 있는 양들의 테러리스트는 두 가지 시점에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뛰어난 머리를 가진 조용하고 튀지 않는 성품의 평범한 대학원생이 왜 모두를 적으로 돌릴 수 있는 위험을 무릅쓰는 이런 테러리스트의 길을 가게 되었나 하는 그가 이런 범죄행위를 하게 되는 필연의 과정을 담은 과거 시점과 지금 현재 그가 벌이고 있는 폭탄 테러를 막고 무사히 올림픽을 치르기 위해 그를 검거하고자 노력하는 경찰들의 행동을 담고 있는 현재 시점으로 나눠 진행해 그의 범죄 동기에 대해선 공감하게 하게 그를 잡고자 하는 경찰의 모습을 통해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입장과 공권력의 입장을 보여준다.

책을 읽다 보면 구니오가 왜 그렇게 변할 수밖에 없었는지 십분 이해가 간다.

올림픽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가장 밑바닥에 있는 육체노동자에게 가장 많은 희생을 요구하고 또 그런 희생을 당연하다 여기면서 거기서 나오는 부와 영광은 그들에게 돌아오지 않고 부유하거나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독차지하는 현실은 충분히 부조리하다 분노할 수밖에 없다.

모든 혜택이 올림픽을 여는 도쿄에 집중되고 자신이 사는 곳에서는 이런 부의 작은 혜택조차 받지 못할 뿐 아니라 풍요가 넘치는 도쿄에 비해 죽도록 일을 하면서도 먹을거리를 걱정하고 어떤 문화적인 혜택을 받지 못한 채 가난이 대물림되는 게 당연시되는 현실을 죽은 형을 대신해 일을 하게 된 건설 현장에서 직접적으로 깨달아가는 구니오가 분노와 더불어 점차 허무함을 느끼는 모습은 고뇌하는 젊은 지식인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보인다.

게다가 하필 그가 대학원에서 공부한 과목이 마르크스주의와 같은 공산주의 이론이었다니...

어쩌면 그가 테러리스트의 길을 걷게 되는 건 필연인지도 모르겠다.

그는 어쭙잖은 공명심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자신만이 모든 걸 변화시킬 수 있다는... 한 창 피 끓는 엘리트 젊은이가 가지는 오만한 열정이 아닌 순수한 분노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게다가 그가 있는 위치도 이런 결정을 하는 데 한몫을 했다.

타고난 머리로 우수한 대학을 나온 재원으로 그가 원한다면 사회에 나가 어디서든 높은 지위에 쉽게 오를 수 있지만 그는 가난한 마을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프롤레타리아로서의 한계를 가지고 있는 아웃사이더로 자신보다 못한 사람들의 희생을 당연하게 보아 넘기지 못하는 여린 심성을 지녔다.

그래서 서른이 넘도록 일만 하다 죽은 형의 죽음을 모른 척 외면할 수 없어 마치 죄를 고해하듯 형을 대신해 평생을 해보지 못한 육체노동을 하면서 밑바닥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 늘 당하고 겪는 부조리함과 노동착취에 분노하며 분연히 일어설 수 있는 용기와 더불어 그가 앞으로 행 할 행동에 대한 동기를 얻게 되는 것 같다.

그의 동기가 순수했고 그가 분노하는 심정 또한 십분 이해 가능했기에 그가 걷는 행보가 더욱 위태롭고 안타깝게 느껴져 그의 행위와는 별개로 그가 무사하기를 바라게 된다.

발전이라는 명분 아래 수없이 자행되는 폭력의 모습과 도시의 뒤편에 가려진 어둠의 모습을 보면서 느끼는 구니오의 짙은 허무가 왜 이렇게 가슴 아프게 느껴지는지...

그의 도피에 많은 도움을 준 여자들의 심정도 충분히 이해가 가능할 정도로 그는 마치 위태롭기 그지없는 고독한 한 마리의 늑대 같다.

작가인 오쿠다 히데오가 이 작품으로 요시카와에이지 문학상을 받고 현시점에서 나의 최고 도달점이라 생각한다는 말을 한 게 이해가 될 정도로 내가 읽은 그의 작품 중 최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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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화 살인사건 에드거 월리스 미스터리 걸작선 3
에드거 월리스 지음, 허선영 옮김 / 양파(도서출판)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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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을 소유하고 있는 부자 손튼 라인이 가슴에 수선화를 든 채 살해당해 공원에서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는 죽기 전 누군가 백화점의 공금을 횡령하고 있다는 의심을 하고 있었고 또 다른 직원과는 싸움을 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용의자는 쉽게 추려지는 듯하지만 용의자로 의심받던 직원인 오데트는 어디론가 사라져 행방이 묘연하다.

중국에서 유능한 경찰로 이름을 떨쳤던 탈링은 손튼이 죽기 전 사건을 의뢰받았다는 이유로 이번 사건에도 참여할 수 있었는데 그는 사실 오데트에게 첫눈에 반했던 상태라 그녀가 범인이라고는 믿고 싶지 않다.

하지만 그녀의 집을 수색하면서 사건이 그녀의 방에서 벌어졌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그녀에 대한 의혹이 깊어지는 즈음에 누군가에게 습격을 당하는 탈링은 자신을 덮친 사람이 백화점 공금을 횡령한 걸로 유력시되던 밀버그가 벌인 일이라는 걸 직감하지만 교활하고 속임수에 능한 밀버그는 교묘하게 빠져나간다.

용의자가 두 사람으로 좁혀지는 가운데 여기서 새로운 사실이 밝혀진다.

손튼의 유일한 상속자가 탈링이라는 게 알려지면 서 그에게 의혹이 드리워지고 또 그와 중국에서 같이 건너온 조수인 링추가 손튼으로 인해 억울하게 죽은 여동생이 있다는 게 밝혀지면서 그 역시 사건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가 된다.

모두가 살인사건에서 무관할 수 없는 가운데 오데트가 손튼에게 자신의 집으로 와달라고 한 편지가 발견되면서 그가 왜 그녀의 집에서 살해당한 건지 이유가 밝혀지고 백화점의 경리부 직원으로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 보였던 그녀가 사실은 부유한 집의 딸이라는 게 밝혀지면서 점점 더 그녀에게 의혹이 쏠리지만 그녀는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건지 행방을 알 수 없어 탈링의 속을 태운다.

오랫동안 형사로 살아오면서 수많은 범죄자와 만났던 탈링이 한눈에 누군가에게 빠져 여러가지 증거와 증황증거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가장 강력한 용의자라는 걸 믿고 싶어 하지 않는 걸로 모자라 오히려 그녀의 범죄사실을 덮고 싶어 한다는 설정은 오늘날의 범죄소설과 조금은 다른 점이다.

물론 미모의 용의자에게 빠진다는 설정은 오늘날에도 쓰이는 설정이긴 하지만 탈링과 오데트는 몇 번 마주치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별다른 대화를 하거나 스킨십을 했다거나 한 게 아니라 그저 첫눈에 서로 호감을 가진 이후로 그녀에게서 용의점에 발견되었는데 그런 사실을 무시하는 걸로 모자라 모른 척 덮어주려 애쓰는 점에서 그는 일단 형사로서의 자질은 부족한 로맨티시스트임에 틀림없고 그런 그의 모습은 오늘의 형사나 혹은 탐정들과의 모습과는 차이가 있다.

아무래도 시대적 배경이 여자들의 사회적활동이 많지 않았던 때고 특히 살인사건 같은 강력 살인사건의 범인이 여자일 리 없다는 믿음이 깔려있는 탓이기도 하리라.

그래서 결혼도 안한 미혼의 여성이자 청초하고 아름다운 외모의 오데트는 비록 용의자가 되지만 그녀는 살인사건에 우연히 엮인 가녀린 희생자일 뿐이라는... 여자들이 이런 험악하고 잔인한 범죄를 저지를 리 없다는 작가의 평소의 신념이 강하게 묻어난다.

어쩌면 작가의 다른 작품이자 가장 잘 알려진 킹콩에서도 그의 이런 관점은 두드러진다.

괴수의 왕인 킹콩이 아름다운 여자 사람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는 모습은 자신의 암컷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수컷의 모습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고 누구도 생각지 못한... 그저 거칠고 야수성만이 존재할 것 같은 괴수에게도 사랑이 있다는 걸 보여줌으로써 많은 사람들에게 극찬을 받았는데 그런 걸 보면 작가는 아무래도 여자는 지켜줘야 하는 연약한 존재라는 인식이 강한 로맨티시스트가 아닐지...

여기서도 그런 느낌이 강하다.

자신이 반한 여자 오데트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탈링은 이미 형사라기보다 그녀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랑에 빠진 남자일 뿐...

그렇다면 과연 그의 이런 진심에 부응해서 오데트의 무죄가 증명될 것인가? 아니면 이런 그의 진심에 강력한 뒤통수를 칠 것인가?

오늘날의 추리나 스릴러소설에 비해 사건이 복잡하거나 아주 강력한 범죄의 동기 같은 게 나오거나 하지 않아 다소 밋밋하다 느낄 수 있지만 결국 모든 동기의 기본인 인간의 탐욕과 욕심 그리고 애증이 밑바탕에 깔린 것은 오늘날의 모습과 그다지 다르지 않아 비교해가며 읽어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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