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빠는 도둑입니다
비외른 잉발젠 지음, 손화수 옮김 / 북레시피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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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좌제는 폐지되어야 한다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각한다.

본인이 저지른 잘못이 아닌 가족 중 누군가가 지은 죄를 그저 가족이라는 이유로 단죄해서는 안 된다고 말은 하지만 사실상 현실에서는 이와 반대로 되는 경우가 더 허다하다.

우선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정신적, 물리적 피해에 대해 가해자에게 내려지는 형벌은 당연한 거고 그 가족 역시 전혀 죄가 없다 생각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인데 만약 그 피해가 금전적인 경우라면 더더욱 그런 반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 책 역시 그런 이중적인 잣대에 대한 이야기인데 아무런 죄가 없는 피해자 가족에게 가하는 물리적 심리적 폭력을 고스란히 당하는 아이의 시선으로 이야기하고 있어 더 참담하고 부끄럽게 느껴진다.

어느 날 자신들의 집 앞으로 경찰차가 오고 사람들은 아빠를 도둑이라고 손가락질하기 시작한다.

학교에서는 아무도 자신의 곁으로 다가오지 않고 집으로 가면 집주변을 맴돌던 이웃집 남자가 심술궂고 잔인한 말로 자신을 괴롭힐 뿐 아니라 나중에는 자신의 지갑이 사라졌다는 이유를 대며 누명까지 뒤집어 씌우고 행패를 부리지만 아무도 그들을 도와주는 사람이 없이 그저 차갑게 지켜볼 뿐이다.

사실 이들이 사는 곳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공장을 중심으로 모여사는 공동체와도 같은 곳으로 이웃들 대부분이 같은 공장에서 일을 하는 직장 동료이기에 아빠의 도둑질은 더욱 비난의 이유가 될 수밖에 없지만 엄마는 한 번도 아빠가 가져오는 것에 대해 의심을 한 적이 없다.

왜냐하면 자동차 정비기술을 가지고 있는 아빠의 월급은 풍족해서 경제적으로 어렵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을 뿐 만 아니라 작지만 엄마가 물려받은 유산도 있어 아빠의 행동은 더더욱 이해가 가지 않아 엄마조차도 처음엔 이를 믿으려 하지 않고 누군가에게 오해를 받았다 생각했지만 속속 드러나는 증거 앞에 결국 아빠의 도둑질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빠의 죄가 드러나면서부터 점점 더 심해지기 시작하는 주변 사람들의 냉대는 모자가 필요한 생필품마저 팔기를 거부하고 눈앞에서 마치 그들이 도둑질을 한 것 마냥 무안을 주고 멸시하는 시선을 보내며 안 그래도 힘든 모자를 더 이상 이곳에서 버틸 수 없게 만든다.

엄마 역시 같은 직장을 다녔지만 동료들이 같이 일하기를 거부한다는 핑계로 해고를 당하고 사람들은 하나로 똘똘 뭉쳐 마치 처단해야 하는 악처럼 모자를 그 마을에서 몰아내는데 여념이 없다.

그들에게는 그들의 물건을 훔치고 돈을 훔친 게 모자가 아니라는 자각조차 없이 그들의 것을 훔쳐 간 아빠와 같은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도 그들의 행동은 정당화된다고 생각하는듯하다.

당신들도 내가 느낀 고통과 괴로움을 느껴봐야 한다는 듯이...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생필품마저 팔지 않으려 드는 사람들을 보면서 이웃으로 수십 년을 살았으면서 어떻게 이렇게까지 잔인할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만약 우리 주변에 범죄자와 그 가족이 산다고 생각하면 나는 과연 그 죄를 지은 당사자와 그 가족을 따로 생각할 수 있을까? 솔직하게 말하자면 장담할 수 없다.

머리로는 그들이 지은 죄가 아니라는 걸 알지만 왠지 그 가족이 같은 죄를 지은 것처럼 꺼려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 죄가 중범 죄면 당연하게 꺼려지는 마음 역시 더 커지고...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아이가 당하는 온갖 부당한 처사에 가슴이 아프지만 나는 이 사람들과 다르다고 떳떳하게 말할 수 없는 이유다.

죄를 지은 당사자와 그 가족은 별개라는 걸 머리로만 이해할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사회가 진정 성숙한 사회라 할 것이고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 아닐까 생각한다.

많은 걸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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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데이즈
라파엘 몬테스 지음, 최필원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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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자를 스토킹하지만 평범한 여느 스토커와 조금 다른 스토커와 스토킹을 당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피해자라는 다소 이색적인 시놉이 끌린 책 퍼펙트 데이즈는 확실히 여느 스토킹과는 조금 다르다.

모든 시점은 피해자가 아닌 피의자인 테우의 시선으로 그 광기를 표현하고 있는데 광기가 뜨겁거나 미칠듯한 스피드가 아닌 서늘하고 느린 속도로 표현하고 있어 기존의 작품 스타일에 익숙한 사람들에겐 다소 낯설게 느껴진다.

광기인 건 분명한데 붉고 뜨거움이 아닌 푸르거나 하얀 빛의 서늘한 광기라니...

미치광이 중에는 상당히 머리가 영리한 사람이 있는데 그들의 영리함은 보통 사람들과 다른 궤도를 보이는 점에서 더 두각을 나타내 웬만한 사람은 그들의 행적을 종잡기도 예측하기도 힘들다. 그래서 스릴러에 이런 미치광이가 많이 등장하는 것 같은데 이 책의 주인공 테우 역시 범상치 않은 두뇌회전을 보여주고 있다.

일단 스토킹을 하게 된 남자 테우는 의대생이면서 그가 유일하게 좋아한 사람이 게르트루드라 이름 붙인 해부용 시신이라는 점에서 여느 정상적인 남자와 다른 즉,미치광이 스토커로서의 자질이 보인다.

그가 우연히 참석한 파티에서 첫눈에 마음에 든 여자 클라리시에게 접근하고 싶어 하지만 이성과의 교재가 전무했던 테우에겐 그게 쉽지가 않아 애를 써서 한 행동이 오히려 비웃음을 당하는데 하필 상대는 평범한 여자가 아니라는 점이 테우에겐 불리하게 작용했다.

그녀는 테우와 달리 연애 경험도 풍부하고 거기다 머리까지 좋아 남자들이 하는 허튼수작 따윈 통달한지 오래여서 서툰 테우의 행동 중 그녀가 예상하지 못한 건 없다.

하지만 그녀가 술에 취해 그에게 한 행동은 그로 하여금 없던 용기를 내게 했고 이 모든 일의 발단이 된다.

클라리시는 테우의 약간은 음침한 접근 방식을 용납하지 않을 뿐 아니라 단호하게 거절하는데 그녀의 거절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애원하고 매달리는 테우는 더 이상 행동에도 제동이 걸리지 않게 된다.

스스로의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고 모든 것이 그녀를 사랑하고 지켜주기 위함이라는 자기 기만은 자신의 행동에 면죄부를 줘 끝내는 그녀를 납치하면서도 모든 것이 그녀를 위하는 일이라 말하는 테우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사람이란 참으로 이상해서 자신의 행동이 스스로를 위한 것이 아닌 그 사람을 위한 행동이라는 명분이 서면 그다음부터는 어떤 짓을 해도 거침이 없다. 그게 불법이던 아니던 이미 안중에는 없다.

모든 게 그 사람을 위해서라는 명분은 무슨 짓을 해도 된다는 일종의 면죄부를 스스로에게 주는 것이나 다름없는데 보통 사람이 아닌 테우 역시 그녀를 납치하고 감금하면서 스스로에게 명분을 준다.

그의 이런 뜻과 달리 하루아침에 자유롭던 삶에서 손발이 묶이고 원하지 않는 약물에 취해야 하는 클라리시는 그를 구슬려도 보고 애원도 해보지만 당연하게도 테우는 그녀의 말을 듣는 듯 마는 듯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행동할 뿐 아니라 그녀의 행동마저도 스스로에게 유리하게 해석한다.

그러면서도 그녀를 사랑한다 말하는 그를 그녀가 받아들일 거라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로지 살짝 맛이 가버린 테우만 모를 뿐...

그녀가 마치 글을 쓰기 위해 스스로 여행을 떠난 것처럼 교묘하게 모두를 속여 넘겼던 테우지만 이런 잔머리도 결국은 꼬리를 밟히고 모두가 그들의 뒤를 추적하기 시작하면서 이 광기의 끝은 어딜까 나름대로 짐작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이 책은 결말조차 시원하고 개운하지 않다.

조금씩 미쳐가는 테우의 정신 상태를 보는 것도 그런 그에게 잡혀 마치 나비처럼 구속당한 클라리시가 서서히 체념하고 희망을 버리는 모습도 마치 서서히 미쳐가며 뒤죽박죽 뒤엉켜버린 테우의 모습을 보는 것 같이 유쾌하지 않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진짜 미치광이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듯 병적이고 침울하지만 뻔하지 않다는 점에서 점수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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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다섯, 서른, 세계여행 - 현실 자매 리얼 여행기
한다솜 지음 / 비채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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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누구나 한 번쯤은 꿈꾸지만 누구나 쉽게 할 수 없는 일 중 하나가 바로 세계여행이 아닐까 싶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불만족스럽거나 새로운 세상을 보고 싶다는 열망 혹은 지금을 벗어나고 싶은 사람 모두 마음속 깊은 곳 어딘가에 숨어있는 소망이지만 경제적 혹은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이유로 선뜻할 수 없는 일이기에 누군가 모든 걸 놓고 세계여행을 떠난다는 소리만 들어도 그 사람이 부러움을 떠나 존경심까지 품게 하는 것... 이게 바로 세계여행에 대한 나의 감상이기도 하다.

언젠가부터 낯선 곳에서 한두 어달 살아보기가 유행처럼 번지더니 이제는 나이가 좀 들고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이 크루즈로 세계여행을 하며 여생을 즐기기보다 한창 일 할 나이의 젊은 사람들이 새로운 나를 찾아서 혹은 뭔가 목표를 가지고 세계를 찾아 이곳저곳을 누비며 떠나는 여행자들이 종종 눈에 띈다.

예전 같으면 그저 마음속으로만 언젠가 여유가 되면 꼭 세계를 누비리라 하는 마음으로 현재의 팍팍한 일상을 버티던 사람들이 더 이상 미래를 위해서 참기만은 하지 않게 되었다.

오늘을 보람차고 즐겁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늘어나면서 그 노력의 일환으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듯한데 매일매일 똑같은 일상을 보내면서 즐거움도 보람도 느끼지 못하고 그저 불안한 미래를 위해 현재를 참고 견디는 것보다 조금은 더 여유롭고 행복한 듯 보이는 건 나만의 느낌은 아닐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 한 씨 자매 또한 늘 같은 일상의 반복에서 더 이상 만족을 느끼지 못하고 행복하지 않아 선택한 것이 오랫동안 버킷리스트로 남아있던 세계 여행이다.

요즘은 혼자서 여행하는 사람도 많아졌고 어디서나 쉽게 접속해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을 살고 있지만 그럼에도 혼자 여행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있는데 그런 점에서 보면 이 자매는 참으로 운이 좋은 것 같아 책을 읽는 내내 부러웠다.

같이 여행을 다니며 같은 곳을 보고 같은 것을 먹으며 서로의 감정을 공유하고 서로 느낀 점을 마음껏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자매의 여행이 더욱 부러운 점이다.

현실 자매의 리얼 여행기라는 표제답게 같이 여행 계획을 짜고 부모님을 설득 시킨 과정이며 어떤 곳을 얼마만큼 묵을지 등등 모든 것을 계획하고 짜고 실천하는 과정이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그려져있다.

블라디보스토크의 시베리아 횡단 열차라는 꿈의 열차를 타고 여행을 시작한 자매들이 처음부터 실수 연발하며 배를 곪아가며 기차를 타고 유럽으로 가는 모습에서는 여행을 시작하는 흥분과 설렘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리고 화려한 유럽에서의 일정... 그중에서도 자매들이 꼭 가보고 싶었다던 스위스는 멋들어진 자연 풍경에 감탄하고 비싼 물가에 놀라게 한다.

너무나 멋진 풍경들과 건축물들은 사진으로 표현된 것만 봐도 셀러임을 느낄 정도로 멋졌는데 특히 언니 쪽의 취미인 카페 탐방하기 같은 건 여행을 떠날 때 나름의 목적이나 테마를 정해놓고 떠나면 훨씬 더 여행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걸 가르쳐준다.

유럽은 워낙 여행하는 사람이 많아 한국관광객이 없는 곳이 없는 것 같은데 이에 반해 아메리카 대륙의 여행은 좀 더 흥미로웠다.

특히 자매들이 간 날이 한창 월드컵 예선전이 벌여졌던 때여서 우리나라가 독일을 이긴 너무나 인상적이고 감개무량했던 경기 덕분에 어부지리로 올라간 멕시코 사람들의 반응은 그녀들이 느꼈던 만큼 재밌었다.

축구 하나로 울고 웃으며 기분 좋게 한국인에게 가격을 깎아주는 모습은 우리의 모습과도 닮아있어 동질감마저 느껴졌다.

다른 곳도 아닌 페루의 쿠스코에서 한 달 살기를 실천한 자매의 이야기는 그녀들이 그때 느꼈던 만큼의 여유가 느껴져 좋았다.

우리처럼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지 않아도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아도 삶을 즐기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이 한편으론 몹시도 부러웠고 우리가 놓치고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 새삼 돌아보게 한다.

그러면서 나도 언젠가... 그런 곳에서 모든 부담과 욕심을 내려놓고 여유롭게 살날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해본다.

여행하면서 그곳에서 있었던 일이며 간 곳에 대한 감상과 사진을 찍은 것은 당연하지만 자매들 간의 사소한 의견 다툼도 동생에게 느낀 언니의 불만도 마치 일기처럼 써놓아 진짜 현실 자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좋았다.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갔다 아메리카로 와놓고 다시 스페인으로 여행을 가는 일정이 이상하다 느꼈지만 남자친구와의 일정을 고려한 스케줄이었다는 걸 보면 좋은 곳을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기쁨이 느껴져 부러웠다.

아... 이런 방법도 있었구나 하는 깨달음과 함께!

여행을 가고 싶은 곳을 계획하고 서로가 원하는 곳에서 짜잔 하고 만나는 모습이란... 얼마나 멋지고 로맨틱한지 모르겠다.

확실히 요즘 세대는 여행을 자주 다니고 계획을 짜 본 경험이 많아서인지 이런 플랜을 세우는 것이 참으로 능숙하고 여유롭기까지 하다.

어디를 가려면 어떤 걸 미리 준비하고 어떤 걸 미리미리 갖춰놓아야 하는지부터 어디에서 해야 좀 더 실속 있고 경제적인 루트를 짤 수 있는지 많은 것을 서로 공유하고 교환하는 모습을 보면서 부럽기도 하고 나도 꼭 이렇게 여행을 하고 싶다는 꿈을 갖게 했다.

자신들이 지나온 곳의 모든 루트며 경비에 대한 세세한 표기까지 따로 적어 놓아서 여행에 얼마의 경비가 들고 어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한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되었다.

거창한 꿈과 계획이 있어서라기보다 지금 떠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고 뭔가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싶어 떠난 여행에서 한결 여유로워지고 자신을 찾아가는 모습이 보여 너무나 멋있게 보였다.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을 만나며 스스로에 대해 알아가는 것... 그게 여행의 의미가 아닐까?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를 떠나 세계를 누비며 많은 것을 보고 겪으며 좀 더 성숙해지고 자유로워지길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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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해피엔딩 - 우리, 어떻게 가족이 된 걸까? 블랙홀 청소년 문고 10
수진 닐슨 지음, 김선희 옮김 / 블랙홀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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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부모의 재혼으로 느닷없이 가족으로 엮인 아이들 스튜어트와 애슐리

스튜어트는 엄마가 암으로 투병하시다 돌아가시고 이제 갓 1년이 지났지만 아빠의 재혼을 반대하지는 않는다.

아빠가 더 이상 엄마의 부재로 고통받는 것보다 새로운 사랑을 찾아 행복하길 바라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슐리는 재혼을 받아들이는 스튜어트와 달리 모든 것이 혼란스럽고 부모의 이혼이 원망스럽기만 한데 자신이 자랑스러워하고 너무나 사랑하는 아빠의 느닷없는 커밍아웃을 받아들이기도 전에 새로운 사랑을 찾은 엄마 역시 용서할 수 없다.

자신의 혼란은 아랑곳하지 않고 어느 날 갑자기 아빠가 떠난 자신들의 집으로 들어온 스튜어트와 레너드 부자와의 동거는 애슐리 입장에선 완전 짜증 나는 일인데 자신이 볼 땐 머리는 뛰어난지 모르겠지만 발육상태며 외모, 행동까지 모든 것이 그저 찌질이로 밖에 보이지 않는 스튜어트가 자신이랑 같은 학교에 전학 오는 것만큼은 결사적으로 반대하고 싶지만 이마저도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

각자의 자식을 데리고 새로운 가족이 되어 재출발하려는 재혼가정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내일은 해피엔딩은 재혼가족이 어떤 것들을 고려하고 감수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 한창 민감한 시기의 십 대인 스튜어트와 애슐리는 각자의 성향대로 부모의 재혼을 받아들이는 속도도 다르고 새로운 가족을 대하는 태도로 극명하게 차이 난다.

새로운 가족을 열린 마음으로 대하려고 노력하는 스튜어트는 나이는 애슐리보다 어리지만 좀 더 성숙한 듯 보인다.

하지만 그런 스튜어트도 새로운 학교에서 당하는 학교 폭력을 죽도록 두려워하면서도 걱정을 끼치는 것이 싫어 평소대로 모든 걸 속으로 참고 견디려고만 하는 그저 소심한 어린아이일 뿐이다.

반면 애슐리는 이 상황이 너무나 싫고 엄마의 재혼을 반대한다는 걸 표현하는데 거리낌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늘 엄마보다 아빠를 더 좋아했던 사춘기 소녀의 입장에선 느닷없는 아빠의 선언은 배신이나 다름없게 느껴졌으리란 걸 생각하면 애슐리의 분노와 원망은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부분이기도 하다.

아이가 이 상황을 받아들이는 데 조금 더 시간을 줬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지만 우리완 달리 부부 중심으로 돌아가는 서구사회의 분위기를 생각하면 애슐리 엄마의 입장도 이해가 간다.

이렇게 새로운 가족에 낯설어하고 조금은 서로를 이해하기 힘들어 의견 충돌도 있지만 조금씩 익숙해져갈 즈음 스튜어트를 괴롭히던 학교의 남학생 자레드의 등장은 이 들 가족을 진짜 가족으로 만드는 데 일조를 한다.

작은 의견 충돌이나 조금은 억울한 상황에서도 아빠와 돌아가신 엄마를 생각하며 잘 참아내는 스튜어트에 비해 조금은 제멋대로인 애슐리의 태도가 많이 버릇없이 보이고 상대적으로 더 나쁘게 보일 수도 있지만 한창 친구들의 시선을 늘 의식하는 사춘기 소녀에게 부모의 이혼 더군다나 아직까지 주변에서뿐 아니라 스스로도 받아들이기 힘든 아빠의 게이 선언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았으리란 걸 생각하면 조금은 애슐리가 안쓰럽게도 느껴진다.

이렇게 서로 다른 성향의 두 아이들이 결국은 서로를 조금씩 이해하고 받아들여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내일은 해피엔딩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재혼가정에 대한 이야기이자 이제는 전통적인 가족의 형태만이 아닌 새로운 가족의 형태가 늘어나는 요즘 어디에선가 볼 수도 있을 가족의 모습이기도 하다.

조금은 애어른 같은 스튜어트도 말썽쟁이이자 허점 투성이인 어린 숙녀 애슐리도 모두 그 시기의 아이들답게 제대로 엉뚱하면서도 사랑스럽게 잘 표현해서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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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씽 인 더 워터 아르테 오리지널 23
캐서린 스테드먼 지음, 전행선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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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자가 시체를 묻기 위해 땅을 파면서 영화나 드라마에서 쉽게 땅을 파는 것이 구라라고 투덜대면서 이야기는 시작되는데 그녀가 묻으려고 하는 사람의 정체는 이내 밝혀진다.

요즘 부부 중 한 사람이 갑작스럽게 죽으면 범인은 대부분 남은 배우자라는 공식에 맞게 그녀가 묻으려고 하는 시체는 역시 남편이다.

이쯤 되면 부부간에 애정이 식었거나 둘 중 누군가가 부정을 저질렀거나 이도 저도 아니면 살다 보니 더 이상 참기 싫어 끝장을 낸 권태기의 부부일 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이 부부는 결혼한 지 갓 석 달이 된 따끈따끈한 신혼이라는 점이 이채롭다.

도대체 이 부부에게는 무슨 일이 생긴 걸까? 궁금해하면서 그녀의 회상으로 이야기는 넘어간다.

에린이 보자마자 첫눈에 빠진 남자 마크는 잘 나가는 투자자문가였고 그녀 역시 촉망받는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젊고 매력적인 둘은 이내 사랑에 빠져 교제를 시작한 후 1년이 지난 즈음 마침내 결혼 계획을 짜고 있었다.

청첩장을 돌리고 결혼식장을 예약하고 둘은 마냥 핑크빛으로 행복이 가득했는데 석 달 후남편은 차디찬 시체가 되고 아내는 그런 그를 몰래 묻기 위해 땅을 파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으리라

그들이 이런 결말을 맞게 된 원인은 과연 뭐였을까?

마크의 느닷없는 실직이 원인이었을까 아니면 고대하던 허니문 장소인 보라보라에서 아무도 모르게 습득한 거액의 돈과 다이아몬드 때문이었을까

마크의 예상 못 한 실직으로 불안감을 안고 도착한 보라보라는 황홀할 만큼 멋진 장소였고 그곳에서만큼은 걱정을 잊고 스쿠버다이빙을 마음껏 즐기기로 결심한 두 사람을 기다리는 건 바다 한복판에서 마치 잡아달라는 듯 떠다니던 가방 하나와 그 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돈과 다이아몬드였다.

주인이 없는 가방을 처음 습득했을 당시 이 두 사람은 당연하게 그 가방의 임자를 찾아 주려고 리조트 측에 전달했지만 운명이었는지 그 가방은 부부의 손에 다시 돌아왔고 당연한 궁금증에 둘은 가방을 열어보면서 이 모든 혼돈은 시작된듯하다.

그래도 마크가 예전처럼 잘 나가는 투자자문가로 근무하고 있었다면 부부는 가방을 열어보고도 양심과 도덕에 따라 다른 선택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부부에게 닥친 불행에 남편 마크의 탓도 크다.

돈이 궁하고 앞으로의 미래가 불투명한 젊은 부부에게 주인 없는 돈은 분명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었으리라

급하게 돈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온 부부...이후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대부분이 예상한 그대로의 패턴을 밟는다.

누군가가 그들을 지켜보고 누군가가 그들의 집에 몰래 침입해 뒤지는 일이 발생하면서 마크는 겁에 질려 팔기 힘든 다이아몬드를 버리고 싶어 하지만 에린은 앞으로 태어날 아기를 위해서 그리고 두 사람의 장래를 위해서 다이아몬드를 팔고 싶어하고 이를 위해 자신의 다큐멘터리 촬영을 위해 만났던 범죄자에게까지 도움을 청하기 시작하면서 마크와 갈등을 겪는다.

이렇게 주운 다이아몬드를 처분하는 일을 놓고 서로 간의 의견 격차를 보이기 시작하는 부부

사람은 자신의 내면에 어떤 괴물이 숨어있는지 스스로도 모를 때가 있다는 걸 위기에 처하고서야 알게 되는 에린은 주운 가방 속에 있던 휴대폰을 켜서 자신들을 쫓는 사람들이 누구인지를 알려고 할 만큼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태도로 사태를 직시하지만 마크는 에린의 적극적인 태도에 겁을 먹고 돈만으로도 만족하고 싶어 할 만큼 소극적인 자세를 취한다.

하지만 이런 갈등의 와중에도 에린은 남편 마크와의 행복한 미래를 꿈꾸고 그에게 조금 실망했을지언정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어 왜 그녀가 소설 처음에 남편의 시체를 묻기 위해 땅을 파야 했는지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녀는 왜 땅을 파야 했을까?

작가 스스로가 배우여서인지 소설이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보는듯하다.

그림같이 아름다운 휴양지 보라보라의 풍경이 태풍을 만나 한순간에 위험천만하게 변한 것처럼 부부에게도 돈이 든 가방을 만나기전과 후로 극적인 차이를 보인다.

그 가방에 든 거액은 두 사람에게 행운이라기보다 재앙에 가깝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고 보면 느닷없이 큰돈을 거머쥐게 된 사람치고 끝이 행복한 결말이 없었던 걸 보면 돈이란 스스로 노력해서 얻어야지 땀 흘리지 않은 일확천금은 오히려 독이 되는 건 변하지 않는 진리인가 보다

가독성도 좋고 적당한 스릴과 긴장감을 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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