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폴섬의 <모레>를 워낙 재미있게 읽었던지라, 거의 십년만에 나온 그의 후속작 <추방>에 관심을 보이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야클님의 서재에서 다음과 같은 글을 읽고나서 그 책 사는 걸 관두기로 했다. 그 글 일부를 소개한다.
[인터넷서점들 독자서평에 올라오는 <추방>리뷰들을 보노라면 좀 짜증이 난다. 척 봐도 알 수 있는 일반독자가 아닌 작전세력들의 광고성리뷰들. 좀 정당한 방법으로 홍보할 수는 없는지. 요 몇일 사이에 새로 만들고는 <추방>에 대한 리뷰 하나만 달랑 써 놓은, 칭찬일색의 서재들이 모인 인터넷서점들. 도대체 30개 가까운 서재들 대부분이 <추방>을 추천하는 리뷰 하나만 써놓은 며칠사이에 급조된 서재(또는 블로그)라는 이런 웃긴 우연을, 글쎄 어떻게 해석해야 될지. 그런 어설픈 리뷰들을 보고 덜렁 책구매를 할 정도로 사람들이 어리석다고 여기는지 참. 책까지 덩달아 보기 싫어진다]
알바를 동원하는 건 책이 그저 그래서 별로 안팔릴 것 같기 때문일 테고, 알바로 하여금 리뷰를 쓰게 하는 건 리뷰가 책 판매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게 비윤리적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이왕 하는 알바, 좀 성실하게 하면 안되는 걸까. 미스 하이드님의 멋드러진 리뷰를 제외하면 그 책에 달린 리뷰들은 정말 한심하기 그지 없다.
[- 예라이, 2004-12-27 01:06
정말 작가의 노력이 감동적이다.
이토록 정성을 기울인 작품이 요즘 책중 몆개나 될까
책값이 아깝지 않은 책이다.
추방 강추!]
정말 추방시키고 싶은 리뷰다. 당연한 거겠지만 이분의 서재엔 이 리뷰 하나만 달랑 올라와 있다. 이름도 ‘예라이’가 뭔가. 꽃사슴, 흑장미, 여우목도리... 아름다운 이름이 얼마나 많은데.
[너무나 오래기다려온 책... (평점:별다섯)
- 마법의마음, 2004-12-24 14:45
약 10년만인가...
다시한번 작가를 떠올리게 하는 책이어서
두말없이 책2권을 사버렸는데..넘 후회없는 선택이었져...
그대,,당신들도 "모레"를 기억하신다면 주저없이 읽어보시기를...]
주인장 이름은 그럴 듯하지만, 이분 역시 서재에 이 리뷰 하나만 달랑 올려놓았다. 유치한 말투도 눈에 거슬리지만 내 생각에 이분은 책 자체를 아예 안읽은 것같다. 주옥같은 리뷰가 몇 개 더 있지만, 하나만 더 보자.
[오랫만에 느끼는 짜릿함 (평점:별다섯)
- Kris, 2004-12-24 13:10
어린시절 아무도없는 놀이터에서 차갑게 식어버린 그넷줄을 잡았을때의 그 섬뜻함....그러면서도 왠지모를 짜릿함... 이책을 읽기 시작한지 1시간만에 아득했던 그 느낌이 살아났다
연쇄살인범이 등장하는 스토리는 언제나 내 구미를 자극한다..^^ 스릴러물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책이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 아직 1권도 채 못읽었지만 벌써 뒷얘기가 궁금해진다 한권의 책으로 접하는 작가와의 두뇌싸움은 무료한 일상에 신선한 자극이다
올해 친구들 크리스마스 선물은 고민안해도 되겠네~^-^]
‘섬뜩함’을 ‘섬뜻함’으로 쓴 걸 제외한다면, 알바가 쓴 리뷰 치고는 수준급이라 할만하다. 하지만 이 분은 이런 문구로 김을 뺀다. “아직 1권도 채 못읽었지만‘ 원래 리뷰란 다 읽고 쓰는 거다. 5천원에 눈이 어두워 다 읽기 전에 리뷰를 쓴 적이 없진 않지만, 최소한 절반 이상은 읽어야 한다. 특히 이 책처럼 스릴러물일 때는 마지막까지 읽는 게 정말 중요한데, 왜냐하면 스릴러물은 결말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7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또다른 분의 리뷰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한국에도 <추방>이 나왔다길래, 저도 지금 읽고 있습니다. 예전에 읽은 <모레>만큼 재미있을런지, 아님 <모레> 이상의 스릴러 읽기의 즐거움을 줄 수 있을런지~자못 기대가 되네요. ^^”
아니 리뷰가 언제부터 책에 대한 기대감을 표현하는 장이 되버렸을까? 이 사람, 리뷰와 프리뷰를 혼동하고 있는 걸까. 게다가 문장 공부도 다시 해야 할 것 같다. ‘A만큼 재미있을런지’라고 썼다면 다음 구절에는 ‘아니면 실망을 줄지’ 식의 안좋은 말이 쓰여져야 한다. 하지만 이분이 쓴 문장을 보자. ‘모레만큼 재미있을런지, 아님 모레 이상의 즐거움을 줄 수 있을런지’ 내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내가 올해도 작년처럼 술을 많이 마실건지, 아님 작년 이상으로 술마시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런지’ 음, 써보니 말은 되는구나.
작년 2월, 내 책의 사재기를 위해 친구들을 동원한 적이 있었다. 매일 저녁 교보에 출근해 내 책들을 사게 하면서 난 이렇게 말했다. “이 계산대에서 두권, 저 계산대에서 두권, 그리고 저기서 또 두권을 사는거야” “왜 그래야 하지?” “한군데서 다 사면 사재기로 오인될 수 있으니까”
이왕 하는 알바라면 이렇게 알바임이 들통나지 않게 해야 한다. 하지만 서재도 엊그제 만들고, 서재에 올라온 글은 달랑 하나고, 그 내용이란 것도 “표지가 다빈치 코드랑 비슷하지만 그래도 인상적이다. 괜찮은 책이다. 계속 읽자!”는 수준이라면 어느 누가 알바를 의심하지 않을까.
알바생들에게 당부한다. 당신들이 쓰는 그런 허접한 리뷰는 책 판매를 저하할 뿐이다. 제발 티 좀 내지 말라.
첫째, 책을 다 읽고 리뷰를 쓰자. 그건 리뷰에 대한 예의다. 혹시 안읽었더라도 안읽은 걸 탄로나게 하지 말자.
둘째, 좀 성의있게 리뷰를 쓰자. 초등학생도 저거보단 잘쓰겠다. 정 글실력이 안된다면 남의 것을 베껴라. 번역소설의 경우라면 책 뒤에 번역자가 꼭 한마디를 하게 마련이니, 그걸 참조하면 도움이 된다. 그것도 아니라면 다른 책에 달린 리뷰를 두세개만 읽어보라. 그러면 저런 식의 리뷰는 나오지 않을 거다.
셋째, 맞춤법에 신경을 좀 쓰자. “선택이었져...”라는 인터넷스러운 말이나 “^^”같은 이모티콘은 쓰지 말자. 맞춤법에 자신이 없다면 한글로 작업을 하는 게 좋다. 틀린 글자를 대부분 잡아준다.
넷째, 당신들도 이 책 말고 다른 책을 하나라도 읽었을 게 아닌가. 할당된 책의 리뷰를 올리기 전에 다른 걸 하나라도 올려라. 하다못해 <재크와 콩나무>라도. 리뷰가 두 개는 있어야 알바 티가 안난다.
출판사에도 당부한다. 알바를 고용해야 할 절박한 사정이 있는 건 이해하지만, 사람 좀 봐가면서 골라라. 그리고 리뷰가 열줄을 넘지 않으면 알바비 주지 말라.
* 야클님이 알바 리뷰를 비판한 글을 올리고 난 뒤, ‘나는 아빠다’라는 분이 이런 댓글을 달았다. “머죠? 책임지지도 못하는 말을 남발하시다니..” 야클님은 자신의 페이퍼에서 충분히 근거를 제시했지만, 이분은 왜 이런 말을 하는 걸까. 당연한 일이지만 이분의 서재도 풀 한포기 나지 않는 황무지다. 이 댓글을 달기 위해 서재를 만든 건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