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거기에 있어
알렉스 레이크 지음, 박현주 옮김 / 토마토출판사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알피는 아름답고 돈 많은 아빠를 두고 있으며 무엇보다 남편을 사랑하는 아내를 둔 행복한 남편이다.

단, 그가 그런 아내인 클레어를 사랑하지 않을 뿐 아니라 미워하고 증오한다는 점을 뺀다면...

알피는 우연히 만난 클레어를 보고 계획적으로 접근해 그녀와 그녀의 돈을 단번에 손에 쥔 남자판 신데렐라였고 처음부터 그녀를 미워했던 건 아니었다.

부자들의 전형적인 타입인 클레어와의 평탄한 결혼생활에 싫증이 나면서 진즉부터 그녀를 미워하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와의 결혼이 주는 부와 안락함을 포기할 수 없었기에 그녀를 참고 있었던 알피

하지만 그런 알피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모든 계획이 어그러지기 시작한 건 클레어가 간절히 아이를 원하면서부터이다.

알피는 아이를 낳을 생각이 전혀 없었기에 정관절제술을 했었고 이를 숨겨오고 있었는데 그런 비밀이 클레어의 집요함으로 인해 드러나게 생겼을 뿐 아니라 클레어 몰래 일탈을 즐기던 상대인 피파가 집착해오면서 피파를 제거할 필요가 생겼다.

게다가 알고 보니 그 일탈 상태가 클레어와 아는 사이... 알피는 반드시 그녀 피파를 제거해야만 했었고 이제 클레어마저도 제거하기로 작정하고 전략을 짜기 시작한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부를 누리면서도 짜증 나는 아내를 제거하기 위해서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내 그녀와 불륜 관계를 맺는 걸로 계획을 세우고 차근차근 이를 실행해나가는 중 그가 만든 가상의 인물이었던 의사 헨리 브라이언트가 실제로 등장하는 뜻밖의 사태에 직면하면서 점점 더 흥미로워진다.

아내나 혹은 남편이 서로를 못 견뎌 하다 결국은 다른 곳에서 위안을 찾고 끝내는 서로에게 해를 가하려는 계획을 세워 실행하는 이야기는 스릴러의 단골 소재기에 식상함이 있다.

그 뻔한 식상함을 넘어서야 하는 건 작가의 몫이고...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군더더기 없는 필체와 단순 명료한 문장으로 단숨에 몰입하게 하는 힘이 있었다.

아내를 죽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어디 알피뿐이었을까만 은 다른 여자와 사랑에 빠져서도 아니고 아내가 술을 많이 마신다거나 아니면 어딘가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자신이 자유롭게 마음껏 아내의 돈을 쓰면서 즐기고 싶고 자유롭고 싶다는 이유로 냉정하게 계획을 세우는 알피를 보면서 그가 강력하게 한 방 먹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사람은 나뿐은 아니었을 듯

시종일관 속으로 아내를 욕하고 미워하면서 조금만 이쁜 여자가 보이면 아내를 처리한 후 그녀와의 일을 계획하는 얄미운 모습을 보이는 알피는 그 이후에 벌어진 일에서 그에게 약간의 동정의 여지도 없게 할 정도로 완벽한 철면피였고 처음부터 알피와 클레어가 서로를 보면서 느끼는 감정을 번갈아가면서 각자의 시점으로 그리고 있는 초반부를 보면서 그들이 서로의 생각과 얼마나 다른 사람인지를 서로만 모르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어쩌면 자신이 가장 잘 안다고 방심하고 무시한 순간 보란 듯이 역습을 가하는 게 불행한 부부의 대부분의 모습이라 생각하면 알피와 클레어가 서로를 오해하고 있는 부분을 이해할 수 있을 듯...

뻔한 소재와 전개에도 불구하고 확실히 몰입감도 좋고 가독성도 좋았던 책이었는데 가만 보니 작가의 다른 작품 카피캣에서도 SNS나 온라인상에서 누군가를 사칭하거나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얼마나 쉬운지 이런 부분에서 현대인들이 얼마나 무방비하게 노출되어 있는지를 보여줬었는데 알피가 아내와 불륜녀를 속이고 접근하는 방식에서 좀 더 진화된 방법을 보여주고 있다.

뻔한 소재를 흥미롭게 그린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애프터 쉬즈 곤
카밀라 그레베 지음, 김지선 옮김 / 크로스로드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제목처럼 모든 것은 그녀가 사라지고 난 뒤 발생했다.

그녀의 이름은 한네, 그리고 프로 파일러로 명성이 높다.

하지만 그런 한네가 눈 폭풍이 치던 밤 외진 곳에서 신발도 잃어버린 채 추위에 떠는 모습으로 누군가에게 발견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깊이 들어갈수록 마치 늪에 빠진듯한 양상을 보인다.

무엇보다 한네의 기억이 사라져버린 것이 가장 큰 문제고 두 번째 문제는 그녀의 곁에서 늘 같이 다니며 수사하던 파트너이자 연인인 페테르의 행방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자신이 왜 그 추위에 낯설고 외진 곳에서 발견되었는지 그 발견 이전에 자신과 파트너는 도대체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었는지 모든 것을 기억하지 못하는 한네

사라진 페테르의 행방을 찾기 위해서라도 한네의 기억이 절실한데 알고 보니 한네는 알츠하이머 증상을 겪고 있었을 뿐 아니라 본인 역시 그 사실을 인지하고 모든 것을 그녀가 가지고 다니던 갈색 노트에 기록하고 있었음이 밝혀지지만 그 노트 역시 찾을 길이 없다.

그런 그녀를 도와 사건을 수사하는 사람은 말린인데 사실 말린은 이곳 오름 베리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지만 마을의 모든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떠나고 남은 사람은 몇 안 되는 이곳이 싫어 다른 곳에서 경찰 생활을 하다 이번에 맡은 미제 사건 수사 때문에 이곳으로 다시 돌아온 상황이다.

그녀와 한네가 맡은 미제 사건은 공교롭게도 19년 전 그녀가 그녀의 남자친구와 있다 우연히 발견한 백골화가 진행된 어린아이의 사건으로 당시에는 그 아이를 찾는 사람도 실종 신고도 없는 상태라 미제로 남을 수밖에 없었던 사건이었다.

그런 미제 사건을 수사하던 중 사고를 당한 한네와 실종 상태인 미테르

그들이 무슨 수사를 했는지 어디를 갔었는지 아무런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막연히 한네의 기억이 돌아오기를 바라는 와중에 어린아이 시신이 발견된 똑같은 장소 즉 돌무덤에서 총에 의해 피살된 여인의 시신이 발견되고 분위기는 급반전된다.

마을에 남은 사람이 백여 명밖에 안되는 상황에서 그들 중 누군가 살인자가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어하는 마을 사람들은 모든 의혹의 시선을 평소처럼 마을 한복판에 차지한 난민 수용소로 향한다.

여기에는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가지고 있는 분노와 원망이 깔려 있는데 마을이 쇠락해가고 사람들이 떠나는 동안 도움의 손길조차 한 번 없었던 정부가 폐쇄된 건물에 자신들의 동의없이 난민을 받아들이고 자신들이 낸 세금으로 그들을 교육 시키고 먹이고 재우며 많은 복지혜택을 준다는 사실에 억울함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분노와 모든 원망이 쌓여가는 이때 벌어진 살인사건은 일측 즉발의 상황을 불러오지만 이를 해결할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사실 이 모든 상황을 처음부터 알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바로 한네를 발견했으며 일기를 주은 제이크

제이크는 엄마를 암으로 잃고 직업도 없이 매일 술을 마시는 아버지를 둔 10대 소년이며 그가 진즉에 일기를 주은 사실을 경찰에게 알릴 수 없었던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한네의 일기를 읽고 그들이 무슨 수사를 해왔는지 용의자는 누구인지 모든 것을 알고 있었지만 앞으로 나설 수 없는 제이크로 인해 쉽게 풀릴 수도 있었던 페테르의 행방과 범인을 알지 못한 채 실마리 없이 하나하나 사건을 되짚어가는 모습은 답답할 만큼 느슨한 와중에 이 마을을 둘러싼 문제와 갈등 문제가 표면에 드러나면서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입장에 따라 첨예하게 대립한다.

그 대표적 인물이 바로 이 마을 출신인 말린과 다른 곳 출신인 안드레아스

경제주체로서의 힘을 잃고 갈수록 낙후되어가는 고향 그리고 그런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버티고 있는 마을 사람들을 바라보는 말린의 시선에는 애증이 있다.

열심히 살았지만 더 이상 가난을 벗어날 길이 없어 보이는 마을 사람들에게는 누구도 도움을 주지 않은 채 그대로 침몰되어가는 모습을 바라보기만 하면서 왜 난민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모든 복지 혜택을 그것도 자신들이 낸 세금으로 누리는지에 대해 부당하다 생각하는 말린과 이와 반대로 안드레아스는 자신이 살던 곳에서 목숨을 걸고 탈출한 그들을 돕는 건 당연할 뿐 아니라 그들이 아닌 누구라도 이런 처지에 처할 수 있었음을 기억하라는 말로 그들의 입장을 변호한다.

세계 각국에서 난민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요즘 가상의 작은 마을 오름 베리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일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들 난민을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는 것, 그들에게 가는 온갖 혜택에 대해 부당하다 생각하는 사람들 특히 난민 수용소가 있는 곳을 바라보는 차가운 의혹의 시선들은 님비현상과 닮아있다.

자신이 사는 곳만 아니라면 얼마든지 너그러울 수도 인류애를 발휘할 수도 있지만 자신이 사는 곳이라면 입장이 달라지는 사람들

십수 년에 걸친 살인사건의 진실이 하나둘씩 드러나는 과정을 세심하게 그려내고 있는 애프터 쉬즈 곤은 스피디한 스릴의 맛은 적지만 퍼즐 조각을 짜 맞추는 재미는 있었다.

화려한 살인도 제멋에 겨운 미치광이 살인마가 나오는 것도 아니지만 나오는 인물들의 감정과 갈등 상황에 대한 묘사가 빛난 작품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캣퍼슨
크리스틴 루페니언 지음, 하윤숙 옮김 / 비채 / 2019년 10월
평점 :
절판


터부시되다시피한 여성의 은밀한 욕망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캣퍼슨은 충분히 도발적이고 섹시하다.

사랑에 빠진 순간 여성이 스스로 자각하는 욕망 그리고 그런 자신에 대해 느끼는 죄의식 등을 스릴 있게 때론 은밀하면서도 도전적으로 그리고 있어 이 책이 왜 그렇게 많은 찬사를 받았는지 알 수 있다.

서로 마음이 통한 듯 보이지만 남녀 간에 느끼는 감정의 차는 분명히 다르다.

그런 감정의 차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게 첫 번째 단편인 캣퍼슨

극장 매표소에서 일하고 있는 여자에게 접근하는 남자 그 남자는 여자보다 나이도 많고 무엇보다 여자의 눈에 확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무료한 시간을 때우기 적당한듯해서 시시껄렁한 잡담을 주고받다 전화번호도 교환한다.

그리고 그와의 데이트에서 남자는 다른 남자와 달리 스킨십을 시도하지도 않고 마치 어린 소녀를 대하듯 여자에게 거리를 두는데 오히려 그의 그런 태도가 여자로 하여금 그와 적극적인 만남을 유도하는 계기가 된다.

몇 번의 데이트 끝에 드디어 그와 한 키스는 여자에게 놀라움을 줄 정도로 서툴기 짝이 없었고 그의 이런 모습에 그만 시들해져 버리지만 그의 정성을 거절하지 못한 결과 그와 섹스를 나누게 된다.

거절했어야 함에도 분위기 때문에 그리고 자신이 먼저 그를 유혹했다는 이유로 마음속으론 원치 않았던 섹스를 한 결과는 당연히 좋지 않을 수밖에... 그 결말조차 찜찜하기 그지없다.

여자도 섹스에 있어 수동적이 아닌 뜨거운 성적 욕망이 있다는 걸 표현하고 싶었던 듯하다.

이렇게 어떤 글은 읽으면서 공감도 가고 여자라면 더 이해하기 쉬운 글도 있지만 거울, 양동이, 오래된 넓적다리뼈 같은 글은 어렵게 쓰이진 않았지만 공주의 특이한 사랑은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도대체 왜 왕국 전제를 넘어 이웃 왕자들을 다 마다하고 그녀가 사랑에 빠진 게 오래된 냄새 나는 넓적다리뼈에 양동이를 쓰고 거울에 비친 모습인 건지... 정녕 그녀가 사랑한 건 오로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뿐인 건지...

그리고 그런 그녀를 보면서도 혼자서만 애타게 그녀의 사랑을 갈구하다 끝내 그녀의 무심한 손에 살해되버린 남자도 보통의 사고를 가진 나에겐 이해가 쉽지 않았지만 자기애가 강한 것도 그리고 보답받지 못한 사랑에 더 매달리는 사람도 있다고 생각하면 전혀 이해를 못 하는 것은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마치 으스스 한 잔혹동화를 한 편 보는듯한 느낌이 색달라서 인상적이었다.

또 다른 자기애의 모습을 그린 작품 룩 앳 유어 게임, 걸 역시 비슷한 성향의 소녀가 등장하지만 공주와는 조금 다른 것이 아직 사춘기 소녀라는 점인데 사춘기 때의 아이들은 모든 것이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성숙한 공주의 사랑법과는 그 색깔이 다르다.

더럽고 노숙자이면서 어딘지 위험한 느낌을 풍기는 남자의 초대... 분명 위험하고 자기에게 좋을 것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거절하기 쉽지 않고 밤에 부모를 속이고 그에게 가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고민을 늦도록 하는 모습, 그리고 그 이후 벌어진 사건에 쓸데없는 자기 연민에 빠진 소녀를 보면서 10대의 소녀들이 왜 그렇게 쉽게 범죄에 노출되기 쉬운지 그 일면을 살짝 들춘 느낌이었다. 모든 삶에 자기가 주인공이라 착각하는 건 10대 때만 통하는 법

이외에 어릴 적 성적으로 자신들을 열광시켰던 남자를 성인이 되어 처녀 파티에 게스트로 초대해 어릴 적 스크린을 통해 꿈꿨던 그 동경을 실행하는 모습을 섬세하게 그리고 있는 풀장의 소년은 왠지 모르게 속시원한 느낌이었다.

남자들만 이런식의 모임을 가질수 있는 게 아니라 여자들도 원한다면 얼마든지 성적 일탈을 감행할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이렇게 작품 대부분이 은밀한 여자들의 성적 갈망과 동경 그리고 그런 관계에서 여자들이 가지는 불안과 두려움에 대해 그리고 있는데 그 표현방식이 지극히 섬세한듯하면서도 대범하고 은밀하면서도 강렬하다.

어쩌면 작가가 여자이기에 이런 글이 가능했지 않았나 생각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때도 깊은 곳에는 혹시 하는 두려움이 있고 누군가와의 관계에서 거절해야 할 때의 부담감 때문에 고민하는 여자들의 속마음은 남자들은 제대로 알지도 이해하기도 쉽지 않은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런 내밀한 속마음을 제대로 표현하고 있는 캣퍼슨

쉽게 읽히지 않는 부분도 있었지만 많은 부분에서 공감이 갔던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트] 마이너리티 오케스트라 1~2 세트 - 전2권
치고지에 오비오마 지음, 강동혁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학벌, 지위, 재산 모든 것에서 차이가 나는 남녀가 사랑에 빠졌다.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 주위에서 특히 가진 것이 많은 쪽의 가족이 맹렬히 반대를 하고 반대에 부딪친 여느 연인과 마찬가지로 두 사람은 더욱 서로를 깊이 사랑하게 된다.

사랑에 빠진 연인은 모르겠지만 이런 경우 대부분 깨어지거나 아니면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을 감행해도 그 결혼이 행복하기가 쉽지 않다.

좀 더 가진 쪽의 끊임없는 견제와 무시 그리고 심한 경우 조롱을 견뎌내기가 쉽지 않아 좌절하고 위축되다 끝내는 세상의 모든 것이었던 사랑마저 쪼그라들어버리고 지쳐버린다.

이 책에 나오는 연인의 경우는 좀 더 비극적이다.

단지 그들은 서로 사랑했을 뿐인데 운명은 그들을 갈라 놓았을 뿐 아니라 이 책을 이끌어가는 화자이자 치논소의 치로 하여금 자신의 육체의 주인인 치논소를 대신해 신에게 변호하게 만들었다.

시작부터 치가 자신들의 신에게 치논소를 옹호하고 그를 대신해 그의 잔인한 운명을 안타까워하며 시작하는 이 책은 모든 것이 낯설고 새롭다.

일단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치라는 존재도 그렇고 나이지리아를 배경으로 한다는 것도 그렇고 그들이 가진 신앙과 정신은 분명 낯선 것 투성이다.그래서 도입부에서부터 몰입하기가 쉽지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에 빠져 행복해하다가도 서로 함께 할 수 없어 애타는 연인들의 아픔이나 고통은 어디서든 이해할 수 있는 감정이기에 그렇게 이해하고 보면 이야기 전체를 마치 읊조리듯 독백하듯 주절거리는 치의 말속에서 두 연인의 운명을 그리고 왜 치논소가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가 된다.

갑작스럽게 사랑하는 아버지를 잃기 전까지 치논소는 부모가 물려주신 큰 땅에서 소중한 닭을 키우며 자신이 먹을 식량과 채소는 자급자족하며 살아가는 큰 걱정이라곤 없는 청년이었다.

그런 그에게 아버지의 부재는 큰 상실감으로 다가왔고 실의에 빠진 그에게 삼촌은 여자를 만나 가족을 이룰 것을 종용하지만 이제까지 그는 여자에게 큰 관심을 가진 적이 없었다.

그는 삶에 큰 욕심이 없었고 성에 관해서도 별다른 관심을 가진 적이 없던 다소 느린 청년이었지만 우연히 만난 은달리는 그로 하여금 새로운 세상으로 눈을 돌리게 만든다.

사랑하는 은달리와 같이 있고 싶고 그녀를 사랑하지만 당연하게도 그녀가 가진 모든 것이 자신과 차이가 남을 알기에 결혼까지는 생각조차 않던 치논소

하지만 은달리는 자신의 사랑을 확신하기에 그와 함께 하고 싶고 당연하게도 자신의 가족이 그를 받아들일 거라 믿고 그를 가족에게 소개한다.

그녀는 부유하게 자랐고 제대로 된 교육과정을 밟은 부잣집 아가씨였기에 치논소가 뭘 걱정하는지 그의 우려와 염려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기엔 세상 물정을 너무 몰랐을 뿐 아니라 자신의 가족이 어떤 사람들인지 무지했다.

이는 치논소에게 결정적인 악영향을 끼치는 결과가 된다.

무시와 조롱을 넘어 협박에 폭행까지... 남자로서의 자부심마저 무너뜨린 그들의 처사에 결국 치논소는 평소라면 절대로 하지않을 바보 같은 결정을 한다.

자신이 가진 모든 걸 걸고 그녀에게 걸맞은 사람이 되고자 그녀의 곁을 떠나기로 한 것...

그의 결정은 은달리의 반대로도 막을 수 없었고 이제 운명의 수레는 굴러가기 시작한다.

치논소의 영혼의 동반자인 치 조차도 그가 남자로서 한 선택에 동의를 했고 당연하게도 이 선택이 후일 두 사람의 앞날에 도움이 될 거라 믿었지만 모든 것은 예상을 빗나가버린다.

치 가 육체의 주인인 치논소를 대신해 그에게 자비를 베풀어 줄 것을 신들에게 비는 이유이기도 하다.

세상에 사랑하다 끝내 헤어지는 연인이 이 두 사람뿐이 아니듯이 두 사람에게 닥친 불행은 안타깝기는 해도 어쩔 수는 없는 일이지만 이후 벌어진 일은 치논소의 여유롭고 선하던 마음까지 변하게 만들어 버릴 정도로 처참하기 그지없다.

낯선 곳에서 겪은 그 많은 고통과 아픔에도 불구하고 은달리의 곁으로 돌아오고자 하는 치논소에게 사랑은 영원한 것이었고 혼자 남겨진 데다 연락조차 제대로 되지 않아 불안해하던 은달리에게 치논소가 없는 몇 년은 그를 기다리기에 너무 긴 시간이었다.

어느새 자신이 새를 사랑하고 자신이 가진 걸 사랑하고 아낄 줄 알던 여유롭고 유유자적하던 사람이었다는 것조차 잊어버린 치논소가 닥쳐오는 운명 앞에 좌절하고 굴복해 변해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안타까웠다.

두 사람이 겪은 불행은 안타깝기는 해도 새삼스럽지는 않았지만 그들의 불행을 풀어가는 방식 즉 치가 자신의 신들에게 읍소하고 빌고 대화하듯 호소하는 방식은 신선해서 새롭게 느껴진다.

안타까운 연인들의 이야기를 신선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간 점에서 점수를 주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형에 이르는 병
구시키 리우 지음, 현정수 옮김 / 에이치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모든 일의 시작은 한 통의 편지였다.

생각지도 못한 사람으로부터 온 편지를 받은 마사야는 고심 끝에 그를 만나보기로 한다.

그 사람은 바로 10명이 넘는 아이들을 유인 감금해 잔혹하게 고문한 후 살해하고 암매장한 희대의 연쇄살인마인

하이무라 야마토로 마사야는 그가 운영하던 제과점 로셸에 자주 빵을 사러 갔던 손님 그 이상은 아닌 관계이기에 그가 자신에게 왜 편지를 보낸 건지 이해할 수 없다.

궁금증을 가지고 만난 그는 마사야에게 자신이 저지른 죄를 다 인정하지만 마지막 살인만큼은 자신이 저지른 죄가 아니니 자신의 무죄를 증명할 수 있게 해달라는 부탁을 해 온다.

법대를 다니지만 어릴 적부터 우수한 아이라 소문났던 것에 비해 형편없는 학교를 다닌다는 자격지심을 가지고 있던 그는 언젠가부터 자존감이 떨어지고 학교에서도 적응을 못해 겉돌고 있던 터라 그런 자신에게 마치 대단한 사람인 것처럼 도와달라 부탁하는 하이무라의 모습에서 말할 수 없는 용기와 어릴 적의 긍지와 더불어 자신감이 살아나는 걸 깨닫게 된다.

그런 이유와 더불어 그의 주장처럼 마지막 살인사건은 분명 그 이전의 살인사건이나 하이무라가 본인의 소행이라 인정한 사건의 형태와 차이가 있어 마사야는 그의 부탁을 승낙하고 본격적으로 조사에 뛰어들어 그의 행적을 조사하면서부터 마사야에게는 심경에 변화가 생긴다.

언젠가부터 사람을 똑바로 볼 수도 없고 교우관계에 어려움을 겪었던 그가 어느샌가 어릴 적의 자신의 모습처럼 누구와도 쉽게 얘기할 수도 마주 볼 수도 있게 된 것... 이 모든 변화는 하이무라와 면담을 하면서부터 나타났고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자신보다 어리고 약한 사람을 보면서 하이무라가 느꼈던 전능감을 느낄 뿐 아니라 심지어는 그가 한 것처럼 자신 역시 사람을 죽이는 것도 할 수 있을 거라는 유혹을 느낀다.

하이무라에게는 이렇게 사람들을 매료시키고 자신감을 고양시키는 재능이 있었다는 걸 점차 깨달아가던 그때 우연히 어릴 적의 하이무라 사진을 보고 충격에 빠지는 마사야

연쇄살인을 저질렀음에도 그에 대한 평가는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렸을 뿐 아니라 그를 좋아하던 사람 중에는 아직까지도 그의 죄를 믿지 않고 누명을 쓴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의 소유자인 하야무라를 만나면서 내부에서부터 점점 변해가는 마사야의 심경의 변화를 그리고 있는 사형에 이르는 병은 우리가 흔히 연쇄살인마 하면 연상되는 사람 즉 폐쇄적이고 음울하며 소극적이거나 폭력성을 가진 사회부 적응 자라는 인식과 정반대 타입인 하야무라를 내세워 편견이나 선입관이 얼마나 우리의 눈과 판단을 쉽게 가릴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부드러운 말투, 호감형인 외모, 여기에 누구에게나 친절한 모습... 어디서 들어본 것 같지 않나?

이렇게 친절한 이웃의 모습으로 다가와 조용히 자신이 원하는 바를 취하는 그들... 사이코패스이자 연쇄살인마의 모습을 하이무라라는 인물로 제대로 구현하고 있다,

여기에다 누구라도 동정할만한 불우했던 과거를 가진 그는 사람들 마음속에 은연중에 동정심을 끌어내고 있어 그와 조금이라도 깊은 대화를 나눴던 사람이 속수무책으로 그에게 끌려가는 것을 막기도 쉽지 않다.

그를 조금이라도 가깝게 느끼고 싶고 그와 닮고 싶어 하던 마사야 역시 예외는 아닌 상황

점차 범인의 시각으로 다른 사람을 보는 지경에 이르지만 위험성을 깨닫지 못하는 위태로운 지경에 이를 때까지 자신이 어떤 위험에 노출된지도 모르는 마사야를 보면서 거미줄에 걸린 파리 같다는 생각이 든다.

부드럽게 다가와 날카로운 주먹을 날리고 거기에다 카운터펀치까지 제대로 먹여준... 가독성도 끝내주는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