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이 '그때 술을 마시지 않았더라면'이네요..
스승의 날이 일요일이어서 이번엔 선물을 안하고 넘어갈까 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영 뒤가 켕기고, 그러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막 갔으면 모르겠지만, 하던 걸 안하면 찍히지 않는가. 그래서...마음을 고쳐먹고 상품권을 샀고, 어제 저녁 때 살포시 놓고 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학교에서 전화가 왔다. 모임이 있으니 참석하라고. 알았다고 했다. 물론 난 술은 안마시고 버틸 생각이었다. 하지만.
1. 간만에 만난 지도교수가 내가 술을 안마신다는 얘기에 서운해하시는 듯했다.
2. 술 없이 참치회를 먹는 것은 죄악이라고 생각했다.
3. 술에 있어서 라이벌인 내 친구가 모임에 왔다.
4. 견물생심이라고, 초록색을 띤 참이슬 병을 보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난 치과에 전화를 걸었고, “조금만 마시라”는 답을 받아냈다. 그때부터 난 열심히 술잔을 기울였다. 사랑니를 뺀 오른쪽 부위에 술이 닿지 않도록 하기 위해, 얼굴을 왼쪽으로 기울인 채 술을 마셨다.
“원샷!”
“자자, 마셔마셔”
한병 반은 넘긴 것 같고, 두병은 조금 못되는, 아주 적당한 양을 마신 것 같다. 그 결과.
-취해서 도저히 2차는 못갈 것 같아 그냥 집에 갔다. “입이 아파서”라고 사기를 침.
-술김에 계산했다. 파산에 쐐기.
-실밥을 꿰맨 부위에 고무를 대 놨었는데, 그래서 뜨거운 것도 먹지 말라고 했던 거였는데, 어제 다 떨어져 버렸다. 고무는 알콜에 녹는다는 걸 체험했다.
-아침에 영 입의 느낌이 안좋다.
술을 한달간 못마신다는 핑계로 치료 전날까지 매일같이 퍼마시더니, 금주 5일만에 다시 술을 먹는 나, 내가 과연 인간일까. 인간이 아니다. 그럼 뭔가. 악어, 도롱뇽, 말미잘...그래, 난 오늘부터 말미잘이다. 앞으로 절 말미잘로 불러주세요!
* 술횟수 vs 읽은 책 스코어가 동점이 될 기회였는데, 57 대 56으로 여전히 한점차다. 그래도 뭐, 곧 역전이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