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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마더
폴라 데일리 지음, 최필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제목부터 뭔가 여자들에게 팍팍 부담을 주게 하는 책인데 책 속에 나오는 엄마인 케이트가 바로 이런 여자다.
누군가에게 화를 내는 법도 없고 아이들을 케어하는 것에도 절대로 짜증을 내지도 않으며 상냥한 얼굴과 목소리로 다른 사람을 대하는 그야말로 완벽한 아내이자 완벽한 엄마의 전형 같은 존재
그런 그녀와 같은 또래의 딸아이를 둔 세 아이의 엄마 리사는 동물보호소의 일을 하는 직장맘이자 늘 시간과 돈에 쫓기듯 생활하는...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유형의 엄마
그래서 리사는 자신과 다르게 늘 여유 있고 모든 일을 깔끔하게 처리해 자신으로 하여금 열등감을 느끼게 하는 케이트를 질투하고 부러워하고 있었다.
이렇게 전혀 다른 타입의 두 엄마가 서로 친해지게 된 계기는 두 사람의 딸아이가 친구인 덕분이기도 한데 그런 두 사람의 딸 중 케이트의 딸 루신다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버리는 일이 발생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딸 샐리로부터 루신다가 행방불명되었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리사는 끔찍하게도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를 깨닫고 경악하며 죄책감에 시달린다.
루신다가 자신의 집에서 자기로 했던걸 잊어버리고 케이트가 자신의 딸의 안부를 묻는 아침에도 건성으로 대답해버린 탓에 루신다가 전날부터 사라진 걸 몰랐을 뿐 아니라 당연히 자신의 보호 아래 있어야 했던 일을 태만이 했던 탓으로 남의 딸을 잃어버리게 했다는 자각은 스스로를 몹시도 괴롭히는데 이런 중에도 더욱 죄스럽게 케이트는 그녀를 원망조차 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욱 자책하는 리사는 그들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루신다의 자취는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고 그들 주변을 맴돌던 리사의 눈에 케이트 가족에게서 뭔가 이질적인 걸 감지하게 되지만 그게 뭔지는 알 수 없다.
그들 가족을 수상쩍게 바라보는 사람은 리사뿐만이 아니라 이 사건을 맡은 형사 조앤의 눈에도 피해자 아빠의 행동이 수상쩍게 느껴지고 모든 사건이 그렇듯 일단 가족의 주변부터 둘러보기 시작하면서 그토록 완벽하게 보이던 가족의 민낯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또한 어른들은 모르는 소녀들의 비밀이 드러나면서 어쩌면 누군가에게 납치된 게 아닌 루신다 스스로 행방을 감춘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도 생기고 얽히고설킨 관계처럼 점점 사건은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된다.
서로 친밀한 듯 보이는 관계에서도 비밀은 존재하고 그 비밀의 드러나는 순간 마치 모래 위에 쌓은듯한 집은 무너져내리는데 루신다의 실종은 이 가족의 붕괴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한 아이의 실종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련의 일들을 늘 그 완벽한 가정을 부러운 듯 바라보던 타인인 리사의 시점으로 풀어나가고 있는 퍼펙트 마더는 스릴러의 묘미를 잘 살린 작품이다.
일련의 사건이 발생하고 그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드러나는 비밀들 그리고 범인을 찾는 과정에서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유지한 채 진실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곳곳에 작은 단서를 남겨두고 책을 읽는 사람이 그걸 찾아 마침내 비밀을 밝혀냈을 때의 쾌감을 알게 해주는 공식을 제대로 따르고 있다.
나오는 사람 면면의 심리상태... 즉 가까운 사이면서도 질투하고 부러워하며 열등감을 갖는다던가 혹은 가족 간의 내면의 갈등, 잃어버린 아이가 자신의 아이가 아니라는 데서 오는 안도와 그런 감정을 느낀다는 데서 오는 죄책감 등등을 솔직하게 표현해서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책을 다 읽은 후 결론은 뭐든 너무 완벽한 건 좀 무섭다는 걸 새삼 깨닫았달까~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