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심산촌 농장에는 수도 시설이 돼 있다. 겨울에 얼어터지는 것을 막고자 두툼한 보온재로 수도관을 쌌는데…… 폭염이 한 풀 꺾인 오늘 그 보온재와 수도관 사이 좁은 공간에 청개구리 한 놈이 숨어 있는 게 목격됐다. 그렇다. 두툼한 보온재가 다른 한편으로는 폭염을 막아주는 역할을 할 수도 있었다. 놈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이리 말하는 듯 싶었다.

“까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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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름 뜨거운 폭염이 빨갛게들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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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비를 보았다.

 

요즈음은 춘심산촌의 밭일을 오후 3시 넘어서부터 시작한다. 땡볕을 피하는 거다. 어제도 그렇게 밭일 하다가 땀을 식힐 겸 그늘을 찾아 숲에 들어갔는데 20미터쯤 전방에 낯선 동물이 있었다. 담비였다.

내가 처음 본 동물을담비라 인식한 것은 언뜻 족제비를 닮았으되 그보다 훨씬 몸이 더 컸고(다 자란 개만했다.) 결정적으로는 금빛의 아름다운 털 빛깔이었다. 담비와 나는 그늘져 어둑한 숲속에서 몇 초 간 상대를 응시했다. 가슴 섬뜩했지만 삽을 쥐고 있어서 그를 믿었던 것 같다. 여차 싶으면 삽은 무기가 될 수 있다. 담비가 먼저 옆의 높은 나뭇가지를 타고 더 깊은 숲속으로 사라지면서 우리의 짧은 조우가 끝났다. 나는 숲을 나와 농막에 두었던 스마트폰으로담비를 검색해 봤다. 그 동물이 담비가 맞았다. 고라니는 물론 새끼 멧돼지까지 잡아먹는다는 사나운 담비.

아내한테 함부로 숲에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를 주어야 할 일이 생겼다. 한 가지 걱정이 더해졌지만 동시에 도시 근교 춘심산촌의 생태계가 뜻밖에 건강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자부심도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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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거미가 내 눈에 뜨인 건 평범치 않은 생김 때문이었다. 보호색을 거부하듯 검은색 바탕에 흰색 무늬는 "나를 건드리기만 해 봐라. 그냥 안 있을 테다"라고 사납게 경고하는 듯했다.

  그런 녀석이 어이없게 변을 당했다. 농막 문에 끼여 납짝한 주검으로 발견된 거다.
우리 내외 중 어느 한 사람이 그 문을 열었다가 닫는 순간 녀석이 하필 그 자리에 있었던 것 같다.
이 또한 100여 년만이라는 유례없는 폭염 탓에 녀석이나 우리나 모두 정신이 없어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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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심산촌의 밭 한가운데에서 목격했다. 독사 한 마리가 아가리를 벌린 채 죽어 있었다.(첨부 사진 참조) 무엇을 삼키다가 목구멍에 걸렸거나 혹은 무거운 무엇에 밟혔거나 한 상황이 아니었다. 우리나라 기상관측 사상 유례가 없는 폭염이 연일 이어지는 가운데 길을 잘못 들어 춘심산촌 밭에 들어섰다가산 채로 죽어버린 것이다.

그럴 만했다. 우리 밭이 산속에 있어서인지 잡초가 별나게 기승을 부린다. 그 까닭에 우리 내외는 밭두둑마다 비닐멀칭 한 것은 기본이고 밭고랑까지 잡초방지매트를 다 깔아놓았다. 예전의 허술한 느낌의 부직포 잡초방지매트가 아니라 최근에 개발돼 나온촘촘하고 질긴 플라스틱 재질의 것이다. 하필 검은색이라 밭고랑마다 깔린 그 광경을 보면 숨이 탁 막힐 것 같은 느낌을 어쩔 수 없다.

, 밭이 그 모양으로 무장되자 잡초는 방지할 수 있게 됐는데 생각지도 못한 일이 시작됐다. 어쩌다가 밭으로 기어들어온 지렁이들이 꼼짝 못하고 잡초방지매트 위에서 말라죽는 꼴들인 것이다. 그러면 얼마 안 가 개미들이 새까맣게 달라붙어 그 귀중한 음식을 집으로 옮기느라 바빴다.

그러더니 마침내 독사 한 마리까지 지렁이처럼 매트 위에서 죽어 있는 것을 목격하게 된 것이다. 다만 아직 개미들은 보이지 않았고 흉칙하게도 아가리를 벌린 채다. 독사의 역정을 추리해 봤다.

숲에서 먹이를 찾다가 마땅치 않자 우리 밭으로 기어들어왔다. 근래에 우리 내외가 울타리 망까지 둘러놓아서 네 발 짐승들은 밭에 들어올 엄두를 못 내는데 독사는 다행히(?) 발 없이 기어 다니므로 가능했다. 그런데 독사 놈이 맞닥뜨린 것은 사방 검은색 플라스틱 재질의 사막! 어느 방향으로 가야 그늘 있는 숲이 나올지 막막하다. 게다가 땡볕에 뜨겁게 달아오른 잡초방지매트 사막에 몸이 구워질 것 같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결국 목이 타 아가리를 딱 벌린 채 죽어갈 수밖에.

 

유례없는 폭염 탓이다. 예전에는 밭은 물론이고 주위의 숲에서 개구리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는데 올해 여름은 그렇지 못하다. 그러니 그 놈이 숲에서 며칠을 굶다가 불가피하게 우리 밭까지혹시나싶어 진출한 결과 아가리를 벌린 채 죽게 된 것이다. 놈의 마지막 절규가 내 귀에 들리는 듯했다.

.”

 

말라 죽은 게 분명해 보이지만 워낙 맹독의 무서운 존재라 조심해야 했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 서서 삽날 위에 그 놈 시신을 얹었다. 그리고는 숲속으로 멀리멀리 던져버렸다. 안됐긴 하지만 결코 정이 안 가는 놈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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