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보는 미술관 - 나만의 감각으로 명작과 마주하는 시간
오시안 워드 지음, 이선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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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시간을 내서 전시회에 가보면 생각했던 것보다 사람들이 많아서 그리고 조용히 혼자서 감상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에 놀랄 때가 많다.

그래서 많은 전시품 중 마음에 드는 작품을 보면 조용히 조금 더 보고 싶다 가도 옆에 있는 사람들이 신경 쓰여 한 작품에 오래 시간을 들여 감상하기가 쉽지 않다.

어차피 그 사람들도 나처럼 유명하다 입소문난 전시회를 마음먹고 찾아온 것이 이에 짧은 시간 많은 작품에 눈도장을 찍고 싶은 건 마찬가지리라.

아쉬운 건 이런 사정은 우리나라에서뿐만 아니라는 점이다.

마음먹고 외국을 가서 찾은 전시관이나 미술관은 오히려 더 치열해서 유명한 작품은 그야말로 스치듯 바라볼 수밖에 없어 그저 보고 왔다는 만족감만 가질 수 있을 뿐이었다.

그런 덕분에 그림에 대해 제대로 감상하기도 쉽지 않고 그림에 대해 알 기회조차 쉽지 않은 나 같은 사람에게 그림을 감상할 수 있게 도와주는 이런 책이 어렵기도 하지만 고맙기도 하다.

그림은 그저 눈에 보이는 대로 보는 것도 나쁜 건 아니지만 제대로 알고 그림을 감상한다면 그림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저자는 오랫동안 갤러리에서 전시물을 총괄하는 책임자로 일했고 미술평론가로도 활동하고 있어 더더욱 그림을 제대로 보는 법을 가르치는 가이드로서 안성맞춤이 아닐까 생각한다.

저자는 작품 그중에서도 고전 미술을 볼 때 자연스럽게 몸이 반응하도록 놔두고 적극적으로 작품을 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앞뒤로도 왔다 갔다 하면서 그림을 감상하는 것이 한자리에 머물러 집중해보는 것보다 오히려 나을 수 있으며 어떤 작품이든 쉽게 다가갈 수 있어야 그림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설명은 의외였다.

작품을 감상할때에는 조용히 그리고 가만히 서서 보는 것이라 알고 있었는데...

그런 의미에서 그는 고전미술을 독창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방법 타불라 라사를 제시하고 있다.

타불라 라사는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는 백지상태를 뜻하는 데 예술작품을 감상할 때 선입견 없이 백지상태에서 작품을 감상하면서 무의식에서 떠오르는 것들을 해석하라는 의미로 T, A, B, U, L, A, R, A, S, A는 작품 감상 방법의 각 단계를 나타내는 약자이기도 하다.

시간, 관계, 배경, 이해하기, 다시 보기, 평가하기를 거치고 나서 리듬, 비유, 구도, 분위기를 적용하면 고전미술을 독창적으로 감상할 수 있다고 한다.

책의 서두에 이런 설명을 거친 후 본격적으로 그림에 대한 설명과 어떤 식으로 그림을 보면 좋을지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이 보충되어 있는데 그가 제시하는 방법을 따라가면 좀 더 재밌고 흥미롭게 볼 수 있는 것은 확실한듯하다.

 

발이 묶여 있는 양을 그린 프란시스코 데 수르바린의 하나님의 어린 양은 곧 죽을 운명인 양을 통해 죽음을 처량하게 묘사한 듯 보이지만 그가 제시한 작품 감상 방법의 원리 즉 리듬, 알레고리, 구도, 분위기를 활용해 보면 단순해 보이던 양을 묶은 다리가 십자 모양이고 배경의 색조가 대조되면서 전체적인 분위기가 달라짐을 느낄 수 있다.

좀 더 종교적인 느낌이 난다는 걸 알 수 있는데 제목이 납득이 간다.

그림에 대한 설명 중 특히 눈에 들어와 흥미로웠던 부분은 보이는 그대로, 마음이 느낀 대로 진짜 같은 그림을 그렸던 19세기 사실주의 화가들의 이야기와 작품에 관한 설명이었다.

노동자들의 현실을 그리는 사실주의는 산업혁명 이전의 좀 더 단순했던 농업사회의 하층민의 위치를 재평가했는데 그들의 그림에서 그 시대의 시대상을 볼 수 있었지만 정직하게 그린 그림은 판매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고 이런 현실은 시대의 관습을 깬 작품에서 더 두드러졌는데 이런 간극을 무시하고 영국에 처음 도착한 타히티 사람으로 유명 인사가 된 오마이를 그린 그 시대의 탁월한 초상화가인 레이놀즈의 작품은 그가 영국 왕립 미술원의 전시회에 그림을 그릴 정도로 탁월한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그가 죽을 때까지 팔리지 않았다는 걸 보면 그림 한점으로도 당시의 시대적 분위기를 조금은 알 수 있는 것 같다.

 

화폭 속에 마치 드라마를 보는듯하게 연출해 내는데 탁월한 화가도 있었다.

그들은 그림을 마치 연극 무대 속에서 조명을 받고 빛나는 주인공처럼 역동적이고 드라마틱 하게 표현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작가가 우리도 익히 알고 있는 카라바조다.

그들은 성경의 내용에 상상력을 더해 역동적이면서도 눈에 확 들어오는 그림을 주로 그렸는데 그들의 드라마틱 한 연출은 확실히 관람자의 눈을 사로잡는 매력이 있다.

이렇게 마치 드라마적인 연출을 하는 작가가 있는가 하면 사람들의 공포와 두려움을 이용해 전하고자 하는 내용을 각인시키는 화가도 있었는데 이들의 그림은 연출 방법이 어떻든 간에 그들이 전하고자 하는 바는 뚜렷하게 각인시킨 반면 진짜 목적을 드러내지 않아 그 의도가 궁금한 화가도 있었다.

대표적인 작품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이다.

이 작품은 화가는 몰랐지만 그림은 여러 곳에서 본 적이 있는데 단순히 왕가의 모습을 그린 걸로 만 알고 있던 나에게 저자가 여러 가지 숨겨진 의미를 설명하는 글을 보고서야 이 그림이 왕실을 풍자했다는 걸 알 수 있었는데 설명을 듣고 보면 새롭게 보이는 듯하다.

처음 보는 그림도 설명을 읽어가며 보니 더 흥미로웠고 알고 있던 그림도 설명을 읽으며 보니 새삼 달리 보이는 걸 보면 역시 뭐든 알고 보면 재미가 배가되는 건 확실한듯하다.

생생한 그림과 복잡하지 않은 설명 그리고 시대적 배경까지 곁들여 놓아 확실히 그림을 보는 재미를 배가 시키고 있는 것은 물론 책에 나오는 그림을 실제로 보고 싶다는 마음이 커지는 것은 나만이 느끼는 것은 아니리라.

그런 의미에서 저자가 목적한 바를 이룬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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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일대의 거래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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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리가 살면서 놓치고 있는 것들에 관한 짧은 동화 같은 이야기라고 평할 수 있겠다.

오베라는 남자로 웃음과 감동을 주고 베어 타운으로 옳고 그름 즉 정의에 관해 생각할 거리를 준 프레드릭 베크만의 이번 신작은 마치 한편의 동화 같은 느낌을 준다.

그러면서도 그 안에는 진중하고 묵직한 울림을 주는 것이 기존의 그의 작품들과 닮아 있다.

늘 바쁘게 살아서 자신의 가족조차 돌아보지 못했던 남자가 암이라는 선고를 받는다.

자신 한 사람이 많은 사람에게 일자리를 주고 그들의 경제를 책임지는 만큼 자신과 같이 대단한 사람이 보통의 사람들처럼 평범한 병으로 고통받고 시한부를 산다는 걸 인정할 수 없는 남자는 늘 자신의 주위를 맴돌았던 사신과 만나 자신의 모든 걸 걸고 거래를 한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그는 늘 무엇에 쫓기듯 어디론가 늘 떠나곤 했다.

아이가 자신의 무릎에 앉아 아빠의 사랑을 찾아 울 때도 그는 바빴고 학교에 입학을 할 때도 그는 가족과 함께 있지 못했으며 그 아이가 어느새 자라 이제는 아빠가 필요 없어진 지금까지도 그는 가족과 시간을 보낼 수 없었다.

그가 이미 늦은 후 회한처럼 스스로에게 하는 말은 울림이 크다.

그의 모습에서 우리의 모습을 보기 때문이다. 아이를 잘 키우고 잘 살기 위해서라고 말하면서 아이가 자랄 동안 함께 할 시간에 인색한...

그는 자신이 큰돈을 버는 만큼 바쁘고 대단한 사람이라 말하지만 스스로는 알고 있었다.

자신이 아이와 아내를 피해 바쁜 척 일을 만들어 하고 있다는 것을...

그는 사실 어떻게 이들의 사랑을 받아야 하는 지도 그리고 그들에게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서툰 사람이고 자신이 이런 형편없는 사람이란 걸 들키고 싶지 않아 더욱 그들을 피해 바쁘게 일을 만들어했었지만 이제 자신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돌아보니 가족은 어느새 저만치 훌쩍 가버리고 혼자 남았다.

그제서야 자신이 놓친 것이 뭔지를 절실히 깨닫는 남자

시간을 되돌리고 싶지만 그가 그렇게 자랑스러워하던 돈도 그가 원하는 걸 들어줄 수는 없다.

자신의 무릎에 앉아 자신만 바라보고 자신의 눈을 보며 조건 없는 사랑을 주던 사랑스러운 아이는 이제 자라 더 이상 그의 시간을 원하지 않고 그가 주는 돈조차 원치 않는다.

자신의 부를 책임질 수 있는 강한 남자로 자라길 원했지만 그 아이는 부드러운 남자로 자라 자신이 원하는 걸 찾아 떠나버렸고 홀로 남은 그는 이제 일생일대의 거래를 한다.

그가 매일매일 아들이 일하는 바 근처에서 아들이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장면이 인상에 남아 가슴이 아릿했다.

더 늦기 전에 사랑하는 사람을, 가족을, 그리고 자신을 돌아보기를 작가는 말하고 싶은 게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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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어하우스
베스 올리리 지음, 문은실 옮김 / 살림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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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하게 살 방을 구하러 다니는 여자 티피

그리고 그런 그녀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그녀의 친구들

티피가 이러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그녀가 지금 살고 있는 집주인이자 남자친구인 저스틴이 새로운 여자친구와 나타나 방을 비워줄 것을 요구했고 그런 이유로 한시라도 급히 방이 필요한데 런던의 물가는 살인적이라 그녀가 가진 예산으로는 옳은 방을 구하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녀는 지금 사랑도 잃고 살 곳도 없는 막막한 처지

어쩔 수 없이 또다시 누군가의 방을 셰어하기로 하지만 이번엔 더 불리한 조건이다.

방을 나눠쓰는 정도가 아니라 한 침대를 같이 써야 하지만 그녀가 가진 돈으로는 이 정도가 최선... 같은 침대를 쓸 사람이 그저 평범한 사람이기만을 바란다.

여자친구의 반대를 무릅쓰고 자신의 침실을 나눠쓰기로 한 남자 리언의 사정은 이렇다.

호스피스 병동의 간호사로 주로 야간 업무를 하고 있지만 그가 자신의 침대를 낯선 사람과 나눠써야 할 정도로 돈이 급한 건 동생 리치 때문이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간 동생을 위해 변호사 비용이 필요하고 목돈이 나올 데라곤 자신이 기거하는 방을 빌려주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 비록 여자친구가 반대하고 누가 봐도 다른 여자랑 같은 침대를 써야 하는 상황이 정상은 아니지만 동생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의 불편은 감수하는 게 당연하다 생각한다.

이렇게 각자가 절실한 경제적인 이유로 한 침대를 나눠쓰게 된 남녀

특별한 걸 공유한다는 이유로 두 사람이 만나자마자 사랑에 빠질 것 같지만 그렇게 쉽게 가면 밋밋해질 수 있기에 핸디캡을 둔다.

두 사람은 절대로 만나서는 안된다는 게 이 셰어하우스의 계약조건이라는 게 첫 번째 핸디캡이라면 리언에겐 연인이 그리고 티피에겐 지금은 헤어졌지만 언제 다시 합칠지 모르는 전 남자친구가 있다는 것이 그들이 사랑에 빠지는 걸 막는 두 번째 핸디캡이다.

게다가 9시 출근해 6시에 집에 오는 평범한 직장인인 티피와 밤에 근무해 아침에 티피가 이미 출근한 후 집으로 돌아오는 리언은 시간상으로도 만나기가 상당히 어려운 상황

그런데도 두 사람은 우연히 만나게 되고 서로를 마음에 담는다.

이렇게 되기 전 두 사람의 소통 도구는 전화도 이메일도 메신저도 아닌 그야말로 구시대 유물 같은 쪽지다.

쪽지에 서로 할 말을 써서 집안 여기저기 붙여놓고 출근하면 다른 사람이 퇴근하면서 쪽지를 읽고 또다시 쪽지에 답을 하는... 우리가 아주 어렸을 때 핸드폰도 없던 무렵 친구들과 서로 쪽지를 던져가며 의사소통했던 모습과 닮아있는데 의외로 이 구시대적 방법이 상당히 로맨틱하게 느껴졌다.

아마도 티피의 상당히 감각적이고 유머러스한 문장 덕분인듯한데 그런 덕분에 폐쇄적인 성격의 리언조차도 그녀의 쪽지 덕분에 웃음 짓는 일이 많아진다.

이 두 사람의 소통 방법은 요즘같이 빠른 걸 추구하는 사람이 볼 때는 답답한 감도 있지만 늘 소극적이고 사람 앞에 나서는 걸 어려워하는 리언이나 이제 막 오랫동안 사귀었던 남자친구가 자신에게 한 짓이 뭔지를 깨달아가는 티피에겐 어느 정도 거리를 두며 의사소통하는 이런 방법이 숨 쉴 수 있는 여유를 줘서 어울렸고 그런 덕분에 쉽게 서로에게 빠져들 수 있었던 듯하다.

자신도 모르는 새 남자친구에 의해서 스스로는 제대로 된 일을 할 수 없고 늘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위축되어 있던 티피가 기다려줄 줄 알고 배려할 줄 아는 섬세한 남자 리언을 만나 자신감을 찾아가며 조금씩 서로에게 빠져드는 모습이 사랑스러운 소설이었다.

깊어가는 가을에 어울리는 달콤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소설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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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하다
조승연 지음 / 와이즈베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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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공부를 잘해 공부비법책으로 유명하고 언어에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걸로 유명한 남자 조승연

그가 직접 뉴욕에서의 생활을 바탕으로 우리에게 뉴요커의 진짜 모습 즉 생얼을 보여주고자 한다.

흔히 유행과 첨단의 도시 그리고 시크한 도시로 알려진 뉴욕은 늘 사람들로 하여금 가보고 싶고 살아보고 싶다는 동경의 대상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그런 곳에서 관광객처럼 구경하듯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 아닌 그곳을 생활기반으로 삼아 살아가는 뉴요커는 경쟁이 치열한 만큼 그들 역시 치열하고 바쁘게 살아가는데 그래서인지 그들은 얼핏 보면 쌀쌀하기 그지없고 인정머리가 없을 만큼 냉정하게 이해타산을 따지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말로 하면 서울깍쟁이의 한 10배쯤 된달까...

그들이 얼마나 군더더기 없는 삶을 살아가는지를 보자면 저자가 겪은 일중 하나인 비즈니스 관계자들 간의 의사소통 방법을 보면 알 수 있다.

웬만한 일은 메일로 통하고 전화를 할 수 있는 일은 만남이 아니라 전화로 해결하며 구미가 당기는 제안을 들으면 점심시간이나 퇴근 직후의 시간인 해피아워를 이용해 짧은 만남을 하는... 그야말로 일분 일 초도 허비하지 않고 보내며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아간다.

그들의 이런 모습은 얼핏 보면 숨 막힐 듯 보일 수도 있지만 그들이 이런 삶의 태도를 가지게 된 데에는 그들의 역사를 보면 이해하기가 좀 더 쉽다.

뉴욕의 탄생에는 네덜란드 모피상과 원주민 간의 부동산 사기 사건이 섞여 있고 수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세상을 찾아 배를 타고 이곳으로 와 정착한 이민자들의 도시이기도 하다.

수많은 인종이 모여 탄생한 이곳은 당연하게도 온갖 문화와 풍습, 언어가 섞였고 그런 다양한 인종에게서 나온 여러 가지 것들은 필연적으로 다양성과 개방적인 마인드를 가질 수밖에 없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군더더기 없는 사고가 중요시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좀 더 합리적인 사고와 복잡함 속에서 핵심을 볼 수 있는 능력이 개발될 수밖에 없지 않았나 싶다.

책에서 조목조목 뉴욕커들이 가지고 있는 그들의 특징을 설명하고 그들이 이렇게 군더더기 없는 사고와 일을 처리하는 방식 그리고 부자나 성공한 사람을 바라보는 시각이 일반 사람들과 차이가 나게 된 경위를 나름의 판단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그 설명이 상당히 설득력 있어 납득이 갔다.

저자의 글을 보면 뉴요커를 바라보는 시각에 상당히 애정이 깃들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빠른 말투, 섣불리 곁을 주지 않는 태도, 주변을 신경 쓰지 않는듯한 태도 등에서 자칫 그들에 대해 편견을 가질 수 있지만 들여다보면 누구를 대하던 편견 없이 받아들이고 다른 사람의 시선을 그다지 의식하지 않고 스스로가 좋아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일의 성취도와 만족도가 높은 자존감이 높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들의 이런 편견 없는 태도는 그대로 자양분이 되어 뉴욕이라는 도시를 한층 매력적이며 빛나는... 그리고 뭔가를 늘 한발 앞서 창조해나가는 밑거름이 된다.

책을 읽으면서 무엇보다 돈에 대한 철학이나 아이들을 양육하는 방식이 놀라웠는데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뉴욕 사람들이 열광하는 인물과 한국인이 존경하는 인물에서 그 차이를 알 수 있다.

그들은 그가 어떻게 성공을 했던 오로지 그가 이룬 성공과 그 업적만을 가지고 평가하지만 우리나라에선 그 사람이 이룬 성공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그 과정에서 도덕적으로도 절대로 흠이 없는 사람이라야 한다는 것이다.

성공을 이루는 과정에서 부득이한 경우가 있을 수 있음을 뉴요커들은 오랜 경험을 통해 납득하고 이해하고 있는데 이런 태도가 바로 뉴요커의 본질이 아닐까 생각한다.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태도... 가만 생각해보면 거기엔 일리가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돈을 바라보는 그들의 철학과 태도는 확실히 실용적이면서도 직설적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시선에는 좀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실리를 지양하는 그들의 모습이 오히려 당당하게 보여서 좋았다.

뉴욕의 현재와 과거 그리고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진솔하게 그야말로 리얼하게 담아 아주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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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게임
에마 퀴글리 지음, 김선아 옮김 / 리듬문고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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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중 누군가가 급히 돈이 필요하다는 걸 알고 이걸로 돈을 벌어들일 계획을 세운 악동들

아이들은 자신들의 용돈을 자본금으로 해서 이런저런 규칙을 세우고 자신들이 하는 일을 적극적으로 홍보까지 하며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일을 시작한다.

그리고 친구들 중 아이디어가 반짝이지만 돈이 없어 뭔가를 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그 돈을 빌려주고 즉 투자를 해서 수익금을 나눠가지는 계약도 체결한다.

이 아이들이 하는 걸 자세히 보면 어디서 많이 본 듯하다.

아이들의 장난처럼 시작한 이 일은 은행이 설립될 당시의 모습을 모티브로 하고 은행이 하는 일을 그대로 흉내 내고 있는데 거대 자본을 가진 은행이 어떻게 탐욕에 물들고 어떤 과정을 거쳐 부실화되는지를 아이들이 세운 은행에 비교해보면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처음 계획을 세운 사람은 핀이지만 아이들 사이에서 냉정하게 판단하는 역은 루크가 그리고 돈의 입출금을 관리하는 건 에밀리와 코비가 나머지 두 녀석들은 아이들에게 자신들의 은행 FFP에 돈을 맡기도록 홍보를 하고 있는데 아이들임에도 각자가 엄청나게 제대로 역할을 잘 해내서 FFP는 이내 큰돈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여기서부터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어디서든 급작스럽게 큰돈이 들어오면 자신의 중심을 잃지 않는 게 쉽지 않기 마련이고 이 아이들은 심지어 어리기까지 하다 보니 일단 돈을 손에 쥐면서부터는 돈을 쓰기 바쁠 뿐 아니라 처음의 초심을 잃어버려 각자가 다른 생각을 한다. 돈을 벌기 쉬울 뿐 아니라 항상 돈이 들어온다고 생각해서 돈 씀씀이가 헤퍼지고 작은 돈에 연연하지 않게 된다.

덕분에 잘 돌아가는 것 같았던 투자 문제에서도 여기저기서 작은 문제들이 발생했지만 이미 큰돈을 버는 것에 취해버린 핀과 아이들은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 돈으로 그걸 해결하려 한다거나 별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 미뤄버리거나 모른척해버린다.

당연하게도 이렇게 외면했던 문제는 반드시 큰 문제가 되어 돌아오게 되고 이 아이들이 하는 사업에 돈이 몰린다는 소문이 나면서 학교에서 모두가 두려워하는 TT 가 말도 안 되는 제안을 해오지만 아이들은 그 녀석의 제안을 무시하지도 웃어넘길 수도 없다. 이제 수익은 줄어들었고 위험부담은 엄청나게 커졌을 뿐 아니라 TT가 원하는 대로 돈을 벌지 못할까 봐 잠도 오지 않을 정도로 걱정거리가 되었다.

처음의 의도와 달리 큰돈이 모이면서 쉽게 돈 버는 재미에 빠졌을 뿐 아니라 투자처에 대해 제대로 조사조차 하지 않고 낙관적으로 생각했던 것들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기 시작하고 하나둘씩 괜찮을 거라고 생각해 원칙을 무시한 결과는 당연하게도 투자 실패와 투자자의 분노로 되돌아오듯 아이들 역시 처음 얼마간은 순조롭게 잘 돌아가다 문제가 발생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는 과정이 아주 흥미진진하게 그려져있는 머니게임은 마치 아이들 장난처럼 보이지만 금융계의 실태를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있다.

은행의 도덕적 해이, 권유하는 직원조차 잘 알지 못하는 상품 판매, 방만한 경영으로 인한 투자 손실 등등...

아이들을 내세워 은행과 투자에 대해 알기 쉽고 재밌게 표현하고 있어 아주 재밌게 읽은 책이었다.

아이에게 경제교육용으로 읽혀도 괜찮을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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