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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 돌아오다
사쿠라다 도모야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5년 3월
평점 :
미스터리 추리 소설을 전개하는 방식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누가 범인인가와 어떻게 했을까?
전자는 범인이 남긴 단서를 쫓아 하나씩 단계를 밟아가다 마침내 범인에게 다다르는 방식이고 또 다른 하나는 범인보다 과연 어떻게 그런 범행이 가능했는가에 더 중점은 두는 방식이다.
개인적으론 방법의 미스터리에 초점을 둔 것보다 누가 범인인지 그 사람은 왜 이런 짓을 해야 했는지에 더 관심을 두는 편인데 아무래도 후자는 미스터리 자체에 더 무게를 두다 보니 왠지 작위적으로 느껴질 뿐만 아니라 읽는 사람을 의식해서 과도한 트릭이나 반전을 신경 쓴 티가 나서 몰입에 방해가 될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이 책 매미 돌아오다는 확실히 전자 쪽이다.
하나의 사건... 그것도 무심하게 보거나 예사로 보면 단순한 사건이거나 사고로 여겨질 수 있을 정도로 일상에서 평범해 보이는 일들 중에서 아주 작은 단서로 사건의 이면에 있는 진실을 밝혀내는 과정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그려져있다.
일단 책은 다섯 개의 챕터로 되어 있는데 각 챕터마다 곤충이 주가 되는 소제목을 달고 있다.
당연하지만 챕터 속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에는 소제목에 쓰였던 곤충이 등장할 뿐 아니라 곤충의 생태나 습성과 사건이 서로 연관되어 있다.
그리고 그 사건을 우연히 그곳을 지나던 혹은 사건 현장에 있었던 에리사와 센이라는 곤충 애호가에 의해 진실이 밝혀진다는 구조로 되어 있다.
다섯 편의 단편 모두 좋았지만 개인적으론 저 너머의 딱정벌레와 반딧불이 계획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다른 이야기도 그렇지만 두 편은 특히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논리가 가장 와닿았을 뿐 아니라 설득력이 있었고 스토리 자체도 마음에 들었다.
우선 표제작인 매미 돌아오다는 오래전 갑작스러운 지진으로 실종된 소녀의 유령을 발견했던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데 에리사와 센이 유령의 수수께끼를 특유의 논리와 세심한 관찰력으로 독자를 납득시키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염낭거미는 비슷한 시간대에 모녀가 각각의 장소에서 사고를 당하지만 누구도 두 사건의 연관성을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사고는 자연스러웠다.
엄마는 집안에서 쓰러진 채 발견되고 비슷한 시간에 딸은 집안의 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채 발견되는 일이 확률적으로 희박하지만 불가능하지는 않은 일이기에 사람들은 당연히 운 나쁘게 사고에 휘말렸다고 생각하지만 우리의 아마추어 탐정 에리사와 센은 단숨에 사건의 본질을 꿰뚫는다.
그리고 그가 한 추리에는 어떤 허점도 없다.
저 너머의 딱정벌레에서는 외국인이 등장한다.
태양을 숭배하고 삶을 사랑하던 그 청년은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지만 경찰들은 단순 실족사나 자살로 사건을 종결시키고 싶어 한다.
뚜렷한 범죄의 증거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한데 역시 에리사와는 그가 늘 몸에 지니고 다녔던 목걸이에서 단서를 찾아 사건을 해결한다.
반딧불이 계획도 그렇고 챕터 전체에서 일어난 사건은 자칫하면 그냥 묻히기 쉬운 사건들이다.
하지만 에리사와는 평소 곤충을 즐겨 관찰하고 그 습성을 연구하는 아마추어 곤충학자답게 스쳐 지나칠 수 있는 아주 작은 단서에서 사건의 본질을 찾는다.
에피소드 전체가 이렇게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문제의 본질을 꿰뚫고 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한 사람으로 인해 사건의 전 모가 드러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억지스럽거나 과장되지 않아서 더 날카롭게 느껴졌다.
여기에다 작가는 감성적인 요소와 곤충이 살아가는 환경인 숲과 자연의 정취를 서정적으로 표현해서 우연을 가장한 사건의 본질이 더욱 두드러지도록 장치한 게 아닐까 생각했다.
물 흐르듯 막힘없는 논리와 추리가 돋보이는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