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이야기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조르주 바타유 지음, 이재형 옮김 / 비채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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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표지에 제목도 그렇고 에로티슴의 거장 조르주 바타유의 자전적 첫 소설이란 문구를 보고 상당히 에로틱하며 은밀한 욕망을 표현한 관능소설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물론 첫 장을 펼치지마자 이런 착각은 여지없이 깨졌지만...
우리는 생각이 너무 많고 태초부터 짐승이었다는 작가의 글이 책을 읽으면 진심으로 와닿는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상상으로라도 해보지않았던 성적행위를 하는 남녀
더 놀라운 건 이들의 나이가 불과 16세이며 비정상적인 체위를 시도한다거나 누군가에게 아픔을 주는 가학적인 행위도 아닌 접시라는 도구를 이용해 성적인 행동을 직접 하지않고서 오르가슴에 이르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것도 혼자서만 은밀하게 그런 행위를 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가 지켜보는 가운데 보란듯이 하고 그 행위를 보는 소년 역시 흥분을 경험하면서 이 두 사람의 도착적이고 파괴적이며 보통의 사람이라면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행위에 미친듯이 빠져드는 두 사람
소녀는 뭐든지 둥글고 끈적거림이 있는 거라면 일단 스스로 깊숙히 품어보고 싶은 욕망이 있고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 위로하는 걸 즐기는 소년...그리고 모든것이 끝났음을 알리는 배뇨
이 둘은 자신들만이 아닌 다른 사람까지 자신들의 놀이에 끌어 들여 일탈과 피가 난무하는 폭력,집단적인 광기어린 모습을 드러내고 있어 독자로 하여금 충격과 공포를 준다.
이렇게 파괴적이고 충격적인 글을 1927년도에 썼다는 것도 놀랍지만 그가 생전에 저주받은 작가라 불리우고 냉대를 받은 이유는 알것 같다.
상당히 성에 개방적인 시대를 사는 현재의 나도 글을 읽고는 편치않을 뿐 아니라 극단적으로 일탈적인 행위를 통해 성적 만족감을 느끼고 심지어 카타르시스적인 만족감을 느끼는 아이들의 모습을 어떻게 봐야할지 혼란이 왔다.
작가는 인간도 결국 동물의 한 종일뿐이며 극중 시몬이 눈이나 알과 같은 것에 집착하는 것 조차 만족을 위해서라면 뭐든 어떤것에도 터부시 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알려주기 위함이 아닐지 짐작해본다.
그래서 이 모든 일탈적인 행위를 하는 사람도 관습에 얽매인 어른이 아니라 성적으로 관심이 높지만 상대적으로 관습이나 남의 시선에 덜 구속받는 십대의 아이들로 한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충격적인 작품은 사실 2편의 글로 나눠져있다.
첫편에서 독자들에게 충격적인 모습으로 그야말로 소설적인 이야기를 풀어놨다면 그 뒷편에서 이런 소재의 글을 쓰게 된 작가의 진짜 이야기가 실려있다.
소녀 시몬이 눈이나 알과 같은 것에 집착해서 행위를 하는 건 작가의 아버지가 맹인이었다는 설명으로 어디서 소재를 얻었건지 알수 있을 뿐 아니라 대부분 우리에게 충격적이고 역겹기까지 했던 행위의 대부분이 부모님의 모습을 오랫동안 관찰해온 결과임을 알수 있었다.
앞이 안보이고 마비된 몸으로 혼자서는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기 힘들었던 아버지가 누가 있든 말든 그 자리에서 배뇨하는 행위를 통해 그리고 그 순간 눈동자가 허공을 향하는 모습이 마치 극도의 흥분된 모습과도 비슷하게 보여 성적 배설의 즐거움과 생리현상으로서의 배설이 배설의 쾌락을 느끼는 데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음을 보여준다.
책에서도 나오지만 극단적인 흥분과 쾌락을 얻기위해 목을 조르거나 상대방을 때리고 혹은 맞고 하는 모든 일탈적인 행위들은 도덕적인 관념과 종교적인 신념 혹은 사회적인 상식등 모든것을 벗어난 그야말로 인간이 상상하는 한계를 초월하는 상상력의 극대화를 표현한 것이 아닐지...그래서일까 그의 글은 후대에 많은 사상가들에게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물론 나같은 평범한 사람이 이해하기엔 좀 버거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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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임당 빛의 일기 - 상
박은령 원작, 손현경 각색 / 비채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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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으로 잘 알려진 인물을 내용으로 하는 소설은 솔직히 매력을 못 느낀다.
그들의 삶은 대부분 잘 알려져 있어 반전이 없고 어릴 적 강제적으로 읽은 위인들의 삶은 너무나 반듯해 인간적인 매력을 잘 못 느끼는 탓이기도 하다.
위인전 속 그들은 대부분 어릴 적부터 총명했고 부모님 말씀을 잘 따랐으며 갖은 우여곡절을 겪지만 자신이 품은 뜻을 버리지 않아 마침내 자신이 원했던 바를 이룬... 그야말로 박제된 위인의 삶을 그리기 때문에 존경할 수는 있어도 그들의 삶을 따라 할 수도 없지만 솔직히 따라 하고 싶을 정도로 매력을 느끼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동안 브라운관을 떠나있던 여배우의 복귀작이라 언론에서도 떠들썩했던 사임당-빛의 일기에 그다지 매력을 못 느꼈었는데 책을 읽어보니 생각했던 위인의 삶이 아닌 데다 현대와 과거의 교차로 시대물의 한계를 넘어섰을 뿐 아니라 안견의 `금강산도`라는 그림을 둘러싼 음모와 비밀에다 사임당 신씨의 이루어질 수 없었던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까지 넣어 완전히 새로우면서도 흥미로운 이야기로 탈바꿈했다.그러니까 이 책은 잘 알려졌지만 실제의 삶은 잘 모르는 사임당을 내세워 역사적 사실에다 작가의상상을 그려넣은 팩션이다.
대학에서 교수직 임용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던 지윤은 금강산도로 인해 자신의 지도교수이자 교수직 임용의 키를 가진 민정학교수의 눈밖에 나게 되고 잘 나가던 남편 역시 투자 실패로 한순간에 바닥으로 내쳐진 상황이다.
대학에서뿐만 아니라 문화계의 실세인 민정학교수가 발굴한 안견의 금강산도의 진위성에 의문을 가진 지윤은 이탈리아 토스카나에서 우연히 손에 넣게 된 그림과 고서에서 금강산도의 흔적을 발견하게 되고 그 고서를 통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해 교수 임용에 성공하고자 하지만 자신이 발굴한 금강산도에 많은 걸 걸고 있는 민 교수 측에 의해 심각한 위협을 받는 상황이다.
지윤이 발견한 고서는 우리에게도 알려진 신사임당의 일기였고 그 일기에 그녀의 치열했던... 그러나 잘 알려지지 않았던 그녀의 삶과 사랑이 쓰여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자신과 같이 그림을 사랑하고 서로에게 충실했던 왕가의 자손인 이겸... 혼례를 치러 부부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두 사람은 사임당이 아버지 몰래 본 한 소절의 글로 인해 단숨에 아버지는 칼에 베여 돌아가시고 자신은 사랑하던 이겸과 헤어져 한 번도 본 적 없는 남자의 아내가 됐으며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그때 이후로 그렇게 좋아하던 그림을 손에서 놓게 된다.
그렇게 영문도 모르고 한순간에 이별하게 된 연인을 못 잊어 파락호로 떠돌던 이겸은 우연히 사임당과 조우하게 되고 친정에서 받은 재산마저 무능한 남편이 다 날리고 한순간에 끼니를 걱정하는 처지가 된 사임당을 보면서 원망하는 마음과 별도로 그녀를 돕고자 하나 그녀는 냉정히 거절하고 그녀 스스로 아이들을 위해 생전 해보지 못했던 노동을 하면서도 자식들에게 밝은 면과 긍정적인 삶의 태도를 보여준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녀와 이겸은 모르게 그들에게 원한과 앙심을 품은 사람이 있었고 그녀는 왕가의 핏줄인 이겸은 어렵지만 지금의 사임당에게 얼마든지 더 힘들고 어렵게 만들 수 있는 힘과 위치에 있는 사람이다.
이렇게 현대의 지윤과 일기 속의 사임당 역시 모든 걸 잃고 삶이 바닥에 처박힌 상황인데 힘들어 모든 걸 내려놓고 싶어 하던 지윤과 달리 사임당은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종이를 만드는 일로 생계를 꾸리기 위해 노력할 뿐 아니라 지금의 모습에 좌절하지 않고 아이들과 같이 현재를 좀 더 긍정적인 태도로 받아들이면서 스스로의 힘과 노력으로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지윤으로 하여금 다시 해 볼 용기를 얻게 하는 역할을 한다.
사임당과 지윤 모두 현재 자신이 상대하는 악역의 힘이 강해 도무지 스스로 빠져나갈 구멍이 없을 것 같은 상황이지만 노력하는 그들에게 조력하는 사람이 있어 조금씩 힘을 보태고 있는 상황이다.
이루어질 수 없어 더 안타까운 이겸과 사임당... 그리고 이겸이 그린 미인도가 조선에서 멀리 떨어진 이탈리아 토스카나에서 발견된 사연이 더욱 궁금해지는 사임당-빛의 일기
그들을 둘러싼 음모와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그리고 지윤은 또 어떻게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해 현재의 위기를 벗어날지 궁금하다.
다음 편을 얼른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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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은 여자
가쓰라 노조미 지음, 김효진 옮김 / 북펌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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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딜 가든 남자로부터 관심을 받고 남자들로부터 자신이 원하는 걸 취하는 능력이 탁월한 여자가 있다면 그 여자를 좋아할 여자가 얼마나 있을까
여자들은 본능적으로 이런 타입의 여자를 꺼린다.
경쟁상대로 볼 수도 있지만 뭔가 내 남자에게 해를 끼칠 것 같다는 본능적인 혐오감이 든달까
하지만 인간에게는 안타깝게도 이성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힘이 약해 이렇게 같은 동성의 눈엔 뻔히 보이는 함정도 알아보지 못하고 그런 상대에게 빠져 사랑도 잃고 돈도 잃어 우는 사람이 많다.
가쓰라 노조미의 소설 `싫은 여자`는 남자로부터 원하는 걸 쉽게 얻고 사랑도 쉽게 하는 한 여자의 일생과 그런 여자를 오랜 세월 알게 된 한 여자의 관찰일기 같은 형식으로 쓰인 소설이다.
아주 먼 친척 관계였던 나쓰코의  도움을 구하는 전화로 인해 오랜만에 그녀를 만나게 된 변호사 데쓰코 어려서부터 자신의 원하는 걸 얻기 위해선 누구의 눈도 상관하지 않는 나쓰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데쓰코는 그녀가 벌인 결혼 사기 사건을 맡아 사건 피해자의 고소를 해결하기 위해 피해자를 직접 만나면서 어릴 때의 인상과 전혀 달라지지 않은 나쓰코에게 혐오감을 느낀다.
자신이 가진 성적 매력을 어필해 남자들을 꼬여내고 일은 하지 않고 오로지 그들로부터 돈을 갈취해 생활하는 나쓰코의 생활은 모든 일은 직접 스스로 해결하고 남자들에게 의존하지 않으며 하지 말라는 일은 해본 적 없는 바른 생활을 하는 데쓰코의 것과 비교해 정반대적인 삶을 살고 있는데 의외인 것은 그녀로부터 피해를 입은 것으로 간주되는 남자들 대부분이 나쓰코를 탓하지 않을 뿐 아니라 모든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그녀가 자신에게 돌아와 주기를 바라고 있다는 것이다.
어려서부터 자신에겐 남과 다른 점이 있어 남과 잘 어울리지도 못하고 항상 마음속 한 곳이 텅 빈듯한 공허감을 가지고 있었던 데쓰코는 보통의 시각으로 보면 사기꾼에 지나지 않는 나쓰코가 왜 그렇게 즐거운 얼굴로 살고 삶의 무게에 눌리지도 않으며 남자들로부터 사랑과 인정을 받는 건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수십 년간 그녀 나쓰코가 저지른 어설픈 사기에 변호를 맡아 상대방 피해자들을 만나면서 점점 자신이 몰랐던 나쓰코에 대해 알게 되고 그렇게나 혐오하고 싫어했던 나쓰코의 다른 면을 깨닫게 되면서 피해 남성들의 마음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고 심지어 나쓰코를 응원하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녀 나쓰코는 비록 돈이 필요해서 남자들에게 접근해 그들의 환심을 사고 돈을 빼내기도 하지만 그 과정에서 어디에도 마음 둘 곳 없는 남자들을 위로하고 자신감이 떨어진 남자들에겐 자신감을 돋워주는 상담자의 역할을 했을 뿐 아니라 그들을 상대할 때 지극히 진심이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래서 그녀의 진심이 그들에게도 닿아 자신의 손으로 돈을 건네주고 사기임이 밝혀져도 그녀를 냉정하게 내치지 않는 것이란 걸 알게 되는 데쓰코 역시 세월이 지날수록 점점 나쓰코의 매력에 동조하게 됨을 느낌다. 게다가 몇 년에 한 번씩 사건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요청하는 나쓰코의 전활 기다리며 이번엔 또 어떤 일을 했는지 기대하는 데쓰코에겐 나쓰코는 더 이상 싫기만 한 여자가 아니었다.
오히려 사회 관습에 얽매이고 타인의 시선이 두려워하고 싶은 일을 할 수도 없고 자신의 욕망마저 드러내기 어려운 다른 여자들에 비해 원하는 걸 갖기 위해 뭐든 할 수 있고 욕망에 충실한 나쓰코에게 응원을 하게 되고 대리만족을 얻게 된다.어쩌면 모든것이 남성위주의 사회에서 흔치않았던 여변호사로 힘들게 살아가던 자신에게 남자들을 상대로 사기를 쳐 돈을 뜯어내는 나쓰코는 자신을 대신해주는 정의의 사도 같은 느낌이 든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결국 여자들이 나쓰코를 싫어하는 이유에는 자신들은 할 수 없었던 일을 맘껏 거리낌 없이 하고 보는 나쓰코에게 질투를 느껴 그녀를 깎아내림으로써 자신의 현재의 삶이 옳음을 증명하고자 하는 맘이 있는건 아닐까...
데쓰코가 나이를 먹어가면서 점점 나쓰코에게 응원하는 모습에 살짝 공감이 갔다.
사기를 친다고 해도 그저 엉성하기 그지없는 방식으로 작은 푼돈이나 뜯어내고 누구에게 큰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 나쓰코의 삶의 방식은 옳은 것은 아니지만 방관자로서 본다면 이번엔 또 어떤 일을 저질렀는지 궁금해하는 데쓰코의 기분이 이해된달까...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니 그 드라마에선 어떻게 통통 튀는 나쓰코의 매력을 표현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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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플라이 데드맨 시리즈
가와이 간지 지음, 권일영 옮김 / 작가정신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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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강변에서 페를 제외한 모든 장기가 제거된 채 불에 탄 남자의 시신이 발견된다.
그의 신분을 알려줄 만한 건 아무것도 없는 상태로 유일하게 남은 건 특이한 잠자리 모양의 목걸이 하나뿐이다.
가부라기가 이끄는 특수반은 목걸이를 단서로 쫓다 댐 건설공사가 한창인 군마현 히류무라로 가 그곳에서 그 목걸이의 주인을 알고 있다는 맹인 여성을 만나게 되고 뜻밖에도 그녀 이즈미는 이 조용한 마을에서 20년 전에 벌어진 미해결 살인사건의 피해자 가족이라는 사실도 알게 된다.
왠지 20년 전 미해결 사건과 지금 사건이 연관되어 있을 것 같다는 강렬한 예감을 가지게 되는 가부라기
그녀 이즈미로부터 알아낸 정보에 의해 피해자는 오랫동안 잠자리 연구에 몰두해있던 소꿉친구 유스케라는 게 밝혀지게 되고 그의 마지막 행보를 따라 유력한 용의자를 검거하게 되지만 모든 혐의점은 그를 향하나 뚜렷한 살인의 증거가 없어 그를 구속하는 데 애를 먹게 된다.
유력한 용의자는 뜻밖에도 오랫동안 이곳 마을에서 촌장으로 있으며 살해된 이즈미 부모와 함께 마을이 댐 건설로 인해 수장되는 것을 반대해 마을 주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아온 인물이었던 것
그의 범죄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하는 가부라기 팀은 오히려 그가 사건의 범인이 아니라는 심증만 얻게 되면서 혼란은 가중된다.
댐 건설이라는 엄청난 자금이 들어가는 공사를 둘러싸고 마을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공익을 내세워 댐을 건설하려는 사람이 첨예하게 맞서면서 2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오히려 댐을 건설하려던 건설사에겐 엄청난 수익을 안겨준다는 이야기는 생각도 못했던 진실을 들려준다.
오히려 즉각적으로 공사를 하는 것보다 시일이 걸리는 만큼 공사대금 역시 커지고 이 모든 것이 건설사의 배를 불려주는 작전이라는 설명은 솔직히 충격적이었다.
한 번도 이런 생각을 해보지 않았었는데... 그렇다면 지금 각지에서 개발논리와 생태계의 보존을 이유로 벌어지는 모든 반대 운동이 오히려 개발업자와 일부의 사람들 배를 불려주는 행위가 아닌지 의심이 가고 지금껏 알고 있었던 상식이 뒤집어졌다.
게다가 건설사의 개발논리에도 일부 공감이 가는 게 모든 개발행위에는 돈이 들고 그 돈으로 사람을 사서 일자릴 주니 돈이 돌고 돌아 경제가 지탱이 된다는 말이 아마 사실일 것이다.
마을 사람들의 오랜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마을에 댐이 건설되고 주민들은 이주비를 받고 뿔뿔이 흩어진 가운데 촌장이었던 그는 엄청난 보상금을 받게 된 데다 그의 행적을 조사하던 경찰에 의하면 그는 댐 건설을 주도했던 건설회사와 모종의 관계가 있었으며 그가 한 모든 행동이 마을을 위한 것이 아닌 건설회사의 계획에 따른 것이라는 게 밝혀지지만 남아있는 증거는 없다.
그저 그의 계획에 잠자리를 연구하던 유스케의 행적이 거치적거리고 방해가 되어 죽였을 것이라는 추측뿐... 하지만 모두가 그렇게 추정하는 가운데 죽은 시신의 모습에 의문스러운 점이 있었던 가부라기
그의 이런 의문이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는 단서가 된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마을이 정부의 댐 건설 발표로 큰돈이 오가면서 모든 것이 달라지고 일상이 무너져내리는 이야기는 흔히 일상에서도  들어왔다.
이곳 의류 무라 역시 잠자리가 날아다니고 희귀한 잠자리가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 같은 곳이지만 개발의 논리와 사람들의 이기심에 의해 하나씩 무너져 내리고 결국에는 물속에 잠겨버리는 마을처럼 모든 것이 사라져버리게 된다. 그저 자신의 이익에 따라 추악해져버린 이기심만 남은 채...
아이들의 어린 동심으로 가득했던 마을에 냄새나는 진실이 숨겨져있었고 모두가 몰랐던 사건의 이면에는 이즈미처럼 몰랐으면 하는 추악하고 잔인한 진실이 있었다.
범인의 정체보다 사건의 진실을 찾는 것에 더 중점을 두고 풀어간 이야기지만 `이 세상에 진실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누군가의 일갈이 더 와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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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허락 세트 - 전3권
동화 지음, 이소정 옮김 / 파란썸(파란미디어)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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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리에게 보보경심의 원작자로 유명한 동화 작가의 증허락을 끝내고 난 뒤의 심정은 그야말로 대장전을 마친 기분이었다.
인간들이 주인공이 아닌 신족이 주인공이기에 그들이 가진 긴 수명만큼 풀어내는 이야기도 길었고 우여곡절 역시 많아서 다 읽고 난 후 감정의 고갈을 느낄 정도였다.
인간과 신족 그리고 동물과 요괴들이 함께 살아가던 세상 대황의 유일독존이었던 반고대제가 죽은 후 천하는 전쟁을 벌여 결국 대황에는 세 신족이 천하를 나눠 가졌고 그 나라는 헌원,신농,고신이었다.
중원을 다스리는 신농은 물이 풍부하고 사람도 넘쳐나는 풍족한 나라지만 척박한 땅이라 사람이 살기에도 힘들고 농사를 짓기에도 힘들며 가장 나중에 나라의 형태를 지니게 된 곳은 헌원이었다.
헌원족의 수장이었다 나라를 세워 헌원국의 왕이 된 헌원왕은 자신의 백성을 제대로 먹이고 중원을 차지해 대황을 모두 가질 야심만만한 자였고 그의 야심으로 인해 천하는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며 사랑하는 사람이 헤어지고 죽었으며 모든 불행의 시작이 되었으나 그는 백성을 제대로 먹이고 풍요롭게 하고자하는 대의를 가졌기에 그의 냉혹함과 무정함은 지아비와 아비로서는 냉정하고 무섭지만 군주로서는 최고인 사람이었다.
그의 유일한 딸이자 헌원의 왕희인 헌원발은 모후와 오라비들의 배려로 이런 모든 정치적인 것과는 무관하게 본래의 성격대로 쾌할하고 자유롭게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아형이라는 이름으로 천하를 유람하던 중 제멋대로에 성질은 난폭하지만 거짓이 없는 직선적인 성격의 어딘지 끌리는 남자 적신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어릴적부터 정치적인 이유로 고신국의 왕제인 소호와 이미 혼인을 언약한 사이
소호는 천하에 이름을 떨치는 장부이자 예를 중시하는 나라의 왕제답게 점잖으며 공자다운 면모를 보이는 멋진 호남이지만 이미 적신에게 마음을 뺏긴 아형은 그와 소호 사이에서 갈등하다 모든것을 버리고 자신의 마음이 이끌리는 대로 적신과 함께 하고자 하나 자신의 큰오라비이자 헌원의 제일 왕제인 청양이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들려주면서 그녀의 마음을 돌리게 되고 오라비와 생모를 살리기 위해 어쩔수 없이 소호와의 혼인을 허락하지만 이 모든 인간사에 관심이 없었던 적신은 그녀의 변심으로 오해하게 된다.
이렇게 서로에게 끌리는 연인인 적신과 아형은 서로를 그리워하다 원망하고 미워하면서도 끝내 서로를 놓지 못하고 잠 못 이루지만 천하는 그들을 온전히 사랑하게 두지않는다.
적신은 자신이 사람보다 못한 짐승같이 살때 자신을 거두어주고 사람으로 살수 있도록 만들어준 사부이자 신농족의 왕이었던 신농왕의 죽음으로 어지러워진 신농국을 보살펴야할 의무가 있었고 자신을 형제처럼 믿어준 새로운 신농왕의 된 유양을 도와줘야했기에 그들의 땅을 노리는 헌원국과의 전쟁은 피할수 없었고  두 연인은 서로를 그리워하고 사랑하지만 자신의 나라를 외면할수 없었다.
이렇게 증허락에서는 서로의 적이자 연인인 커플이 많은데 그들은 서로를 사랑하면서도 이루어지기 힘든 여건을 가지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단지 적국의 남녀가 아니라 각자의 나라에서 자신의 의무를 가지고 있는 왕족으로 태어났다는 점이다.
그래서 끝내 자신이 짊어져야할 의무에서 벗어날수도 벗어나기도 힘든 위치였고  결국 이 모든 비극은 서로 다른 나라에서 평범한 국민으로 태어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적신과 아형의 사랑도 안타깝지만 어릴적에 만나 서로에게 유일하게 마음을 나눴던 친구사이인 소호와 청양은 생사고락을 같이 하자 맹세한 친우이지만 결국은 적국의 수장이 되어 서로에게 언젠가는 칼끝을 겨눠야할 위치였기에 적이면서도 친구인 그들의 우정이 내내 안타까웠는데 특히 소호는 고신국의 왕이 되기 위해 아비도 동생도 사랑도 의리도 모두 저버리고 끝내 왕위를 손에 넣지만 누구에게도 마음 한자락 나누지못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절대자의 고독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청양은 동생들을 사랑하고 자신의 모후를 사랑하지만 아비이기보다 한나라의 수장의 위치를 지키는 아비의 무정함을 잘알기에 그로부터 동생과 어머니를 보호하고자 자신의 마음을 숨기고 모든것을 희생하지만 끝내 아비로부터 외면받는 모습을 보여 가장 안타까운 인물중 한사람이었다.
모두에게 불행을 안겨준 전쟁을 일으킨 헌원왕은 자식들간의 목숨을 건 다툼에도 자식들의 죽음에도 흔들리지않는 가장 비정한 인물로 그려지는데 그런 헌원왕의 본질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인물인 적신이 그야말로 가장 한 나라를 이끌 군주의 모습이라는 평가는 날카롭지만 통찰력있는 평가라 할수 있겠다.
사사로운 정에 이끌리지않고 오로지 백성만을 생각하고 먼 미래를 위해 자식의 희생도 감수하는...
가장 비정하고 잔인하지만 나라를 다스리는 군주로서는 제대로 된 군주의 모습을 한 이가 헌원왕이라면 정치적인 계산이나 자신의 이해득실을 따지지않고 오로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행함에 있어 물불을 가리지않고 자신을 믿어준 사람을 위해 목숨을 아까워하지않으며 사랑하는 아형을 위해 그녀의 모든것을 감싸안는 적신은 그의 출신을 들어 축생이라 칭하던 귀족이나 높은 신분의 사람보다 더욱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준 순정남이라고 할 수 있겠다.
첫눈에 이끌려 수천년동안 오로지 한여자만을 바라본 적신의 헌신과 사랑 그리고 그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아형의 아름답지만 가슴아픈 사랑이야기를 그린 `증허락`은 잔인하면서도 슬픈 우리의 인생사를 그리고 있어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는지 알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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