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는 항구다>를 보았다. 난 영화를 볼 때 노트를 펴고 인상적인 대사나 느낀 점을 대충 적어 놓는데, 이럴 수가. 노트를 잃어버렸다! 이런 걸 대략 '낭패'라고 하는 모양이다. 가뜩이나 머리도 나쁜 내가 노트 없이 어떻게 감상문을 쓴담? 유식한 사람들이야 영화에 담긴 철학 같은 걸 리뷰에 남기니 상관없겠지만, 난 "이러이러한 대사가 맘에 들었다"는 식의 리뷰로 버티는 사람이 아닌가. 노트를 찾아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만사가 귀찮아서 그냥 쓰기로 했다. 혹시 아는가.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리뷰가 나올지?(물론 나도 믿지 않는 소리다)

1. 목포
목포는 나와 인연이 많은 곳이다. 굴에서 나오는 기생충이 있는데, 그걸 가지러 목포에 숱하게 드나들었다. 기차를 타고 목포까지 간 뒤 배를 타고 압해도로 건너가서, 주민 한분이 미리 따놓은 굴을 아이스박스에 싣고 다시 서울까지 왔으니, 하루종일 기차만 타는 거다. 그땐 내가 책과 담을 쌓을 때라, 스포츠서울을 다 보고나면 할 일이 없어, 무료함을 이기기 위해 잠도 자고, 가끔씩 글도 썼다. '노래방 폭파사건'이란 글도 그때 썼는데, 극단적인 반일주의자가 노래방을 일제의 잔재로 단정, 노래방을 하나씩 폭파하는 내용이었다. 그게 써클지에 실렸을 때는 대단한 반향을 얻었지만, 그와 비슷한 글들을 모아놓은 첫 소설집은 엄청난 욕을 먹었으니, 주위 사람의 반응을 너무 믿으면 안되는 법이다. 아무튼 굴을 가지러 가는데 하루를 몽땅 날리는 것은 영 비효율적이라는 의견이 나와 그때 막 생겨난 택배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었는데, 그 뒤부터는 전화 한통이면 굴이 학교까지 배달되었다. 그러면 나는 하루종일 칼을 가지고 굴의 껍질을 까야했고, 그런 다음엔 거기서 기생충을 골라 쥐한테 먹이고 그랬다(신안군 쪽 굴만 기생충이 있으니, 이 글을 읽고 굴을 안먹겠다고 결심하는 분이 없기를 바란다).

우리 누나도 목포 출신의 매형과 결혼을 했다. 사돈 어른은 아직도 목포에 사신다. 영화를 보면 목포가 조폭들의 소굴인 것 같지만, 기차역 근처에서 여러번 자본 나는 한번도 위협을 느꼈던 적이 없다. 그래도 목포가 항구라는 말은 맞는 말이다. 신안군의 여러 섬에서 목포까지 배가 많이들 드나든다. 사람들은 우리가 버스를 타듯이 배를 타고 출퇴근을 했다. <목포는 항구다>는 그런 곳에서 촬영이 되었다.

2. 조재현
<천국의 계단>에서 악녀로 나온 김태희는 동네 할머니들로부터 "나쁜 x"이라는 욕을 들었단다. 생각이 짧을수록 드라마와 실제를 구분하지 못하는 법인데, 나도 그렇다. <진실>에서 악녀로 나왔던 박선영과 <토마토>의 악녀 김지영을 아직도 싫어하는 이유는, 그녀들이 드라마 주인공을 너무 괴롭혔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쁜 남자>에서 여자를 납치해 윤락가로 끌고간 조재현을 내가 좋아할 리가 있겠는가? 이 영화로 인해 조재현이 매력있는 남자임을 알게 되었지만, 매력 있으면 뭐하나. 인간이 되야지...



3. 차인표
차인표나 장동건은 잘생긴 배우의 대명사이다. 이런 배우들의 약점은 "연기보다는 얼굴"이라는 고정관념이 박혀있다는 것. 하지만 이 둘은 조연도 마다않는 투혼을 보인 끝에 제법 연기를 잘하는 배우로 성장했다. 잘생긴 애는 뭘 해도 멋진 법, 재벌2세로 나와도 멋있지만, 조폭 두목도 충분히 멋있다.

4. 패러디
이 영화에는 다른 영화에서 본듯한 장면들이 몇 번 나온다. 영화 자체의 설정도 <무간도>스럽고, <엽기적인 그녀>의 한 장면이 나오며, <친구>에서처럼 달리기를 하는 씬이 등장한다. 차인표와 조재현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달려가는데, 그 표정과 동작이 어찌나 웃긴지 보는 내가 다 유쾌해졌다. 그거 말고도 몇몇 영화장면이 나오는데, 아까도 말했지만 노트를 잃어버린 관계로...

5. 메시지
이 영화는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하는 것으로 보인다.
-조폭이나 형사나, 머리가 좋아야 성공한다.
-보스급 조폭이라면 형사보다 낫다. 남자에게나 여자에게나.
-조폭도 사랑에 빠지면 바보가 된다. 차인표의 신나하는 모습이란...

6. 단점
-검사라는 직업에 대한 감독의 이해가 부족하다.
-챔피언이 된 조재현, 방어전은 왜 안하는 걸까?
-웃기려고 엄청 오버한다.

7. 결론
안봤으면 후회할 뻔했다. 다른 사람은 어떤지 모르지만, 난 재미있게 봤다. 어쩌면 그건 목포에 대한 추억이 남달라서 그럴지도 모른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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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3-31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메시지가 남다른데요~ 그나저나 노트를 잃어버리셨다니 제가 다 안타까운데요. 지금 감상도 좋지만, 인상적인 대사가 꼭꼭 소개되던 감상문에 익숙하다보니...^^ 찾을수 있으면 좋으련만~~

비로그인 2004-04-01 0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먹의 본거지는 벌교입니다용!! 그런 말이 있습죠 여수에서 돈자랑 하지 말고(진/우맘님하고 친하게들 지내십시요)순천에서 인물자랑하지 말고 벌교에서 주먹자랑 하지 말아라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 딴지일보 기자이신 나뭉님이 DVD21이라는 잡지에 쓴 글입니다. 너무 맘에 들어 퍼왔습니다. 다른 분들도 맘에 드셨으면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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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신문에는 심은하의 컴백 기사가 대서특필 돼있다. 은퇴한지가 벌써 5년이 흘렀거늘 그녀에 대한 관심은 사그라들 줄 모른다. 최근에는 이혼하고 잠적한 고현정의 기사가 스포츠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경우가 잦은 걸 보니 참으로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연예계를 떠난 여배우에게 왜 이렇게들 과도한 관심을 보이는 걸까?

한마디로 한국 영화계에 쓸만한 여배우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쓸만한 여배우는 왜 없는 것일까? 매력적인 여성캐릭터가 등장하는 영화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 한반도를 휩쓸고 있는 두 영화,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만 보더라도 매력있는 여자의 역할을 찾기는 하늘에 별따기다. 게다가 소위 대박의 신화를 열었던 <쉬리>, <공동경비구역 JSA>, <친구>에서 여성 캐릭터는 남성 캐릭터를 받쳐주는 보조 역할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여배우가 자라날 토양이 척박하다.

물론 <바람난 가족>, <피도 눈물도 없이>처럼 여배우가 전면에 나섰던 영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묘한 포즈의 문소리를 전면에 내세운 인상적인 포스터를 보면 알 수 있듯 이 영화에서 문소리가 맡은 호정은 연기보다 오히려 벗은 몸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역할이었다. 또한 <피도 눈물도 없이>는 독불로 분한 정재영의 역할이 전도연, 이혜영을 압도하였다.

그나마 지난해 영화를 돌아보면 <스캔들>, <싱글즈>, <장화, 홍련> 속의 여성 캐릭터가 꽤나 인상 깊었더랬지만 역시 부족한 감을 지울 수가 없다. 그만큼 한국영화계에는 여성이 맡을 수 있는 역할이 미비하고 그로 인해 쓸만한 여배우는 한정되어 있으며 그 결과 영화계를 떠난 왕년의 스타에 목을 매는 기이한 경우가 연출되게 된 것이다. 심은하, 고현정에 목 매는(?) 현상이 괜히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남성영화 제작 위주 풍토 속에서 이상적인 역할을 갈구하는 여배우가 충돌하면 벌어질 수 있는 최악의 경우가 바로 <바람난 가족>의 출연을 둘러싸고 발생한 명필름과 김혜수 간의 대립이다.

당시 여론은 <바람난 가족>의 출연을 확정한 상태에서 사극 <장희빈>의 겹치기 출연을 강행한 김혜수의 행동을 나무라는 쪽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그녀의 행동이 도의상 옳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김혜수의 그 같은 결정이 이해 안 가는 것은 아니다. 그녀가 <바람난 가족>에서 맡은 역할은 여자주인공. 앞서에서도 말했지만 그 역은 그동안 김혜수가 쌓아온 이미지와는 정반대되는 것으로 상당한 희생을 요구하는 역할이었다. 게다가 영화가 말하고 있는 바는 남성 가부장 사회의 해체. 그에 반해 TV 사극 <장희빈>에서 김혜수가 연기하게 될 장희빈은 여배우라면 누구나가 한번 쯤은 꼭 해보고 싶은 역할이다. 궁중 암투의 중심에 서서 이를 조정하고 지시하는 적극적인 역할. 영화사측과 갈등이 생긴 것도 무리는 아니다.

결국 이러한 일련의 사태들의 원인이 여성 캐릭터의 부재에서 기인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가 없다. 매력있는 여성 캐릭터의 증가만이 이를 해결 할 수 있을텐데 그렇지 못하다면 주연급 여배우의 부족현상은 계속 될 것이며 그로 인한 심은하, 고현정과 같이 은퇴한 배우에게 목 매는 현상은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다.

욱일승천하는 한국 영화계여, 이제는 여배우를 키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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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껄 2004-04-22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뭉님이 자기 펌글에는 코멘트가 존나(딴지체니 양해부탁드립니다) 없다고 시무룩해서 제가 하나 남깁니다. 이렇게 해서 나뭉님 가슴에 존나(역시! 딴지체) 대못이 박힐 것이라 믿습니다.
 

에...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는 명화인데요, 가장 안생긴 남자가 주연입니다. 그렇다고 말을 잘하냐면 그것도 아닙니다. 버벅거리죠. 그렇담 연기라도? 아, 그것도 아니구요, 연기가 겁나게 어색합니다. 본 사람들은 다들 가식적이라고 하더군요. 그럼 왜 화제가 되냐구요? 그런 사람이 주연을 한다는 자체가 화제 잇셀프 아니겠어요? 주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http://www.ytn.co.kr/news/news_view.php?m_cd=0106&s=0&idx=64588&h_cd=

사진 밑의 동영상보기를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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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4-03-18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봐도 참.... 너무하네요. 그때 상황이 안좋았던 것도 감안해 주시길!

쎈연필 2004-03-18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샤프하세요.

연우주 2004-03-18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마태우스님 멋진데요? 참고로 촬영기사가 '이문세'더군요. 그거 보고 큭큭 웃었습니다. ^^

마립간 2004-03-18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은 기생충을 공생충으로 바꾸려는 의도를 갖고 계시군요.

비로그인 2004-03-18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전에 '장소제공 설대' 바로 그 기사로군요~ 전에 공개된 사진보다, 이 화면이 혈색도 훨씬 좋아보이는거 같네요. 무엇보다, 마태우스님의 목소리를 듣다니! 높고 또랑또랑한 목소리군요. ^^ 여튼 기사를 보니 참 신기합니다~~

연우주 2004-03-18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문제의 그 설대 사건 장소였군요~~~--; 뒷북.

진/우맘 2004-03-18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동영상 보기 밑의 '고개숙인 남성' 어쩌고 하는 광고 때문에 웃었는데.^^ '이 광고는 위의 내용과 관계 없음' 뭐, 그런 문구 넣어줘야 하는거 아녜요?!
그런데, 인터뷰 너무 점잖게 하셔서 이 책이 얼마나 유머러스한지가 잘 어필되지 않을 것 같아요! (정말로 기생충을 목에 감고 하셨다면...-.-;;;;;)

플라시보 2004-03-18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게 잘 봤습니다. 명화였습니다.^^
떨지않고 잘 하시네요. 저 같음 사시나무 떨듯 떨었을텐데.. 기생충과의 공존이라... 함께 고민해 봐야 할 문제군요. (밥 한숟가락 더 먹는걸로 될까요? 흐흐)

chaire 2004-03-18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정이 다양하시네요. 귀여운 표정, 날카로운 표정, 진지한 표정, 멍한 표정... 그리구, 눈이 작다 하셨는데, 아닌 듯합니다. 토끼눈 같다는 인상을 받았지요... <-- 목소리를 꺼놓고 보다 보니, 아무래도 보이는 것에 집착하는 중...

마냐 2004-03-18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정말 대단히 인상적입니다...님은 목에 감고 다니실 수 있다고 하셨지만..화면에 비친 것들과 '공존'을 받아들이기엔 저는 아직 내공이 부족한 모양입니다...^.^;; 조금 웃으며 진행하셨으면 '명화'의 질이 높아졌을듯 하지만..떨지 않고 저런 말을 태연히 하는 것도 주연 배우의 연기력을 높게 사는 점이죠...^^

sooninara 2004-03-18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주인공이 예상보다 갸녀리고 야시시한 목소리더군요..^^
전에 올리신 사진보다는 더 탱탱해 보이십니다..(예전 사진엔 주름이 좀 많더군요..혹시 방송 위해서 석고팩이라도 하셨는지...)

갈대 2004-03-18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 멋지신데요~ 연기가 좀 어설프긴 했지만요..ㅋㅋ 밥 한 숟가락 더 먹고 공존하자는 말씀, 명심하겠습니다^^

가을산 2004-03-18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알레르기 질환의 치료를 위해 일부러 기생충 감염을 시키는 치료를 하는 것을 TV에서 보았습니다. 아직은 일반화 되지 않은 치료지만... 그래도 저라면 아직은 으으~~

책읽는나무 2004-03-28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에 사진보다 정말 볼이 더 탱탱한데요....목소리도...생각했던것보다 더 곱네요...코맹맹이소리도 있는것같고...(스피커에 그렇게 들렸나??^^)....암튼....감명 깊었습니다....^^....설대사건을 그래도 잘 극복하시고...명화 잘 찍으셨네요....^^....한층 더 정겹게 느껴집니다...^^
 

영화 홍보물을 보니 보고 싶어졌고, 그래서 봤다. 김주혁과 엄정화, <싱글즈>의 주연이 나와서
보고싶어졌는지도 모르겠다. 하여간 뭐 그런대로 무난하고 재미도 있는 영화였다는 게 영화를 보고난 느낌이다.



엄정화는 김주혁과 술을 먹다가, 곯아 떨어져 그집에서 잔다. 다음날 아침 화들짝
놀라며 잠을 깬 엄정화, 김주혁에게 "아무일 없었냐?"고 묻는다.
기억이 없는 것, 유식한 말로 필름이 끊기는 건 당사자에게 엄청난 공포감을
불러일으킨다. 기억이 안나는 동안 실수라도 하지 않았을까 싶어서인데,
난 그래서 필름이 끊기고 나면 같이 술마신 사람들을 열심히 피해다니고,
"아무일 없었다. 제발 돌아오라!"는 말을 듣고서야 제자리로 돌아간다.

엊그제 고교 동문회에 갔을 때, 내가 취했을 때 기차역까지 데려다 준 선배로부터
내 무용담을 들었다. 그날 기차역에 같이 간 건 기억이 나지만 어떻게
집에 갔는지는 전혀 몰랐었는데, 뭐 별일이야 있었겠냐 싶었지만
그게 아니었가보다. 그의 말로는 내가 기차역 광장에-사람들이 침뱉고 껌버리고
비듬도 털고 하는 그 광장에!-벌렁 누웠고, "서선생, 일어나!"라는 선배의
말에 이렇게 대꾸했단다. "너도 같이 누워봐! 졸라 좋아!" 그래서 그 선배는
나와 함께 광장에 누웠는데, 하필 그때 같은 대학 선생에게 그 장면을 들켜
민망했다고 한다. 그랬구나, 그런 일이 있었구나. 그 정신으로 집에 간 게 용할 뿐이다.


하여간 김주혁은 엄정화와 자면서 아무 일도 없었는데, 남성의 강한 성적
본능을 신봉하는 사람들은 그게 말이 되느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같이 술을 마시면 보나마나 내가 먼저 술에
곯아떨어질 것이고, 설령 여자가 먼저 취하더라도 상대가 원하지도 않는데
뭔가를 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과연 그, 그럴 수 있을까?).


난 이 영화의 주연으로 장진영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엄정화를 더 좋아한다. 십대들이 정복한 가요계서 댄스가수로 오래도록
장수하고 있으며, 연기도 제법 잘 할 뿐 아니라 결정적으로 이쁘잖는가.
하지만 측근의 말에 의하면 다 뜯어고친 얼굴이고, <아내>란 드라마에서
화장을 안한 모습은 정말 못생겼단다. 흠... 그렇다면.... <아내>는 절대로
보지 말아야겠다! 안보고 계속 좋아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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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03-15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내...에서 화장 안 한 얼굴이라구요? ㅋㅋㅋ 화장 안 한듯 자연스러운 얼굴 표현을 위해서 국내 최정상급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공을 들였을걸요, 아마? 그리고, 그 청순한 얼굴, 이뻤다구요~
필름의 블랙홀, 이란 표현이 갑자기 떠오르는군요. 대학 때 술 먹고, 그 때 한참 심각한 관계였던 선배와 둘이 따로 나와 한 시간 가량 진지하게 대화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너무 진지해서였나...고 시간만 달랑 필름이 나갔더군요. 문제는, 다음 날 선배를 은근슬쩍 떠보니...미안한 얼굴로 '나, 하나도 기억이 안 나서...^^;;' 도대체 우리는 그 한 시간 동안 무슨 대화를 한 것일까... 타임머신을 탈 기회가 주어진다면 꼭 되돌아가 볼 예정입니다. 둘이서 그 시간에 결혼을 약속했을 수도 있고, 선배가 나에게 1억원을 주겠다고 했을 수도 있잖아요. -.-

비로그인 2004-03-15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맞아요, 당췌 기억이 안나는, 뚝 끊겨버린 기억, 그래도 상대방이라도 기억하고 있으면 어느정도 복원은 가능한데, 아무도 기억못하면 정말 미지의 기억으로 남죠. 가끔 안타깝기도 하고. ^^ 엄정화, 성형을 많이 했다고 말들은 많아도, 30대중반에 그 모습인건,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sooninara 2004-03-15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은 성형 티가 너무 나서 걸리긴하지만...저는 아내보고 놀랐습니다..
연기변신을 위해서인지..그런 촌부역을 하다니..물론 그역에 어울리지않게 가슴이 파인 몸에 붙는 윗옷을 입고나와서 눈에 거슬리긴했지만^^(마태우스님이 이말때문에 아내를 보실지도 모르겠네요) 그래도 계속 변화하려는 엄정화는 좋아해요..

플라시보 2004-03-16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엄정화를 좋아합니다. 뭐 노래가 좋다거나 연기가 좋다기 보다는 그냥 엄정화라는 인간 자체가 매력적으로 보여서요. 어린애들이 판 치는 댄스가수를 하면서도 아직까지 잘 버티고 있고 연기도 영화를 망치지 않을 정도로 잘 해 나가는 것이 보기가 좋습니다. 제가 좀 게으르고 열심히 사는 타입의 인간이 아니라 그런지 몰라도 전 저렇게 자기 자리에서 무지하게 노력하는 사람들을 보면 은근히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아직 홍반장 보지는 못했지만 빨리 보고 싶네요. (엄정화 연기는 결혼은 미친짓이다 에서 참 좋았던것 같습니다.)
 



요즘 자기전에 습관적으로 TV를 켜는 버릇이 생겼다. 늘 술에 취해 들어오니 책을 읽기도 그렇고, 잠도 안오고 해서 그러는 것 같다. 엊그제도 TV를 켜고 여기저기 채널을 돌리는데, 갑자기 낯익은 미녀가 눈에 들어온다. 꾸미지는 않았지만, 미모란 건 주머니 속의 송곳처럼 튀어나오기 마련. 그렇다. 그녀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안젤리나 졸리였다. 순전히 졸리가 나온다는 이유만으로 난 별 재미도 없는 <툼 레이더> 1, 2편을 봤고, <오리지널 씬>, <어느날 그녀에게 생긴 일>도 넋을 놓고 보지 않았던가. 내가 졸리를 사모하는 정도는 전에 쓴 <오리지널 씬> 감상문에 잘 나타나 있다.

[...내가 손가락을 입에 넣으면 주위에서 "더러워!"라고 말할 꺼다. 하지만 안젤리나 졸리는 손가락을 입에 넣어도 야하고, 고개를 45도 각도로 돌려도 야하고, 무슨 말을 해도 야하다. 별 줄거리는 없지만 화면에 있는 그녀의 모습만 바라봐도 별로 돈이 아깝지 않은 영화가 아닐까. 화면을 정지시켜놓고 관찰한 결과 그녀의 섹시함은 엄정화와는 비교가 안되는 촛점없는 눈동자와 두툼한 입술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하는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렸다.

물론 입술이 두껍다고 아무나 야한 건 아니다. 우리 때 한 남자애는 입술이 두꺼워서 별명이 '썰면 두접시'였던가 그랬다. 또한 촛점이 없다고 누구나 야할 수는 없다. 나같은 사람이 그랬다간 "멍청해 보인다"는 소리만 들을 뿐이다.... 하여튼, 이름은 '졸리'지만 잠이 확 깨는 '졸리' 만세!]

졸리는 전신마비가 되어 손가락만 움직이는 형사(댄젤 워싱턴)의 자문을 얻어 미치광이 살인범을 쫓는데, 침대에 누운 채 마우스만 움직이는 댄젤의 모습은 베르베르가 쓴 <뇌>를 연상시켰다. 지금이니까 하는 소리겠지만, 혹시라도 내가 그런 상태가 된다면 난 어떻게 해서든지 생을 마감하려 하지 않을까? 비루한 내 모습을 남에게 보이는 것도 고통일테고,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쳐가면서까지 생을 연장하고픈 마음은 생기지 않을거다.

아무튼 졸리는 점점 댄젤에게 끌리는데, 급기야 졸리가 형사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포갤 때는 나도 모르게 이런 말이 나왔다. "안돼!" 졸리만 나오면 민감해지는 내 자신이 나도 민망하다.

결국 졸리는 범인을 잡고, 늘 그렇듯이 범인은 의외의 인물이다. 졸리가 도서관에서 찾은 책의 그림이 실제 살인현장의 모습과 너무도 흡사할 때만 머리칼이 쭈뼛했을 뿐, 나머지 시간은 편하게 TV를 볼 수 있었는데, 이건 내가 범인의 잔혹함에 초점이 맞춰졌을 초반부를 보지 못한 탓이리라. 영화 개봉 때 안본 이유는 뻔한 플롯이라는 생각 때문이었지만, 그때 볼 걸 그랬다. 영화도 그럭저럭 재미가 있었는데다, 졸리의 미모는 대형 스크린에서 더 빛날 것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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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시보 2004-03-13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케이블 TV에서 본 콜렉터를 몇 번 봤었습니다. 그럭저럭 재미있더군요. 거기다 저 역시 안젤리나 졸리를 섹시함의 화신 정도로 생각하는지라...(특히 오리지날 씬 에서는 섹시함의 끝간곳을 보여 주었지요) 졸리 나온 영화중 제일 좋았던건 위노나 라이더하고 같이 나온건데 정신 병원을 배경으로 한 영화거든요(제목은 기억이 잘...) 그 영화에서 안젤리나 졸리 정말 멋있었습니다. 전 무지하게 이쁘고 섹시한 여자가 중성적인 매력을 풍기면 돌아버리는데 거기서 안젤리나 졸리가 그랬거든요. 님도 안보셨다면 꼭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

진/우맘 2004-03-13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졸리의 입술, 같은 여자도 한 번 깨물어 보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킵니다. 저 입술 때문에 한 때 성형외과가 입술에 주사 맞으려는 사람들로 넘쳐났다는 풍설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서시가 미간 찌푸려서 이쁘다고, 다 찌푸리면 이쁩니까. '썰면 두 접시' 소리 듣기 십상이지...

Viewfinder 2004-03-13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만두 같은 그 입술을 좋아하시는군요.
저도 졸리를 좋아했지만 유일하게 맘에 안 드는 게 입술이던데,,,
신인일 때 찍은 Hackers 에서 젤 처음 눈에 띄었는데 역시나 개성 강한 배우가 되더군요.
저는 안 봤지만 플라시보님이 언급한 Girl, Interrupted (1999) 로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받았죠.
졸리 팬이라면 업계에서 졸리를 인정하게 만든 영화 Gia (1998) (기아 아님다 ^^;) 도
좋아하실 겝니다.
졸리의 눈빛은 촛점이 없다기 보다는 사람을 꿰뚫어 볼 것 같은 강렬함과 집중력이 있는 눈빛
아니던가요? ^^

마태우스 2004-03-13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라시보님/그 영화-걸, 인터럽티드라고 뷰파인더님이 가르쳐 주시네요-꼭 보도록 하겠습니다!
진우맘님/전 깨물기는 싫구요, 그저 바라보는 걸로 만족하고파요.
Viewfinder님/눈빛에 대해서... 음... 전 왜 그게 몽롱하게 느껴지죠? 어디 보는지 모르겠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