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되살리는 남자 스토리콜렉터 120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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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집안에서 두 명의 피살자가 나왔다.

죽은 사람은 경호원과 연방판사... 둘의 관계로 보나 피살자의 직위를 보나 누군가 판사의 판결에 불만을 품어서 생긴 범죄임이 분명해 보인다.

이 사건을 담당하게 된 게 우리의 에이머스 데커 요원

누가 봐도 사실관계가 분명해 보이는 사건이지만 데커는 살해의 형태를 보면서 동일범에 의한 살인이 아닌 각자 다른 살인자에 의해 저질러진 사건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깔끔하게 총격으로 인해 살해당한 경호원의 살인은 이성적인 데에 비해 자신의 침실에서 칼로 살해당한 판사의 살인에는 감정이 과잉되어 있는 걸로 보아 둘 사이에는 너무 큰 간격이 존재하고 데커는 이 부분에 집중하면서 사건을 수사하게 된다.

역시 인기 있는 시리즈답게 초반부터 몰입감 있고 전개 또한 스피디하게 진행되어 지루할 틈도 없고 가독성도 끝내줬다.

게다가 좀처럼 두 사람이 살해된 이유를 밝혀낼 수 없어 용의자 또한 특정 지을 수 없는 가운데 연이어 사건과 관계있는 또 다른 사람들의 갑작스러운 실종은 이 사건들이 모두의 짐작처럼 단순하거나 쉽게 풀리지 않는 뭔가가 있음을 짐작게 해준다.

더군다나 죽은 경호원의 목 안에서 슬로바키아의 오래된 구 권 화폐가 구겨져 있었다는 게 밝혀지면서 점점 더 데커의 짐작처럼 두 사건이 별개의 범인에 의해 벌어진 사건이라는 게 드러난다

여기에다 경호원이 소속되어 있는 회사의 초대 사장이 슬로바키아인이라는 게 밝혀지면서 경호원의 죽음이 단순한 살인사건이 아닐뿐 아니라 어쩌면 초대 사장의 실종 역시 이 사건과 무관하지 않음이 밝혀진다.

그러고 보면 제목인 기억을 되살리는 남자 역시 단순히 자신이 본 모든 것을 기억하는 데커를 의미할 뿐 아니라 지금 벌어지는 일들이 과거로부터 온 것임을 표현하기 위한 이중적인 의미가 아니었을까 싶다.

시리즈의 일곱 번째인 이번 작품에서는 데커가 이제까지와는 다른 환경에서 사건을 맡게 된다.

새로운 상관에 새로운 파트너...

어쩌면 이쯤에서 데커를 제외하고 그를 둘러싼 환경 전체를 바꿈으로써 시리즈의 새로운 출발을 보여주고 싶은 작가의 의지가 아닐까 짐작해 본다.

예전처럼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는 상관 대신 자신들의 규율에 따르지 않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데커를 잘라내기 위해서 그가 실수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FBI

그리고 자신과 마찬가지로 자식을 잃은 경험이 있어 데커와 조금은 통하는 부분이 있는 새 파트너

앞으로 둘의 환상적인 콤비 플레이를 기대하게 하는 부분이다.

더불어 처음의 딱딱하고 기계적인 감정 표현만 가능했던 데커가 조금씩 사고 이전처럼 누군가의 아픔에 동조하고 위로를 표현할 수 있는 인간적인 모습으로의 변화 또한 이번 편에서 두드러진 부분인데 앞으로는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해진다.

짜임새 있는 전개와 스토리를 풀어가는 방식 그리고 반전까지...엄청난 가독성과 몰입감을 보여줘서 스릴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만족할 만한 작품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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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좀 드리겠습니다
리베카 머카이 지음, 조은아 옮김 / 황금가지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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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전통에 빛나는 사립 학교... 그리고 그 안에서 묵시적으로 자행된 온갖 범죄를 살인사건을 둘러싼 미스터리 형식으로 고발하고 있는 이 작품 질문 좀 드리겠습니다는 뉴욕 타임스에서 21세기 100대 소설에 선정된 작가 레베카 머카이의 작품이다.

작가의 이 작품에는 현대 사회에서 문제시되는 온갖 범죄가 나온다.

그루밍 성범죄,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온갖 폭력적인 문제 그리고 하나의 사건을 둘러싸고 언론과 대중은 상대에 따라 어떤 태도를 보이는지 그 차별화된 시각 역시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학교 안 그것도 유명 기숙학교에서 한 여학생이 살해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이 사건이 전국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게 된 데에는 피해 학생이 뛰어난 미모의 백인이고 어렸으며 부자라는 점이었고 그런 소녀를 죽인 범인이 체육 교사이자 흑인이었다는 점은 세간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히 자극적이었다.

이런 조건은 사건 당시 범인이 체포되어 사건이 종결되었음에도 시시때때로 언론과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되었고 언제나 진범이 따로 있다고 생각했던 주인공 보디 케인은 사건이 발생한 지 23년 만에 모교로 돌아갈 이번 기회에 다시 한번 재수사를 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마음처럼 그녀가 맡은 학생 중 몇몇이 이 사건을 다루고 싶다며 그녀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되고 그녀와 학생들은 힘을 모아 사건을 하나둘씩 재구성해서 그날 밤 진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확인해간다.

이 과정에서 보디는 당시에는 몰랐거나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던 문제들... 모두에게 인기가 있었던 탈리아를 두고 남학생들이 어떤 시선으로 보고 있었는지 그리고 그때와 다른 시선과 관점으로 보면서 많은 점들이 생각과는 달랐다는 걸 깨닫는다.

또한 처음부터 탈리아를 죽인 범인의 존재를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보디는 조금씩 그 사람의 정체에 다가가지만 사건이 발생한 지 너무 오랜 시간이 흘렀고 그와 탈리아와의 관계를 증명할 방법 또한 없었다.

단지 보디가 목격한 몇 번의 은밀한 장면들과 시선만으로 그의 죄를 증명할 수 없었을 뿐 아니라 결정적으로 탈리아의 가족 또한 또다시 사건을 재수사 하는 걸 원치 않았다.

그들에게는 이미 범인으로 증명되어 감옥에 수감되어 있는 오마르 외에 다른 범인의 존재를 믿을 근거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미모의 백인 소녀 그리고 같은 학교 내에서 은밀하게 소녀의 주변을 맴돌던 흑인 청년 그리고 증거가 그를 지목하는 데 다른 사람을 조사할 이유를 알지 못했던 경찰들에 의해 사건은 종결되었다.

이렇게 모두에게 주목받았던 사건을 단숨에 해결함으로써 자신들의 위상을 높이고자 했던 사람들과 이 사건을 취재하는 데 혈안이 되었던 언론들에 의해 억울한 사람이 나오게 된 과정과 그 사건에서 진짜 살인범이 있을 수 있음을 학생들과 보니의 취재 조사에서 하나둘씩 드러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작가는 그 과정에서 90년대 당시 어디에서나 존재했던 여성을 바라보던 왜곡된 시선과 성희롱은 물론이고 학교 내에서조차 이런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는 점... 그리고 또래 남학생들조차 같은 동급생인 여학생을 은밀하게 성적 대상으로 삼는 걸 부끄러워하기는커녕 자신들의 메달처럼 자랑스럽게 여겼던 문화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시점의 변화를 문장 속에서 찾아야 한다는 점이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아 다소 혼란스러웠지만 익숙해지고 이야기의 제대로 탄력을 받으면서부터는 상당히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나에게도 익숙했던 90년대를 회상하면서 진짜 범인의 죄가 어떻게 드러날지 궁금해하며 읽는 재미가 있었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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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 박사의 딸
실비아 모레노-가르시아 지음, 김은서 옮김 / 황금가지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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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이 발전하고 의학이 발전한 지금의 우리에게는 돼지의 장기를 이식하고 기계장치를 몸에 심기도 하는 일이 별다르게 놀라울 일이 아니지만 이 책의 모티브가 된 H.G 웰스의 고전 모로 박사의 섬이 출간되었을 당시 이 책의 내용이 당시 사람들에게 얼마나 충격적이었을지 짐작할 수 있다.

동물에게 온갖 생리학적 실험을 실행해 동물 인간을 만들어 인간에게 유리한 노동을 제공하는 노예로 만든다는 발상은 지금도 물론 그렇지만 종교적인 관점에서는 물론이고 인권적으로도 말도 안되는 발상이라 생각한다.

단지 소설적인 관점에서만 본다면 상당히 파격적인 발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 모로 박사의 딸은 그 파격적인 소재를 끌어와 멕시코를 배경으로 이야기에 좀 더 살을 붙이고 약간의 로맨스를 가미해 흥미로운 이야기로 재탄생했다.

아내와의 이별을 견딜 수 없어 알코올중독에 빠진 영국인 몽고메리는 빚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멕시코 유카탄반도의 외진 곳에 위치한 저택 야샥튠에 오게된다.

그 곳 야샥툰에는 늙은 박사와 그의 아름다운 딸이 있었고 박사가 동물들간의 이런저런 실험을 통해 새롭게 만든 생명체인 동물 인간이 있었다.

사실 이곳은 외부와의 시선을 차단한 채 비인간적인 실험을 하는 곳이었으며 여기서 자행되는 온갖 불법적인 일은 엄청난 거부이자 대지주이며 몽고메리의 채권자이기도 한 리잘데의 요구와 박사의 이기심이 결합된 결과였다.

이렇게 이상한 조합에도 불구하고 몇 년 간의 평화로움이 지배했던 이곳 야샥툰이 파멸하게 된 데에는 아이러니하게도 로맨스 때문이었다.

당시 유카탄 반도에서 빈발했던 원주민의 반란을 제압하기 위해 나섰던 리잘데의 아들이 야샥툰에 오게 되고 젊은 청년은 아름답게 성장한 모로 박사의 딸 카를로타를 보자마자 첫눈에 반하게 된다.

하지만 이 곳에서 하는 실험에 대해 비밀에 부치고 있었던 리잘데와 모로 박사의 실험이 드러나면서 저택에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긴장감이 흐르게 된다.

동물인간을 경제적인 가치로만 접근했던 아버지와 달리 평범한 상식을 가진 사람들의 눈에는 동물 인간이라는 존재는 혐오스러울 뿐 아니라 공포심을 자극하는 존재였던 것

하지만 자신의 실험을 위해서 리잘데의 돈이 필요했던 모로는 딸을 이용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고자 하고 이는 성공한 듯 보인다.

카를로타는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고 모로에 의해 온갖 교양을 익히고 공부를 해 온 숙녀였지만 자신의 집을 벗어나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그야말로 온실 속의 화초 같은 사람이었고 그런 그녀의 눈에 젊고 잘생긴 리잘데의 아들은 사랑에 빠지기 완벽한 존재였다.

꿍꿍이가 있는 모로의 후원 아래 젊은 남녀는 이내 사랑에 빠지지만 단 한 번도 그녀를 이성적인 눈으로 본 적 없었다고 생각했던 몽고메리는 둘이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을 질투하면서 서서히 파국으로 치닫는다.

그 과정에서 생각지도 못한 폭력이 발생하고 언제나 순종적이며 소극적이었던 카를로타는 자신의 내면에 숨겨져있던 야성성은 물론이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게 된다.

소재도 흥미롭지만 전처를 잊지 못해 지옥을 헤메던 몽고메리가 마냥 어린 소녀로만 대했던 카를로타를 향한 자신의 진심을 깨달아가는 과정 그리고 첫사랑에 빠졌던 카를로타가 자신이 사랑에 빠졌던 남자의 본모습을 깨닫고 자신이 진짜로 원하는 게 뭔지를 알게 되는 과정의 변화를 섬세하게 묘사하는 게 좋았다.

소설로도 좋았지만 영상으로 보면 더 재밌을 것 같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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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나라
오카자키 다쿠마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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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지 않고 너무 무겁지 않은 소재로 일상의 미스터리한 사건을 척척 해결해 장르물에 대한 접근성을 쉽게 해주던 시리즈 중 하나인 커피점 탈레랑의 사건 수첩

그 작품을 쓴 작가 오카자키 다쿠마의 신작이 나왔다.

이번 작품에선 다른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자 어느새 외모지상주의로 변한 요즘 세태를 비판하고 있다.

제목부터 작가가 의도하는 바를 명확하게 보여준다고 할 수 있는데 이야기는 유명 추리소설 작가였던 이모의 유작을 출간하려는 나와 이모의 유작 소설 거울나라를 교차해서 보여주고 있는 이른바 액자식 전개 방식이다.

이모가 남긴 유작을 출간하려던 중 편집자가 소설 속에서 어딘가 의심스러운 부분을 발견했고 그는 이를 토대로 숨긴 에피소드가 있음을 깨닫게 된다.

조카인 나는 그 부분을 찾기 위해 다시 한번 유작을 읽으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이모가 직접 겪은 일을 쓴 소설의 이야기는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아이돌을 했을 정도로 예쁜 외모를 가졌지만 누군가의 악플을 본 이후로 자신의 외모에 대해 심한 거부감을 가지고 사회생활에서마저 불편을 겪는 여자 히비키

그녀는 기사를 쓰기 위해 조사하던 중 어릴 적 친구 사토네와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된다.

그리고 역시 어릴 적 친구였던 또 다른 친구와 만나게 되면서 세 사람은 금방 의기투합하게 되고 세 사람과 히비키의 직장동료까지 넷은 함께 여행을 간다.

그곳에서 게임을 하던 중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벌어진다.

또 한 명의 친구의 증언으로 인해 15년 전 사건으로 둘의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된 화재사고가 이제까지 알고 있었던 둘의 실수가 아닐 수도 있음을...

오히려 누군가에 의해 저질러진 방화사건 일 수도 있음을 알게 되면서 두 사람은 사건의 진상을 캐기 위해 노력한다.

문제는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친구 역시 안면인식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세 사람 모두에게는 누구에게도 쉽게 말을 할 수 없지만 외모로 인해 사회적 편견이나 시선에 괴로움을 겪는다는 공통점이 있었을 뿐 아니라 한 명의 남자를 둘러싸고 미묘한 신경전이 펼쳐지는데 이 부분 또한 사건 해결과는 별개로 흥미를 끌었다.

사건을 해결하는 것 자체는 그다지 어렵지 않지만 그 사건으로 인해 변해버린 우정과 외모로 고민하는 사람들의 심리묘사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마음까지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는 작가의 필력이 놀라웠다.

게다가 처음부터 대놓고 소설 속에 숨겨진 에피소드가 있다는 걸 드러내 독자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전체적으로 잘 짜인 소설이었고 외모지상주의가 판치는 요즘 세태의 문제점을 잘 보여줬을 뿐 아니라 마지막 반전까지 흠잡을 데 없어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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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이정표 - 제76회 일본 추리작가 협회상 수상작
아시자와 요 지음, 김은모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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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이정표는 작가의 기존 작품과는 조금 느낌이 달랐다.

10주년 기념작이라서 그런 건지 아니면 세월의 흐름처럼 작가의 작풍이 변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전해지는 느낌이랄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가 좀 더 깊이 있는 울림을 남겼다.

기존의 작품들이 신선하고 기발한 데서 의표를 찔렀다고 한다면 이 작품은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깊이 생각해 본 적 없는 문제를 드러내놓고 있다.

살인사건이 벌어졌다.

겉으로 봐선 마치 사고사로 볼 수도 있을 것 같은 조금은 평범한듯한 이 사건은 목격자도 있어 용의자를 쉽게 지목할 수 있었다.

용의자가 학원을 운영하던 피해자에게서 공부를 배운 적이 있었던 제자였던 것이 밝혀지면서 사건은 금방 해결될 것처럼 보이지만 흔적을 감춰버린 용의자로 인해 2년간이나 해결하지 못한 채 미해결 사건으로 분류된다.

무엇보다 용의자인 아쿠쓰가 과거 피해자인 도가와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을 뿐 아니라 오랫동안 왕래가 없던 관계라 살인의 동기가 드러나지 않는다.

도가와는 사실 평범한 학생들을 교육시키는 게 아니라 다소 특별한 아이들... 이를테면 학습에 장애가 있거나 학교생활에 문제를 일으켜 평범한 수업을 받기 힘든 아이들과 같은 기존의 교육체계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는 아이들을 각자 맞춤 교육으로 사회에 섞일 수 있게 도움을 주는 고마운 존재였다는 걸 감안하면 더욱 아쿠쓰의 살인은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아쿠쓰는 왜 오랜 시간이 지나서 스승을 살해했을까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 사건의 진실은 포기하지 않고 사건 해결을 위해 수사를 계속한 형사와 사건 관계자의 대화를 통해서 조금씩 실마리를 찾게 된다.

이야기는 아쿠쓰를 쫓는 형사의 시점, 그를 도와 경찰의 추적을 피하도록 해준 여자의 시점 그리고 초등학생 둘의 시점을 통해 그들에게 보이는 아쿠쓰에 대해 이야기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정작 범인인 아쿠쓰가 아닌 주변 사람들에 보여지는 그의 모습을 통해 그가 왜 아버지라고 여겼던 스승을 죽여야만 했는가를 추론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밤의 이정표

아쿠쓰의 범행 동기가 밝혀지는 순간 모두가 침묵할 수밖에 없는 참담함을 느꼈으리라 생각한다.

옳은 일을 한다는 미명 아래 저질러진 폭력 그리고 그 폭력에 저항 할 수도 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던 피해자의 눈물이 분노에 차거나 감정적이지않은 상태로 표현하고 있어 그들이 느끼는 비애가 더 와닿았다

한번도 제대로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을 생각하게 하고 깊은 여운이 남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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