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s 경성 무지개 - 그들의 심장은 뛰었다 단비청소년 문학
민경혜 지음 / 단비청소년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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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의 이야기를 만날 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들의 아픔을 가늠할 수 없다. 책에서도 언급이 되지만 누구나 독립운동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대의를 위해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고 목숨 잃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죽음 앞에서 당당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그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는 것은 아닐까.



<1930 경성 무지개>의 배경은 1930년대이다. 나라를 잃은 슬픔에 잠겨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누군가는 어려운 시기에 자신의 이익을 취하며 많은 사람들을 어려움에 빠지게 한다. 혼란의 시기이다. 새로운 생각으로 누구나 평등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빼앗긴 것을 다시 찾는 것은 당연한 일임에도 그들은 온갖 위협 속에 살아간다.

 

하연이의 이름은 '한여름의 연꽃'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하연이의 아버지는 대대로 관직을 이어오던 민씨 가문의 장손이다. 하연이가 태어났을 때 딸이라고 다들 실망을 하였지만 아버지는 하연이를 진심으로 사랑했다. 인자한 아버지와 따뜻한 마음을 가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하연이는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아이다. 부러울 것 없었던 하연이에게 큰 아픔이 다가온다. 독립운동을 하던 아버지가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시신으로 돌아오고 엄마도 세상을 떠난다. 홀로 남겨진 하연이는 숙부의 보살핌을 받으며 살아간다.

 

하연이를 중심으로 많은 인물들을 만난다. 그 인물들은 하연이 부모님의 따스한 도움으로 힘든 시간들을 버텨온 사람들이다. 하연이와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란 삼월이는 신분 차가 있었음에도 차별 대우를 받지 않았다. 안방마님과 대감마님은 자신을 늘 따뜻하게 대해 주었다. 삼월이라는 이름이 촌스러워 불만이 있는데 대감마님은 '수희'라는 예쁜 이름을 선물해 주었다. 춘복과 초선도 안방마님의 인간적인 대우로 지금까지 버틸 힘을 얻었다. 

 

고난이 다가올 것을 알지만 비굴한 삶을 선택하지 않은 사람들. 자신의 행복보다 다른 사람들과 나라를 위한 삶을 선택한다. 누구보다 뜨거운 심장을 가지고 살아간 사람들을 만난다. 우리에게는 늘 아픔으로 다가오는 시기이다. 찬란한 청춘을 보낸 이들이 아픈 시기를 보내는 이야기를 보며 그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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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란의 계절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94
김선희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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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시기를 '질풍노도'라 표현한다. 그 시기는 혼란스럽다. 세찬 바람과 마주하는 것처럼 안정적이기보다는 불안한 시간들을 보낸다. 주변 환경뿐만 아니라 내 마음이 흔들린다. 가족과의 관계, 친구와의 관계에 의문을 가지고 나의 정체성 때문에 혼란스러운 시기이다. 그 시기가 있었기에 어른이라는 이름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닐까. 힘들었던 시간이고 쉽게 지나가지 않기에 성장의 시간을 만들어 준다.



<춘란의 계절>에서 만나는 춘란이는 누구보다 혼란스럽고 힘든 시간들을 보낸다.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한다. 삶은 수직이 아니라 수평이동한다는 말에 공감을 하게 되는 슬픈 현실이다. 중학교에 가서도 춘란이는 외톨이로 지낸다. 초등학교를 함께 다닌 친구들이 그대로 중학교를 가니 춘란이의 삶은 달라지지 않는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친구들에게 따돌림의 대상이 아닌 무관심의 대상이 되었다는 것이다. 외톨이로 살아가는 춘란이게 태승이는 함께 고민을 나누는 친구가 된다. 태승이가 다른 아이들에게 게이라고 놀림을 당해도 그런 것들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에게 다가온 하나의 사건으로 태승이는 학교를 떠난다.

 

고등학생이 된 춘란이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이 남들과 다르게 다가온다. '다르다'라는 표현을 하는 것이 조심스럽다. 무관심의 대상이었던 춘란이에게 인기가 많은 신비가 다가온다. 그녀의 친절은 다른 감정으로 다가온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신비에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신비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들어준다. 남들에게 쉽게 보여줄 수 없는 것들까지 의심 없이 보여준다. 신비의 실체가 밝혀지면서 춘란이는 자신이 가진 감정들이 혼란스럽다.

 

사랑에 진심이었던 사람 여기 잠들다. - p.189 

 

춘란의 삶은 평탄치 않다. 자신의 출생에 대해 정확하게 모르고 학창 시절은 어두운 터널 속에 놓인듯하다. 춘란이를 힘들게 하는 현실은 냉혹하다. 왕따, 따돌림, 몸캠, 성에 대한 차별 등은 읽는 내내 마음을 무겁게 한다. 태승이와 춘란이가 당한 일들을 보며 인간의 폭력성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순수하다고 생각되는 어린아이들이 저지른 일이라 더 충격이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추운 계절을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 봄은 찾아올 거라고 말한다. 그들이 받은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어른이 되어도 악몽처럼 다가올지도 모른다. '성장통'이라고 말하기에는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며 겪지 않아도 될 일이다. 더 이상 아이들에게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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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혼자가 아니야 단비어린이 문학
서성자 지음, 유재엽 그림 / 단비어린이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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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라는 생각은 누구나 힘들다. 힘이 들 때 내 곁에 아무도 없다면, 기댈 때가 없다면 어떤 마음일까.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내 편이 되어주는 누군가가 있다면 어려운 일을 마주하더라도 힘이 날 것이다. <넌 혼자가 아니야>에서 만나는 다섯 편의 이야기들은 차가운 세상이 아니라 따뜻한 세상이라는 것을 알게 해준다. 누군가 힘이 되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힘겨운 상황들을 이겨내고 있다. 



어른들도 위급한 상황을 마주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른다. 아이가 그런 상황과 마주한다면 겁부터 날 것이다. 모르는 사람이 위협적으로 대한다면 말도 못 하고 따라갈 수밖에 없다.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말도 못 한다. 그럴 때 만난 친구에게 지금의 상황을 말로 못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표제작인 <넌 혼자가 아니야>의 다은이는 다행히 성민이의 도움으로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어떻게 벗어날 수 있었을까.

 

<마지막 쪽지>에는 아이들의 마음이 잘 드러나있다.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어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눈 앞의 유혹을 이기기는 어렵다. 용돈을 고스란히 기부는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친구들과 맛있는 간식도 먹고 게임도 하고 싶다. 무조건 참고 기부를 해야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글을 보며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알아가지 않을까.

 

고민이 생겼다. 내 마음이 시소를 타기 시작한 거다. 돕고 싶다는 마음과 돈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말이다. 자꾸 이랬다저랬다 하는 것 같았다. - p.33

 

<되돌아 달린 아이>를 보면서 경쟁에 놓인 아이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1등'을 목표로 앞만 보고 달리는 아이들은 옆이나 뒤를 돌아볼 여력이 없다.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하지만 동찬이는 묵묵히 견뎌내며 자신이 좋아하고 잘 하는 달리기에 몰두한다. 1등을 하면 아이들의 시선이 달라질까. 평소 관심이 없던 아이들이 동찬이가 체육대회에서 1등을 하는 것을 보며 응원을 한다. 그 장면을 보면서 마음이 아리다. 동찬이의 선택을 보며 세상에는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세상은 혼자 가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가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해주는 이야기들이다. 느리더라도 함께 걸어가는 아이들이 만드는 세상은 지금보다 더 나아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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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 식당 3 : 약속 식당 특서 청소년문학 25
박현숙 지음 / 특별한서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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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와 약속을 지키지 못했을 때 미안한 마음을 담아 사과를 한다. 하지만, 사과의 말을 하지 못한다면 어떨까. 어릴 때는 '새끼손가락 고리 걸고 꼭꼭 약속해'라며 약속의 중요성에 대해 말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는 경우도 많다. 어쩌면 다음에 그 약속을 지키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을 하는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다음이 없을 수도 있다. 어떤 이는 자신이 한 말에 대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며 어떤 이는 약속을 잊고 스치듯 지나치는 말 중 하나라 생각할 때도 있다. 이 책을 보면서 누군가와의 약속을 생각하며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한 시간들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유채우는 열일곱 살의 삶을 살았다.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채우는 이승을 떠나기 힘들다. 설이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고 하고 싶은 말이 있기 때문이다. 그 마음이 간절해서 환생을 결심한다. 하지만 다시 태어나도 지금의 모습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고 상대도 다른 모습으로 살아간다. 상대는 이전 삶에 대한 기억도 잊는다. 무모한 일처럼 보인다. 다시 돌아가도 설이는 채우는 기억하지 못한다. 채우는 약속을 지키고 싶지만 설이는 그 약속이 무엇인지 기억도 못 하는 것이다. 채우는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설이를 만날 수 있을까. 만나더라도 그 사람이 설이인지 알 수 있을까.

 

열일곱 살 채우가 아니라 42세 김보영의 모습으로 살아간다. 시간이 많지 않다. 주어진 시간 안에 설이는 만나 지키지 못한 약속을 해야 한다. 설이가 좋아하는 감자를 먹으면서 '불행'이 떠오르지 않게 해야 한다. 비밀이 담겨 있는 2층집의 1층에서 '약속 식당'을 하게 된 채우는 설이가 좋아하는 음식을 준비한다. 비밀이 있는 곳이라 사람들의 발길이 뜸하다.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으니 설이를 만들기 힘들다. 여러 방법으로 사람들이 찾아오게 하지만 아직 설이는 만나지 못한 것 같다. 찾아오는 사람 중에 설이가 있는 것인지 확신이 없다.

 

지난 시간들을 돌이킬 수 없다. 앞으로 함께 할 시간이 남아있다면 후회가 아니라 현재와 미래에 대해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야 할지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어떤 마음일까. 세상을 떠나서도 누군가와의 약속을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그 순간으로 돌아가 하지 못한 말을 하고 싶다. 채우의 간절함으로 설이를 만날 수 있을까.  내가 알고 있는 모습이 아니라 다른 모습이어도 그 사람을 알 수 있을까.

 

이야기를 보면서 설이가 누구일지 추측하게 된다. 채우가 어떤 마음으로 설이를 만나고 싶은지 우리들에게도 전해진다. 서로의 진심은 어떤 방식으로든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채우의 약속 식당에서 설이와 만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게 되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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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살에서 살아남기 돌개바람 54
김미애 지음, 이미진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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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은 설렘과 동시에 낯설고 불안한 마음을 동반한다. 가끔은 불안한 마음이 더 클 때도 있어 한 발 내딛기 어려워지기도 한다. 아직 가보지 않은 곳이기에 그곳에서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 모른다. 늘 만나던 사람이 아니라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도 두렵다. 어른이 되어도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 두려운데 어린 친구들은 그 마음이 더 크지 않을까.



유치원에서 자유로운 생활을 하다가 초등학생이 되면 많은 것이 달라진다. 아이들은 '아기'가 아니라 이제 '언니', '형'이 되는 거라며 좋아하지만 친한 친구와 헤어지고 새로운 친구와 선생님을  만나는 것이 두렵다. <여덟 살에서 살아남기>에는 이제 초등학생이 된 아이들의 마음이 잘 담겨있다. 한 살 더 많아지는 것에서 나아가 초등학생이 된 아이들은 어떻게 살아남을까.

 

5편의 이야기에는 우리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담겨있다. 관계를 맺는 것은 어른이 되어서도 힘든 일이다. 새로운 친구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모른다. 친해지지고 싶은데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할까. 내가 친해지고 싶은 친구가 나에게도 관심을 가지면 좋을 텐데. 가끔은 서로의 마음 화살표가 다른 방향으로 향할 때가 있다. 내가 좋아하는 친구를 보느라 나를 바라보는 친구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할 때도 있다. 

 

"주인공을 싫어하는 사람이 어딨냐? 주인공은 다 좋아해. 왜냐하면 주인공이니까." - p.55

 

<나는?>에서는 주인공이 되고 싶은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다. 어릴 때부터 집안의 주인공이었던 아이들은 주목을 받는 일에 익숙하다. 학교에서 '해와 바람과 나그네' 목소리 연극을 하는데 가장 많이 나오는 '바람' 역할을 하고 싶어 한다. 하고 싶다며 자신 있게 손을 들고 말하는 모습이 귀엽다. 누구나 주인공은 될 수 없다. 주인공이 아니라고 해서 중요하지 않은 역할은 아니다. 아이들도 이제 그것을 알아가고 있다. 

 

처음 자전거를 배울 때 몇 번은 넘어지고 작은 상처가 생긴다. 처음이라 낯설고 마음에 작은 상처들도 생기지만 그것을 치유할 수 있는 힘도 생긴다.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친구들과 지내는 모습을 보며 우리들은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서툴러도 괜찮다고 말한다. 어려움을 피하지 않고 마주하는 아이들을 보며 아홉 살은 두려워하지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만나게 될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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