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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은 끝났다
후루타 덴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5년 6월
평점 :
하루가 멀다 하고 사건 사고가 터지지만 언제나 우리의 관심은 사실 피해자보다 범인은 누구인가에 모든 관심과 초점을 맞출 때가 많다.
그 사건이 세간의 관심을 끌만큼 사상자가 많거나 혹은 범죄행위가 잔혹할수록 범인에 대한 관심도는 더욱 높아진다.
그래서 그 사람이 왜 그런 짓을 했는지... 그런 일을 벌였을 때 어떤 심리였는지를 범죄 전문가를 비롯해 심리 전문가 등 많은 사람들에게 범인의 심리에 관해 묻기도 하고 그의 어린 시절이나 과거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파고든다.
그의 과거가 불행했거나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기라도 했다면 더욱 관심은 집중된다.
정작 그로 인해 피해를 입은 당사자나 피해자의 가족은 모두의 관심에서 빗겨나있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억울하게 피해를 입었거나 심지어는 일면식도 없는 사람일 경우도 있지만 범죄 피해를 입고 고통받고 있음에도 어디에도 하소연할 데가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책에선 그런 범죄 피해자들에게 관심을 두고 있다.
세간의 주목을 끈 사건 이후 범죄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이 그날 이후 어떤 정신적 혹은 육체적인 고통에 시달리는지... 그 사건으로 인해 평범했던 일상이 변해버린 사건 피해자들의 이야기는 우리가 사건 사고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퇴근 시간 지하철에서 난데없이 칼을 휘두른 범인으로 인해 옆자리에 앉았던 임산부는 팔을 찔리고 그런 그녀를 구해주기 위해 범인과 맞섰던 노인은 그만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지하철은 한순간 아수라장이 되고 사람들은 서로 먼저 피하려다 사고가 나는 등 혼란을 겪지만 몇몇 용기 있는 시민과 역무원에 의해 범인은 금방 제압당하고 사건은 종료된다.
이 사건은 모두에게 관심사가 되지만 생각지도 못한 역풍도 맞게 되는데 그 현장에 있던 사람 중 한 사람이 이 모든 현장을 카메라에 담았던 것...
임산부를 돕다 희생된 노인은 영웅이라 칭송받지만 두려움에 떨다 달아났던 청년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비난받고 질타를 받는다.
첫 번째 에피소드는 그 청년의 이야기다.
그날 자신의 행동이 카메라에 담겨 방송을 탄 이후로 많은 사람들로부터 비난을 받게 되면서 급격하게 위축되고 사람들 앞에 나서기를 두려워하다 끝내는 집안에만 틀어박히게 된 사연과 함께 그가 왜 그런 행동을 하게 됐는지 그리고 어떻게 그날의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는지 그 과정을 담고 있다.
또 다른 에피소드는 범인이 휘두른 칼에 찔렸던 임산부의 이야기인데 그날 이후 단란했던 가족은 무너지기 직전까지 몰렸고 여자는 악몽을 꾸는 걸로 모자라 헛것을 보는 것처럼 행동하게 된다.
엄마의 행동은 아이에게로 옮겨 가 아이 역시 이상행동을 보이지만 남편은 그런 모자를 보면서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다.
두 사람은 왜 이런 행동을 하게 된 걸까?
그런가 하면 그날 지하철 사건에 휘말리면서 다리를 다쳐 테니스 선수 생명이 끝날 위기에 처한 고등학생의 이야기 또한 인상적이었다.
이렇게 각 단편들 속에 나오는 사람들은 각자의 생활을 하다 그날 지하철 사고의 여파로 일상이 변해버리게 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서로 아무런 연관이 없을 것 같은 사람들 사이에 있는 아주 작은 연결점을 통해 사건의 진실을 드러내기도 하는 등... 연작소설의 묘미를 제대로 살린 작품이 아닐까 싶다.
그날 이후 변해버린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심리묘사도 탁월하고 사건 중심이 아닌 사건 뒤에서 잊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날 사건의 진실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탄탄한 구성력과 차근차근 쌓아 올린 서사의 전개가 돋보이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한다.
인간적인 냄새가 나기도 하고 우리 일상과 그렇게 먼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에서 더 친근감을 느끼게 한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