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손예진

손예진을 처음 본 건 포카리 스웨트 광고에서였다. 손예진이 내 타입은 사실 아니다. 이은주와 같이 나온 <연애소설>에서 내가 차태현이라면 이은주를 택하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으로 보아 그런 것 같다. 하지만 말이 그렇다는 거지, 막상 그런 사람이 주위에 나타난다고 하면 다들 넋이 나가지 않을까. 어려서부터 꿈꾸던 그런 미녀이자 모든 남성의 이상형이 바로 손예진이라고 하면, 너무 과장일까? 싱그러움, 청순함, 맑음, 이런 단어들은 손예진을 위해서 만들어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다른 연예인, 예를 들어 엄정화라면 손이라도 한번 잡고 싶어질 테지만, 손예진을 만난다면 그녀에게 감히 손을 뻗지 못할 것 같다 (이렇게 말하면 "입은 댄단 말야?"라고 말할 사람이 있겠지?).

 

손예진과 준하(원래 이름은 조순우인데, 안유명하니까 준하라고 함)가 처음 만나서 하는 대화다.

손: 귀신나오는 집 데려가 줄 수 있어요?

준하: 네.

손: 노 저을 줄 알아요?

준하: 네.

손: 그럼 내일 낮에 만나요.

손예진과 헤어진 준하, 친구한테 말한다. "노 젓는 것 좀 가르쳐 줘!"

내가 준하였다고 해도 아마 "네"란 말밖에 못했을 거다. 어찌 감히 그녀의 말에 아니라고 할 수 있담? 그건 그녀의 순수함에 대한 도전 같잖아?

손예진을 업은 준하, "무겁지 않나요?"라는 그녀의 말에 이렇게 답한다. "하나도 안무거워요. 업고 서울까지도 갈 수 있어요" 장담한다. 손예진을 업는다면 아무리 빼빼마른 남자라도 수원서 서울, 아니 수원서 부산까지 갈 수 있으리라. 나도 물론....

손예진의 여고 시절은 어땠을까? 다른 연예인들도 다 그랬겠지만, 손예진의 학교앞은 특히나 남학생들로 북적댔을 것 같다. 어느 연예인이나 안티 세력이 있기 마련이다. 아무리 미인이라도 보는 시각에 따라서 안이쁠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손예진을 감히 안이쁘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정말 보는 눈이 없는 거거나, 자존심 때문에 명백한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거다. 그녀가 포카리 광고에 나오는 동안 난 테니스를 칠 때마다 포커리 스웨트를 샀다. 그전에는? 파워에이드를 먹었다!

영화 속에서 손예진이 비를 맞고 뛰는 장면이 있다. 그걸 보면서 난 유니콘을 생각했다. 뿔(우산)을 달고 달리는 하얀 말(손예진). 어찌나 아름다운지, 그것만 봐도 영화비가 아깝지 않았을 것 같다. 현실 속에서 누가 그런다면 "쟤 왜저래?"라고 비웃겠지만, 그게 손예진이라면 많은 남자들이 우산을 들고 뒤를 쫓지 않을까? 그런 손예진이 (영화에서) 조인성을 보면 숨이 막히는 것같단다. 남자인 나도 조인성을 보면 숨이 막히는 걸 느낀다. 짙은 눈썹에, 그 시선 하며... 손예진과 조인성이 진짜로 연애를 하면, 둘 다 숨이 막혀서 오래 못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감상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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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우주 2004-01-24 0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예진에 대한 악평은 끊이지 않더군요.^^ 전 별로 예쁘다고 생각 안 하는데요. 다만, 첫사랑사수궐기대회에 나왔을 때 수영복 입은 몸매는 괜찮았습니다. ^^

덧붙임- 조승우 유명합니다.^^ 제 주위 조승우 팬이 얼마나 많은데요. 이런 말 들음 조승우 팬들 섭합니다.

마태우스 2004-01-24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그렇군요. 전 제가 모르면 남들도 다 모른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서...저를 우주의 중심으로 생각하는 이런 사고가 왕자병의 전구증상이 아닌가 싶네요. 앞으로는 바르게 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로 조승우 말이죠, 미소 하나는 참 멋지더군요.

2004-01-24 2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4-01-24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네... 캐스팅에 나오는 이름을 잽싸게 옮겨적었는데, 옮겨적는 과정에서 실수한 듯... 지적해주셔서 감사한데요, 제가 본문을 고쳐 버리면 님의 코멘트가 뜬금없이 되버리니, 그냥 놔둘께요!!
 

 

 

 

연휴 때 꼭 필요한 것은 TV 프로가 나와있는 신문이다. 내가 빨간펜으로 표시를 해 놓은 것은 두편인데, 그중 하나가 <클래식>이다. 혹자는 내가 코메디 영화밖에 안본다고 생각을 하는 모양인데, 사실 난  <연애소설>같은 멜러도 무지하게 좋아한다. <클래식>은 아름다운 화면과 그에 걸맞는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풀어놓은 영화로, 그런대로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말은 전반부에만 해당되는 얘기고, 후반부는 평행하게 달리던 스토리 두개를 하나로 만나게 하느라 무리를 한 흔적이 역력해, 보고 나서 기분만 나빠졌다. 윗대에서 못이룬 사랑을 아래에서 이룬다? 에이, 영화가 허구라고 해도 그렇지, 너무 작위적이잖아? <클래식>을 보고 느낀 점을 잠깐 써본다.

1. 미모와 음모

손예진과 그녀의 친구-안이쁘니까 안미녀라고 하자-는 조인성을 좋아한다. 손예진이 보기에 조인성은 안미녀에게 호감을 가진 듯하고, 안미녀 역시 손예진에게 끝없이 그 점을 주지시킨다. 가장 흔히 쓰는 수법이 둘이 만나는데 데리고 나와 들러리를 세운 뒤, 둘만의 다정한 모습을 연출시키는 것. 하지만 그건 과히 좋은 방법이 아니다. 자기보다 훨씬 더 이쁜 친구를 자꾸 데리고 나온다면, 확실한 사이도 흔들리지 않겠는가? 더구나 안미녀는 조인성과 확실한 사이도 아닌 바, 그런 전략은 패착이었다.

그래도 안미녀는 온갖 모략과 술수를 써가면서 조인성은 자기 사람이라는 걸 알리고자 한다. 손예진 앞에서 조인성의 팔짱을 끼고, 손예진한테 쓴 편지를 자기한테 쓴 거라고 가로채질 않나, 조인성이 손예진에게 관심을 보이자 "넌 집에 가!"라고 한다. 지가 불러놓고. 그쯤되면 친구가 아니라 웬수가 아닌가. 표정이나 하는 짓이 <천국의 계단>에 나오는 유리같아, 한대 쥐어박고 싶어질만큼 얄밉다.

하지만 안미녀가 그러는 건 어찌보면 당연하다. 자기보다 훨씬 미녀와 싸우는데 음모와 술수를 써야지 어쩌겠는가. 혹자는 페어플레이 운운하는데, 미모가 차이나는 두 여자가 한 남자를 사이에 두고 줄다리기를 하는 건 전혀 공정한 게임이 아니다. 거북이가 토끼를 이기려면 토끼가 방심해서 잠들기를 기다려야 하는 것처럼. 그럼에도 주위 사람들은 안미녀를 욕한다. 치사하게 수법을 쓴다고. 세상에, 손예진과 싸우는데 어떻게 공정한 승부가 되겠는가? 손예진은 큰 두 눈으로 지그시 바라보거나, 눈물만 조금 그렁그렁하면 다 넘어오지만, 안미녀는 옷을 반쯤 벗어도 미동도 안하는데? 그런 불공정한 경기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욕을 먹으니, 안미녀는 억울할 수밖에 없다.

필사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영화 속에서 최종 승리는 손예진의 것이다. 친구 애인이니까 하고 포기하려는 손예진에게 조인성은 성큼성큼 다가오고, 그녀 앞에서 사랑을 고백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둘은 반딧불이 뛰노는 강가에서 키스를 하는데, 안미녀의 행방은 보여주지도 않는다. 뭐, 어느 골방에 틀어박혀 꺼이꺼이 울고 있겠지. 운동선수들 말대로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을까? 아니다. 왜 내게 손예진의 얼굴을 주지 않았냐며 하늘을 원망하고 있겠지. 여자는 아니지만 나 역시 하위 10% 안에 드는 외모의 소유자인지라, 이런 영화를 보고나면 마음이 울적해진다. 영화 속에서나마 안미녀가 이기는 걸 보고 싶다! 그런데... 왜 난 영화를 보는 도중 계속 손예진 편을 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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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우주 2004-01-24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예진이 이뻤기 때문에 조인성과 연결된 거군요..^^; 이 논리는 왠지 마음에 안 드는데요? ^^

마태우스 2004-01-24 0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죄, 죄송합니다. 영화 속에서는 운명적인 끈이 있어서 그리 된거라 하지만 그건 아닌 것 같고, 아무리 생각해도 조인성이 손예진을 택할 이유가 부족하거든요. 글구 제가 글을 쓴 건 안미녀를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으로 그린 걸 비판한 건데, 결론이 이상하게 났지요?

연우주 2004-01-24 0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네요..^^ 글 보고 저도 생각나는 게 있어서 페이퍼에 적었습니다. ^^
J story를 재미있게 봐 주시길. 마태우스님의 글 때문에 생각나서 적은 거니까요.^^

zzz 2004-01-29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손예진이 예뻐서 조인성과 연결된 거는 아니지요..
히힛...주인공 이니까~~가 정답 아닐까요?
사실...영화속 주인공이 안미녀보다 더 이쁠거라는건...
배역을 맡은 배우때문에 생각이 그렇게 드는거잖아요.
어쨌든...부모세대보다는 좀더 용감하게 사랑을 지키는 모습이 보기 좋았어요.
 

 

 

 

나처럼 영화를 좋아하는 얘가 <라이언 일병...>을 안봤다면 다들 이상하게 생각할 거다. 하지만 난 오늘 설날 특집으로 MBC에서 해주는 걸 볼 때까지, 비디오로조차 이 영화를 보지 않았었다. 영화를 안본 이유는 별 게 아니다. 같이 볼 여자가 없었던 탓. 스물을 넘기고 나서 내 곁에 여자가 없었던 것은 2000년과 2001년, 딱 두 해인데, 이 영화는 아마도 그때 개봉했었을 거다. 지금이야 혼자서 극장을 찾을 정도의 뻔뻔함이 있지만, 그전까지만 해도 영화는 남녀끼리, 혹은 여여끼리 봐야 한다고 생각을 했었다. 영화는 그래서 안봤다고 치자. 그럼 비디오로는 왜 안봤을까? 집에 비디오가 없었으니까! 생활 수준에 비해 우리집에 없는 게 두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비디오고, 또하나는 씨디 플레이어다. 후자는 컴퓨터를 사면서 해결이 되었고, 비디오는 2년 전 미국에 가는 누나로부터 가로챘으니 지금은 부족한 게 없다. 욕심이란 게 끝이 없어, 디지털 카메라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게 비디오만큼 절실하진 않다.

 

어찌되었건 궁하면 통한다고, 안보고 버텼더니 이렇게 TV를 통해서 보게 되는 것 아닌가. 그러고보니 <타이타닉>도 작년 추석인가 TV로 봤던 기억이 난다. 그 영화를 할 때는 같이볼 여자가 있었지만, 외환위기 직후라 쇼비니즘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었고, 그 타깃이 직배로 들어온 <타이타닉>이었다. 난 "그 영화를 보면서 고단함을 잊는 관객들을 죄인으로 몰지 말라"는 취지의 글을 어딘가에 썼지만, 정작 나 자신은 극장에 갈 용기가 없었다. 어찌되었건 난 추석 때 눈물을 흘려가며 그 영화를 보았고, 그렇게 재미있는 영화를 극장에서 못본 걸 후회했다. 화면이 작은 것도 그렇지만, 우리말로 더빙을 해놓은 걸 보면 영 생동감이 떨어지니까. 그래도 본 게 어딘가. 좌우지간 날 먹여살리는 것은 팔할이 명절이다.

 

다들 알겠지만, 영화는 라이언의 형제 셋이 죽어서 톰 행크스를 비롯한 여덟명이 마지막 남은 라이언을 구하러 가는 내용이다. 하필 그가 있는 곳이 독일군이 우글대는 지역, 한명을 구하러 여덟이 목숨을 건다는 건 그 여덟의 입장에서는 전혀 이해가 안가는 일이다. 높은 분들은 그런 명령을 내리면서 "아, 우리는 정말 인도적인 나라야"라고 스스로 감동할 테고, 생색도 지들이 내겠지만 말이다. 하여간 톰 행크스를 비롯한 병사들의 희생을 딛고 라이언은 엄마 품으로 돌아간다. 죽을 때 그랬는지, 탐 행크스는 그에게 이렇게 말한다. "남들보다 더 훌륭하게 살아야 해" 마지막 장면에서 노인이 된 라이언은 탐의 묘지를 찾는다. "언제나 최선을 다하려고 하면서 살았읍니다. 다리 위에서 하신 말씀을 생각하면서요"

 

갑자기 생각이 났다. 우리 사회에서도 많은 의인들이 있었지. 몸을 던지는 희생을 통해 다른 사람의 생명을 살린 사람들이. 그로 인해 살아난 그 많은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자신이 빚진 몸값을 하면서 살고 있을까? 아니, 누군가가 자신의 생명을 바쳐가며 자신을 살렸다는 건 기억하고 있을까? 그들 중 하나가 우리가 보기에 평범하기 그지없는 인생을 산다면, 그 누군가의 희생은 덧없는 것일까. 아니, 가치있는 삶과 그렇지 않은 삶은 도대체 어떻게 나누어지는 걸까? 잘 모르겠다. 하여간 이 영화를 보고나니 전쟁이란 것이 일어나면 안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마 이 영화를 본 사람이면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할 거다. 흥행실적으로 보건대 미국 내에서도 이 영화를 본 사람이 많을 터, 그런데 그들은 왜 전쟁이라면 그렇게 환장을 하는 걸까? <라이언...>을 보면서 전쟁의 잔혹함에 대해 느끼는 대신, 라이언 일병에게 그랬던 것처럼 국가가 자신을 어떤 경우에도 책임진다는 생각을 해서는 아닌지.  하여간 희한한 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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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nerist 2004-02-24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1998년 가을에 개봉했는데요? 제가 98학번이라 정확히 기억합니다. ㅋㅋㅋ...
 

 

 

 

극장에서 <매트릭스 2>를 봤을 때, 난 너무도 재미있는 영화를 봤다는 마음을 가지고 극장을 나섰다. 그런데 웬걸, 아는 분들은 전부다 "1편보다 못하"며 "하나도 재미가 없다"고 한다. 전편을 빌미로 속편을 폄하하는 거야 늘 있는 일이지만, 이게 그렇게까지 재미가 없을까 의문스러웠다. 혹시 매트릭스의 흥행을 방해하려는 음모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었는데, 나중에 <매트릭스>에 관한 책들을 읽으면서 1편과 2편을 비디오로 빌려본 결과, 그들의 말이 맞았음을 알게 되었다. 그랬다. 모든 장면장면이 다 예술인 1편에 비해, 2편의 구도는 너무도 느슨했고, 자주 튀어나오는 액션장면은 지루하기 그지 없었다. 그런데 나는 왜 2편을 보고 재미있다고 생각을 했을까? 그건 바로 고속도로에서 싸우는 씬 때문이리라. 웬만한 거 하나만 있으면 '본전을 뽑았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액션영화 사상 최고의 명장면이라고 생각하는 그 화려한 액션에 넋이 나갔고, 극장을 나설 때까지 그 장면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거다.

<철학으로 매트릭스 읽기>라는 책을 쓴 이정우는 1편이 "정말이지 뛰어난, 매우 특별한 영화"라며 2편은 "뛰어난 영화와 시시한 영화의 차이가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교훈적으로 만든 영화 같"고, "여름이면 늘 개봉되는 수많은 블록버스터들 중 한편"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는 두편의 차이를 이렇게 분석한다.

1) 분위기의 차이

-1편: 시작부터 끌까지 한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을 정도로 팽팽한 논리와 이미지가 연속된다

-2편: 구성이 짜임새가 없고 느슨하며, 전형적인 헐리우드 영화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다.

2) 대사

-1편: 철학적으로 매우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긴박감 넘치게 전개되며, 대사 하나하나가 의미심장하면서도 힘이 있다

-2편: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몰고가는 긴장감이 없고, 대사들 또한 맥 빠진 맥주처럼 싱겁기 그지없다.

3) 운명이란 말

-1편: 매우 묵직하고 의미심장하게 다가옴. 모피어스와 네오의 첫 만남에서 나온 운명에 대한 대화, 지구 멸망을 이야기하며 모피어스가 말한 운명과 아이러니, 오라클과 네오가 나눈 대사에서의 운명... 관객의 가슴 깊숙이 자리를 잡는다.

-2편: 네오.모피어스.트리니티가 출전할 때 한 젊은이가 와서 네오가 자신의 목숨을 구했다며 운명 운운함. 하지만 그 젊은이가 누군지, 어떤 맥락에서 네오에게 운명 운운하는지가 전혀 나와있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던져지는 이 대사는 "싱겁"고 "뜬금없다"

4) 모피어스

-1편: 네오는 미지의 세계에 한발짝씩 나아가는 인물이지만 모피어스는 그 모든 것을 주재하며, 1편의 뛰어난 대사들은 거의 대부분 모피어스의 입에서 나온다.

-2편: 시온에서 한 연설이나 마지막 작전을 위해 모인 동지들에게 한 연설은 너무나 진부해,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만화책을 보는 느낌

5) 액션

-1편: 액션 하나하나가 이야기 전개상 필수적, 영화 전체의 흐름에서 확고한 자리를 잡고 있다. 처음 나오는 트리니티의 액션이 황당한 느낌을 주지만, 영화 전개에 따라 설득력을 얻게 된다. 그리고 모피어스가 네오를 수련시키는 장면, 네오가 '그'임이 입증되는 장면, 지하철에서의 결투...모든 액션이 설득력 있게 전개됨

-2편: 불필요한 액션들을 너무나 지루하게 늘어놓아, 시작부터 끝까지 계속 싸움 장면만 나오는 홍콩액션영화를 연상케 한다. 특히 그런 액션에 익숙한 동북아 관객들한테는 더더욱 지루함을 준다.

6) 편집

-2편은 뭔가에 쫓기는 사람처럼 한박자씩 빠르게 편집, 각각의 시퀀스가 가져야 할 감동과 여운이 증발되 버린다. 총알을 맞은 트리니티에게 네오가 기를 불어넣어 살릴 때, "이제 서로 빚을 갚은 셈이야"라는 대사도 맥빠지지만 길게 여운을 끌어야 하는 대목임에도 갑자기 화면이 전환되어 호흡을 가다듬을 틈을 주지 않는다.

7) 새인물

-2편에서 나오는 새 인물들은-페르세포네, 니오베 등...-하나같이 뜬금없이 등장한다. 인물의 성격이나 영화에서 차지하는 의미가 거의 드러나지 않고 불쑥 나타나 액션만 휘두른다.(이상 위의 책에서 베낌)

으...이렇게 베끼다보니, 2편이 형편없는 영화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이건 기대가 너무 커서 그런 것일 뿐, 아무 생각없이 나오는 헐리우드 영화들보다는 그래도 낫지 않을까? 아까도 말했지만 고속도로의 액션 장면은 다시봐도 멋지더만. 이야기 전개상 속편이 꼭 필요한 감독들은 1편을 대충 만드는 것을 고려해야 할 것같다. 2편은 나오기만 하면 욕을 먹으니까. 물론 그건 우리의 고정관념일 수도 있다. <다이하드> 2가 나왔을 때조차 "1편보다 못하다"는 인간을 보면서 난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 수밖에 없었다. 이 사람은 2편을 보기 전에도 이미 그런 결론을 내리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날고 기는 영화 전문가들이 늘 혹평만 써대는 것도 그들이 영화에 대해 너무 많은 기대를 품고 있기 때문이리라. 의무적으로 보는데다 단점을 집어낼 준비를 하고 보는데 어찌 재미있을 수가 있겠는가. 나처럼 아무 생각없이 영화를 본다면 영화 관람이 훨씬 더 즐거울 거다. 특히 2편을 볼 때는 1편의 기억을 다 잊고 전혀 다른 영화를 본다는 기분으로 보는 게 필요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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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염방이 죽었습니다. 사실 전 매염방을 참 많이 좋아했습니다. 지난번에 장국영이 죽었을 때는, 그다지 슬프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주위 분위기가 워낙 침울해 저도 슬픈 척했죠. 에이, 전혀 안슬프다면 거짓말이겠지요. 영웅본색을 보고 자란 제가 왜 장국영이 죽는 게 안타깝지 않겠습니까? 슬퍼하지 않았다는 것은 음해라고 생각하구요, 하여간 매염방이 죽은 건 장국영이 죽은 것보다 열배쯤 더 슬픕니다. 그건 아마도 매염방이 여자이기 때문이겠지요? <미라클>, <홍번구>에서도 그녀를 봤지만, <취권2>에서의 연기는 정말이지 압권이었습니다. 얼마 전 <영웅>에서도 그녀의 모습은 아주 멋졌는데, 그때 이미 암세포가 자라고 있었나봐요....

저의 소희와는 달리, 사람들의 분위기는 대체로 차분합니다. 장국영의 인기가 훨씬 더 높았고, 갑작스럽게 자살을 해서 그런가 봅니다. 하지만 저는 매염방의 죽음이 더 갑작스럽습니다. 암인 걸 전혀 몰랐거든요. 그가 암인 걸 모르는 걸로 보아, 진정한 팬은 아니었던 게지요. 그렇긴 해도, 꼭 진정한 팬이라야 죽음을 슬퍼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63년생이니 40을 딱 채우고 세상을 떠났네요. 스크린에서의 멋진 모습과는 달리, 투병 생활은 그다지 아름답지 못한 것이었겠지요.


매염방이 활약하던 시기는 그야말로 홍콩영화가 전성기를 구가하던 때였습니다. 하지만 홍콩이 중국에 합병되기 전부터 스타들이 하나둘씩 빠져나가더니, 이제는 예전처럼 홍콩영화가 우리나라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홍콩영화의 몰락 이유를 저는 모르겠습니다만, 하여간 그런 광경을 보면서 매염방의 마음은 그다지 편치 않았을 겁니다. 40이라는 나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영화배우들은 다 그렇고, 성룡이 특히 심하지만, 매염방 역시 데뷔 때나 지금이나 아름답고 멋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더군요. 매염방의 매력이 물씬 묻어나는 영화는 개인적으로는 <동방삼협>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물론 스토리는 하나도 없지만, 여자 셋이서 폼잡는 영화 아닙니까. 걸어가면서 뒤를 돌아보는데, 커다란 눈이 멋지게 빛나던 장면은 아직도 기억에 납니다(저같은 사람이 또 있어서일까요. 그 영화는 글쎄 속편까지 만들어졌답니다).

하여간... 2004년은 매염방이 없는 세상에서 살아야 합니다. 있을 때 한번도 잘해준 적이 없다가 꼭 죽고나면 이런 소리를 하는 사람이 있다고 할지 몰라도, 하여간 아쉽습니다. 있을 땐 가치를 모르다가 없어지면 허전한 존재, 공기, 물, 그리고 매염방. 안타까워서, 몇자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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