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 마땅한 자
마이클 코리타 지음, 허형은 옮김 / 황금시간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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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너무 대단하다 생각되는 사람이 있다.

공익을 위한 내부 고발자들...

자신들이 몸담고 있는 내부의 비리와 부조리함을 고발하는 이런 사람들이 없었다면 진실이 영영 덮이거나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밝혀졌을 내용들을 용기와 사명감만으로 그야말로 자신을 희생해서 진실을 밝히지만 그 대가는 참혹하다.

배신자로 낙인찍혀 자신의 조직에서도 밀려나기 일쑤거나 왕따를 당하고 심지어는 동종업계에 영원히 발 디딜 수 없는 지경에 처해 경제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궁지에 몰리는 사람이 많다.

분명 옳은 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에 시달리거나 설자리를 잃어버리고 급기야는 자신이 한 일을 후회하는 듯한 사람들의 인터뷰를 볼 때마다 착잡한 마음이 들었지만 만약 내가 그 사람과 같은 처지에 처한다면 용감하게 나서서 내가 있는 곳의 부정을 고발할 수 있을까? 솔직히 자신할 수 없다.

이 책 죽어 마땅한 자의 주인공인 리아가 그런 케이스이다.

휴대폰 신호도 제대로 잡히지 않는 메인 주의 깊은 산속에서 자연과 함께 생활하는 리아에게 어느 날 여자아이가 전화를 걸어왔다.

그리고 전 남편의 사망 소식을 전해 들은 리아는 남은 두 아이를 데려가기 위해 오지만 그런 그녀를 기다린 건 냉혹하기 그지없는 두 킬러의 탈옥 소식이었다.

사실 리아는 오래전 자신이 일하던 라워리 그룹이 저지른 온갖 범죄와 살인을 법정에서 증언하기로 했지만 라워리의 유일한 아들이 자살하는 바람에 모든 것이 무위로 돌아가면서 오히려 킬러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됐었고 자신의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죽은 척 사라졌던 것이다.

하지만 보고 싶은 마음도 참아가며 살았던 세월이 무색하게 그녀가 살아있는 걸 알게 된 라워리는 두 킬러를 보내 이번에야말로 끝장을 내기로 한 것

문제는 그때도 그랬지만 리아는 평범한 여자였기에 전문적인 킬러와의 대결을 어떻게 어떤 식으로 풀어놨는지가 이 책의 가장 핵심 포인트이기도 하다.

초반부터 그녀가 죽음을 위장하는 장면으로 시작해 눈길을 제대로 사로잡았고 엄마이면서도 자신의 아이들에게 이모로 다가가는 주인공의 심정과 유일한 부모였던 아빠를 잃고 하루아침에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이모라는 사람을 따라 살던 곳을 떠나는 현실도 싫지만 무엇보다 그녀를 믿을 수도 믿지 않을 수도 없어 갈등하는 아이들과의 갈등 묘사가 섬세하게 그려졌다.

특히 누군가가 자신들의 뒤를 쫓는 절체절명의 순간인 걸 모르는 리아와 첫째 헤일리와의 갈등이 중간까지 이어지면서 긴장감을 서서히 높이다 드디어 그들의 뒤를 추적하는 킬러의 존재를 제대로 인식하면서부터 이야기는 휘몰아치듯이 전개되어 아슬아슬한 스릴감을 느끼게 해준다.

이전처럼 자신이 숨거나 도망치는 게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던 리아가 그런 방법으로는 더 이상 어찌해 볼 수 없다는 걸 자각하면서부터 분위기는 급변한다.

자신들의 아이들을 위해서 전사로 거듭나 목숨을 건 대결을 하기 위해 자신이 가장 잘 아는 산속 깊은 곳에 베이스캠프를 치고 최후의 항전을 위해 준비하는 리아

작가의 전작인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에서도 비슷한 추적 씬이 등장한다.

그때는 사건을 목격한 어린 소년이었지만 이번엔 자신이 목숨 걸고 지켜야 할 아이들이 있는 엄마라는 차이가 있을 뿐... 냉혹한 전문적인 킬러가 둘의 목숨을 노리고 뒤를 쫓는다는 설정은 같다.

별거 아닌 것 같은 작은 단서를 가지고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서두르지도 않고 거침없이 나아가는 전문 킬러들의 섬뜩하리만큼 냉혹한 모습과 이에 맞서는 보통의 사람들의 대결은 누가 봐도 결과가 뻔하지만 작가는 여기에 산불이나 거친 산, 태풍 혹은 휘몰아치는 강물 같은 자연적인 힘이 더해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결과를 그려내었고 그 결과가 개연성이 떨어지거나 억지스럽지 않아서 전체적인 이야기가 균형 있게 느껴진다.

읽으면서 영상으로 보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미 영화화가 결정되었단다.

가독성 있게 읽었고 머릿속으로 상상을 더해가며 흥미롭게 읽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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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 불짜리 속편 미스터리
이언 랜킨 외 지음, 오토 펜즐러 엮음, 김원희 옮김 / 북스피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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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작가의 작품으로만 책을 엮어 단편집을 내는 것도 좋지만 여러 작가의 작품을 모아 한데 엮어서 책을 내면 독자들 입장에선 한 권의 책으로 여러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소재 자체를 공통된 하나로 한다면 나름의 일관성도 있어 좀 더 흥미로운 작업이 아닐까 싶다.

이 책 백만 불짜리 속편 미스터리에는 6편의 단편이 실려있고 모두가 책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사건의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책을 좋아하고 수집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초판본이라는 키워드는 엄청난 매력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것도 우연히 발견한 헌 책 더미에서 마치 숨겨왔던 보물처럼 짠 하고 등장했는데 그 책의 가치를 아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면...?

에피소드 여섯 편 중 첫 번째 에피소드 크리스티 컬렉션 미스터리와 세 번째 에피소드 왕비에게 헌정한 초판본이 그런 이야기다.

아무도 짐작조차 하지 못했던 헌 책 더미에서 우연하게 발견한 게 그 유명한 아가사 크리스티의 미스터리 작품 중 초판본이라니... 하지만 이 책을 발견한 두 사람은 공교롭게도 행운이 찾아왔다는 걸 만끽하기도 전에 불운이 닥쳐온다.

헌책 서점의 주인은 무더기로 사들인 책 중에서 발견한 크리스티의 초판본을 아무도 모르게 혼자서 정리하다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사망하고 또 다른 사람은 손에 들어온 행운을 손님들에게 자랑했다 도난당하는 불운을 겪는다.

이후에 벌어지는 이야기는 작가의 스타일만큼 서로 다른 행보를 보이는 데 크리스티 컬렉션 미스터리에서는 초판본이 그저 주인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영향을 미치는 도구로 작용할 뿐 이후에 서점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온갖 일들은 무관하다.

단지 초판본 자체로서의 가치에 크게 중점을 두기보다 사건이 벌어지게 만드는 하나의 도구로서 쓰였다면 세 번째 에피소드 왕비에게 헌정한 초판본은 가게에 몰래 들어와 책을 훔쳐 간 범인을 찾는... 그야말로 온전하게 초판본으로 인해 벌어지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

표제작인 백만 불짜리 속편 미스터리와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에 관한 소고는 그 책을 집필한 작가가 느끼는 환각과 이상 증세 그리고 작품과의 연관관계가 밝혀지는... 미스터리라 하기엔 다소 모호한 환상문학 같은 작품이었다.

작품을 쓰면서 작가들이 느끼는 압박과 스트레스 그리고 자신도 모르는 새 주인 공과 동일화되는 감수성 같은 게 바탕이 된 게 아닐까 싶다.

여섯 편의 에피소드 중 가장 기발하다고 생각했던 작품은 사자의 책이었다.

작가 초서의 전문가인 남자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와 초서의 남겨진 유작 중 하나인 사자의 책을 언급한다.

하지만 사자의 책은 누구도 실제 쓰인 작품이라 믿지 않았던 작품으로 그 사람의 말이 진짜라면 학계에 어마어마한 발견이자 사건이었고 이를 의심하는 남자에게 그 사람은 작품의 일부를 메일로 보내온다.

초서의 작품 특유의 문체와 문장임을 알아본 남자는 자신의 지인을 통해 급하게 큰돈을 마련해 전화를 기다리지만 그 남자는 작품의 구매의사를 물어보는 게 아니었다.

그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 즉 세상에 유일한 책을 두고 협박을 해온 것이다.

여섯 편 모두 각자 다른 느낌 다른 재미를 주는 작품들이어서 읽는 재미를 준 작품이었다.

초판본, 희귀본 등 책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세상에는 남들이 가지지 못한 걸 소유함으로써 얻는 충족감과 자기만족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람들 중에는 그걸 손에 넣기 위해서라면 못할 짓이 없는 위험한 사람도 있다는 걸 알게 했다.

길지않은 이야기들이지만 작가들 개인의 필체에 따라 다른 분위기 다른 느낌을 느낄 수 있어 색다른 재미를 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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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아이
조진주 지음 / 현대문학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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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성공하기 어려운 범죄 중 하나가 유괴고 범인들은 자신들이 원하던 돈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대부분 검거되지만 안타깝게도 유괴되었던 피해자들은 죽음으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한때 우리나라에서도 유괴사건이 빈번하게 벌어진 때가 있었는데 그 대상은 안타깝게도 어린아이일 때가 대부분이었고 결과 역시 죽음이라는 비극으로 끝을 맺은 게 대부분이다.

다행히도 지금은 아이의 귀가가 늦거나 행방이 불분명할 때 즉각적으로 전국에 경보가 내려지기도 하고 CCTV가 사방에 깔려 있어 이런 범죄가 줄어들었지만 우리에게 아직도 범인이 검거되지 않은 채 피해자 가족에게 돈을 요구하던 유괴범의 목소리만 남은 사건이 기억에 남아있다.

이 책 살아남은 아이는 유괴사건의 피해자면서 살아남은 후 혼자만 살았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목격자면서 제대로 된 진술을 하지 못한 채 스스로를 믿지 못해 끝없이 갈등하고 괴로워하는 범죄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한 여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지희는 오늘도 한 사람의 몽타주를 그리고 있다.

자신이 돌보던 동생 같은 아이 미성이랑 함께 유괴된 후 혼자서만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에 자신이 봤다고 생각하는 유괴범의 얼굴을 매일매일 자신도 어쩔 수 없이 그리고 있다.

하지만 그녀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범인의 얼굴은 유괴당한 미성의 아빠 얼굴이었고 당시 지희의 증언으로 그는 상당히 고초를 겪은 후 풀려났었다.

그에게는 완벽한 알리바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사고 당시의 충격과 범인의 협박이 트라우마로 작용해 당시의 기억 일부가 지워졌고 특히 범인의 얼굴은 아무리 애를 써도 기억나지 않아 미성이의 구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매번 바뀌는 증언에다 엉뚱하게도 미성의 아빠 이동형을 범인으로 지목하는 바람에 증언에 신빙성이 떨어져 나중에는 그녀의 말을 아무도 믿지 않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다.

게다가 미성이가 결국 죽어 돌아오면서 미성이를 구출하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렸을 뿐 아니라 그녀 역시 피해자라는 걸 간과한 사람들의 독촉과 차가운 시선에 상처받고 마음을 다친 채 오늘에 이르렀다.

17년이 흘러 마침내 당시의 범인이 죽음으로서 밝혀졌지만 이상하게도 지희는 그가 범인이라는 걸 믿을 수 없었다.

모든 증거가 그가 범인임을 밝히지만 이도형에 대한 의심이 쉽게 지워지지 않았던 지희는 더 이상 현실을 피하거나 외면하지 않고 마침내 행동에 나선다.

여기서 지희는 피해자이면서도 생존자이고 유일한 목격자이기도 하다.

그녀 역시 엄청난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상태에서 아직 유괴범의 손아귀에 잡혀 있는 미성을 구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모두가 그녀에게 범인에 대해 질문을 하고 또 질문을 하면서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못하는 그녀에게 실망한다.

그리고 그 실망은 이내 어린 지희를 향한 비난으로 쏟아지고 어느새 그녀는 보호받아야 할 범죄 피해자의 신분에서 목격자로서만 존재한다. 그것도 제대로 제 몫을 해내지 못한 실패한 목격자로...

범죄 피해자로 살아가면서 그 사람이 겪는 죄의식과 혼자만 살아남았다는 자책감을 느끼는 생존자의 심리와 트라우마에 대한 이야기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살아남은 아이는 이제껏 죽은 희생자나 범인에 대해서만 모든 포커스를 맞춘 여느 작품과는 조금 다른 살아남은 피해자의 심리에 맞췄다는 점에서 색다르게 다가왔다.

여기에다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의 미스터리적인 요소를 가미해 대중성도 갖추고 있어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다소 가볍게 한데다 과연 누가 진범인지 진실을 찾는 과정의 흥미로움을 더해 가독성 있게 읽을 수 있었다.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등장인물들의 심리묘사가 섬세하면서도 세심하게 그려진 점도 그렇고 소재의 색다른 접근이라는 점에서도 점수를 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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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자의 손길
치넨 미키토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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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가끔씩 의학 드라마가 방영될 때가 있는데 대부분이 흉부외과가 중심이 되어 펼쳐지는 이야기가 많았다.

왜 항상 흉부외과일까 하는 의문을 가졌었는데 대체할 수 없고 오로지 하나뿐이며 심장이 멈추면 모든 것이 멈추기에 가장 드라마적인 장면을 연출 가능해서 가 아닐까 미루어 짐작했다.

이 책의 저자 치넨 미키토의 작품은 가면병동으로 처음 접해서 당연히 이 작품 역시 의학 스릴러나 미스터리물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 의료계 현장의 현실을 보여주는 휴먼 드라마에 가까운 소설이었다.

배경이 되는 곳은 당연하지만 흉부외과였고 최고의 흉부 외과의에게만 돌아가는 수술의 기회를 잡기 위해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전공의 가 주인공이다.

준세이카이의대 병원 흉부외과에서 일하고 있는 다이라 유스케는 최고의 심장전문의가 되는 것을 목표로 잠을 줄여가며 열악한 환경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자신보다 1년 후배이자 이 병원의 실세이며 최고의 흉부외과의사인 아카시 과장의 조카와 경쟁구도를 펼치고 있지만 그는 뒤를 봐줄 뒷배도 없는 형편이라 언제나 수술에서 밀리고 있어 실전의 경험이 늘 부족한 상태

그런 그에게 아카시 과장이 특명을 내린다.

새로 들어올 3명의 인턴 중 2명을 흉부외과에 입국시키면 흉부 외과의들이 꿈꾸는 파견지로 보내주겠다는 조건은 솔직히 실현 가능성이 굉장히 희박하지만 인턴을 입국시키지 못하면 흉부외과가 없는 시골의 병원으로 파견될 것이 뻔했기에 물러설 수 없는 형편이었다.

하지만 마음과는 달리 처음부터 인턴들에게 얕보이는 등 실수를 연발하고 중요한 수술에 변변찮은 어시스트만 하고 있는 그를 인턴들이 무시하지만 그는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일을 적절히 분해하고 부담을 나누는 일에 영 서툴기만 하다.

그래서 언제나 모든 뒤처리는 그의 몫이 될 수밖에 없고 그런 그를 한심하게 보는 인턴들의 시선에 점점 더 위축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수술방의 모든 관리를 도맡고 있는 의국장은 노골적으로 아카시 과장에게 아부하며 중요한 수술은 과장의 조카에게 맡겨 유스케는 점점 더 자신의 위치를 찾기가 쉽지 않은 가운데 병원 내에 괴문서가 나돌기 시작한다.

아카시 과장이 제약회사와 관련해 데이터를 조작해 주고 일련의 돈이 오갔다는 뇌물 스캔들은 이내 병원을 흔들고

과장은 이 일에 대한 조사까지 유스케에게 부탁한다.

과연 아카시 과장의 실각으로 가장 크게 덕을 보는 사람은 누구일까?

이렇게 이야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눠져 있다.

하나는 병원 내에 실력과 관계없이 그곳에서도 정치와 줄타기가 만연하고 어떤 식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와 메디컬 소설이나 드라마에서 사람들이 기대하는 잔잔하지만 가슴에 와닿는 이야기로 나눠져 전개되는 데 정치에 둔감하고 고지식한 성품의 유스케가 자신도 모르는 새 두 가지에 걸쳐져 있고 그 중심에 괴문서의 범인을 찾는 문제가 끼여 있는 상황이다.

그를 중심으로 우직하고 사내 정치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어디에 줄을 서야 자신에게 유리한 지 모른 채 결정적인 순간에 환자에게만 관심을 두고 환자를 중심으로 진료를 펼치는 그를 보면서 답답함과 함께 그의 고민이 이해되기도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가 한 선택으로 스스로를 궁지에 몰아가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그런 선택을 하는 그가 바보처럼 보이기도 한다. 물론 의사로서 훌륭하게 느껴지는 것과는 별도로...

어찌 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의사에 가깝지만 현실은 실력 좋고 연줄 좋은 후배에게 밀리고 제대로 실력을 늘릴 기회조차 잡지 못한 채 새까맣게 어린 후배들에게 무시당하기 예사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의 이런 진심은 환자와 보호자 그리고 후배들에게도 전해진다.

물론 어디까지나 소설이기에 가능한 전개이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짜임새 있는 스토리 전개와 병원 내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정치구도를 보는 재미도 좋았고 가독성 역시 일본 소설답게 좋아서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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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보는 마을
리사 주얼 지음, 안은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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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의미심장하게 다가온 책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몰래 훔쳐보면 엿보는 마을이라고 했을까 싶은데 그렇다면 그 사람들이 엿보는 대상은 누구일까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게 마련이다.

얼핏 생각하면 그 대상이 젊은 미모의 여성일 거라 생각하기 쉬운데 작가는 여기서 반전을 준다.

사람들이 몰래 보는 대상은 여자가 아니라 남자 그것도 젊은 남자가 아니라 50대의 아들을 둔 유부남이라는 사실

여기서 사람들은 왜 그를 몰래 훔쳐볼까 하는 의문이 들면 이 책은 이미 반은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20대의 유부녀 조이가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뭔가 사건이 생긴 건 분명한 데 어떤 사건인지 무슨 일이 일어났으며 왜 그녀가 용의자로 지목되었는지에 대한 어떤 단서도 제공하지 않은 채 사건이 발생하기 두 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엄마의 죽음으로 고향에 돌아온 조이는 갓 결혼한 남편과 함께 나이차가 나는 오빠네 집으로 들어온다.

그리고 이곳에서 한 남자를 처음 본 순간 번개에 맞은듯한 강렬한 끌림을 느끼게 되고 자신도 모르는 새 그의 주변을 맴돌기 시작한다.

알고 보니 그 남자는 이 동네에서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는 사람이자 학교 교장인 50대의 톰 피츠윌리엄이라는 유부남이었다.

한편 많은 사람들이 그를 매력 있고 능력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그에 대해 이상하리만치 거부반응을 일으키고 경계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그녀는 톰이 자신을 스토킹하고 있다고 생각해 그의 집과 가족을 비롯해 그의 주변을 관찰하고 내내 훔쳐보며 그를 감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중간중간 조이와 경찰의 심문이 없었다면 사건이 발생했을 거라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조용한 마을이지만

알고 보면 톰을 감시하는 여자 외에도 마을 사람들의 행동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사람이 있었다.

누구는 누구를 의심해서 훔쳐보고 누군가는 또 다른 사람을 몰래 엿보고 있는 등... 겉으로 봐선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모여살아 삶의 여유가 있고 그런 짓을 하리라 생각지도 못한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서로를 몰래 엿보고 들여다보고 있었다는 게 사건이 발생한 후에야 드러난다.

문제는 이 모든 일들의 발단인 톰은 이야기가 무르익어 가도 뚜렷하게 의심할 만한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단지 자신을 우상처럼 숭배하는 여학생을 따로 불러 대화를 하거나 조이와 약간의 신체적 접촉을 했지만 이내 떨어지는 등 의심하고 본다면 뭔가가 있는 듯 하지만 그냥 지나쳐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약간의 틈만 보일 뿐이다.

그렇다면 그가 자신을 스토킹한다고 생각하는 여자는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걸까

게다가 그녀의 그런 의심은 딸에게도 이어져 그녀 역시 자신이 다니는 학교의 교장이자 모두가 인정하는 능력자인 톰에게서 어딘가 꺼림직한 느낌을 갖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그가 자신과 동갑이자 절친이며 톰에게 숭배의 감정을 가지고 있는 친구에게 여지를 주는 듯한 행동을 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이런 사람들의 성적 긴장감과 너무 평화로워 오히려 뭔가 곧 터질 것 같이 팽팽했던 긴장감이 터진 건 톰의 생각지도 못했던 과거의 사건이 드러나면서부터다.

그가 한때 선생으로 있었던 곳에서 한 소녀가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고 그 사건에 톰이 조사를 받은 전력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그가 학생들에게 대했던 모든 친절과 미소가 의심스러워지기 시작한다.

그는 정말로 아직 모든 것에 서툴고 불안정한 어린 소녀들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그루밍하며 즐기는 포식자였을까?

어리든 나이를 먹었던 막론하고 여자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남자 톰

그리고 그런 남자를 둘러싼 여자들의 치열한 심리전과 이 모든 걸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어딘가 모호한 톰의 태도들

전체적으로 분위기만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엿보는 마을은 강하고 섹시하며 자신도 모르게 의지가 되는 능력 있는 수컷 남자에게 끌리는 여자들의 심리를 제대로 표현하고 있다.

스피디하고 박진감 넘치며 휘몰아치는 듯한 스릴러를 좋아하는 사람들보다 잔잔한 표면 밑에서 벌어지는 의심과 긴장감이 갈수록 높아지는 심리 스릴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어필할 만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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