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독서뿐 - 허균에서 홍길주까지 옛사람 9인의 핵심 독서 전략
정민 지음 / 김영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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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허균, 이익, 양응수, 안정복, 홍대용, 박지원, 이덕무, 홍석주, 홍길주 아홉 분의 글에서 독서에 관한 글만 추리고 거기에 생각을 덧붙였다. 

"모아 놓고 읽으니 반복되는 얘기가 있다. 소리 내서 읽는 낭독의 위력, 정독의 한 방편으로 권장되는 다독의 효과, 의심과 의문을 통해 확장되는 생산적 독서 훈련 등이 그것이다. 한결같이 강조하고, 예외 없이 중시했다." 

저자가 책을 시작하며 처음부터 궁금했던 내용을 풀어 놓는다. 낭독과 다독, 생산적 독서 훈련이 바로 그것이다. 고대 선배들이 알려준 비법을 내 것으로 만든다면 나도 독서의 대가가 될 수 있겠다는 꿈을 품게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독서에 있어서 버팀목이 되어 줄 책을 만나 평생 읽고 또 읽어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중심이 잡히면 다른 책을 읽을 때도 이해와 습득 속도가 훨씬 빨라진다. 나도 버팀목이 되어 줄 책 리스트를 뽑고 최소 매년 한 번은 읽어야겠다. 

이익이 인용한 현곡 조위한의 말이 와닿는다. 한때 책을 읽어도 내용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 것이 창피하기도 하고 독서에 흥미를 잃게 만들었다. 그런데, 지금은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책 한 권을 읽고 한 문장이라도 기억하면 그 책을 읽은 보람이 있는 것이다.  

"사람이 밥을 먹어도 뱃속에 계속 머물려 둘 수는 없다네. 하지만 정채로운 기운은 또한 능히 신체를 윤택하게 하지 않는가. 책을 읽어 비록 잊는다 해도 절로 진보하는 보람이 있을 것일세." 

물론, 기억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좋은 문장은 메모하는 습관을 기르고 그 문장 밑에 내 생각을 한 문장이라도 적어야 한다. 특히, 책을 읽다 보면 번뜩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저자는 그 순간을 놓치지 말고 즉시 메모하라고 조언한다. 나는 예전에는 책에 포스트잇을 붙여 메모했는데 요즘에는 핸드폰 메모장을 활용하고 있다. 

학문은 의문을 일으켜야 한다. 책을 읽고 질문이 전혀 없으면 책을 제대로 읽은 것이 아니다. 나도 이 책을 읽으며 앞으로 독서할 때 반드시 질문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아직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또 다른 독서의 시작이다.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가 만들어진다. 그렇다고 무작정 책 내용에 의문을 던지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일단은 겸손히 책의 내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되 계속해서 의문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답을 찾아 나서야 한다. 

역사책을 읽을 때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는 것도 배울 수 있다. 역사를 공부할 때는 여러 책을 비교 대조하며 읽어야 한다. 

"평소 역사책을 읽을 때마다 늘 의심이 생기곤 한다. 착한 사람은 너무 착하고, 악한 자는 너무 못됐다. 그 당시에는 꼭 그렇지만은 않았을 터. 역사책을 쓸 때 악을 징계하고 선을 권면하려는 지극한 뜻으로 인해 그렇게 된 것이다. 지금 사람이 그저 보아 넘길 때는 착한 사람이야 진실로 마땅하다 하겠지만, 저 악한 사람이 어찌 그토록 지독했겠는가? 실제로는 선함 속에 악이 있고, 악 가운데 선함이 있게 마련이다." 

책을 읽을 때는 정신 똑바로 차리고 집중해서 읽어야 한다. 대충 읽어서는 책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소화할 수 없다. 그저 읽기만 하는 것을 도능독이라 한다. 이런 독서는 변화를 가져다줄 수 없다. 이 책이 내 평생에 읽을 수 있는 마지막 책이라는 각오로 최선을 다해 읽어야 한다. 부지런히 꼼꼼히 읽어야 책의 핵심을 제대로 이해하고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 

그렇다고 하루 종일 책만 읽어서는 안 된다. 책을 읽고 여유롭게 거닐며 사색하는 시간도 매우 중요하다. 이 시간을 통해 책의 내용을 정리하며 사고의 깊이를 더할 수 있다. 몰입과 이완의 반복이다. 젊어서는 다양하게 읽고 나이가 들면 주력을 정해 읽으라고 조언한다. 저자는 이를 확산과 수렴이라고 표현한다. 

독서할 때 좋은 문장과 좋은 내용은 외워야 한다. 외우는 것이 좋고 유익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쉽사리 되지 않는다. 아무래도, 수첩에 베껴 쓴 다음 들고 다니며 자주 읽으며 외우려고 해야 될 것 같다. 외우고 나서 계속 되새기다 보면 더 깊은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또한 독서를 하다 좋은 내용을 알게 되면 다른 사람과 나누어야 한다. 나도 SNS를 통해 이를 실천하려고 한다.  

독서를 할 때 자세도 중요하다. 바른 자세는 잡념을 없애준다. 척추를 곧게 세우면 몸은 약간 긴장의 상태가 되고 집중이 잘 된다. 

독서가 배움의 유일한 길은 아니다. 홍석주는 배움에 세 가지 길이 있다고 하는데 스승과 벗, 독서, 여행이다. 따라서 책을 보는 것만큼 좋은 스승과 대화하며 깨닫는 것도 필요하다. 또한, 여행을 통해 직접 몸으로 부딪히고 배우고 깨닫는 것도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항상 '반구저기' 즉 잘못을 나에게서 찾고 나를 돌아보아야 한다. 책을 읽으며 나를 돌아보며 반성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독서를 할 때 나와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읽으면 진짜 상관없는 일이 된다. 한 줄을 읽더라도 나한테 적용하는 반구저기의 자세가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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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가설 - 부모가 자녀의 성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탐구
주디스 리치 해리스 지음, 최수근 옮김, 황상민 감수 / 이김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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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읽은 책 TOP10에 오를 만큼 인상적이고 유익하고 충격적인 책이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내용은 간단하다. 자녀의 성장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부모도 아니고 유전도 아니고 바로 또래집단이라는 점이다. 물론, 저자의 주장이 정답이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자녀양육과 관련하여 양대 산맥인 유전과 환경(본성과 양육)에 또 하나의 화두를 던졌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다.  

놀라운 점은 저자가 이 책 초판을 60세에 냈다는 것이다. 특히 저자는 박사학위도 없는 상태였다. 책이 처음 나왔을 때 엄청난 비난이 쇄도했다.  

저자가 말하는 또래 집단은 단지 어울려 다니는 무리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저자는 훨씬 넓은 의미로 또래집단을 사용한다. 아이가 자신과 동일시하는 사회 범주는 다 또래집단이 되고 아이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자기를 안 좋아하고 같이 안노는 아이들 집단도 또래집단 혹은 심리적 집단이 될 수 있다. 아이가 그 집단을 설령 좋아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저자가 말하는 이론은 십대가 아닌 더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르면 두 살, 세 살부터 집단 사회화 이론이 작용한다고 말한다. 가장 중요한 시기는 여섯 살에서 열두 살이다.  

저자는 부모의 역할에 대해 단도직입적으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유심히 봐야 하는 대목은 부모가 전혀 영향을 못 주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영향을 못 미친다는 점이다.  

"나는 부모가 자식을 키우는 방식이 자식이 어떤 인간으로 자라나는지에 대해 중요한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특히 저자는 아이들이 언어를 습득하는 과정을 통해 부모의 영향이 제한적임을 이야기한다. 이민 가정의 아이들은 부모의 언어보다 또래의 언어를 더 빠르고 정확하게 흡수한다. 이렇게 집에서 밖에서 다른 언어를 쓰는 것을 코드 스위칭이라고 한다. 

또한 아이들은 장소에 따라 다르게 말하고 행동한다. 집에서 아무리 예절 교육을 통해 언어와 행동을 훈련시켜도 집을 나서는 순간 무용지물이다. 아이들은 집과 학교에서 다르게 말하고 행동한다. 이것을 보여주는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출생 순서 효과도 마찬가지다. 집에서는 출생 순서효과가 나타나지만 밖에서는 그렇지 않다. 물론 전혀 나타나지 않는 것은 아니고 연구에 따르면 집 안과 밖의 불쾌한 행동의 상관계수는 0.19라고 저자는 말한다. 0.19는 유의미하지만 매우 낮은 수치이다. 또한 아이들은 부모를 맹목적으로 따라 하지 않고 다른 사회 구성원들과 동일한 행동을 한다고 여겨질 때만 부모를 모방한다.     

환경이 중요성을 강조하는 연구는 유전의 영향을 배제한다는 점에 있다. 저자는 유전의 영향과 환경의 영향은 분리되어 있지도 않고 분리할 수도 없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부모는 자녀에게 유전자와 환경을 동시에 제공하기 때문이다. 부모가 어떤 환경을 제공하고 어떻게 훈육하고 기르는지는 부모의 유전자와 연결되고 이 유전자는 자녀의 유전자에 영향을 미친다. 

환경을 강조하는 연구자들은 같은 부모 밑에서 자란 두 자녀의 행동이 다른 것은 부모가 다르게 대해서라고 말한다. 그러나 두 자녀는 태어날 때부터 유전적으로 다르게 태어나고 다르게 반응한다. 그럼 당연히 부모도 다르게 대하는 것이다. 즉, 부모-자녀 효과뿐만 아니라 반대 방향인 자녀-부모효과도 엄연히 존재한다. 

맥락효과는 발달심리학 연구에 오류가 있을 수 있음을 알려준다. 집에서 인터뷰할 때와 연구실에서 인터뷰할 때 다른 결과가 나온다. 질문의 순서에 따라 답이 달라지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저자는 시종일관 부모가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이 아주 미미하다고 강조한다. 이것을 받아들인다면 부모는 죄책감이나 부담을 확실히 덜 수 있다.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아이들을 기르고 양육할 수 있다. 이것이 저자가 책을 쓴 목적이기도 하다. 또한, 과도한 욕심을 투영하여 아이들을 괴롭히지 않아도 된다. 그렇다고 방치하거나 과도한 학대는 하면 안 된다고 저자는 동시에 분명히 말한다. 

물론 지금도 시중에는 전문가들의 책이 넘치고 넘친다. 한결같이 부모의 역할을 강조하며 관심과 애정을 쏟으라고 말한다. 아이들은 부모의 관심과 노력으로 만들어진다고 이야기한다. 책을 매일 읽어주면 당연히 아이들의 어휘가 늘어나고 집에 책이 많을수록 아이들이 책을 가까이한다는 연구도 있다. 이처럼 환경을 조성하는 부모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양육가설>은 이런 환경적 영향도 없지는 않지만 또래집단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아이가 일단 젖을 떼면 그때부터 아이는 부모에게만이 아니라 자기 집단에 속한다. 아이의 미래에 대한 전망은 부모의 사랑을 받는가가 아닌 집단의 다른 구성원들, 곧 같은 세대에 속해 남은 삶을 함께 보내게 될 또래들과 잘 지내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집단성은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집단성을 이루는 데는 많은 조건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심지어 공통점이 거의 없어도 집단이 나누어진 것만으로 집단성이 생겨난다. 범주화를 통해 집단 차이는 확대되며 동시에 집단 내는 점점 비슷해지는 경향(동화)이 있다. 당연히 자기 집단은 선호하고 다른 집단은 적대시한다. 

집단성 집단 대조 효과는 성적별로 반을 나누는 우열반에서도 나타난다. 공부를 잘하는 반은 성적이 더 오르고 성적이 나쁜 반은 더 나빠지는 경향이 있다. 즉, 자기 집단을 선호해서 성적이 안 좋은 반은 공부가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을 서로 공유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훌륭한 교사는 학급 학생들이 나뉘는 것을 방지하고 전체를 우리로 묶는다. 특히, 훌륭한 교사는 '우리'라는 집단이 모범생이며 유능하고 성실하다고 여기도록 만든다. 이를 위해 교사는 공동의 목표를 제시하여 학생들이 서로 협력하게 해야 한다. 이처럼 부모의 영향이 미미한데 비해 교사는 큰 영향을 미친다. 

"교사에게는 많은 권리와 책임, 영향력이 따르는데 이는 교사가 아이들 전체 집단을 통제할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교사는 집단 전체의 행동과 태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그 영향은 오랫동안 지속될 수도 있다. 아이가 성인이 되어 삶의 대부분을 보낼 집 밖의 세상까지도." 

문화가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방법에 대한 저자의 주장도 매우 흥미롭다. 저자는 문화가 부모의 양육 방식이나 부모에 대한 모방에 의해 자식에게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집단 안에서 전수된다고 주장한다. 가정에서 문화가 전수되는 것이 아니라 부모 집단에서 아이 집단으로 문화가 전수된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주체적으로 목적에 맞게 어른 문화를 변용하고 때로는 첨가한다.  

남성과 여성의 성 개념에 대해서도 연장선에서 언급한다. 성별에 따라 남자아이와 여자아이가 판이하게 다른 행동을 보이는 것은 바로 문화의 산물이다. 따라서, 자녀가 성별 구별 없는 완전히 평등한 성 개념을 갖기를 바란다면 아이를 수렵채집 생활을 하는 유목민에게 보내든지 아이들 수가 너무 적어 놀이집단을 둘로 나눌 수 없는 곳으로 보내라고 조언한다.  

부모가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이 집 안에서만 제한된다면 탈선 청소년에 대한 문제 접근도 달라진다. 즉, 탈선한 학생의 부모를 개선하거나 교육하는 것은 효과가 미미하다. 이 경우, 아동학대로 인한 탈선인 경우만 효과가 있다. 탈선이 심각한 문제라면 탈선 학생이나 탈선 가정이 아닌 학생들이 속한 학교 전체 아이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실행해야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나는 개입 프로그램이 성과를 거두려면 아이가 속한 집단의 행동과 태도를 수정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프로그램의 효과가 장기적으로 유지되려면 아이는 소속 집단에서 아이들과 지속적으로 관계를 유지하며 계속 한 집단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따라서 학교의 모든 아이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편이 몇몇 학교에서 몇 명을 선발하는 것보다 성공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어떤 집단에 속하느냐에 따라 부모와 갈등이 없는 착한 아이가 되기도 하고 마찰을 일으키는 나쁜 아이가 되기도 한다. 어느 집단에 속하는지가 그만큼 중요하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저자가 던지는 질문으로 이어지게 된다. 

"내가 던지고 싶은 질문은 이것이다. 무엇이 이 아이를 이 집단에 속하게 했을까? 남편과 내가 영향을 미쳤던 걸까? 우리 책임일까? 만일 내가 우리 책임이 아니라고 대답한다면 독자들은 우리 부부가 책임을 회피하는 무책임한 부모라고 생각할까?" 

저자는 자녀 양육에 있어서 유전적 영향을 간과해서는 안 되며 지나치게 환경을 강조해서도 안 된다고 이야기한다. 환경을 강조하는 양육가설은 부모에게 과도한 짐을 지우고 잘못될 경우 죄책감에 빠지게 한다. 한부모 밑에서 자라는 아이들, 혹은 불우하고 가난한 환경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에 대해서도 걱정하기 보다 희망과 가능성을 가져야 한다. 대신, 또래집단의 중요성을 말하며 아이가 어떤 집단에 속하는지에 대한 관찰이 필요함을 알려준다.  

너무 잦은 이사는 아이가 새로운 집단에서 처음부터 적응해야 해서 아이에게 매우 힘든 일임을 연장선상에서 알 수 있다. 이혼은 가정에 재정적 부담을 안겨주고 주거 지역 선택에 영향을 미치며 이사를 자주 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신체적 학대에 노출될 위험과 부모와 아이의 관계를 훼손시킨다. 단지 이혼은 아버지란 존재가 없어서 아이에게 불행한 것이 아니라 위와 같은 이유로 인해 아이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그렇다면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종교, 요리, ,가정을 꾸려나가는 방법, 재능, 취미, 사회문제에 대한 의견, 장래 희망 등은 아이가 집에서 배우지만 또래집단으로 전해지지 않고 계속해서 유지된다. 무엇보다 부모는 자녀의 삶을 통제할 수 있는 한 가지 수단이 있는데 바로 어릴 때에는 자녀가 어떤 친구들을 사귈지 결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자녀의 삶에 영향을 끼치기 위해 부모가 뭔가 대단하고 강렬한 일을 할 필요는 없다.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고 아이를 보낼 학교를 선택하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아이가 살아갈 인생의 항로를 바꿀 수 있다. 이건 좀 무서운 얘기일 수도 있다. 당신의 결정이 자녀에게 어떤 여향을 미칠지를 구체적으로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물론 이사를 해서 집단을 바꾸는 것이 정답이 아닐 수는 있다. 왜냐하면 나의 자녀가 부모 마음에 안 드는 아이들에게 호감을 살 만한 요인을 지녔다면 학교나 동네를 바꿔도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녀가 학교에서 말썽을 일으킨다면 전학을 하여 또래집단을 바꾸거나 홈스쿨링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자존감도 또래 집단에서 형성된다. 부모와의 애착 관계가 자존감에 영향을 주기도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일반적으로 또래 집단에서의 개인의 지위가 자존감에 오랜 영향을 미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에 따라 부모는 자녀가 최대한 평범하면서도 매력적으로 보이게 해야 한다.  

"평범은 아이에게 다른 아이들과 같은 종류의 옷을 입히는 것을 말한다. 매력은 피부가 좋지 않은 아이를 피부과에 데려가거나 치열이 불규칙한 아이에게 치아교정을 해주는 등의 일을 의미한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하며 부모의 부담을 덜어준다.

"자녀를 사랑하되 사랑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사랑하지 말고 사랑스럽기 때문에 사랑하라. 양육을 즐겨라. 그리고 당신이 할 수 있는 만큼만 가르쳐라. 긴장을 풀어라. 자녀가 어던 인간이 되는지는 당신이 아이에게 얼마만큼의 애정을 쏟았는지를 반영하지 않는다. 당신은 자녀를 완성시키지도, 파괴시키지도 못한다. 자녀는 당신이 완성시키거나 파괴시킬 수 있는 소유물이 아니다. 아이들은 미래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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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책을 읽기로 했다 - 서른 살 고시 5수생을 10만 부 베스트셀러 작가로 만든 기적의 습관!
김범준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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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독서가 삶을 송두리째 바꾸었다고 고백한다. 또한 독서는 감히 꿈꾸지 못했던 것들을 성취하게 하는 도구가 되었다. 읽은 책이 365권을 넘어서자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고 고백한다. 저자는 3년째 천 권을 읽었고 첫 책을 출간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13권의 책을 출간한다. 

나도 작년부터 올해까지 읽은 책이 300권 정도 되는데, 저자처럼 1년에 365권은 아니지만 그래도 매년 최소 200권 이상씩 읽어야겠다. 그렇게 쌓이다 보면 어떤 방식으로든 아웃풋을 하게 되리라 생각한다. 저자는 독서 양도 중요하지만 질적인 전략이 더욱 핵심이 되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저자는 원래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었고 이미 수백 권의 책을 읽은 사람이었다. 즉, 이미 평균 이상의 독서가였다. 그러나 인생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독서였다. 저자는 '어떻게 책을 읽으면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일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계속 책을 읽어간다. 

독서의 가치는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데, 저자는 독서야말로 자기계발의 '끝판왕'이라고 말한다. 또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책은 한 사람의 인생이 담겼거나 혹은 그 사람이 일생을 바쳐 깨달은 노하우를 집대성한 것이다. 그런데 짧게는 두세 시간, 길게는 반나절만 투자해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었다. 나와 완전히 다른 사람의 세상을 하루에 한 번 엿보고 배울 수 있는 것만큼 멋진 일은 이 세상에 별로 없을 것이다." 

그냥 취미로 즐기며 책을 읽는 것도 좋다. 그러나 저자는 도전을 한다. 삶을 바꾸려는 독한 각오로 1년 동안 집중적으로 투자해보라는 것이다. 그 결과 저자는 10년 동안 3,000권이 넘는 책을 읽게 된다. 

일단 목표를 잡아야 한다. 저자는 수백 권을 읽었지만 삶의 변화가 없었던 이유로 명확한 목적의 부재를 꼽는다. 목적이 없으면 아무 책이나 막 읽게 되고 허세만 풍성해지기 싶다. 그렇다면 독서의 목표를 어떻게 잡아야 하는가?  

"독서의 목적은 크게 두 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 하나는 취미로서 시간을 재미있게 보내기 위한 독서이고 하나는 자기계발을 위해 지식을 얻으려는 독서다." 

구체적으로 자기계발을 위하여 전략적으로 의도적으로 면밀하게 선택해서 읽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한, 책의 모든 내용을 내 것으로 만들겠다는 생각보다는 지금 필요한 부분만 보는 요령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재미있는 책, 그저 웃고 즐기는 책을 선택하라는 게 아니다. 우리가 읽어야 할 책은 그 책에 빠져들어 나의 상황을 파악하고, 과거를 돌아보며, 결국 미래를 향하게 만드는 책이어야 한다." 

현실을 직시하고 그 현실을 개선하려는 독서를 해야 한다. 만약 내 현실이 어떤지 모른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렇다면 그것이 바로 내 현실이다. 그럼 내 현실을 어떻게 알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독서를 하면 되는 것이다.  

책 한 권을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정독하려는 부담에서 벗어나야 한다. 저자는 한 권의 책에서 메시지 하나만 기억해도 충분하다고 조언한다. 부분 독서도 좋다. 목차를 보며 필요한 주제를 골라 읽는 것이다. '표저머맺-목다본다' 방식을 소개하는데 바로 표지, 저자 소개, 머리말, 맺음말, 목차, 다시 보기, 본문, 다음 책 찾기 순으로 책을 읽는 것이다. 머리말과 맺음말을 먼저 읽는 것은 좋은 방법인 것 같다. 표저머맥목 까지 읽고 다시 처음부터 반복하는 것도 매우 좋은 방법이다. 

같은 주제의 다른 책 읽기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한 권을 읽고 나면 읽고 싶은 책이 생겨야 한다. 이렇게 책에서 책으로 이어지면 더 흥미를 느끼고 재미가 있다. 책을 읽을 때, 최대한 더럽히라고 한다. 줄 긋고 메모하고 귀퉁이를 접는 등. 또한, 책 기본 정보와 느낀 점 등을 메모로 남기는 것이 좋다. 저자는 에버노트를 사용한다. 사진을 찍고 키워드를 같이 적는 식으로 정리한다. 카페를 이동하며 약해진 집중력을 높이는 방법도 참신하다. 야구장에 가서 수비 시간에 책을 읽는 것도 대단하다 싶다. 

독서에 대한 태도, 방법은 사람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그래서 독서와 관련된 책을 읽는 것은 언제나 하나 이상의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나는 매일 책을 읽기로 했다>를 읽으며 외우고 싶은 문장 뽑기, 연관된 심화 책 찾기, 손글씨 노트 만들기 등 나만의 독서 방법을 만들어가는 아이디어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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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강아지 2018-09-04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서법에 대한 책에 항상 관심을 가지는 편인데 덕분에 괜찮은 책을 하나 알게 된 것 같네요. 한번 읽어봐야겠어요^^

데굴데굴 2018-09-05 08:17   좋아요 0 | URL
네 ㅎㅎ 괜찮은 편인 것 같아요 ㅎㅎ
 
예의 없는 새끼들 때문에 열받아서 쓴 생활 예절
김불꽃 지음 / 팬덤북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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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얼마나 열받았는지 느껴지는 제목이다. 제목은 사실 시작이다. 책장을 넘기면 본격적으로 열받은 것을 이야기한다. 보는 내내 속이 다 시원했다. 

결혼을 직접 해보니 모바일 청첩장으로 돌리는 것이 이해는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친한 사람한테는 직접 만나서 받고 싶기는 하다. 결혼 청첩장 나눠 준다고 자리 마련하면 보통은 결혼하는 사람이 쏜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는 사실이 좀 충격적이긴 하다. 물론, 꼭 결혼하는 사람이 사라는 법은 없긴 하다. 

저자가 책에서 소개하는 친구는 "축의금을 얼마 낼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밥을 사야 하냐'라고 말한다. 그리고 친구는 저자와 연을 끊는데 저자는 당시 기분이 '참으로 담백하고도 엿 같았다.'라고 솔직히 이야기한다. 충분히 백번 공감 가는 기분이다.    

저자는 자신의 책을 통해 많은 이들이 좀 더 용감하게 목소리를 내면 좋겠다고 이야기한다. 시작이 어렵지 누군가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공감하며 비슷한 생각을 한 이들이 한두 명씩 나타난다. 미투 운동이 그랬던 것처럼. 

사이다 같은 저자의 말을 뽑아 보았다. 

"청첩장은 기본이 서면 제출이다. 청첩장을 어떻게 받을 것인가는 받는 사람이 정하는 것이지 당사자가 정하는 것이 아니다. 모바일 청첩장은 보내는 사람이 아닌 받는 사람의 편의를 위해 존재한다." 

결혼 발표는 신랑 신부가 함께 하는 거라는 대목도 공감한다. 나도 결혼하기 전에 고등학교 친구들을 불러 아내와 함께 참석하고 내가 1차를 지불했던 기억이 있다. 그 이후로 친구들은 결혼하기 전에 자리를 마련하여 신부를 소개하고 함께 결혼을 축하하는 자리를 이어가고 있다. 

편도 2시간 이상 걸려서 결혼식에 참석하는 친구에게는 단돈 만 원이라도 쥐여주는 것이 도리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대구에서 결혼하는 친구가 10만 원을 주었던 기억이 난다. 특히, 주례, 사회, 축가 등을 해 주었다면 당연히 감사금을 전달해야 한다. 저자는 신혼여행 다녀와서는 필히 안부 전화를 돌리라고 말한다. 이 대목을 읽는데 뜨끔했다. 

신혼부부가 손님을 초대할 때는 배달 음식이라도 최소한 예쁜 그릇에 옮겨 닮으라고 조언한다. 또한, 집안 식구들 동의하에 초대하라고 말한다. 특히 자취생은 웬만하면 하지 말라고 특별히 충고한다. 

"집들이는 일방적으로 하는 게 아니다. 집안 식구들 모두가 동의했을 때 하는 거다. 손님 불러다 놓고 마치 집들이 따윈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는데 무작정 남의 집 쳐들어온 진상 손님으로 만들지 마라." 

출산과 관련해서는 연락은 남편이 돌리라고 말한다. 특히, 장인어른, 장모님 오시면 남편들 인사 제대로 하고 산모 잘 지켜라고 조언한다. 

"죽다 살아난 산모 손에 핸드폰 쥐여주면서 '그래도 어른들께 연락은 드려야지'하는 자식들 있는데 죽여 버리는 수가 있다." 

부부에게 하는 조언도 주옥같다. 부부는 일심동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필요할 때만 찾는 존재가 아니다. 다툴 때도 이판사판 덤비지 말고 슬기롭게 다투라고 말한다. 무차별적인 폭언과 폭력, 맹목적인 비난, 인신공격은 무조건 하면 안 된다.  

부모들이 자식을 대할 때도 자랑용 액세서리로 대하지 말라고 말한다. 자식은 재산 증식을 위한 수단도 결코 아니다. 반대로 자식은 부모 덕 보려고 하지 말고 탓할 생각도 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또한 '부모 재산은 네 재산이 아니다'라고 직언한다. 

저자는 손님 초대할 때 집주인도 제발 복장 좀 갖추어 입으라고 말한다. 이 대목을 읽으며 너무 편한 옷을 입고 손님을 맞이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특히, 더운 여름에는 맨발에 운동복 반바지를 입는 경우가 꽤 있었는데, 책 읽고 나서는 손님 초대할 때, 최소한 복장을 좀 갖추려고 의식하게 된다. 

전화 예절 관련해서는 업무에 관하여 문의할 때 '저 몰라요', '그걸 왜 저한테 물으세요?' 등으로 응대하는 사람들에 대해 말한다. 모르면 신속히 담당자 연결을 하거나 해결할 생각을 하라고 조언한다. 나는 이것도 이거지만 실컷 설명했는데 담당자 아니라고 말하며 끊거나 돌려줄 때 허무함을 느낀 적이 있다. 모르면 빨리 모른다고 말하고 돌리든지 끊든지 하자. 

직장 내 식사 매너에서는 '말도 안 되게 빨리 처먹지 마라'읽고 엄청 웃었다. 

"밥을 음료수 원 샷 때리듯 후루룩 처마셔 버리고는 5분 만에 숟가락 탁 내려놓고 밥 빨리 안 먹는다고 눈치 주는 새끼들 많다." 

이렇게 화끈하고 속 시원한 책을 만나서 책 읽는 내내 너무 즐거웠다. 물론 비슷한 레퍼토리도 많긴 하지만 다르게 보면 상식이라는 것이 관계와 장소에 따라 모양만 조금 바뀌지 다 거기서 거기라는 말이기도 하다. 즉, 조금만 신경 쓰고 노력하면 욕 안 먹는 선에서 말하고 행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쉽게 바뀌는 것이 아니라서 저자처럼 직설적으로 알려주는 사람도 필요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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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역사 - History of Writing History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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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유시민은 유시민이란 말이 절로 나오는 책이다. 물론, 유시민 작가의 책을 많이 읽은 것은 아닌데, 명성에 걸맞은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어렵고 두꺼운 역사책을 풀어내는 저자의 실력은 대단하다. 나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잠깐잠깐 들기는 했지만 아직 시도는 못하고 있다. 

먼저 헤로도토스와 투키디데스로 시작한다. 헤로도토스는 역사의 아버지라 불린다. 키케로가 헤로도토스의 <역사>를 최초의 역사서로 본다. 반면, 폰 랑케는 투키디데스를 역사 서술의 창시자로 지목한다. 이렇게 관점이 다른 이유는 키케로는 이야기를 중시했고 랑케는 사실의 기록을 중요하게 여겨서이다. 

헤로도토스의 <역사>는 페르시아와 전쟁을 치른 마라톤 평원 전투, 살라미스 해전 등을 이야기한다. 그는 뛰어난 이야기꾼이었다. 반면, 투키디데스는 스파르타와 아테네 내전인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서술했다. 그는 아테네에 번진 전염병도 자세히 기록했다. 특히 내전의 원인과 경과를 연대순으로 꼼꼼하게 기록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투키디데스는 자신이 기록하는 방식에 대해 자부심을 지니고 있었다. 

"내가 기술한 역사에는 설화가 없어서 듣기에는 재미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과거사에 관해 그리고 인간의 본성에 따라 언젠가는 비슷한 형태로 반복될 미래사에 관해 명확한 진실을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은 내 역사 기술을 유용하게 여길 것이며, 나는 그것으로 만족한다. 이 책은 대중의 취미에 영합하여 일회용 들을 거리로 쓴 것이 아니라 영구 장서용으로 쓴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하나의 논쟁이 발생한다. 과연 사실 그대로만 쓴 것을 역사라고 불러야 하는가? 혹은, 사실 그대로 썼다고 해서 역사가의 주관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는가? 어떤 역사적 사건을 서술할지 중요성을 판단하는 것 자체가 역사가의 주관이 개입되는 것 아닌가? 상상을 가미하여 좀 더 재밌게 많은 이들이 읽을 수 있도록 썼다고 해서 역사라고 할 수 없는가? 등 질문이 생긴다. 

헤로도토스와 투키디데스의 공통점도 있다. 바로 서술 대상을 공정히 다루었다는 점이다. 그리스 사람 헤로도토스는 그리스와 페르시아를 공정히 대하고 아테네 시민 투키디데스는 델로스동맹과 펠로폰네소스 동맹을 공정히 다룬다.  

헤로도토스는 신화, 전설 등을 그대로 이야기로 옮겼다. 반면, 투키디데스는 헤로도토스보다 정보의 진위 여부를 검증하려고 훨씬 더 노력했다. 특히 투키디데스는 시간의 흐름을 분명히 보여준다. 아무리 노력해도 현대 역사가의 눈으로 본다면 두 명 다 비판을 벗어나기 힘들긴 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역사는 역사가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서술된다는 점이다. 카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역사란 역사가와 그의 사실들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의 과정이다." 

저자는 <역사>와 <펠로폰네소스 전쟁사>가 오래 널리 읽힌 이유를 설명한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핵심은 '서사의 힘'이라고 본다. 사람들이 읽고 공감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이야기를 할 때 목적, 대상이 명확해야 하고 사실에 토대를 두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페르시아 전쟁과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역사는 그 이후에도 반복된다. 한 지역의 뛰어난 기술은 국가의 발전을 도모하는 기회인 동시에 세력 확장을 위해 다른 나라를 침략하는 도구로 쓰일 수도 있다. 후자의 경우 내전과 전쟁이 발발한다. 지금도 여전히 기술은 발달하고 있고 그 기술을 어떤 방향으로 사용할지는 인간의 이해관계에 달려 있다. 

다음으로 사마천의 <사기>이다. <사기>책이 이렇게 방대한 책인 줄 몰랐다. <사기>는 엄청나게 많은 역사의 사실을 매우 정확히 기록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사마천은 국가 역사 기록을 관리하는 '공무원'이라서 이것이 가능했다. 그는 역사 기록뿐 아니라 인간의 이야기를 <사기>에 담았다.  

"사마천은 사실을 기록하는 일에 엄청난 열정을 쏟았지만 그것을 역사 서술의 유일한 목적으로 삼지는 않았으며 인간 본성의 빛과 그늘, 삶의 의미, 군주의 덕성, 권력의 광휘와 비루함, 반복되는 사건의 패턴을 포착해 드러내려고 노력했다." 

"사마천은 단순히 제도 변경 사실만 기록한 게 아니라 제도에 적응하고 허점을 이용하는 사람의 행동을 함께 살피면서 제도사와 문화사를 썼다." 

이븐 할둔은 <역사서설>을 통해 7세기에 탄생한 이슬람 문명과 아랍 사회 특징, 아랍 지식인들의 생각을 기록했다. 특히 무하마드의 후계자라는 뜻을 가진 칼리프의 기원을 밝힌다. 수니파는 무함마드 이후 4명의 칼리프를 정통으로 인정하고 시아파는 4대 칼리프 알리부터 인정한다. 상인이었던 무함마드는 정교일치를 추구했다. 무함마드가 일찍 죽자, 추종자들은 무함마드 알라의 말과 행동을 기록한 경전 <하디스>를 만든다. 또한 무함마드가 만든 새로운 사회적 규범은 <순나>가 된다. 세월이 흘러 이슬람 세계 권력자들은 <코란>과 <하디스>에서 유추해 낸 <키야스>를 만든다. 덧붙여 저자는 할둔이 탁월한 역사학자이자 뛰어난 문장가라고 평한다. 

레오폴트 랑케는 공감을 끌어내는 데 관심이 없었다. 문장도 복잡하고 배경지식이 없으면 알 수 없는 단어도 많이 썼다. 그는 전문 역사학자이자 역사가였다. 온 평생을 사료 연구와 강의 저술에 매진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나 대중이 아닌 전문가를 대상으로 책을 썼다. 그래서 일반인이 보기엔 어렵다. 랑케는 유럽 주요 도시의 문서 보관소 출입이 가능했다. 덕분에 풍성한 문헌 자료를 바탕으로 유럽 왕조와 교회의 역사를 서술할 수 있었다.  

랑케는 치명적인 인식의 오류가 있었다. 바로, 과학 기술과 물질의 힘은 진보하지만 인간 정신은 진보하지 않는다는 역사철학이다. 도덕과 정신의 진보를 부정하는 것이다. 이는 역사에 대한 신학적 해석으로 이어진다. 나아가 그는 공화제가 아닌 군주제가 지속될 것으로 예측한다. 그러나 이후, 영국, 프랑스, 독일에 공화국이 들어서고 군주제는 지구에서 거의 사라진다.  

"그는 역사학자였지만 신학에 눈이 가렸다. 역사학은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신학은 그렇지 않다." 

랑케는 과거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나 이는 사실 불가능하다. 아무리 뛰어난 역사가라도 모든 역사를 기록할 수 없고 그중 중요한 내용을 취사선택해야 한다. 또한, 아무리 사실을 기록했다고 해도 독자가 그 의도대로 읽으란 법도 없다. 또한 그가 의지한 문헌사료는 권력자들이 남기고 싶은 사실만 담고 있을 위험이 있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랑케의 역사 서술 방식은 역사가들이 정치적 위험을 피하는 도피처를 마련했다. 

다음으로 마르크스이다. <공산당 선언> 첫 단락에서 그는 '지금까지 모든 사회의 역사는 계급 투쟁의 역사다.'라고 말한다. 저자는 마르크스를 피지배계급을 역사의 주역으로 소환했다고 말한다. 이처럼 노동자 계급을 조명한 역사가나 사상가는 없었다. 이것이 바로 마르크스의 위대함이며 전 세계에서 열광하는 추종자가 발생하는 이유이다. 레닌, 스탈린으로 이어지는 러시아가 대표적이다. 마르크스는 또한 인간 생활의 기본은 물질을 생산하는 활동이고 물질적 이해관계가 사람의 생각행동을 좌우한다고 주장한다.  

마르크스는 잘 알 듯이 자본주의를 극도로 혐오했다. 부르주아지들은 생산력을 높이고 부를 쌓았지만 그 과정에서 또 다른 공황을 만들었다고 마르크스는 지적한다. 나아가 다가올 공황에서 노동자 계급인 프롤레탈리아트가 힘을 이루고 자본가와의 충돌을 통해 혁명을 일으키고 승리할 것으로 예측한다. 물론, 이 모든 예측이 거의 비껴갔다고 유시민 작가는 말한다.  

저자는 유물사관의 약점은 그 자체가 내포한 논리적 모순이라고 지적한다. 왜냐하면 사회 변화의 동력이 계급 사이의 투쟁인데, 프롤레탈리아트가 승리하면 계급의 대리가 없어지고 결국 동력이 사라진 사회는 지속될 수 없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박은식, 신채호, 백남운이 민족주의 역사학의 세 갈래를 대표하는 역사가라고 이야기한다. 박은식은 개명 유학자로 민족주의자였고 당대의 역사적 사실 기록에 초점을 두고 <한국통사>와 <한국독립운동지혈사>를 썼다. 그는 '한국'이라는 국호를 일관되게 사용한다. 신채호는 당대가 아닌 고대사를 자주적 민족의식에 입각해 <조선상고사>를 쓴다. 신채호도 투키디데스와 같이 상충하는 문헌 기록을 비교 검토해서 개연성 높은 것을 채택했다. 그의 글에 나오는 연개소문, 김춘추, 김유신에 대한 글을 보면 역사가에 따라 평가가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백남운은 유물사관 공식을 따라 선사시대부터 조선 시대까지의 역사를 <조선사회경제사>를 쓴다. 통일신라와 고려의 역사를 다루지만 조선 시대는 일제 경찰 탄압으로 쓰지 못한다. 

"사피엔스의 뇌는 생물학적 진화의 산물이지만 뇌에 자리 잡는 철학적 자아는 사회적 환경을 반영한다. 그들은 각자 다른 시대에 살면서 다른 경험을 하고 다른 이야기를 남겼다. 그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즐거움과 깨달음을 얻게 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들의 철학적 자아와 공명하기 때문이다." 

역사 이론서인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도 매우 유명하다. 저자는 열 번 넘게 읽었지만 내용을 여전히 다 이해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읽을 때마다 좋았다고 덧붙인다. 카는 다음과 같이 역사에 대해 말한다. 

"크로체는 모든 역사는 현대사(contemporary history)라고 선언했다. 역사란 본질적으로 현재의 눈으로 현재의 문제에 비추어 과거를 바라보는 것이며, 역사가의 임무는 기록이 아니라 평가하는 것이라는 뜻이다. 만약 아무것도 평가하지 않는다면 무엇이 기록할 가치가 있는 사실인지 역사가는 도대체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역사란 역사가와 사실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의 과정이며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것이다." 

"그러니 역사를 연구하려면 먼저 역사가를 연구하라. 역사가를 연구하기 전에 그 역사가가 살았던 역사적 사회적 환경을 살펴보라." 

토인비는 <역사의 연구>에서 문명은 외부 환경의 도전에 대한 성공적 응전의 산물이라고 응전에 성공하면 성장하고 실패하면 쇠퇴한다고 말한다. 이것은 연역적 추론이 아닌, 경험을 통한 귀납적 결론이다. 또한 창조적 소수자는 창조성을 잃고 지배적 소수자로 전략한다고 이야기한다.  

헌팅턴은 <문명의 충돌>에서 문명의 충돌을 막으려면 다문명 체제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저자는 보편주의와 상대주의 사이에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고 지적한다. 즉, 보편주의를 강요할 수도 없고 상대주의로 모든 것을 용인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다이아몬드는 <총,균,쇠>에서 문명 발전 속도의 차이의 근본 원인은 오직 환경이라고 주장한다. 즉, 유럽이 권력과 부를 장악한 것은 그들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유리한 환경 덕분이라는 점이다. 그 환경은 바로, 야생 동식물의 분포, 고립도의 차이, 대륙의 면적과 인구 수이다.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를 통해 역사에 방향이 있는지, 역사는 정의를 실현하는지, 역사의 발전이 인간을 더 행복하게 만들었는지 등에 대해 답한다. 유발 하라리는 농업 혁명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한때 학자들은 농업혁명이 인간성을 향한 위대한 도약이라고 생각했다... 이 이야기는 환상이다. 시간이 흘러 사람이 더 총명해졌다는 증거는 없다... 농부들은 대체로 수렵채집인보다 더 힘들게 살았다. 농업혁명은 인구 폭발과 방자한 엘리트를 낳았으며, 평균적인 농부는 평균적인 수렵채집인보다 더 열심히 일하면서도 더 질이 나쁜 식사를 했다. 농업혁명은 역사의 최대 사기였다." 

저자는 책을 마무리하며 역사를 읽는 이유를 세 가지로 정리한다. 바로  재미와 현재 이해, 그리고 미래 전망이다. 쓰는 사람은 유한성을 넘고 싶어서다.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사실과 사건을 알리고 싶고 그 안에 자신의 존재를 각인한다. 저자는 역사를 역사답게 하는 것이 '서사의 힘' 또는 '야이기의 매력'이라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책을 쓰며 인간의 본성과 존재의 의미, 의미 있는 삶에 대해 생각했다고 고백한다. 

역사를 통해 과거를 기억하고 현재를 돌아보며 미래를 계획한다. 그 중심에 '내'가 있고 삶의 의미와 존재의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 더불어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반성하고 발전한다. 이것이 역사의 의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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