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지 존스 1편을 난 비디오로 봤다. 극장에서 보고 싶었지만 같이 볼 사람이 없었던 탓, 집에서 이 영화를 보면서 비디오로 보기엔 미안한 영화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2편은 26세 미녀와 손을 꼭 붙잡고 봤다.


재미는 있다. 웃기려고 아예 작정을 해서 그런지, 영화를 보는 내내 웃을 수 있었다. 하지만 웃음만을 원했다면 ‘웃찾사’를 보지 굳이 이 영화를 볼 필요가 있었을까? 1편에서 느꼈던 전복성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웃음을 위해 말도 안되는 설정들이 이어지는 영화, 브리짓 존스 2편 역시 속편들이 대부분 가는 길을 가고야 말았다.

* 주연 배우가 이 영화 때문에 살을 많이 찌웠다고 하더군요. 자유 자재로 뺐다 쪘다를 할 수 있다니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브리짓은 애인인 마크 주변을 얼쩡거리는 22세의 롱다리를 성가셔한다. 젊음과 미모로 무장한 롱다리에게 뱃살이 출렁거리는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지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 그럴 때는 마크가 알아서 오해를 풀어줘야 하건만, 그런 노력 따위는 하나도 없다. 그러니 브리짓이 질투를 할 만하다. 그 오해는 아주 나중에 풀리는데, 정말이지 어이가 없어 말이 안나왔다. 1편이 그 자체로 완결성을 갖는 상황에서, 속편이 나오는 건 무리였는지 모른다. 머리 좋은 사람들이 짜낸 게 겨우 이런 수준일까 싶지만, 나라도 이거 이상 가는 속편을 만들었을 자신은 없다. 1편보다 더 나은 속편이 몇 개 있긴해도, 속편은 되도록 안나오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백투더 퓨쳐>나 <반지의 제왕>처럼 영화 한편에 이야기를 다 담지 못할 때라면 모를까.


영화에서 브리짓이 물에 흠뻑 젖어 마크의 사무실에 들어갔을 때, 사무실에 앉아 있던 나이든 사람이 이렇게 말한다. “How can I help you, young lady?"

33세인 브리짓을 레이디, 그것도 젊은 레이디라고 불러주는 그가 참으로 친근하게 느껴졌다. 서른만 넘으면 대충 ‘아줌마’로 통일되는 우리나라의 호칭은 좀 문제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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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ylontea 2004-12-13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이 속편이 나왔으니 영화도 나오지 않았을까요??

모든 것이 대충 첫번째 것에서 모든 독자(이 단어가 생각이 안나서 2,3분정도 머리를 쥐어 뜯었었어요.... ㅠ.ㅜ... 관객이니.. 독객도 아니고.. 책읽는 사람을 뭐라고 하더라?? 그런 단어가 없나? 있긴 한거냐... 이러면서... ㅠ.ㅜ 다행히 생각이 났어요...)나 관객에게에게 새로운 소재나 재미를 다 주어서 기대치가 올라간 상황에서 속편이 성공하기는 힘들지요.. 그냥... 그렇게 1편의 아쉬운 재미로 남겨지는 편이 더 좋을 때가 훨씬 많지요.

진/우맘 2004-12-13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랬구나.....그럼, 난 1편을 못 봐서 재미있었나? ^^;;;

실망하셨다니, 제 칭찬에 기대치가 올라간 탓도 있으리라고 책임을 통감합니다. 통감만...^^

미완성 2004-12-13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다운받아볼까 했는데, 마음 접어야겠군요. 1편 초반에 처절하게 열창하던 브리짓의 모습이 아직도 선명하건만..*.*

제작진도 1편만 하기에는 섭섭했나봐요. 돈도 그렇고 영화도 그렇고..;;

하이드 2004-12-13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편은 정말 재미있었는데, 사실 책도 속편은 별로였어요. 태국가서 마약범으로 잡히고 어쩌고 하는 설정이 좀 과장되었다 싶었거든요.

nugool 2004-12-13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편이 더 나은 영화가 거의 없으니 정말 희안하죠? 며칠전에 르네 젤위거가 한국에 왔었더군요. 티비화면에 비치는 그녀의 얼굴.. 정말 평범하고 짜글짜글.. 진짜 우리나라 여자들이 예쁘다니까요. ^^ (마태님도 절실히 느끼고 계시죠?^^)

2004-12-13 15: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4-12-13 15: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明卵 2004-12-13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 저도 재밌게 봤는데, 진우맘님처럼 1편을 못 봐서 재미있었나?

플라시보 2004-12-13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무척 기대를 했었는데 별로인가보군요. 아직 안봤는데 영화관에서 보길 포기하고 그냥 비디오로 볼까봐요^^

연우주 2004-12-14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2편이 훨훨 재미없더군요. 어제 봤는데요, 넘 별로더라구요!

마태우스 2004-12-14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주님/어머 우주님 반갑습니다. 미모는 여전하시죠??

플라시보님/아니 뭐 영화로 보는 게 더 재밌긴 하지만... 전복성 면에서 떨어진다는 거거든요. 아이, 전 몰라요!

명란님/저도 재미있게 보긴 했어요. 그래도 그 막판에 레베카가 변신하는 건 너무 말이 안되잖아요??

우주님/아, 그렇군요... 흑흑.

너굴님/저야 뼈저리게 느끼고 있죠. 어쩜 그리 미녀인지 호호.

하이드님/맞습니다. 정말 무리한 설정이었어요...

사과님/다운받아서 볼 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은 합니다. 다만 제가 기대가 좀 컸었죠.

진우맘님/아닙니다. 나름대로 재미는 있었으니 책임지실 필요 없어요. 그 대신 이벤트 하세요!!

실론티님/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그래도 이왕 만들 거, 여고괴담처럼 전혀 색다른 속편이 나온다면 좋겠어요..
 

 

여친과 영화를 보러 갔다. xx 마감이 얼마 안남아 우리 둘다 그럴 처지는 아니었지만, 없는 시간을 쪼개서 보는 영화가 더 재밌는 법이니까. 하지만 아니었다. <노트북>을 보고 나니까 세상의 모든 노트북들이 싫어졌고, 여친에게 “재밌다”는 거짓 정보를 흘린 사람에게 보복을 하고픈 심정이다. 복선 같은 건 애당초 없고, 결말이나 스토리가 뻔하디 뻔한 그런 영화, 나 혼자 봤으면 머리를 쥐어뜯었겠지만, 여친과 함께라 그리 지루하진 않았다.




돈많고 미녀인 A는 가난하고 비젼 없는 B와 사귀다 집안 반대로 헤어진다. 몇 년을 그러고 있는데 A 앞에 집안이 부자고 직업도 괜찮은데다 잘생기기까지 한 C가 나타난다. A는 놀랍게도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하기로 한다. 그때 우연히 신문에 난 B의 사진을 본 A, 그녀는 B에게 달려가고, B는 다시 돌아온 A를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A가 누구를 선택했을지는 지극히 당연한 일인데, 난 여기서 B에 대해 얘기해 보고 싶다.




A를 잃고 약간 맛이 간 삶을 사는 B에게 A의 출현은 꿈같은 얘기였을거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A를 붙잡으려 하는 게 과연 온당한 일이었을까. 사랑을 신성시하는 사람은 그렇다고 얘기할 거다. 과연 그럴까. A 집안에서는 B를 사위감이 아니라고 결사반대하던데, 반대하는 결혼을 한 A는 마음고생이 많을거다. 게다가 인생은 사랑만으로 살 수는 없는 법, 돈많은 C가 A를 그렇게 사랑하고, 멋진 프로포즈까지 해줬는데, A를 다시 붙잡아야 할까? 그러니까 내 말은 자신보다 그녀를 더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리고 그와 결혼 날짜까지 잡혀 있는 상태라면 보내 주는 게 진정한 사랑이 아니냐는 거다.




이렇게 말하는 건 내가 너무 나이를 많이 먹어 현실적이 된 탓도 있지만, 집안 반대로 여자와 헤어져본 쓰라린 경험이 있어서일 것이다. 내가 버는 얼마 안되는 돈으로 도망가서 살 용기마저 없었던 나는 결국 그녀와 헤어지고 말았는데, 그때 난 집안의 반대가 얼마나 힘든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고, 내가 만일 자식을 낳는다면 누구와 사귀든 간섭을 안하리라 결심했다.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결혼이 집안간의 만남이란 성격이 더 강하지만, 성인이 된 남녀가 결혼을 하겠다는데 집안에서 반대한다는 건 참으로 부당하다. 말로는 “너를 위해서야”라고 하지만, 그 안에는 좀더 좋은 조건과 결혼을 함으로써 자신의 허영을 충족시키고자 함이 아닐까 싶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만든 영화이긴 해도, <노트북>은 정말 ‘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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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12-06 0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얼마 안 살았지만 어른들이 반대하는 결혼은 별로라 여깁니다. 더 중요한 건 결혼자체가 별로 아닙니까?? ㅋㅋ=3=3=3

조선인 2004-12-06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 집안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한 저로선... 묵비권을 행사하지요. ㅠ.ㅠ

비로그인 2004-12-06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영화 무지 보고싶은데...



저도 반대하는 연애 해본경험 있기도 하구,

그냥 낭만적인 이야기에 푹 빠져보고 싶기도 해서요.

아마 여친분께서는 재밌게 보시지 않았을까요? ^^

비로그인 2004-12-06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영화는 보지 않고, 나중에 돈 모아서 노트북 하나 장만하렵니다. -_-;;

마태우스 2004-12-07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대생님/하하, 그게 훨씬 낫습니다.

고양이님/여친도 별 재미 없다고 하던걸요? 고양이님도 그런 경험이 있으시군요...

조선인님/님도 사연이 많으시겠어요??? 궁금하긴 하지만 다음 기회에...

쥴님/음, 님 말씀도 맞습니다만.... 저 같으면 그냥 빠져 줬을 거란 생각을 했어요. 제가 스스로 자신이 없어서 그런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지요...

폭스님/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하는 게 좋은가 아닌가는 정말 어려운 문제일 것 같습니다....
 

 

가창력이 좋기로 유명한 박미경의 히트곡 <이브의 경고>는 바람을 핀 남자에게 한번은 봐줄테지만 자꾸 그러면 가만있지 않을거다, 난 뭐 능력이 없어 이러고 있는 줄 아느냐 하고 협박하는 내용이다. 가사 자체가 도발적이기도 하지만, 노래 자체가 워낙 좋고, 박미경이 노래도 잘 불러 히트를 했는데, 가사 내용과 무관하게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난 성남 문무대가 떠오른다.




난 3년 3개월간 군대를 갔다. 말이 그렇다는 거지, 군복을 입고 계급장을 단 건 사실 대구 군의학교와 문무대에서 보낸 석달이 고작이다(나머지 기간에는 공중보건의 신분으로 국립보건원에 다녔다). 남들은 2년이 넘게 하는 군대생활을 고작 3개월간, 그것도 아주 설렁설렁 했으니 편했다고도 말할 수 있지만, 반드시 그런 건 아니었다. 난 나이 서른에 군대를 갔다. 나이가 많은만큼 인내심은 없었고, 체력 또한 20대의 그것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운동장 한바퀴를 도는 것도 힘들어하는 친구들도 많았고, 더 중요한 이유로 그 나이까지 세상의 각종 환락을 다 겪고 난 뒤 자유의 박탈을 경험했다는 게 더더욱 괴로웠다.




어떡하면 좀더 편하게 훈련을 마칠까 고민하는 우리와, 우리를 특전사에 준하는 존재로 키워 진급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령하고자 했던 교관들과는 결코 넘지 못할 벽이 놓여 있었다. 중대장으로 중간에 끼여있던 나로서는 하루하루가 그저 고역이었다.




어찌되었건 군대는 군대, 우린 6시에 기상을 해서 운동장을 돌았고, 다 돌고 나면 체조를 했다. 문무대에서 바라보면 아득한 곳에 초등학교가 있었는데, 우리가 체조를 할 때쯤엔 늘 그 학교에서 노래가 들려왔다. 그 노래가 바로 박미경의 <이브의 경고>, 무엇 때문에 트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게 있어서 그 노래는 저 멀리 자유 세계에서 들려오는 노래 소리였다. 군대에 오기 전엔 그 노래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맨날 듣는 게 군대식 용어와 교관의 잔소리 뿐이니, 나도 모르게 그 노래를 흥얼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 노래를 들으면서 난 자유를 꿈꿨고, 지긋지긋한 군 생활을 하루하루 이겨냈다. 내가 외박을 나갔을 때 가장 먼저 한 것은 물론 술을 마시는 거였지만, 두 번째로 한 것은 박미경의 그 노래가 포함된 불법복제 테이프를 산 거였다.




3년이 흘러 난 완전한 제대를 했고, 지금은 군대에서 사귄 친구들도 만나지 않게 되었지만, 내 여친이 최근에 녹음해 준 <이브의 경고>를 들을 때마다 그때 시절을 떠올린다. 자유의 소중함을 느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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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12-06 0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브의 경고> 여친이 선물해 준 거라면 그 걸 추억하라도 준게 아니지 않습니까?? 조심하세요. ^^ 그 추억이 아닌 다른 추억으로 바뀔수가 있습니다. ^^

미완성 2004-12-06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국 막판에 또 26세 미녀 얘기를..ㅜ_ㅜ

서른에 군대를 가셨다니, 상상만 해도 제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에휴..미녀를 바라보며 고생했던 지난날을 위로받으셔요 흙.

하얀마녀 2004-12-06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잊고 지내던 노래였는데 듣고 싶어지는군요. ^^

마태우스 2004-12-07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녀님/헤헤, 제가 컴에 띄울 능력이 안되는 거 아시죠???

사과님/말이 그렇지, 제가 한 게 무슨 고생입니까. 진짜 고생은 사병으로 가신 분들이 하는 거죠. 전 요즘도 군복 입은 분들 보면 마음이 짠합니다...

바겐님/아, 그게 여친이 선물했다기보다, 제가 듣고픈 음악 리스트를 건네주고 여친이 구워 준 거거든요. 그런 경고의 의미는 아니었을 거라는 생각이....^^
 

 

‘땡땡이’를 쳤다. 오늘 아침, 그리고 오후에 서울에서 일을 볼 게 있어 학교를 안가버린거다. 그 일이라는 게 학문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일이니, ‘땡땡이’가 맞다. 땡땡이도 범죄인데 중간에 남는 시간을 이용해 영화까지 봤다. 이름하여 <여선생 VS 여제자>. 유치할 것 같아 안보려 했는데, 모 사이트에 실린 영화평을 읽으니 보고픈 마음이 생겼었고, 드디어 오늘 봤다.




1. 혼자 봤다


아침 10시 반부터 12시 반까지, 신촌 아트레온 8관에는 나 혼자 있었다. 혼자 영화를 봤다는 게 믿어지지 않아 극장 문을 나와서 몇분을 기다렸지만, 아무도 나오지 않는다. 세상에, 극장 전체를 나 혼자 전세내다니, 역시 난 재벌 2세다. 혼자 봐서 좋았던 점? 재치기를 마음껏 해도 미안하지가 않았다...




2. 염정아


난 염정아를 ‘미스 월드’에서 2등을 한 미녀라고만 기억하고 있었다. 미인대회 입상자들이 다 그렇듯, 염정아 역시 방송 쪽을 조금 기웃거리다 사라질 줄 알았던 거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전까지만 해도 변변한 활동을 못하던 염정아는 2003년 <장화.홍련>, 2004년 <범죄의 재구성>을 히트시키며 자신의 존재를 알렸고, 이번 영화에서도 자신의 끼를 유감없이 발산한다. 72년생이니 올해로 서른셋, 그녀의 연기 인생은 이제 시작이 아닐까?



 




3. 이지훈


고교생 가수로 화려하게 등장했던 이지훈은 <왜 하늘은>이후 히트한 노래가 없다. 노래 하나만 뜨면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는 게 연예계라지만, 그의 공백은 좀 뜬금없었다. 그 정도 얼굴이면 노래가 아주 최악만 아니면 기본은 할텐데 말이다. 그랬던 이지훈이 연기자가 되어 나타나다니, 참으로 놀랄 일이다. 노래와 연기가 본래 같은 것은 아닐진대, 어찌 그럴 수가 있단 말인가. 세월이 꽤 흘렀지만 그는 여전히 멋지고, 청순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그의 빛나는 피부를 보니 지하철 유리문에 비친 내 피부가 괜시리 미워진다. 왜 하늘은, 이지훈에게만 저리도 많은 것을 주었던가.




4. 여선생 vs 초등학생


영화는 갓 부임한 멋진 미술선생을 놓고 염정아와 이세영이 한판 대결을 벌이는 내용이다. 숙명의 대결이니 긴장이 되어야 할텐데, 유감스럽게도 난 그렇지가 못했다. 요즘 애들이 아무리 성숙했다 한들, 초등학교 5학년이 여선생의 라이벌이 될 수 있겠는가 하는 회의감이 들어서다. 여고생, 아니 최소한 여중생 정도만 되었다면 좋았을텐데, 초등학교 5학년은 너무 억지스러운 설정이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드는 걸 보니 내가 초등학교를 너무 오래 전에 다녔나보다.




5. 괜찮은 결말


영화를 보면서 걱정했던 것은 염정아와 이세영의 갈등이 어떻게 봉합되느냐 하는 거였다. 중간이 아무리 좋아도 끝이 엉망이면 영화가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는 게 아닌가. 둘이서 뜬금없이 껴안고 우는 씬이면 어쩌지, 하고 걱정했지만, 이 영화의 결말은 의외로 훌륭하다. 눈물이 많고 별것도 아닌 것에 감동하는 탓이지만, 난 몇방울의 눈물을 흘렸고, 피날레에 이은 에필로그 장면에서는 소리내어 웃었다 (어차피 아무도 없는데 뭘). 끝날 때쯤 보여주는 교실의 급훈-담임이 지켜보고 있다-도 내게 웃음을 선사했고. 보라고 추천할 영화는 아니지만, 그래도 뭐 이정도라면 내 기대는 충족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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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4-12-02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저...사이트 홍보인데요, 제가 관여한 사이트가 드뎌 완성되었습니다. 영화에 관심있으신 분들은 http://0jin0.com 에 가보시길.... 죄송합니다. 영향력을 이용해 홍보를 하다니...흑흑.

sweetmagic 2004-12-02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재미있는 사이트네요 ... 천하통일 하시기를 ...ㅎㅎㅎ

LAYLA 2004-12-02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전 보는 내내 지루했었습니다 젤 웃겼던게 김봉두 나왓던 장면.. ㅋㅋ

ceylontea 2004-12-02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앙.. 시간 날 때 볼게요... 즐찾 해놨어요.. ^^

이 영화 비디오 나오면 봐야겠어요.

비로그인 2004-12-02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두 이 영화 얼마전에 봤었는데~ 무진장 유치할줄 알고 그냥 시간이나 때우자 하고 들어갔는데, 저는, 의외로 재밌었어요. 제가 초등학교에서 애들 가르치고 있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몇몇 장면들이 굉장히 웃겼거든요. 괜히 우리 반 아그들 생각나서 웃기도 하고 나도 이제 신경질 그만 부려야겠다는 생각도 하고.. 뭐 이래저래 웃긴 장면이 몇가지 있더군요. 물론 중간에 억지로 감동주려는 부분에서는 잠깐씩 졸기도 하고.. ^^ 특히 염정아는.. 날이 갈수록 빛이 나고 있더군요... ^----^

마냐 2004-12-02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 기막힌 사이트에 마태님 글도 계속 올리시는 건가요? ^^

하이드 2004-12-02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염정아 좋아요. 사랑한다고 말해줘에서도 좋았고, 장화홍련이나, 범죄의 재구성에서도 좋았지요. 자기 색을 가진 배우라고 생각됩니다.

비로그인 2004-12-02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경잘하고 왔어요 ^^ 발전하는 홈피 되길 바랍니다.

하얀마녀 2004-12-02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땡땡이도 부럽고 땡땡이치고 영화 본 것도 부럽지만 혼자 봤다는 것이 제일 부럽군요. ^^
 

   

학교 도서실 앞에는 두툼한 명단이 붙어있다. 책을 대출한 뒤 제때 책을 반납하지 않은, 유식한 말로 미납자들이다. ‘꼭 돌려주라’는 절박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명단이 공개된 뒤 추가로 돌아온 책은 별로 없어 보인다.




명단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면면은 그야말로 화려하다. 학생들이 대부분이지만, 전 학장님을 비롯, 고매하신 교수님들의 이름이 곳곳에서 보인다. 연체기간은 더더욱 눈이 부신데, 석달 정도는 부지기수고 어떤 분은 500일을 가뿐히 넘기고 1천일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사람들은 왜 책을 반납하지 않는 걸까. 우선 생각할 수 있는 이유로, 쭉 곁에 두고 책을 보는 경우다. 하지만 그렇게 꼭 필요한 책이라면 사는 게 학자의 기본이 아닐까. 두 번째 이유, 책을 분실해서. 이게 좀더 그럴 듯한데, 방안 어디에 있긴 할텐데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면 반납할 방법이 없는 거다. 세 번째 이유, 관심이 없어서. 1년 이상 책을 품고 있었다면 대출을 했다는 사실을 아예 까먹었을테고, 필경 자신의 책으로 간주를 하고 있을게다. 하지만 그다지 정확하지 않은 통계에 의하면, 책을 돌려달라는 전화를 했을 때 화를 내는 사람들은 대개 세 번째 부류란다. 까먹은 사실을 환기시켜주는 게 왜 화가 나는 걸까. 혹시 그들은 책을 돌려줄 생각이 아예 없는 게 아닐까. 남에게 빌린 뭔가가 내게 있으면 마음이 편치 않는 나로서는 그들의 심리를 이해할 길이 없다.




돌이켜보면 나도 그와 비슷한 잘못을 했다. 내 남동생이 동네 만화방에서 <비련의 화인>인가 하는 책을 빌린 후 반납을 안한 채 군대에 가버렸는데, 그집 주인이 정말 신경질나게 우리집에 전화를 걸었다. 내가라도 갖다줬으면 좋으련만, 그때의 나는 지금보다 훨씬 못된 아이였기에 “왜 나한테 그러냐. 난 모른다”고 같이 화를 냈었다. 왜 그랬을까. 나도 이해할 수 없다. 동생과 사이가 그다지 좋지 않았던 터라, 동생이 남긴 설거지를 내가 하는 게 싫었던 것일 수도 있다. 결국 그 책은 지금도 내 책꽂이에 꽂혀 있다.




몇 년이 지난 후, 난 그 만화방의 단골이 되었다. 95년은 만화라고는 눈도 안돌리던 내가 일생에서 가장 만화를 많이 보던 시절이었는데, 점심 때 쯤 만화방에 가서 맘먹고 만화를 보고나면 어느새 밤 열시가 지나있곤 했다. 그 동안 근처 사람들은 몇 번을 바뀌고 그랬는데, 그리도 열심히 만화를 보는 내가 이뻐 보였는지 아주머니는 내가 갈 때마다 쥐포와 음료수를 무료로 제공하곤 했다. 내가 <비련의 화인>을 갖고 있는 그놈이란 걸 알았다면 그렇게 잘해주지 않았겠지만 말이다.




오늘, 도서관에서 책을 빌렸다. 일주일만 보고 잽싸게 갖다줘야지. 난 착한 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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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4-11-30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련의 화인>이라니요..갑자기 그 분이 생각납니다. 바쁘지만 잘 계신다죠^^

하이드 2004-11-30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뜨끔. 저도 얼마전에 책정리하다가 대학때 교수님한테 논문 쓰니라 빌린, 절판되서 구하기도 힘든 '언어학 어쩌구' 하는 책을 찾았답니다. 천일은 가뿐히 넘겼네요;; 아, 예전에 이사가기 전에 빌린 비디오 테이프 ' 정전자' 도 아직 어느 구석에서 잠자고 있어요.

호랑녀 2004-11-30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름이 그렇게 공개되어 있으면 창피해서라도 갖다줄 법도 하구만...ㅉㅉ

혹시 연체요금이 두려워서 아니겠습니까? 책을 분실했다 하더라도 방법은 있지요. 똑같은 책을 사서 반납하거나 변상하면 되니까...

연체자는 정말... 미워...

sooninara 2004-11-30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아파트 문고도 연체가 장난이 아닙니다. 분실률이 어마어마 할겁니다..^^

2004-11-30 16: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marine 2004-11-30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체되면 그 다음에 책을 못 빌리기 때문에 저는 칼같이 꼭 반납합니다 아마 연체하신 분들은 그 뒤로 도서관 이용할 일이 없었나 봐요

sweetmagic 2004-11-30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방금 연체요금내고 왔는데....제가 아니라 친구 빌려준 책이요 ~ 친구가 늦게 줬데요 ~~~! ( 아 그리고 도서반납 안하면 졸업도 안‰쨈瑁熾?~)

sweetmagic 2004-11-30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이글 `` 내가 본 영화들에 있어요 ~ !!

날개 2004-11-30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련의 화인.. 그 책이 궁금하군요..^^*

ceylontea 2004-11-30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는 빌리고 반납하지 않은 책이 딱 한 권이 있어요... 고등학교 다닐때 친구네 놀러갔다가 오빠 책이라는데 빌렸어요... 아직도 다 읽지 못했답니다... 그래도 그 친구랑 연락은 계속 되니 꼭 돌려줘야지요.. 그런데 문제는 그 친구가 그 책을 저에게 빌려줬다는 것을 기억할까요? 혹 기억한다해도 반납해도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 같아요... 그냥 너 가져.. 그럴 것 같다라는 것이죠... 전 제 책을 빌려주고 돌려받지 못하거나, 책에 손상이 되어 돌아왔을 때처럼 싫은 것이 없답니다.

노부후사 2004-11-30 1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슨 책 빌리셨어요? 전 그게 더 궁금 ^^

비로그인 2004-11-30 1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친구중엔 매 학기 수업 교재를 구입하지 않고 도서관에서 빌려서 한 학기를 버티는 녀석이 있었지요. 연체료를 내는게 구입하는 거 보다 더 싸게 먹힌다는 것이 그 녀석의 주장이었지만, 꼭 그런 녀석이 자기 책 마냥 빌린 책에 필기도 하고 줄 좍좍 긋고. 무엇보다도 그 책이 부교재인데 절판되었고, 게다가 도서관에 달랑 1권 밖에 없을 경우에는 친구들이 다들 제발 반납 좀 해주면 안 되냐며 싹싹비는;;

니르바나 2004-11-30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빌린 책 반납이 하루라도 늦으면 불안초조해지던데.

은행대출이나 도서대출이나 다 마찬가지 아닌가요.

불량거래 리스트에 오르는 일이 두려워요. 와 이 소심증

soyo12 2004-12-01 0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출이란 말을 듣고 바로 은행 금융 대출을 떠올렸습니다.

제가 요즘 생활에 힘들어 있나봅니다.^.~

아영엄마 2004-12-01 0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니나라님 페이퍼에서 님의 글을 봤는데 정말 특정 기생충(참굴큰입흡충...??)을 세계 최초로 발견하셨어요? 우와~ 학명 지을 때 혹시 님의 이름도 들어갔남요? 본인의 몸에 생체 실험까지..존경 존경!! (__)

2004-12-01 1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4-12-01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어, 그거 제가 발견한 건 아니어요. 그거 학명에 'Seo'가 들어가긴 하지만, 그건 제 은사님의 성이구요. 저 학문적으로는 별로인 거 아시면서...

소요님/하하, 그렇네요. 너무 뜸하신 걸 보니 괴롭히는 사람이 주위에 많나봐요?

니르바나님/님도 그러시군요. 그럼 500일을 돌파한 사람들은 다들 강심장?

여대생님/그렇게 버티는 친구분도 계시군요... 돈을 아끼려 책을 빌린다 해도 밑줄 긋는 건 정말 너무하는 것 같네요.

에피님/하하, 그걸 왜 궁금해하시옵니까. 바이러스 감염에 관한 책이어요. 글쓰는 데 참고하려구요

실론티님/여기 분들은 다들 책을 사랑하는 분들이지요. 저도 빌려준 책 못받을 때처럼 속상한 적이 없지요.

날개님/아유, 그 책 재미 하나도 없어요. 궁금해하지 마시길^^

매직님/앗 정말 카테고리가 틀렸네요. 요즘 자주 이래요...

나나님/그, 그럴까요? 그래도 교수들이라 또 빌려달라면 대출해줄 것 같은데..

수니님/왜 반납을 안할까, 심리가 궁금해요.

호랑녀님/우리 도서관은 연체료가 없어서 그런가 하는 생각도...

하이드님/정전자, 그거 주윤발 나온 거죠? 참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지존무상이 더 재밌긴 하지만... 어머 제가 무슨 말을 하는 거죠?

여우님/그분이라면 혹시......???제가 생각하는 그분이 맞나요??


진/우맘 2004-12-03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년 전 선배에게 빌린 '장미의 이름' 상 권.....일년동안 학년 협의실에 꽂아두었다가, 결국 잊어버렸죠. 그 책을, 며칠 전 구입해서 돌려드렸습니다. 안 잊어버리고 구입해서까지 돌려 드리는 스스로를 무진장 자랑스러워 하며...그랬더니요, 울 이쁜 선배님, 뭘 사서까지 주냐고, 독서행사하고 남은 상품권 만원권을 주시는 겁니다.

흑흑...역시나, 어른의 아량은 다르와요.

빌린 책은 돌려줍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