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가 어떻든, 배우 이름만으로도 꼭 봐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해주는 배우가 몇 있다. 한석규가 그렇고, 류승범도 그렇다(안젤리나 졸리도 내게는 그렇지만, 보고나서 늘 회의를 느낀다). 하지만 그 어떤 배우도 송강호만큼의 울림을 내게 주진 못한다. 이발사가 머리깎는 영화, 평이하기 짝이 없는 소재임에도 볼 생각을 한 것은 다 송강호 때문이다.

이 영화는 이발사인 송강호가 이승만 시절부터 박정희, 전두환 시대를 살아가는 이야기로, 집권 기간이 길었던 박정희 시대가 주를 이룬다. 한 나라의 역사를 조명해본다는 면에서 톰 행크스가 나왔던 <포레스트 검프>와 비슷한 구석이 있다는 생각도 잠깐 했지만, 이 영화는 독재자 치하에서 신음한 경험이 없는 나라 사람들은 공감하기가 힘들 것이다. 그러니 수출을 한다면 피노체트가 다스렸던 칠레 사람들이나 재미있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선거 없이 장기집권하는 걸 독재라고 하지만, 집권 기간이 더 긴 싱가포르 이광뇨나 말레이시아 마하티르의 독재와 박정희는 차원이 틀리다. 유신헌법에 관한 얘기만 하면 영장없이 구금되어 몇 년간의 옥살이를 하고, 심지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기까지 한 유신시절은 세계에서 라이벌을 찾아보기 힘든 광포한 독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해빠진 지금 대통령이 하는 일을 가지고 "군사독재 시절에도 없던 일"이라며 거품을 무는 사람들을 난 이해할 수 없다.

문민대통령을 자임하던 김영삼이 IMF를 불러오자 난데없이 박정희 신드롬이 일기 시작했다. 지금도 많은 이들이 박정희를 찬양하고, 어렵게 이룩해낸 민주화의 과실을 비웃는다. 난 그런 사람들이 이 영화를 반드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측근비리'가 가장 심한 대통령을 묻는 모 월간지의 설문조사에서 절반이 넘는 응답자가 김대중을 선택한 것을 보고 혀를 찬 적이 있다. 그의 아들들, 그리고 권력창출의 터전인 동교동계의 비리가 아무리 크다해도 대통령과 가깝다는 이유로 경호실장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박정희 시절에 비할 바는 못된다. 당시 중정부장과 경호실장은 법 위에 있었다. 경호실장이던 박종규는 걸핏하면 권총을 끄집어내 '피스톨 박'이라는 애칭으로 불렸으며, 중정부장을 하다 권력 밖으로 밀려난 김형욱은 천문학적인 재산을 모았다. 당시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치부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김지하의 명시 '오적'은 그런 시대상에 대한 통렬한 풍자였다.

영화에서 간첩들이 설사를 하자 박정희는 '설사를 하면 간첩'이라며 어린 아이까지 잡아다 고문한다. 모르긴 해도 그 에피소드는 민청학련사건을 풍자한 게 아닌가 싶다. 실체도 없는 사건을 조작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게 한 그 사건은 국제 사법연맹으로부터 "오늘은 사법사상 암흑의 날"이라는 말을 듣게 했으며, 영국의 한 신문은 "한국에서 민주주의가 뿌리내리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이 피어나는 것과 같다"라고 하기도 했다. 그랬던 사람들이 한국에서 불고있는 박정희 신드롬을 본다면, 그의 딸이 제1야당의 대표로 인기를 끌고 있는 현 상황을 본다면 우리나라를 얼마나 비웃을까?

흔히 공과를 따지자고 한다. 수많은 노동자들이 이룩한 경제발전을 온전히 박정희의 공으로 돌리는 것도 동의할 수 없지만, 설사 그렇다해도 그가 저지른 인권탄압의 정도가 경제 분야에서 이룩한 업적을 상쇄하고도 남는다는 사실에 박정희 추종자들이 왜 눈을 감는지 이해할 수 없다. 그것도 모자란지 독재자의 기념관이 지어지려고 하는 한심한 나라, 박정희의 후광을 업고 정치판에 뛰어든 그의 딸이 그 당시 희생된 분들에게 사과를 하지 않는 건 지극히 당연해 보인다. 송강호의 연기에 웃고 울었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 마음이 착잡했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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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4-05-08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박정희시대의 향수를 추종하는 사람들을 보면 가슴 한켠이 너무도 쓸쓸해지곤 합니다. 무수한 생명을 무차별적으로 앗아간 무소불위의 권력을 그리워한다는 일은 김일성의 정권을 옹호하는 일과 무엇이 다를까 하는 의구심이 생기면서...

마태우스 2004-05-08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여우님/그러게 말입니다!!
곰도리님/앗! 이 영화에 대해 다른 분들이 훨씬 더 좋은 리뷰를 올려주셨는데...부끄럽습니다.

호밀밭 2004-05-08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송강호라는 배우가 가진 자리가 점점 깊어지는 것 같네요. 정말 박근혜를 보면 망한 왕조의 비운의 공주인 양 행동하는 것이 참 그래요. 본인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는 게 문제지만요. 메이저급 서재라 코멘트 쓰기 조심스럽지만 그냥 한 번 써 봅니다.

마태우스 2004-05-08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밀밭님/아이, 서재에 메이져, 마이너가 어디 있어요? 코멘트 감사드려요.

갈대 2004-05-08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메이저리거.. 전에 썼던 '나의 서재 네트워크' 기억나시나요?
마태우스님 서재는 이제 제법 큰 허브가 되었습니다^^

연우주 2004-05-09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저도 재밌게 봤는데 감상평을 미루니 더 쓰기 힘들어지는군요.
 

<방탄승>은 엄청난 파워와 불로장생을 가능케 하는 두루마기를 빼앗으려는 악당들의 음모를 주윤발과 그의 제자가 물리친다는 얘기다. 그 제자는 우연히 발탁되는데, 무공을 배우는데 무슨 특별한 신체조건이 필요한 건 아닌 듯했다. <매트릭스>에서 저항군들은 오라클의 예언에 따라 매트릭스로부터 지구를 구해낼 '그'를 찾아다닌다. 네오가 과연 '그'인지 아닌지 관심이 집중되지만, 관객들은 이미 안다. 네오가 '그'라는 걸. 네오가 점점 엄청난 일들을 해내면서 자신이 '그'라는 것을 깨닫는 과정이 그런대로 재미있다. 내가 읽다가 만 <슬램덩크>는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강백호가 훌륭한 농구선수로 성장하는 얘기다. 가끔씩 놀라운 묘기를 보이긴 하지만, 어이없는 플레이를 더 많이 하는 게 웃음을 유발한다. 이런 이야기들은 너무 흔해서, 나열하자면 끝이 없을 정도다.

<아라한 장풍대작전>은 위에서 열거된 작품들과 동일한 플롯을 가지고 있다. 경찰인 류승범이 마루치라는 건 영화 속 인물들만 모를 뿐, 관객들은 다 안다. 다만 그가 어떤 계기로 마루치가 될지, 그 과정이 말이 되는가가 궁금할 따름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난 영화가 처음부터 끝까지 말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보고나서 재미있었다고 생각되는 것은 류승범의 개인기가 구성의 엉성함을 상당부분 커버했기 때문이었다. 류승범 말고 어느 누구도 그 역을 대신하지 못했으리라. 그의 말 한마디, 표정 하나하나가 예술이었고, 몸도 아주 잘 만들어져 있다. 그렇긴 해도, 배우 하나에 의존하는 영화를 '좋은 영화'라고 부를 수는 없을 것 같다. 무술 영화인 것을 감안한다 해도, "으아아아"라는 대사가 너무 많이 나와 멀미가 날 지경이었고, 한자를 동반한 고리타분한 설교가 시도때도 없이 등장하는 것도 짜증이 났다.

 

영화에서 윤소이는 편의점 알바를 하다가 좀도둑 같은 애가 있으면 쫓아가서 혼내준다.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는 털이범을 쫓기 위해 그녀는 빌딩과 빌딩을 가로지르며 활약을 하는데, 문제는 그렇게 느려서야 범죄를 다 소탕할 수 없다는 것. 내가 지금 읽고있는 책에 나온 얘기를 하나 해본다. 울트라맨이라는 만화에서 울트라맨은 컬러 타이머가 꺼지는 3분 이내에 적을 물리쳐야 하는데, 싸우는 시간이 1분은 되어야 하니, 마하5의 속도로 적이 있는데까지 2분에 가려면 반경 200킬로가 고작이다. 그러니 일본 전체를 적의 위협에서 지키려면 6,000명의 울트라맨이 있어야 한다나? 윤소이와 류승범도 범죄없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축지법같이 대단한 뭔가가 있어야 할 듯 싶다. 자기 앞에서 일어나는 범죄만 소탕한다면-그것도 의미가 없지는 않겠지만-그게 무슨 소용인가? 더구나 그 사실이 알려진다면, 그 앞에서는 범죄자들이 얼씬도 안할 텐데. 그리고 윤소이 얘기나 나왔으니 말인데, 이왕이면 좀 따뜻한 미소도 짓고 그러지 왜 시종일관 짜증만 내는걸까. 난 영화 이미지에 따라 사람을 판단하는 놈이라, 송혜교도 싫어한다. <순풍산부인과>에서 화만 내는 역으로 나왔으니까. 이쁘게 생겼다는 데는 동의해도, 그녀를 불과 27명의 여인만 등재되어 있는 '내가 좋아하는 여인 리스트'에 올릴 것같지는 않다.

곧 <트로이>가 개봉될 모양이다. 예고편을 보니까 돈은 무지하게 쓴 것 같다. 수많은 병사들이 진군하는 모습이나 트로이의 목마같은 걸 보니 원없이 돈을 썼나보다. 뭐, 내돈이 아니니까 그렇다치고, 아킬레스 역을 맡은 이는 브래드 피트다. 책을 보면 아킬레스는 여자처럼 생겨서, 전쟁에 안나가려고 여장한 채 도망다녔다. 잘생기긴 했지만, 브래드 피트는 아무리 꾸며도 여자같진 않던데, 차라리 올란도 블롬(구 레골라스)이 아킬레스 역에 더 잘 어울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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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굼 2004-05-03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보는 취향이 저하고는 워낙 다르시다는걸 느끼네요^^;

마태우스 2004-05-03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salt님, 재미가 없단 건 아니구요, 개인기에 너무 의존했단 얘기죠. 구도가 꽉 짜여져있고 개인기가 뒷받침되면 더 좋았을 거라는.... 저도 뭐 많이 웃었어요.

이파리 2004-05-03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7명... 그 중에 마태우스님의 짝은 있으신지?(일부러 염장지르는 소리를 하고 있음)
눈을 좀 낮추셔요~*

waho 2004-05-03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어제 봤는데 생각보다 재미있던데요..몇가지 아쉬운 점이야 있지만 귀엽게 봐줄만한 아쉬움이었는데...극장에서 보길 잘했지 비디오로 봤음 재미가 덜했을 것 같아요.
님은 재미 없으셔서 어쩌죠...ㅎㅎ
주위 반응도 반반이더군요. 재미 있다, 유치하다. 전 유치해서 재밌던데

마냐 2004-05-03 1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머. 마태우스님, 영화 리뷰 정말 멋있어요..*^^* 윤소이의 찌푸린 '오버'는 정말 아쉽죠. 그렇게 쭉쭉빵빵 시원한 아가씨가..더구나 그녀는 길쭉한 몸매와 미소가 매력인 것을.
 

<라이어>를 봤다. 난 대학로에서 절찬리에 공연된 연극을 봤었는데, 영화평들을 보니 "연극 본 사람들은 절대 보지 마세요"라고 되어 있다. 내 경우는, 연극을 봤었기 때문에 이 영화를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그 연극의 재미있던 장면이 떠올라 혼자 웃곤 했기 때문이다. 내가 연극을 그래도 좀 본 편인데, <라이어>만큼 많이 웃은 적은 아직까지 없었다. 거의 십초마다 폭소가 터졌다. 영화를 보면서 그걸 볼 당시의 추억-남자랑 봐서 좀 찝찝하긴 하지만-을 떠올릴 수 있었던 것은 좋은 점 같다. 특히 "상구는 학교갔잖아!"란 말이 어찌나 웃기던지.

하지만 이건 나만의 생각일 뿐, 다른 이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다. 치마도 짧고 미인인 여인이 자기 남자친구에게 이런다. "에이, 돈아까워!" 그때 난 이런 생각을 했다. "저렇게 늘씬하고 이쁜 여자가 영화값까지 냈나보지?" 다시금 남자를 봤지만, 외모는 나보다 그렇게 나은 게 없다. 아마 다른 뭔가가 있겠지, 라고 생각을 정리했다. 아무튼 <라이어>는 영화보다 연극이 훨씬 재미있다. 아니, 연극은 재미있는데 영화는 재미없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다. 사건의 주 무대가 집안이라, 굳이 영화적 스케일이 필요하지도 않고, 평소에 좋아하던 손현주는 오버만 한다. 냉정하게 따지면 영화가 연극보다 10분의 1 정도밖에 안되지만, 별점평균이 8.13(맥스무비, 4월 27일 현재)인 걸 보면 그 정도의 웃음에도 만족하는 사람들이 많나보다. 공형진의 연기는 역시 수준급이고, 주진모는 잘생겼지만-걔는 해피엔드에서도 바람피우는 역으로 나오더니-글쎄다. 8점을 넘는 건 좀 후한 게 아닌가 싶다.

나도 그렇지만, 사람들이 <라이어>를 보는 이유는 달리 볼 영화가 없기 때문이다. <태극기>와 <실미도>의 열풍이 휘몰아친 다음이라 그런지, 지금 영화판은 좀 썰렁한 느낌이다. <아라한>과 <효자동 이발사>, <트로이>와 <여자는 남자의 미래> 등이 개봉하는 5월이면 굳이 <라이어>까지 찾아서 볼 필요가 없을 것같다. 그러고보니 <라이어>를 괜히 봤다는 생각이 든다. 그럴 시간이 있으면 보고싶었는데 못보고 미뤄둔 <송환>을 보는건데.


송선미에 대해서 한마디만 해보자. <미술관 옆 동물원>에서는 별로 존재를 못느꼈고, <두사부일체>에서 그녀를 보고 "와, 이쁘다!"고 했었는데, 그 후에도 그녀는 이쁜 거 말고 다른 무엇을 보여준 적이 없는 것 같다. <목포는 항구다>에서도 그랬고, 이번 영화에서도 그건 마찬가지다. 그러다보니 <은장도>같은 영화에도 출연하고 그랬는데, 김희선이 나온 영화가 번번히 실패하는 것처럼, 영화는 연기력의 뒷받침이 없이는 안되는 장르니, TV에서 좀더 연기력을 쌓고 오는 게 나을 것 같다. '스타정보'를 보니 "신장-176Cm, 체중-53Kg, 33-24-35"라고 되어 있다. 176이면 나와 키가 똑같은데 그 키에 과연 53킬로가 가능할까 의문스럽다. 나보다 무려...27킬로가 덜나가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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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 2004-04-27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이어 보셨어요. 근데 재미 없나요!!
제가 보고 싶다고 생각한것을 마태우스님의 저보다 한발 먼저 보시구 정리를 해주시네요. ^^

플라시보 2004-04-27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술관옆 동물원에서 송선미의 연기는. 솔직하게 말 하자면 옆에 있으면 한대 맞았습니다. 그나마 심은하가 많이 만회를 시키긴 했지만 송선미의 그 어설픈 대사치기..그나마 요즘은 구강구조에 손을 좀 대서 옛날처럼 발음이 어눌하진 않더군요. 가끔은 여배우도 얼굴에 칼을 대야 할 이유가 있음을 증명해 준 셈입니다.

비로그인 2004-04-27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라이어도 왠지 한번 봐줄까- 했는데, 영 마음이 안내키더니...영화보다는 연극이 훨씬 나은 모양이로군요. 주진모도 후속을 좀 잘 터트렸어야 했는데..T^T 다음에 기회있으면 라이어 연극이나 봐야할까봐요~

Choice 2004-04-27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전 재밌게 봤는데.--; (참고! 연극은 안봤습니닷.)
마태우스님 안녕하세요. 꾸벅. 매번 재밌는 글만 읽고, 인사는 안하고 있던 아이입니다.==; 헷.

ceylontea 2004-04-28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76에 57Kg 가능할 것 같아요...
저랑 같이 일하는 사람을 만나기 전까지는 저도 거짓말이라 생각했었는데... 그 사람을 보니 가능하겠더군요. 그 사람은 지금 170Cm에 45Kg... ^^

조선인 2004-04-28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은 우리 신랑과 키는 같고, 몸무게는 8키로나 덜 나가네요. ^^

파란여우 2004-04-28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이어를 보려 하던 마음이 싹~ 마태우스님이 영화 '라이어'의 관람 방해공작원같은 느낌이...ㅎㅎㅎ.근데 송선미의 연기는 영 시원치 않아서..왜 영화에 출연하는건지..의심--+;;

마태우스 2004-04-28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와, 8킬로나 덜나가시는군요? 날씬해서 좋겠다...
파란여우님/그쵸? 미모에 비해 연기가 너무 약하죠.
실론티님/57이면 몰라도, 53은 좀 낮춘 거겠죠?
진스님/저도 처음 뵙겠습니다. 저도 인사하러 가겠습니다.
플라시보님/님의 영화평은 언제나 멋집니다. 저도 그렇게 쓸 날이 올까요?
앤티크님/그래요, 연극이 훨 재미있어요. 아직도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에너님/말린 게 잘한 건지 모르겠네요. 재미있다는분도 계시니...
 

<범죄의 재구성> 포스터를 봤을 때, 영화를 보고픈 마음은 별로 들지 않았다. <자카르타> 비슷한 영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영화의 질을 담보해줄 배우가 나오는 것도 아니었다. 박신양이 있긴 하지만, 그는 벌써 몇 번의 실패로 내 신임을 잃은 터, 이문식이 아무리 뛰어나다 한들 조연에 불과했다. 염정아? 그사람 영화 중 내가 감명깊게 본 게 뭐가 있더라?

하지만 딴지일보에서 영화평을 쓰는 사람으로부터 "졸라 재밌다"는 말을 들은 뒤, 상황은 급변했다. 그 영화는 꼭 봐야하는 영화가 되었고, 다른 사람이 그것에 대해 쓴 영화평도 의도적으로 피했다. 보고난 결론이다. "안봤으면 큰일날 뻔했다!"

영화의 분위기는 완전히 <오션스 일레븐>이었다. <오션스..>에서처럼 범행의 준비가 치밀하고 계획이 천재적인 것은 아니지만, 이정도면 꽤 잘만든 범죄영화 아닌가? 결말도 나름대로 상큼했던 것 같다. 물론 박신양보다는 브래드 피트가 더 멋지고, 김선생보다는 조지 클루니가 더 느끼하다. 이것도..사대주의의 일종일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영화는 차량 추격신으로부터 시작된다. 차 여러대가 작살이 난다. 그걸 보면서 느낀 점, "와, 우리 영화도 저런 게 가능하구나..." 옛날에 <투캅스>라는 영화가 있었다. 그때 그랜져 한 대가 부숴졌는데, 그걸 위해 중고 그랜져를 샀다는-아닌가? 영화 관계자 차를 빌렸던가?-말을 듣고 마음이 아팠다. 헐리우드에서는 쓸데없이 차를 부수는데... 하면서 말이다. 정말 한국영화 많이 좋아졌다. 옛날에야 한편에 십억 들이면 고액이었지만, 요즘은 백억짜리 영화도 나오지 않는가? 100억이면 천만불에 가까우니, 웬만한 헐리웃 영화의 5분의 1까지 육박했다고도 할 수 있겠다. 영화판에 종사해본 사람은 그 마당이 복마전이고, 수익의 분배가 매우 비상식적이라고 하지만, 외형적으로만 그렇단 얘기다.

인상적이었던 이문식의 대사.
"카프카를 알아? 그게 부조리야. 내가 제비랑 친해요. 그런데 집은 몰라!"
부끄럽지만 아직 카프카를 읽지 않았다. 어렵다는 고정관념 때문이었는데, 그걸 깨려고 몇 달 전에 샀다 (짝짝짝!). 그런데...역시 아직 읽지 않았다. 내공을 좀 쌓고 읽자는 생각 때문에. 지금 밀린 거 두 개만 읽으면 곧바로 읽어야겠다. 카프카가 부조리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려고. 책 안읽으면 영화 보기도 이렇듯 힘들다.

역시 이문식이 했던 인상적인 대사.
"'마'가 들어가는 말 중 좋은 말이 없어요. 마리화나, 대마, 경마, 임마!"
'마태우스'도 그런 보기에 들어갈 수 있겠다. 하지만 '마냐'는 아니다^^ '마립간'도 아니다.

영화를 볼 때 주의할 점. 너무 생각을 하지 말라! 난 너무 영악한 나머지 중간쯤에 이미 진실을 알아 버렸다. 그러니 반전이 있어도 심드렁할 수밖에. 이건 순전 온갖 음모로 점철된 우리 정치사 때문, 정치의 불안정이 스릴러 영화를 재미없게 만든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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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4-04-18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배우 '이문식'씨가 꼭 마태우스님 사촌같은 느낌이 옵니다. 작은눈에 서민적인 분위기가 비슷~ 그분과 족보관계가 어찌 되시는지요?^^

갈대 2004-04-18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도 8촌 안쪽일 것 같습니다..ㅋㅋ

마냐 2004-04-19 0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꺄아~ 저, 쫌 전에 이 영화 보고 들어왔걸랑요...뭐, 국산영화 편견 가진게 아니라고 강변하고 싶지만...암튼, 한국영화에서 흔치 않게 탄탄한 시나리오. 음화홧. 정말 신나게 봤어요. 이 정도면 정말 꽤 잘 만든 '범죄의 재구성!' 저두...리뷰 올리려 했으나, 낼 출근 생각해서 천천히 하려고 하는중...마태우스님 감상 보니, 넘 반가와서..ㅋㅋㅋ

sooninara 2004-04-19 0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젯밤(그젯밤인가?)에 그냥 집에 가기 심심하여.(술이 알딸딸하게 ..조금 더 마셨어야지 잠이 올텐데^^) 남편을 불러내고..저는 안양 롯데 시네마로 직행했죠. 남편하고 심야 11시 40분영화를 보았습니다..그런데..남편이 주차하느라 늦어서..앞에 5분을 못봤어요..ㅠ.ㅠ..추격신이었군요...정말 상큼한 샐러드 같은 영화더군요^^ 내용은 다 알지만 볼만해요..반전이랄 비밀도..눈에 뻔하게 보이지만..시나리오도 탄탄하고..연기도 좋고..웃기기도 잘하고...참 즐거운 영화였습니다..(알콜때문인지..영화보면서 절대로 안조는 제가 중간에 5분을 깜박 졸긴했지만서두)

비로그인 2004-04-19 0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정말 반전은 중간에 다 눈치채긴 하는데, 그래도 그게 영화보는데 큰 지장은 안주는 거 같아요. ^^ 근래 본 스릴러 중엔 제일 좋았어요. 특히 마지막이 너무 깔끔해서. ^^

마태우스 2004-04-19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여우님, 갈대님/우리 삼촌은 왜 영화에 나와서 오해를 받게 하는걸까??
마냐님/그치요, 재미있지요? 심야영화 보시는 거 보니까 무지하게 낭만적인 삶을 사시네요
수니나라님/아니 거기서 바로 영화보러 가셨단 말이어요? 낭만점수 2점 드립니다. 그리고 그 추격신 말이죠, 후반부에 리바이벌되니 안보셔도 무방합니다.
앤티크님/반전을 저만 눈치챈 게 아니군요. 흐음... 결말이 깔끔하다는 건 다들 동의하시는군요^^

이파리 2004-04-19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타리님이랑 저 담주 수요일 보러 가기로 했어요.(가까운데 사는 관계로..) 그때까지 하겠죠???

플라시보 2004-04-20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내일 이 영화를 보기로 했습니다. 기본 1주일에 한편은 보던 룰이 좋지 않은 몸 상황으로 인해 너무 밀렸습니다. 양동근 나오는 영화도 보고 싶었는데 그만 막을 내렸더군요. 님의 글을 읽고나니 더욱 보고싶어집니다.

다연엉가 2004-04-20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아이들 샘인 프롬님과 함께 보러가자기로 약속했습니다...마태우스님 광고비 받으세요.

바지삽세 2004-04-24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두나두 보고파요ㅠㅠ

이파리 2004-05-03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극장을 갔습니다. 울타리님과 팔짱을 끼고...
그리고 둘이서 오붓하게 봤습니다. 그리고 가끔.. 아니 자주 웃고 떠들고, 큰 소리로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우리 둘 밖에 없었거든요.^^
그리고 둘이 팔짱을 끼고 나왔습니다. 약간 썰렁함을 느끼면...
 

대단한 비밀은 아니지만, <목포는 항구다>를 본 날 <맹부삼천지교>를 봤다. 그 주인공도 조재현이니, 그날은 조재현의 날이었던 셈이다. 하루에 두편의 영화를 보는 건 그리 좋은 일은 아니다. 먼저 본 영화가 뒤의 영화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옛날에 <터미네이터>를 보고나서 바로 맞은편 극장에서 상영중인 <스카페이스>를 보는데, 어찌나 재미가 없던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런 짓을 한 것은 워낙 영화에 굶주렸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고나니 괜히 그랬다 싶다.

맹부삼천지교, 제목만 봐도 아들을 서울대에 보내기 위해 무슨 짓이든 불사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그려진다. 다행스럽게도 여기에 조폭이 끼어들면서 그렇게 뻔한 스토리만은 아닌 게 되었지만, 그래도 별 재미는 없었다. 동태를 파는 조재현은 뻑하면 칼을 가지고 설치고, 다른 배우들의 오버도 못봐줄 수준이다. 영화 스토리가 대체로 말이 안되니 막판에 이루어지는 화해도 별 공감이 안간다.



그렇다고 건질 게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영화 시작 전 <고티카>의 예고편을 봤는데, 굉장히 무서울 듯하다. 역치가 높아져 웬만한 공포영화에는 눈도 까딱 않는 내가 필히 봐야할 영화인 듯.
-소이현이 나와서 좋았다. 옛날에 한가인에게 혹해 재미 하나도 없는 <노란손수건>을 열심히 본 적이 있는데, 드라마를 보면서 점점 소이현이 좋아져서, 지금은 나오기만 해도 가슴이 뛴다. 사람들 말로는 최지우를 닮았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최지우를 보고 가슴이 뛴 적이 한번도 없는 걸로 보아, 소이현에겐 그녀만의 뭔가가 있다. 젊음? 발랄함? 긴 혀? 그렇긴 해도 그녀가 연기를 잘한다거나 그런 것 같지는 않고, 영화 속에서 내가 봐도 짜증이 날 정도로 삼촌을 무시하지만, 다 용서하자. 이쁘니까.
-"아이에게 적성에도 안맞는 무리한 일을 강요하지 말자"는 메시지는 옳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고 아이들을 괴롭히는 걸 그만둘 부모가 있기는 할까?
-잠깐 매력을 느꼈던 조재현이 이 영화로 인해 다시금 싫어졌다. 이것도' 건질 것'에 포함이 되는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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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 2004-03-31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맹부삼천지교 재미 없나요. ^^

연우주 2004-03-31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쁜 여자는 다 좋아하는 마태우스님!!!! ^^

진/우맘 2004-03-31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관객들의 웃을 타이밍을 교묘하게 피해간다> 뭐, 그런 류의 영화평이 붙은 슬픈 영화더군요.^^; 저는 오늘 <아홉살 인생>볼거랍니다~~~~(바쁜 아줌마에겐, 영화 한 편 보는 것도 큰 자랑거리임.^^)

마태우스 2004-03-31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너님/네 그렇습니다. 저만 그런 게 아니라 별점 평균도 5.6인가밖에 안되더군요.
우주님/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제가 좋아하는 사람은 강수연, 이효리, 김정은, 레이싱걸 추미정, 이은주, 그리고 소이현 정도입니다!
진우맘님/'바쁜 아줌마'라는 글귀가 '예쁜 아줌마'로 보이는군요. 제가 요즘 좀 피곤해서요...

연우주 2004-03-31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런 스탈들을 좋아하시는군요... 이 상황에서 지난번에 마태우스님께서 해주신 말을 되돌려 드려야 할 듯. '그래서 님이 절 미워하시는군요!' (^^;)

비로그인 2004-04-01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젊음? 발랄함?은 이해가 가지만 긴혀?? 긴혀는~~아~~~모르겠는데요??몹니까??

LAYLA 2004-04-08 0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재현 아저씨는 좋은데 왜 항상 영화가 망할까....ㅠ

이파리 2004-04-19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쉬~* 이효리는 빠지질 않는군요!
저도 조재현 아저씨는 좋은데... 작품은 영~ 안타깝습니다.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