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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브레스트 ㅣ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3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3년 3월
평점 :
걸프전에 참전했던 사람들의 후유증에 관한 기사를 종종 보곤한다.
그 사람들의 심리적 트라우마는 사회생활을 하는것이 불가능할정도인데 그래서인지 알콜릭환자도 많고 부랑자로 떠도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단지 그런 전쟁을 텔레비젼의 화면이나 신문의 지면을 통해서만 바라보는 우리같은 사람은 말로 그들을 평가하거나 비판하는게 쉬워서인지 그들을 평가함에 있어 조금 가혹하다 할 정도의 평가를 할때가 많다.
특히 우리나라 같이 병역이 의무인 나라는 그다지 없기에 그들 스스로의 판단으로 자발적인 선택에 의해 군대에 갔고 전쟁터로 간것이므로 그곳에서 벌어진 모든것에 대한 책임은 스스로 져야한다는 사뭇 냉정한 시선으로 그들을 평가한다.
그래서 그들이 겪는 전쟁트라우마에 대해서도 자업자득이라는 평가가 많은것 같다.
이책 `레드 브레스트`는 제 2차 세계 대전과 현대의 사건을 교차로 편집하였는데..그 당시 독일의 나치즘이 기승을 부리고 히틀러의 주장에 동조를 하는 젊은이가 유럽에 많았던걸로 안다.
게다가 우리에게 평화적인 나라로 인식되던 노르웨이와 오스트리아 모두 독일의 나치즘에 동조하거나 적극적인 저항을 하지않았던 역사가 있고 그런 나라의 젊은이들이 독일군에 들어가 소련과의 전쟁에서도 자신들이 나라를 구한다는 일념으로 총을 들었건만 결과는 독일군의 패배로 끝나고 그들은 반역자로 처단되었다는 우리는 잘 몰랐던 역사의 이면을 소재로 하고있어 새로운 역사를 아는 즐거움도 안겨준다.
`스노우맨`이나 `레오파드`를 읽은 독자에게 또다른 해리시리즈를 본다는 즐거움을 주는것은 별도로 치고...
미국의 대통령이 노르웨이를 국빈방문하던날 그들의 경호를 책임지던 해리는 경호상의 실수로 사람을 다치게 하지만 오히려 경위로 승진하게 된다.그리고 그런 그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게 된 사건은 일명 암살자의 총이라고 부르는 고가의 총 매르클린 라이플이 밀매된 거래증거인데 왠지 계속 신경이 쓰이던 차에 그 총이 사용된 흔적이 발견되고 그 총을 산 사람의 흔적을 찾아다닌다.
그리고 그런 그의 사건을 조사하던 파트너 엘렌이 거리에서 잔인하게 피살되고 그 사건은 해리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지만 그 사건과 무기 밀거래상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사이의 접점을 발견하면서 점점 총기 구입자의 신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는데...
스노우맨과 레오파드에서의 어둡고 우울하고 냉소적인 해리와는 상당히 차이가 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시리즈의 첫번재와도 같은 책이기에 젊고 활동적인 모습의 해리를 보는 재미도 좋았지만 이야기 전체의 분위기가 많이 다른 점은 확실히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유럽뿐만 아니라 전세계에 커다란 상처를 안겨준 2차 대전을 전후로 그 당시 치열한 전쟁터에서 수많은 죽음을 보고 겪으며 그들이 받았던 상처와 경험들 그리고 그 전쟁속에서도 피어나는 사랑과 같은것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많기에 자칫하면 식상하게 느껴질수도 있는 소재이기도 하다.그렇지만 역시 요 뇌스뵈는 우리를 실망시키지않는것이 전쟁으로 인한 트라우마와도 같은 평범하고 쉬운 길을 선택하지않았다는 점도 높이 살만한 부분이다.
살인을 하는 사람들에겐 나름의 이유가 있지만 제일 무서운 유형은 자신이 옳은 일을 한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는 타입이다.
더군다나 개인의 이득이 아닌 국가를 위해서거나 공공의 이익을 위한 살인이라고 확신하는 타입은 많은 사람들에게 불안과 공포를 줄 확률이 높은데 이런 사람들이 대부분 국수주의나 민족주의로 흐르는 경향이 있다.
두려운것은 세계경제가 어려워지고 있을때 그런 민족주의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그들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 쉬운데 지금 전세계의 경제가 어려워져서인지 전세계에서 그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것이다.
일례로 2011년 노르웨이에서 벌어진 총격전은 전세계를 충격에 빠지게 했고 그 사건의 피의자이자 극우파인 그의 주장에 의외로 많은 사람이 동조했다는 사실은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그렇게 많은 피와 수많은 희생자를 낳았던 세계대전을 두차례나 겪으면서도 사람들은 배운게 없는것인지 또다른 불씨를 지피고 있기에 세계 각국에서 목소릴 높이는 민족주의나 극우파들의 등장은 불안하기만 하다.
게다가 그들은 조국을 위한다는 명분을 가지고 있기에 더욱 무서운 존재들이라는 점은 이 책을 읽으면서도 더욱 각성하게 하는 부분이다.아마도 요 뇌스뵈도 그런 부분을 우려해서 이런 책을 쓴게 아닐까 미뤄 짐작해본다.
치밀하게 벌어지는 연쇄살인,인간의 어두운 내면과 악의를 그려낸 작품들도 좋았지만 우리가 잘 몰랐던 당시 유럽의 역사에 대한 이면이나 정치적인 상황을 보여주는 이 책`레드 브레스트`또한 색다른 재미가 있는 책이었다.
해리 홀레...얼른 다음 책을 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