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키메데스는 손을 더럽히지 않는다
고미네 하지메 지음, 민경욱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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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는 순수했지만 중간 과정을 거치면서 생각지도 못한 결과를 맞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 우리는 나쁜 의도를 가지고 한 게 아니기 때문에 그 결과만 보고서 그 사람을 단죄하면 안 된다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가지고 했어도 결과가 참혹한 비극이라면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이 책 아르키메데스는 손을 더럽히지 않는다에 나오는 고등학생들의 처지가 그렇다.

여고생이 낙태수술을 받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당연하게도 그 부모는 외동딸을 잃은 슬픔에 누군가 원망할 대상을 찾기 시작했고 죽은 아이를 임신시킨 채 숨어 있는 남자를 찾고자 노력하지만 그 사실을 어느 정도 알고 있을 거라 짐작되는 또래의 친구들은 굳게 입을 닫는다.

또한 죽은 아이 역시 아이 아빠에 대해 절대로 입을 열지 않으려 했다는 점에서 강제에 의한 성관계가 아니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고 마지막 순간에 남긴 아르키메데스라는 단어가 유일한 단서일 뿐...

사건이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순간같이 어울렸던 무리 중 한 사람의 도시락을 대신 먹은 남학생이 독살당할 뻔한 위기에서 간신히 벗어나는 사건이 발생한다.

학교에서 벌어진 독살 미수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은 낙태수술을 받다 죽은 여학생의 사건을 알게 되면서 두 사건 사이에 뭔가 연결점이 있음을 발견하지만 뚜렷한 단서를 잡지 못한 채 지지부진하던 중 두 사건 모두에서 한 학생이 공통적으로 엮여있다는 걸 깨닫는다.

그리고 그 소년의 집을 탐문하던 중 이번에는 또 다른 살인사건을 발견하게 된다.

결국 야규라는 학생을 중심으로 이 모든 사건이 연결되어 있지만 사건 자체로만 보면 서로 전혀 별개의 사건임에 분명하다.

게다가 집에서 발견된 남자의 시신을 둘러싼 사건의 전말을 수사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용의자인 야규에게는 좀처럼 깰 수 없는 알리바이가 존재하지만 누가 봐도 엄마 혼자서 사건을 저질렀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이렇게 혐의는 분명하지만 그걸 입증할 수 있는 증거의 부재는 경찰 내부에도 혼란을 가져오고 용의자인 엄마조차 단독범행을 주장하는 가운데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나온 단서로 사건의 수수께끼는 풀리기 시작한다.

첫 번째 사건은 부모의 원통함은 이해하지만 따지고 보면 사건성은 없었던 것처럼 보이지만 결과론적으로 이 모든 사건의 시작은 거기에서 출발했다고 볼 수 있다.

희생자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알고 보니 누군가에겐 가해자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는 점도 그렇고 그 가해자를 단죄하기 위한 행동이 엉뚱한 결과를 초래해 이 모든 사건들을 몰고 왔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게다가 그걸 실행에 옮긴 사람이 아직 어리다고 여긴 고등학생이었다는 점이 의외이면서 어쩌면 그 나이이기에 가능한 행동이 아니었나 납득이 갔다.

그러고 보면 표지에 쓰인 글 순수와 당위로 의도 없이 만들어진 미스터리라는 문구는 이 책의 의도를 제대로 꿰뚫고 있는 말임을 느낄 수 있다.

배경이 1970년대 즉 고도성장으로 주변에 돈은 넘치고 경제는 성장하지만 그 성장에 못 따라가는 사회 분위기와 커져가는 빈부격차 그리고 철학의 부재로 인한 병폐는 약한 곳에서 터져 나오기 십상이고 그런 현실과 이상의 부조리를 참을 수 없었던 순수함이 빚어낸 비극이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술술 읽히는 것에 비해 그 안에 담긴 내용은 절대로 가볍지 않아서 인상적인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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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 블루
오승호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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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된 지역에서 벌어지는 추악하기 그지없는 위선과 야합의 모습을 작가는 어떤 모습으로 담아낼 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그 부조리한 현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지도 알고 싶고...넘 재밌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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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 번의 계절을 지나
아오야마 미나미 지음, 최윤영 옮김 / 모모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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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열애에 빠졌을 때라면 그 사람을 위해서 별도 달도 다 따줄 수 있을 것 같은 건 물론이고 이 사람을 위해서라면 죽어도 좋다는 마음을 가지지만 사랑이 어느 정도 무르익어지고 서로에게 익숙해질 때면 그때의 마음과는 조금 달라지는 게 보통 사람들의 마음이다.

물론 처음과 끝이 꾸준히 한 사람을 위해 맹렬히 타오르는 사랑도 없진 않겠지만... 솔직히 그런 사람은 드문 게 현실

오죽하면 사랑의 유효기간은 18개월이라느니 3년이라느니 하는 말이 있을까

그 사람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도 할 수 있다는 그런 사랑이 드물다 보니 영화나 드라마 혹은 소설에서나마 그런 사랑을 하는 연인들의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고 판타지 같은 그런 내용을 보면서 대리만족하거나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게 우리의 모습이다.

우리는 그런 걸 보통 신파라고 얕잡아 보거나 비웃음을 띠고 이야기하지만 그러면서도 그런 장르는 꾸준히 사랑받아오고 있다.

특히 일본이 요즘 이런 장르에 강세를 띠고 있는 데 어쩌면 살기 힘든 팍팍한 세상에 소설 혹은 드라마에서나마 그런 판타지 같고 순수한 사랑을 꿈꾸는 마음이 반영된 덕분이 아닐까

이 책 열한 번의 계절을 지나 도 그런 작품 중 하나다.

첫사랑과 결혼해 행복한 생활을 하던 미노리는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는다.

알고 보니 중학생 때 머리를 세게 부딪친 적이 있는 데 그때의 충격이 쌓여 돌연사하게 된 것이라는 걸 알게 된 남편은 그녀 없는 세상은 더 이상 살아갈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자신만의 능력을 살려 그녀의 목숨을 구하기로 결심한다.

그 능력을 사용하게 되면 자신의 수명이 단숨에 되돌린 시간의 5배인 55년이 사라진다는 걸 알면서도 자신이 아닌 그녀 미도리의 행복을 위해서 한치의 망설임 없이 타임워프를 감행한다.

그리고 그녀와 자신의 중학생 시절로 돌아가 미노리의 곁에서 행복한 학창 시절을 보내며 그녀와의 관계도 돈독히 하지만 예견되었던 시간은 돌아오고 모든 것이 변해버렸다.

사랑의 본질은 자신보다 상대가 더 행복해지기를 바라고 그 사람을 위해서 뭐든 주고 싶어지는 마음이 아닐까

그런 순수함이 점점 사라져 연애 상대에게서도 냉철하게 계산하고 온전하게 그 사랑에 모든 걸 쏟아붓는 사람이 점점 적어지는 요즘 세대지만 누군가를 온전하게 사랑하고 싶다는 마음만은 변하지 않았을 거라 믿는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마음을 제대로 짚어내고 있는 게 요즘 일본에서 나오는 청춘소설이 아닐까 싶다.

최근 들어 연인 중 한 사람의 갑작스러운 죽음이나 불치병 혹은 시한부 삶을 살다 잃어버린 후 남은 사람의 절절하고 애타는 마음을 담은 책들이 많아 나오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 책 열한 번의 계절을 지나 역시 그 궤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다.

사랑하는 사람을 갑작스럽게 잃고 고통스러워하는 남은 사람의 절절한 아픔과 상실감을 묘사하는 건 물론이고

여기에다 주인공에게 이 모든 걸 다시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는 점만 빼면...

물론 주인공은 그 능력으로 마치 슈퍼맨이 사랑하는 여자를 살리기 위해 지구를 되돌 리 듯 시간을 되돌린다.

여기까지라면 기존의 작품들과 별다른 차이점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책의 주인공은 사랑하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 더 극단적이고 놀라운 선택을 한다.

시간을 되돌린 만큼의 다섯 배에 해당하는 자신의 시간을 희생한다는 것에 더해 그녀의 행복을 위해서 모든 걸 던진다.

두껍지 않은 분량이고 어렵거나 막히는 내용이 없어 술술 잃어가다 어느 순간이 오면 나도 모르게 맨 앞장으로 되돌아가 새로 확인하게 하는 부분이 있는 데 그건 독자를 놀래기 위한 작가의 히든카드가 아닐까 싶다.

다소 진부하고 신파에 치우칠 수 있는 내용이지만 대체로 담백하고 덤덤하게 그렸고 눈물을 강요하는 느낌이 아니어서 더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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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연
요코제키 다이 지음, 김은모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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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다 보면 이런저런 인연으로 여러 사람들과 만나기도 하고 친해지기도 한다.

만약 그 사람과의 인연이 좋은 쪽이면 좋겠지만 고의든 아니든 안 좋은 쪽으로 연을 맺게 되면 그걸 우리는 악연이라고 하고 차라리 만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인연으로 기억하게 된다.

게다가 모든 사람에게 가장 소중하고 중요한 사람은 자신이기에 자신에게 어떠한 해를 입힌 사람에게 좋은 감정을 가지기란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상대방의 입장에선 별거 아니라고 생각해 잊어버릴 수 있는 사소한 마찰도 당한 내 입장에선 억울하거나 그걸로 인해 2차적으로 큰 피해를 입게 된다면 그 기억은 오래갈 수밖에 없고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기 마련이다.

이 책 악연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있었던 일이 어느 날 도미노가 되어 여러 사람의 일상이 무너진 그런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이돌은 아이돌이지만 지상파방송에 출연하거나 정규 앨범을 내지 않지만 소극장 같은 곳에서 꾸준히 노래하며 아이돌 활동을 하는 걸 지하 아이돌이라 칭한다.

그리고 그런 지하 아이돌 멤버 중 한 사람이 공원에서 무참하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알고 보니 그녀는 꾸준히 누군가에 의한 스토킹으로 피해를 보고 있었고 그 스토커를 피해 낯선 곳으로 이사 온 지 불과 한 달여 만에 살해당했다는 게 밝혀지면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그 스토커가 어떻게 새로 이사한 곳까지 알 수 있었을까?

시청 공무원인 유미는 어느 날 자신이 당번인 점심시간에 한 통의 찜찜한 전화를 받는다.

그 사람은 이런저런 유도신문을 하면서 한 사람의 주소를 집요하게 물었었고 그가 알고 싶어 했던 사람이 바로 살해된 히토미였다.

유미는 주소를 알려 주진 않았지만 작은 틈을 보였던 사실에 책임감과 부담감을 느끼게 되고 불안에 시달리다 결국 그녀가 그날 그 전화를 받은 당사자였음이 밝혀진다.

그리고 그녀를 향한 모든 사람들의 질타가 쏟아진다.

마치 그녀 역시 범인과 공범인 것처럼...

3년이 지난 지금 그 모든 것들을 기억에서 지우고 있던 그녀에게 한 사람이 다가와 생각지도 못한 질문을 던진다.

그날 그녀가 무심코 받았던 그 전화... 그녀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버린 그 전화가 과연 우연이었을까?

히토미의 팬이었던 남자 호시야는 유미가 일하는 곳으로 당시의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와 자신과 같이 히토미의 팬이었던 사람들을 불러 모아서 그 사건을 새롭게 검증하자고 제안하면서 이와 같은 질문을 던졌다.

게다가 그때 당시 검거되었던 범인은 집안에서 발견된 범죄 증거물에도 불구하고 완강히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던 그 전화가 만약 처음부터 누군가가 유미를 노리고 건 전화였다면... 이 사건은 어쩌면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과 다를 수 있다.

우리에게도 이제는 익숙한 스토킹 범죄와 개인정보 유출에 관련된 문제인 것처럼 보이게 해놓고 사실은 또 다른 진실이 숨겨져있었던 악연은 일본 소설답게 가독성 있게 전개되고 중간에 늘어짐이 없이 몰입하게 하는 힘이 있었다.

게다가 모두가 알고 있었던 사실이 전제를 약간만 비틀어도 사건 전체의 양상이 달라지는 과정을 보는 것 역시 흥미로워서 과연 이 사건의 끝에는 뭐가 기다릴까 하는 궁금증을 가지게 했다.

원죄가 죄의 인과성이라는 데 유미의 입장에서 보면 상당히 억울한 부분이 많지만 피해 당사자에게는 그 사소한 일이 모든 걸 바꿔놓은 원인이었기에 십분 이해가 가기도 하나 결과론적으로는 그렇게까지 해야 했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몰입감 좋고 가독성 좋았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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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널리스트
이재영 지음 / 림투자자문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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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자주 접하는 용어 중 하나인 애널리스트

애널리스트들은 한 기업의 재무와 회계 그리고 기업의 가치를 매겨 투자자로 하여금 매수할지 매도할지를 알려주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들은 자신들이 냉정하게 판단할 기업에 속해있거나 혹은 이런저런 이익관계가 얽혀있어 매수 의견은 낼 수 있어도 매도 의견을 내는 건 기업들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라 마음껏 내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이 책 애널리스트에서는 그런 애로사항뿐 만 아니라 같은 팀이지만 서로 갈등을 자주 빚는 법인 영업팀과 리서치팀과의 관계 그리고 기업 경영승계에 얽힌 거대 음모를 흥미진진하게 그리고 있다.

시니어 애널리스트인 성욱은 자신이 추천했던 동성건설의 주가가 혼자서만 이유 없이 빠지면서 기관과 법인을 상대하는 영업팀과 갈등을 빚고 있지만 왜 주가가 빠지는지 그 이유가 분명치 않아 답답하다.

게다가 자신과의 만남 이후로 행방이 묘연해진 동성 석유의 정 과장 때문에 경찰 조사를 받기까지 한다.

답답한 마음에 들른 술집에서 누군가가 탄 약에 의해 혼수상태까지 온 성욱이지만 같은 팀 부하직원의 재빠른 판단으로 위험을 넘기고 사라진 정 과장으로부터 온 우편물을 들여다보게 된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이 동성 석유가 숨기고자 한 비밀을 덮기 위해 정 과장이 보낸 등기우편을 받은 사람 모두를 제거하고자 한 누군가의 의도였음을 밝혀내지만 전문가로 이뤄진 킬러들로부터 쫓기는 신세가 된다.

단순히 주가가 떨어지는 문제가 아닌 그 이면에 기업의 비리와 온갖 비밀이 숨겨져있고 이야기의 흥미를 끌어올리기 위해 킬러 전문가들을 끌어들여 긴장감을 높이고 있는 애널리스트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음모론과 잘 어울리는 작품이다.

누군가의 의도 아래 어떤 비밀은 밝혀지고 또 다른 비밀은 감춰지면서 서로 이해관계에 따라 물고 물리는 상황... 그리고 주변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음모와 배신이 판치는 치열한 투전판 같은 기업 속 내부 관계도를 흥미롭게 그리고 있다.

여기에 얽힌 인물들 간의 복잡한 관계까지...

결과론적으론 성욱이 밝혀낸 사실은 적고 그저 상황 자체가 그로 하여금 누가 그 비밀을 숨기려고 하는지 누가 킬러까지 고용해 자신을 비롯한 사람들을 처리하려고 했는지 곳곳에 던져진 단서를 쫓아가도록 만들고 있다.

결국 성욱 역시 누군가의 계획 아래 끄는 대로 끌려간 말과 같은 존재였을 뿐...

그래서 모든 사건이 끝난 후 성욱이 느낀 그 허무함과 허탈함이 십분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처음의 인물관계도가 명확하지 않아서 다소 헷갈린 것 빼곤 무난하게 읽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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