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 작가의 표절시비에 깜짝 놀랐습니다.

제가 놀란 건 신경숙 작가가 표절을 해서가 아니었어요.

고 안승준의 유고집에 실린 서문을 표절한 <딸기밭>이 나온 건 무려 2000년입니다.

그 당시 박철화를 비롯한 소수의 평론가가 신경숙의 표절을 지적했어요.

표절은 작가로서 하지 말아야 할 짓이라는 생각에 전 거품을 물고 신경숙을 욕했습니다.

하지만 언론과 문단, 그리고 일반인들은 아무도 관심이 없었지요. 

우리나라는 잘나가는 작가에겐 이렇게 관대하구나, 싶어서 절망했습니다. 

지금 제가 신경숙 작가의 표절논란에 화가 나지 않는 이유의 상당 부분은

15년 전에 이미 화를 낼만큼 내서입니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닙니다.

그때만 해도 저는 신경숙 작가에 대해 잘 몰랐는데, 그 후 책과 기사를 통해 신작가의 스토리를 알게 됐습니다.

작가의 자전적 소설 <외딴 방>에 나온대로 신작가는 낮에는 여공으로 일하고 밤에는 책을 읽으면서

소설가의 꿈을 키웠다지요.

그 당시 여공의 처우가 열악했음을 감안하면, 신작가가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했던 노력은 엄청났으리라 생각합니다. 

제대로 훈련받지 못하다보니 아름다운 문장들을 보면 탐이 났을 테고,

‘나도 저런 문장들을 쓰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혔겠지요. 

글에 평생을 걸기로 각오했던, 하지만 문장은 그 각오를 따라오지 못했던 그 시절,

신경숙은 자신이 썼으면 좋겠다 싶은 작품의 일부분을 따서 자기가 쓴 것처럼 우기고픈 욕구를 느끼지 않았을까요?

늘 새로운 것을 창조해야 하는 작가에게 표절은 씻을 수 없는 범죄인 건 맞지만,

그 당시 신경숙의 모습을 혼자 상상하다 보니 그전만큼 그녀를 욕하기가 힘드네요.

신경숙이 웬만큼 사는 집에서 태어났다면, 

그래서 책도 많이 읽고 글도 많이 쓸 수 있었다면

표절을 하지 않고도 좋은 글을 썼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게 제가 이번 논란에서 화를 낼 수 없는 두 번째 이유입니다. 












실망스럽게도 신경숙은 자신의 표절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기사에 소개된 <우국>은 몇 문장이 같음에도 표절이 아니라고 했고,

<딸기밭>에서 인용을 뺀 건 ‘유족에게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라는 괴이한 변명으로 일관합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다보니 전 신경숙이 왜 이러는 건지도 이해할 것 같습니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수 있는 것도 

그게 자신의 삶에 하등 악영향을 주지 않을 때 가능하니까요.

제가 첫 번째로 냈던 마태우스란 책이 쓰레기라는 걸 쿨하게 인정하는 건

제가 전업작가가 아닌데다 후진 책을 내는 게 범죄는 아니기 때문이며,

그 과거가 오늘의 저를 더 돋보이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신경숙은 저와는 다르겠지요.

글만으로 오늘의 자리에 오른 그녀가 표절을 인정하는 순간

그녀는 표절작가가 되며, 자신의 많은 부분이 무너집니다.

표절이 아니라고 강변하는 그녀의 모습이 안쓰럽게 느껴지는 건 그 때문입니다. 


* 글을 쓰고 난 뒤 인터뷰

-지금 너는 신경숙을 옹호하는 것이냐?

=그건 아니구요, 그냥 신경숙의 마음이 이해된다는 거죠.

-그게 옹호 아니냐?

=글쎄요. 옹호라기보단 나이가 드니까 좀 관대해지더라, 이런 건데.

-그런데 넌 왜 박모씨한테는 관대해지지 않니?

=그러게 말입니다. 박모씨한테 관대히지려면 100살 정도 더 먹어야 될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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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5-06-19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경숙이 웬만큼 사는 집에서 태어났다면,

그래서 책도 많이 읽고 글도 많이 쓸 수 있었다면

표절을 하지 않고도 좋은 글을 썼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구절은 아무래도 전 받아들이기 힘드네요.
힘들고 어렵게 작가수업을 혼자 했으니
자신도 모르게 표절을 할수 있다 라는 말씀이신지요....

힘들고 어렵게 혼자 작가수업하지 않고
작가가 되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지요.

초등학생이 읽어 봐도 표절이라는 어려운 단어 쓸 필요도 없이
베껴쓴것을 알수 있는데
그런것을 모르쇠로 일관하는 작가에 대해
저는 관대해지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신경숙씨의 외딴방과 깊은 슬픔을 읽으며
책 읽는 이유, 재미를 알게 된 사람입니다.
그래서 더더욱 화가 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마태우스 2015-06-19 12:04   좋아요 0 | URL
아무개님 안녕하세요. 오해가 있네요 자신도 모르게 표절했다, 이런 건 아니고요 표절을 하면서 자기가 모를 수 있을까요. 좋은 글을 쓰고 싶은데 안되니깐 그냥 표절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놓고선 그냥 아니라고 우기고 있다는 뜻인데요..ㅠㅠ 글구 제가 신경숙에게 관대한 건, 님만큼 신작가에 대해 애정이 없어서이기도 하겠네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작가라면 좀 달랐을 수도 있겠죠

마립간 2015-06-19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이 아시는 바와 같은 저의 성향으로, 제 판단을 아시리라 봅니다.

저는 나이 값을 못 하는 것 같습니다. 언제가는 제가 던진 돌에 제가 맞겠죠.

마태우스 2015-06-19 13:13   좋아요 0 | URL
아닙니다 저처럼 불의를 이해하기 시작하면 정의가 실종됩니다. 마립간님같은 분도 계셔야죠!

stella.K 2015-06-19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그런 마음 충분히 들 수 있긴 해요.
그런데 가난하고 부자의 차이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러면 가난한 환경에서 자란 사람은 다 나쁜 사람만 나오게요?
그리고 웬만큼 있는 집에서 자란 사람은 정직하고...
물론 논리의 비약이 있겠습니다만 어떻든
그건 마음의 문제고, 정신의 문제라고 생각이 듭니다.
가난해도 정직하게 사는 사람이 있고.
있는 집에서 자라도 나쁜 사람 있을 수 있거든요.

사실 저도 작가를 오래도록 동경해 왔던 사람이라
왠지 작가는 올바르고, 정직하고, 깨끗하고 뭐 이러면 좋겠는데
그 세계도 인간이 사는 세상이라 그렇지는 않은가 봅니다.
표절논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걸 깨끗히 인정하고 작가의 양심과 진정성을 가지고 살면
또 구제를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표절논란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라 좀처럼 수그러들 것 같진 않구요,
그렇더라도 너무 매조지하지는 말았으면 하는 게 지금의 저의 바람입니다.

그런데 박모 씨는 또 누군가요? 요즘 생각없이 사는지라
누구를 지칭하시는지 모르겠네요.ㅠ

마태우스 2015-06-19 13:16   좋아요 0 | URL
앗 박모씨를 모르다니, 요즘 메르스 땜시 욕 많이 먹고 계시는 분인데... 아무튼 가난하다고 다 그렇게 되는 건 아니라는 거,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제가 여기에 대해선 반박 못하겠네요. 글구..작가의 표절은 원래 단죄를 해야 하는 범죄고, 신경숙은 그 단죄를 받지 않았죠. 제가 이해는 하지만, 신경숙이 단죄된다 해도 그러려니 할 것 같습니다.

stella.K 2015-06-19 13:52   좋아요 0 | URL
아~! 박모 씨!ㅋㅋㅋㅋㅋㅋ 난 또 누구라고...
이제 나간 정신 들어왔습니다.ㅎㅎ

라스콜린 2015-06-19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짝퉁상품을 팔았습니다. 같다는게 중요하지 고의냐아니냐는 소비자입장에서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 인정여부와 대처에 따라 향후 다음상품에 대한 소비자신뢰에 영향은 있겠죠. 이번에는 그 사후대처도 잘못되었습니다. 여기서 `짝퉁이아닐수도 있고 이거는기술적으로...`운운은 저그들 끼리나하라하고... 독자입장에서 분명 같은데 다르다고 우기니...소비자입장에서 할말은 이것뿐입니다. ˝안사요안사!˝

마태우스 2015-06-19 13:19   좋아요 1 | URL
네 라스콜린님처럼 행동하는 독자가 많아진다면 표절작가가 발을 붙일 수 없겠지요. 님의 입장에 동의합니다. 제가 신경숙에게 조금 관대해졌다는 거지, 표절이 옳다는 건 아니니깐요

sijifs 2015-06-19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박모씨에게 관대해지려면 100살은 더 먹어야한다.......... 그렇군요... 근데 그 박모씨가 박모씨인미 모박씨인지 둘 다인지 둘 다 아니아니 그냥 괴변입니다.

마태우스 2015-06-19 13:20   좋아요 0 | URL
원래 제 글이 기승전박이라고 항상 끝에가면 박모씨로 귀결돼 있어요. 저도 모르게 그만 박모씨 얘기를...^^

라스콜린 2015-06-19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고 신경숙씨는 더이상 여공이 아닙니다^^; 문단 실력자 입니다

마태우스 2015-06-19 13:21   좋아요 0 | URL
그럼요. 근데 신경숙씨가 표절을 수긍하는 순간 그게 다 날아갈 거 같아서 부인하는 거 같습니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이 심리 아닐까 싶네요.

논란의 소지 2015-06-19 12: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댓글 주신 분들 말씀도 맞는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마태우스님께서 왜 이 글을 적으셨는지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명백한 표절에 누구보다 분노하셨고, 관심두는 이 별로 없을 때 조차 날카롭게 비판하셨고, 그걸 부정하는 것을 안타까워하시면서도 왜 이 글을 적으셨는지, 그 행간의 마음을 이해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어 댓글을 드립니다. 논란의 여지가 있을 줄 불보듯 알면서도, 이 글을 적으셨던 그 마음, ㅏ, ㅑ ㅗ,ㅛ 글자가 아니라, 그 마음을 들여다 보고 있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마태우스 2015-06-19 13:23   좋아요 0 | URL
오옷 이렇게 멋진 댓글이라니! 제가 로그인 안해도 댓글쓰기가 가능하게 유지하고 있는 것도 다 이래서죠. 좋게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하이드 2015-06-19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별로 화 안 나요. 나이들어서 관대해졌다기 보다 귀찮아진 것 같아요. 한 시절 신경숙의 책에(?) 빚졌던 시절도 있었는데.. 지금은 좋지도 싫지도 않아져버려서. 옛날같으면 신경숙이고 창비고 막 까지 않았을까 싶기도 한데 말입니다.

마태우스 2015-06-19 13:25   좋아요 0 | URL
하이드님 올만에 반갑습니다. 언제부터인가 댓글 다는 게 쑥스러워져 님 글만 보고 도망쳐 온 게 한두번이 아니라니깐요. 글구 하이드님과 한창 술 마실 때 나이 알았던 것 같은데, 저보다 한 십년쯤 어리지 않으셨나요. 전 요즘 단어가 생각안나서 죽겠습니다 무슨 말을 하려고 해도 이름이나 단어가 안떠올라요ㅠㅠ

blanca 2015-06-19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슨 얘기가 하고 싶으셨던 건지 알겠어요. 왜냐하면 저의 책꽂이에도 <외딴방>이 있거든요. 그녀의 신산했던 삶의 기록이 오늘따라 빛이 바래요. 사람은 과거도 현재도 그 모습에 책임을 져야 하는 것 같아요. 저도 그렇고요. 이미 너무 많이 가져버리면 인간의 이기심을 떨치고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나 상식으로 돌아가기도 힘들어지는 모양입니다.

마태우스 2015-06-19 13:56   좋아요 0 | URL
과거도 현재도 그 모습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씀에 동의합니다. 너무 많이 가지면 상식으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말씀에는 더더욱 동의해요. 저도 너무 많이 가진 건 아닌지, 스스로를 반성하게 되네요.

samadhi(眞我) 2015-06-19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해해주고 싶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이 그 상황은 이해가 됩니다. 그래도 해서는 안 되는 것과 해도 되는 것을 분별해내는 것이 나이˝값˝을 하는 것 아닐까 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작가도 아닌데도 분노하게 되고 제 스스로를 부끄러워하게 됩니다.

마태우스 2015-06-19 13:57   좋아요 0 | URL
나이값 하는 게 참 어렵지요. 울나라에서 어른들이 대접받지 못하는 이유도 거기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돼야 할텐데, 최소한 부끄러운 걸 아는 염치를 기르겠습니다.

감은빛 2015-06-19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절 그 자체는 그리 놀랍지 않습니다.
관심이 없어 몰랐는데, [딸기밭]을 비롯해서 표절의혹은 제법 많더군요.
어쨌거나 중요한 건 그 후의 대응인데, 이게 가장 안타까운 부분이죠.
게다가 저는 작가의 입장보다 출판사의 입장이 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한때 참 들어가고 싶었던 곳인데, 만약 지금 제가 거기 다니고 있었다면,
어떤 입장일까 라는 생각이 또 한편으로 드네요.

마태우스 2015-06-20 11:19   좋아요 0 | URL
저도 창비에서 원고청탁을 받은 적 있어요. 무지 기뻤고 가문의 영광이었죠. 근데 그런 출판사라 해도 자기랑 책을 낸 작가를 내치긴 참 어려울 것 같더군요. 내쳐서 얻는 이익보단 함께해서 얻는 이익이 더 크다고 생각할 테니깐요. 솔직히 표절시비로 좀 시끄럽지만, 사람들은 곧 좋아라고 신경숙 책을 살 거니깐요. 그게 울나라...

재는재로 2015-06-19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절을 한것에 대해서도 그렇지만 해명하는 자세가 마음에 안드네요 이러고 나서 시간이 지나면 잠잠해지기를 기다렸다 다시 책이 발매되겠죠 외면하는 자세보다는 성의있는 반성이 필요하다고 생각듭니다 초보 작가도 아니면 문학계의 중진이라 할수 있는 분이라 더 나은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더이상 여직공이 아닌 문학계의 중진이라는 위치의 자신을 외면하시지 말기를

마태우스 2015-06-20 11:20   좋아요 0 | URL
안녕하셨어요. 가진 자들 중 제대로 해명하는 사람은 거의 없더라고요. 돈 안받았다는 정치인들이 대표적이죠. 뭐 신경숙이라고 다르겠습니까...

곰곰생각하는발 2015-06-19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보다는 관대하신 것 같습니다. 박모씨는 저는 200살이 되도 싫어할 것 같습니다.. ㅎㅎㅎ. ( 박모씨 대한민국이 다 아는 그 박모씨 말씀하시는 거죠 ? )

마태우스 2015-06-20 11:21   좋아요 1 | URL
그죠 그 박모씨...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사실 저도 100년 후 관대해질지 자신은 없습니다.

transient-guest 2015-06-20 0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신경숙의 표절 이상, 문단의 자세와 대응도 큰 문제라고 봅니다. 1999년도에 이미 의혹이 제기됐었지만, 그리고 그 이후에도 유야무야 넘어간 것 말이죠. 물론 저도 신경숙 개인의 마음을 이해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표절은 그냥 범죄잖아요. 솔직히 그런 의도가 없었다고 믿기도 어려울만큼 여러 번 이슈가 있었고, 그때마다 최소한 자기 자신의 작품세계를 돌아보고 성찰했어야 한다고 봅니다. 솔직히 역겹네요. 신경숙씨도 다른 표절인들과 별 다를바가 없다는 사실이 말입니다.-_-; 끝으로 박모씨와 그 일가는 그냥 영원히 싫습니다.

마태우스 2015-06-20 11:25   좋아요 0 | URL
표절을 스스로가 인정하긴 어렵습니다. 님 말씀대로 문단에서 자정노력이 있었어야죠. 표절을 하면 문단에서 매장당한다, 뭐 이런 선례가 있어야 작가들이 조심할텐데 그게 아니니까요. 그리고 성찰은 대부분 추락한 다음에 합니다. 잘나갈 땐 그딴 거 안하더라고요. 신경숙으로서는 네티즌들과 잘 못나가는 평론가가 떠든다고 해봤자 그리 무서울 게 없을 거예요. 우겨도 된다 싶겠지요. 글구..저는 신경숙의 표절이 다른 작가의 표절보다 좋다, 이렇게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 심리는 이런 게 아니었을까,라고 추정하는 것과 단죄돼선 안된다라고 말하는 건 다르다고 봐요. 전 신경숙을 봐주자는 건 아니랍니다

뽈쥐의 독서일기 2015-06-20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긴 잃을 게 많은 사람은 쉽사리 인정하긴 어렵겠지요. 원래 신경숙 작품을 별로 안 좋아해서 실망같은 건 없었지만.. 창비가 대응하는 걸 보니 이번 건 뿐만아니라 다른 작가 표절 건도 그냥저냥 없었던 일로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나름 한국문학을 대표했다던 작가가 비전문가가 봐도 한 눈에 알 수 있는 거의 베껴쓰기 수준이니 제가 창피하네요. 전 아기엄마가 분유를 훔쳤다거나 하는 소위 생계형 범죄에는 살짝 관대한 편인데.. 요건 쇼크가 좀 크네요. 이제 신경숙 작가에겐 작품발표가 절박한 생계형은 아니기 때문일지. 아몰랑. 메르스나 잡혔으면 좋겠네요.

마태우스 2015-06-24 10:26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메르스가 7월 5일까지는 잡혀야 하는데.... 신경숙이 결국 인정을 하긴 했더군요. 근데 마치 남 탓인 것처럼 말했더군요. 그게 가진 자들의 수사인 듯 싶네요.

moonnight 2015-06-22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경숙작가는.. 이미 실망을 많이 해서 이번에도 그러려니-_- 하고 있었어요. 이런 무관심도 문제겠지요. ㅜㅜ

마태우스 2015-06-24 10:25   좋아요 0 | URL
아니어요 원래 자기 살기도 바쁜 세상에서, 모든 불의를 다 챙긴다는 게 어렵긴 합니다.

책이좋아 2015-06-30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절 얘기를 들었을 때 화가 나기보단 슬프더라고요.
그리고 표절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땐 안타까웠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만든다는 것 때문에 그 피곤함이 싫어서 거짓말 안 하거든요(사실 사람들이 실수했다거나 잘못했다고 하면 왜 그랬냐며 달려들지 않잖아요. 오히려 더 관대해지지..). 그걸 몰라서 거짓말하는 건 아닐 텐데 힘들겠다 싶어요. 그리고 문단에서 꽤나 큰 거목인데 표절 시비라니 안타깝고요.

마태우스 2015-07-04 01:45   좋아요 0 | URL
정치인들은 돈 안받았다고 무조건 버텨요. 그러다보면 길이 열리더군요. 성완종 리스트 인물들 중 순순히 시인한 사람이 누가 있나요. 다 그러고 사는 것 같습니다.잃을 게 많은 이들은 인정을 안하죠. 신경숙도 잃을 게 많고 잃고 싶지 않은가봐요..
 

추천사를 쓰다보면 파일을 pdf로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자연의 배신>도 그랬다.

추천사를 쓰려면 일단 읽어야 하기에 컴퓨터로 마구 화면을 넘기는데,

읽고 난 느낌은 "그런대로 재미있다"는 것이었다.

그 느낌을 살려 추천사를 작성했다 (사실은 부끄럽다.

다른 추천사를 보니 내 추천사가 너무 한심하다

이번 기회에 추천사 쓰는 요령을 확실히 터득한 걸 소득이라고 생각하자.)















나중에 출판사에서 책을 보내 줬는데

안그래도 읽은 책도 없고 해서 그 책으로 <인물과 사상>에 독후감을 쓰려는

기특한 마음을 가졌다.

그래서 그 책을 읽는데, 와~ 책이 정말 재미있는 거다.

처음 읽는 것도 아니고, 전자책으로 한번 읽었던 걸 다시 읽는데

대략 3배쯤 재미있는 거다.

범고래가 사람을 죽이는 얘기는 전자책으로 볼 땐 "범고래가 사람을 죽였구나"라며

담담하게 넘어갔는데

책으로 보니까 손이 부르르 떨릴 만큼 전율이 왔다.

"이런 나쁜 범고래 같으니!"















비슷한 경험을 <아무 날도 아닌 날>에서도 한번 더 경험했다.

이 책 역시 추천사를 쓰려고 pdf 파일로 읽었고,

5월 30일에 있는 북콘서트를 위해 저자가 보내준 책으로 정독을 했다.

당연한 얘기지만 후자가 대략 다섯배쯤 더 재미있었다.

전자책으로 읽을 때는 안그랬지만

책을 정독하다가 저자한테 "책 정말 잘쓰셨네요!"라는 문자를 보내기까지 했다.

역시 난 전자책에 특화된 세대가 아니라는 걸 새삼 느꼈고,

앞으로 3박4일 여행을 가더라도 책 여러 권을 낑낑대며 들고갈지언정

가벼운 전자책을 다운받아 가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책을 재미있게 읽어주는 것이야말로 지불한 책값이 아깝지 않는 길이니까.


전자책이 필요할 때가 없는 건 아니다.

외국에 책을 보내려면 배송비가 무지하게 비싸던데,

외국에 있는 사람이 우리나라 책을 읽고 싶을 땐

전자책을 주문하는 게 훨씬 합리적일 듯하다. 

배송시간도 짧은데다 가격도 엄청 싸니까.

하지만 내 인생의 스케줄상 외국에 거주하고,

또 거기서 주문을 할 일은 없을 것 같으니

난 남은 여생을 종이책과 더불어 살아갈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다가 한줄기 불안이 엄습하는데,

언젠가 종이책이 더 이상 나오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점.

특히 태어나면서부터 인터넷을 쓴 세대-대략 2000년 이후 출생자들-가

사회의 주도권을 잡는다면

종이책 읽는 사람들을 구닥다리 취급하면서

종이책을 없애는 제2의 문화혁명을 벌이지 않을까?














그럴 땐 문화혁명 때 위화라는 중국의 소설가가 그랬던 것처럼

노트에 필사를 해서 나같은 사람들끼리 돌려보는 수밖에.

문화혁명 때와 달리 노트에 필사해서 돌려본다고 잡아가진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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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20 11: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15-05-20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종이책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어요ㅠㅠ 그 재미있다는 <나를 찾아줘>를 전자책으로 (시험삼아) 사 봤는데 아직도 덜 읽었어요. 종이책으로 다시 살까 생각한다는-_-;;

마태우스 2015-05-21 00:37   좋아요 0 | URL
카...나를 찾아줘도 전자책은 재미가 덜한가봐요. 그거 진짜 재밌는데... 하기야, 전 내 심장을 쏴라, 인가를 전자책으로 읽었는데 완전 꽝. 이해도 잘 안되고...ㅠㅠ 필사라도 해서 종이책 읽으려고요 저는

2015-05-20 14: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15-05-21 00:37   좋아요 0 | URL
세심한 배려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저도 산전수전 다 겪어서 웬만한 일에는 동요하지 않는답니다. 우리 모두 힘 내고요, 우리끼리 잘 지내요!

2015-05-21 1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떻게 된 게 알아보는 사람이 하나도 없네요?"

나랑 제일 친한 친구의 아들이 캐나다에서 왔다.

온 김에 친구와 더불어 천안에 들렀기에 맛있는 식당에 데리고 갔는데,

자기 딴에는 나를 다 알아볼 줄 알았나보다.

하지만 사람들의 기억은 그리 길지 않고,

게다가 내가 뭐 그렇게 인상적인 방송활동을 한 것도 아닌지라

이젠 어딜 가도 그다지 알아보는 이가 없다.


하지만 출판계에선 아직 내가 잊혀지지 않은 듯하다.

심지어 나를 과대평가하는 곳이 좀 있다보니

자신들이 내는 신간에 추천사를 써달라는 요청을 가끔 받는다.

특히 요즘엔 추천사를 세명 정도 받는 게 기본이 된 것 같아 추천사 일이 더 많이 들어온다. 

안그래도 어려운 출판시장에서 내 추천사가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

뭐 이런 마음으로 열심히 추천사를 쓴다.

<독한 것들>이란 책에 대한 추천사를 부탁받았을 때도 그런 생각이었다.

게다가 이 책은 내가 좋아하는 기생충학자 정준호 씨 등이 집필한 책이 아닌가!


그로부터 얼마 후, 추천사를 쓴 보답으로 출판사에서 책을 보내왔다.

그 책을 받아들고 깜짝 놀랐다.

책의 띠지에 내 사진이 떡 하니 박혀 있었던 것.

내가 저자도 아닌데 왜 내 사진을? 

충격적인 사건이 있으면 분노-부정-절망-타협-수용 의 5단계를 거친다는데,

내 마음은 앞의 두 단계에서만 왔다갔다 했고,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할지 한동안 고민하다 다음과 같이 입장정리를 했다.


1) 추천인의 사진을 책에 싣는 건 책을 쓴 저자에 대한 결례다.

이 책은 EBS에서 방영한 <독>을 책으로 옮긴 것으로,

피디와 작가, 카메라 담당하신 분 등 저자가 총 4분이다.

그 네 분 모두 나보다 훨씬 잘생겼는데 나만 띠지에 들어간 건

좀 어이없다.


2) 추천자의 사진을 책에 싣고 싶다면 미리 양해를 구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

물론 그랬다고 하더라도 난 거절했겠지만,

그런 언질이라도 주고 실었으면 지금처럼 황당하진 않았을 것 같다.


3) 가장 화가 나는 점은, 이건 2)의 결과이기도 한데,

띠지에 들어간 내 사진이 너무 한심하다는 거다.

아무리 못생긴 얼굴이라도 사진에 따라 괜찮게 보일 수도 있지만

저 사진은 내가 "죽이고 싶다"는 느낌이 들만큼 한심해 보인다.

특히 저 눈가의 자글자글한 주름이라니!

정 사진을 싣겠다면 가지고 있는 사진 중 비교적 괜찮은 걸 줬을 텐데.


물론 난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 같은 걸 할 마음은 없다.

게다가 그 출판사는 작년에 내가 정준호 등과 함께 쓴 <기생>을 출간했던 곳이니

그렇게 한다고 내 마음이 편할 것 같지는 않다.

그냥 알라딘에서만 푸념을 하고 말 테지만,

뜨고 나면 치러야 하는 대가가 이런 것일 수도 있구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 사태의 이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저 사진을 보고 안되겠다 싶어 거울을 보게 됐고,

우리 학교 성형외과에서 피부관리를 받기로 한 것.

시술이 시행될 다음 주부터 난 웃지 않을 것이다.

웃으면, 얼굴이 너무 어색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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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5-05-16 0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까지 실으면서 사전에 알리지 않은 건 어이없네요. 이건 예의가 없는 거잖아요.ㅠ 그래도 마태님 얼굴 한번 더 볼 수 있어 좋구만유~^^

마태우스 2015-05-16 09:32   좋아요 0 | URL
윽...저 얼굴은 굳이 안보셔도...ㅠㅠ 그래도 결과가 좋으니 넘어가려고요 (피부관리의 결심을 굳혔다는 것!).

2015-05-16 06: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5-16 09: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5-05-16 0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객이 전도된 느낌?
마태우스님 잘 나온 사진도 많은데 심하네요^^

마태우스 2015-05-16 09:32   좋아요 0 | URL
우왓 세실님 안녕하셨어요. 사실 제가 잘 나온 사진이 별로 없어요. 얼굴 구조상 잘 나올 수가 없다는...^^ 님은 아무리 후진 카메라로 찍어도 미녀인데, 흑.

2015-05-16 09: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5-16 12: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int236 2015-05-16 13: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처음에 마태님 책인줄 알았다는...

마태우스 2015-05-17 22:59   좋아요 0 | URL
그죠? 저도 제 책인 줄...^^

페크pek0501 2015-05-16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게 읽었습니다.

제가 볼 땐 사진 괜찮은 걸요. 안성기 영화배우의 주름 같다고나 할까요?

마태우스 2015-05-17 22:59   좋아요 0 | URL
앗 페크언니 그래도 주름 시러요 없애고 싶어요 ㅠㅠ

재는재로 2015-05-16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이더눈에띠는 바로마태우스님얼굴만보이네요
그래도더좋은사진도있는데 사진발이좀안받네요

마태우스 2015-05-17 23:01   좋아요 0 | URL
그죠그죠. 너무 한심해 보이는 사진이어요 흑.

카스피 2015-05-17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중후해 보이시는데요.얼마전에도 무슨 시사주간지에 기사가 실린것을 본 기억이 납니다^^
솔직히 사진은 이 책보다 더 근사하게 나온 사진도 많던데 출판사가 상당히 결례를 저지른것 같네요.
근데 오늘 인터넷에서 본 태아는 기생충이다란 몰지각한 글을 올린 여성에 대한 반박글을 올리신 분이 혹 마태우스님이 아니신가요?

마태우스 2015-05-17 23:02   좋아요 0 | URL
카스피님 안녕하세요 넘 반갑습니다 그건 저 아닙니다. 제가 요즘 사정이 좀 안좋아서 인터넷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잘 몰랐답니다. 반박글도 한번 찾아봐야겠네요.

무해한모리군 2015-05-18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출판사 나빴어요.
마태우스님 사진은 사람좋아보이게 나왔어요 ㅎㅎㅎ

마태우스 2015-05-19 03:51   좋아요 0 | URL
윽....저 얼굴이 사람좋게 보이는군요. 나빠 보여도 주름없으면 좋겠어용...^^

2015-05-18 1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5-19 0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boooo 2015-07-05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글 읽고 빵 터졌다고 하면 결레가 아닐지 모르겠네요. 그런데 정말 추천한 사람 사진을 두르다니.. 놀랐어요 ㅎㅎ

마태우스 2015-07-07 00:58   좋아요 0 | URL
호호 결례라뇨.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놀랍죠? 그것도 너무 못생기게 나온 사진을요
 















1. 이명

이명이라는 병이 있다.

귀에서 나지 말아야 할 소리가 들리는 증상을 호소하는데, 

구체적인 언어로 들리는 건 아니기 때문에 환청과 구별되지만,

이런 게 지속적으로 들리면 신경이 무지 쓰인다.

치료가 안되는 경우도 꽤 있다는 게 더 무서운 점. 

지난 몇 년간 나도 이명이 좀 있었다.

이게 이명인가 하는 의혹이 들긴 했지만, 귀에서 이따금씩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래서 아내가 때릴 때면 이런 말을 했다.

"여보, 귀는 때리지 마. 내가 이명이 좀 있는 것 같거든."


얼마 전에는 하루가 지나도 그 소리가 없어지지 않아서

안되겠다 싶어 학교 병원을 갔다.

내 귀를 본 의사는 귓밥이 큰 게 있다면서

"이런 거 가지고 대학병원 오시다니!"라고 핀잔을 준다.

그걸 꺼내고 나니 소리는 사라졌고, 지금까지도 아무 문제가 없다.

그 뒤부터 아내는 이렇게 말한다.

"여보, 이제는 귀 때려도 되는 거지?"


2. 키

내 키는 176cm다.

대학 들어갈 때 172였고 졸업할 때 175였는데,

그 뒤 1센티가 더 커서 쭉 유지돼 오고 있다.

이 얼굴에 키라도 그 정도 돼서 다행이긴 한데,

최근 건강검진을 받다가 깜짝 놀랐다.

내 키가 177.4센티라는 것이다.

키가 무려 1.4센티가 크다니, 아직도 성장기인 것일까?

게다가 시력검사를 해봤더니 왼쪽 눈이 1.2, 오른쪽 눈이 0.7이다.

그 이전까지는 1.0에 0.5가 될까말까였으니

시력도 좋아졌다 (청력도 굉장히 좋다고 했다).

회춘이란 게 이런 건가 하면서 아내한테 말을 했더니

아내가 이런다.

"이게 다 내가 내조를 잘해서 그런 거야!"

몇 달 전부터 아내는 아침마다 영양제를 듬뿍 주면서 먹으라고 했는데,

알약이 어찌나 많은지 다 먹으면 배가 부를 정도였다 (물 한컵 가지고 다 삼키질 못한다).

그런데 거기에 눈을 좋게 만드는 영양제도 있고 기타 몸에 좋은 영양제도 있으니

키가 크고 눈이 좋아졌다는 게 아내의 설명.

원래 영양제의 효능을 믿지 않았지만 아내가 그렇다면 믿어야지 않겠는가?

그래도 의혹은 남는다.

눈이야 좋아질 수 있다 쳐도 키는 도대체 왜 자란단 말인가?

이런 식이면 아내의 알약을 열심히 먹으면 루저의 기준인 180까지도 클 수 있을 듯하다.

아내에게 고마워서 이렇게 말했다.

"여보, 고마워. 귀 마음껏 때려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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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5-04-18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 영양제가 있는 모양인가 봅니다.
한 번 나간 시력은 돌아오지 않는다는데 저는 좋아지는 것은 고사하고
더 잃지나 말았으면 좋겠어요. 키 역시 더 줄어들지나 말고.ㅠ

마태우스 2015-04-18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먹는 성분이 루테인이라고 하는건데요 한번 드셔보세요 그것땜에 좋아진 것 같은데 키는 왜컸는지 잘 모르겠고요

살리미 2015-04-18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루테인을 먹으면 실제로 효과가 있나보네요. 저도 애들에게 꾸준히 먹이고는 있는데... 좀더 확실히 좋아진다는 믿음을 갖고 먹여야겠군요^^ 그런데 키는 왜 크신 걸까요? ㅎㅎ 그게 더 궁금한데요.. 알아내시면 대한민국에 큰 파장이 일어날 듯 합니다^^

서민 2015-04-18 20:42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그러게 말입니다. 키가 왜 컸는지 알면, 대한민국에 파장이 일겠죠^^ 저도 이유를 모르겠어요 0.1만 더 컸다면 178이라고 우길 텐데, 아쉽습니다.

세실 2015-04-19 0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루테인 저도 먹여야겠어요^^
오홋 대학가서도 키가 크다니....ㅎㅎ
하여간 마태우스님의 위트는 못말려요~~

2015-04-22 0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4-23 15: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4-29 1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5-05-16 0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루저에게 희망을 주는 페이퍼~^^
키는 작아도 불편한 줄 모르고 사니까 괜찮은데 시력은 더 많이 많이 좋아지면 좋겠어요.

마태우스 2015-05-31 11:38   좋아요 0 | URL
답글을 이제야 봤습니다. 요즘엔 라식 덕분에 시력 걱정을 조금 덜지 않았나용. 암튼...여러가지로 감사드려요. ^^
 












지난 주말, 감염내과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 때문에 어머니랑 같이 제주도에 다녀왔다. 

아내와 나는 혹시 비행기가 추락하면 남은 개들을 돌볼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같은 비행기를 안타는 게 원칙,

그렇다면 나 혼자 그냥 당일치기로 다녀오려고 했지만

강의 시각이 일요일 오전 8시 경이라 전날 가서 숙박을 할 수박에 없었다.

숙소야 주최측에서 제공해 준다지만,

비싼 호텔에서 나 혼자 자는 건 너무 아까운 일이기에 어머니를 모신 것.

3시 비행기였고, 또 바람이 심해서 연착을 엄청 한 탓에 호텔에 간 시각은 오후 6시 반,

칠돈가라는 엄청난 곳에서 저녁을 먹고난 뒤 엄마가 <장미빛 연인들>을 본다고 해 일찍 들어와 쉬었다.


문제는 다음날.

엄마는 투숙객에게 공짜로 제공되는 호텔 수영장을 이용하러 가셨다.

그때 시각이 7시 40분이었고, 난 어머니를 모셔다 드린 후 강의장으로 갔다.

원래 어머니와 난 9시 반경 호텔에서 만날 예정이었다.

수영을 두시간 정도 하면 충분하지 않겠는가?

그러고 나선 제주도에 있다는 에펠탑을 보러 갔다가

바다를 좀 보고 공항에 가는 것이 내 계획이었다.

강의는 8시 20분부터 시작됐고, 

강의실에 시계가 없는 바람에 난 2G 휴대폰을 스톱워치삼아

강의하는 곳 앞 테이블에 올려놓고 강의를 시작했다.

준비를 워낙 열심히 한 탓에 강의는 물 흐르듯 진행됐는데,

8시 50분을 넘겼을 무렵,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진동이었지만 내겐 그 소리가 천둥소리처럼 들렸다.

주말엔 전화하는 이가 거의 없는데 이게 뭔가 싶었다.

엄마였다.

강의 중인 걸 뻔히 알면서도 전화를 하다니, 이건 도대체 무슨 경우인가!

난 그만 넋이 나가버린 채 강의를 하다말고 전화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엄마의 특징은 전화벨이 다 울려 안내멘트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

벨은 수십초 가까이 울린 끝에 꺼졌다.

안도하기엔 일렀다. 

엄마가 다시 전화를 해온 것.

그 전화 역시 수십초 가량 내 넋을 빼놓았다.

흐름을 잃어버린 뒤여서인지 전화가 온 뒤 내 강의는 엉망이었다.

게다가 전화 때문에 스톱워치 기능이 정지돼 강의 시간도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 



어깨를 늘어뜨리고 강의장을 나간 뒤 엄마가 그 후 보낸 문자메시지를 확인했다.

"수영장이 너무 좋아. 너도 수영장으로 와라."

수영장에서 엄마를 만나자마자 따졌다.

도대체 강의 중인 걸 아시는 분이, 그리고 제주도에 온 목적이 바로 그 강의인데, 

왜 강의할 시간에 전화를 하냐고.

"수영장 물이 너무 좋아서 그랬지."

다시금 따졌다.

"엄마, 전화를 안받으면 못받을 만한 사정이 있을 거라고 생각 안해요? 그 다음 전화는 도대체 왜 했어요?"

엄마는 이렇게 대답하셨다.

"그러게 말이다. 난 친구들한테도 항상 그러는데."

엄마가 강의를 방해할 목적으로 전화건 게 아니라는 건 잘 알지만,

이틀이 지난 지금도 강의를 망친 어머니에게 원망하는 마음이 다 없어지진 않는다. 

덧붙이는 말: 난 기생충이 별 게 아니라고, 회 먹으라는 말을 평소에 하고 다니지만, 이번에 고래회충에 걸렸다는 만우절 거짓말을 하고 난 뒤 횟집으로부터 항의를 많이 받았다. 그 중 단대 학부모라는 분은 이런 글을 남겼다.

"너같은 놈이 교수로 있는 줄 알았으면 내 애를 단국대에 보내지 말 것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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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15-04-08 0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태우스님 ㅋㅋ 현각스님의 만행 참 잘 읽었는데 ㅋㅋ
저도 엄마의 만행에 너무 무서웠던 적이 있지요. 공부한다고 폰을 무음으로 해 놓고 책 밑에 두고 한참 있다가 폰을 봤더니... `부재 중 전화 24건`.. 24건이라니 놀라서 봤더니 전부 엄마...ㅠㅠ

마태우스 2015-04-08 05:47   좋아요 0 | URL
오오오옷 24건....아이고, 왜그러셨대요. 울엄마는 그래도 2통밖에 안했으니 만행이라 할 수 없는 건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4-08 0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마지막 끝줄이기분 좋은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마태우스 님이야말로 단대의 스타교수님 아니십니깡..

마태우스 2015-04-08 05:49   좋아요 0 | URL
스, 스타까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저 보고 애를 학교에 보내진 않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의대라면 모르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그 학생이 절 만날 기회가 거의 없을텐데요... 암튼 곰발님 웃어주시니 좋네요

blanca 2015-04-08 0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님 귀여우세요.

마태우스 2015-04-09 04:17   좋아요 0 | URL
네 그런 면이 있지요^^ ㄹ어머니도 여자니깐요^^

아무개 2015-04-08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래회충 크하하핫


마태우스 2015-04-09 04:18   좋아요 0 | URL
어맛 아무개님 안녕하세용. 고래회충은 제게 올 상반기의 화두인 듯&&

다락방 2015-04-08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어머님 ㅠㅠ

마태우스 2015-04-09 04:19   좋아요 0 | URL
글게말입니다 이해불가예요 사실은..

Mephistopheles 2015-04-08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지 이번 만우절로 인해 마태님 수명이 많이 늘어나셨을꺼라고 생각되어집니다..ㅋㅋㅋㅋ

마태우스 2015-04-09 04:19   좋아요 0 | URL
그죠^^ 욕은 가끔씩 먹어줘야 합니다

비연 2015-04-08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 만우절 내용 보고 전 정말 진짜인 줄 알았으니. 아마 넘 진실같아 원망 많이 들으셨을 듯. 그나저나 엄마들은 가끔 그러실 때가 있나봐요. 저희 엄마도 가끔..ㅎㅎ;;;;

마태우스 2015-04-09 04:20   좋아요 0 | URL
안녕하셨어요. 내연녀 얘기를 해도 다 믿다니 ㅠㅠ 암튼 비연님 어머님 얘기도 나중에 해주세요

재는재로 2015-04-08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만우저내용 빵터지네요 다음에서글읽어봣습니다마태우스님은마성의남자도대체어떻게여자들의마음을훔치시건지알고싶습니다

마태우스 2015-04-09 04:20   좋아요 0 | URL
재는재로님 안녕하세요 외모가 안되니 훔치기라도 해야죠^^

무스탕 2015-04-08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자나도 얼마전 고래회충 뉴스를 들었을때 마태님 생각 났었어요.
이것도 조건반사인가요? ㅎㅎㅎ

마태우스 2015-04-09 04:20   좋아요 0 | URL
무스탕님...`무`스탕이니 무조건반사일걸요...!

soyo12 2015-04-08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니들은. 다 그러신가봅니다. 저희 엄니는 너 좋으라고 그러지란 말도. 당당하게. ^.^

마태우스 2015-04-09 04:21   좋아요 0 | URL
글게 말입니다. 그래도 저희 엄니는 반성이라도 하셨으니...^^

peolpan 2015-04-12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승호 님과의 인터뷰 잘 읽었습니다.
<서민의 기생충 같은 이야기>

책 앞 부분 재미있네요.
특히 어린 시절 이야기.
연구에 집중하기 전 많이 노셨다고 해서 어찌 노셨는가 했더니 알라딘에서....
그래서 책 다 읽고 알라딘 찾아들어왔는데, 아직도 활동하시네요.

꾸밈없는 소박한, 너무 솔직해서 읽기에 좀 민망한 점도 있었지만 재미있었습니다.
기생충 열전도 곧 읽어봐야겠습니다.

마태우스 2015-04-13 23:49   좋아요 0 | URL
앗 부끄러운 제 삶의 일부라, 읽으셨다니 좀 부끄러워집니다. 알라딘에서 많이 놀았구요, 지금도 마음은 알라딘에 있지요. ^^ 재밌다고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