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만들어져 있는 길은 그것의 풍경을 지나는 가장 좋은 방법에 대한 앞사람의 해석이다. 길을 따라간다는 것은 먼저 간 사람의 해석을 받아들인다는 것, 학자나 탐정이나 순례자처럼 먼저 간 사람의 뒤를 밟는다는 것이다.
순례는 한 걸음 한 걸음 몸을 움직이는 물리적 노력을 통해서 정신적 차원의 형체 없는 목적지에 닿는다는 어려운 과제를 달성케 해준다.
목적지에 도착하기만 했다고 순례가 아니듯,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했다면 그것 역시 순례가 아니다. 목적지에 닿았다는 것은 고된 여정을 통해 변화되었다는 뜻이다.
다른 동물에는 없는 인간만의 특징으로 인간의 의식을 드는 경우가 많지만 인간의 육체 또한 다른 어떤 동물과도 다르게 생겼다. 인간의 육체가 인간의 의식을 만들어왔다고 말할 수도 있다.
걷는 일은 몸이 땅을 척도로 삼아 스스로를 가늠하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