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가 노래하는 곳
델리아 오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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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이 존재하는 미국 남부에서 백인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경멸과 멸시를 받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늪지에서 숨은 듯이 살아가는 사람들로 법을 피해 숨어 사는 도망자 거나 범죄자 혹은 각종 중독자들이 대부분이라 마을 사람들은 그들을 일컬어 늪지 쓰레기라 칭하고 상종하길 꺼린다.

그런 늪지에서 마을 유지의 아들이자 자신 역시 여자들에게 인기 있는 체이스 앤드루스가 망루에서 떨어져 죽은 사건이 발생하면서 늪지에 사는 한 여자가 관심 대상으로 떠오른다.

처음엔 단순히 실족사나 사고사로 생각했던 마을 보안관은 그가 올라갔던 망루의 울타리 문이 열려있었고 망루로 들어가는 문에서조차 어떤 지문도 안 나왔을 뿐 아니라 죽은 이의 발자국을 비롯해 어떤 흔적도 습지에 남아있지 않은 점을 들어 누군가에 의한 살인일 수도 있다 생각하면서 사건은 모든 것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사람들에 의해 단박에 용의자로 떠오른 인물은 일명 마시 걸이라 불리는 늪에서 홀로 사는 여자 카야

그녀는 어느 날 아침 가방을 들고 떠난 엄마를 시작으로 몇 년 새 어린 그녀만 남겨두고 모두가 떠난 후 빈 집에서 배고픔과 외로움을 견뎌내고 살아남았지만 그런 그녀를 마을 사람 그 누구도 돌아보지 않았다.

그들에게 카야는 굶주리고 어느 누구 하나 도와줄 사람 없는 가여운 어린 소녀가 아니라 그냥 보고 싶지 않고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습지에 사는 쓰레기일 뿐... 그런 카야에게 도움의 손길을 보낸 사람은 백인들이 인간 취급도 하지 않았던 흑인 점핑의 가족뿐이었다.

그들이 카야를 꺼리고 멀리하는 만큼 카야 역시 마을사람들이 자신에게 어떤 해를 끼치거나 놀리는 걸 피해 사람들과 어떤 교류도 원치않았으나 그런 카야의 방어막을 뚫고 그녀에게 다가온 사람은 한때 오빠의 친구였던 테이트였다.

글도 모르는 그녀에게 다가온 유일한 소년 테이트에게 글을 배우고 점점 자신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습지에 대해 배우는 즐거움도 잠시... 사랑한다 고백하던 테이트 역시 자신의 길을 걷기 위해 그녀 곁을 떠나고 또다시 홀로 남게 된 카야는 다시는 자신의 마음 한편을 누구에게도 내어주지 않겠다 결심한다.

테이트가 사라진 이후 유일하게 그녀와 가까이 지냈던 체이스의 죽음은 당연하게도 마시 걸이라 칭하던 카야에게 의혹이 쏠리게 하고 연이어 그녀에게 불리한 증언들이 나오면서 그녀는 법정에 살인죄로 서게 되어 자신의 무죄를 증명하지 못하면 사형에 처할 일측 즉발의 위기에 처하게 되지만 카야는 어떤 변명도 하지 않고 변호조차 거부한다.

카야가 진짜 범인인 걸까? 아니면 사람들의 선입견이 그녀에게 불리하게 작용한 걸까?

사건의 단서를 쫓는 것과 더불어 그녀가 늪에서 가족 모두가 떠난 후 홀로 살아남아 마침내 자신이 쓴 책으로 습지생태전문가로 인정받기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있는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한 소녀의 성장기이자 자연 문학이기도 하고 범죄를 추적하는 미스터리 소설이기도 하다.

우리는 잘 몰랐던 습지의 아름다움과 그 속에 살아가는 생명체의 생생한 생동감 그리고 누구도 볼 수 있지만 그 속에서 생활하면서도 아름다움을 보지 못하는 사람에 비해 자연의 아름다움을 몸속 깊이 느끼는 카야가 점점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아주 흥미로웠다.

하지만 자신이 살아가는 곳인 습지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이 없는 똑똑한 카야지만 너무 어렸을 때부터 혼자여서 당연히 알아야 하는 사람들 간의 기본적인 정서와 교류에 대해서는 무지하다는 게 그녀에겐 또 다른 비극의 시작이 아니었을까

당연하게도 그녀의 이런 어리숙하고 순진한 면을 노리며 접근하는 사람들에게 혼자인 시간이 너무 길어 외로움에 지쳐 덫일 줄 알면서도 스스로를 속이고 그 덫으로 걸어들어가는 카야의 모습이 안타까우면서도 앞으로 벌어질 일이 예상되면서 언제 사건이 터질지 몰라 긴장감을 놓을수가 없다.

이렇게 카야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해서 그녀가 살아남는 방법을 깨우치고 첫사랑의 안타까움을 배우며 자라는 과정이 잔잔하면서도 역동적으로 그려지는 것과 동시에 현재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시점이 교차되게 편집해서 어느 한순간도 책에서 눈을 뗄 수 없게 하고 있다.

또한 재판이 벌어지면서 드러나는 증거와 상관없이 그녀의 겉모습과 사는 환경만으로 그녀의 유죄를 자신하며 단죄하려는 사람들을 상대로 치열하게 법정 싸움을 하는 장면도 상당히 흥미롭게 전개되고 있어 이 책을 어떤 장르에 넣어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스토리 자체도 굉장히 흥미로웠고 카야라는 캐릭터 역시 상당히 매력적이며 생동감 있게 그리고 있어 더욱 이 책이 빛날 수 있는 게 아닌가 싶어 왜 이 책이 입소문을 타고 계속 계속 순위가 뛰어올랐는지 충분히 이해가 갔다.

테이트를 사랑하면서도 다시 버려질 것이 두려워 그를 외면하는 마음도... 아닌 줄 알면서도 혹시 하는 마음으로 달콤한 거짓말에 속아넘어가 주는 그 마음속 내면의 갈등도 너무나 세심하게 표현해내고 있어 러브스토리로도 매력적이지만 사건 당일의 증언들을 바탕으로 한 그날 밤 사건을 재구성하는 장면 역시 마치 사건 현장을 보는 듯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어 미스터리 소설로의 재미도 만족시켜주고 있다.

오랫만에 만난 아주 흥미로우면서도 아름다운 책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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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몬태나 특급열차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리처드 브라우티건 지음, 김성곤 옮김 / 비채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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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현대문학에 큰 발자취를 남긴 리처드 브라우티건의 작품집 도쿄 몬태나 특급 열차는 작가의 말년의 이야기가 많이 실려있는데 이 작품을 쓴 후 4년 뒤 스스로 생을 마감한 그는 그래서인지 이 작품 안에서도 죽음이나 묘지에 대한 글이나 나이 듦의 허무함 같은 글들이 종종 보인다.

작가가 제목에서도 썼듯이 몬태나와 일본에서 살았을 때의 이야기가 제법 많은데 특히 그 당시 많은 사람들이 서구의 문화에서는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없다는 인식하에 동양의 일본에 대한 관심이 많았으며 리처드 브라우티건 역시 그래서 동경하던 일본으로 직접 건너가는 적극성을 보였다.

당시의 일본은 지금과 달리 남성 중심의 사회였고 서구에서 건너간 작가에게 비치는 그런 모습은 신기하면서도 은근한 부러움이 깔려있는 듯한데 일본의 눈에서 특히 그런 마음이 드러난다.

식사 준비를 한 아내는 남편과 손님의 자리에 같이 합석하지 못한 채 멀리 떨어져 앉았음에도 불구하고 불만은커녕 행복한 눈을 하고 있다는... 서구에서는 그런 일이 있다면 남자의 시중을 드는 대신 강력한 한방을 날릴 거라고 하는 대목에서 여자의 순종적인 태도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일본 문화에 대한 은근한 부러움이 담겨있다고 느껴졌다.

또 판타지 소유권에서는 좀 더 나아가 스스로 레스토랑을 소유해 다양하고 상냥한 일본의 웨이트리스를 매일 볼 수 있다면 하는 자신만의 판타지를 풀어놨는데 이런 걸 보면 그의 눈에는 일본이라는 나라가 상당히 매력적으로 비친듯하다.

이에 비해 서구의 모습은 조금 부정적으로 묘사한 것이 많은데 특히 390장의 크리스마스 사진 찍기에서는 그런 마음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모두가 즐기고 환호했던 크리스마스트리는 크리스마스가 지나가면서 무용지물처럼 여기고 여기저기 집 앞을 비롯해 아무 데나 버리는 걸로 모자라 길거리에까지 버려둔 채 나 몰라라 하는 모습을 보고 그렇게 버려진 크리스마스트리의 사진을 찍어 사람들의 경박함을 고발하고 있다.

죄를 짓고 쫓기는 아들을 구하기 위해 엄마가 택한 방법이 경찰이 잡아갈 수 없도록 아들을 깔고 앉는 것이란 글에서는 그의 시니컬한 유머감각이 느껴지고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를 지나면서 우연히 한 남자가 자살하려는 걸 목격하고서도 차를 세워 그를 저지하지 않고 단지 그가 자살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 그의 죽음을 막기 위한 어떤 수고도 하지 않으면서 그 청년이 폭풍 속에서 길을 잃은 인간성의 외로운 수로 표지 같다는 글을 보면서는 삶에 대한 짙은 허무가 느껴진다. 어쩌면 그 청년의 모습에서 자신을 오버로크 시킨 건 아닐지...

세계 평화를 위해 만난 지미 카터와 이집트 대통령 두 사람을 태운 열차를 보면서 그것이 내 인생에 무슨 의미가 있나... 우리 모두는 역사에서 각자가 맡고 있는 역할이 있다고 하는 대목에서는 삶을 살아가는 그의 철학을 조금은 엿볼 수 있다.

시니컬하고 조금은 회의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그의 세상은 온갖 부조리함과 모순으로 가득한듯하다.

그래서일까 그의 글들은 쉽게 읽히는 게 있는가 하면 왜 이런 걸 썼을지 짐작하기 어려운 글도 있고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글이 있는가 하면 무슨 말인지 난해한 글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글이 많은 작가들에게도 큰 영향을 끼칠 정도로 그의 글에는 매력이 있고 힘이 있다.

미사여구 없는 군더더기 없는 문장들을 보면서 그가 왜 포스트모더니즘의 거장으로 대우받는지 이해가 갔지만 역시 쉬운 글에 익숙한 나에게는 함축되고 생략된 그의 글이 쉽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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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 그녀의 고양이
나가카와 나루키 지음, 문승준 옮김, 신카이 마코토 / 비채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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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 중 어떤 사람들은 사람에게 큰 상처를 받았거나 사람에게 실망해서 더 이상 관계 맺는 것이 두려워 반려동물로 그 빈자리를 채우는 경우가 있다.

동물은 절대로 배신하지 않을 뿐 아니라 사람에게 필요한 온기를 나눠주기 때문인듯하다.

그래서 외국 같은 곳에서는 마음에 큰 상처를 입은 사람이나 정신과적 치료가 필요한 사람에게 동물과의 교류를 권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 책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에 나오는 사람들도 각자가 나름의 상처를 입고 괴로워하다 우연한 기회에 자신의 곁으로 온 길고양이들을 돌보면서 조금씩 마음의 상처를 벗어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사람과의 대화에 서툴고 그들이 보내는 사인을 잘 알아채지 못하는 미유는 자신이 처음 독립한 집의 이곳저곳을 손봐주는 친구 후배의 모습이 듬직하게 느껴져 그와 사귀지만 그는 사귀자는 말을 한 번도 하지 않은 상태다.

어쩌다 한 번씩 연락을 하고 그것마저도 뜸해질 즈음 친구로부터 힐난을 받고 당황하는 미유

친구는 자신이 그 후배를 오랫동안 좋아했으며 미유가 그런 자신의 마음을 알면서도 그와 사귀었다 생각해 배신감에 분노하지만 미유는 어떤 변명도 할 수가 없다. 자신이 그와 사귀는 것도 확신하지 못했기 때문이지만 결국 하나뿐인 친한 친구마저 자신의 눈치 없음에 떠나버린 걸 알고 괴로워하는 그녀는 비 오는 날 우연히 마주친 버려진 아기 고양이 초비를 만나면서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한다.

타고난 재능이 있지만 고집이 세고 남과 교류하는 게 서툰 레이나 역시 미미라는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고 조금씩 마음을 주면서 역시 변화되기 시작하지만 무엇보다 고양이를 키우면서 극적인 변화를 보인 건 아오이였다.

어렸을 때부터 너무나 친했던 친구 이상의 존재인 마리와 모진 소리를 하고 다투고 헤어진 다음날 마리가 죽어버렸고 이에 큰 충격과 함께 죄책감을 느낀 아오이는 더 이상 좋아하는 그림을 그릴 수도 없을 뿐 아니라 바깥으로 한 걸음도 나갈 수 없는 상태가 된다.

그런 그녀에게 미미의 자식인 쿠키가 엄마의 손에 들려 집으로 왔지만 아오이는 쉽게 상처를 극복하지도 못한 채 오히려 쿠키마저 자신처럼 집안에만 머물도록 자유를 박탈해버린다.

이렇게 계절이 흘러 더 이상 변화가 없을 것만 같을 즈음 쿠키가 열린 문을 통해 집 밖으로 뛰쳐나가버리고 집 밖의 위험성을 알고 있는 아오이는 그런 쿠키를 위해 마침내 힘겨운 한 걸음을 뗀다.

책 속의 그녀들은 나름대로 사람과의 관계에 조금씩 상처받고 지쳐있을 즈음에 우연히 길고양이들과 인연이 닿아 돌봐주고 있지만 고양이의 시점에서는 입장이 조금 다르다. 이렇게 사람과 고양이의 시점을 번갈아가며 묘사해 놓은 장면 장면들이 장난스럽기도 하고 사랑스럽게도 느껴진다.

특히 고양이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의 모습은 어딘지 허술하기만 하지만 그 녀석들의 눈에도 자신을 돌봐주는 사람의 상태가 좋지 못함을 알기에 나름대로 주변을 맴돌면서 신경을 쓰고 그러다 궁금한 점이 생기면 많은 것을 알고 있는 늙은 개 존에게 물어본다.

그러면 태곳적부터 모든 걸 기억하고 있다는 존은 참으로 철학적인 말로 대답해준다.

이렇게 각자의 에피소드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각자가 서로 겹쳐지는 부분이 없어 일면식도 없지만 서로의 고양이를 통해 알게 되면서 새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인연을 맺어가는 과정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리고 있다.

동물들을 주제로 한 작품이라면 어느 정도 짐작 가능한 범위의 내용이기는 하지만 따뜻한 시선과 무겁지 않은 필체로 마치 이웃들의 정겨운 모습을 그려내듯 표현하고 있는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는 진부함에도 충분히 사랑스러운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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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멋대로 떨고 있어
와타야 리사 지음, 채숙향 옮김 / 창심소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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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봤을 주제가 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할 것인지 나를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할 것인지 하는 사랑함에 있어 누가 주체가 되는지에 관한 질문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한다는 것은 사랑에 주체가 내가 되는 것이지만 나를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한다는 것은 내가 주체가 아닌 수동적인 상태에서 선택받는 사람이기를 바란다는 것인데 살아보니 나름대로 장단점이 있어 어떤 게 옳다고 말하기 어렵다.

이 책의 주인공 역시 이런 딜레마에 빠져있는데 문제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내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걸 모를 뿐 아니라 아주 오래전부터 자신이 짝사랑했던 상대라는 점이다.

남들의 시선으로 보자면 그야말로 혼자만의 사랑에 빠져 맘껏 사랑해야 하는 청춘을 아깝게 흘려보내고 있는 것인데 에토에게는 그런 마음을 지워버리는 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그녀는 현실 세계에 쉽게 적응하기 힘든 오타쿠적인 기질이 강한 타입으로 중학교 때 딱 한 번 같은 반이 되었던 이치에게 반해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고 있어 지금 자신에게 어필하는 남자 니에게 마음을 주는 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처음으로 자신에게 사귀자는 고백을 한 니를 모른척하기도 쉽지 않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혼자만의 고민이 시작된다.

몽상가 기질이 강하고 수줍음이 많으면서도 엉뚱한 구석이 있는 에토는 오랜 고민을 하다 그녀의 성격대로 엉뚱한 짓을 하기에 이른다.

졸업 후 한 번도 보지 못한 이치를 만나보기 위해 동창회를 개최하는 적극성을 보이고 마침내 그토록 보고 싶어 하던 이치를 만나지만 그는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멋지게 성장한 이치를 보고 또다시 떨림을 느끼는 그녀

그런 그녀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현실의 남자 니

과연 에코는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궁금해지지만 역시 쉽게 답을 주지 않는다.

어쩌면 그녀의 이런 고민은 당연한 것이지만 스스로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자신에게 염증을 느끼는 에토는 오랜 고민의 결과로 또다시 엉뚱한 짓을 저질러 버린다.

그녀가 두 남자를 만나본 후 느낀 감정 하나하나의 묘사가 너무나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아 흥미롭다.

자신은 니를 위해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그의 취미생활을 함께 해줬는데 자신을 위해서는 조금의 시간도 참기 싫어하는 남자친구를 보면서 느끼는 불만이라던가 혹은 그녀가 요리해서 먹는 것을 맛있게 먹으면서도 자신이 해 볼 노력조차 않는 것에 대한 불만 같은 부분은 연애를 하면서 한 번쯤 느껴봤던 부분들이라 더 와닿는 부분이기도 했다.

반면 이치가 자신이 오랫동안 마음속으로만 생각했던 것에 공감하고 자신과 비슷한 취미를 가지고 있었다는 걸 발견한 순간 기쁨과 함께 오히려 그와의 사이의 틈을 확인한 듯 쓸쓸해하는 장면은 이해가 가면서도 이해가 가지 않기도 한다.

너무 좋아하면 오히려 눈물이 나고 슬퍼지는 것과 같은 감정이 아닐지...

반면 그녀의 고민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 이치는 그야말로 자신이 만든 이상향에 가까운 남자이기에 결점이 있을 수도 없을뿐더러 결정적으로 자신은 그에 대해 잘 안다 생각하지만 그야말로 자신이 보고 싶어 하는 부분만 봤을 뿐... 그것도 한창 소녀병이 있을 중2 때 잠깐 본 걸로 그 남자를 판단하고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는 에코는 마치 성숙하지 않은 어린 소녀의 감성을 그대로 가진 채 성장한 것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사랑해야 하나 아니면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과 사랑해야 하나 하는 결정적인 문제는 달라지지 않는다.

과연 누구를 선택해야 더 행복할 수 있을까

이름조차 첫 번째를 뜻하는 이치와 두 번째를 뜻하는 니를 쓸 만큼 조금은 장난스럽고 엉뚱한듯하지만 그래서 더 연애의 본질적인 문제를 꿰뚫고 있는 게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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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린느 메디치의 딸
알렉상드르 뒤마 지음, 박미경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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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크리스토 백작과 삼총사로 유명한 알렉상드르 뒤마의 또 다른 작품인 카트린느 메디치의 딸은 그의 특기인 궁중암투와 치열한 권력투쟁이 세심하게 묘사되고 있다.

때는 바야흐로 구교와 신교가 대립하던 시기의 프랑스

종교의 화합을 위해 가톨릭의 대표인 프랑스의 국왕 샤를르 9세의 동생인 마르그리트 드 발로아와 신교도 즉 위그노의 대표인 나바르의 왕 앙리 드 나바르의 국혼이 결행된다.

마르그리트는 궁내 제일 가는 미녀지만 앙리에게는 이미 사랑하는 여인이 있었고 이를 알면서도 마르그리트는 결혼을 허락할 수밖에 없다.

당연하게도 당시에는 결혼과는 별개로 연인을 두는 경우가 많았고 무엇보다 두 사람의 결혼으로 서로가 이익을 얻는 게 많았기 때문인데 결혼식이 끝나고 모두가 즐거운 마음으로 축제를 즐기는 이때 결혼 조약을 깨고 가톨릭에서 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을 포함, 거리의 위그노들을 대량으로 학살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이른바 대학살의 밤이었다.

나바르의 왕 앙리 역시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지만 갓 결혼한 마르그리트의 도움으로 위기를 벗어난다.

이 모든 것이 사전에 철저하게 계획되었던 음모였으며 사건의 뒤에는 아들의 뒤에서 권력을 휘두르는 철의 여인 카트린느 왕후가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뜻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자식인 딸의 미래를 희생하는 것쯤은 전혀 염두에 두지 않을 정도로 냉혈한이었다.

또한 당연하게도 자신의 딸인 마르그리트가 자신의 편에 설 것이라 예상했지만 마르그르트 역시 마음속에는 깊은 권력에의 의지가 있었고 자신이 결혼한 앙리가 죽으면 자신은 아무런 힘도 권한도 없는 그저 미망인이 될 뿐이란 것 재빠르게 계산한 후 앙리의 편에 베팅을 한 것이다.

그녀의 이런 계산으로 위기에서 벗어난 앙리는 마르그리트와 전략적으로 동지가 되어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카트린느 황후는 거칠 것이 없어 상대를 가리지 않고 잔인하고도 치밀하게 음모를 펼치고 덫을 놓아 앙리와 마르그리트 그리고 신교도들을 위기로 몰아넣는다.

사실 카트린느가 이렇게까지 하는 데에는 그녀 나름의 사정이란 게 있는데 점술을 상당히 신뢰하는 그녀에게 자신의 핏줄이 아닌 앙리가 새로운 권좌에 앉는다는 예언은 믿고 싶지 않을 뿐 아니라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바꿔야 할 운명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국왕이자 자신의 아들인 샤를르 9세는 어렸을 때부터 병약했을 뿐 아니라 25살을 넘지 못한다는 운명을 가지고 타고났기 때문에 반드시 다음 왕좌 역시 자신의 사랑하는 아들 앙주가 이어받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지만 안타깝게도 아들들의 사이는 좋지 못해 남보다 못한 사이... 서로에게 약간의 틈이라도 보여선 안된다.

이렇게 이야기 전반이 왕후가 음모를 꾸미고 이에 위기에 처했다가 자력으로 혹은 조력자의 도움으로 앙리가 위기를 탈출하는 모습이 그려져있는데 중간중간 그 시대의 정치적 상황을 비롯해 주변국의 정세를 곁들이고 있어 더욱 흥미롭다.

물론 이야기 전체가 음모와 권모술수가 판치는 건 아니고 당연하게도 이런 위기 상황에서도 로맨스는 피어난다.

지금의 로맨스와는 조금 다르지만 삼총사에서 보인 순수하면서도 열정적인 사랑이 여기에서도 보이는데 갓 결혼한 마르그리트를 보고 단숨에 사랑에 빠져 목숨까지도 아깝지 않다 생각하는 라 몰 백작의 조건 없는 사랑은 현재의 관점에선 불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것에 어느 정도 관용적인 분위기이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그리고 역시 삼총사에도 보인 남자들 간의 뜨거운 우정 역시 여기에도 나오는데 라 몰 백작과의 의리로 어떤 일에도 두려워하지 않는 코코나 백작의 종교를 넘어선 우정은 당시에 어떤 것을 가치 있는 것으로 보는지를 알려준다.

읽으면서 드는 의문은 이야기를 끌고 가는 사람은 카트린느 메디치인데 왜 제목이 그녀가 아닌 그녀의 딸을 이야기하는 것인지... 원제 대로인지 문득 궁금해질 만큼 이야기의 주체는 카트린느 메디치와 그녀의 숙적 앙리의 대결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역사적 사실과 매력적인 스토리의 결합으로 아주 흥미진진한 드라마가 탄생한 듯... 뒤마가 왜 당대에 그렇게 인기가 있었는지 어느 정도 짐작 가능하게 해준다.

책 속에 나오는 기발한 독약이 진짜 가능한지 문득 궁금해지고 점성술에 대해 호기심이 생기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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