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 별이 만날 때
글렌디 벤더라 지음, 한원희 옮김 / 걷는나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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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발길이 많이 미치지 않은 깊은 숲속에서 둥지를 짓고 살아가는 새를 연구하는 논문을 준비 중인 조는 외딴 집 근처에서 제대로 된 복장도 갖추지 않은 채 맨발인 여자아이를 만난다.

자신을 별에서 온 외계인이라고 말하는 아이는 처음부터 조에게 친근하게 다가왔고 그 아이의 말에서 정보를 얻어 보호자에게 인계하고자 했지만 자신의 신상에 대해 절대로 말하려 하지 않는 아이로부터 제대로 된 대답을 얻을 수 없었다.

게다가 소녀의 몸에 누군가에 의한 멍과 상처를 본 순간 자신도 몰랐던 보호본능이 생기게 되고 아이에게 제대로 된 보호자를 찾아주기 위한 노력을 하지만 지역 경찰에서조차 주변에 아이를 찾는 신고가 없었다는 이유로 조의 말은 묵살당해 어쩔 수 없이 소녀와의 동거가 시작된다.

아이를 알면 알수록 사랑스러울 뿐만 아니라 영리함에 놀라움을 느끼게 되고 애정을 느끼지만 이웃집 계란 장수인 게이브의 조언처럼 그 아이를 곁에 두면 둘수록 조가 고발당할 위험만 커질 뿐이란 걸 알면서도 경찰에게 인계되는 걸 극도로 거부하는 소녀를 외면할 수 없어 고민하는 조

얼사의 사정을 알게 되면서 거리를 두던 게이브마저 점점 이 작은 소녀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고 이 세 사람은 마치 한 가족처럼 친밀감과 애정을 갖게 되지만 처음부터 불안했던 얼사의 처지가 극도로 위태로운 지경에 이를 사건이 발생한다.

누군가 그 아이를 알아보고 뒤를 쫓아오면서 마치 한편의 동화 같았던 이야기에 서스펜스와 스릴러적인 요소가 스며들어 팽팽한 긴장감을 가지게 된다.

처음부터 맹렬하게 자신을 별에서 온 외계인이라 주장했던 얼사의 말을 믿었던 건 아니지만 조와 게이브가 사방에 알아보고 누군가 그 아이를 찾는 사람이 없는지 세심하게 온라인 사이트를 둘러봐도 그 아이를 찾거나 알아보는 사람조차 없다는 점에서 다른 도시에서 왔거나 어쩌면 정말로 다른 별에서 온 소녀의 이야기를 담은 판타지 소설이 아닐까 살짝 의심이 들 시점에 분위기를 극적으로 반전시켜주는 미행자의 존재는 얼사를 처음 발견했을 때 느꼈던 범상치 않은 분위기가 새삼 맞았음을 깨닫게 해준다.

막다른 길에 있는 외딴집 근처의 깊은 숲에 불쑥 나타난 소녀의 존재만큼 이질적인 건 없고 소녀의 행색을 보면 누구라도 미아거나 범죄의 가능성을 깨달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조가 범죄의 가능성을 생각하지 못한 건 서로 처음 마주친 순간 얼사가 보인 태도 때문이었다.

처음 보면서 도움을 요청하거나 겁에 질린 태도가 아닌 너무나 태연하게 자신이 지구가 아닌 저 멀리 보이는 별에서 온 존재라고 말하는 소녀를 보면서 누가 범죄 연루 가능성을 알 수 있었을까

게다가 처음부터 5가지 기적이 일어나면 떠날 거라는 걸 입버릇처럼 말한 대로 그 아이 주변에서는 생각지도 못했던 기적 같은 일들이 벌어졌기에 더더욱 그러하다.

갑작스러운 엄마의 발병으로 인해 우연히 검사했던 자신의 몸에서 암조직을 발견하고 가슴과 난소를 절제하면서 여성성을 잃어버렸다 생각하는 조에게 남자친구의 배신은 더더욱 그녀를 움츠러들게 만들었고 어린 나이에 우연히 엄마와 아빠 친구와의 불륜 장면을 본 충격에다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사람과의 관계에 어려움을 느끼게 된 게이브가 얼사를 돌보면서 서로의 마음을 열고 받아들이게 된 것부터 주변 모든 것이 조금씩 변화되어가는 기적 같은 일을 깨달으면서 얼사에 대한 애정도 깊어졌던 만큼 그 아이가 숨겨온 비밀이 더욱 충격적으로 느껴졌을듯하다.

숲에서 새와 자연을 사랑하며 연구하는 조와 스스로를 별에서 온 아이라 칭하던 두 사람이 서로에게 운명처럼 다가와 서로의 운명을 변화시키게 되는 존재가 되는 과정이 환상적이면서도 지극히 현실적으로 그려진 숲과 별이 만날 때는 한편의 동화같이 느껴졌다.

공허했던 조에게 가득 찬 행복감을.... 사람들과의 관계조차 어려워했던 게이브에게 사람을 사랑하고 받아들이는 법을... 그리고 많은 상처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긍정적이고 용기가 있었던 얼사에겐 그녀를 진정으로 사랑해 줄 가족이 생기는 기적의 과정을 아름답고 환상적으로 펼쳐준 마법 같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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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1918 - 역사상 최악의 의학적 홀로코스트, 스페인 독감의 목격자들
캐서린 아놀드 지음, 서경의 옮김 / 황금시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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훗날 2020년을 돌아보면 그저 온 세상이 암흑 같았다고 기억할 것 같다.

그만큼 전 세계가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에 고통받고 있고 이로 인해 인명피해는 물론이고 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주고 있다.

인류에게 이만큼 치명적인 위협은 전쟁을 제외하곤 많지 않았다.

아니 인명피해만 보면 전쟁보다 더 치명적인 게 전염병으로 인한 피해인데 우리가 기억하는 것만 해도 중세 유럽의 근간을 흔들었던 흑사병이라던가 근세기 지금과 비슷한 바이러스인 일명 스페인 독감의 창궐로 유럽인 구의 심각한 감소를 불러왔다.

스페인 독감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1차 세계대전 사망자 수의 몇 배나 많았다는 걸 보면 당시 얼마나 심각했었는지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이외에도 조류독감이나 신종플루와 같은 전염병은 끊임없이 인류를 위협해 왔고 앞으로도 알지 못하는 수많은 바이러스의 공격은 사라지지 않는 이상 질병의 연구는 계속되어야 한다.

그런 이유로 지금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상황과 모든 것이 너무 닮아 있는 일명 스페인 독감이 미국을 비롯해 유럽 전역을 휩쓸었던 1918 당시 상황을 알아보는 것도 좋을듯하다.

책을 읽으면서 깜짝 놀랐던 건 1918 당시 바이러스가 전파되던 상황이나 이에 대처하는 각국의 정부와 언론의 태도가 마치 그린 듯이 지금 현재와 닮아있었기 때문이다.

처음 어디서 시작되었는지를 알 수 없는 것도 단순히 이전까지의 인플루엔자로 가볍게 생각하고 전파 속도나 진행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많은 사람에게 전염된 후에서야 심각성을 깨달은 점도 비슷하지만 질병의 원인을 제대로 알지 못해 치료 약도 제대로 써보지 못한 채 수많은 인명 피해를 내고 있다는 것도... 그러고 보면 누군가가 지금의 상황이 마치 형벌 같다고 말한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당시에는 바이러스의 존재조차 몰랐기 때문에 이 미지의 공격에 더더욱 공포를 느꼈을 것이고 어떻게 해도 물리칠 수 없다는 것에 어쩌면 무력감을 느꼈을듯하다.

그런 이유로 자연 발생한 전염병이 아니라 누군가에 의한... 그중에서도 독일의 주도하에 이뤄진 일종의 화학전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짙었었고 어떻게 생각하면 그들이 그렇게 생각할만한 게 이제까지 그 어디에서도 존재하지 않았던 병인데다 어떤 약을 써도 듣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질병이 노약자나 상대적으로 취약계층 즉 어린아이나 노인들에게 치명적인데 반해 스페인 독감은 젊은 층에 더 치명적이었다는 점에서 여느 질병과도 달랐다.

이 바이러스에 스페인 독감이라는 스페인에서 보자면 명예롭지 않은 이름이 붙은 이유 역시도 스페인이 시작점이어서가 아니라 1차 세계대전 당시 스페인은 전쟁에 참여하지 않은 중립국으로 언론통제가 이뤄지지 않아 예사롭지 않은 이 전염병에 대한 기사가 자유롭게 쓰일 수 있었던 데에 기인한다는 걸 보면 상당히 억울할 만하다.

1918 스페인 독감이 엄청난 인명피해를 입힌 것도 1차 감염이 어느 정도 통제되어 갈 즈음 연합군의 자격으로 유럽에 파병되어 온 미국 배에서 내린 많은 미군들에 의해서 였다는 걸 생각하면 전쟁에서는 승리할 수 있는 요인이었던 미군이 다른 이유로 유럽 사람들에게는 재앙과도 같았다는 걸 알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당시 사람들이 이 알지 못한 바이러스의 공격에 두려움을 느끼고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상황과 이를 통제하지 못해 갈팡질팡하는 각국 정부들의 모습이 어쩌면 100년이 지난 지금... 달나라를 갈 수 있고 인간을 대신해 로봇들이 힘들 과 위험한 일을 대처할 수 있는 21세기에도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는지를 비교하면 입맛이 씁쓸했다.

아마도 앞으로도 우리가 알 지 못하는 수많은 질병과 바이러스의 공격은 계속될 것이고 우리는 우리보다 앞서 참담한 상황을 겪어온 100년 전의 사람들이 그런 와중에도 예술가는 수많은 작품 활동을 하고 의료진들은 치열하게 병을 연구하고 새로운 신약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평범한 사람들 역시 자신의 삶을 살아왔던 것처럼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만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당시의 사진들 속에 모든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일생생활을 하는 모습이 찍힌 것이 인상적이었는데 옷차림같은 걸 제외하면 지금 상황이라고 해도 될 듯 닮아있어 더 인상적으로 와닿았다.

조금은 지루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마치 소설처럼 당시 상황을 묘사하고 있어 지루하지않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지금 같은 상황에 한번쯤 읽어볼 만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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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프렌드
미셸 프란시스 지음, 이진 옮김 / 크로스로드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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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외모에 뛰어난 머리를 가진 여자는 늘 지금 있는 곳이 자신에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자신은 남들보다 나은 대접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 그녀는 자신에게 주어지지 않는다면 스스로 취득하리라 결심하고 부자들의 모여살고 있는 곳에다 직장을 마련한다. 마치 먹이가 잘 다니는 곳에다 거미줄을 치고 기다리는 거미처럼...

이런 그녀의 노력이 마침내 빛을 발해 보기만 해도 흐뭇한 잘생기고 돈 많은 부모를 둔 의대생 남자를 만난다.

마침내 그녀는 많은 여자들이 원하는 신분 상승의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하지만 뜻하지 않는 걸림돌을 만나게 된다.

남자의 엄마라는...

이렇게 요약해서 보면 외국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 아니라 우리나라 아침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이 익숙한 플루트이다.

한 남자를 두고 여자 둘이 서로 대립하다 끝내는 파국으로 치닫는다는...

이런 짐작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대부분의 막장드라마에선 아들이 데려온 여자를 괴롭히는 시어머니 역은 악역 중의 악역이 대부분이고 이에 연인이나 며느리는 답답할 정도로 착하거나 순종적이어서 제대로 대접받지 못할 뿐 아니라 믿었던 남자마저 중간에서 중심을 잡지 못해 엄마에게 휘둘리다 끝까지 가는 경우가 많다면 이 책에선 그런 면에선 답답하지않다.

체리라는 여자는 언제나 받은 만큼 돌려주는 정도가 아니라 받은 것에 몇 배 되는 보복을 단행하고 치밀하고 교묘하게 사람들의 마음을 조종해서 자신을 받아들여주지 않는 연인의 엄마를 말려 죽일 만큼 괴롭히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고립시킨다.

여자들의 치열한 심리전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이런 여자를 이기는 게 얼마나 힘든지 그리고 그녀가 얼마나 나쁜 년인지 알 것이다.

자신을 받아들이지 않는 남자친구의 엄마인 로라가 오해받을 상황을 만들고 자신은 피해자인 것처럼 낙심하는듯한 말과 행동으로 로라의 잔인성을 부각시키고 자신은 힘없고 약한 여자인 척하는 행동으로 이전까지는 엄마와 너무나 사이가 좋았던 아들 대니얼로 하여금 점점 엄마와 멀어지게 만든다.

사실 이 둘의 사이가 처음부터 이렇게 멀어지다 못해 서로를 치열하게 증오하게 된 건 아니었다.

늘 아들에게 모든 포커스를 맞추고 아들의 성장이 자신의 자긍심이었던 로라는 대니얼이 소개한 체리가 괜찮은 아이라고 생각했지만 처음같이 간 휴가지에서 자신을 따돌리고 둘만 있고 싶어 할 뿐 아니라 자신과 아들 사이를 점점 멀어지게 하는 체리의 행동이 못마땅하다고 느끼게 되었을 즈음 둘이 묵는 방에서 그녀의 거짓말을 증명할 증거들을 발견하면서 파국이 시작된다.

여기에 로라의 변화를 눈치챘을 뿐 아니라 한발 더 나아가 그녀가 자신의 방에서 뭘 발견했는지를 깨달은 체리는 영리하게도 그걸 이용해 역공을 펼치는데 똑똑하고 잘나가는 커리어 우먼이지만 싸워서 뭔가를 뺏어본 적이 없는 로라는 그런 그녀에게 역부족이었다.

처음부터 부자들의 돈을 노리고 접근한 체리에 대한 거부감이 전반부에서 로라의 편이 되게 했다면 대니얼과 둘이 같이 간 여행에서 사고가 나면서부터는 분위기가 바뀌게 된다.

따지고 보면 부잣집 아들에게 접근하는 여자가 한 둘이 아닌데 아들과 사이가 멀어지게 되었다는 이유로 체리를 향해 원망과 분노의 감정을 느끼는 로라는 어쩌면 체리뿐만 아니라 대니얼이 어떤 여자를 데려왔어도 겉으로는 환영하는 척하지만 온갖 핑계를 만들어서라도 둘 사이를 반대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로라의 아들 대니얼을 향한 집착은 이해할 수준의 도를 넘어 광기처럼 느껴지고 그런 그녀에게 한방 크게 먹은 체리에게 동정심을 느낄 정도로 로라는 여느 엄마와는 달랐다.

그녀에게도 나름의 사정이 있었다지만 그럼에도 그녀의 행동은 이해의 도를 넘어섰고 스스로가 한 거짓말을 숨기기 위한 행동은 위태위태해서 긴장감이 고조될 즈음 마침내 모든 진실이 밝혀졌을 땐 차라리 속이 시원하게 느껴졌다.

이젠 누가 되었던 끝장을 낼 순서 즉 클라이막스만 남았을 뿐...

그리고 역시 짐작대로 체리의 반격이 시작되었는데 그녀 역시 보통 사람은 아니어서 그 보복의 강도가 점점 더 강해지면서 이제 둘의 싸움의 원인이었던 대니얼의 존재감은 사라지다시피했다.

체리의 뻔뻔함에 치를 떨다 로라의 집착에 진저리를 칠 때까진 아침 드라마였다가 둘이 점점 극한으로 치달아갈 때는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주는 스릴러의 맛을 제대로 보여줬다.

과연 이 둘의 싸움은 어떻게 끝나고 과연 누가 승자가 될 것인가 하는 궁금증으로 단숨에 읽게 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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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 엔젤
가와이 간지 지음, 신유희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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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으로서 국가가 앞장서서 국민들에게 담배를 파는 것에 대해 항상 부조리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면서 국민들에겐 건강을 내세워 금연하라 종용하는 것만큼 위선적인 행위는 없으며 이와 마찬가지로 카지노 영업에 대한 것도 도박을 금지하면서 관광을 목적으로 도박장을 개설하거나 특수 지역의 경기를 살린다는 명분을 내세워 국민들이 도박을 하는 것에 대해 묵인하는 건 앞과 뒤가 다른 행위라 생각하는 데 스노우 엔젤은 여기서 더 나아가 국가에 의해서 불법이었던 것들이 소기의 목적 아래 합법화가 추진되고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거대한 음모를 다루고 있다.

일본 국내에서 이제껏 금지되어왔던 카지노가 국가의 공인 아래 합법화가 추진되던 즈음 도쿄에서는 대낮에 약에 취한 상태로 차를 몰아 수십 명의 사상자를 내고 본인은 백화점 옥상에서 떨어져 자살한 사건이 발생한다.

그리고 이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오래전 수사를 하던 중 범인들이 판 함정에 빠져 파트너를 눈앞에서 잃고 남은 사람 모두를 총으로 쏴 죽인 후 경찰을 그만두고 도피생활을 하고 있던 남자 진자이 아키라를 찾아온 마약 단속관 미즈키 쇼코

그녀는 아키라에게 시중에 은밀히 나돌고 있는 신종 환각제...표면에 천사가 새겨진 일명 스노우 엔젤을 유통하는 책임자를 찾아 줄 것을 요구한다.

게다가 이 약물 유통에 어쩌면 마약 단속국 내부에서도 관여하고 있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이유로 자신과 아키라 단둘만 아는 비밀유지를 해야 하며 만약 수사를 하다 경찰에 검거되거나 사고를 당할 경우 그를 지켜줄 수 없음을 명확히 했지만 언제나 부채감에 시달리던 아키라는 이를 승낙... 마약 판매자와 접촉한다.

그리고 그가 접촉한 마약 판매상 이사 라는 남자도 사실 평범하진 않다.

유학을 가서 현지에서 마약을 접한 후 귀국해 마약 판매상이 된 케이스지만 스스로도 마약의 유래나 역사에 대해 해박할 뿐 만 아니라 마약 중독자 수나 도박 중독과 같은 중독자 수가 줄지 않는 이유에는 국가의 묵인 혹은 은밀한 권장이 있다고 주장하는 등 보통 사람들은 생각지도 못한 부분을 들춰 의표를 찌를 뿐 아니라 전체를 냉정한 시선으로 파악할 수 있는 지성 또한 갖추고 있다.

게다가 별 볼일 없는 마약 판매상에 불과할지라도 그는 나름의 확고한 믿음이 있는데 자신의 주장 즉, 지금 현재는 불법이라 단속을 하고 걸리면 교도소에 가야 하는 상황이지만 아주 오래전 마약이라 불리는 약물 대부분은 치료제로 쓰이거나 국가에 의해 국민들에게 처방된 전적이 있었으며 결국 불법과 합법의 경계 또한 시대적 상황이나 그 주체의 대상에 따라 바뀔 수도 있음을 설명하는 이사의 대사들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는 것이 마약뿐만 아니라 지금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사고파는 담배나 합법적인 도박장 강원랜드나 카지노만 봐도 알 수 있다.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마리화나와 같은 걸 합법화한 곳도 있는 데 중독의 위험성은 적은 반면 스트레스 해소와 같은 치료제의 긍정적인 효과에 손을 들어준 거라 단순하게 생각했는데 책을 읽으면서 그 이면엔 누군가의 이득을 위한 조치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번도 이런 식으로 생각해보지 못한 부분을 가와이 간지는 소설 속 마약 판매상 이사의 입을 통해 간접적으로 이야기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를테면 모든 중독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선 판매자가 아니라 그걸 사는 최종 소비자에게 강력한 처벌을 해야 한다던가 세상에서 범죄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종교 때문이라는 등... 어쩌면 궤변처럼 들리지만 그 속에는 오랫동안 많은 걸 생각해온 사람의 의견이 들어있었다.

한때 국가 권력에 의한 음모론을 소재로 한 영화나 소설이 많이 나온 적이 있었는데 스노우 엔젤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는 현실에서 벌어지면 엄청난 파급력을 가질 것이 분명하지만 터무니없다고 말할 수 없는 부분이 있어 더 생생하게 느껴졌다.

그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국가 권력 역시 언제나 감시하고 주의를 기울여야 할 의무가 있음을 환기시키고 있다.

몰랐는데 자신의 실수로 인해 사랑하는 여자를 잃고 괴로워하며 오랫동안 그 범인을 찾아 헤매고 있는 아키라의 이야기는 데블 인 헤븐의 이야기와 연결되고 있다.

그 편에선 과연 복수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인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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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의 범죄
요코제키 다이 지음, 임희선 옮김 / 샘터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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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여성으로 추정되는 시체가 떠올랐다.

배 엔진에 의해 훼손이 많이 된 그 시체는 당시 집에서 가출한 지 일주일 정도 된 도쿄의 한 주부라는 게 남편에 의해 밝혀지고 절벽 아래 그녀의 신발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던 점등을 참작해 자살로 마무리되는 듯했지만 그녀가 죽기 직전 한 남자와 함께 있는 모습을 목격한 사람의 증언이 나오면서 사건은 분위기가 달라진다.

그렇다면 그녀는 자살인가 사고인가 아니면 누군가에 의한 타살인가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는 타살로 보기 힘들다는 걸 알지만 그럼에도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끼고 그 사건을 캐들어가다 이 사건에 피해자의 남편이 깊이 연관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제목에서도 밝혔듯이 어느 한 여자의 단독범행이 아닌 그녀들... 최소 2명 이상이 범죄에 가담했다는 걸 알 수 있는데 그 가담한 사람들의 면면이 생각지도 못한 연합이라는 점에서 이 책의 매력이 발한다.

첫 번째 여자는 지방에서 도쿄로 상경해 간호사로 일하던 중 우연히 만난 잘생기고 부자인 의사 진노 도모야키와 결혼에 성공한 유카리

대대로 부잣집으로 시집을 온 그녀를 남들은 신데렐라로 부러워할지 모르지만 남편과는 데면데면한 지 오래... 그저 이 넓은 집에서 시집 식구들의 수발을 드는 하녀 그 이상의 존재가 아니라는 걸 자각하게 된 건 우연히 알게 된 남편의 바람과 이웃집 여자의 시선을 통해서이다.

두 번째 여자는 남편의 불륜 상대인 마유미

그녀는 요즘 시선으로 보기엔 잘나가는 커리어 우먼이지만 실제로 일도 잘하지만 당시 시대적 분위기에서는 그저 결혼하지 못한 노처녀에 불과한 신세다.

스스로도 하루빨리 결혼하고 싶다는 압박감을 느끼던 중 자신에게 적극적으로 대시해오는 남자가 대학때 알았던 부자이고 잘생긴 의사라는 점에서 깊은 고민 없이 그와의 연애에 빠졌지만 그가 유부남일 수도 있다는 의심이 그녀를 좀먹고 있다.

그리고 또 다른 여자는 부모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거액을 상속받아 평생을 돈 걱정 없이 마음껏 살 수 있지만 한날한시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혼자 남았다는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채 죽음을 생각한다.

이렇게 서로 접점이라곤 없을 것 같은 세 명의 여자들의 이야기 속에 그들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리고 그런 그녀들에게 진노 도모야키는 어떤 역할을 하는지가 이야기의 중심이 된다.

이 모든 일들에 알게 모르게 연관되어 있는 문제적 남자 진노 도모야키의 면면을 살펴보면 태어나면서부터 부자집 외동아들로 태어나 타고난 외모와 머리로 어디서든 리더로 활약하는 정형외과의사인 그는 누가 봐도 매력적이고 앞으로의 길 역시 순탄하리라 예상할 수 있는 남자.

그런 그가 누가 봐도 그와 어울리지 않는 여자를 아내로 두고 있으며 그의 내연녀는 눈에 띄는 미모의 미혼 여성

언뜻 생각해봐도 아내의 죽음이 자살이 아니라면 가장 의심 가는 인물은 남편인 도모야키와 그의 불륜 상대인 마유미다.

그들에게는 아내를 죽일 이유가 있었고 그런 이유로 그들의 알리바이를 조사하다 생각지도 못한 남편의 행적이 드러나면서 그에게 모든 혐의가 짙어지지만 책을 읽는 사람들은 그가 범인이 아니라는 걸 안다.

하지만 하나둘씩 나오는 증거는 모두 그를 향하고 그의 내연 상대인 마유미는 왠지 이 모든 일에 대해 이미 알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그렇다면 이 모든 일을 꾸민 건 마유미일까?

자신의 결혼을 방해하는 유카리라는 존재가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는 처지의 그녀가 완전범죄를 꿈꾸고 유카리를 죽인 걸까?

책 처음부터 즉 목차에서부터 이 모든 일에는 그녀들의 서로 연관되어 있음을 분명히 드러내놓고 있다.

그녀들의 각자 처해 있는 사정부터 그녀들의 거짓말과 그녀들의 숨기고 있는 비밀 순으로...

어찌 보면 그저 부잣집 아들로 태어나 평생을 여유롭게 군림하며 살던 진노 도모야키는 여자들을 상대로 적당히 거짓말을 하고 바람을 피울 수는 있어도 진검승부에서는 그녀들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지금의 환경이라면 여러 가지 과학적 증명으로 도모야키가 걸린 올가미를 설치할 꿈도 꿀 수없을지 모르겠지만 당시는 1988년... 지금으로부터 까마득한 옛날이라는 점에서 다소 어설프게 보이는 사건의 흑막이 먹힐 수 있었고 여자라는 존재는 그저 몇 년 일하다 때가 되면 결혼해 시부모를 모시고 남편의 뒷바라지를 하는 게 당연했던 시대적 분위기가 있었기에 그녀들의 범행이 돋보일 수 있었던 것 같다.

시원하게 뒤통수를 친 그녀들의 범행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박수를 보내거나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없었을 거라는 걸 짐작한 듯한 작가의 마지막 포석은 완벽한 결말이었다.

잘 짜인 플루트와 결말에 가독성까지... 일본 추리소설로는 모처럼 재밌게 읽은 책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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