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이방원
이도형 지음 / 북레시피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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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있으면 '제22대 국회의원선거'가 있습니다.

선거를 앞두고 후보자들이 여기저기 얼굴을 비추고 인사를 하며 자신들의 공략을 외치는...

하지만 마냥 좋게만 보이지 않습니다.

어차피 한 때일테니...

공략은 무슨...

서로 치고받고 싸우는 모습을 보이는 그들...

그럼에도 이번엔 좀 나으려나 기대를 하는데...

어?!

태종 이방원이?!!

발상이 너무 신선하였습니다.

아니, 시기가 시기였기에 더 반가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과연 그는 우리에게 어떤 정치를 보여줄지 기대하며 읽어보았습니다.

"왕이 우리에게 온 것은 천행이었다!"

육백 년 전 태종 이방원, 대한민국 국회의원 몸에 빙의하다!

반목과 불신, 권력지향과 탐욕의 정치판을 뒤엎다!

국회의원 이방원



"의원님, 다음 일정 가시려면 준비해야 해요." - page 9

여당의 비례대표 국회의원인 '이동진'.

권력의 무서움을 미처 몰랐었습니다.

집권 2년 차, 다가온 지방선거에서 야당은 정권 실세 양종훈 문화부 장관 재산에 문제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싸움에 가담하지 않으려 했던 동진.

동료 의원 하나 없는 초선 비례대표 의원의 외침은 치기 어린 소장파 정치인의 객기로 해석되었고 결국 끈 떨어진 젊은 정치인을 찾을 어떤 관료도, 언론인도, 정치인도 없었습니다.

2년 뒤.

자신의 운명이 '낙선'으로 결정됐음을 알았고 '악플'을 넘어 '무플' 신세가 된 동진.

"종묘를 꼭 가야 해?"

"장 보좌관이 말한 거잖아요. 반드시는 아니지만 지금은 어떻게든 얼굴 한 번이라도 비춰야 한다고. 종묘잖아요. 지역구로 가야죠. 빨리 씻고 준비하세요." 다혜가 말했다. - page 13

보좌관 회의에서 선호는 죽으려면 제대로 죽어야 한다고 그래서 종로 출마를 제안했습니다.

동진은 뻔히 죽으러 가는 그 수가 마뜩잖았지만, 방법이 없다는 사실도 알기에 종묘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장중한 음악이 들립니다.

종묘제례악.

노란색 보자기, 정확히는 위패를 감싼 보자기를 든 사람이 동진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발을 헛디디는 것 같은...

부딪힌 동진이 바로 일어나긴 했는데...

"바로 일어나시긴 했는데, 그 뒤로 이상해요."

"왜?"

"의원님 같지 않으세요."

"뭔 소리야? 영혼이라도 바뀌었어?" - page 19

가지런한 눈썹, 적당하게 솟은 코, 아담한 눈망울, 그리고 열망을 감추려 애쓰는 얼굴.

분명 동진이 맞는데...

"과인이 연화방에서 눈 감은 지 어제와 같거늘, 영락 오뉴월의 비는 어디로 가고 지금 과인은 어디에 있는 건가. 자네들은 누구인가!" - page 20 ~ 21

자신이 '태종 이방원'이라 합니다.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상황 속 장선호는 현대에 부활한 이방원의 정체를 숨기고 보좌관직을 계속 이어나가기로 마음먹습니다.

한편 놀라운 현대 문물을 접하며 문명을 즐기려던 이방원은 특유의 권력욕으로 실세들의 다툼에서 정치적 책략을 내놓으며 장선호를 비롯한 이동진 측 보좌진들을 돕기 시작하고 이로써 이동진의 정치적 위상은 점차 올라가는데...

이들의 반대편에서 오직 권력과 야망으로 국회를 뒤흔드는 거물급 정치 인사들.

고성과 설전이 난무하는 현대의 국회에서 600여 년 전 이방원의 정치적 책략을 이용해 과연 이동진은 대선 승리를 이룰 수 있을까...!

"이 시대에 온 뒤로 많은 사람들이 과인을 평가하는 것을 보았지. 학살자라는 표현부터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 자식에 관대했던 군주, 아버지와 대립한 패륜아 등등. 누군가는 '킬방원'이라고 하더군. '킬'이라. 과인의 이름 앞에 '죽음'이 있다니 생경한 느낌이었네. 과인은 모든 말에 부정하지 않아. 왜인 줄 아나? 나는 내 아이가 붙인 '태종' 이방원이기 때문이지. 결국 과인은 조선을 반석 위에 올렸어. 내 아이가 그래서 나에게 '태종'이라는 묘호를 붙인 게지. 과인이 역사에 남을 수 있었던 이유가 뭔지 아나? '힘'과 '뜻'을 일치시켰기 때문이지. 자네가 말해준 이 나라를 이끌겠다는 포부, 좋네. 마음에 들어. 하지만 뜻을 관철하려면 반드시 '힘'이 필요하네. 지금까지 과인의 조언으로 힘을 얻기 직전까지 간 건 맞지만, 앞으로는 더 험난한 세월이 기다리고 있을 걸세. 자네는 그걸 잘 헤쳐 나갈 수 있겠는가?" - page 315

이방원은 종종 이런 말을 건네었습니다.

"내 육십갑자도 열 번이 지나 현세에 깨어났지만 요새 보니 사람 사는 세상 어디나 다 비슷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자네도 그렇게 생각하나 보군? "

600년 전에도 한반도는 정치는 혼란스러웠고 불안했으며 그때는 권력이 국민이 아닌 한 개인, '왕'에게 응축되어 있었기에

"권력이란 말일세. 다른 자들을 의식하면 제대로 쓸 수 없네. 나라를 제대로 이끌기 위해서는 자네가 똑바로 진두지위해야 한다는 걸 몇 번이나 말했나?"

동진이 방원에게 말했다.

"말씀해주신 걸...... 이해는 합니다만...... 지난번 토론 전에, 그 전에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이 대한민국을 이끌고 가려면 증오와 반대만으로는 안 된다고요. 국왕께서도 그건 동의하지 않으셨습니까." - page 313

정치의 핵심은 '사람'을 이해하는 것임을.

정치의 해법은 하늘에서 내려온 위인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땅 위의 사람들 간 믿음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을.

육백 년 전 태종 이방원, 대한민국 국회의원 이동진으로부터 배웠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그래도 덕분에 짜릿했고 통쾌했으며 정치뿐만 아니라 우리가 사는 세상 곳곳에서 '타인에 대한 믿음'에 대한 덕목의 필요함도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번 선거...

우리 역시도 보다 현명한 선택을 하여 나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도록 많은 관심이 필요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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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거나 문방구 1 : 뚝딱! 이야기 한판 - 제28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대상 수상작
정은정 지음, 유시연 그림 / 창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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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한 달에 한 두 권은 같은 책을 읽으며 이야기를 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책 선정이 어느 때보다 심사숙고하게 되는데...

'도깨비'

이건 한국형 판타지 동화라는 점에!

'이야기 한판'

'이야기'의 진짜 매력을 알려주는 동화라는 점에!

망설임 없이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아이에게도 넌지시 이 책 어떠냐고 물었더니 흔쾌히 좋다고 하니 더 이상의 망설임은 사치였습니다.

바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낮에는 문방구 주인아저씨로, 밤에는 도깨비로 변신!

어린이의 이야기라면 무엇이든 들어 주는 도깨비 캐릭터의 탄생

아무거나 문방구 1 : 뚝딱! 이야기 한판



옛날 옛날 깊은 산속에...

(이 정겨움은 어쩔!)

이야기를 무지무지 좋아하는 도깨비가 살고 있었습니다.

마을에 불쑥 나타나서는 사람들에게 대뜸

"어때? 나랑 재밌는 이야기 한판!"

사람들은 깜짝 놀라 벌벌 떨었지만 희한하게 도깨비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이야기가 절로 술술 나오지 뭡니까!

마치 주문에 걸린 것처럼!

이야기가 끝나면 이야깃값을 건넨 도깨비.

이 소문은 퍼지고, 퍼져서 이야기를 낳게 됩니다.

엄마 아빠는 아이들에게

그 아이는 자라서 자기 아이들에게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하면서 어느새 도깨비는 '아무거나 도깨비'로 통하게 됩니다.



세월은 흐르고 흘러 모든 것이 변하게 됩니다.

사람들은 더 이상 한데 모여 이야기를 나누지 않고 스마트폰을 보느라 도깨비가 나타나도 관심이 없었습니다.

고심 끝에 생각한 방법이 바로!

"난 이야기가 있는 물건을 팔고, 새로운 이야기를 다시 모을 거야. 이야기를 모으고 쓸 때 필요한 물건들이 가득한 가게를 여는 거지. 이야기는 아무거나 다 돼. 가치 없는 이야기는 없으니까. 음...... 가게 이름은 아무거나 문방구! 어때?"

그리하여 신비한 물건을 매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아무거나 도깨비와 고양이 귀신 어서옵쇼의 '아무거나 문방구'가 열리게 됩니다.

문방구에는 네 명의 어린이가 찾아오게 됩니다.

나이 많은 엄마를 창피해하는 '제이'는 마실 때마다 젊어지는 '달달 샘물'을,

공부도 반려동물 돌봄도 귀찮은 '영재'는 강아지로 변하게 해 주는 '강아지 가면'을,

남에게 거절을 잘 못 해 속상해하는 '나리'는 제 모습을 감추는 '도깨비감투'를,

동생 때문에 원하는 물건을 독차지하지 못해 불만인 '지우'는 뭐든 넣으면 양을 두 배로 늘려 주는 '더블더블컵'을

얻게 됩니다.

이 물건들을 공짜로 건네며 주인 아저씨는 아리송한 말을 남기는데

"값은, 나중에. 곧 다시 오게 될 거야."

정말 이들은 다시 돌아오게 되었고 돌아온 어린이들은 이야기를 해 달라는 도깨비의 주문에 속마음을 덜어놓게 됩니다.

그 '이야기'를 통해 고민이 해소되는 순간을 맛보게 되고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문방구를 나서는 어린이들.

그리고...

"맞아, 그리고 우리가 여기, 함께 있는 것도 다 이야기 덕이야."

둘은 뉘엿뉘엿 지는 해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생각했어.

'내일은 또 무슨 이야기가 찾아오려나......?'

어른인 제가 읽어도 감동이!

'이야기하기'의 즐거움과 해방감을 알려 준, 그래서 아이들도 자신의 이야기를 꺼낼 수 있도록 용기를 준 동화였습니다.

무엇보다 아이는 '나라'의 이야기에 무척이나 공감하였습니다.

우리 아이도 남에게 거절을 잘 못 해 집에 오면 무척이나 속상해하는데

"저는 착하다는 말이 무지무지 싫어요. 거절하면 친구가 싫어할까 봐, 엄마 아빠가 실망할까 봐 다 좋다고 했어요. 그런데 자꾸 그러니 이제 제가 진짜 뭘 원하는지 모르겠어요. 도깨비감투 쓰듯 제가 사라지는 기분이라고요. 더는 그러고 싶지 않아요. 저답게 살 거예요!"

배불뚝이 아저씨가 고개를 끄덕였어.

"좋아, 네 마음속 깊이 숨어 있던 용기를 찾았구나. 이제부터는 진짜 너답게 잘 지낼 거야. 널 믿는다. 자, 네가 이겼어. 여기, 이야깃값!"

이 부분에 밑줄을 그으며 다짐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니 그동안 맘고생 했을 아이가 안쓰러웠고 이제는 한층 성숙해질 아이의 모습에 괜스레 뿌듯함이 느껴졌습니다.

다음에 찾아올 어린이 손님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저도 손꼽아 기다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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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그네 오늘의 일본문학 2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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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을 언제 읽었더라...?!

제가 가지고 있는 책 발행을 보니

1판 1쇄 2005년 1월 15일

1판 121쇄 2008년 9월 5일

121쇄라니...

진짜 인기가 많았던 소설이었네!를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뭐...

그 당시에 읽었을 때도 재미있게 읽었기에 '공중그네 시리즈'를 모았었고 최근에 17년 만의 귀환한 이들의 이야기 역시도 읽었으니 진정 팬이 아닐까!

다시 역주행(?)하며 읽게 된 '공중그네 시리즈'.

닥터 이라부의 맞말 대잔치에 빠져보겠습니다.

책을 읽으며 배를 잡고 웃은 것이 몇 년 만인가!

못 말리는 정신과 의사 이라부가 퍼뜨리는 요절복통 '행복 바이러스'

공중그네



이라부 종합병원의 신경과는 어두컴컴한 지하에 있습니다.

문을 노크하자 안에서

"들어오세~요!"

괴상한 목소리가 들려오네요.

몹시 뚱뚱한 중년 의사가 만면에 미소를 띠고, 1인용 소파에 떡하니 버티고 앉아 있습니다.

살갗이 흰 바다표범 같은 용모에 가운 명찰에는 '의학박사 · 이라부 이치로'라고 씌어 있는데...

뭔가 심상치 않습니다.

그를 찾아오는 환자들 역시도 왠지 보통 사람의 상식을 뛰어넘는 이들이었습니다.

뾰족한 물건만 보면 오금을 못 피는 야쿠자 중간 보스,

어느 날부턴가 공중그네에서 번번이 추락하는 베테랑 곡예사,

장인이자 병원 원장의 가발을 벗겨버리고 싶은 충동에 시달리는 정신과 의사,

프로 입단 10년째인 베테랑 3루수가 1루 송구를 두려워하는 프로야구 선수,

자신의 작품 줄거리를 기억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인기 작가.

이처럼 아이러니하고 황당무계한 강박증에 시달리는 환자들이 한 명씩 찾아오면 이라부와 황금콤비를 이루는 간호사 '마유미'가 환자를 결박해놓고 다짜고짜 주사부터 찌르고 보는 막가파식 치료법이 시작됩니다.

"자, 입 다물고 주사부터 한 대 맞자구!"

그리곤 이라부는 환자들과 일거수일투족을 함께한다는 미명 하에,

예사로 일어나는 야쿠자들의 담판 현장에서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갖은 훈수를 두기도 하고,

하마 같은 몸으로 공중그네 서커스에 도전하기도 하고,

일탈충동에 시달리는 환자와 의기투합하여 육교에 기어 올라가 이정표를 슬쩍 고쳐놓기도 하는 등

황당무계하고 제멋대로의 치료를 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들은 기적처럼 치유되어버리고 우리는 이들을 바라보며 웃음과 감동을 선사받게 됩니다.

"아~자!" 아이코는두 계단씩 뛰어 올라갔다. 밖으로 나가서도 내쳐 달렸다.

"야호~옷~" 하늘 높이 뛰어올랐다. - page 306

그래!

이 느낌!

신선했기에 유쾌했었음에!

그때의 재미있었다는 감정이 다시 올라왔었습니다.

사실 최근에 『라디오 체조』를 읽었을 때 이 느낌이 사라져 조금 당황하곤 하였습니다.

재미보다는 위로였달까...

시간이 흘러 나도 변했기 때문이었을까...

그래서 조금은 실망감도 있었는데 다시 이 시리즈의 첫 권을 읽으니 그 감정이 되살아나면서 차근히 한 권 한 권 읽어봐야겠습니다.

상상을 불허하는 엽기 의사 '이라부'.

"선생님. 저는 카운슬링을 받으러 온 건데요."

"소용없다니까. 이야기해서 낫는 거면 의사가 뭔 필요야." - page 210

맞는 말 같기도 하고, 완전히 터무니없는 말 같기도 하고...

의심스럽지만 그가 툭! 던진 말 한마디에, 그가 하는 행동을 통해 공감과 심심치 않은 위로를 받게 되는데...

분명 괜찮을 것이다. 그런 기분이 든다. 무너져버릴 것 같은 순간은 앞으로도 여러 번 겪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주위 사람이나 사물로부터 용기를 얻으면 된다. 모두들 그렇게 힘을 내고 살아간다. - page 304 ~ 305

덕분에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게 된 지도 모르겠습니다.

암울한 현실에서 벗어나려고 적극적인 노력 없이 공허한 일탈충동에 시달리다가 급기야 우울증과 강박증에 빠지고 마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위트와 풍자로 포착한 '오쿠다 히데오'.

마냥 웃을 수만은 없지만 그럼에도 덕분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가끔 지치고 힘들 때면 저도 조심스레 문을 두드려봐야겠습니다.

"들어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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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 2024-03-21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쿠다 히데오는 언제나 옳아요~~ 저도 재밌게 읽었었답니다^^
 
럭키 - 유쾌발랄 사기꾼의 복권 당첨금 수령 프로젝트
마리사 스태플리 지음, 박아람 옮김 / 문학수첩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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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이 소설은 많은 사랑을 받고 있었습니다.

다채로운 여성 서사가 담긴 도서를 엄선해 추천하는 <리즈 위더스푼 북클럽> 추천 도서에 선정되며 주목을 받았고

이어 <뉴욕타임스> 에서 베르스셀러에 오르고

"<델마와 루이스>, <캐치 미 이프 유 캔> 의 밀도 높은 컬래버레이션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 이라는 찬사까지.

그래서 더 궁금하였습니다.

어떤 이야기이길래 이렇게 사랑을 받는지 저도 한번 읽어보았습니다.

5천억 원이 넘는

복권에 당첨되었지만,

당첨금을 수령할 수 없다면?

럭키



아버지 존 암스트롱과 함께 소소한 범죄로 생계를 해결하며 떠돌이 삶을 살고 있는 '럭키 암스트롱'.

아버지는 늘

"넌 세상에서 가장 럭키한 아이야. 가장 운이 좋다니까."

하고 말하며 주유소 휴게소에 들릴 때마다 복권을 한 장씩 샀었습니다.

"당첨되진 않겠지만 희망을 가져볼 수는 있잖아. 복권은 인류 역사상 가장 끝내주는 사기야. 따지고 보면 정부도 우리랑 다를 게 없다니까. 우리처럼 사람들을 속여서 어떤 꿈이든 이룰 수 있다고 믿게 하잖아."

이번엔 럭키 차례였습니다.

충동적으로 복권꽂이에서 용지 한 장을 꺼내 어릴 때 재미 삼아 골랐던 숫자들을 표시를 하는데...

행운의 숫자가 있다고 생각했던 나이 11.

열한 살 때 어른이 되면 삶에 마법이 일어날 것 같아서 한시라도 빨리 이르고 싶었던 나이 18.

숫자를 고르던 시절의 아빠의 나이 42.

그날 달렸던 고속도로 번호 95.

그리고 그냥 고른 숫자 77.

출력한 복권을 지갑에 넣으면서 그녀는 도미니카 공화국의 바다가 보이는 집에서 이따금씩 그 복권을 꺼내 아빠를, 그러니까 교도소에 가기 전의 아빠를 추억하는 자신을 그려봅니다.

커갈수록 하루도 빠짐없이, 하지만 언젠가는 이런 생활을 끝내고 정착해 안정적으로 살아가고 싶었던 럭키.

그런데 여느 날과 다름없었던 그날.

아빠가 일하러 가면서 가끔 럭키에게 맡기고 가는 휴대전화가 울리게 됩니다.

"럭키, 내 말 잘 들어. 상황이 안 좋은 것 같아."

아빠의 다급한 목소리.

그리고 이어진 말.

"우리 금고가 어디 있는지 알지? 내 매트리스 밑에 뒤져보면 비밀번호가 있을 거야. 그걸 찾아서 열어봐. 내가 너한테...... 아, 젠장, 그만 가야겠다."

아버지가 큰 사기 혐의에 연루돼 수감되고 혼자가 된 럭키.

하지만 그런 그녀에게 다가온 매력적인 남자 '케리'가 나타나게 됩니다.

둘은 곧 서로에게 열정적으로 빠져들게 되고 이윽고 안정적인 삶에 닿을 듯했었지만...

케리도 아버지인 존과 별다를 게 없는 남자였습니다.

무엇보다 케리의 배신으로 한순간에 범죄 누명을 쓰게 된 럭키.

가짜 신분증 여러 개와 머리 염색약 한 통, 가위 한 자루, 그리고 어제 산 복권이지만 아주 오래전의 일처럼 느껴지는 복권과 함께 필사적으로 도망치게 됩니다.

비록 아무런 가치도 없겠지만 주머니에 있으면 잠시나마 희망이 끓어오르는 것을 느끼기에, 그런 희망이 있다면 다시 나아갈 수 있기에...

조여오는 포위망 속에서

'아이다호 편의점에서 팔린 3억 9천만 달러 복권의 당첨금 아직 회수 안 돼'

라는 자막을 보게 된 럭키.

'혹시? 혹시 나라면? 혹시 저게 내 복권이라면? 그 돈으로 무얼 하지? 이제 난 어떻게 되는 거지?'

희망이 너울거리고 심장박동이 빨라지면서 조심스레 확인해 본 결과

11-18-42-95-77

복권에 당첨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복권에 당첨되었다 한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당첨자로 나서면 경찰에 붙들려 어쩌면 종신형을 받아야 할지도 모르는 이 상황 앞에 럭키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다양한 사건을 겪으며, 자신의 내면을 단단하게 다져가는 한 여성의 이야기이자 화끈하고 유쾌한 로드 트립이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돈'...

이에 대한 럭키의 회한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들은 수년 동안 무엇을 위해 일했을까. 그 돈은 무엇을 위한 것이었을까. 왜 돈이 그토록 필요했을까. 그 돈을 위해 그들이 기꺼이 희생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하지만 돈과 절도는 중독과도 같았다. 럭키는 알고 있었다. 어차피 돌이킬 수 없었다. 이제 다른 사람으로 새 출발을 해야 했다.

아침이 되자 케리는 병원에 가보라고 했지만 럭키는 거절했다. 그녀는 벌써 일어나서 옷을 입고 있었다.

"괜찮아. 곧 도미니카에 갈 거잖아. 거기에 가면 몸조리할 시간이 남아돌 텐데."

머릿속에서 '이 모든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속삭임이 들려왔지만 애써 모른 체했다. 그러곤 계속 나아갔다. 그녀가 아는 방법이라곤 그것뿐이었으니까. - page 261

그리고 이 소설을 통해 우리에게 일러주고 싶었던 이야기.

"누구에게든 두 번째 기회가 주어져야 해. 세 번째 기회도.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잖아. 상대를 용서하지 않으면 우린 모두 혼자가 될 거야." -page 310

누구에게나 주어져야 하는 두 번째 기회.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 것인지, 지금 올바르게 살아가고 있는지' 건넨 말.

책을 덮을 때 스스로에게 물어보게 되었습니다.

럭키가 럭키(Lucky)했던, 속도감 있게 몰입하면서 읽게 된 이 소설.

책으로 읽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디즈니 스튜디오> 와 드라마 <LOST> 의 프로듀서가 픽업, 드라마화한 것도 기대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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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월 시집,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김소월 지음 / 스타북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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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너무나도 익숙한 이 시.

바로 일제 강점 시 이별과 그리움을 주제로 우리 민족의 한과 슬픔을 노래한 시인 '김소월'의 <진달래꽃>.

솔직히 그에 대한 관심이 많지는 않았기에...

이런 말을 하는 제 자신이 부끄럽기만 한데...

최근에 박연준의 『듣는 사람』 책에서 저자의 말에

『진달래꽃』은 1925년, 스물넷의 소월이 생전에 낸 유일한 시집이다 총 127편의 시가 담겨 있다. 오래 걸려도 좋고 오래 걸리지 않아도 좋다. 끝까지 한번 읽어봐야 한다. 우리가 아는 시, 우리가 부르던 노래, 우리가 살면서 품은 소소한 설움들을 새로 만날 수 있다. 20대 때는 소월의 시가 낡고 촌스럽다고 오해했고, 30대 때는 '먼 옛날 정서'라 오해했다. 무지해서 그랬다. 정색하고 『진달래꽃』을 다시 읽으니 놀라운 데가 있다. 한시와 창가와 신체시만 있던 시절 소월의 시는 눈이 번쩍 뜨일 만큼 모던한 시였을 것이다. 소월이 노래한 한, 슬픔, 어둠은 한국에서 자란 이들의 영에 정서적 DNA로 유전되고 있다. 우리에게 소월이 있다는 것, 이런 시인이 있다는 것은 세계에 자랑할 만한 일이다. - 『듣는 사람』, 박연준, 난다, page 98 ~ 99, 2024

한 대 맞은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우리의 시인에 대해 그 누구보다 잘 알아야 하고 자랑스러워해야 함을...

그동안의 무지에 몸 둘 바를 몰랐습니다

'진달래꽃' 출간 100주년을 기념하여

204편의 가장 많은 시를 찾아 수록!!

이건 운명이었습니다.

나라를 빼앗긴 깊고 무거운 어둠의 시대를 가볍고 찬란한 빛으로 바꿔준 김소월의 시어들.

이제야 오롯이 마주해봅니다.

한 권으로 끝내는 김소월 시집의 모든 것

노래와 영화, 그리고 드라마가 된 시인

최초 '실버들'이 유작임을 밝히고 생애의 연보와

사망 후 김소월의 문화예술 세계를 정리한 최신판!

김소월 시집,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이 시집은 초판본 『진달래꽃』 시집에 실린 127편의 시 외에 77편을 더 찾아 현재 출간된 김소월 시집으로는 가장 많은 총 204편을 싣고 있었습니다.

민족 시인으로 알려졌지만, 서정시인으로 더욱 탁월한 재능을 발휘한 시인.

특히 그의 사랑에 대한 시나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시어들은 너무나 감미로워 한글의 우수성까지 한껏 뽐내고 있으며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언어로 AI도 복제할 수 없다고 하니...

정말 그가 우리의 시인임이 더없이 자랑스러웠습니다.

그는 어머니가 남편이 일본인들에게 폭행을 당하여 정신이상자가 되자 아들에게 기대며 지나치게 애착심을 가졌고, 숙모 계희영은 신학문에 눈을 뜨고 여러 문학작품을 섭렵한 인물로 조카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 탓에 '여성'을 화자로 두고 한과 슬픔, 벗어나지 못하는 상처를 절제하여 담고 있는 작품들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초혼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어!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어!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어!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어!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어!

사랑하던 그 사람이어!

붉은 해는 서산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어!

사랑하던 그 사람이어!

사랑하던 그 사람이어!

그의 시를 읽고 있노라면 가슴이 참 먹먹합니다.

서러움...

한...

그의 기억의 근원에서부터 비롯된 허무주의, 미래라곤 없는 듯이 느껴지는 암울한 현실, 연이은 사업의 실패와 경제적 빈곤, 문우 나도향의 요절과 이장희의 자살 등 그가 현실을 포기하고 비관적 운명론에 빠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나쁜 일까지도 생의 노력"이라고 노래한 그.

그래서 너무 이른 나이에 세상을 등지고 만 그...

그가 참 그립기만 합니다.

맘에 속의 사람

잊힐 듯이 볼 듯이 늘 보던 듯이

그립기도 그리운 참말 그리운

이 나의 맘에 속에 속 모를 곳에

늘 있는 그 사람을 내가 압니다.

인제도 인제라도 보기만 해도

다시 없이 살뜰할 그 내 사람은

한두 번만 아니게 본 듯하여서

나자부터 그리운 그 사람이요.

남은 다 어림없다 이를지라도

속에 깊이 있는 것 어찌하는가,

하나 진작 낯모를 그 내 사람은

다시 없이 알뜰한 그 내 사람은

나를 못 잊어하여 못 잊어하여

애타는 그 사랑이 눈물이 되어,

한끝 만나리 하는 내 몸을 가져

몹쓸음을 둔 사람, 그 나의 사람......

시의 매력을 알게 해 준 김소월.

왜 그의 시를 읽어야 하는지 머리보다 가슴이 먼저 알아차리게 되었습니다.

그 어떤 시도 허투루 읽을 수 없었던, 덕분에 메마른 감성을 촉촉이 적셔주어 치유받았습니다.

필사하기에도 너무나 좋은 김소월 시집.

하루에 한 시.

시를 쓰다 잠시 호흡을 고르다 다시 쓰다...

그렇게 그와 오롯이 대화를 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참 좋을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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