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목에 대하여 - 가치를 알아보는 눈
필리프 코스타마냐 지음, 김세은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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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저자는 미술사학자로 감정사와 학예사를 병행하고 있다. 특히, 감정사의 이야기는 들어볼 기회가 많지 않은데 책을 읽으며 저자가 발견한 미술작품이라든지 감정사에 얽힌 여러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감정사는 작품의 진위 여부를 비롯하여 미술 작품의 원작자를 찾아내는 것이 주요 임무이다. 그러려면 필요한 것이 바로 '안목'이다. 특히, 화가들의 특징을 머릿속에 잘 정리해놓고 미술품을 다각도로 분석해야 한다. 당연히, 유명하고 중요한 화가의 작품을 발견하는 것이 '중대한 발견'이다. 감정사들은 구체적으로 붓 터치 기법, 붓의 종류, 밑그림 등 모든 요소를 고려하여 원작자를 판별한다. 

"미술사학자의 두뇌에는 그림에 대한 기억이 일정한 기준에 따라 체계적으로 분류, 정리되어 있다." 

때로 감정사는 미술작품의 감정이 잘못된 상태에 있어서 이를 바로잡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저자가 발견한 브론치노의 '니스의 그리스도'가 대표적인 예이다. 이 작품은 저자가 감정하기 전까지 다른 화가의 작품으로 추정된 상태였다. 

물론, 기존에 감정을 한 감정사들은 자신들의 의견이 맞다고 고집하기도 한다. 새로운 감정 의견을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즉, 여기에도 자존심의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좋은 감정사가 되려면 자신의 의견에 갇혀 있으면 안 된다. 자신의 감정이 맞는지 다른 감정사들에게 조언을 구해야 하고 언제라도 자신의 감정이 틀릴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열린 마음으로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언제든 질문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며 뭔가에 확신이 서더라도 그것만이 정답이라고 고집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분명히 깨달은 것이다. 나는 신부님의 조언을 미술 감정사라는 내 직업의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 미술 작품을 관찰해서 지식을 얻을 때처럼 감정을 할 때도 새로운 견해를 수렴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감정사들은 화가를 직접 발굴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저자는 폰토르모의 지위를 되찾는데 공헌을 한다. 그래서 1930년대에는 인기가 별로 없었는데 감정사들을 통하여 많은 작품들이 발견되고 대중들에게 알려지게 된다. 저자는 폰토르모 연구의 절대 지존으로 떠오르게 된다. 

미술상들도 중요한 역할을 감당한다. 작품을 완벽히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재력은 충분히 뒷받침되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미술사학자들에게 작품의 가치에 대한 조언을 구한다. 저자는 미술상들과의 교류 덕분에 방대한 자료를 구축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동시에 감정사의 가장 큰 도전자도 미술상이라고 언급한다. 이들은 자신들의 직감을 의지하며 감정사의 평판에 먹칠을 하기도 한다.  

감정사들은 사진을 보며 기본적으로 지식을 정리하고 쌓아가지만 감정을 하려면 두 눈으로 직접 작품을 봐야 한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왜냐하면 붓 터치 등은 사진으로는 확인하기 어렵고 실제 작품을 직접 봐야 보이기 때문이다.  

기술이 발달하여 자외선 등을 활용하기도 하지만 이러한 과학의 조력이 결정적 역할을 한 적은 없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적외선으로 덧칠 여부를 확인할 때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복구 과정에서 수정이 얼마나 들어갔는지를 확인할 때는 유용하다. 더불어 적외선으로 화폭 맨 밑바닥 밑그림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감정사들에게 중요한 단서로 작용한다. 그러나 과학 분석을 지나치게 신뢰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말하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감정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가 바로 위조품이다. 저자는 일단 위조품은 불편함(discomfort)가 느껴진다고 말한다. 억지로 끼워 맞추려는 흔적이 보여서이다. 오래된 느낌을 주려고 가마에 굽기도 하는데 자연적으로 형성된 금에 비하여 신기할 정도로 균일하다고 지적한다. 또한, 아무리 뛰어난 위작 미술가라고 해도 미묘하고 미세한 차이까지 재현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한다. 

저자는 회화뿐만 아니라 소묘에도 많은 시간을 들여 연구를 한다. 소묘 작품은 원작자 화가가 직접 그린 것인지 도제들이 그린 것인지 구분하기가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라고 고백한다. 소묘는 회화보다 관리도 더 까다로워 태양광에 3개월 이상 노출되거나 미술관 조도가 50록스를 초과하면 안 된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자신처럼 소묘나 회화 분야를 가리지 않고 취급하는 감정사는 드물다고 한다. 

감정사는 돈에 휘둘리면 안 되고 항상 소신을 가지고 공정하게 감정을 해야 한다. 저자는 미술품 감정사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공정성이라고 강조한다. 때로는 작품 소장자들이 감정사가 진품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기도 한다. 소장자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감정을 해줄 수 있는 감정사들을 찾아다니기도 한다. 감정사는 감정서를 내고 경매업체는 일정 비율의 수수료를 지급하게 된다. 

"우리 학계에서 지켜야 할 선은 이렇다. 미술품 감정사로서 판매용 작품을 감정할 때는 미술사학자의 본분을 다하되, 미술사학자는 직업윤리상 미술품 감정사가 되어서는 안 되며 감정 소견서 작성 및 감정 수수료 수령은 전문 감정사의 몫으로 남겨야 한다." 

마지막으로 대중들이 바라는 미술품 감정사의 상이 참으로 역설적이라고 말한다. 

"열정적으로 미지의 세계를 탐구하고 획기적인 발견을 완수함과 아울러 직업윤리를 준수하기를 요구한다." 

미술품을 관람하다 보면, 이 모든 작품들이 어떻게 오랜 세월 동안 보존되고 발굴되었을까 궁금할 때가 있다. <안목에 대하여>를 읽으며 이렇게 헌신적인 감정사들이 있는 덕분에 나를 비롯한 대중들이 놀라운 예술 세계를 관람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인공지능을 필두로 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감정사는 여전히 대체될 수 없고 중요한 역할을 감당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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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고통 - 노동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어느 과학자의 분투기
캐런 메싱 지음, 김인아 외 옮김 / 동녘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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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고통>은 사회역학 분야의 고전과도 같은 책이다. 저자 캐런 메싱은 생물학 교수로 아무도 관심 가지지 않을 때 노동자들의 보이지 않는 고통에 귀를 기울이며 묵묵히 연구를 수행했다. 특히, 여성노동과 건강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저자는 책을 통하여 다양한 영역에서 고통하는 노동자들을 면밀히 조사하며 문제를 제기한다.  

저자는 이 모든 것이 '공감 격차'의 문제라고 말하며 노동자의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이미 140편의 꽤 많은 논문을 출판했지만 이 연구들이 실제로 노동자들의 삶을 더 낫게 만든 것 같지는 않다고 냉정히 평가한다. 또한, 불안정 노동자들의 현실을 보며 우울감을 느꼈다고 고백한다. 그래서 논문 대신 이 책을 썼다고 밝힌다. 

"이 책이 독자 여러분에게 작업의 다양한 구성 요소들이 영향을 주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결과를 보여주기를, 그리고 적시생산방식, 오래 서서 하는 작업, 지속적인 인력 감축과 같은 경영 방식이 노동자들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면서 발생하는 실질적인 비용에 눈뜨게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자는 직업보건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며 여러 조직으로부터 지원을 받으며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이해했다. 그런데, 우파가 기득권을 잡으며 사업주의 이익을 대변하는 연구들이 지원을 받으며 직업보건에 대한 연구는 점점 사라지게 된다. 결국, 이러한 상황으로 인하여 "우리의 후학들은 대학과 저임금 노동자 공동체 사이에서 발생하는 '격차'를 뛰어넘는 것이 더욱 어려워졌다"라고 저자는 진단한다. 이러한 간극을 '공감 격차'라고 부르는 것이다. 

저자는 방사선에 노출된 노동자들과 가족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연구하고 그들의 근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하여 노력한다. 그러나 저자가 함께 도울 사람을 찾기 위하여 대학교수, 의학 연구자들과 접촉하지만 아무도 수락하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현실이었다. 아무도 노동자들에 대하여 관심이 없었다. 단순히 수락하지 않을 뿐 아니라 어느 박사는 공장 측이 소송을 걸 수도 있다고 연구를 중지해야 된다고까지 이야기한다. 

제련공장 노동자들의 유전자가 손상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하여 교수에게 보냈지만 정상이라는 회신을 받기도 한다. 연구를 진행하다가 노동조합과 경영진이 적당히 합의를 해서 결국 저자는 쫓겨나고 만다.  

저자는 방사선사들의 건강, 더불어 그들의 자녀에게까지 미치는 문제들에 관심을 가졌고 선으로 일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고 결국 공청회에서 지게 된다. 당시 판사는 방사선사 업무가 "태양광에 노출되는 것보다 더 위험하지 않다"라고 결론을 내린다. 지금 생각하면 어처구니없는 일이지만 이 당시만 해도 방사선의 유해함에 대한 연구와 인식이 전무하던 시절이었다.  

과학자들이 노동자들의 분노와 고통에 관심을 가지고 해결하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다. 일부 과학자들은 조사 대상이 되는 사람들과 너무 가까워지면 '객관성'을 잃는다고까지 생각한다. 그러나, 노동자들과 깊이 교류하지 않으면 그들이 겪는 보이지 않는 고통을 도저히 알 수가 없다. 결국,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고통을 공론화할 방법과 매개체가 없다. 

저자는 공감 격차가 막대한 비용을 발생시킨다고 지적한다. 산재보상 여부를 결정하는 판사들이 문제에 대하여 충분히 공감하지 못하면 작업 관련성 질환에 대한 보상 요청을 기각하게 된다. 사업주들과 직원들 간에 공감 격차가 발생하면 비효율을 발생시키고 그 사업장이 병원이면 질병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간호사와 방사선사들이 방사선에 노출되어 태아에게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것도 결코 쉽지 않다. 왜냐하면 스트레스, 유해 화학물질 노출 여부 등도 함께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모든 노동자가 임신하는 것도 아니고 문제가 있는 임신이 상대적으로 드물다는 것도 숙제였다. 이처럼 산업 재해와 피해의 인과관계를 밝히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누군가는 밝혀내야 하는 일인 것이다. 

병원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들은 질병에 노출되어 있다. 이들은 환자 정보에 접근할 수가 없다. 그 환자가 전염병을 앓고 있어도 알 수가 없는 것이다. 물론, 지금은 그렇지 않으리라 믿는다. 저자는 이들을 위하여 감염을 피하는 법을 다루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저자는 여성들이 무거운 쓰레기를 옮기다든지 육체적으로 감당하기 힘든 일을 하는 것도 지적한다. 일의 특성에 따라 남성과 여성에게 적절한 일의 분배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병원에 건의한다. 그러나 이렇게 저자가 지적하여 개선된 것은 잠깐뿐이고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고 만다. 

"외롭고 아픈 노인 환자와 누구보다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바로 청소노동자다. 청소노동자들은 병실에서 환자들과 함께 유익한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훈련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청소 노동자들이 그런 훈련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저자는 서서 일하는 여성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장시간 서 있는 것은 건강에 당연히 안 좋다. 그런데도 왜 백화점, 마트 등에서 일하는 이들은 굳이 서서 일해야 하는가? 당연히 이들은 허리와 다리의 통증을 호소한다.  

서서 일하는 것의 문제를 과학적, 의학적으로 밝혀내는 것도 결코 쉽지 않다. 누가 봐도 건강에 안 좋을 것 같은데 입증하는 것이 어려운 것이다. 사무실에 앉아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서 있거나 일부러 걸으라는 처방을 내리는 것이 맞다. 그러나, 앉을 수 없어서 계속 서 있어야 하는 것은 중노동이라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마침내 동료 및 학생들로 구성된 우리 연구진은 '서 있기'에 대한 개념을 정의했고 서서 일하는 사람들, 특히 앉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 사람들이 요통과 무릎 아래쪽 다리에 통증을 호소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 연구도 결코 쉽지 않았다. 고용주들이 자신들의 직원을 촬영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직원들이 앉아서 일하는 것에 대해 기대할 수도 있고 서서 일하는 것이 나쁘다고 판정되면 회사 이미지가 안 좋아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서서 일하는 이유는 딱 한 가지다. 앉아 있는 것이 예의에 어긋나 보인다는 인식으로 인해서이다. 이렇게 서서 일하는 이들에 대하여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장갑 공장 여성 노동자들의 이야기는 여전히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들은 생산한 장갑 수에 따라 임금을 받는 개수 임금제였다. 중간에 하나라도 절차가 잘못되면 작업량이 증가하게 된다. 결국, 이들은 수량에 쫓겨 불편한 자세를 유지하며 쉴 틈 없이 장갑을 만들어내야 했다. 이들을 연구한 결과가 노동조합에 전해지고 나서야 개수 임금제가 프랑스에서 사라지게 된다. 

그런데 최근 한국에 이러한 개수 임금제 형식의 일이 생겨났다. 바로 배달 앱을 통한 배달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새로운 형태의 노동이라고 하여 법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이고 건수에 따라 수수료를 받아서 엄청난 압박을 받는 처지이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배달하려다가 사고가 나는 것도 연장선상에 있는 문제이다. 프랑스에서 사라진 개수 임금제가 수수료 지급이라는 다른 형태로 존재한다. 프랑스에서 개수 임금제하에서 몸이 안 좋아 일을 못하면 임금을 못 받았던 것처럼 배달 노동자들도 동일하다. 물론 프랑스는 한 사람이 빠지면 나머지 노동자들이 그 생산량을 채워야 하긴 했다.  

더불어 팁 제도가 봉급제를 개수임금제로 바꾸는 역할을 한다고 지적한다. 이런 문제 제기에 대하여 노동자들은 좋아하지 않았다. 팁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아서였다. 팁 제도는 동시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들을 하위계층으로 만드는 행위이기도 하다. 성과급 제도도 유사한 문제가 있음을 지적한다. 이러한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노동자들의 팀워크를 깨뜨린다. 

"입법 행위를 통해 팁 제도를 더 높은 임금제로 대체하기 위해서는 안전보건 전문가들이 서비스 노동자와 그들의 노동조합에 팁 제도가 건강 수준을 악화시킬 수 있음을 설명하는 것이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들쑥날쑥한 근무 일정이 가정을 흔들고 있다는 사실도 지적한다. 특히, 돌보야 할 자녀가 있는 맞벌이의 경우 변동이 심한 근무 일정은 큰 문제이다. 근무 일정을 조정하려면 직원들은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한다. 관리자들은 대체자를 구하려고 밤이든 새벽이든 전화해서 쉬고 있는 직원들을 방해하기까지 한다. 문제는 직원이 거절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거절하게 되면 다음에 자신이 근무 일정을 바꾸어야 할 때 바꾸기 힘들다. 근무 일정이 주말 2-3일 전에 나오면 주말 계획도 미리 세울 수 없다. 이러한 근무 일정 편성은 삶의 질을 확 떨어뜨린다. 

저자는 인간공학 연구에 있어서 숫자를 이용한다고 해서 연구를 더 객관적으로 만드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숫자들이 문제를 드러내는데 도움이 되지만 숫자를 다루는 사람이 작업 과정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함을 지적한다.  

지금도 마찬가지인데, 저자는 노동자 건강권을 주제로 연구하는 과학자는 매우 적다고 말하며 다음과 같은 이유들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일단 기업 경영에 이익을 가져다주지 않는 주제이다. 이런 연구를 지원하는 기금이 별로 없다. 새로운 연구 주제는 기성의 방법론에 대한 비판을 수반한다는 점이다. 특히, 기업은 자신들에게 분리하다고 생각되면 변호사를 고용하여 소송을 걸 수도 있다. 혹은 친기업 성향의 과학자들을 섭외하여 자신들에게 유리한 연구 결과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저자는 공감한다는 것은 단순히 좋은 사람이 되는 것 이상의 무언가를 필요로 한다고 고백한다. "공감에는 매우 무거운 책임이 따를 수 있다"라고 솔직하게 말한다. 이렇게 공감하는 과학자들을 통하여 노동자들과 다른 이들 사이의 공감 격차를 줄여 나가고 공감 격차를 넘어설 수 있다. 이를 위하여 대학-지역사회의 협약, 지역사회 기반 연구 개발, 학술지 발간, 지역사회 협력자들의 전폭적 지원, 마지막으로 일반 시민들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가장 고통받는 사람의 필요에 집중하는 직업보건 연구를 북돋는 것이 결국 대중 자신을 위한 것임을 깨닫기 바란다. 또한 과학자들 역시 지역사회 연구가 던지는 질문에 답하는 과학이 다른 어떤 연구로도 가능하지 않았던 귀한 결과의 원천이 될 수 있음을 이해하길 바란다. 노동자들 스스로 자신들의 지식과 노력을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기를 희망한다. 고용주, 관리자, 학계를 포함한 우리 모두가 노동자들에게 귀 기울이고, 노동자들로부터 배울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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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예쁘지 않습니다 - 화장을 지우고 페미니스트가 되다
배리나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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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한 번은 읽어봐야 하는 책이다. 저자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게 되고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사회는 여성에게 아름다움을 강요한다. 여성은 긴 머리를 유지해야 하고 화장을 해야 하고 더 예뻐지기 위해서 스트레스를 받도록 강요당한다. 이것이 정당한가? 저자는 이 사회에 문제를 제기한다. 단지 자신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모든 여성의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밝힌다.  

이런 스트레스를 받는 남성은 매우 드물다. 더 멋있는 옷을 입으려고 하루 종일 고민하는 남성을 내 주변에서는 보지 못했다. 화장품에 몇 백만 원을 쓰는 남성도 보지 못했다. 남성은 이런 비판과 강요로부터 자유롭다. 오로지 여성이 이러한 고통을 당하고 있고 많은 남성들의 관점과 시선, 가치관이 만들어낸 사회적 문제이다. 저자는 '예쁘지 않은 여자에 대한 세상 사람들의 언어폭력과 시선 폭력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어릴 때부터 화장에 관심이 많고 많은 연습을 통하여 화장을 잘하는 기술을 익히게 되었다. 그래서 유튜브에 화장 관련 영상을 업로드하게 된다. 그러다가, 탈코르셋을 접하게 되고 자신이 어느 길로 가야 할지를 확실히 인지하고 결정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예쁘지 않습니다>를 촬영하고 탈코르셋을 선포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놀랍다. 메이크업 영상을 올리던 뷰티 크리에이터가 탈코르셋을 선언하다니! 

저자도 유튜브에 올리고 책을 내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고 무섭고 두려웠다고 솔직히 말한다.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도저히 알 수 없어서 더 두렵다. 이 과정 자체가 큰 도전이자 성장이다. 그 난관을 헤치고 결과물을 만들어 낸 저자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이제 더 이상 외모 때문에 상처받지도 말고 좌절하지도 말자는 다짐을 해본다. 자신의 가능성을 고작 겉모습 때문에 의심하는 일은 없어져야 하니까. 우리는 더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멋진 사람들이니까. 그러니까, 예쁘지 않아도 괜찮다고 꼭 말하고 싶다." 

책을 읽으려 '탈코르셋'이라는 단어를 처음 접했다. 코르셋은 상반신을 꽉 죄는 보정속옷을 말하는 것인데, '여성스럽다'의 상징으로 보인다. 따라서 탈코르셋은 '여성스러움'을 거부한다는 것이다. 화장, 긴 생머리 등 사회에서 여성에게 요구하는 것을 거부한다. 

"이미 많은 여성들이 머리를 자르고 화장을 거부하고 있었어요. 그들은 예뻐 보이지 않았지만, 그래서 언뜻 보면 남자 같았지만, 표정은 당당하고 몸짓은 활기찼어요. 화장한 내가 더 예뻤는데, 그래서 내가 더 행복해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그들이 더 행복해 보였어요. 너무나 자유로워 보였어요." 

화장이 좋아서 화장을 하는 여성도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많은 여성들이 남들의 시선 때문에 다이어트를 하고 화장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위에서 이야기했듯이, 탈코르셋을 하려면 큰 용기가 필요하며 잡음을 견뎌내야 한다. 

화장뿐만이 아니다. 여성들도 꾸미지 않고 옷을 편하게 입을 자유가 있다. 그런 모습을 영상에서 보거나 거리에서 본다고 하여 왈가불가 할 수 있는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그런 사람들은 거울을 보며 자신들의 모습에 대해서만 왈가불가해야 한다. 

외무 지상주의도 문제다. 예쁘고 잘생겼다고 모든 일을 잘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저자는 '외모와 상관없이 내 가능성은 무한하고 무엇이든 해낼 수 있습니다'라고 당당히 밝힌다. 겉포장에 넘어가서는 안되고 실질을 꿰뚫는 안목이 필요하다. 그 사람이 하는 말의 핵심과 업무의 핵심을 제대로 파악하고 평가하는 것이 필요한 역량이다.  

"예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아름답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뚱뚱해도 괜찮습니다. 
어떤 모습이건 다 괜찮습니다." 

저자는 외무 코르셋뿐만 아니라 도덕적인 코르셋도 여성을 조인다고 설명한다. 이 모든 것이 사회와 미디어, 사람들이 만든 암묵적인 요구들이다. 

"여자는 조신해야 하고, 애교를 부려야 하고, 상냥하게 웃어야 하고, 얌전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잣대." 

탈코르셋을 선언하고 저자는 건강을 위해 먹는 것을 조절하고 운동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화장품도 거의 사지 않으며 뷰티 프로그램도 보지 않고 다이어트 약도 전부 내다 버렸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어릴 적, 골반에 종양으로 인해, 오랜 시간 입원해 있어야 했고 살이 찔 수밖에 없었다. 그로 인하여 초등학교 내내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당한다. 어쩔 수 없이 6학년 졸업을 앞두고 캐나다로 혼자 유학을 가게 된다. 캐나다는 아무도 저자에게 경멸 어린 시선을 보내지도 않고 비웃거나 놀리지도 않았다. 결국, 이를 통해 보면, 한국 사회가 만든 암묵적인 요구들을 초등학생들도 무의식적으로 배우고 익힌다는 것이다. 건강하지 않은 비뚤어진 가치관이 자동으로 심어지는 것이다.  

한국만큼 사람을 외모로 판단하는 사회도 드물다. 왜 이런 사회가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책을 찾아 읽고 고민해봐야 될 것 같다. 그러나, 그에 앞서 이러한 현상이 문제이고 바뀌어야 된다는 인식을 가지는 것이 우선이다. 그러기 위해선, 저자와 같이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 또한, 함께 지지하고 응원하며 그 길에 동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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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반양장) - 새로운 부의 법칙
롭 무어 지음, 이진원 옮김 / 다산북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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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롭 무어는 서른 살에 백만장자가 된 젊은 사업가이다. 저자는 부자와 기업가들을 만나며 자신이 발견하고 경험한 부의 법칙을 책에서 밝힌다. '가장 빨리, 가장 현실적으로 부자가 되는'방법을 찾도록 도와줄 수 있다고 덧붙인다. 

"역사상 최고의 부자들은 세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첫째, 진정한 부란 무엇인지 알고 있다. 둘째, 문화나 종교나 자라온 환경에서 생긴 부나 돈에 대한 죄책감, 창피함, 믿음을 초월했다. 끝으로, 돈의 성격과 의미를 진정으로 이해한다. 당신도 이런 확실한 목적의식을 가져야 한다." 

저자는 돈에 대한 관점을 바꾸라고 말한다. 먼저 돈이 있어도 행복하지 않다는 말을 부정한다. 자신이 만난 부자들 중 '돈 때문에 행복하지 않다고 말한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라고 말한다. 물론 돈만 있다고 행복한 것은 아니라고 덧붙인다. 다만, 돈이 있으면 행복해지기 위해 사용할 수 있다. 즉, 돈이 돈이 행복을 만든다고 말한다. 돈이 있으면 아이들과 더 오랜 시간 보낼 수 있고 음악, 예술 등 더 많은 경험을 통하여 삶을 풍성하게 만들 수 있다. 또한, 돈을 버는 과정, 그리고 번 돈을 나누는 과정에서 행복해질 수 있다. 

인플레이션과 양적완화로 이미 세계에는 엄청난 통화가 공급되어 있다. 그 많은 돈이 다 어디로 간 것일까? 내가 돈이 없다고 해서 세상에 돈이 없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무형의 아이디어로 유형의 돈을 불러와야 한다. 더불어 어떤 사람이 돈을 벌었다면 누구라도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먼저 부자가 된 사람들을 연구하여 돈을 버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거래 시에 어떤 사람은 돈을 '잃지만', 다른 사람은 돈을 버는 게 아니다. 비금전적 형태가 만들어지고 교환된다. 돈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돈은 단지 움직이고, 초현실적인 것에서 현실적인 것으로, 아이디어에서 행동으로, 물리적인 것에서 정신적인 것으로, 정신에서 물질로 변할 뿐이다...돈은 단지 그것에 가장 적게 가치를 두는 사람으로부터 그것에 가장 많은 가치를 두는 사람으로부터 그것에 가장 많은 가치를 두는 사람에게로 이동할 뿐이다." 

즉, 돈에 가치를 두는 사람에게로 돈이 이동한다는 것이다. 다르게 말하면, 돈은 평등하게 분배되지 않는다. 저자는 '부는 돈, 배려, 그리고 당신과 타인들을 위한 봉사의 형식을 취한 행복이자 번영이다'라고 이야기한다. 

부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바로 아이디어나 비물리적 부의 형식을 현금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아느냐 모르느냐이다. 모든 사람에게는 아이디어가 있고 비물리적 부가 있다는 것이다. 이것을 사업이나 이윤 창출의 구조로 변환하는 과정이 바로 부자로 가는 길이다. 

저자는 돈을 에너지 전달 수단이라고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이에 따르면 경제가 성장하기 위해서도 돈이 흘러야 하는 것이다. 더불어 저축 예금만으로는 인플레이션을 따라잡지 못하고 에너지 전달 속도를 높힐 수 없다고 말한다. 저축만 해서도 안되고 그렇다고 과도한 지출을 해서도 안 된다. 돈의 자연스러운 흐름과 속도의 균형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돈이 흐르지 않고 멈춰서 있으면 그것은 더 이상 돈이 아니다. 돈이 제 기능을 하려면 움직이고 흘러야 한다. 돈이 멈춰서 있으면 서비스나 가치가 주어지거나 교환될 수 없다. 돈은 에너지, 가치, 교환, 무역의 효과적인 운송과 전달 수단이다." 

제품에 가격을 측정할 때 낮은 가격은 악순환을 부른다고 경고한다. 가격을 낮게 측정하면 공정한 거래의 균형이 무너진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지속적으로 거래가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한다. 왜냐하면 적자를 보면서 계속 상품을 생산하거나 판매를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나의 노력과 투자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하여 자부심이 올라가고 이익을 낼 수 있음 지속적으로 운영이 가능해진다. 적정 가격을 받는 것은 선순환의 시작이다.  

저자는 부가가치세, 보험, 법인세, 소득세 등을 통하여 이미 부의 분배가 이루어지고 있고 사회에 기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연스러운 돈의 흐름을 막는 통제나 규제는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말한다. 이 부분은 쉽게 수긍이 가지는 않는다. 

적정 수준의 레버리지 활용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레버리지가 많으면 일부 상환해야 되고 레버리지가 너무 적으면 좀 더 레버리지를 활용해야 하는 것이다. 다음 3가지 유형에 대해서 1은 '멍청', 2는 '안전하고 튼튼', 3은 '똑똑하게 레버리지를 활용하는'거라고 평가한다. 덧붙여 저자는 레버리지의 적절한 사용이 가장 빨리 부자가 되는 길이라고 설명한다. 

- 돈이 없는데도 계속 소비하면서 빚을 진다. 
- 빚을 만들지 않기 위해 '감당 가능한 경우에만' 뭔가를 사거나 투자한다. 
- 좋은 빚을 지렛대로 활용하여 소득을 창출해주는 자산을 산다. 

저자는 단순히 레버리지를 이야기할 때 돈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레버리지를 이용할 수 있는 영역 5가지를 제시하는데 바로 시간(인생), 돈(자산), 시스템(절차), 사람/기술, 그리고 아이디어와 정보이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레버리지라는 개념을 돈에만 적용했었는데 이렇게 영역을 확장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물론, 기존에 알고 있던 방법들을 레버리지라는 이름 하에 묶은 것들도 있다. 

가난한 사람은 돈을 벌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반면 부자는 돈을 벌기 위해 아이디어, 에너지,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생각의 차이가 실제적 차이를 가지고 오는 것이다. 나도 돈이 없는데 어떻게 돈을 벌 수 있나라고 한탄만 했는데,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가난한 사람은 돈을 벌기 위해 열심히 일하지만 부자는 돈이 열심히 일하게 만든다고 이야기한다. 

'감정을 지배해야 돈을 지배한다'고 언급한다. 흥분하거나 두려움을 가지고 올바른 구매 결정을 할 수 없다. 따라서 내 감정을 관찰하고 나에 대한 파악이 어느 정도 된 후에 돈이나 카드로 자산을 구매하라고 조언한다. 감정 조절이 정 안되면 신중한 사람을 친구로 두고 결정을 내릴 때 한 박자 쉬는 것이 필요하다. 

부자가 절대 하지 않는 행동도 이야기하는데 그 중에서 군중 심리에 휩싸이기, 변명하기, 자신의 본모습을 드러내는 걸 두려워하기 등이 눈에 띈다. 부자는 동료, 전문가, 멘토들로 이루어진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부자들 중 85퍼센트가 매달 두 권 이상 책을 읽는다고 말한다.  

건강관리도 중요하다. 백만장자 중 66퍼센트가 매일 30분 이상 운동한다고 한다. 또한, 50퍼센트는 근무시간 시작 최소 3시간 전에 일어난다고 한다. 워렌 버핏은 어떻게 성공하고 많은 재산을 모았는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세 가지 요인 덕분이다. 미국에 살면서 아주 좋은 기회를 많이 얻었고, 좋은 유전자로 인해 장수했고, 복리 이자의 효과를 누렸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다음 두 가지를 말하며 책을 마무리 한다. 

1. 서둘러라. 
2. 지금 시작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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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를 그리다 - 일하는 사람이 행복한 회사는 뭐가 다를까?
김혜진 외 지음 / 스마트북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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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에게 가장 궁금한 것 중 하나는 바로 다른 회사의 근무 환경과 복지, 업무 시스템 등에 관한 것이다. <실리콘밸리를 그리다>는 실리콘밸리에서 일하고 있는 이들이 각자의 관점에서 실리콘밸리 기업의 특징을 이야기한다.  

"실리콘밸리를 깊이 이해하고 나면 지금까지 알았던 회사와 직원 간의 관계, 회사와 세상과의 관계에 새로운 인사이트가 생길 것이다." 

물론, 인사이트가 생김과 동시에 현재 직장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올 수 있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왜 이렇게 비효율적이고 필요 없는 절차가 너무 많은가라고 한탄할 수도 있다. 하지만, 동시에 더 나은 회사 업무 시스템과 문화를 만들어 가기 위해 노력할 수 있고 다른 회사에 도전하려는 마음이 생길 수도 있다. 

먼저 실리콘밸리는 저녁이 있는 삶을 추구한다. 

"저녁에는 집에 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아무도 놀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일이 남았거나 급한 사고가 생겨 수습해야 하는 경우에도 회사에 남아 있기보다는 되도록 집에 가서 회사 네트워크에 접속해 한두 시간 정도 일하여 해결한다. 그 이상 일해야 한다면, 당연히 다음 날 회사에 가서 처리한다." 

처음 이 대목을 읽을 때는 이런 인식이 놀랍고 부러웠는데 다시 읽어보니 지극히 정상적인 사고 흐름이라는 생각이 든다. 너무 급한 일이 생기면 일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그런데, 그 한두 시간 안에 해결할 수 없는 일이면 당연히 다음 날 처리하는 것이 맞다. 이렇게 저녁을 보장해주는 이유에 대해 일하는 시간에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인간은 기계가 아니다. 24시간 일하면 당연히 일의 능률과 효율이 엄청나게 떨어진다.  

실리콘밸리 회사들은 직원을 전문가 또는 프로페셔널 파트너로 대한다고 이야기한다. 이렇게 존중받으며 일을 하며 자아실현과 회사의 성장을 동시에 추구하면 행복하지 않을 수가 없다.  

"개개인이 행복한 마음 상태로 업무에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사색할 수 있을 때 전문성과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고, 회사에 '+10'이 아닌 'X10'으로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직원을 전문가로 대하는 것은 실리콘밸리의 특수성이기도 하다. 신입사원이라 하더라도 석사 이상인 경우가 많아서 이미 전문가이다. 따라서, 신입사원일지라도 스스로 결정하고 일할 수 있다.  

정보의 공유와 소통이 활발한 것도 실리콘밸리의 특징이다. 책에서 이야기하듯 한국 기업들은 정보를 독점하여 우위를 차지하려고 한다. 신입사원은 아무리 똑똑해도 정부가 적으니 일을 제대로 처리하거나 진행하기 힘들다. 여기엔 엔지니어 문화에서 출발한 실리콘밸리와 기술 집약 제조업에 최적화되어 있는 한국 기업이 애초부터 기반이 다른 것도 한몫한다. 따라서 저자는 '제조 분야 대기업이 실리콘밸리 문화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효율적이지도, 효과적이지도 못하다'라고 지적한다. 결국, 무조건 실리콘밸리가 좋고 한국 기업은 나쁘다가 아니라 태생이 다른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대부분 명확한 미션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고 전 직원이 이를 이해하고 공유한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자신의 위치에서 판단을 내리고 결정을 하기 때문에 미션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저자는 한국 대기업의 조직은 위계 조직(Rand-driven organization)이고 실리콘밸리 기업은 역할 조직(Role-driven organization)이라고 말한다. 이에 따라 의사 결정 프로세스 및 업무 스타일이 확연히 달라진다. 기본적으로 위계 조직은 제일 윗사람이 의사 결정권을 가지는 반면 역할 조직은 모두에게 의사 결정권이 있고 개인의 책임이 더 중요해진다. 따라서, 역할 조직은 최고의 성과를 내는 인재를 뽑으려고 애를 쓴다. 역할 조직은 일이 제대로 돌아가게 하기 위해 매우 자세히 소통한다. 위계 조직은 소통이 아니라 명령에 따른 빠른 실행이 우선된다.  

실리콘밸리도 '위아래'가 있지만 한국의 상하관계와 좀 다르다. 일단 '갑질'을 하지 않는다. 출퇴근 시간이나 성과에 눈치를 주지 않는다.  

저자는 실리콘밸리는 초봉이 최소 1억에서 시작한다고 말한다. 경력이 쌓이면 주식 포함 3~5억을 받는다고 한다. 한국으로 치면 거의 웬만한 회사 사장님 급여 이상이다. 급여도 부러운데 휴가를 3주씩 몰아 쓸 뿐 아니라 안 쓴 휴가는 다음 해로 넘어가서 계속 쌓인다. 퇴사할 때까지 안 쓴 휴가는 계산해서 돈으로 준다고 한다. 사실, 당연한 건데 한국에서는 이런 기업을 찾기가 너무 힘들다 보니, 이렇게 합리적인 회사가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물론 실리콘밸리는 높은 연봉만큼 집값도 비싸고 교육 시설도 비용 대비 형편없다고 이야기한다.  

놀라운 것은 미국에서 법으로 보장하는 유급 육아휴직은 0일인데도 불구하고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10주간 월급의 55%를 지급한다는 점이다. 아빠들의 육아휴직도 적극 독려하고 있다고 한다. 1년에 한 번은 1주에서 1달까지 긴 휴가를 쓰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휴가 하루 쓰는데도 상사 눈치를 엄청나게 봐야 하는 한국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넷플릭스는 엄마와 아빠 모두에게 무려 1년간 유급 육아휴직을 제공한다. 트위터는 20주, 페이스북과 구글, 우버는 최대 17주의 유급휴가를 제공하며, 에어비앤비는 12주를 제공한다. 모두 엄마, 아빠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 

실리콘밸리는 근무 시간 이후에 이메일을 보내는 경우 답장을 기대하지 않는다. 또한 특별한 경우 아니면 대면 회의보다 전화 회의를 이용한다고 이야기한다. 한국 기업은 회의하다가 하루가 다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회의를 해도 결론이 나지 않거나 쓸데없는 이야기로 회의 시간이 길어지는 경우도 많다. 결국, 회의하느라 업무 처리를 다 못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야근을 해야 한다.  

실리콘밸리의 주식보상제도도 매우 부러운 대목이다. 저자는 실리콘밸리가 주식보상제도로 뛰어난 인재를 흡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설명한다. 한국은 아직, 주식보상제도를 뒷받침할 제도와 운영 인프라가 부족해서 실리콘밸리처럼 뛰어난 인재들로 구성된 스타트업이 활성화되지 않는다고 저자는 추가로 이야기한다. 주식보상제도로 실리콘밸리에서는 월급쟁이도 백만장자가 될 수 있다.  

사고가 났을 때 실리콘밸리는 실수를 빨리 인정하고 공유하려고 한다.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데 매우 공감이 간다. 이런 훌륭한 사고를 가지고 있는 조직과 구성원이라면 발전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누군가 사고를 냈더라도 그는 어쩌다 그 자리에서 그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일 뿐 그의 책임은 아니다. 하지만 사고가 반복되는데도 시스템을 개선하지 않았다면, 그 관리자에게 분명히 책임이 있다." 

실리콘밸리는 급여, 휴가, 복지, 의사결정 구조, 기업문화 등 여러 면에서 이상적이고 합리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그대로 한국 기업에 옮겨 오는 것은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비효율적이고 상황에 맞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기존 한국 기업의 문화를 고려하여 하나씩 벤치마킹하여 새로운 변화를 조금씩 도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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