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이상한 비치숍 작고 이상한 로맨스 시리즈 1
베스 굿 지음, 이순미 옮김 / 서울문화사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영국 아마존 킨들 `올스타` 우승 작가의 중독성 강한 로맨틱 코미디 시리즈라는 소개 문구가 인상적이어서 관심을 가진 책인데 일단 얇고 가볍다.

그리고 내용 역시 무겁거나 심각하지 않은... 어쩌면 처음 로맨스 소설을 읽는 사람이 원하는 걸 갖춘 작품인지도 모르겠지만 국내 로맨스 소설을 좀 읽었다 싶은 사람에게는 다소 밍밍하고 싱거운 맛으로 느껴질듯하다.

갑작스러운 언니의 죽음으로 10대의 조카를 맡게 된 애니

언니를 잃은 슬픔을 극복하고 조카를 잘 돌보고 싶어 하지만 어린 조카는 여전히 그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고 방황 중이다.

그런 조카를 그냥 두고 볼 수만 없었던 애니는 환경을 바꿔보기 위해 런던을 떠나 절친이 있는 바닷가 콘월로 향하지만 도착하면서부터 순탄치 않다.

그녀의 차를 막아서는 양들부터 그녀가 운전하는 차의 뒤를 따라오는 남자와 괜한 신경전을 벌이는 일까지...

바쁘고 빠르게 움직이는 런던과 달리 이곳 콘월은 모든 것이 느긋하고 여유로울 뿐 아니라 작은 동네여서인지 서로의 사생활이란 게 없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신경을 묘하게 긁어대는 옆집 비치 숍의 남자 가브리엘은 짜증스럽고 다소 불퉁한 태도를 보이지만 섹시하고 매력적인 그에게 끌리는 걸 느낀다.

싸우고 미워하다 어느새 사랑에 빠진다는 스토리의 전개가 뻔히 보이지만 책의 두께가 얇아서인지 두 사람의 갈등이 심각해진다거나 복잡해지지 않고 두 사람의 애정을 불타오르게 할 촉매제인 연적의 등장이 없다는 점이나 오해와 갈등으로 인한 감정의 소모가 없다는 점 때문에 단순하면서도 오로지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는 과정만을 즐길 수 있다.

게다가 로맨스 소설이라고 하면 남주가 재벌이거나 기업의 경영주와 같이 부자인 경우가 많은데 비록 자신의 가게지만 보통의 평범한 남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점은 마음에 든다.

물론 그 남자가 엄청 섹시하다는 여주의 감탄은 있었지만...ㅎㅎ

이런 이유들로 로맨스 소설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읽기에 좋을듯하다.

나 같은 경우는 오히려 그런 점이 아쉽고 싱겁게 느껴지는데 주변 인물에 대한 묘사가 많이 없어 등장인물이 너무 입체적이지 못하고 단조로워 캐릭터의 매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한 것 같다.

특히 남자 주인공의 매력을 십분 발휘하기엔 지면이 좀 부족한듯하다.

아마도 페이지의 제약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 두 사람의 감정 표현이 좀 더 풍부하고 에피소드가 좀 더 다양하게 보여줬으면 좀 더 맛있는 로맨스 소설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심리죄 : 교화장 심리죄 시리즈
레이미 지음, 이연희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1월
평점 :
절판


인간의 행동은 교화가 가능한가?

온갖 범죄를 저지르는 범죄자들을 한곳에 모아 수용하는 일명 교도소의 목적은 더 이상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교화하는데 목적이 있지만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교도소에 수감하는 걸로 교화에 성공한 곳이 없다.

그렇다면 사람의 마음과 행동을 변화시키는 건 불가능할까

이런 의문을 가졌던 심리학자들 중 한 사람인 스키너는 인간이나 동물은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조건에 따라 행동을 선택하므로 어떤 행동을 강화하고 싶으면 강화를 일으키는 보상을 하면 통해 행동을 수정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이 이론에 따라 동물 훈련을 위한 상자를 만들었다. 이름하여 스키너 상자

그가 심리학자로는 뛰어났을지 몰라도 그가 행한 실험은 악명 높았던 듯하다.

그리고 그런 그의 이론을 이용해 인간 교화를 목적으로 한 실험이 행해지게 된다.

이 책은 자신이 믿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사람마저 목적으로 이용하고자 한 사람들이 벌인 이야기이기도 하다.

대학원생으로 잔인한 범죄 사건을 수사했던 팡무가 이번에는 경찰이 되어 사건 수사에 참여하게 된다.

그리고 그가 마주한 잔인하면서도 뚜렷한 범죄의 목적이 보이지 않는 사건들은 팡무로 하여금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게 만들 정도로 연이어 벌어지는 사건은 흔히 보는 사건과 그 양상이 달랐다.

우선 팡무의 눈에는 연이어 벌어진 살인사건이 피해자를 비롯해 범죄 수법이 다 다름에도 불구하고 굳이 시체를 살인 현장에 옮겨 공들여 꾸몄다는 점과 그게 마치 무슨 의식을 치른 듯이 보인다는 점에서 서로 연관이 있음을 직감하지만 서로의 사건에서 어떤 점도 공통된 게 없다.

이런 와중에 그의 설득으로 살인 현장에서 인질극까지 벌였던 청년 뤄자하이가 탈옥하는 사건까지 벌어지고 그의 탈옥 과정에 의심을 품은 팡무로 인해 그를 변호했던 변호사가 이 탈옥과 연관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렇다면 변호사는 왜 이런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그를 도와준 걸까? 이런 의문을 파고들어간 덕분이기도하다.

피해자들이 평소 누구에게 해를 끼치거나 원한을 살 만한 일을 한 적이 없다는 점도 사건을 해결하기 힘든 이유 중 하나... 이렇게 용의자를 특정할 수 없을 것 같은 사건 속에서 드디어 하나의 단서가 나오고 팡무의 프로파일링이 맞았음이 드러나면서 사건의 실체가 서서히 윤곽을 드러낸다.

사람을 마치 동물처럼 자극과 보상을 통해 통제할 수 있고 교화할 수 있다는 극단적인 신념을 가진 사람들로 인해 자신도 모르는 새 피해자가 되고 가해자가 된 사람들

사람은 성향과 기질 그리고 처한 환경에 따라 얼마든지 변수가 생길 수 있음을 그리고 피해자에게도 사랑하는 가족이 있다는 걸 간과한 채 오로지 실험의 목적을 위해 도구로 다뤄진 사람들이 겪은 처절한 고통은 염두에 두지 않은 비정한 이 실험의 결과는 당연히 성공할 수 없음을 자신이 옳다는 신념에 매몰된 그 사람들만 몰랐던 것 같다.

사건 전체의 그림을 하나로 엮어 결과를 만들어내는 과정도 흥미로웠지만 뛰어난 범죄 심리학자이자 프로파일링에서도 탁월한 팡무가 끊임없이 경찰로서의 자질을 의심하며 고민하고 갈등하는 모습은 앞으로 법이 해결할 수 없는 결정적인 순간일 때 그가 어떤 선택을 하게 될 건지를 궁금하게 하는 부분이다.

다음편이 궁금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쩌다 간호사 - 가벼운 마음도, 대단한 사명감도 아니지만
간호사 요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 취업이 어려워서인지 취업이 잘된다고 알려진 간호사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런 높은 관심과 더불어 간호사라는 직업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사람 역시 많은데 이 책은 현재 5년 차 간호사가 현장에서 직접 보고 경험한 일을 쓴 글이라 더 신뢰가 간다.

재밌는 건 저자가 쓴 글과 그림이 우리 같은 일반인들보다 먼저 간호사 커뮤니티에서 격한 공감을 얻었다는 것이다.

그만큼 현실적으로 표현했고 그동안 마음속에 담아두기만 하거나 참아왔던 이야기들을 끄집어냈다는 뜻일듯하다.

웹툰을 보면 간호사라는 직업이 녹록지 않은 고강도의 노동을 요구하는 직업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동안 병원에 갈 일이 있어도 무심히 봐왔던 그네들의 일이 생각보다 힘들 뿐 아니라 많은 희생을 요구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면 누군가는 생명을 다루는 일이기에 잠시의 틈도 허용해서는 안 되고 그래서 어느 정도 희생은 불가피하다는 말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들이 겪는 노동에는 환자나 보호자 본인이 편하고 싶어서 마치 심부름꾼처럼 불러댄다거나 혹은 군대보다 더 엄격한 위계질서를 요구하는 선배 간호사들의 횡포 아닌 횡포 여기에다 늘 근무시간을 초과하기 일쑤인 환경 등은 간호사들의 희생만을 강요해서는 안 되고 빨리 개선되어야 할 사항이 아닐까 싶다.

몇 컷의 만화에다 짧은 글로 일상에서 겪는 일들을 소개하고 있을 뿐 아니라 중간중간 간호사라는 직업에 대해 관심이 있고 궁금한 점이 있는 사람들의 Q&A도 실어놓았는데 그들이 궁금해하는 질문에 대한 답 역시 과장하거나 꾸밈이 없이 현실적인 조언들로 되어있어 많은 도움이 될듯하다.

얼마 전 뉴스에서도 크게 다뤄진 일이 있는데 간호사들 사이에 태움이라는 문제가 진짜로 있는지에 대해 궁금한 사람이 많은데 저자는 이를 인정할 뿐 아니라 축소하지 않고 오히려 그 문제를 부각시키고 있다.

누구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닐뿐 아니라 자신이 선입 간호사의 입장에서 그들이 신입 간호사에게 호된 질책과 간섭을 하는지에 대한 변호를 하고 자신 역시 신입일 때 자신에게 빈정대는 말투로 감정 섞인 지시와 태도를 취했던 선배 간호사 때문에 힘들었던 에피소드를 곁들이면서 자신이 어느덧 연차가 되고 보니 그들이 자신 같은 신입에게 왜 그렇게 했는지 이해가 가는 부분이 있음을 이야기한다.

늘 시간에 쫓기고 생명을 다루는 일이기에 허투루 해서는 안될 뿐 아니라 항상 긴장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되면서 어느 정도 선배들의 입장을 이해하기도 하지만 그런 말로 태움의 정당성을 부여하지 않는다.

일은 많고 시간에 쫓기는데 서툰 후배는 도움이 안 돼서 짜증이 나는 건 이해하지만 같은 말이라도 좀 더 부드럽게... 그리고 누구나 처음엔 다 서툴다는 걸 조금만 이해한다면 좋지 않을까

그럼에도 역시 어디에나 있는 약자 위에 군림하려 하는 사람 혹은 조금만 자신보다 못하다 싶으면 마구 대하는 사람이 태움이라는 걸 이용해서 후배나 신입을 괴롭히는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걸 지적하고 있다.

태움이라는 건 누구에게도 좋은 게 아님을... 빨리 사라져할 관습임을 신입 간호사가 아닌 선배 간호사의 입장에서 하는 말이라 더 설득력이 있었다.

간단한 몇 컷의 그림이지만 그 속에 담긴 내용은 가볍지 않다.

왜 많은 공감을 얻었는 지 알수 있었다.

보면서 별생각 없이 봐왔던 간호사의 업무도 그들이 얼마나 무거운 일정에 시달리는지도 조금 알게 되면서 간호사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조금 달라짐을 느꼈다.

가볍게 표현했지만 가볍지않은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 집에 엄마가 산다
배경희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버지와 아들 사이도 그렇듯이 엄마와 딸 사이엔 유독 진득한 뭔가가 있다.

나는 그걸 애증이라고 말하는데 어릴 때 잔소리하는 엄마가 짜증 났고 빨리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고 무엇보다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대한민국의 수많은 딸들이 아마 나와 비슷한 결심을 했으리라.

엄마 세대는 시부모님을 봉양하고 자식에게 무조건적인 희생을 강요당하고 살았으면서도 늘 뭔가를 더 못 줘서 미안해하는...

그래서 그런 엄마에게 짜증을 많이 내고 타박을 하면서도 늘 미안한 맘이 있었는데 세월이 흘러 나 역시 아이를 낳고 보니 더더욱 엄마가 안쓰럽고 고맙게 느껴졌다.

이 책 속의 모녀관계도 그렇다. 서로에게 미안하고 고마우면서도 말로 표현해본 적이 없어 사랑한다는 말로 하지 못하고 애정표현에도 익숙하지 못해 걱정과 사랑을 본심과 다르게 잔소리를 하고 화를 내는 걸로 표현하는...

아니 평범하지 않은 가족이라 더더욱 애착관계가 깊게 형성되어 있는데 그건 아마도 서로에게 서로뿐이라는 걸 알기 때문일 것이다.

미혼모로 혼자서 딸을 키우낸 엄마 순희에게 딸 연화는 공부도 잘하고 힘들다는 대기업에 척 붙어 어디에 내놔도 자랑스러운 존재였지만 그런 딸이 한마디 상의도 없이 덜컥 사표를 내고 집으로 들어왔으니 엄마의 입장에선 기가 막힐 노릇이지만 화를 내고 소리치기보다는 딸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연화에게도 할 말이 있는 것이 혼자서 자신을 키우고 뒷바라지하는 엄마를 위해서라도 악착같이 열심히 공부해 대기업에 다니는 남들에게 자랑스러운 딸이지만 스스로 돌아보니 그저 그런 직장인일 뿐이라는 자각은 그녀로 하여금 모든 것을 내려놓고 강제 휴식을 취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해서 엄마가 하는 하숙집으로 돌아와보니 마치 기다렸다는 듯 엄마는 딸에게 하숙집을 물려주고 뒤늦게라도 자신의 인생을 살겠다며 대학에 입학한다.

싫어도 별다른 방법이 없어 꾸역꾸역 엄마가 해오던 일을 대신하는 딸은 하숙생들의 아침밥을 해주고 하숙집을 운영하면서 그동안 엄마가 자신에게 하던 잔소리와 간섭하는 마음을 조금 이해하게 되고 엄마의 삶을 돌아볼 여유가 생기면서 늘 부채처럼 느껴졌던 엄마를 마음 깊이 공감하게 된다.

비로소 엄마를 그저 자신의 엄마일 뿐 아니라 삶이 고단하고 힘들었던 한 여자로 이해하게 되고 엄마의 결정을 지지하게 되는 과정이 무겁지 않고 유머러스하게 그려져있다.

연화가 출산을 하면서도 엄마를 애타게 찾는 장면에선 아이를 낳아본 사람이라면 그 마음이 십분 이해가 갔을 듯한데 왜 그렇게 엄마를 찾게 되고 엄마를 봐야 안심이 되던지... 또 엄마 순희와 딸 연화의 서로 툭툭하듯 하는 대화도 극히 현실적이어서 마치 우리 엄마랑 하는 대화를 보는듯했다.

티격태격하면서도 밑바탕에는 애정이 묻어나는... 그래서 더 몰입해서 본 건지도 모르겠다.

책에는 단순히 두 사람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돈을 아끼기 위해 좁은 방에 여럿이 모여 살면서 취업을 준비하는 독수리 5형제나 오랜 꿈을 못 버려 노래방에서 노래를 하면서 하숙집에 사는 여자, 객지에 와서 돈을 벌기 위해 있는 이곳에 사는 남자, 여기에다 엄마 순희처럼 한순간의 실수로 미혼모의 길을 선택하는 여대생 등 팍팍하고 애달픈 각자의 사연까지 버무려 웃음과 감동을 주고 있다.

대부분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우리의 이야기이기에 공감하며 읽을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이 어머니의 집밥을 먹을 수 있는 횟수는 앞으로 328번 남았습니다
우와노 소라 지음, 박춘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어느 날 갑자기 다른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나에게만 이런 특정한 숫자와 함께 의미심장한 글이 보인다면 어떡해야 할까

단편으로 이뤄진 책에는 앞으로 자신에게 전화를 걸 수 있는 횟수, 거짓말을 들을 횟수, 불행이 찾아올 횟수, 놀 수 있는 횟수, 그리고 가장 무서운 앞으로 살 수 있는 날 수까지 사람이 생각할 수 있을만한 것들의 횟수가 정해진 사람의 이야기이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이런 카운터가 존재할지도 모르겠다.

단지 책 속에 나오는 사람들은 그걸 볼 수 있고 미리 알 수 있다는 점만 다를 뿐... 이런 점을 알아차린 후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어느 날부터 자신이 너무나 좋아하는 엄마가 만든 집밥을 먹을 수 있는 횟수가 보이기 시작한 남자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어느 날부터 의식을 하고 보니 카운터의 숫자가 점점 줄어들기 시작하고 그제서야 그 카운터의 숫자가 의미하는 바를 알아챈다.

카운터가 끝나는 순간이 엄마와의 이별임을 알고부터 남자는 바보스럽지만 당연한 듯 엄마가 차려주는 밥을 거부하기 시작한다.

엄마는 영문도 모른 채 어느 날부터 자신이 한 밥을 거부하는 아들에게 뭔가를 하나라도 더 먹이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런 엄마의 얼굴을 보는 것도 꺼려 하면서 어느새 십수 년이 흐른다.

카운터 숫자가 주는 걸 보면서 엄마의 밥을 거부하는 아들의 심정도 그런 아들의 마음도 모른 채 그저 따뜻한 밥 한 끼 먹이기 위해 노력하는 엄마의 마음도 다 이해가 가는 부분이라 읽으면서 어느 쪽 손도 들어주지 못하고 안타까웠다.

하지만 진정한 그 카운터의 의미를 알아챈 순간 이미 너무 많은 세월이 흘렀음에도 엄마에게 떨리는 목소리로 통화하고 그런 아들을 반가이 맞아주는 대목에서 울컥하게 된다.

또 자신에게 전화를 걸 수 있는 횟수를 볼 수 있는 남자의 이야기 역시 마음 한구석을 건드려준다.

미래던 과거던 언제 어느 시기의 자신에게 전화를 5번 할 수 있다면 보통 사람은 언제의 자신에게 전화를 할까

아마도 살면서 가장 후회되거나 불행한 일이 생겼을 때가 아닐까 생각하는데 주인공 역시 처음엔 조금 전 자신이 가진 돈 거의 전부를 잃은 경마에서 자신이 선택한 말이 아닌 우승마에 투자하기를 원하지만 당연한 듯 이뤄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다음으로 한 전화는 자신의 운명이 크게 바뀌게 된 부모님의 사고를 바꿔보고자 하지만 여의치 않는다.

당연하지만 과거의 자신이든 미래의 자신이든 누군가 전화해서 본인이라 말하며 어떤 일을 하라고 요구하면 들어줄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그래서 이 자신에게 전화를 할 수 있는 기회는 기회임에도 웬만해선 쓸 수 없는 기회이고 주인공 역시 이를 깨닫으면서 마지막으로 한 전화가 가슴에 와닿는다.

이렇게 감동적인 내용도 있지만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는 기회도 있다.

불행이 찾아올 횟수나 놀 수 있는 횟수가 그런데 여러 단편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건 거짓말을 들을 횟수였다.

살면서 자신도 모르게 혹은 알면서도 하는 거짓말이 얼마나 많을까마는 누군가가 그런 거짓말을 알아챌 수 있다면 그 사람에게는 좋은 일일까 나쁜 일일까

곁에 있는 사람이 무의식적으로 하는 거짓말까지 알아챌 수 있다면 피곤하기도 하고 누군가를 믿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런 주인공의 곁에서 사소한 거짓말을 하지만 본성은 착하고 성실한 남자가 하는 거짓말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하얀 거짓말이 대부분이었기에 주인공 역시 남자친구의 사소한 거짓말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지만 그런 그가 하는 결정적인 거짓말은 그래서 더 아프게 느껴진다.

이렇듯 책 속에 나오는 주인공들에게 보이는 여러 가지 의미의 카운터는 그 사람의 많은 것을 좌지우지하는 힘이 있지만 아쉽게도 그걸 바꿀 수는 없다.

눈에 뻔히 보이지만 그걸 바꿀 수도 없고 그저 지켜볼 수만 있다면 얼마나 답답할까만은 따지고 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것은 다 유한하다.

책 속에 나오는 주인공들이 이걸 깨치기 전까지 뭔가 바꿔보기 위해 이런저런 노력을 해보지만 결국 깨닫는 건 자신의 힘으로 그 카운터를 멈출 수도 없앨 수도 없다는 사실뿐

그걸 깨닫고 나서야 비로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현실을 충실히 살고 열심히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일뿐이란 걸 알게 된다.

따듯하면서도 잔잔한 감동을 주는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