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아득한 이야기지만, 내가 어렸을 적에는 책받침이라는 게 있었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용도가 노트에 받치고 글씨를 쓰기 위함이었던 것 같다. 그런 용도 이외에 책받침은 책받침 싸움, 그러니까 상대의 책받침을 누가 더 많이 뽀개는가 하는 게임의 도구였고, 나처럼 더위를 타는 사람에겐 유용한 부채였다. 튼튼한 재질로 시원한 바람을 보내주는 책받침만큼 부채로서 적합한 게 또 있을까? 종이 사이에 군데군데 나무살이 박힌 부채는 금방 찢어졌고, 나무로만 만들어진, 은은한 향까지 나는 고급 부채는 모르고 한번 깔고앉았더니 이내 박살이 났다. 책받침이 추억의 학용품이 되어 버린 게 그래서 아쉽다.

온난화 탓인지, 부채를 길거리에서 나눠주는 일이 잦아졌다. 몇 년 전에 천안역 앞에 있는 안경점에서 동그란 아크릴로 된 부채를 박스에 쌓아놓았다. '하나씩만 가져가세요'라는 문구에 쫄아 사흘간 세개만을 챙겼다. 두 개 집어야겠다는 검은 마음을 품고 간 나흘째, 상자는 이미 없어졌다. 역시 기회가 있을 때 집어야 하는데... 사실 부채는 많을수록 좋다. 부채로 바람을 부치고 있으면 꼭 빌려달라는 애가 생기고, 대개의 경우 돌려주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다른 건 몰라도 사람들은 아크릴로 된 부채에는 아무런 부채의식이 없는 것 같다. 그렇게 잃어버릴 것에 대비해서, 난 가방에 최소한 3개의 부채를 갖고 다닌다.

홍대 역 앞에 'xx 아트빌 분양! 실입주금 2천만원'이란 선전문구가 박힌 아크릴 부채가 쌓여 있었을 때, 난 이전의 경험을 거울삼아 왕창왕창 부채를 집어갔다. 한번에 열 개씩, 몇 번을 옮겼는지 모른다. 그것도 부족해서 차를 가지고 가서 담아오기도 했다. 일가친척들을 다 나누어 주고, 친구들한테 다 빼앗기고 했지만, 우리집 창고에는 아직도 그 부채가 많이 남아 있다. 지금도 한 50장 정도? 다 좋은데 그 부채는 손잡이 부분이 지나치게 길어 불편했고, 손잡이를 떼어내면 폼이 안났다. 그래도 내 가방에 들어있는 부채는 대부분 그거다. 가방에서 끝없이 그 부채가 나오자 주위 사람들은 나와 xx 아트빌의 관계를 의심하기도 했다. "혹시....그 아트빌 니꺼니?" '2002년 7월말 즉시 입주'라는 문구를 보니, 그게 벌써 2년 전이다. 다시 말해서 그 아트빌이 분양되지 않았다면 난 여름을 매우 덥게 보냈을 거다.

얼마 전, 굉장히 좋은 부채를 2개 얻었다. 재질은 같지만 훨씬 튼튼해 부채질하기가 편하고, 특히 손잡이 부분이 아주 맘에 든다. 문제는 그 내용이다. 이쁜 여자 사진과 함께 이런 문구가 씌여 있다.
[-쇼!쇼!쇼! 쿨 섹시크럽
-모든 것을 내렸습니다!!
-밤샐 때까지 팁 3만원
-20대 미시 99%!
-섹시크럽이란?
 @절대로 미시크럽이 아님(20대 도우미 99%)
 @ 절대로 비즈니스 크럽이 아님(노는 수준은 북창동)
-Tel: 323-6517]

비즈니스크럽과 미시크럽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이런 데는 절대 가면 안된다. 친구의 꼬임에 빠져 갔더니 팁값이 싼 대신 술값이 무지하게 비쌌고, 그나마도 자칭 미시인 여자분들이 술을 차곡차곡 버리니 총 액수는 전혀 싼 게 아니었다. 이런 부채로 부채질을 하니 주위의 시선이 곱지 않은 듯했다. 그래도 난 이 부채가 좋다. 내용이 문젠가. 시원하기만 하면 되지!(여자 사진 때문에 시원한 건 결코 아니다. 부채가 잘 만들어졌단 뜻이다). 바람에는 저질과 고질의 구별이 없는 법, 다른 부채는 다 빼앗겨도 이 부채만큼은 안뺏길 생각이다. "부채 좀 빌려줘"라고 하면 무조건 난 "xx 아트빌" 부채를 내줄거다.

* 원래 쓰려던 게 이게 아니었는데, 졸리니까 횡설수설해지면서... 졸릴 때는 그냥 글쓰지 말고 자야 합니다... 참, 이벤트 당첨되신 분들 있지요, 인내를 가지고 기다려 주시겠어요? 심윤경 작가가 지금 해외(?) 출타중입니다. 다음주 금요일에나 온다는군요. 다다음주에 이벤트 상품 우송해 드리겠습니다. 여러분, 저  믿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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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7-09 0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코코죠 2004-07-09 0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일등했다, 야호우~ (마태님, 시원하게 주무세요. 찡긋)

starrysky 2004-07-09 0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모나, 저도 홍대 앞에서 받은 그런 비스무리한 부채가 있는데.. 음, 같은 동네에 사니까 이런 데서도 접점이 있군요(괜히 반가워한다).
더위를 많이 타셔서 정말 이 계절 나시기가 괴로우시겠어요.. 제 기억으로 님이 근무하시는 그곳은 에어컨도 그리 빵빵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지금은 많이 나아졌겠지요? 저도 오즈마님처럼 윙크를 날려드리고 싶으나 오즈마님께 한 대 맞을까봐, 그리고 주무시려던 님의 잠이 화딱 깨버릴까봐 참으렵니다. 그냥 안녕히 주무세요.. (꾸벅)

아영엄마 2004-07-09 0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야심한 밤에 눈이 초롱초롱한 것은 처녀 총각들...이군요.. 그럼 이 아낙네는? 남편이 야근한다고 못 들어오자 그 때를 노려 뒤늦게 열심히 서재질을 하고 있는.... 헤~ 이젠 자야죠.. 애들 학교도 보내야 하는데..

ceylontea 2004-07-09 0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주무세요... ㅠ.ㅜ

마냐 2004-07-09 0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야근 끝내고 집에 가려다 붙잡혀 맥주 한잔...지금 들어왓슴다. 그냥 잘 일이지...기어이 예까지 찾아와서...졸릴 땐 글 쓰면 안된다..는 말씀에..고개를 끄덕끄덕.
야심한 밤에 눈이 초롱초롱한 것은 처녀 총각 뿐이 아니라는 걸 아영엄마님께..알려드리구.^^
마태님...한달이 지나더라도 믿고 있다는 말씀도 드리구..ㅋㅋ (근데, 그런건 이자 안 붙나요?)

진/우맘 2004-07-09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00이, 오빠 믿지? ㅋㅋㅋ
=3=3=3
(아침부터 혼자, 야한 생각 하다 도망가는...어이없는 아줌마 -.-;)

플라시보 2004-07-09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는 수준은 북창동이 압권이군요.-_-;;

sooninara 2004-07-09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어찌 내맘하고 그리 똑같나? 저 믿죠하는 귀절 읽자마자..오빠 믿지하고 생각했다는..
미시족들은 그런데서 일하는구나..아줌마는 어디로 가야한답니까?

진/우맘 2004-07-09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니 성, 아줌마들은 갈비집....-.-;
 

 

 

 

 

 

오늘부터 사흘간, 소방교육을 받는다. 갑자기 웬 소방교육이냐고 놀란다면, 그는 내가 재벌2세임을 모르는 사람이다. A4 다섯장 정도 분량을 짧게 줄여서 설명하자면, 건물마다 방화관리자가 하나씩 있어야 하는 의무규정이 있는데 관리자가 되기 위해서는 자격증이 있어야 하고,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는 사흘간 교육을 받고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그렇다. 난 아담한 저택에 산다. 23층이니 '건물'이라고 하기에는 쑥스러운 수준이지만, 그 건물이야말로 날 재벌2세로 부르게 만드는 원천이 아닌가. 방화관리자가 되면 매년 재교육을 받아야 하는 등 귀찮은 일이 많은데, 지금까지는 나이드신 어머님이 그 일을 하셨다. 어머님께 여쭤본 적이 있다. 어떻게 시험을 통과하셨냐고. 엄마의 대답이다. "돈주고 했지, 내가 어떻게 그걸 따!" 뭐든 돈으로 해결하는 버릇을 난 엄마한테 배웠나보다. 하여간 어머니도 올해 교육을 다녀오시더니 아무래도 힘드셨는지, "이제 니가 따서 관리해라"고 하셨고, 난 5월에 신청을 해 오늘부터 교육을 받게 되었다.

그렇게 모인 사람이 무려 200명이다. 이번주에 교육받는 사람만 총 600명에 달한다니, 우리나라에 건물이 얼마나 많은지 알만하다. 학교 일이 너무 바빠서 빠지는 게 말이 안됐지만, 신청할 때 4만원 낸 것도 아깝고, 나중이라고 시간이 많을 것 같지 않아 "대단히 중요한 일을 하러 간다"고 사기를 쳤다. 좌우지간 9시부터 6시까지 꼬박 여덟시간을 앉아 있는 건 영 고역이다. '이 나이에 하루종일 강의를 듣다니' 하는 맘으로 교육장에 가보니, 웬걸, 내가 거의 최연소다. 다들 나처럼 소유주는 아니고, 건물 관리인이 대부분이다. 큰 빌딩이거나 강남에 위치했다면, 그것도 여러 채를 가졌다면 관리인을 둘 수밖에. 여자 옆이면 좋은데, 했지만 여자 자체가 몇 명 없기도 했지만, 아무튼 내 옆에는 머리가 흰 할아버지다. 그 연배에 강의를 듣는다고 앉아 계시려니 얼마나 힘들까 싶었다.

소방교육을 받는 사람들이라 마음가짐이 달랐다.
강사: 대표가 한명 있어야 하는데, 누가 할사람 없어요?
일동: ...........
강사: 고급 소화기를 하나 드립니다!
일동: 저요! 저요! 저요!

쉬는 시간에 대표에게 물어봤다. "혹시 마지막 날 시험 보나요?"
대표: 이건 안봐! 우린 2급이고, 1급만 보지. 자넨 젊으니까 1급을 따게. 1급만 따면 취직은 확실히 보장되지. 한번 해 보라고.
나: &^*())))&^
그렇군. 시험을 안보는군. 그렇다면 만판이다, 싶었다. 그래서 난 불이 나면 얼마나 손해가 많은가를 알려주는 유익한 동영상을 외면한 채, 책만 읽었다. 2교시 때도 그랬는데, 강사가 갑자기 이런다.
"이거 중요해요. 시험에 꼭 나와요"
일동: 경악----
대표: 시험도 봅니까?
강사: 마지막 날 평가시험 보죠. 60점 넘어야 자격증 줘요.
대표: 떨어지면 어떻게 합니까?
강사: 재시험 봐야죠. 붙을 때까지.

내 옆의 할아버지가 울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시험 때 나좀 보여줘야 해. 내가 시험에 약해서 말야..."
"걱정 마십시오. 제가 다 책임지겠습니다"
졸지에 다른 사람의 운명까지 좌우하게 된 나, 책임감 때문에 잠도 안자고 나머지 시간을 열심히 들었다. 그나저나 내일 술약속이 있는데 어찌해야 할까...

* 평소 전화가 잘 안오는데, 오늘 따라 전화가 겁나게 많이 왔다.
1) 기생충 환자가 나왔는데, 혈청검사를 좀 해달라는 전화
2) 친구들이 여름휴가 계획을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묻는 전화
3) 어머니가 VIPS 할인카드가 안된다고, 좀 해결해 달라신다
4) 내일 예정이던 학장과의 상견례가 다음주로 미뤄졌다고..
5) 방송국에서 다음주 아이템을 같이 짜보자고...
6) 평소 친하던 여자애가 혹시 삐졌냐고 전화를 하고...
아, 난 왜 바쁠 때만 전화가 많이 오는 걸까. 이놈의 인기는 하여간...

* 저희 건물이 진짜 23층이라고 믿는 분은 안계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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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4-07-06 2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저요... 진짜 23층인 줄 안 사람..

로렌초의시종 2004-07-06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믿었는데요? 마태우스님? ㅡ ㅡ;;;;; 정말이지 제도의 의도는 좋은데 이번에도 어이없게 엇나가는 한 모습을 본 것 같네요. 그렇다고 그나마도 제도가 없으면 불안하구 말이죠. 사고도 아무래도 더 날테고 말이죠......

진/우맘 2004-07-06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요, 그걸 누가 믿습니까!
제가 가봤는데요, 47층 이더군요.^^

starrysky 2004-07-06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신양을 보면서도 느꼈지만 재벌 2세는 할 일이 많군요. -_-;

stella.K 2004-07-06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마태님 재벌2세 맞아요? 요즘 <파리의 연인>인기 많은 거 아시죠? 언제부턴가 재벌에 대해 알고 싶어졌어요. 드라마에서나 매스컴에서 재벌을 부정적인 시각에서 다루고 있는데 그게 맞는 건지? 좀 다르게 볼 수는 없는 건지? 박신양이 재벌2세로 나오는데, 과히 나쁘지는 않지만 당췌 혼란스러워서...
미안한 얘기지만, 마태님 자꾸 재벌 2세 강조하시니까 아닌 것도 같고, 지금까지 결혼 안 하시는 거 보면 재벌이 맞는 것도 같고...헷갈려요.

2004-07-06 21: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부리 2004-07-06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그녀석 말은 80%가 뻥이라는 설이..
스타리님/아닙니다. 맨날 술만 마시는걸요
진우맘님/혹시 주소를 잘못 찾으신 건 아닌지요?
로렌초의시종님/아, 뭐 그러니까.... 사건들이 많이 터지면서 소방 안전이 훨씬 강화된 건 사실이지만, 외국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더군요. 캐나다는 6개월간 교육을 받고 자격증을 준답니다.
판다님/판다님은 마태님만 이뻐해!!

하얀마녀 2004-07-06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미 믿어버렸는데요.

마태우스 2004-07-07 0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명을 좀 하겠습니다. 저희가 있던 땅에 건물을 지을 때, 제가 어머님께 이랬습니다. "엄마, 이동네에 23층이 어딨어! 우리가 이 드림빌딩을 짓고나면 이동네 어디서나 우리 건물이 보일 거라구! 남에게 위화감을 주는 것은 물론 범죄의 표적이 될 수도 있다고! 엄마, 15층으로 해, 응? 홍대앞에 16층이 있으니 표적이 분산될 거라고!!!"
엄마의 대답은 이랬습니다. "33층이 안된 것도 속상해 죽겠는데!!!"

작은위로 2004-07-07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믿었어요...-_-

아영엄마 2004-07-07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나도 23층 믿었는데.. 마태님 이동네 순진한 사람 많다구요!! 어쨋든 엄니가 15층 건물의 소유주면 그 아드님은 재벌 2세는 맞나보네.. 그것도 뻥튀기한 건가? ^^;;

플라시보 2004-07-07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믿을래요. 아니 믿고 싶어요. 저도 23층짜리 건물을 가진 분과 웹상에서나마 알고 지내고 싶어요. 흐흐^^ (설마 몇 채 더 있으시진 않죠? 뭐 있어도 나쁘진 않지만 너무 부자면 거리감이 느껴지잖아요. 호호호호)

2004-07-07 1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옛날에 <더티댄싱>을 본 적이 있다. 그 전날이 무슨 시험이라, 한숨도 안자고 밤을 샌 나는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옆에 여자에게 미안해 허벅지를 꼬집으면서 안자는 데 성공하긴 했지만, 도무지 무슨 내용인지 알 수가 없었다. 마지막에 패트릭 스웨이지가 여자를 비행기 태웠을 때, 다른 사람들은 다 감동받은 눈치였지만 난 저게 도대체 무슨 장면인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만 영화가 끝나서 무지하게 기뻤던 기억은 난다. 나중에 나 혼자 그 영화를 다시 봤는데, 영화의 내용도 다 이해가 갔지만 무엇보다도 비행기 장면이 너무 감동적이라 눈물이 날뻔했다.

<스파이더맨 2>를 본 것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십오년전에 뒤지지 않는 미녀와 영화를 봤음에도, 또 졸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것이, 워크숍 이틀간 총 7시간을 못잔 상태였고, 난 잠을 못자면 생활이 안되는 놈인지라 견딜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잘 수는 없는 노릇이라 난 내 따귀를 때려가면서, 가슴을 꼬집어가면서 안자려고 노력했다. 그러니 문어발로 무장한 박사가 아무리 설쳐대도, 스파이더맨이 빌딩 사이를 날라가거나 존재론적 고민을 해도, 그게 마음에 와닿을 리가 있는가. 여기서 알 수 있는 교훈은, 영화를 재미있게 보는 방법은 전날 잠을 충분히 자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재미있는 영화도 잠에의 욕구를 이길 수 없는 법, <해리포터>를 볼 때는 전날 10시간 이상 자야겠다.

그래도 영화 중간중간 노트에 끄적거린 게 있는데, 그걸 몇 개만 옮긴다. 스파이더맨은 계속 MJ라는 여자 주위를 맴도는데, 한겨레에 의하면 왜 그러는지 전혀 모르겠단다. 즉 안이쁘단 얘기다. 1탄에서도 그랬지만 나 역시 "쟤 뭐야?"라는 마음으로 영화를 봤는데, 1탄보다도 더 매력이 없어진 듯하다. MJ 대신 흥행에 굶주린 안젤리나 졸리를 썼다면 훨씬 더 공감했을텐데.

영화에서 MJ는 피터(스파이더맨의 이름)에게 키스를 해주려다 갑자기 중단한 뒤, "나 요즘 만나는 남자 있어"라고 선언한다. 그건 질투심을 유발시킴으로써 자신에게 관심을 더 쏟아주기를 바랄 때 쓰는 수법인데, 목적이야 좋지만 수단으로 이용되는 남자가 영 불쌍했다. 잘생기고 특별히 나쁜 점도 없는 그 남자는 결국 MJ 때문에 큰 상처를 받게 되는데, 인간이 그러면 안된다. 피터가 고백을 안한다면 자기가 먼저 사랑한다고 하면 되지, 왜 남을 이용한담? 그 남자 역시 나름대로 귀한 자식인데.

MJ를 거부하면서 피터가 하는 말, "나 때문에 네가 다치기라도 하면 난 나 자신을 용서하지 못할 거야" 이 대사를 보니 사회 정의를 위해 애쓰는 영웅은 애인을 만들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보면 내가 손에서 거미줄이 나오지 않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 모든 여성이 다 내 잠재적 연인이니 말이다. 음하하하. 가만, 아니다. 손에서 거미줄이 나오면 여자를 꼬시기가 더 좋잖아! 영화 속에서 스파이더맨이 할머니를 구한 뒤 땅에 내려놓자 뭇 여자들이 달려든다. "나도 데려가줘요!"라고 외치면서. 하지만 말없이 하늘로 올라가는 스파이더맨, 그런 유혹을 이기는 자만이 영웅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하지만 난 등에 업었던 할머니를 땅에 내려놓아도 "나도 업어줘요!"라고 달려들 여인들이 없다. 영화에선 스파이더맨이 쓸쓸한 것처럼 나오지만, 실제 세계에선 평범한 인간이야말로 고독한 법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선 3탄을 만들겠다는 굳은 의지가 보이는데, 글쎄다. 이제 그만 좀 하지, 더 우려먹을 게 남아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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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우주 2004-07-05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비 맥과이어가 얼마나 멋있는데요!!!! ^^

연우주 2004-07-05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일등이라고 좋아해야 하는 건가요? ^^;;;;;

연우주 2004-07-05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론 커스틴 던스트는 별로 안 예쁘지요. 그녀가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에서 예쁘장한 꼬마로 나왔다는 게 믿겨지지 않지요. 쥴님! 토비 맥과이어 멋져요..ㅠ.ㅠ

그리고 그 미녀 꼬시면 큰 일 나는데요? ^^ 크크크.

미완성 2004-07-05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게 몸이 허약하셔서.....중요한 순간(?)이 닥치면 어쩌실려구....;;
마태님의 원만한 취침생활과 앞으로 미녀와의 만남에 더욱 발랄함이 더해지길 빕니다.
'아멘'

진/우맘 2004-07-05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찌...찜질방.... ^____________^;;;

sooninara 2004-07-05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미녀가 누군가란것이 문제겠죠^^
찜질방은 좋은곳이랍니다..몸의 피로도 풀고 피부도 좋아지고..수다도 떨고 먹을것도 골라 먹고..딱붙어있는 바퀴벌레 연인 한쌍만 없으면..이런곳에서 애정을 과시하면 짜증나죠..
다음번에 저하고 영화보실땐 푹 자고 오세요..

연우주 2004-07-05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하하하.

panda78 2004-07-05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옷, 저는 커스틴 던스트 좋아하는데.. ^^;;

LAYLA 2004-07-05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에선 정말 저렇게 인형같은 사람이 있구나 우와~~ 하구 생각했었지요.
역시 다 커봐야 안다니까요요요요요~~ ㅎㅎㅎ 그래도 자연미인이라는 생각은 들던데 ㅎ

마태우스 2004-07-05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일라님/아역 때는 이뻤다면서요? 여자는 아역 때 이쁘면 커서는 별로인 사람이 많더라구요. 초원의 집에 나오는 여자도 그랬고, 미셀 파이퍼도 이티 때가 더 귀엽잖아요.
판다님/판다님이 좋아하신다니 저도 좋아할래요^^
우주님/웃지 마시어요!! ^^ 일등 축하드립니다.
수니나라님/님은 뭔가를 아시는 듯...
쥴님/전 한번 딱 가봤는데요, 고스톱을 못치게 해서 아쉬웠어요. 편하게 잘 수 있는 곳은 아닌 듯 싶었습니다. 하여간 그 미녀랑 찜질방 갔으면 절대 안되었답니다^^
진우맘님/글쎄 사태가 이렇게 된 건 제 책임은 아닙니다. 억울함니다.
멍든사과님/님과 만날 날을 위해서 지금부터 몸을 만들겠습니다

비로그인 2004-07-05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말이 딱 맞았어요. 앞으로는 아프거나 잠올 때는 절대 영화를 보러 가지 말아야 겠다는 소중한 교훈을 얻었답니다. ㅠㅠ

아영엄마 2004-07-05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미셀 파이퍼가 이티에 나왔나요? 엄마역이었나?... 아님 아역으로 나온, 드루베리모어를 말씀하는 것이 아닐까?

마태우스 2004-07-05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헉! 드, 드류 배리모어 얘깁니다! 이렇게 부끄러울 데가...
처음마음처럼/님도 조셨군요??^^

2004-07-06 08: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라시보 2004-07-06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영화 봤는데요. 3편부터는 '고마해라'라고 말하고 싶어요^^

2004-07-06 13: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재능 있는 여배우 혼자서만 분투하는 영화들을 계속 보기란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이나영을 정말 뭔가 아는 여자로 재현해내는 영화가 보고 싶다]
한겨레에 난 영화평이다. 글쎄다. <영어완전정복>이 이나영 덕분에 살아난 것은 사실이지만, 이 영화까지 그런 건 아닌데. 내가 장진 감독의 팬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난 이 영화를 너무나도 재미있게 봤다. 장진은 자기 특유의 유머가 있다. 모든 사람을 폭소에 빠지게 하는 건 아니지만, 매니아들은 그의 유머에 낄낄거리며 웃는다. 엉뚱함과 기발함, 그리고 반복. 이 영화에서도 그의 유머는 유감없이 발휘된다. 이나영이 정재영을 업고 병원에 갔다.
의사: 그렇게 되신지 얼마나 됐습니까?
이나영: 저희 둘 말인가요?

또다른 유머.
의사: (코피가 자주 나는 건) 두가지가 있습니다. 선천적으로 코 속 혈관이 약하거나 신체기관을 이용해서 너무 지나치게 코를 파내서.
이나영: 아마 첫 번째일 거예요!
의사: 누구나 그렇게 믿고 싶어하죠.
그런데 이나영이 약을 달여서 정재영에게 가니까 정재영이 코를 파고 있다. 약사발을 떨어뜨리는 이나영, 이렇게 외친다. "안돼요! 더 이상 코 파지 마세요!"

이게 약하다고 생각하면 또다른 유머. 범인으로 오해받은 정재영이 취조를 받는다.
형사: 정말 안 불 거에요?
정재영: 아는 건 다 얘기했는데요
형사(아마 장진 감독 자신이 아닐까 싶다): 이 방에서는 모르는 것도 좀 얘기해줘야 하는 겁니다....여기선 무식한 애도 유식해지고, 장님도 본대로 얘기하고, 귀머거리도 들은대로 얘기하고 그러는 거예요.
정재영: 그럼...벙어린 어떻게 하나요?
장진: (목을 만지며) 야, 나 풍 걸린 거 같아!

어찌보면 썰렁하기 짝이 없지만, 난 너무너무 웃긴다. 그러니까 장진 매니아 아닌가. <킬러들의 수다>는 실망스러웠지만, <묻지마 패밀리>의 단편인 '사방의 적' 하나만으로도 장진은 내게 영웅으로 자리잡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했던 유머가 안웃겼다면 한가지만 더. 심장암이라고 생각한 주인공은 얼마 안남은 삶을 앞당기기로 한다. 마라톤을 하면서 그는 생각한다.
"자살로 마라톤을 택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거다. 하지만 이건 현명한 선택이다. 내 심장은 이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고 파열될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을까. "마라톤 5등 상품, 김치냉장고!"

이정도로 스포일러를 뿌렸으니, 이제 그만하자. 이 유머가 재미있는 사람이 본다면 더 큰 유머를 얻을 것이고, 이게 재미없는 사람에게 이 영화는 저주 그 자체일 것이다. 참고로 영화 시작전에 예고편을 하는데 그중 하나가 <해리포터>다. 독수리를 타고 날라가는 해리포터, 어릴 적엔 개를 타고 다니는 상상을 했었는데, 개보다는 독수리가 훨씬 더 폼이 나 보인다. 1편을 비디오로 보고 후회를 한 뒤 2편은 영화로 봤는데, 3편도 찜이다. 그 다음 예고편은 날 슬프게 한다. <투가이즈>, 박중훈과 차태현이 주인공이다. 박중훈의 유머엔 이제 식상했고, <해피에로크리스마스> <첫사랑 사수..> 등 굵직한 히트작을 낸 차태현이 어떤 영화를 만들었을지 짐작하는 건 별로 어려운 게 아니다. 그런 영화가 만들어지는 비결이 궁금해 죽겠다. 또다른 영화로 <달마야, 서울가자>란 제목이 눈에 띤다. <달마야 놀자>가 좋았다면 그걸로 끝낼 일이다. 그 영화는 아무래도 전작의 명성마저 훼손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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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4-07-01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장진 영화, 유머 다 썰렁하던데...좀 작위적이란 느낌이 들어 영...마태님 유머가 훨씬 나요. 아부 절대로 아닙니당!

부리 2004-07-01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 또 영화를 봤나? 또 혼자 봤겠지?

플라시보 2004-07-01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를 친구랑 보려다가 한시간이나 기다려야 했기 때문에 그냥 포기를 했더랬는데 아쉽군요. 그 친구랑 봤다면 좋았을껄 그랬습니다.

panda78 2004-07-01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킬러들의 수다도 무지 재미있게 봤는데. 아는 여자는 더욱 즐겁게 볼 수 있겠군요! ^^

갈대 2004-07-01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랫만에 소리내어 웃을 수 있었습니다. 마태우스님도 즐거우셨다니 기쁘네요^^

마태우스 2004-07-01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갈대님/후후, 제가 이 영화를 보겠다고 결심한 게 다 갈대님의 좋은 평 때문이랍니다. 제가 감사.
판다님/흐음, 그렇군요. 킬러들의 수다가 재미있었다구요. 혹시....원빈 때문이 아니십니까?
플라시보님/그러게 말입니다. 나중에라도 보세요.
부리/자네 여기 또 웬일인가? 훠어이===
스텔라님/저를 알아주는 분은 스텔라님밖에 없습니다. 꺼이꺼이... 세상 사람들이 다 스텔라님 같다면....

마냐 2004-07-01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으...이 영화, 본지 벌써 일주일 지났는데...아직도 정리를 못했어요....여기저기 알라딘 곳곳에서 근사한 리뷰가 나오니..더더욱 힘들어지는군요....그나저나, 마태우스님...엄청난 스포일러..는 그렇다치구...어케 저 대사를 다 줄줄 외십니까.

메시지 2004-07-02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장진 팬입니다. 모 TV드라마에 깜짝 출연해서 '일발장진'입니다라고 썰렁하게 소개하는 것도 저만 좋아하면 웃었었죠. 흉내냈다가 무척 썰렁한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지금도 그런 버릇이 있어서. 조금 작위적인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기막힌'일들이 재미있고 살짝 찌르는 구석도 있어서 좋습니다. 특히 '택시드리벌'이나 ''서툰사람들' 같은 연극 작품에서도 그의 유머감각은 탁월하게 드러납니다.

마태우스 2004-07-03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시지님/앗, 장진감독이 연극도 했나요? 그렇군요!! 하여간 님과 제가 유머 취향이 비슷하다니 즐겁네요.
마냐님/사실은 ...노트에다 적습니다. 부끄럽습니다.

마태우스 2004-07-15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존경하옵는 전태일 선배님.
여기 선배님의 외침에 잠이 깨어난 후배 만 오천여 여성근로자를 대표하여 선배님 영전에 삼가 머리 숙였나이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늦가을로 가득 채워져 있고 들에 외롭게 피어난 들국화의 진한 꽃내음도 멀리 사라져 가는 듯 합니다.
메마른 황무지에 피어나기에도 역겨운 뭇 들국화에게 생명의 단비와 거름이 되어주신 영혼이여!
당신의 거룩한 밑거름 위에 이처럼 곱고 아름답게 피어있는 것은 오직 당신의 희생어린 개화라 여겨집니다.
오늘도 저는 생각해 봅니다.
당신의 검게 타다버린 영육 위에 곱게 피어난 우리들의 꽃봉오리가 영원토록 참된 열매를 맺을 것이라고―.
오늘의 명랑한 직장과 안락한 생활의 터전이 당신의 희생으로써 얻어진 황금의 결실이라는 것을.
우리들의 어린 심령들에게 풍운과 억센 파도에 휩싸여 갈길을 잃고 방황하는 돛단배의 등대가 되어주신 영혼이여!
저는 오늘도 선배님의 거룩한 넋을 칭송합니다.

들국화의 꽃송이가 오늘날에 피어나기 전 당신의 활기 띤 용맹스런 얼굴을 보았습니다. 당신의 육신이 검게 타오르는 불길을 보았습니다. 당신의 애처롭게 울부짖는 목소리를 저는 들었습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내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라는 절규를 선배님의 거룩한 뜻을 깨달았습니다. 당신의 참된 죽음이야말로 우리 작은 영혼의 부활이라는 것을.

이제 저희들의 마음속에 선배님의 참된 넋의 씨앗을 뿌리려 합니다. 근면한 꽃씨로 조국통일을 염원하는 국가 발전에 이바지 할 수 있는 근로자의 참된 꽃씨도 또한 조국 근대화 대열에 앞장서서 생산에 전력하는 새 역사를 창조하는 새로운 꽃씨도. 이 모든 꽃씨가 당신의 쓸쓸한 영전에 봄이 오면 붉게 노랗게 또는 하얗게 피어 주려합니다.

멀리 떠나신 님이여! 먼 훗날에나 우리의 회포를 나누게될 넋이여! 오늘도 외롭게 피었다 시들은 쓸쓸한 들국화의 벗이 된 당신의 영혼에 어린 소녀가 옷깃을 여미옵고 영생의 명복을 빌면서 떨어지지 않는 무거운 발길을 옮기려 합니다.

또 다시 봄은 어김없이 찾아왔습니다. 당신이 가신 지 다섯해. 올 봄은 유난히 감회가 새롭습니다. 여러분,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아십니까.1 5년전 당신의 마지막 그 처절한 절규는 안일과 나태에 약삭빠르고 젖어있던 저희들에게 세계가 뒤흔들리는 충격을 경험케 해 주셨습니다.

당신이 가셨던 그해 75년은 해마다 봄이 되면 대학가에 찾아오던 접동새의 울음소리가 되거품을 품은 채 무척이나 처량하게 들리더군요. 72년 가을 이 나라 민주주의가 조종이 울린 이후 저들 유신독재체제는 74년 봄의 민청학력 사건을 반국가단체로 몰아 부쳐 군사 법정에서 사형, 무기징역등의 서슬푸른 행각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민중의 줄기찬 도전에 급기야 그것이 조작임이 드러남으로써 1년만에 민주서민의 품으로 돌려주어야 했습니다. 언론사에 길이 남을 일선기자들의 자유언론실천운동까지 힘입어 75년 봄은 파쇼 정권과 맨몸의 다수 민중 사이에 일대 결전을 예감하며 신학기를 맞이했습니다.

그러나, 분단 30년 동안 가장 통일을 장애해 왔던 자들의 전가의 보도처럼 악용해 왔던 냉전논리에 편승하여 저들은 인지사태의 본질을 왜곡하여 예의 위기의식을 조장할 터무니없는 명분으로 양심세력에 철퇴를 가했던 것입니다.

이에 우리의 많은 동료들이 강의실에서 쫓겨나고, 동아·조선 기자들이 거리로 내쫓기고 청계천에서, 중량천에서, 답십리에서 가난한 민중들이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야 했습니다.

모두가 심한 좌절감과 패배의식으로 가슴이 위축되어 있을 때, 수원으로부터 날아온 당신의 할복소식은 우리르 경악시켰습니다. 열사의 말씀이 옳았습니다. 더 이상 우리는 어떻게 참을 수 있으며 무엇을 망설일 수 있었겠습니까. 더 이상 우리는 그들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었겠습니까. 당신은 너무나 한심하도록 착하신 분이었습니다. 죽음을 앞에 둔 한 인간의 비장한 심장에 어울리지 않게 당신은 너무도 차분하셨으며 당신을 죽으로까지 몰고가게 한 저들에게 한 치의 미움도 남기시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남기신 「양심선언」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장」 「총장·학장에게 보내는 공개장」에는 오로지 이 땅의 민주주의를 염려하는 당신의 사심없는 바램만으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저들의 생리는 당신의 간절한 당부를 무참히도 짓밟아 버리고, 양심세력을 탄압하는데만 급급하여 당신의 죽음이 가져 올 엄청난 파문을 막기 위하여 드디어는 긴급조치 9호까지 발동하는 반동을 보이고야 말았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용기는 우리들의 잠자는 영혼을 흔들었습니다. 긴그조치하의 4년반 동안에도 당신의 유지를 잇는 민주시민의 뜨거운 외침은 계속되었고 드디어 저들은 아래로부터의 도전과 자체 모순에 못 이겨 이제 스스로 자기네들이 절대적으로 믿기를 강요해 왔던 논리를 하루 아침에 뒤짚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相眞열사,

저들은 민중의 줄리찬 저항에 할 수 없이 자구책으로 저 악명높은 유신체제를 스스로 해체하고 말았지만 새 시대를 맞이하면서도 자기네의 잘못을 뉘우치기는 커녕 여전히 우리 위에 군림하면서 이 땅의 민주주의의 앞날에 반동의 철퇴를 내릴 기회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역사의 거역할 수 없는 도도한 흐름을 믿습니다. 당신이 말씀하셨듯 저들이 아직도 회개치 못하고 이 민족을 끝까지 못살게 군다면 자유와 평등과 진리와 정의를 외치는 모든 민주시민의 뜨거운 죄의 심판을 면치 못하리라는 것을 우리는 믿습니다.

相眞열사

동학혁명의 좌절이후 처참한 반동의 근대사였습니다. 지난 백년동안 경직된 이념의 횡포로 역사발전의 주체가 되어야 할 우리 선각자들이 얼마나 많이 고초를 겪었습니다. 이제 어느 누가 과거의 불행한 역사를 되풀이하고 싶겠습니까.1 우리는 오랫동안 기다렸습니다. 겨울이 너무 길었습니다. 너무 지루했던 겨울이기에 봄이 왔어도 아직 봄같지가 않습니다. 가볍게 봄바람을 즐기기에는 아직 주변이 너무 스산합니다. 부디 금년 봄부터는 접동새의 울음에 더 이사 피맺힌 한이 맺혀서는 아니 되겠습니다. 당신의 효백이 편안하시도록 진효굿이나 해 드리겠습니다. 이 땅에 진정한 봄이 찾아올 그날까지 조금만 더 참으시고 저 지하에서 만족스런 웃음속에 우리의 통일을 향한 민주화의 행진을 지켜보아 주십시오.

열사의 영전에 저희들 모두 한가슴으로 민주주의를 바칩니다. 자유를 바칩니다. 통일을 바칩니다. 고이 잠드소서!


故 金相眞 烈士의 5주기를 맞아


규련이! 우리가 34년 전 화랑대에서 처음 만난 이후 우리는 항상 이렇게 서로 이름을 부르며 지내 왔는데 이제는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모르겠오.

정 교수! 아니, 그 누구보다도 건강하고, 스스로도 건강에 자신만만하던 자네가 이렇게 일찍 소천하리라고 그 누가 상상이나 하였겠소? 도대체 믿어지지 않소.

정 박사! 어찌 그리 야속하게 간단 말이오? 가족들에게 병간호할 기회도 주지 않고 급히 가다니… 우리 벗들에게 병문안 할 기회를 주기가 그렇게도 싫었단 말이오? 너무 야속하오.

규련이! 자네는 충청도 홍성에서 수재로 자라면서 홍성중학교와 홍성고등학교 시절 학생회 운영위원장을 맡아 동급생으로부터 일찍이 미래의 지도자 감으로 인정 받았었고 드디어는 조국방위의 큰 뜻을 품고 군 지도자가 되기 위해 육사에 입교한 후 자네는 항상 주변의 동기생과 선후배로부터 칭찬을 받으며 살아오지 않았소? 4학년 때에는 7중대장 생도로서 지도력을 발휘하였고, 졸업 후 보병 소대장으로서도 부하로부터 존경과 상사로부터 신임을 받아 장차 틀림없이 훌륭한 장군이 되리라고 모두가 믿고 있었지.

그러나 1964년 모교 육사의 부름을 받고는 자신이 직접 군 지도자가 되겠다는 뜻을 접고, 후배 군 지도자를 양성하는 육사교수로서 20년을 모교에서 근무하면서, 학문에만 정진하지 않았던가?

정 박사! 그때 우리는 육사아파트에 함께 살면서, 가족간의 친밀감도 갖게 되었지. 자네는 바둑, 포커, 마작 게임 뿐 아니라, 유도, 테니스, 골프 등 스포츠에도 다재 다능하였었지. 우리가 게임과 스포츠를 함께 하고, 전후방 동기생들도 함께 방문했던 일을 기억하고 있소? 일요일에 갑자기 가족들과 함께 고수동굴에 갔던 생각도 나는구려. 그리고 주일에 육사교회에서 예배도 함께 보지 않았소? 말로서가 아니고 행동으로서 전도하던 자네였지 않았나? 예편 후에는 소망교회의 집사로서도 진실한 믿는 자의 본을 보여 주었었지..

정 교수! 우리 함께 밤늦도록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고 또 후배교육에 관해 열띤 토론도 하지 않았소?
5공 시절 고향의 친구들로부터 정치에 입문하라는 유혹도 뿌리치고 오직 학문에만 열중하여 큰 업적을 남기지 않았소?

1982년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기 위해 모교를 떠나 숭실대학교 산업공학과 교수로 부임하여 20년간 많은 민간 산업 지도자들을 양성하지 않았소. 숭실대학교에 근무하면서 동료 교직원들로부터 존경과 신임을 받아, 어려운 기획처장과 교무처장의 임무도 잘 수행하지 않았소. 총장, 부총장과 같은 남들이 부러워하는 보직에는 눈을 돌리지 않고 그 동안 쭉 숭실대학교의 예비군연대장의 임무를 수행하면서 마지막 출장을 다녀온 지 사흘 만에 이렇게 운명을 달리 하다니, 아마도 너무나 과로했던 탓인가 보오. 더욱이 이번에는 서울 경기지역 대학교 예비군 연대장 회의 회장을 맡아서 더욱 부담을 가졌던 모양이오. 항상 책임감이 강했던 자네이니 어느 정도 짐작이 가는구려.

규련이! 얼마 전 우리 나라 남성의 건강수명은 약 63세이며, 그 후 약 10년을 더 사는 것이 평균이라는 보도를 본 적이 있소. 어떻게 자네는 건강수명만을 살다 간단 말이오? 병원의 진료기록이 없어 사망진단서를 발행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던 것을 자네는 알 수 없겠지...

정규련 집사! 하긴 인생 100년을 넘어 산다고 하더라도 자네가 믿는 하늘나라의 영생에 비하면 찰나에 지나지 않겠지만, 그래도 사랑하는 아내 윤 여사와 딸 유선이, 그리고 두 아들 원석이, 의석이 그리고 사위와 두 며느리, 그리고 두명의 외손녀의 슬픔은 생각해 보지 않았소? 아들 딸 다 성혼시켰겠다 이제는 인자스러운 할아버지로서 인생을 좀더 즐기다가 가도 되지 않겠소.

최근 아산회 등산에는 참여하지 않고 매주 목우회의 골프모임에 가서 골프를 즐기던 것은 스스로 건강을 위했던 것은 아니오? 남들이 평생에 한번도 하기 어렵다는 홀인원을 두 번씩이나 했었다는 소문도 들었는데.. 어제 친구들과 했던 골프약속은 왜 지키지 않았소? 남과 한 약속을 어긴 적이 한번도 없었던 정교수가 말이오.

즐거웠던 추억보다도 이렇게 갑작스럽게 떠난 자네에게 야속하단 말만 하게 되는구려.

자신은 마음도 편하고 몸의 건강도 좋아서 오래 살게 될 텐데 당신이 걱정이라고 부인에게 건강을 당부했던 것은 어떻게 된 일이오? 젊었을 때 나에게 한의사가 맥박이 이렇게 건강한 사람을 처음 보았다는 말을 했다고 자랑하지 않았었던가?

여기 함께한 우리 모두가 자네의 죽음을 믿을 수 없소.

이제 육신은 한줌의 재로 변하여 여기 국립 현충원에 안장되지만, 영혼은 자네와 자네 가족이 평생 믿던 하나님 나라에서 영생을 누리리라고 믿으며, 위안을 받네.

우리 모두 멀지 않아 이 세상의 삶을 마감하고 하늘나라에서 자네와 다시 만나게 될 것을 믿네. 이제 편히 쉬시오. 정 박사! 우리는 앞으로도 자네 이야기를 자주 하게 될 거야. 자네도 하늘나라에서 우리를 기억해 주게나.

부디 평안히 영생을 즐기소서!

2001년 7월 18일



고 이영균 교수님께
올해도 어김없이 7월은 찾아왔습니다. 선생님이 가신 지 벌써 10년, 올 여름은 유난히도 감회가 깊네요.



자네는 충청도 홍성에서 수재로 자라면서 홍성중학교와 홍성고등학교 시절 학생회 운영위원장을 맡아 동급생으로부터 일찍이 미래의 지도자 감으로 인정 받았었고 드디어는 조국방위의 큰 뜻을 품고 군 지도자가 되기 위해 육사에 입교한 후 자네는 항상 주변의 동기생과 선후배로부터 칭찬을 받으며 살아오지 않았소? 4학년 때에는 7중대장 생도로서 지도력을 발휘하였고, 졸업 후 보병 소대장으로서도 부하로부터 존경과 상사로부터 신임을 받아 장차 틀림없이 훌륭한 장군이 되리라고 모두가 믿고 있었지.





선생님이 가신 지 벌써 십년, 올해도 어김없이 7월은 찾아왔습니다. 올 여름은 유난히 감회가 새롭습니다. 당신이 가셨던 94년은 사상 유례없는 폭염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었지요. 이렇게 더울 수도 있느냐고 다들 아우성칠 때, 선생님께선 그만 눈을 감으셨었지요. 십년만의 더위가 몰아닥친다는 올해, 불현듯 선생님이 세상을 떠나시던 순간이 떠오르는군요. 수많은 생명을 구하셨던 선생님도 당신 스스로의 목숨은 구하지 못하신 채 저희들과 이승에서의 작별을 고했었지요. 우리 나라 남성의 건강수명은 약 63세이며, 그 후 약 10년을 더 사는 것이 평균이라는 보도를 본 적이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어이하여 평균수명에도 미치지못하는

물론 인생 100년을 넘어 산다고 하더라도 하늘나라의 영생에 비하면 찰나에 지나지 않겠지요. 그래도 사랑하는 아내 윤 여사와 딸 유선이, 그리고 두 아들 원석이, 의석이 그리고 사위와 두 며느리, 그리고 두명의 외손녀의 슬픔은 생각해 보지 않았소? 아들 딸 다 성혼시켰겠다 이제는 인자스러운 할아버지로서 인생을 좀더 즐기다가 가도 되지 않겠소.

제가 선생님을 처음 뵌 것은 학생 때 강의를 들으면서였습니다. 도수높은 안경 너머로 학생들을 보시는 광경이 어찌나 명료했는지, 2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순간이 인상에 남아 있습니다. 그때는 제가 이렇게 선생님의 10주기에서 추도사를 읽게 될 줄 꿈에도 생각지 못했었습니다. 처음 뵌 인상과 마찬가지로, 선생님은 늘 인자하셨고, 후학을 기르는 데 열심히셨습니다.


규련이! 얼마 전 병원의 진료기록이 없어 사망진단서를 발행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던 것을 자네는 알 수 없겠지...

정규련 집사!


선생님께서는 제게 에게 자연과 인간과이 관계 즉 과학의 길을 통해서 삶의 가치를 가ㄱ르쳐 주는 분으ㅇ로, 그때는 이 작은 선생님과 지금과 같은 사제지간의 연이 맺어지리라고는 꿈에도 TODR가지 못했다. 이구동성으로 찬바람이 인다고 말한 ㅣ 선생님과 오랜 친분을 가지신 분들은 차가운 첫 인상이 선생님의 이지적인 두외네서 오는 냉철한 판단력 때문이라는 것. 그분의 피부 아래에는 누구보다 뜨거운 피가 흐르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마칭 의사가 아닌 사람이 온통 백색의 둘러싸인 수술실에서 외과의를 볼 때와 같은 느낌이랄까. 한마디로 선생니믄 차가운 마음의 소유자인다. 의대에서 선생님의 강의를 받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과학의 진면모를 단 한마디의 잡담도 섞지 않고 명쾌하고도 흥미롭게


어언2년이 되었습니다.

 

슈렉2를 보았다. 세상에, 이렇게까지 재미있을 수가 있을까? 며칠 전에야 슈렉1을 보았던, 그래서 전편의 기억이 누구보다도 강렬히 남아있는 나도 "속편이 훨씬 재미있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물론 순전히 재미만을 따진다면 그렇다는 거다. 비율을 얘기하자면 한 열배쯤? 보고나니까 슈렉1이 몹시 초라해 보일 정도다.



웃기려고 작정을 하고 만들면 이런 영화가 탄생할 수도 있구나 하는, 인간 능력에 대한 무한한 존경심을 품고 영화를 봤다. 전문기자도 아니면서 영화를 볼 때 노트에다 영화 중간중간의 느낌을 적던 나는 이 영화만큼은 노트에 쓴 말이 없다. 엄청난 유머에 압도당한 것도 이유가 되지만, 뭔가를 쓰느라 잠깐 한눈을 팔다간 쉴새없이 나오는 재미있는 장면을 놓치기 십상이었으니까. 1에 나오는 동키 하나만 가지고도 충분히 뒤집어질 지경인데, 2에서는 그와 쌍벽을 이루는 고양이가 등장한다. "당신 정도라면 내가 기꺼이 슈렉이 되어 드리리라"는 고양이의 대사는 그야말로 압권이다.

나 스스로 웃기다고 생각할 때가 가끔 있다. 산의 높이와 유머 내공이 비례한다면, 히말라야까지는 아니라도, 킬리만자로 등성이 정도는 올랐다고 자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슈렉의 유머는 내가 범접할 수 있는 수준을 훨씬 뛰어넘어, 나로 하여금 무력감을 느끼게 한다. 내게 아무리 많은 돈을 준다고 해도 이런 유머들을 감히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내가 말만 하려고 해도 웃어버리는, 주위 사람들의 오버에 자만하지 말고 열심히 내공을 쌓아야겠다. 난 아직 우리 동네에 있는 성미산도 채 오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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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초의시종 2004-06-18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말만 하려고 해도 웃어버리는, 주위 사람들의 오버에 자만하지 말고 열심히 내공을 쌓아야겠다.-그래도 이런 분들이 있는게 어디에요? 정말이지 마태우스님는 항상 추종자들을 이끌고다니시는 듯, 오프라인에서나 온라인에서나^^ 그런데 그렇게 재미밌나요? 의무방어전 차원에서 보기는 봐야겠는데 말이죠^^;

호랑녀 2004-06-18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주도 못생길 수 있다는 그 하나만 가지고도 슈렉1이 좋았습니다. 제 딸이... 공주병이 좀 심했거든요. 다음주에 시험 잘 보면 2탄도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는데, 아무래도 시험을 잘 볼 리는 없을 것 같고, 영화는 보여주게 될 것 같고...ㅠㅠ

가을산 2004-06-18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여기저기서 슈렉2가 재미있다고들 하는데, 왜 오마이뉴스에서는 그렇게 '늙었다'고 평했을까요? 역시 슈렉은 재미있을거야.... 우리도 주말에 보러갈 예정입니다. ^^

하얀마녀 2004-06-18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슈렉2... 봐야겠군요. 혹시 아직 안 보셨다면 니모를 찾아서도 추천해드립니다.

플라시보 2004-06-18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슈렉 2 봤는데 재밌더군요. 님의 감상문을 보니 저도 조만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참. 그리고 저도 하얀마녀님이 추천하신 니모를 찾아서 강추합니다.

마태우스 2004-06-18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얀마녀님/저 니모 봤어요. 푸른 물결이 정말정말 인상적이더군요. 영화도 참 재미있구요. 애니메이션도 충분히 빠질 만한 매력이 있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플라시보님/어머나, 저랑 같은 날 슈렉2를? 반갑습니다!
가을산님/님의 주말이 재미있을 것을 확신하는 바입니다.
호랑녀님/어느 책에서 읽었는데요, 공주병은 좋은 거랍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 대한 존중이 너무 없는데,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게 얼마나 좋냐고 하더군요.

부리 2004-06-18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니 마태우스 자네가 슈렉을 좀 닮았군!

sweetmagic 2004-06-18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슈렉은 눈 큰데.....

starrysky 2004-06-18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슈렉은 눈 대따 커요. 머리에 뿔도 있고 피부도 초록색이고.. 암튼 매력적이예요. ^-^
근데 그 고양이 안토니오 반데라스 목소리죠? 와우, 그 느끼함에 다시 한번 기절~!

LAYLA 2004-06-19 0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스윗매직님 코멘트 와따!! ㅎㅎ 저는 겁나 먼 왕국 부분에서 웃었다는..^^ 정말 왕국 이름이 겁나 먼 왕국일줄 누가 알았겠어요!! ㅎㅎ

마태우스 2004-06-19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일라님/겁나먼도 그렇고, 헐리우드를 풍자한 부분도 그렇고, 진짜진자 웃겨요.
스타리님/고양이가 압권이었지요 정말.
sweetmagic님/아, 알았어요. 저 눈 작아요. 흐흐흑. 삐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