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밤 여행자 1~2 - 전2권
자오시즈 지음, 이현아 옮김 / 달다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느 날 문득 낯선 시대로 떨어진다면...?

판타지 소설을 즐겨보는 사람에게 타임 슬립 타임 워프 같은 소재는 이제 너무 흔하디흔한 설정이라 식상하다고 느낄 수 있다.

게다가 대부분 현대에서 불만족스럽게 살던 주인공이 어떤 계기로 지금보다 훨씬 더 과거로 간 후에 벌어지는 일들이란 대체로 문명화되고 기계화되어 모든 것에서 편리함에 익숙해진 사람에게는 불편하고 힘들 수 있지만 그런 부분을 제외하면 그 시대의 사람들보다 많은 걸 알고 있다는 점에선 몇 점 아니 수십 점 앞서서 게임을 시작하는 거랑 다를 바가 없다. 주인공은 그곳에서 마치 전능하다 싶을 만큼의 힘을 발휘한다.

처음에는 이런 설정 즉 모든 걸 알고 미리 대비해 엄청난 능력자처럼 보이는 게 흥미롭고 신기했지만 몇 편의 성공 후 너도나도 이런 설정을 빌려와 비슷한 스토리가 봇물처럼 나오다 보니 이제 식상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그래서 이 책 역시 비슷한 설정이 아닐까 생각했다.

이 책 밤 여행자 역시 한 사람은 1937년에서 느닷없이 2015년의 상하이로 오고 다른 사람은 반대로 2015년의 현대에서 전쟁이 발발한 1937년의 상하이로 타임 슬립한다는 점에선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단지 밤 10시면 어디에 있든 2015년으로 오고 새벽 6시면 다시 1937년으로 돌아가게 된다는 설정을 둔 이유나 왜 그렇게 되는지 타임슬립의 원리는 알 수 없다.

그리고 왜 두 사람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역시 알 수 없지만 두 사람은 그저 주어진 환경에 맞춰 열심히 상황을 맞춰갈 뿐이었다.

그저 피곤한 몸을 이끌고 자신의 집으로 와 깜빡이는 현관의 등을 갈았을 뿐인데... 정신 차려 보니 같은 집이지만 많은 부분이 달라졌고 무엇보다 주변 환경이 달라졌음을 알게 되는 성칭랑

같은 날 법의관으로 사건 현장을 조사하다 피곤한 몸으로 집에 들어온 쭝잉은 집에서 낯선 사람의 향기를 느낀다.

그렇게 1937년을 살아가던 변호사 성칭랑과 2015년을 사는 법의관 쭝잉이 상하이 699번지의 집을 공동으로 사용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밤 여행자는 읽으면서 작가가 로맨스 소설을 쓰면서 그저 장식처럼 타임슬립이라는 걸 가져온 게 아니라는 걸...많은 조사를 한 후에 쓴 글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일단 우리에게는 별 의미가 없는 1937년은 중국에서는 큰 의미가 있는 시기였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중일 전쟁이 발발하고 우리에게도 익숙한 난징대학살이 벌어지던 시기의 상하이라는 것도 그렇고 이 소설에 등장하는 장소나 배경이 실제 1937년에도 있었을 뿐 아니라 지금 현재에도 실존하는 건물과 장소라는 점도 그렇다.

그런 대변혁의 시기에 변호사라는 직업을 가진 성칭랑은 사실 엄청난 부를 대대로 소유하고 많은 직원을 거느린 성가 집안의 사생아였다.

당연히 형제자매로부터 제대로 된 대접은커녕 멸시받고 천대받기 일쑤였으며 심지어는 공관에서 일하는 하인들도 그를 업신여겨 제대로 주인 대접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상하이에서 일본군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음을 누구보다 먼저 깨닫고 가족과 가족의 재산을 지켜주기 위해 발 벗고 나서지만 아무도 그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는다. 이 집안에서 그의 자리는 없다.

쭝잉 역시 거대 제약회사를 운영하는 아버지를 두었지만 어린 시절 엄마를 잃고 어디에도 마음 둘 곳 없이 외로운 처지라는 점에서 성칭랑과 다를 바 없다.

게다가 쭝잉은 재혼한 아버지가 뒤늦게 얻은 외아들과 특이체질이 같다는 이유로 필요할 때 마음껏 써먹을 수 있는 도구로 여겨질 뿐이었다. 그녀에게도 집안에서 그녀의 자리가 없는 건 마찬가지였다.

가족이 있지만 가족으로부터 사랑은커녕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한 채 어디에서나 아웃사이더로서 외로움을 가슴 깊이 간직한 두 사람이 양 시대를 오가면서 목숨을 건 위험을 겪고 서로 의지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순서였고 젊은 남녀가 그렇게 서서히 사랑에 빠지게 되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그려져있다.

그리고 서로를 바라보며 서로를 마음에 담아 가는 과정이 현대의 빠른 사랑법이 아닌 1937년의 사랑법을 따라 서서히 마치 물감에 색이 스며들듯 서로에게 스며들어가는 과정을 아름답게 그리고 있다.

여기에 쭝잉의 엄마의 갑작스러운 죽음 뒤에 숨어 있는 비밀을 밝혀가는 과정을 담아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든 밤 여행자는 이제까지 중국 로맨스 소설은 재미없고 지루하다고 여겼던 내게 새롭게 인식되게 한 책이었다.

로맨스 소설에 있어 남주인공이 차지하는 위치가 지대한만큼 책 속에 나오는 성칭랑이라는 남자가 가지고 있는 매력 즉,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옳은 일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젠틀맨이라는 캐릭터가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여주인공인 쑹잉 역시 처음엔 제대로 된 발언을 하지 못하고 부당한 일에도 참기만 하는 약한 모습을 보이다가 뒤로 갈수록 제 목소릴 내고 스스로 위험한 걸 알면서도 뛰어드는 적극적인 모습으로 변해가는 매력적인 여성으로 변해가는 것 역시 마음에 든다.

전체적으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미스터리적인 요소를 섞어 남녀가 사랑에 빠지는 과정이 로맨스 소설답게 로맨틱하게 그려진 밤 여행자

별 기대 없이 읽어 더 마음에 든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블랙하우스
피터 메이 지음, 하현길 옮김 / 비채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도 그렇고 표지에서 풍기는 이미지도 그렇고 소개 글에 쓰인 스코틀랜드 호러 스릴러의 정점이라는 말에서

엄청 무섭고 섬뜩할 거라는 내 예상을 완전히 뒤집은 책이었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암울하고 뭔가 곧 사건이 벌어질 듯한 긴장감을 내내 유지시켜 끝내는 쏟아지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게 심리 스릴러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보는 게 맞는듯하다.

일단 살인사건은 벌어진다.

그것도 처참할 정도로 잔혹하게...

배를 칼로 갈라놓은 시신의 상태가 마치 웃는 듯하다고 표현하는 글에서 섬뜩함이 느껴졌다.

스코틀랜드의 루이스 섬에서 누군가에 의해 난자된 듯한 시신이 발견되고 얼마 전에 발생한 살인사건과의 유사성 때문에 그때 그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 핀이 루이스 섬으로 급파된다.

사실 핀에게 이곳은 낯설지 않은 곳이다.

그가 18년 전에 떠나온 곳이자 다시는 발을 디디고 싶지 않은 고향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금 그의 상태는 최악이다.

얼마 전 어린 아들을 사고로 잃고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는 그에게 고향으로의 귀환은 오랜 악몽과도 같았고 이 사건을 담당하는 현지 경찰들 역시 그를 반기지 않는다.

하지만 연쇄살인의 가능성 때문에라도 사건을 맡지 않을 수 없었고 부검을 지켜보면서 그는 누군가의 모방 살인임을 깨닫는다.

이야기의 시작은 분명 잔혹한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걸로 했지만 들여다보면 사건 수사는 뒷전이고 핀이 왜 고향을 떠나야만 했는지 이곳에서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이야기의 핵심임을 알 수 있다.

이곳 주민들 대부분은 조상부터 대대로 나고 자라 이곳을 떠나지 않고 뿌리를 내리는데 핀은 왜 고향을 떠난 걸로 부족해 십수 년이 지나는 동안 발길조차 하지 않았을까

그 의문에 대해 과거의 이야기를 통해 하나씩 풀어나가지만 분명 어느 시점에 무슨 일이 생긴 건 맞는데 그게 무슨 일인지에 대해서는 약간의 힌트도 주지 않는다.

단지 어린 나이에 갑작스럽게 부모 모두를 잃고 누구의 보호도 없이 자란 핀에게 이곳의 환경은 쉽지 않았을 거라는 걸 짐작할 수 있지만 그것 외에는 뚜렷한 문제가 보이지 않는다.

아주 어린 나이에도 조숙하게 여자친구를 사귀는가 하면 친구의 아버지가 그의 대학 입시를 도와주는 등 일견 평범해 보이는 일상이지만 좁은 지역에서 별다른 놀 거리가 없는 환경에 있는 사람들답게 일찍부터 성이 깨어있고 음주 문제와 폭력이 난무한다.

그리고 그런 환경에서 부모가 없는 핀은 좋은 먹잇감 중 하나였고 어쩌면 그런 환경이 그가 섬에서의 탈출을 꿈꾸도록 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죽은 피해자는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싫어하는 사람이었기에 누군가가 그에게 원한을 품고 살의를 느낄 수는 있지만 그토록 잔인하게 살해할 정도로 악의와 원한을 품은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누가 왜 모방 살인을 저지른 걸까

범인의 흔적을 찾아가며 읽어내려가다 보면 사건 수사보다 핀의 과거에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걸 알 수 있고 마을에서 수백 년 전부터 내려온 새끼 새를 때려잡는 야만적인 사냥의 시기에 뭔가 일이 발생했음을 알 수 있다.

첫 번째 살인 사건 이후로 별다른 사건이 발생하지 않지만 섬이라는 특성에서 오는 고립감 그리고 거친 자연에서 오는 황량함 그 속에서 아무런 비전도 희망도 없이 술과 폭력에 익숙해져 버린 사람들의 모습에서 무력감과 더불어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않을 것 같은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서서히 좁혀오는 듯한 숨 막힘과 숨겨왔던 비밀이 마침내 드러나는 순간 긴장감도 폭발하듯 터져 나온다.

진실이 드러난 순간 읽는 내내 미묘했던 그 분위기가 그제서야 이해되고 사이사이의 빈틈이 마침내 채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별다른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분위기만으로 읽는 내내 긴장하게 했던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리의 살의 - JM북스
아키요시 리카코 지음, 손지상 옮김 / 제우미디어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안 읽은 책이 산더민데도 대여에다 페이백은 못 참아서 얼마 전에 지른 책을 이번에 드디어 읽었다.

제목에서 유리가 뭘까? 사람 이름일까 궁금했는데 그냥 그대로의 유리를 의미했다.

일본어는 우리와 조금 달라 소유격인 ~의 ** 이런 식의 말을 사람이 아닌 다른 물체나 기타 등등에도 사용해서

우리말로 번역하면 다소 어색할 수 있다는 걸 이런 제목을 볼 때마다 느낀다.

어쨌든 사람도 아닌 한낱 물체가 살의를 느끼는 걸까 하고 궁금했는데 주인공의 상태가 어찌 보면 금방이라도 깨질듯한 유리와 같다는 의미에서 이런 제목을 붙인 게 아닐까 문득 생각했다.

한 여자가 있다.

그녀는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자신의 온몸이 피투성이고 손에는 피 묻은 칼이 들려 있었으며 곁에는 누군지 모르는 남자가 죽어있었다.

그녀는 조건반사적으로 경찰에 전활 걸어 자신이 누군가를 칼로 찔러 살해했다는 신고를 하고 경찰에 의해 조사를 받는다.

여기서 문제는 그녀는 자신이 경찰에 신고전화를 한 것은 물론이고 자신의 집에서 누군가를 칼로 찔러 죽였다는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찰의 조사 과정을 통해 그녀에게는 오래전 교통사고로 인한 심각한 기억장애가 있다는 게 밝혀진다.

그리고 문제의 피해자는 공교롭게도 그녀의 부모를 무차별 살해한 범인이었고 이내 이 사건은 복수 사건이라 규정해 엄격한 조사를 받지만 어떤 질문에도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자신이 왜 여기에 있는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까맣게 모르는 그녀를 상대해야 하는 경찰은 답답하기만 하다.

그렇다면 그녀는 진짜 기억인지 장애가 맞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지만 그녀의 곁에서 꾸준히 보살펴주는 남편의 증언과 주치의의 증언을 통해 그녀의 기억장애가 진짜임을 확인받지만 그럼에도 그녀가 사람을 살해한 사실은 변하지 않아 구치소에 수감된다.

이야기는 매번 그녀가 스스로 기억하지 못하는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을 파악해가는 그녀의 심리묘사에 치중하면서 독자로 하여금 그녀가 진짜로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임을 증명한다.

이런 부분을 보면 아주 오래전에 본 영화 메멘토가 연상되기도 한다.

게다가 자신도 모르는 새 자신이 누군가를 살해했다는 죄명으로 재판까지 받아야 하는 상황

이럴 때 대부분 자신의 죄를 인지하지 못하는 피의자의 곁에 있는 사람 역시 의심스럽기 마련이고 남편 역시 예외는 아니었지만 그에게는 알리바이가 존재한다.

하지만 그런 그를 의심하도록 한 것은 아내의 지인이라는 사람의 등장 이후부터다.

자신의 행동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아내를 왜 재판까지 가도록 그냥 놔뒀는지 왜 변호사를 얼른 붙여주지 않았는지 조목조목 의심스러운 정황을 따지는 그녀의 말을 듣고서야 아... 그러고 보면 남편의 행동은 어딘지 자연스럽지 못하구나 하는 인식을 하게 된다.

어쩌면 나부터도 아내가 진짜 범인을 죽인 게 맞는 건지 그녀의 기억장애가 거짓으로 꾸민 건 아닌지에 모든 초점을 두고 읽다 보니 남편의 어디가 수상한지에 대해서는 간과하고 있었다는 걸 깨닫는다.

그리고 작가는 이런 부분을 친절하게도 아내의 지인 입으로 깨우쳐주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뒤틀리기 시작한다.

등장인물도 몇 안 되고 상황 자체도 뻔해 자칫하면 지루하거나 너무 진부한 양상을 띌 수도 있는 위험을 무릅쓴 걸 보면 작가는 그만큼 자신이 있었던 것 같다.

첫 문장부터 시선을 사로잡았고 가독성도 좋아서 단숨에 읽어 내려갔는데 이 뻔한 구도에서도 작가는 반전에 반전을 더하는 대담함을 보여준다.

소재도 독특해서 더 인상적이었던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잘 자요, 라흐마니노프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2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정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 일본 추리소설 작가 중 가장 잘나가는 사람 중 한 사람인 나카야마 시치리

그의 작품 중 가장 색다른 시리즈가 바로 이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가 아닐까 싶다.

미스터리의 영역에 살짝 발을 담갔지만 들여다보면 우리에게 잘 알려진 클래식의 거장들의 음악을 소개하는 것에 더 중점을 둔... 이를테면 미스터리의 옷을 입은 클래식 음악 소개서 같달까

그래서인지 다른 작품들에 비해 살인사건에 중점을 두지 않는다.

물론 사건은 해결하지만 모든 포커스를 작품 소개에나 현재 음대생이 가지고 있는 현실적인 고민에 더 둔다고 보면 될 듯...

1편이 드뷔시의 작품을 다뤘다면 2편에서 라흐마니노프의 작품을 다루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번에 우리나라 고등학생이 연주해서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작품이 바로 이 거장 라흐마니노프의 작품 피아노 협주곡 3번이었기에 더욱 관심을 두고 읽었는데 읽으면서 느낀 건 작가가 클래식 음악에 대해 조예가 깊다는 것이었다.

이번 작품에서는 음악을 하고 싶지만 현실의 높은 벽에 부딪혀 좌절하고 힘들어하는 음대생들의 현실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그 모습이 지극히 현실적이어서 더 흥미로웠다.

자칭 평범한 음대생인 아키라는 가세가 기운 집안 사정 때문에 더 이상 학비를 도움받을 수 없어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그런 이유로 연습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 고민이 깊다.

이른바 주객이 전도된 상황... 여기에다 학비 역시 밀려 자칫하면 졸업조차 할 수 없을 지경인데 다행히도 이번 정기 연주회에 뽑혀 무대에 서게 되면 학비를 면제받을 수 있는 길이 생긴다.

더군다나 세계적인 라흐마니노프 연주자인 학장으로 인해 정기 연주회 역시 모두의 주목을 받는 상황이고 이 연주회에서 두각을 나타낸다면 졸업 후 오케스트라에 입단할 수 있는 기회 역시 얻을 수 있는 그야말로 절호의 찬스다.

최선을 다한 결과로 연주회에 서게 된 아키라

하지만 누군가가 이 연주회가 열리는 걸 방해하기 시작한다.

세계적인 명품 악기인 스트라디바리우스가 완벽한 밀실 상태에서 도난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가 하면 연주회에서 자신의 연주를 들려줄 예정인 학장에게 살인예고장이 날아온다.

만약 그가 연주를 하면 피를 물들 것이라는 섬뜩한 경고와 함께...

모두가 불안한 상황이지만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 없었던 학생들은 학장을 제외한 채 연주회를 강행하기로 하고 모두가 숨죽인 일촉 측 발의 상황에서 연주는 시작된다.

시리즈의 전편에 비해 이번 편에서는 살인사건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추리소설답게 완벽하게 밀실인 상태에서 거액의 악기가 도난당하는 가 하면 누군가 대범하게 협박장을 날리는 등 누가 봐도 연주회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독자로 하여금 누가 범인인지 궁금하게 한다.

그렇다면 누가 이 연주회를 그토록 막고자 할까

연주회의 멤버로 뽑히지 못한 누군가가 질투와 시기하는 마음으로 연주회를 방해하는 걸까?

아니면 또 다른 무슨 목적이 있어 연주회의 개최를 방해하는 걸까?

이번 편에서도 사건의 해결은 물론 주인공인 미사키 요스케가 하지만 전편과 달리 사건 중심이 아니라 현실과 꿈 사이에서 방황하고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작가가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 꿈과 현실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좋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영원한 우정으로 2 스토리콜렉터 103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전은경 옮김 / 북로드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편을 보면서 대박 느낌이 나서 바로 연달아 읽으려고 2편을 주문했고 역시 내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탄탄하게 짜인 스토리며 인물들 각각이 가진 개성 그리고 그들이 숨긴 비밀이 드러나기까지의 과정이 아주 흥미진진하게 펼쳐진 영원한 우정으로는 예전에 넬레 노이하우스의 백설 공주에게 죽음을 읽을 때의 느낌을 떠올리게 했다.

마침내 진실이 드러나기까지 범인의 정체를 짐작하기도 범인의 의도를 찾기도 어려웠지만 하나의 단서가 드러나면서 숨은 그림 찾기의 퍼즐이 맞춰지는 속도가 점점 빨라져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었다.

1편에서 유명 편집자가 죽고 그 수사를 얼떨결에 시작하게 된 피아가 죽은 편집자의 주변 인물을 탐문하면서 드러난 하이케와 그녀의 오래된 친구들

그들 사이에 뭔가가 있음은 분명하지만 좀처럼 꼬리를 잡을 수 없는 가운데 또 다른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마치 사고처럼 교묘하게 위장된 사건은 범인이 그들 주위에 있음을... 그리고 잔꾀를 부릴 만큼 영리하면서도 범죄의 증거를 보란 듯이 피해자의 방에다 둘 정도의 대담함을 갖추고 있는 용의주도한 사람임을 짐작게 해준다.

그리고 1편에선 오래된 친구들 사이에서 그들을 서로 결속하게 하는 비밀이 있음을 발견하고 그 실체를 추적하는 과정의 일부분만 실렸다면 2편에선 마침내 그들을 서로 옭아매고 있는 비밀의 실체가 드러나는 과정이 생생하면서도 스릴 있게 그려지고 있다.

겉으로는 아주 오랫동안 서로를 지켜보며 서로 친한 듯 보였던 친구 사이였지만 들여다보면 서로를 질투하고 시기하며 심지어 증오하는 하이케와 그 친구들

그런 그들도 한 부분에 있어선 서로 의기투합하는 모습을 보인다. 마치 공동으로 뭔가 나쁜 짓을 한 사람들처럼...

과연 그들이 그토록 지키고자 한 비밀은 뭘까

1편에서 스쳐 지나가듯 나온 수십 년 전의 한 사건이 마침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그들이 그토록 지키고자 한 비밀이 만천하에 까발려지고 사건 이면에는 역시나 추악한 진실이 숨겨져있었다.

모두가 그토록 숨기고자 했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입다물어 수십 년간을 지킬 수 있었던 비밀의 약속은 누군가에 의해 깨지고 이제 그 비밀은 서로를 향한 무기가 되어 서로를 겨누게 된다.

그렇다면 범인은 왜 그토록 오랜 세월을 지켜왔던 비밀의 약속을 이제서야 깨는 걸까

범인의 의도는 뭘까

읽는 내내 궁금해서 이런저런 등장인물을 범인에 대입시켜봐도 역시나 작가는 한수 위라는 걸 증명하듯 이 모든 예상을 뒤집는 결과를 보여준다

비밀과 거짓말 사이에서 진실 그리고 사건의 진상을 파헤쳐 가는 과정은 역시나 흥미진진했지만 이번에도 역시 피아와 보덴슈타인 그리고 우리에게도 익숙한 강력 11반의 이야기 역시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가장 의외인 사람은 피아의 전 남편이자 바람둥이면서도 염세적인 검시관 헤닝이 전격 작가로 데뷔했다는 사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소설 속에서 소개하는 인물로 다른 사람도 아닌 절대로 변하지 않을 것 같고 속세의 인기에 연연하지 않을 것 같은 남자인 헤닝을 내세웠다는 점에서 그녀의 유머스러운 면을 짐작할 수 있었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않는 작품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