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스틸러가 주연한 <미트 페어런츠>는 아버지가 전직 CIA 요원인 여인을 좋아하는 남자의 해프닝을 그린 영화다. 그 영화가 개봉할 즈음, 평소 안보던 영화정보 프로그램을 봤는데,  그 영화에 대한 소개가 나왔다. 재밌겠다 싶어 영화를 보러갔다. 이럴 수가. 좀 웃기는 장면은 죄다 TV에서 본 것, 영화를 보는 내내 난 한번도 웃지 않았다. 그때 생각했다. 영화정보 프로그램은 영화의 재미를 현저히 떨어뜨린다고.


그래서 난 내가 봐야겠다는 영화는 신문의 리뷰도, TV에 나오는 영화 소개도, 심지어 다른 사람이 쓴 영화평도 웬만해선 보지 않는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봤을 때 더 재미있는 법이니까. 그래도 문제는 남는다. 그 영화가 절대 보지 말아야 할, 예컨대 <낭만자객>같은 3류 영화라면? 이럴 경우에 대비해서 영화 사이트마다 별점을 매기는 게 아닌가. 알바들이 기승을 부리긴 하지만, 모집단이 수천명쯤 된다면 조작하는 건 불가능한 법, 지금까지 결과로 볼 때 맥스무비의 별점 순위는 꽤 신뢰할 만한 자료다.

 

<노브레인 레이스>를 보러 갔다. 미스터 빈을 비롯해서 좀 웃긴다는 사람이 다 나오고, 더구나 <총알탄 사나이>의 감독이 만든 영화니 더더욱 열광할 법했다. 하지만 네군데를 돌아다녀봐도 그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은 없었다. 지난주에 봤어야 했는데 내가 너무 꾸물거렸다. 그냥 돌아가기 뭐해서 본 게 바로 <빌리지>였다. 공포영화라는 것만 알고 영화를 봤는데, 음산한 음악과는 달리 하나도 안무서웠다. 수많은 괴물들에 단련된 내가 괴물 이야기에 왜 무서워하겠는가? 어찌나 안무서운지 졸리기까지 했는데, 나중에야, 아주 나중에야 그 영화가 꽤 재미있는 영화라는 걸 알았다. 끝이 좋으면 다 좋은 법, 난 제법 포만감까지 느껴가면서 영화관을 나설 수 있었다.


그러고 나니까 마냐님이 쓰신 영화평을 읽은 기억이 났다. 이 영화의 감독이 식스센스를 만든 사람이고, 그 영화 이후 사람들로 하여금 반전이 없으면 영화가 아닌 것처럼 인식하게 만든 나쁜 감독이라는 걸. 그리고 여기저기서 리뷰를 읽다보니까 마지막 결말이 뭔지 미리 다 알아버렸다는 것도. 영화를 재미있게 보는 비결은 역시 나처럼 아무것도 모른 체 영화를 보는 거다. 한가지 더. 영화평을 읽었던 걸로 보아 난 <빌리지>를 볼 마음이 없었던 것 같다. 이렇게 우연히 보는 영화가 재미있기는 힘든 법이지만, <빌리지>는 예외였다. 그, 그런데 이 영화의 맥스무비 별점이 6.5로 하위권이다. 이럴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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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4-10-04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가 좋다는 건지? 좋지 안다는 건지 영 헷갈리네요. 근데 주인공이 리버 피닉스의 동생이라면서요? 연기는 잘 하던가요?

stella.K 2004-10-04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1등 했군요. 다들 점심드시러 나간 모양입니다.^^

마태우스 2004-10-04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반전만 기가 막히다는 거죠^^ 그리고 동생이 여자예요, 남자예요?

stella.K 2004-10-04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잔줄 알고 있는데요. 호아킨 피닉스라고. 이 영화에 나왔대요. 저 사진의 쟨가? 연기력이 형만큼 있나 해서요.^^

노부후사 2004-10-04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아킨 피닉스는 리버 피닉스의 동생이죠. 예전에 <글래디에이터>에서 그 또라이 황제로 등장했던 아그에요. <빌리지>를 만든 나이트 샤말란의 영화는 <식스센스> 빼고는 한국에서 평가가 신통찮더라구요,.

sweetmagic 2004-10-04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라이 황제로 등장했던 아그..으 나쁜놈.... 다시 생각해도 열받는 나쁜 놈 !! 걔가 리버 피닉스 동생이었군요,,,, 하여간 나쁜놈 !! 비겁해 비겁해

ㅠ.ㅠ;;

엔리꼬 2004-10-04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사람입니다. 글래디에이터에서 코모도스로 나왔던 .....

구스 반 산트의 To die for에서 니콜 키드만의 유혹을 받는 고등학생 역으로 처음 알려졌지요..

www.imdb.com 에서 찾아보니. 식스 센스 8.2, 언브레이커블 7.1 싸인 7.1에서 빌리지 6.5로 추락했네요.

(아직 안봤지만) 이 영화는 나이트 샤말란이 만들었기 때문에 오히려 저평가된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Fithele 2004-10-04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과 제 마음이 오랜만에 같군요. ^^
아이비 역을 맡은 아가씨가 론 하워드의 딸이라고 해서 또 놀랐죠.

샤말란 감독님은 찾아내셨나요? ^^ 샤말란의 영화에는 언제나 감독님이 등장하시죠. -마치 히치콕을 찾아라 처럼 - 이번에도 어김없이 나오셨더군요.

maverick 2004-10-04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식스센스는 결과를 알고 봐서 재미 하나도 없었고 언브레이커블은 너무 어이없는 반전에 짜증났었고 그나마 싸인은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봤습니다. 빌리지 극장에서 보진 못하겠지만 비디오로는 한번 봐야겠네요..

비연 2004-10-04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빌리지..직장 동료가 별로라 해서 그냥 접어두었었는데..마태님의 평을 보니
(좀 아리까리하긴 하지만..^^;) 보도록 해야겠네요..ㅋㅋ

마냐 2004-10-04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역시 사람들의 영화 본 후일담은 흥미롭습니다..어쨌든 저도 괜찮게 봤고, 마태님도 그러신 모양이라...다행이다 싶은데, 제 옆자리 K라는 친구는 오늘 빌리지의 반전이 너무 뻔했다...고 투덜거리더군요. 뭐, 제 뒷자리 친구는 "반전이 굉장했다"고 했구요...흐흐.

연우주 2004-10-05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보이던데요. 반전이 어떻게 될 지 예상 가능해서 재미없던데... 게다가 화면 구성은 얼마나 촌스러운지...--; 놀랐다니까요. 저런 60년대 화면이 아직도 나오는구나 하고...
마태우스님과 영화에 대한 의견이 이렇게 엇갈리다니 유감이지만 말이죠..^^;

플라시보 2004-10-05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저도 봤어요. 그런데 리뷰를 쓰지를 못했어요. 왜냐. 초반 10분 정도 보다가 너무나 졸린 나머지 (영화가 졸렸다기보다는 몸 상태가 좋지를 않았습니다.) 자버렸거든요. 그래서 자막이 올라갈때 깼습니다. 나중에 같이 본 친구의 말로는 별로였다고 하던데... 아무튼 영화건 책이건간에 보는 사람마다 다 다를 수 있다는걸 또 한번 느낍니다. 저야 안봤으니 이 영화에 대한 의견이 있을 리 없지만 말입니다.^^

마태우스 2004-10-05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라시보님/몸 상태가 좋지 않을 때 영화를 보면 안되죠. 자고 나면 얼마나 속상한데요. 다시 보긴 돈이 아깝구요. 그래서 전 이 영화 볼 때 허벅지를 꼬집어 가면서 잠을 참았답니다.
우주님/음, 저도 반전이 나오기 전까지는 지루해서 죽는 줄 알았어요. 님과 저의 차이는, 전 반전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님은 예상했다는 것. 그것 말고는 차이가 없죠. 머리나쁜 게 이럴 땐 유리하군요. 영화 한편을 건졌으니 말이죠. 호호홋.
마냐님/영화를 재미있게 보는 법에 머리를 너무 쓰지 말라는 것도 포함시켜야겠군요. 호호. 참고로 전 머리를 전혀 안씁니다. 평소에도 그렇지만요.
비연님/저... 보지 마시어요. 보시고 저를 미워하실까 두렵사옵니다.
매버릭님/오랜만에 뵙겠습니다. 전 식스센스 결과를 알아도 귀신이 너무 무서워서 떨면서 봤습니다. 언브레이커블은 못봤구요... 이거 비디오로 보면 재미가 더 없을 것 같은데요.
피델한님/앗 의견이 같다니 반갑습니다. 그리고 저 감독 못찾았습니다. 전 아직 영화에 문외한이라서요, 감독을 구별할 정도의 내공이 못된답니다.
서림님/아, 그사람이 그사람이군요^^ 글라디에이터의 기억은 하나도 없지만, 뭐 그런대로 연기가 괜찮았단 생각이..
매직님/흥분하지 마세요. 제가 있잖습니까.
에피메테우스님/그러고보니 님과 저는 '우스' 패밀리군요^^ 몇줄 안되는 코멘트에서도 내공이 드러나 보입니다.
스텔라님/으음, 님도 영화에 대해 많이 아시네요. 전... 이제 공부하는 단계입니다. 지금까지 배우나 감독 중심으로 영화를 본 적이 없어서요.....많이 봤지만 아는 게 없네요.

Fithele 2004-10-05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독은요... 신문 보고 계시던 분이랍니다. ^^;;
 

 

 

 

 

 

* 이 책은 본문 내용과 무관합니다.

--------------------

 서림님이라는 분이 계십니다. “세상 살아가는 여러 이야기를 나누고픈 사람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하신 분인데요, 이분이 제게 메일을 보내주셨습니다.


[제가 95년부터 2000년이 넘게까지 씨네21을 정기구독하고 차곡차곡 모아두었는데, 이번에 집 이사를 가면서 그 많은 책들을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버리기는 너무 아깝고, 영화와 책을 사랑하시는 분 중 간절히 원하시는 분이 계시면 그냥 양도해드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났습니다. 어떻게 그 분을 만날 수 있을까 생각 끝에 알라딘마을이 생각났고, 알라디너 중 필요한 분이 계실 것이라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습니다]


책을 양도받은 대가는? “그 분이 이 책을 받으시고 조금의 희열이라도 느끼신다면 그걸로 만족하겠습니다”

어떻습니까? 시네 초창기부터 6년간 모은 책이라면 상당히 귀중한 자료가 될 것 같은데요, 원하시는 분은 서림님의 서재를 방문하셔서 상의를 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서림님 서재의 주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http://my.aladin.co.kr/seo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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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nerist 2004-09-30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요. 했다가 저 분 서재 잠시 둘러보고 지웠습니다. 좀 더 생각해보고 지원해야겠군요. 함부로, 땡잡았다. 싶어서 집어가는게 예의가 아닌 듯 하여 말입니다.

로드무비 2004-09-30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제가 미처 사지 못해 못 본 절반 정도의 씨네21이 보고 싶어서 일단 지원했습니다.
제가 받든 못 받든 좋은 정보 주셔서 고맙습니다.^^

sooninara 2004-09-30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이 알라딘 최대주주라서..이런일도 하시는군요^^

플라시보 2004-09-30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거 인터넷이 활성화되기 전에는 기사를 쓸때 씨네 21을 많이 참고 했었어요. 영화에 대해 쓰려면 특히나 감독이름 뭐 이런 정보들이 그득했으니까. 저도 95년 창간호부터 (제가 대학교 들어가자 마자 창간해서 홀로 예사롭지 않아했던 기억이..하하) 모아뒀었는데 일년전 이사올때 전부 버렸습니다. 집이 넓다면 그 모든걸 다 수용했었을텐데...그래도 창간호는 놔둘껄 하며 후회하고 있습니다. 부디 필요하신 분이 가져가서 잘 쓰시길^^ (나도 이럴줄 알았으면 님께 그거 버리기 전에 말하는건데...)

마냐 2004-10-01 0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은 알라딘의 숨은 서재 발굴하는 탐험단장. 이젠 꽤 마태우스님을 알것도 같은데..새삼 놀랄때가 많은 양파같은 분.

엔리꼬 2004-10-01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마태우스님께서 즐겨찾기 0에 빛났던 저를 어찌 찾으셨겠습니까? 제가 탐험 결과 마태우스님 서재의 조회수가 높은 것을 알아내고, 메일을 먼저 띄웠습니다. 마태우스님 덕분에 씨네21 이벤트 잘 끝났습니다. 배송만 남았네요.. 아무튼 감사드립니다.

stella.K 2004-10-01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한다니까요. 전 또 마태님이 이사하신다는 줄 알았다는...전 <키노>나 어디서 그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흐흐.

로드무비 2004-10-01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책을 덥석 받기로 했습니다.
경쟁자가 좀 많았으면 서림님이나 지원자나 지켜보는 분들이나 좀 신이 났을 텐데...
눈치없는 저 때문에 싱겁게 끝나버렸네요.(죄송혀요!)
마태우스님께도 고맙다는 인사 전합니다.
복 많이 받으실 겁니다.^^


stella.K 2004-10-01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은 이거 받으시기에 충분하신 분이십니다. 미안해 하지 마셔요.^^
 

 박민규가 쓴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이 책은 그 자체로도 재미있지만, 인천 지역의 야구열기를 되살렸을 뿐 아니라 <슈퍼스타 감사용>이라는 멋진 영화를 만들어내는 토대가 되기도 했다. 그 <슈퍼스타 감사용>을 어제 봤다. 1등만이 살길임을 외치는 신자유주의의 물결 속에서, 평범하게 살다가 사라져 간 한 선수를 조명하는 건 참으로 감동적이었다. 그리고 1승 15패의 처참한 성적을 거둔 감사용을 선택한 것은 매우 탁월한 선택인 듯하다. 내가 아는 감사용은 12연패로 투수부문 최다연패 기록을 보유한 선수라는 것 뿐인데, 그가 야구 동호회에서 뛰던 선수라는 건 나도 몰랐다. 아마 때 아무리 잘했어도 주전이 보장되지 않는 작금의 상황을 보면 원년의 프로야구가 얼마나 헐렁했는지 알 수 있을게다.

그당시 난 프로야구의 광팬이었다. TV는 물론 다 봤고, 낮경기는 수업시간에 라디오로 들었다. 그래서 당시 기록은 지금도 줄줄 외울 정도인데, 증명을 위해서 몇가지만 말하자면 백인천이 .412로 타격 1위, 윤동균이 .342로 2위, 장태수가 .336로 3위를 했고, 김봉연이 22개로 홈런왕, 김성한이 타점왕(75개? 자신없다), 김일권이 도루왕(51개?)을 차지했었다. 그래서 난 박철순이 22연승의 빛나는 기록을 세웠다는 것, OB가 삼미에 16전 전승을 거두었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영화 속에 나오는 야구선수들의 이름도 모조리 안다. 영화를 참 정성스럽게 만들었다고 생각한 것은 박철순 역을 맡은 공유나 양승관, 윤동균, 백인천 역을 맡은 배우들도 다 실제와 닮았기 때문이다. 포수였던 금광옥이 이혁재와 닮았는진 모르겠지만, 그가 나와서 영화가 더욱 재미있었던 것 같다.

이혁재: 감독니--임. 작전을 주십쇼!

감독: 쳐라!


영화 속에서 19연승을 거두던 박철순은 감사용과 선발 맞대결을 벌인다. 그해 전기리그에서 박철순은 18승 2패라는 엄청난 기록을 세우는데, 연승의 초창기를 제외하고는 동점 상황인 경기 후반에 투입이 되어 구원승을 넙죽넙죽 챙겼을 뿐, 선발로 9회까지 완투를 하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최근 일은 잘 기억 못해도 옛날 일은 또렷이 기억하는 내 머리를 아무리 굴려봐도 영화 속에 나오는 것과 같은 경기는 없었던 것 같다. 물론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다. 그런 것에 딴지를 걸기엔 영화가 너무 감동적이고 재미있었으니까 말이다. 영화 중간에 눈물이 흘렀고, 그 눈물은 끝까지 멈춰지지 않았다. 그밖에 느낀 점을 간략히 써본다.


-감사용의 형 이름은 ‘삼룡’이다. ‘일용’과 ‘이용’은 어디 갔을까. 참고로 전원일기에서 ‘일용엄마’로 나왔던 김수미가 감사용의 엄마로 나온다.

-이범수는 어느덧 그가 나왔다는 한가지 이유만으로 극장을 찾게 만드는 배우가 되었다. 이 영화에서도 그는 날 실망시키지 않았다.

-해설자로 나온 사람은 이병훈이라는 LG 선수인데, 선수시절에도 웃기는 행동을 많이 해 ‘개그맨’으로 불렸다. 실제로도 모 방송사의 해설을 맡고 있는데, 수비가 안좋아 평범한 외야 플라이도 다이빙 캐치하곤 했던 그를 생각하면, 그가 “아 저건 잡아 줘야죠!”라고 말하는 건 좀 웃긴다.

-삼미의 에이스인 인호봉은 그놈의 징크스 때문에 여자 팬티를 입는다. 그게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인호봉은 <달마야 놀자>에서 침묵수행을 하던 스님으로 나왔었다. 반가웠다.

-감사용과의 대결에서 박철순이 7회 동안 3점을 내줬을 때, 감독이 묻는다.

“너 오늘 왜 그렇게 컨디션이 안좋아?”

보통 투수가 7회 동안 3점을 주면 잘던진 거지만, 당시 1.86(1.84인가?)의 경이적인 방어율을 기록했던 박철순이라면 그런 말을 들을 만한다. 박철순은 그해 22연승의 대기록을 수립하는데, 롯데전에선가 연승 기록이 깨질 때 가슴이 찢어졌다.


재미와 감동이 어우러진 멋진 영화, 나처럼 야구를 잘 모른다 해도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알면 더 재미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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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4-09-29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용 선수가 박민규 씨 책을 읽고 울었다네요. 그것이 또 화제가 됐었죠.
얼마 전에 보니 마산인가 창원인가에서 마트의 관리부장으로 일하고 있더이다.
영화 개봉 무렵에 발맞춰 세월이 많이 지난 후의 삼미 슈퍼스타즈 선수들의
모습을 인터뷰를 통해 봤는데 내 남편도 오빠도 아닌데 왜 그리 짠한지......
그라운드를 떠나 생활인으로 복무하는 늙어가는 친구들에 대한 연민이랄까.
우리 모두 나름대로 그라운드가 있었잖겠어요? 그곳이 어디든......
마태우스님, 연휴 재미나게 잘 보내셨어요?

노부후사 2004-09-29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상하게 스포츠 영화는 정이 안가요. --;;
유일하게 열광한 스포츠 영화는 스포츠계 내부비리 처참하게 까발린 올리버 스톤의 <애니 기븐 선데이> 뿐...

마냐 2004-09-29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피메데우스님, 스포츠영화...라기보다....그저 따뜻한 영화라 할 수 있슴다.
마태님이 영화 보고 좋으셨다니...왠지 흐뭇 모드임다. 전 영화 잘 보구 나와서, 감동도 있었음에도 불구, 막 심술을 부렸었걸랑요. ^^;;;

starrysky 2004-09-29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따 무식한 질문 하나! '감사용'이 사람 이름, 야구 선수 이름인가요?
지금까지 저 영화 제목을 볼 때마다 그게 늘 궁금했어요. (뭘 감사하라는 거지? 슈퍼스타들이 팬한테 감사한다는 뜻인가? 감사면 감사지 감사용은 뭐야 대체! 등등;;;)
아얏! 때리지 말고 가르쳐 주세요.. ㅠㅠ 무식이 죄인가요? (죄지!)

메시지 2004-09-29 1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고싶은 영화는 많고.... 저도 꼭 보고 싶어요.

하얀마녀 2004-09-29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년 프로야구에는 저도 꽤 관심을 가졌습니다만 어째 그 다음해부터는 그다지 관심이 가지 않더군요. 그래도... 그 숫자들을 기억하시는 것이 놀랍습니다. ^^

soyo12 2004-09-29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초등학교 1학년때인가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 때는 누구나가 OB 팬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박철순 아저씨가 마지막 경기하실 떄,
그 때, 사람들이 모두 일어나 마이 웨이를 불러줄 때,
정말 두눈에 눈물이 고였습니다.
전 아직 영화를 못봐서 그렇지만 전 그 당시 정말 박철순 아저씨 좋아했었습니다.^.~

깍두기 2004-09-29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해태 팬이었어요. 지금은 프로야구란 게 있냐 이러면서 살지만...
그나저나 그 숫자들을 기억하고 계시다니...똑똑한 분은 원래 그런 건가요?^^

털짱 2004-09-30 0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많이 생각한 끝에 제 입장을 정리했습니다.
전 마태님이 싫다고 하지 않으신다면 계속 님을 좋아할래요.
하지만 싫다시면 레간자처럼 소리없이 조용히 좋아할게요.
님이 완벽해서 좋아했던 게 아니라 님의 다정한 마음을 좋아했던 것이고,
그리고 여전히 님이 다정하고 여린 분인 걸 알기 때문에
제 마음이 바뀔 이유가 없습니다.

sweetmagic 2004-09-30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때 OB베어스 회원이었어요~ 빨간 잠바도 있고 싸인볼이랑 야구방망이, 삼발이 처럼 세워진 야구 방망이 샘플도 있었지요 ~ 회원증 같은것도 있었던거 같은데... 그때 야구가 붐이었던것 같아요. 지금은 좀 시들한것 같지만 ~ 곧 또 때가 오겠죠 ~ ^^

sweetmagic 2004-09-30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나저나 님 좋으시겠어요 ~

짱아님 화이팅 ~!! ㅎㅎ

님을 잘못 치니까 민이 되네요 ㅎㅎㅎ 하마터면 그나저나 민 좋으시겠어요 ~
그럴뻔 했다는 ㅎㅎㅎ

마태우스 2004-09-30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윗매직님/오오, 님이 그 유명한 오비의 어린이 회원... 제 여동생도 오비 회원이었지요. 제가 강제로 시켜서^^ 우승하니까 이것저것 많이 줘서 본전은 뽑았었죠.
털짱님/짱아님 화이팅....
깍두기님/쓸데없는 걸 잘 기억하는 건 별볼일 없는 사람들의 특기랍니다. 저도 빨리 잊어버리면 좋겠어요
소요님/박철순... 옛날엔 참 멋졌는데, 지나친 혹사로 오래 못뛴 게 아쉽습니다.
마녀님/저도 지금은 MLB로 관심이 가서, 누가 일등인지도 잘 모른답니다.
메시지님/프로야구에 대해 향수를 가진 분이라면 더 재미있을 듯... 꼭 보세요!
스타리님/선수 이름인데요, 감사용 모른다고 큰일날 건 없습니다. 감사용보다 스타리님을 아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마냐님/마냐님은 심술쟁이!!!
에피메테우스님/오, 에니 기븐 선데이, 그거 정말 재미있죠. 전 카메론 디아즈를 공부하다가 우연히 봤는데, 영화의 매력에 흠뻑 빠져 버렸었죠.
로드무비님/5일의 휴무, 재미있게 보냈어도 아쉽기만 하군요. 아, 너무 더워요!

oldhand 2004-09-30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원년 어린이 회원 출신의 극렬한 해태팬으로써 덧붙인다면요.. (딴지는 아니고.. 참고하시라고 ^_^) 김성한의 타점은 67점이었습니다. 아울러 투수로 나와 10승을 올렸지요. 김일권은 아마 52도루였던것 같네요. 타율 2위와 3위까지 기억하고 계시는 마태님이 정말 놀라울 따름입니다. @_@
영화에서의 박철순과의 대결 경기는 약간 각색이 들어있다고 하더군요. 실제로는 18연승 도전 경기에서 만났다고 합니다.

2004-09-30 16: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4-09-30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드핸드님/아, 그렇군요. 님도 대단하십니다. 더 말해 보겠습니다. 4위는 신경식, .334, 김성한은 10승5패, 백인천의 홈런수는 19개, 이만수는 14개...호호, 이런 걸 써먹을 기회가 생기다니... 노상수는 14승 19패.....

oldhand 2004-09-30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핫. 제 물을 만나셨군요! 김봉연, 백인천과 끝까지 경합했던 김준환은 19개고 전기리그 홈런왕 김우열은 13개였지요. 이만수는 이듬해 김봉연이 교통사고를 당하는 통에 27개로 홈런왕 먹구요. ^o^ 알라딘에서 이런거 써먹게 될 줄은 저도 몰랐네요. 으하핫.

마태우스 2004-09-30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드핸드님/맞아요. 그때 김봉연이 교통사고 당해서 콧수염 길렀었지요. 그때 얘길 하니까 재미있군요^^ 안되겠다. 문제를 내겠습니다.
1) 첫해 세이브왕은 누구였을까요?
2) 원년에 100안타를 넘긴 선수는 몇명이죠?
3) 83년 20승을 거두며 해태를 우승으로 이끈 선수는 누굴까요?(이건 너무 쉽다...)
4) 장명부는 83년 30승을 거뒀습니다. 패는 몇패였을까요? 음하하하. 이건 좀 어렵죠? 가까운 시일 내에 답을 주시기 바랍니다.

oldhand 2004-10-01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구야...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다가 이거 큰일 났습니다.
1) 황규봉 (몇세이브인줄은 몰랐는데 뒤져보니 11세이브군요)
2) 2명 일까요? 백인천이 넘었고, 장태수나 신경식 중 1명이 왠지 넘었을 것 같기도 한데... 윤동균도 가능성이 있구요.
3) 이상윤 이지요 ^^ 20승 10패의 성적이었습니다.
4) 16패네요. (이건 사실 커닝 했습니다. -_-a 등판 경기가 60경기였다는것만 알고 있었어요. 투구이닝도 400이닝이 넘었었는데..)
커닝한거 빼면 겨우 50점이네요.
으아... 그리고 커닝하다가 얼핏 보니까 원년 김성한의 타점이 69점이네요. 이런 실수를...

마태우스 2004-10-01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드핸드님, 거의 다 맞추셨네요 뭘. 음, 장명부의 기록도 인터넷에 떠 있군요. 그때 100경기를 하던 시절인데 혼자서 절반이 넘는 경기에 등판한 건 정말 말도 안되죠^^ 힘을 하나도 안들이며 던지는 것 같긴 합디다만... 이상윤이 10패인 것도 기억하시는군요. 이상윤이 6승6패일 때, 제가 이랬어요. "이 선수, 팀에 도움이 되긴 하는 거야?" 철없던 시절이라, 히히. 그리고 2번은 백인천이 101안타로 유일하게 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80경기밖에 안되어서 100안타 치기가 그리 만만치는 않았었죠. 하여간 반갑습니다.

marine 2004-11-11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철순과 공유가 비슷하다구요? 음, 젊었을 때 박철순이 꽤 잘 생겼나 보군요 개인적으로 그 영화에서 공유가 무척 마음에 들었거든요 운동선수답지 않게 말끔하게 생긴 게 아주...^^ 그런데 전 이 영화 아주 재미없게 봤어요 야구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이 보기엔 별루더라구요 하지만 프로 되기 전 농구대잔치를 소재로 영화를 만들면 저도 열성적으로 볼 것 같아요 저도 TV 중계 해 줄 때는 학교 조퇴하고 가서 봤거든요 현대에 이원우라는 별로 안 유명한 선수가 있었는데 제가 그 사람의 열렬한 팬이었어요 얼마 전에 뇌종양으로 죽은... 그 사람 소재로 영화 만들면 저도 아마 영화의 모든 장면을 다 외울 것 같아요
 

현재 맥스무비 사이트에서 예매율 1위를 달리는 영화가 바로 <귀신이 산다>다. 코메디에 도가 튼 차승원, 내가 믿는 것은 오직 이거였다. 하지만 영화는 워낙 실망스러웠고, 전반부 한시간은 끔찍하기까지 했다. 그냥 추석 특집으로 TV에서 해줄 때 보는 게 정신건강에 좋을 듯하다.


-차승원의 연기는 정말이지 훌륭했다. 하지만 아무리 훌륭한 배우라도 시나리오가 개판이면 영화가 후져진다는 걸 어제 알았다. 그나마 차승원이 아니었다면 영화가 쓰레기가 될 뻔했다. 그의 연기는 너무 훌륭해 처절하기까지 했는데, 거의 울듯한 표정으로 ‘섹시 섹시 라발라’라는 노래를 부를 땐 마음이 아팠다. ‘왜 그런 영화에 나왔니?’


-귀신 나오는 집에 들어간 차승원은 귀신의 훼방에 시달린다. 근데 그게 너무 유치하다. 칼이 날고, 소파가 뒤집어진다. 닭들이 왕창 나올 때는 짜증이 났다. 아무리 영화지만 닭이 목을 잘리는 장면을 보여준 건 역겨웠다. 이다지도 안웃긴 영화를 만들고 버젓이 극장 상영까지 하는 만용은 어디서 기인한 것일까. 내가 재미있게 본 <신라의 달밤>과 <주유소 습격사건>을 만들었던 김상진 감독, <낭만자객>의 윤제균처럼 당신도 내게 찍혔다!


-40분쯤 지났을 때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중간에 나가기가 도저히 불가능하게 만든 ‘시네시티’의 구조 때문에 할 수 없이 끝까지 앉아 있어야 했다. 그래도 후반부는 좀 나았으니, 참고 기다린 보람은 있었다.

 


-물론 영화가 획기적으로 재미있다거나 그런 건 아니었다. 한시간이 지난 후부터 장서희가 본격적으로 나왔는데, 안젤리나 졸리 때문에 <툼 레이더>를 보는 것처럼, 이쁜 배우는 영화의 유치함을 참아낼 수 있게 해준다. 장서희는 <인어공주> 때보다 더 이뻐졌다.


-내가 처음으로 웃은 장면. 장서희가 차승원이 누워있는 침대를 번쩍 들자 차승원이 이런다.

“소파도 이런 식으로 한거냐? 너 인생 왜 그렇게 사니?”

이거 말고도 반장으로 나오는, 이름을 잘 모르겠는 낯익은 배우가 막판에 뒤집어지게 웃겨서 본전은 한 것 같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귀신이 산다>는 영화는 극장을 텅 비게 함으로써 귀신들만 영화를 보도록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세상을 만만하게 보는 감독에게는 응징이 필요한 법이니까. 근데 6점대에 머물고 있는 별점평과는 달리, 이 영화가 왜 예매율 1위를 달리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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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시보 2004-09-26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관에 장서희가 와서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게 되었거든요. 근데 진짜 엘리베이터 문이 막 닫히려고 할때 심상찮은 기운이 느껴지더니 다시 문이 스윽 열리고 경호원들이 타고 어디선가 천사가 날라와서 타더라구요. 자세히 보니 장서희더이다. 음. 일단 정말 예뻤어요. 생각보다 키도 크구요. 많이 말랐어요. 근데 피부는 생각보다 별로 안좋았어요. 난 되게 좋은줄 알았거든요. 엘리베이터를 타는 내내 입 쩍 벌리고 봤어요. 화면보다 실제가 훨 났더라구요. (천사 그 자체였습니다. 다른 표현은 적당한게 없을 정도로^^) 음...영화랑 상관없는 소릴 했네요. 죄송^^ 이 영화 저도 참 지랄스럽게 봤는데 사람 보는 눈은 얼추 다 비슷한가봅니다.^^

마태우스 2004-09-26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도 재미없었다니 다행이군요. 그래도 장서희를 봤다면 본전은 충분히 뽑은 게 아닐까 싶네요. 저만 그런가요?^^

비로그인 2004-09-26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미녀를 좋아하시는 마태우스님.. ㅎㅎ
근데 저는 이 영화에서 장서희가 너무 이쁜척해서 질리던걸요. 이쁜 것들이 이쁜척하면 더 짜증나는 법이거든요.. 우하하

노부후사 2004-09-26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김상진이 영화 좀 그만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너무 저질스럽게 만들어서 원...
예전에 김상진이랑 같이 놀았던 박정우는 <바람의 전설>인가 성석제 소설 원작삼아 철저하게 말해놓고 이제 걔네는 끝인가 했는데... 다시 살아날 줄이야...

soyo12 2004-09-26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솔직히 말하면 저 영화 예매율 자체가 약간 조작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렇게까지 메리트가 있는 영화가 아닌데,
보통 주변에 있는 사람 기대도 보면 감은 잡히잖아요.
그런데 전혀 귀신은 산다는 그리 안좋아하는데, 이상하게 예매율이 높더라구요.
아, 본격적으로 인터넷에 직원 풀었나보다 했어요.^.~

비로그인 2004-09-26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다가 극장에서 뛰쳐나왔다는 사람 여럿이던데요

부리 2004-09-26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셔고양이님/음, 이 영화는 충분히 그럴만한 영화였습니다.
소요님/그렇죠? 하여간 뭔가 있어요. 귀신이 예매율을 올렸다든지...
에피메테우스님/한두개 흥행 성공하니까 세상이 너무 만만하게 보이나봐요!!
처음마음처럼님/음, 제가 장서희를 좋아하는 건 아니구요, 그전에 너무 썰렁해서 장서희 보는 재미라도 갖자, 뭐 이런 거였어요. 그래도...티가 나긴 나는군요^^
 

<터미널>을 봤다. 상영이 거의 끝날 때라 메가박스 12관의 조그만 홀에서 봤는데, 그런 데서 보면 꼭 비디오방에 온 느낌이 든다. 영화를 먼저 보신 분들이 핵심을 찌르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겠지만,  영화를 보고 느낀 점을 몇 개만 쓴다.


-자막이 오른쪽 위에 나오는 시스템은 별로 안좋은 것 같다. 위쪽은 대개 하늘이 잡히니 밝기 마련이고, 밝은 곳에 씌여진 흰 글씨는 잘 안보인다. 안보이는 글씨를 보려고 눈을 부릅뜨고, 그래도 안보여서 영어를 듣고 해석해 보려고 했지만, ‘잔돈은 너 가져라’라는 구절 말고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해둘걸 그랬다.

 

-전형적인 탐 행크스 표 영화다. 인간애에 호소하면서 감동을 자아내려고 애쓰는 그런 영화. 내가 감동의 역치가 낮아서 그런지, 아니면 탐 행크스의 연기가 워낙 훌륭해서 그런지, 난 대충 만족했다. 다만 결말이 영 이상했다. 찍다가 돈이 떨어졌었는지, 아니면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서 그랬는지 서둘러 마무리를 한 느낌이다. 탐 행크스가 그 여자랑 잘 안되는 게 훨씬 더 현실과 가깝긴 하지만, 보는 관객으로서는 아쉽다. 하이라이트가 되어야 할, 재즈 가수가 싸인을 하는 장면도 보여주지 않는다. 왜 그랬을까.

-내가 뿌듯함을 느끼는 두가지 버전이 있다. 하나는 <귀여운 여인>에서 억만장자인 리처드 기어가 거리의 여자인 줄리아 로버츠에게 엄청난 옷을 사주는 장면. “얼마든지 사라”고 하는 표정엔 여유가 묻어난다. 그럴 때면 ‘나도 저러고 싶다’는 생각이 불끈... 또다른 버전이 그다지 변변치 못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지만 서로 연대해서 아름다운 결실을 맺을 때. 공항의 하급 직원들이 <터미널>에서 베란다에 칸탈레나 식당을 차려놓고 행크스와 그 여인에게 서비스를 하는 장면은 진한 감동과 재미를 내게 선사했다. 물론 두 버전 중 후자가 훨씬 더 뿌듯하다.

-인상적이었던 대사.
국장: 왜 하필이면 그 친구(탐 행크스)죠? 댁같은 미인이라면 누구든 사로잡을텐데.
스튜어디스: 댁과 같은 종류의 사람은 절대 이해 못하죠.
내가 재미있게 본 <지존무상>에서 알란 탐이 도박판에 뛰어들면서 했던 말, “부자들은 절대로 이해 못하는 게 한가지 있죠”를 연상시킨다.

-지금사 알았는데 감독이 스필버그다. 신기주 기자에 의하면 스필버그가 이 영화를 만든 이유는 다음과 같단다.
[스필버그는 자신뿐 아니라 모든 미국인들에게 충격을 줬던 2001년 9.11 테러를 생각했다. 그는 참사 이후 미국이 본래의 모습을 잃고 자국민들과 전세계 사람들에게 너무 포악한 나라로 여겨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미국은 '본래'의 모습을 되찾아야만 했다. “<터미널>엔 다양한 사람들의 위대한 혼합물인 미국을 찬양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그는 또 이렇게 덧붙인다. "지금은 좀 더 웃을 수 있는 이야기가 필요한 시기다. 그리고 할리우드영화들은 이 어려운 시기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그 역할을 해야만 한다.” ]
이걸 읽으니 영화에서 받았던 감동이 약간은 퇴색한다. 그래봤자 미국은 포악한 나라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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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시보 2004-09-26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필버그가 한 말이 너무 실망스럽군요. 저도 저 영화 봤었는데 그 식당 장면은 진짜 웃겼어요. 사람들이 전부 박장대소를 하더군요.^^

soyo12 2004-09-26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느낀 이 영화를 만든 이유는 "그래 우리 다시 한번 아카데미 타보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