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와 흙 - 후쿠시마, 죽음의 땅에서 살아가다
신나미 쿄스케 지음, 우상규 옮김 / 글항아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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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그 땅에서 살아가는 소와 소를 지키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소와 흙>이다. 원전 사고 이후, 후쿠시마에는 아무런 생명체도 없는 황무지일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거기에는 여전히 소를 비롯한 동식물들이 살아가고 있다.  

특별히 소를 조명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많은 이들이 목장에서 소를 사육하며 고기를 팔았던 지역이 바로 후쿠시마이다. 그래서 원전 사고로 사람들은 삶의 터전과 생계를 다 잃어버렸다. 피폭된 소들은 아무런 가치가 없다. 일본 정부는 가축 소유자의 동의를 얻어 안락사 처분을 진행하게 된다. 

"개나 고양이 같은 애완동물이라면 동물 애호의 정신에서라도 살처분은 할 수 없다. 그러나 가축은 산업 동물로 분류되며 경제적 가치가 사라지면 존재 이유도 없어진다." 

이런 논리에 따라 소를 비롯한 가축은 안락사 등을 통하여 처분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반대하는 이들도 많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가족과 같은 소를 안락사 처분하는데 반대한다. 그들은 일주일에 한 번이나 두 번, 허가를 받고 안으로 들어가 먹이를 주고 나온다. 

"방사선 피폭은 구제역 같은 전염병이 아니다. 오염된 소가 돌아다니는 것을 방지할 필요는 있지만, 이는 제대로 관리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실제로 계획적 피난 구역에서는 가축의 피난 이동 대책이 계획 진행되고 있었다." 

이처럼, 반대하는 이들은 관리를 잘 하면 된다고 이야기한다. 무분별하게 안락사시킬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가축의 구호 이동 대책을 포기하고 안락사 처분이 가장 안이하고 단순하다고 결론 내린 것이다. 저자는 소에게 있어 행복한 죽음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다. 정상적인 소라면 본래 사명대로 도축장에서 고기가 되는 것이 행복한 죽음이라 말한다. 그렇다면 피폭된 소는 안락사나 아사 말고 어떻게 행복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지를 질문하는 것이다. 책에서는 '삶의 의미'를 둘러싼 투쟁이라고 말한다.  

문제는 소 사육사끼리 싸움으로 전이된다는 것이다. 안락사에 동의한 사육사들은 다른 사육사들이 소를 살려두는 동안 자신들만 손해를 본다는 등 피난민끼리 싸우게 된다.  

소에 관심을 가지고 지키려는 이들이 있는 것처럼 흙에 집중하는 이들도 있다. 409명의 과학자와 학생들 노력으로 제1원전 반경 80킬로미터 범위의 사방 2킬로미터, 100킬로미터 범위의 사방 10킬로미터 간격으로 토양을 채취하게 된다. 이를 통하여 각 구간별로 방사성 물질의 농도 측정이 가능하게 되었다.  

후쿠시마 원전은 피폭 연구자들에게 많은 정보를 제공했다. 피폭된 소의 상태를 계속해서 추적하는 것도 많은 정보를 제공한다. 소를 통하여 방사성 물질의 체내 흡수, 축적, 배설 등의 메커니즘을 연구할 수 있다. 소처럼 큰 동물의 내부 피폭 연구는 미지의 영역이었다.  

"의학, 생물학, 생태학, 방사선학 등 분야를 막론하고 전 세계 어디를 가도 이 같은 대규모 생물 피폭 실험은 할 수 없다. 체르노빌에서 할 수 없었던 면밀한 조사를 통해 분석 결과를 공표하는 것은 원전 사고를 일으켜 방사능 오염을 확산시킨 나라의 과학자가 질 책무라고 할 수 있다. 내부 피폭이 진행되고 있는 소를 살처분하고 되돌아보지 않는 것은, 미래에 도움이 되는 지식과 과학적 진실을 얻을 기회를 스스로 저버리는 것과 같다." 

피폭된 소는 연구 목적 말고도 농지의 황폐화를 방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저자는 옛날 일소는 농경과 운송을 담당했지만 피폭된 소들은 제초 역할을 담당한다고 말한다.  

"살아 있는 것의 생명은 시간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 생명은 곧 시간이다. 하지만 소에게 생명은 단지 시간일 뿐일까. 오히려 소의 생명은 흙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흙에 가깝고, 대지와 이어져 살고 있다. 왜냐하면 소가 배설한 똥은 곧 흙이 되고 식물을 키우고 그 식물이 다시 소를 낳아 기르기 때문이며, 그렇기에 소에게 생명은 자연의 순환 속에 있는 것이다. 또한 그것은 소가 죽어 흙으로 돌아가는, 즉 스스로를 흙으로 돌려준다는 삶과 죽음의 순환을 의미한다." 

소와 흙을 통하여 생명과 죽음에 대하여 생각하게 된다. 결국 이 모든 것은 자연 순환의 일부이다. 생명과 죽음도 자연 순환의 일부이고 소와 흙은 그 순환의 매개체이자 통로이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인간의 삶과 죽음,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일들도 순환의 일부이다. 모두가 자연의 일부인데, 마치 인간이 만물의 주인인 것처럼 소의 죽음을 결정할 수 없는 것이다.  

"소는 흙으로 돌아가고, 흙은 또 소에게 돌아간다. 
소 바깥에도 안에도 대지가 있다. 
소는 대지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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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2018-10-09 18: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렇지 않아도 일본에서 생활하면서 방사능 피폭에 대해 생각하고 있습니다. 서평을 읽어보니 더 관심갖고 생각하게 되네요. 기회되면 이 책을 꼭 읽어야겠어요.

데굴데굴 2018-10-09 19:15   좋아요 0 | URL
아 일본에서 생활하시는군요! 저도 아직 일본 여행을 해본 적은 없는데 방사능 피폭에 대해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기회되시면 읽어보세요^^
 
생각에 관한 생각 프로젝트
마이클 루이스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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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에 읽은 가장 인상 깊은 책 중 하나가 바로 대니얼 카너먼의 <생각에 관한 생각>이었다. <생각에 관한 생각 프로젝트>는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의 공동 연구, 우정, 그리고 행동경제학의 탄생에 대하여 이야기이다. 저자인 마이클 루이스의 책 <빅숏>, <플래시 보이스>, <라이어스 포커>도 재미있게 읽은 터라 더욱 기대를 가지고 읽은 <생각에 관한 생각 프로젝트>이다. 

책을 읽으며 일단 아모스 트버스키가 천재적인 학자이자 세계가 인정하는 석학이라는 사실에 놀랐다. 이스라엘에서 미국으로 간다고 했을 때 모든 대학에서 서로 모셔가려고 난리일 정도였다. 대니얼 카너먼만 아는 상태에서 아모스 트버스키는 단순히 공동 연구자 정도로만 알았는데 아니었다. 오히려 아모스 트버스키가 최근까지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고 있었다. 그에 반해 대니얼 카너먼은 최근에야 인지도가 많이 올라간 것이었다. 

물론, 대니얼 카너먼도 천재였다. 저자는 그가 "3년 동안 자신이 택한 분야에서 교수도 가르칠 수 없는 방대한 지식을 독학으로 습득"했다고 말한다. 또, 그는 젊었을 때 이스라엘 군인 중 장교로 성공하거나 훈련에 적합한 사람을 추려내는 방법을 고안했는데,  지금도 약간 수정된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유대인이었던 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학교에서는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지내야 했다. 어쩔 수 없이 사람들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두어야 했던 것이다. 이런 상장 배경도 그가 인간의 오류를 잡아내는 이론을 만드는데 한몫을 하지 않았을까 하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다만, 천재지만 그는 아주 소심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고 예민하고 모욕감도 쉽게 느꼈고 늘 확신이 없었다.  

아모스 트버스키의 천재성도 두말할 필요 없다. 울프상(대개 다음에 노벨상 수상)을 수상한 물리학자가 파티에서 아모스 트버스키와 이야기하고 나서 다음 날 "나랑 얘기했던 그 물리학자가 누구예요?"라고 질문했다고 한다. 아모스는 물리학자가 아니고 심리학자였는데도 말이다. 그리고 그가 심리학자인 걸 알자 그 수상자는 "그럴 리가요. 그 사람은 물리학자 중에 제일 똑똑했어요."라고 답변했다. 그는 수업 시간에 필기를 하지 않았고 시험공부할 때는 친구 노트를 한 번 읽고는 친구보다 더 잘 이해할 정도였다.  

이런 두 사람이 만나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하게 된다. 그들은 늘 빈 강의실에서 끊임없이 대화하며 생각을 나누고 연구 주제를 논의했다. 그래서 그들의 공동 논문은 1저자, 2저자의 개념도 없었다. 논문의 핵심적인 내용이 누구에게서 시작되었는지도 분간하기 힘들었다. 그들은 논문에 첫 번째로 들어가는 이름을 번갈아가며 쓰게 된다.  

그들은 인간의 사고가 매우 자주 실수를 저지른다는 것을 발견한다. 그것도 체계적으로! 다양한 문제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풀어보게 한 결과, 그들은 그들의 생각이 맞는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특히, 이성적 사고로 훈련된 과학자들이나 통계학 전문가들조차 같은 오류를 범한다는 것을 알고는 놀란다. 결국, 인간의 기본적인 사고방식에 체계적인 실수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한 예로 그들은 표본이 작을수록 큰 모집단을 닮을 확률이 낮다는 것을 직관으로 감지하지 못했다. 즉, 통계적으로 정답이 있는 문제에서 사람들 대부분이 오답을 고른다. 

아이가 여섯 명인 가정에서 아이의 출생 순서가 '남 여 남 남 남 남'일 확률과 '여 남 여 남 남 여'일 확률 중 어느 것이 더 높을까? 대부분 사람들이 '여 남 여 남 남 여'일 확률이 높을 것이라고 대답한다. 그러나  두 확률은 똑같다. 사람들은 두 번째가 더 무작위라고 생각해서 두 번째가 확률이 높다고 판단한다.  

영어 단어 중에서 K로 시작하는 단어가 많을까? 세 번째 자리에 K가 오는 단어가 많을까? 이에 대해서도 사람들은 K로 시작하는 단어가 많다고 대답한다. 왜냐하면 K가 세 번째 자리에 오는 단어보다 K로 시작하는 단어를 기억하기가 훨씬 쉽기 때문이다. 여기서도 사람들은 조직적으로 틀린 답을 내놓았다. 비슷한 문제를 통해 기억하기 쉬울수록 발생할 확률이 높다고 판단하는 실수를 저지른다고 결론 내린다. 

이 외에도 이들은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사후 판단 편향, 평균회귀, 대표성, 기준점 설정 등의 오류가 있음을 발견한다. 따라서 이런 오류들로 인하여, 일어난 사건에 대한 인간의 판단과 해석, 나아가 인간의 예측에 허점이 생긴다.  

그들은 이러한 인간의 인지적 오류가 경제 계획, 과학 기술 예측, 정치적 결정, 의학 진단, 법적 증거 평가 등 모든 영역으로 확장한다. 특히, 의료와 같은 영역에서는 이 오류가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 더 중요하게 받아들여졌다.  

"대니와 아모스는 불확실한 상황을 마주했을 때 머릿속에서 다양한 체계가 가동되는 탓에 사람들의 확률 판단 능력이 망가진다는 사실을 이미 증명해 보였다. 이들은 사람들의 판단에 나타나는 체계적 실수를 새롭게 이해했으니, 이를 바탕으로 판단을 개선하고 나아가 의사 결정까지 개선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인지적 오류를 인지하여 오류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그들은 "사람들은 결정을 내릴 때, 효용을 극대화하기보다 후회를 극소화"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즉, 사람들은 결정을 할 때 항상 후회가 적은 쪽을 선택한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경품 추천을 하는데 추첨번호가 107358이면 내 번호가 107359일 때 154778일 때 보다 더 불행하게 느낀다. 사실 확률은 똑같은데도 말이다. 이런 심리도 논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이렇게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는 공동 연구를 통하여 인간의 인지 오류를 하나씩 발견해 나갔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들 사이에 갈등이 생기기 시작한다. 가장 큰 이유는 공동 연구임에도 불구하고 아모스가 더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서이다. 특히, 아무리 아모스가 공동 연구라고 이야기하고 다녀도 사람들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대니얼은 다음과 같이 심정을 털어놓았다. 

"나는 아모스 그늘에 상당히 가려져 있는데, 우리 관계는 사실 그렇지 않거든요.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예요. 샘이 나니까요! 정말 당혹스러워요. 샘이 나다니. 그런 감정은 아주 질색인데..." 

10년 동안 대니얼은 거의 아모스가 있을 때 아이디어를 냈다. 둘은 항상 아이디어를 공유했다. 그러나 이제 대니얼은 혼자 일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 아이디어를 구체화하지 못하여 버려지는 경우도 많았다고 대니얼은 말한다. 이렇게 그들은 갈라졌다. 

그런데 4일 뒤, 아모스는 대니얼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모스는 암이 온몸에 퍼져 앞으로 잘해야 6개월 살 수 있을 거라는 이야기를 의사로부터 들었고 대니얼에게 두 번째로 그 소식을 전했다. 그 이후로, 그들은 다시 날마다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아모스는 죽고 그 이후 대니얼은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게 된다. 

두 천재의 우정, 갈등 그리고 아모스의 죽음과 대니얼의 노벨경제학상과 뒤늦은 스포트라이트는 충분히 흥미로운 이야기이다. 특히, 그들이 공동 연구한 인간의 체계적 인지 오류는 행동경제학이라는 학문을 탄생시키며 많은 영역에 영향을 미치고 오류를 잡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생각에 관한 생각>과 <생각에 관한 생각 프로젝트> 모두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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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의사는 소염제를 처방하지 않는다 - 통합의학의 세계적 권위자가 밝히는 염증과 치유의 메커니즘!
하비 비겔슨 지음, 박병오 옮김 / 라의눈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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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는 <Doctors are more harmful than germs>이다. 즉, 의사들이 병균보다 더 해로운 존재라고 말한다. 이렇게 말하니 의료계는 싫어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저자는 1994년 의사면허와 동종의학면허를 박탈당했다. 특히 '자신들의 방식으로' 치료하지 않는 저자를 좋아할 수가 없다. 저자는 현대의학과 구분하기 위해 생물학적 의학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건강과 질병과 치유는 하나의 과정이다. 우리는 그 과정의 서로 다른 지점들을 묘사하고 있을 뿐이다. 당신은 건강했다가 아프고, 다시 조금씩 좋아진다. 흥미롭게도 현대의학은 이 과정의 첫 부분, 곧 건강한 상태가 질환이나 질병이 되는 것에만 동의한다. 그렇지만 거기서 멈춘다. 웬일인지 당신은 건강 상태로 돌아갈 수가 없다." 

저자는 먼저 수술의 위험에 대해 경고한다. 아무리 간단한 수술이라도 몸은 상처를 입고 흉터가 생긴다. 문제는 이런 손상이 잘 처리되지 않으면 영구적 장애가 생긴다는 점이다. 잘 처리된다는 것과 관련하여 자연치유와 염증에 대한 개념을 알아야 한다. 

"인체는 뛰어난 자연치유 능력을 갖고 있다. 외상이 발생하면, 우리의 몸은 그것을 고립시켜서 건강한 조직으로부터 떼어놓으려고 노력한다. 이러한 일련의 작업이 '염증'이다. 즉 염증이란 인체가 하는 가장 기초적이고 본질적인 치유 작업이다." 

수술은 필수 체액의 흐름을 방해하여 자연치유의 과정을 방해한다. 흉터조직은 염증을 가두어 치료를 못하게 막고 노폐물이 배출되는 것을 막는다. 결국, 이 염증은 장기적 염증, 만성염증이 되어 만성질환으로 이어진다. 저자는  흉터, 타박상, 약품, 감정적 요인으로 만성적으로 굳어 있는 부위, 정서적 육체적 외상 등이 염증을 고립시킨다고 말한다. 편도 제거, 치아교정, 사랑니 발치. 골절, 낭종 제거, 레이저 안과 시술 등도 다 수술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검사, 수술, 약 모두 인체의 자연치유 과정에 개입하는 것이다. 개입은 과정과 결과가 명확하게 정의된 구체적 조치다." 

예방의학은 조기 발견을 목적으로 약물, 시술, 검사를 시행한다. 종합 건강 검진을 매년 받는 것도 비슷한 목적이다. 그런데 이런 시술이나 검사가 오히려 몸에 상처를 낼 수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진정한 예방은 이런 의학의 개입이 아니라 평소에 잘 쉬고 잘 먹고 물을 잘 마시는 것이다. 관점의 변화가 필요하다.  

저자는 의료를 위하여 몸에 메스를 대는 것과 강도가 칼을 찔러서 외상을 입는 것이 몸이 느끼기에는 동일하다고 강조한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말이다. 몸은 메스와 강도의 칼을 구분하지 않는다. 제왕절개도 마찬가지이다. 저자는 제왕절개도 대수술이라고 말한다. 내시경 수술도 표피에는 작은 흉터만 남기지만 안쪽에 작은 흉터들이 수도 없이 만들어진다고 지적한다. 저자도 모든 수술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감염성 질환이나 응급의학은 그도 인정한다. 다만, '만성'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암, 관절염, 심장질환, 신장질환, 파킨슨병 등에 대한 의료적 개입을 반대한다.  

"정말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면, 외과 의사의 칼이 몸에 닿지 않게 해야 한다. 수술은 몸에 대한 공격이다. 필연적으로 흉터를 만들고 이 흉터들은 상처를 치유하는 염증을 가둔다. 갇힌 염증은 조직 속으로 더 깊이 자리 잡는다. 미용성형도 다른 수술과 다를 바 없다." 

염증은 온갖 건강 문제의 시작이다. 저자는 염증 치료를 통하여 많은 사람이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오는 것을 경험했다. 현대의학은 이 염증을 제거하려고 한다. 그러나 정작 염증은 그저 신호일 뿐이다.  따라서 현대의학은 '치유'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질병이 없는 상태'가 목적이 된다. 현대의학은 '왜'를 다루지 않는 것이다. 현대의학은 염증 제거, 약품 등을 통하여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을 멈추는 데만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증상이 일어난 원인이다.  

"염증은 전환점이다. 몸은 염증을 통해 치유한다. 즉 염증은 부상 부위를 치유하기 위해, 몸이 밖으로 밀어내려고 애쓰는 독소들을 둘러싼다. 이 과정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염증은 갇히고, 정체가 해결되지 않으면 더 나쁜 결과를 가져온다. 염증이란 '~~염'이라는 이름이 붙은 과정(결장염, 게실염, 기관지염, 방광염 등)을 의미한다. 염증 과정은 지원되고 완결되어야 한다는 점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염증을 억누르면 그 당시엔 편하겠지만, 그 대가로 문제는 몸속 깊이 고착된다." 

인체는 독소가 발생하면 밀봉하고 상해를 치유하려고 염증을 만든다. 치유가 끝나면 그 성분들을 분해해서 재활용한다. 문제는 이 성분들(노폐물)이 제 때 제거되지 않으면 몸에 쌓이며 정상적인 순환계에도 들어가게 되고 질병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염증을 하나의 과정으로 인정하고 그대로 놔두어야 한다. 증상을 치유 과정의 일부로 보는 것이 바로 동종요법이다. 염증을 놔두지 않고 갇히게 만드는 의사들이 만성질환의 원인이고 결국 의사들이 병균보다 더 해롭다고 말한다.  

"특정 형태의 의술을 사용해야 한다고 강요하는 사람들은 엄청난 이해관계의 당사자들일 것이다. 바로 거대 제약회사와 보험회사, 의사협회다. 현대의학은 건강관리에 있어 하나의 접근법일 뿐이다. 유일한 방법이 아니다. 분명 이것은 가장 오래되지도, 가장 많이 입증되지도, 가장 믿을 만하지도, 심지어 가장 효율적이지도 않다!" 

저자는 1900년까지 의과대학의 43%가 동종요법을 가르쳤다고 말한다. 그런데 제약산업과 현대의학의 등장으로 동종요법은 설자리를 서서히 잃게 된다. 지금 동종요법은 카이로프랙틱, 정골의학, 침술 의학, 영양학, 마사지 요법, 자연의학 등에 적용되었다고 덧붙인다.  

염증을 멈추게 하는 소염제는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 몸이 스스로를 돌보는 것을 막으며 염증이 고립되고 독소가 해소되지 못하게 만든다. 물론, 소염제를 사용하면 당장은 통증이 사라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아프고 염증이 생기면 몸을 보살피고 휴식을 취하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인데 우리는 약을 찾고 수술을 하려고 한다. 이는 오히려 치유를 방해하고 회복에 더 많은 시간이 걸리게 만든다. 대표적인 것이 감기이다. 감기약을 안 먹으면 7일 만에 낫고 감기약을 먹으면 일주일 만에 낫는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생물학적 의학은 온몸을 전일한 존재로 본다. 각 사람마다 고유의 생체 환경을 가지고 있다. 그 사람의 살아온 모든 흔적이 고스란히 육체에 남아 있다. 외상, 자세, 식사 등의 물리적 요소뿐만 아니라 사람들과의 관계, 스트레스를 다루는 방법 등도 포함된다. 몸의 구조를 어떻게 만들었느냐'에 따라 같은 외상이라도 흉터가 남기도 하고 회복되기도 한다. 이 관점에서 보면 진료를 할 때 개인사를 듣는 과정은 필수라고 할 수 있다. 진료 시간이 5분이 넘지 않는 한국 병원에서는 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세균에 대한 관점도 바뀌어야 한다. 현대 의학은 세균이 인간의 몸에 침입하여 질병을 일으킨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저자는 박테리아는 오히려 생체환경 균형을 지키는 일을 돕는다고 말한다. 박테리아는 몸의 균형이 깨지면 신호를 보내고 반응을 일으킨다.  

사람을 치료하고 살리는 것이 현대의학의 유일한 목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안일한 생각이다. 위에서 보듯이,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더불어, 의사들은 의료소송을 두려워해서 방어진료를 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는 사실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과잉 검사로 사람들은 불필요한 방사능에 노출된다. 또한 의사는 때로는 자신의 신념을 관철시키기 위하여 때로는 뭔가를 시도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저자는 입의 구조가 온몸의 건강에 아주 중요하다고 말한다. 임에는 몸의 나머지를 다 합친 것보다 많은 감각기제가 있다고 설명한다. 입은 스트레스 영향이 맨 처음 나타는 곳이라고 덧붙인다. 그래서 구내염이 생기면 가능하면 쉬는 것이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구내염이 자주 생기는 편인데, 그때마다 알보칠을 발랐던 것이 조금은 후회가 되기도 했다. 

치과 치료도 매우 신중해야 한다. 저자는 치아를 뽑고 뼈를 깎는 행동은 저작활동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턱뼈를 약화시킨다고 말한다. 사랑니를 뽑는 것도 마찬가지다. 사랑니의 각도가 어쩔 수 없어서 발치하는 경우도 많긴 하지만 영구치를 빼면 몸의 구조에 영향을 미치고 염증이 생긴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치아미백은 이의 보호막을 없앤다. 저자는 치주 질환과 심장질환이 관련된다고 언급한다. 근관(신경) 치료는 박테리아를 가두는 가장 큰 원인이다. 영구치 하나를 뽑으면 그 부분의 부비강과 머리뼈가 약해진다고 경고한다. 더불어 충치는 스트레스로 약해지면 악화된다는 사실도 놀랍다. 

자세도 매우 중요하다. 자세가 좋지 않으면 몸의 균형이 흐트러지고 이는 온몸에 영향을 미친다. 결국, 등 척추에까지 영향을 주게 된다. 긴장은 뼈와 근육 장기들을 잡아당기고 긴장이 지속되면 통증이 나타난다.  

"생명도 과정이고, 질병도 과정이다. 그리고 치료도 과정이다. 이 개념을 꼭 기억하기 바란다. 만성질환이 빠르게 혹은 즉각적으로 호전될 수는 없다." 

여기까지 다 읽고 나면 난감할 수도 있다. 이미 신경치료도 했고 여러 수술을 한 상황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부터라도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따라 나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당신의 몸이자 당신의 삶이므로 당신이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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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 내 생애 마지막 날이라면
히스이 고타로 지음, 은영미 옮김 / 나라원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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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90년 인생을 되돌아봤을 때 가장 후회되는 일은 무엇입니까?" 

"좀 더 모험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미국에서 90세 이상 노인들에게 물었을 때 90퍼센트가 했던 대답이다. 처음 이 질문을 접했을 때는 '그랬을 것 같다'라고 동의가 되었다. 그런데 다른 각도로 바라보면 '모험'이라는 말에는 '도전'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지나간 삶에 대한 아쉬움의 또 다른 표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나간 삶에 대한 아쉬움은 결국 선택의 기로에서 선택하지 않은 B라는 옵션에 대한 아쉬움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열심히 살고 도전적으로 살았을지라도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은 존재하는 것이다. 따라서, 90세 노인들의 대답을 듣고 무조건 도전하고 모험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도전할 때가 있고 지금 주어진 자리에서 충성할 때가 있는 것이다. '한 번뿐인 인생인데 하고 싶은 것 하며 살아야지'라고 생각해서 잘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우고 무작정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지혜롭지 못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삶이 무한하지 않고 언젠가는 끝이 있다는 인식은 조금 더 올바른 결정을 하는데 필요하다. 오늘이 내 삶의 마지막 날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사는 것은 특히 중요하다. 누구를 만나고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달라진다. 

"죽기 전에 가슴을 치며 후회하는 일이야말로 가장 큰 불행입니다. 그런 불행을 피할 방법이 딱 하나 있습니다. 자신의 죽음을 미리 상상해보는 겁니다." 

죽음을 미리 상상해보라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성경에도 전도서에 "초상집에 가는 것이 잔칫집에 가는 것보다 나으니 모든 사람의 끝이 이와 같이 됨이라 산 자는 이것을 그의 마음에 둘지어다"라는 구절이 있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라는 '죽음을 잊지 말라'라는 말도 같은 맥락이다. 죽음에 대한 생각이 좀 더 지혜롭고 현명한 삶의 기반이라는 것을 옛날 사람들도 알았다. 그러나 실제로 죽음을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눈에 보이는 곳마다 붙여 놓고 상기해야지 겨우 기억할 것 같다. 저자는 이러한 자각이 '차이'를 만들어 낸다고 강조한다. 

"현실을 직시하세요. 
그리고 메멘토 모리. 죽음을 잊지 마세요." 

죽음을 생각하면 스스로 만든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 남과 달라도 괜찮고, 비웃음 사도 괜찮고 모든 사람과 사이좋게 지내지 못해도 괜찮고 좋아하는 사람에게 고백해도 괜찮다. 싫은 일은 거절해도 괜찮고 살고 싶은 대로 살아도 괜찮다. 모든 것이 다 괜찮다. 스스로 한계를 만들 이유가 전혀 없다. 

더불어 지금 해야 한다. 지금 감사한 마음, 사랑하는 마음을 전해야 하고 죄송한 마음을 전해야 한다. 특히 저자가 계산한 부모님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은 가히 충격적이다. 20년(부모님의 남은 수명) x 6일(1년에 만나는 날의 수) x 11시간(하루에 함께 있는 시간) = 1,320시간으로 55일, 즉 고작 2개월뿐이다. 지금 바로 부모님께 전화드리고 찾아봬야 한다. 

지금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적이며 큰 행복이고 감사할 일이다. 명절을 맞아 온 가족이 오랜만에 만나지만 만날 때마다 싸우면서 헤어지는 이들이 있다. 이번이 마지막 만남이라고 생각하면 결코 싸울 수 없을 것이고 많은 부분이 용납되고 이해될 것이다. 

'훗날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까?'도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이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해나가다 보면 내 시간과 목숨을 어디에 사용할지가 명확해진다고 저자는 덧붙인다. '묘비명에 어떤 글을 새기고 싶은가?'라는 질문도 마찬가지 효과가 있다.  

저자는 죽음을 '마감일'로 표현한다. 마감이 있으면 사람은 더 계획적으로 시간을 사용한다.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나에게 6개월의 시한부 삶이 주어진다면 지금처럼 살지 않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만날 사람을 정할 것이다. 모든 사람은 시한부 삶을 살고 있다. 다만 그 시기가 언제일지 모를 뿐이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영원히 살 것처럼 살아간다. 

저자는 사람들은 '내가 설마 죽겠어?'라고 생각하며 산다고 지적한다. 이런 생각은 빨리 지워버리고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올바른 시각과 올바른 철학을 가지라고 조언한다. 어떻게 죽느냐는 어떻게 사느냐와 같다고 덧붙인다. 

죽음에 대한 생각은 사실 즐거운 생각은 아니다. 죽음을 생각하면 슬프고 우울할 때도 많다. 그러나, 이런 부정적인 생각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이를 통하여 삶의 방향을 올바르게 정하고 주어진 시간을 잘 활용할 수 있다. 모두에게 주어진 한 번뿐인 인생을 후회 없이 사는 방법은 바로 '죽음'을 생각하며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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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의 백신
스튜어트 블룸 지음, 추선영 옮김 / 박하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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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첫째 아이가 예방접종을 하고 거의 일주일 동안 고열에 시달렸다. 단순히 타이밍이 일치했던 것은 아닌 것 같고 예방접종을 해서 면역력이 약해진 틈을 타서 바이러스가 들어온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 이럴 때마다 예방접종을 꼭 맞아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국가에서 지원해서 무료로 필수로 맞아야 하는 예방접종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최근 이슈가 되었던 '안아키'는 예방접종을 안 맞혀 사회적 물의를 빚기도 했다. 예방접종을 안한 어린이가 많아지면 집단면역에 구멍이 뚫린다는 비판도 흔히 볼 수 있다. 과연 백신의 실체는 무엇인가? 

이런 고민을 안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저자는 먼저 백신의 원리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질병을 유발하는 유기체 조각인 항원을 지닌 백신은 인간의 면역 체계를 자극해 잠재적인 감염에 대응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동시에, 면역 체계가 병원체를 인식해 질병이 더 강해지기 전에 적합한 방식으로 공격할 수 있도록 돕는다." 

면역체계의 원리도 설명하는데 기억세포가 존재해서 같은 병원체가 다시 들어오면 이를 인식하여 면역 체계가 빠르게 작동할 수 있다. 특히, 신생아는 특정 질병을 물리칠 수 있는 임시 면역을 몸에 지니고 태어난다고 설명한다. 이런 자연획득 면역과 구별되는 것이 인공획득 면역이다. 인공획득 면역은 수동과 능동으로 나누어지는데 수동은 동물이나 사람이 생성한 항체를 다른 인체에 투여하는 것이고(보호 효능 지속 기간이 짧음) 능동 면역을 위해 개발된 것이 백신이다. 

백신을 개발하는 관건은 독성이 강한 미생물을 약화시키는 방법이다. 그러나 초기에는 백신을 테스트하다 오히려 감염되어 죽는 경우도 꽤 있었다. 그래서 각 연구소는 독성을 약화하는 최적의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저자는 결핵, 콜레라, 황열, 디프테리아, 소아마비, 풍진, 볼거리 등의 백신이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자세히 이야기한다. 그 과정에서 정부의 개입 여부에 따라 좀 더 빨리 백신이 보급되기도 하고 늦어지기도 했다. 독일의 경우는 프로이센 정부가 민간 제약회사에 생산 문제를 일임하고 규제를 도입하여 디프테리아 백신의 빠른 공급이 가능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반면, 영국 정부는 거의 개입하지 않았다. 

위에서도 언급했듯, 보통 백신 접종률이 80-90퍼센트 이상 차지해야 집단면역이 형성된다. 물론, 백신 접종뿐만 아니라 생활환경 개선(위생, 영양, 수질 개선)과 산모 및 신생아 돌봄 개선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미국의 아동은 백신 접종을 모두 마쳤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공립학교에 들어갈 수 있다. 반면, 유럽 은 절반 정도가 백신 접종이 의무가 아니다. 국가마다 이렇게 큰 차이를 보이는 것처럼 부모들 사이에도 입장이 갈린다. 자녀의 면역이 반드시 '자연적'인 경로를 통해 구축되어야 한다는 입장도 입다. 저자는 이런 입장을 지닌 부모들은 '수두 파티'를 연다고 말한다. 한국에도 비슷한 일이 있어서 이슈가 되었다. 또한 백신이 다양한 질병을 유발한다고 확신하는 부모들도 있다.  

저자는 최초 천연두 백신 접종은 감염성 질환의 확산을 제한할 목적으로만 쓰였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다만 시간이 흐르면서 오늘날 '백신 접종'에는 최초의 목적이 많이 사라졌다고 덧붙인다. 특히 백신이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으면서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히게 되었다. 기업은 돈이 되는 백신만을 개발하려고 하고 가격도 높게 측정한다. 이 경우, 제3세계 사람들은 백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혜택을 받지 못한다. 또한 선진국에는 필요 없는데 최빈국에 필요한 백신은 개발되지도 않는다. 

"말라리아 백신, 폐렴구균 백신, 로타바이러스 백신이 사회에 막대한 이점을 안길 것임이 분명함에도, 제약 회사들은 새로운 백신을 개발하는 데 소요되는 수천만 달러의 투자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고 확신하지 못했다. 말라리아 백신이 개발되더라도 북반구의 부유한 선진 산업국가가 대규모 말라리아 백신 접종 프로그램을 시행할 리 만무했고 빈곤한 국가는 높은 백신 가격을 감당할 수 없을 터였다." 

영국, 독일, 미국은 영리를 추구하는 제약회사들이 백신을 거의 독점 공급했고 중유럽과 동유럽의 공산주의 국가는 국가가 백신 공급을 책임졌다. 문제는 제약회사들이 생산 중단을 하게 되면 백신 공급이 멈춘다는 점이다. 백신은 의약품에 비해 이윤도 적을뿐 아니라 문제 시 책임 수준도 높아서 제약회사에 큰 타격을 입힐 위험도 높았다. 정부는 어쩔 수 없이 제약회사에 백신을 사는 조건으로 생산을 요청해야 한다. 혹은 빈곤 국가에 공급하는 선행시장을 조성하기도 한다.  

세계 백신 시장은 2000년 50억 달러였는데 2025년에는 1,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정망된다. 무엇보다 신규 백신 개발(오늘날 백신 개발에 소요되는 비용은 수억 달러에 이른다) 비용을 만회하려면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 결국, 질병의 위험을 더 많이 퍼뜨려 사람들을 두려워하게 만들어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수두 바이러스인데 수두 사망률을 강조하여 수두의 위험을 부각시켰다.  

"매년 400만 명이 수두에 걸렸고 그 가운데 100명 내지 150명이 사망했다. 이 수치를 비율로 표현하면 사망률이 고작 0.004퍼센트에도 못 미쳤으므로 크게 걱정할 만한 수치가 아니었지만, 매년 수두로 100명 이상의 사람이 목숨을 잃는다는 말을 들은 사람들은 다른 반응을 보였다." 

백신은 공동체의 보건을 보호하는 공공 영역이면서 동시에 민간 제약업체에게는 이윤을 창출하는 영역으로 이중성을 가진다. 또한, 전 세계가 더 긴밀히 연결되어 질병의 확산도 그만큼 더 빨라져 단순히 한 국가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위에서 언급했듯, 제약회사는 전 세계를 상대로 수요 창출을 위하여 과도한 위험을 퍼뜨릴 수도 있다. 무분별한 백신 접종은 경제적으로도 과도한 부담일 뿐 아니라 질병에 대한 지나친 두려움으로 스트레스를 받게 하고 필요한 백신에 대한 반발을 불러온다.   

"새로운 항원을 전국적인 백신 접종 프로그램에 추가한다는 결정을 내린 정부는 보통 새로운 항원을 추가함으로써 구하게 될 인명의 수나 예방할 수 있는 설사병 환자, 자궁경부암 환자, 감각 이상 환자의 수를 추정해 제시하지만, 의사 결정 과정에서 비용편익 분석이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은 잘 알리지 않는다." 

즉, 국가에서 의무적으로 예방접종해야 된다고 만든 리스트가 오로지 '질병으로부터의 예방'을 목적으로 만들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백신에 대한 부작용이 모두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분별하게 백신을 남용하는 것도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 특히, 백신에 대한 부작용은 오랜 기간이 지나야 밝혀질 수도 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이런 이유들로 선진국의 부모 가운데 자녀에게 백신을 접종하지 않거나 국가에서 권장하는 백신 접종 일정에 완벽히 따르지 않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또한, 많은 부모가 마지못해 자녀에게 백신을 접종하고 있는 실정이다. 부모들에게 백신 정보가 부족한 것이 큰 이유 중 하나이다. 더불어 정부와 제약회사, 의료 전문가에 대한 불신과 불안도 백신에 대한 망설임을 부추긴다. 나아가 이는 백신뿐만이 아니라 국가가 제공하는 전반적인 서비스에 대한 불신과 저항을 대변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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