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토이스토리2>를 비디오로 봤다. 극장에서 안본 건 같이 볼 여자가 없었던 탓이지만, 1편마저 안본 걸로 보아 그 당시엔 내가 애니메이션을 돈내고 본다는 걸 아까워했던 게 아닌가 싶다. 비디오를 보면서 <토이스토리2>에 무지무지 감탄했고, 그렇게 대단한 영화를 만든 픽사 사람들에게 경외감을 느꼈지만, <인크레더블>을 보고픈 마음은 생기지 않았다. 그런 걸 보면 애니메이션 류에 대한 나의 편견은 토이스토리로도 깨지지 않았던 것 같은데, 다행히 이 영화로 인해 그런 생각은 모두 사라져 버렸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난 그들의 무시무시한 상상력에 감동했고, 또 계속 웃었다. 앞으로 픽사가 만들면 난 모조리 볼거다.
1) 캐릭터: 전자오락인 <스트리트 파이터>에서 팔다리가 늘어나는 달심은 그다지 선호되지 않는 캐릭터다. 길기만 할 뿐 별 위력이 없기 때문. 그런데 여기 나오는 엘라스틴 걸은 자신의 신축성 있는 몸을 정말이지 무한대로 이용한다. 몸이 늘어나는 게 그토록 유리한지 난 이 영화를 보면서야 깨달았다. 또한 걸음이 무진장 빠른 꼬마도 이 영화의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그 녀석이 뛸 때마다 난 웃겨서 죽는 줄 알았다...
2) 인크레더블: 영화와 관계없는 얘기지만, 영화의 제목을 들으니 떠오르는 일화가 있다. 내가 공보의 때, 지도교수를 비롯해 몇 대학의 선생님들과 전라북도 무안으로 출장을 간 적이 있다. 출장의 목적은 무안 지방의 기생충 감염률을 파악하고, 거기서 나는 해산물이 기생충의 감염원이 되는지를 알기 위해서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장에서 해산물도 사야 했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주민들의 대변검사가 무엇보다 필수적이었다.
우선적으로 마을의 이장에게 찾아갔다. 호걸풍의 외모답게 이장은 큰소리를 쳤다.
“내가 이 마을 사람들 거 다 걷어주겠소! 교수님들은 편히 쉬기만 하면 됩니다”
원래 대변을 걷는 건 발로 뛰어야 하는 것, 우린 내심 불안했지만 지도교수는 태평했다.
“저 사람이 다 해준다고 하니 우린 숙소에 들어가 쉽시다”
우린 여관에 들어가 늘어지게 잠을 잤다. 네시 반쯤 되었을 때 지도교수가 우릴 불렀다.
“지금 좀 이르지만...그래도 저녁은 먹어야 하니까...”
배가 안불렀어도 술과 먹어서 그런지 삼겹살은 잘 들어갔다. 거기서 1차를 하고, 노래방에 갔다가 낙지를 안주로 3차를 했다. 숙소에 들어와서 다른 선생님들이 커피를 시킬 때쯤, 난 그대로 뻗었다. 옷을 입은 채.
다음날, 이장 집에 간 우리는 모두 놀랐다. 걷은 대변이 한 개도 없었으니까. 심지어 이장 자신의 변도 없었다. 이장은 태연히 말했다. “어제 술약속이 있어서 못걷었어요....”
그때부터 우린 바빠졌다. 쓸데없이 하루를 낭비한 바람에 그날 하루동안 세 번이나 마을을 돌며 대변을 내놓으라고 했고,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한 양을 걷은 채 서울로 향해야 했다. 이장과 헤어지면서 우리 지도교수가 한 말이다.
“역시 저 사람은 인크레더블이야. 어쩐지 불안하더라고”
인크레더블, 인크레더블.... 영화를 보면서 그때 생각이 나는 건 좀 뜬금없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