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찾아가서 만난 한국 - 어느 일본인 역사 교사의 끝없는 이웃 나라 공부
하타노 요시코 지음 / 이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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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타노 요시코라는 일본인 교사가 지은 <내가 찾아가서 만난 한국> 이라는 책을 펴자마자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솔직히 얘기하자면 나는 이 책이 일본인이 쓴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쯤 되는 줄 알았다. 아주 특별한 이력을 가진 일본인 - 한국에 관심이 아주 많은, 일본에서 일본역사를 일본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 의 눈에 보인 한국은 어떤 모습일까 하는 궁금증이 상당히 컸었다.

 

여행 에세이류를 좋아하는 내 취향에 걸맞는 책을 골랐다는 기쁨도 잠시, 책을 읽어갈수록 난감함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그녀가 일행들과 함께 여러 차례 우리나라의 이름난 명소들을 둘러본 소회들이 이 책에도 소개되어 있긴 하다. 하지만 그 표현들은 상당히 단편적인 개인의 느낌에 치중되었고, 전문적이지 못해 아쉬움이 크게 느껴졌다.

 

한국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외국인의 눈에서 씌어졌기 때문에 개인적인 독특한 경험이 마치 전반적인 것으로 오해의 소지를 낳지는 않을까 하는 노파심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에 대해 아무 것도 알지 못하면서 잘못된 편견에 빠져 있는 대다수의 일본인들에 비한다면, 한국을 알아가기 위한 그녀의 노력 자체는 존중받아 마땅한 것이다.

 

이 책은 크게 다섯 장으로 나뉘어져 있다. 1장은 직접 우리나라를 찾아오기 와서 만난 한국의 모습에 대해 얘기하기 전 그녀 자신이 자라온 환경에 대해 얘기하고 있고, 2장에서는 그녀가 한국에 대해 가졌던 선입견, 어떻게 해서 한국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한국을 이해하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해 왔는 지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이어 3장에서는 2003년부터 쓴 한국 답사 여행기들이 실려 있다. 그녀가 유흥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 소개되어 있는 한국의 문화유산들을 직접 보고, 한국 사람들을 만나보면서 느낀 감정들이 담겨져 있다. 식민지 지배의 가해자였던 일본인의 입장에서 느낀 감정들은 가식없이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다. 그런 이유인지 그녀의 표현들이 간혹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4장은 솔직히 조금은 따분하게 느껴진다. 일본사를 가르치는 교사로서 일하는 동안 '자기전개학습'이라는 교수기법을 기조로 해서 학생들과 어떻게 역사를 공부했는 지를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이 부분은 마치 학술논문이나 보고서를 읽는 듯한 기분이 들어 곤혹스럽기도 하지만, 전후 일본인들에게 전범국가 일본의 과오와 이로 인한 주변국의 아픔을 어떻게 이해시키려 노력했는 지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마지막 5장에서는 한일간의 역사 문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가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5장의 말미에서 그녀는 "일본인이 히로시마, 나가사키의 원폭 피해나 도쿄 대공습에 대해 이야기하고 젊은 나이에 죽은 일본군인들을 애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한국에는 일본 때문에 오키나와나 동남아시아에 끌려 가 끝내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과 그들을 기다리는 가족이 많았을 것이다. 일본인이 자기 슬픔에만 매몰돼 일본으로 인해 고생하거나 죽은 타국 사람들의 분노나 슬픔을 알지 못한다면 그 슬픔이 타국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질리 없다."고 단언하고 있다.

 

나는 그녀의 이 말이 <내가 찾아가서 만난 한국>이란 책을 펴낸 근본적인 이유이자, 해가 갈수록 극우 민족주의 성향을 보이고 있는 전후 일본인들에게 던지는 경고의 메세지라고 생각한다. 최근 일본을 방문한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일본 아베 총리를 향해 던진 쓴소리 역시 이것과 일맥상통한다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과거 일본 제국주의에 당했던 분노와 슬픔에 매몰되어 마냥 일본에게 책임만을 묻는데 그칠 일이 아니다. 물론 사죄와 반성이 전제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하지만 미래지향적 관계로 한일관계를 설정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은 어떤가. 이 일본인 역사 교사가 그랬던 것처럼 끝없는 이웃 나라 공부를 하고 있는 한국인은 과연 얼마나 될까, 자문하게 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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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의 사물들
장석주 지음 / 동녘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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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의 깊이 있는 통찰을 감히 읽어낼 수 있을까. 시인이자 비평가 장석주가 펴낸 철학에세이 <철학자의 사물들>을 읽고 나서 문득 느끼게 되는 회의감이다. 이 책에서 그는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접하게 되는 서른 개의 사물을 장석주 특유의 철학적 통찰력과 문학적 상상력으로 풀어내고 있다.

 

장석주, 그는 1년에 무려 1000여권을 책을 구입하고 시간날 때마다 그 책을 읽는 것을 일상의 낙으로 삼고 있다고 한다. 독서광적이라 할만큼 놀라운 그의 독서량이 밑바탕에 깔려 있기에 이처럼 깊이 있고, 폭넓은 사유를 통한 사물의 통찰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나같은 이들로선 감히 상상도 하기 힘든 엄청난 내공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바로 이런 이유로 해서 이 책은 한편 사람을 질리게 하기도 한다. 닳아 뭉툭해지다가 나중에는 소실점 너머로 사라지는 비누를 통해 사물들의 끝과 소멸에 대해 생각해 본다거나, 우산은 가난한 존재들이 숨을 수 있는 무릉도원과 깨지지 않는 우정에 대한 일종의 은유라거나 하는 표현들에서 나는 감히 범점하기 힘든 지식과 통찰의 벽을 절감하게 되기 때문이다.

 

권성우 숙명여대 교수는 이 책이 늘 정신없이 바쁜 현대적 일상에 의해 망각되어 있던 사물의 고유한 신비와 매력, 본질과 육체를 비로소 드러낸다고 소개하고, 이 책을 읽으면서 충분히 체화되지 않았던 어떤 철학적 사유의 빛나는 순간들이 아주 구체적인 실감과 현실 속에서 생생하게 솟아오르며 의미화되는 장면을 체험할 수 있었노라고 얘기하고 있다.

 

이는 분명 놀라운 능력이며 재능이다. 보통 사람들이 허투루 보아 넘기는, 흔하디 흔한 사물들이기에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들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통해 본연의 의미를 재해석함으로써 독자들의 관념의 세계를 확장시켜 주고 있다. 물론 그 과정이 결코 녹록치는 않았을 것이라는 것도 능히 짐작이 가능한 일이다.

 

책에 소개되어 있는 서른 가지의 사물 중에서 책에 유독 관심이 간다. 엄청난 독서광으로 알려진 지은이 장석주엔 결코 미치지 못하겠지만 나 역시 책에 대한 욕심이 많기 때문이다. 그처럼 조숙하거나 영악하진 못해 일찍이 책이 삶의 시간들을 겹으로 살게 하고, 삶의 시간을 연장한다는 사실을 깨닫지는 못했지만 많은 책들을 서가로 가득 채우고, 나이가 들어 곁에 아무도 없을 때 서가의 책들을 느릿느릿 읽어나가는 상상만으로 얼굴에 미소가 떠오르는 것이 비단 그 혼자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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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작하는 인문학 - 우리 시대가 알아야 할 최소한의 인문 지식 지금 시작하는 인문학 1
주현성 지음 / 더좋은책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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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인문학의 위기라고들 한다. 좁디좁은 취업의 문턱을 넘기 위해 무한 경쟁으로 내몰린 이 시대에서 인문학을 얘기하는 것이 사치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슬픈 현실이다. 상아탑이라고 하는 대학에서도 취업이 잘되지 않는 학과들은 이미 설 자리를 잃고 통폐합되는 운명을 맞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이유로 인문학이 주목받고 있기도 하다. 최근 출판계에서 베스트셀러 자리에 오르는 책들을 살펴보면 인문학을 다루고 있는 것들이 가끔 눈에 띄곤 한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역시 인문학이 인문학 자체로 주목받거나 깊이 있게 논의되는 책들은 극히 드물다는 점이다.

 

대부분 취직시험에 도움을 주는 목적이거나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상식 수준에서의 최소한의 지식을 정리한 데 그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어쩌면 이런 종류의 인문학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는 것 자체가 사회 전반의 '인문학적 위기'를 고소란히 보여주는 방증이라 할 수 있겠다.

 

<지금 시작하는 인문학> 이라는 책도 이런 범주를 벗어나진 못하는 듯 하다. 인문학이야말로 크리에이터의 첫 번째 스펙이라고 강조하면서도, 이 책에는 우리 시대가 알아야 할 최소한의 인문 지식이 담겨 있다고 자랑스럽게 얘기하고 있다. 물론 지은이 주현성이 앞서 얘기했던 그런 얄팍한 목적을로 이 책을 펴냈다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 역시 이 시대의 트렌드를 외면하긴 어려웠을 것이라 추측해 본다.

 

이 책에는 인문학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심리학, 회화, 신화, 역사, 철학은 물론 지식인이라면 응당 관심을 가져야 할 글로벌 이슈에 걸쳐 다양한 내용들을 담겨져 있다. 저자 주현성은 책의 머리말에서 인문학 자체가 그리 만만한 것은 아니라며, 조금이라도 심도 있는 인문 지식을 펼쳐볼라치면 꽤 다양한 기초 상식이 있어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아마도 그는 깊이 있는 각 분야의 인문학을 이해하기 위한 기초 입문서를 쓸 요량으로 이 책을 펴낸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입문서들은 매우 산발적이거나, 한 분야에 치우쳐 있어 독자들이 인문학에 관심을 갖는데 오히려 방해가 되었음을 지적했다. 깊이 있는 인문서를 이해할 정도의 체계적 지식을 전달할 수 있는 책이 필요하다는 뜻일 것이다.

 

지은이의 의도에도 불구하고 끝없이 펼쳐지는 흥미로운 지식의 향연을 맘껏 즐길 수도 없었고, 이 책을 한번 읽는 것만으로 방대한 인문학의 기초 지식을 섭렵하기도 어려웠다. 아무리 잘 정리된 입문서라도 한들 애시당초 불가능한 욕심일 수도 있겠다. 한권의 책으로 인문의 기초 여섯 분야를 꿰뚫어보려는 욕심보다는, 느린 걸음이라도 한 분야라도 제대로 느끼고 이해해보려는 마음이 인문학을 배우는 마땅한 자세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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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길로 돌아오다 - <벼랑에서 살다> 조은의 아주 특별한 도착
조은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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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에세이류는 언제나 나의 구미를 당기는 책이다. 이름난 작가의 책은 물론이거니와 제 아무리 '듣보잡'이라 한들 여행과 사진에 관한 책은 허투루 보아 넘기기 어렵다. 인터넷 서점을 둘러보다 조은 시인의 여행산문집을 아주 우연하게 발견하고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책을 구매했다.

 

2009년 11월에 초판 1쇄가 나왔으니 한참 지난 책이긴 하지만 오히려 조금은 오래된 사진과 글들을 통해서 이제는 사라져버렸을 지도 모를 국내 여행지의 매력을 되살려 추억해 볼 수도 있으니 더욱 좋다. 조은 시인의 여행 에세이는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마치 잘 숙성된 음식을 맛보는 것과도 같은 묵직함과 깊음이 묻어 나오는 글들이었으니.

 

역시 시인의 글은 뭔가 다른 것 같다. 그럼으로 인해 얼마간의 간격과 괴리가 느껴지기는 하지만, 보통 사람의 감성과 인식세계로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들을 일깨워 주니 참 고마운 존재가 아닌가. 1960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냈으니 경상도만의 독특한 감성을 어느 정도는 공유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국내 여행에세이에서 쉽사리 볼 수 없는 나의 고향이 짤막하게나마 소개되어 있던 것도 호감에 한몫 톡톡히 했다는 걸 부인하긴 어렵겠다.

 

요즘은 국내여행 에세이를 접하기가 그리 쉽지 않다. 해외여행이 쉬워진 시대인 탓에 북미나 호주, 유렵처럼 전통적인 인기 해외여행지 뿐만 아니라 남미, 아프리카 오지 까지도 책을 통해 그 속살을 훔쳐볼 수 있게 되었지만, 오히려 우리 땅 구석구석에 숨겨져 있는 보물같은 여행지를 소개해는 책을 구경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무척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조은 시인은 <낯선 길로 돌아오다>는 책에서 스물 한 곳의 국내 여행지와 어울어진 추억 보따리들을 풀어놓고 있다. 다만 일반적인 여행 에세이와는 다르게 여행지에 대한 자세한 소개 보다는 그 특정 장소와 얽히고 섥혀있는 그녀의 기억들이 시인만의 감성이 담긴 언어를 통해 구체화되고 있다.

 

그녀의 첫 시집제목인 <땅은 주검을 호락호락 받아주지 않는다> 에서 짐작할 수 있듯 삶과 죽음의 본질에 대한 통찰이 대부분의 글들을 관통하고 있다. 그래서 그녀의 글은 조금은 무겁고 우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옛날의 여행이 대상에 집중하기 위해 고독해지려 안간힘을 썼던 여행이라면, 다시 시작한 여행은 마음 따뜻한 사람들과 함께 했다는 그녀의 고백이 무척 반갑게 느껴진다.

 

내가 다녀온 곳들을 시인의 시선과 사진을 통해 다시 떠올려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글도 그렇고 사진도 그러하다. 같은 장소, 사물을 함께 본다 하더라도 각자의 느낌과 기억은 다 다르다. 그런 차이를 통해 내가 미처 살피지 못했던, 깊이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을 깨달을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이 좀더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훌륭한 인생의 스승은 도처에 숨어 있는 법이다.

 

여행은 혼자라도 좋고, 단둘이라도 좋고, 여럿이라도 좋다. 혹은 정반대의 이유로 여행 자체가 괴로움으로 남을 수도 있다. 떠나는 여행길이 매번 행복하고 정겹고 따뜻한 기억으로만 남아야 할 필요는 없다. 애써 진지할 필요도, 떠남에 의미를 부여할 것도 아니다. 결국 여행은 반드시 돌아옴을 전제로 하는 것이며, 떠났던 이의 현재의 기억에서 존재할 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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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지켜낸다는 것 - 칭화대 10년 연속 최고의 명강, 수신의 길
팡차오후이 지음, 박찬철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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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살기는 좀 나아졌을지 몰라도 하나같이 세상살이가 어렵고 힘들다 한다. 불과 몇십년 전만 해도 내일 하루 끼니를 걱정하며 잠자리에 드는 집에 많을 정도로 가난은 일상이었고, 친숙한 존재였다. '한강의 기적'이라 일컬어질 정도로 눈부셨던 산업화 시대의 경이적인 경제성장 덕분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긋지긋한 배고픔에서 해방됐다.

 

어디 그뿐인가. 쾌적한 환경과 편의시설을 자랑하는 아파트에 살면서, 좋은 승용차를 타고, 시간을 내서 국내는 물론 해외 여행까지 다니는 요즘의 생활을 불과 백여년전 사람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그야말로 경천동지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수치화된 지표로만 본다면 우리는 풍족한 삶의 여유를 즐기며, 너무나 행복한 시대에서 살고 있는 행운아들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행복하지 못한 걸까? 무엇 때문에 불안하고, 외로워하는가. 스트레스로 인한 질병과 자살이 해마다 늘어나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이 시대를 어떻게 바라보고 이해해야 하는 것일까. 파고 들수록 의문투성이다. 물질적 풍요의 시대를 지나 정서적, 심리적인 행복과 같은 새로운 요구에 발맞춰 이런저런 해법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요즘이다.

 

중국 칭화대 팡차오후이 교수의 책을 박찬철이 옮긴 <나를 지켜낸다는 것> 이란 책 역시 이러한 범주에 속한다 할 수 있겠다. '힐링'이 시대의 트렌드가 된 지 이미 오래다. 각종 방송이며 책이며 나름의 방식으로 현대인들의 정신적 공황과 상처, 소외를 치유하기 위한 충고를 아끼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지나친 '힐링' 열풍이 하나의 스트레스가 될 지경이다.

 

사실 무엇이 정답이라고 얘기하기는 어렵다. 사람마다 그 원인이 다를테니 당연히 그 해법도 다를 수 밖에 없다. 팡차오후이 교수는 중국의 고전에서 그 해답을 찾고 있다. 그는 현대인들의 정신적 문제가 자신의 인격을 수양하는 데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지나친 경쟁과 하루하루 버텨야 하는 삶의 무게가 수신(修身)을 어렵게 만드는 원인이라는 것이다.

 

사람이 닭이나 개를 잃어버리면 곧 찾을 줄 아나,

잃어버린 마음은 찾을 줄을 모른다.

학문의 도는 다른 것이 아니다.

그 잃어버린 마음을 찾는 것 뿐이다.   - <<맹자>> <고자>

 

팡차오후이 교수가 책을 통해서 얘기하고자 하는 핵심이 담겨있는 문구다. 맹자의 명언 구방심(求放心)은 잃어버린 마음을 다시 찾고자 하는 것을 말한다. 잃어버린 재물은 소중히 여겨서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다시 찾고자 하지만, 그보다 더 귀한 자신의 마음을 잃고 살면서도, 잃어버렸다는 것 조차도 깨닫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의 어리석음을 꼬집은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각각의 장마다 다소 딱딱하게 여겨질 수 있는 고전들을 쉽게 풀어내서 설명하고 있다. 책을 통해서가 아니라 직접 들을 수 있다면 그 배움의 효과가 몇배는 더 클 것 같다. 저자는 "수신이란 문제를 일으키지 않기 위해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몸을 사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여 번잡하고 불필요한 마음의 찌꺼기를 걷어내고 한계를 발견하여 이기는 힘을 일컫는다"고 얘기한다. 

 

그는 수신을 위한 아홉 가지 행동 원칙을 친절하게 가르쳐 주고 있다. 중국 최고의 인문학 강의라 칭송받는 그의 얘기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등불처럼 위태로운 현대인들의 삶에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을 지는 알 수 없다. 그 어떤 훌륭한 사상이나 가르침도 스스로의 노력 없이는 체화될 수 없고 일상에서 실현될 수 없음은 당연하다. 바로 지금부터 다음의 행동원칙들을 실천해 보려는 노력을 시작해봐야겠다.

 

1. 하루 5분, 고요하게 정좌한다.

2. 번잡한 생각을 떨치고 가만히 마음에 집중한다.

3. 스스로 반성할 것은 없는 지 지난 하루를 돌아본다.

4. 과오에 연연해 깊게 자책하지 않는다.

5. 성공은 삶의 한 가지 즐거움일 뿐임을 잊지 않는다.

6. 마음을 어지럽히는 욕망은 포장하지 않고 대면한다.

7. 만나는 모두가 스승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사람을 대한다.

8. 말을 하는 것이 침묵했을 때보다 나은 지 먼저 생각한다.

9. 행복의 원천은 진정성에 있음을 잊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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