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에 관한 새로운 탐구 - 샌더스, 던, 라이트, 바클레이 비평적 읽기
티모 라토 지음, 김명일 옮김 / 이레서원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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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울 연구는 E.P 샌더스(Ed Parish Sanders, 1937~)의  1977년 출간된  <바울과 팔레스타인 유대교(Paul and Palestine Judaism)>를 통해 큰 전환을 맞이한다. 


이후에 제임스 던(James D.G. Dunn, 1939~2020)과 톰 라이트(Nicholas Thomas Wright, 1948~)가 샌더스의 연구를 비판적으로 계승하면서 더욱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었다.


 2015년에 출간한 존 바클레이(John M. G. Barclay, 1958~)의  <바울과 선물(Paul&the Gift)>은 바울의 새관점 연구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저서다.


저자인 티모 라토(Timo Laato, 1963~)는 <바울에 관한 새로운 탐구("The New Qust fo Paul)>를 통해 '바울에 관한 새관점'을 대표하는 학자들의 주장을 비평적으로 읽는다. 


바울에 관한 새관점 연구에 대한 입문서로 보기에는 매우 비평적이다. 그럼에도 각 저자의 대표적 진술을 간명하게 요약했기에 도움은 될 것 같다. 


먼저 이 책으로 간단하게 주요 논지를 파악한뒤, 샌더스와 던, 라이트와 바클레이의 주요 저서를 읽고 다시 읽어보면 더욱 입체적으로 책이 다가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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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왜 착한 사람에게 나쁜일이 일어날까
Harold S. Kushner 지음, 김하범 옮김 / 창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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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과 역경을 겪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그 상황에 놓여 있는 이유에 대해 질문하곤한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있는지. 

특별하게 잘못한 것도 없는데.


이러한 생각들은 선한 사람은 상을 받고, 악한 사람은 벌을 받는다는 가치관을 전제한다.

하지만 우리에게 주어지는 환경은 꼭 인과관계에 의해서 결정되지는 않는다.


또한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라면, 선하신 하나님이 왜 이런 고통을 자신에게 주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이 책에서는 그동안 산학에서 다뤄왔던 신정론의 허점을 세심하게 짚어준다.

그리하여 실제적으로 고통을 겪는 사람들의 심정을 헤아린다.

더불어 고난의 문제가 왜 발생하며, 어떻게 대처할지 구체적으로 안내한다. 


자녀를 잃은 저자의 실제적 고통 가운데 담담하지만 뜨겁게,

따뜻하지만 냉철하게 써 내려간 이 책을 통해,

아픔 가운데 있는 많은 사람들이 위로 받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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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학 강의노트
니제이 K. 굽타 지음, 이영욱 옮김 / 감은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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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 있는 분과나 주제의 공부를 할 때 좋은 입문서를 만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현대에는 '공부의 유토피아'라 할 정도로 공부의 첫발을 내딛기에 적합한 총서나 선집이 나와있다(신학의 여러 학문 분야는 여전히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예전에 비해서는 많이 나아졌다). 어떤 분야라도 '입문서'를 통해 그 학문에 접근이 용이해졌다. 하지만 반대로 많은 정보로 인해 오히려 공부할 의욕이 떨어지기도 한다. 『공부의 철학』의 작가 지바 마사야는 『공부의 발견』에서 '유한성'의 설정을 강조한다. 즉 어느 정도에서 정보를 습득하면 되는지를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좋은 교사는 공부의 유한성을 설정해 주는 존재다. 


여기 신약학에 관심을 가지고 막 입문하려고 하는 학생들에게 매우 좋은 교사가 있다. 현재 노던 신학교(Nothern Seminary) 신약학 교수로 재직 중인 니제이 굽타(Nijay K. Gupta)는 실제로 그동안 자신이 했던 강의를 토대로 『신약학 강의노트』(A Beginner’s Guide to New Testament Studies)라는 훌륭한 선물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그는 신약학의 방대한 바다에서 우리에게 유용한 지침을 제공한다. 학생들에게 유한성을 설정해주어 신약학이라는 세계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도와준다.


저자는 현재 신약학에서 논의되고 있는 다양한 주제들을 총망라한다. 목차만 보아도 풍성하다. 공관복음 문제, 역사적 예수 연구, 요한복음의 역사성, 예수와 바울, 바울에 관한 관점, 요한계시록 해석 방법, 신약 편지들의 위명 논쟁,  신약성경과 로마제국, 여성 리더십 이슈, 율법-행위 논쟁, 신약의 구약 사용, 성경의 적용 방식. 그는 이 모든 주제들의 핵심들을 간명하게 짚어준다. 


서론에서도 밝히지만 이 책의 목적은 "신약학에서 가장 중요하고도 뜨겁게 논쟁이 되고 있는 몇 가지 이슈들을 간단한 방식으로 입문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데"에 있다. 그렇기에 신약학에 관심을 가지고 그 발걸음을 떼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매우 유용한 안내서라 할 수 있다. 또한 이미 신약학을 공부하고 있는 학생이라도 신약학의 주제들에 대한 최신 경향을 살펴보기에도 유용하다. 


저자는 최대한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각 주제에서의 논쟁의 풍부함을 그대로 살려내려고 한다. 자신의 이해나 의도에 의해 균형을 잃지 않도록 최선을 다한다. 객관적으로 각 관점의 질감을 담아내려 한다. 그리하여 각 관점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하는 상태에서 다른 편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한다. 성급하게 한쪽 편의 관점을 취사선택하지 않는다. 이게 말처럼 쉽지는 않은데 저자는 그것을 능숙하게 해낸다. 각 관점의 장단점을 분석하고 어떤 관점들이 서로를 보완하며, 반박하는지를 세심하게 풀어낸다.


이 책은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로 '쉽다'. 이 책은 기존에 신학을 공부하지 않은 사람들이 읽더라도 이해할 수 있게 쓰였다. 곳곳의 적실한 예화나 예시는 우리의 이해를 더욱 풍성하게 한다. 오랫동안 진행된 연구의 흐름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다. 방대하고 다양한 층위의 연구들의 핵심을 짚어준다. 더불어 각 주제들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에 대한 언급도 한다. 독자들은 자신의 관심 주제를 심층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나침반을 얻게 되었다.

 

저자는 이렇게 친절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각 주제의 핵심적 논점을 정확히 파악해내어 설명한다. 핵심적 개념어들을 쉽게 풀어낸다. 여러 관점들의 특징과 장단점을 명확하게 제시한다. 독자들은 친절하고 박식한 교수님께 강의를 듣는 기분이 들 것이다. 저자의 실제 강의를 바탕으로 한 책이기에 문어체가 아닌 구어체로 쓰였음도 조금 더 친근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으로 이 책의 내용을 대할 수 있는 듯하다.  


둘째로 '넓다'. 이는 과거로부터 현재에까지 다양한 논의들을 압축적으로 다룬다는데 있다. 가령 1강 '공관복음 문제'만 보더라도 등장하는 신학자들의 스펙트럼이 매우 다양하다. 오리게네스(Origen), 아우구스티누스(St. Augustinus), 그리스바흐(Griesbach), 오스틴 파러(Austin Farrer), 케네스 베일리(Kenneth Bailey), 제임스 던(James Dunn), 데일 앨리슨(Dale Allison)까지(*학자들의 이름만 보고도 '공관복음 문제'에 있어 각자가 어떤 핵심적 주장을 했는지 안다면 1강은 건너뛰어도 된다^^). 

 

이 책에서는 각 주제에서 언급되었거나 다루어야 할 모든 관점이 총망라되어 있다. 혹 과거에 많이 주장되어서 현재에는 유효하지 않을 법한 주장도 다시 되짚어보면서 그 주장의 유익을 취하려고 한다. 또한 최대한 어떤 관점에 대해 선입견 없이 보려고 하는 자세가 보인다. 독자는 여러 관점을 통해 그 관점을 선택할 수 있다. 또한 다른 관점과 폭넓게 비교하고 대조하며, 자신이 선호하는 관점 이외의 주장들에서의 유익도 판단해볼 수 있다. 이리하여 창의적인 자신만의 관점을 생성할 수 있는 부가적 이점도 있다. 이러한 과정들이 향후 자신의 연구에 녹아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쉽고 넓을 뿐만 아니라 '깊다'. 저자는 각각의 주제를 입체감 있게 표현하고, 핵심적인 역사를 짚어내며, 최신의 흐름을 안내한다. 각 장 말미에는 더 깊은 연구를 위한 서적 안내가 있다. 더 읽어보아야 할 책의 구성은 세 단계로 되어 있다. 기본적이지만 필수적으로 읽어야 하는 '초급과정', 각 견해와 관련된 책, 더욱 전문적인 '심화과정'. 이러한 세 분류의 안내를 통해 독자들이 더욱 깊은 연구로 나아갈 수 있게 한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각자가 선호하는 연구 주제와 학자들의 결과물이 전체적인 신학적 흐름과 틀에서 어느 지점에 서 있는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입문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유익인데, 특히 좋은 입문서는 각 관점을 균형 있게 다루고 있어 자신의 신학적 입장을 객관적으로 인지할 수 있는 귀한 기회를 얻게 된다. 그리하여 앞으로의 연구에 추가하고 보완하며 수정해야 할 것들을 알게 된다. 

 

각 장의 새로운 주제들 각각이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서로 유기적으로 호흡한다. 순차적인 앎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모든 주제들을 꼼꼼히 살피는 것이 좋다. 가령 공관복음서 문제는 역사적 예수와 잇대어 있고, 역사적 예수의 자료에 있어 네 번째 복음서 연구는 꼭 알고 넘어가야 하는 주요한 주제다. 4강의 '예수와 바울'에 대한 주제는 1,2,3강과 연결되면서도 5,6강을 이어준다. 거칠게 나누면 '예수'에 대한 주제에서 '바울신학'으로 자연스럽게 이동된다. 

 

​매우 귀한 선물도 그것을 어떻게 대하는가에 따라 가치는 달라진다. 아무리 좋고 유익한 책이라고 해도 그것을 독자들이 어떻게 대하고 소화하는가에 따라 그 가치는 천차만별이다. 학문을 함에 있어 도구를 탓해야 할 시기는 이제 지나지 않았을까? 유익한 신학 서적이 쏟아지고 있다. 그리고 최신의 연구들이 조금 더 빠르게 번역되고 있다. 이전보다 좋은 환경에서 이것을 어떻게 나의 것으로 만드는가는 우리의 몫이다. 이제 우리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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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기 설화
헤르만 궁켈 지음, 진규선 옮김 / 감은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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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랫동안 기다렸던 헤르만 궁켈(Hermann Gunkel, 1862~1932)의 『창세기 설화』가 드디어 번역되어 출간되었다(궁켈의 책이 우리말로 번역된 것은 처음이다). 궁켈이 누구인가? 바로 양식 비평을 주창한 학자가 아니던가? 그는 당시 벨하우젠(Julius Wellhausen, 1844~1918)으로 대표되는 자료 비평을 뛰어넘어, 텍스트 배후에 있는 오랫동안 형성된 구전 전승에 초점을 맞춘다. 이러한 그의 고민과 오랜 연구의 결과물이 바로 『창세기 설화』에 고스란히 녹아져 있다.


2. 이 책은 궁켈의 창세기 주석의 서론 부분이다. 100년 전의 창세기 주석 서론이 지금도 적실한가? 이 질문에 대한 시원한 대답이 '역자 서문'에 담겨있다. 친절하게도 궁켈의 입장과 창세기 주석의 학문적 배경 등이 상세히 '역자 서문'에 소개되어 있다. 그전에 '옮긴이의 일러두기'에서 "설화"로 번역된 "자게"(Sage)의 개념을 밝히고 있는데, 이 개념 정의 하나만으로도 이 책의 핵심적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 


3. 저자는 "설화"를 어떻게 정의하는가? 그는 "설화는 '거짓말'이 아니라, 특별한 시의 일종이다. 설화는 민간 구술을 통해 옛적부터 전해 내려 오던 시적인 이야기로서, 과거의 인물이나 사건을 다루는 것이다(29)."라고 주장한다. 이 개념 정리만으로도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의 핵심에 가까이 간듯하다.


4. 그렇다면 설화와 역사는 어떠한 점에서 구별되는가? 설화는 구전으로 전해졌으며, 역사는 기록물을 목적으로 쓰였다고 궁켈은 주장한다. 또 다른 차이점은 설화와 역사의 활동 영역이다. 역사는 거대한 공적 사건에 초점을 맞추지만, 설화는 민중들의 관심에 연결되어 있다. 즉 설화는 역사성을 지닌 사건들이 핵심이 아니다. 


5. 설화의 특징은 무엇인가? 내용적으로는 현대의 관점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장면들이 자주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형식적 측면에서 시적 어조를 지닌다. 이러한 운문적 형식은 인간의 여러 감정을 고양시킨다. 저자는 창세기의 양식이 산문과 운문과는 다른 형식임을 주장한다. 또한 민간 구술 전승을 기록하였다고 강조한다. 그렇기에 설화는 온 민족의 산물이며, 따라서 "거대 집단의 공유재산"으로 여겨야 함을 역설한다.


6. 구술 전승의 특성으로 인하여 저자는 이스라엘이 '전문적 이야기꾼' 계층이 있었음을 가정한다. 각각의 설화들은 하나의 완성된 전체를 구성한다. 설화 이야기꾼의 이야기에서 등장인물은 최소화되었다. 설화에서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단순성과 명료성'이다. 이를 통해 청자는 여유롭게 관찰하고 기억할 수 있었다. 등장인물은 화자에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이야기의 중요도에 따라 배치되었다. 주변 인물들은 짧게 다루며 중심인물에 대한 묘사 또한 매우 미약하다. 부수적 정보의 묘사에도 인색하다.


7. 설화의 등장인물 묘사는 매우 흥미롭다. 인물의 정신이나 생각에 집중하지 않는다. 주로 객관적인 행위를 통해 인물을 묘사한다. 대화는 부차적으로 행위의 진행에 따라 약간의 도움을 준다. 어떻게 보면 이야기의 등장인물들은 매우 과묵해 보인다. 현재의 시각으로 보면 마땅히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야 하는 상황임에도 아무 말을 하지 않는다.    


8. 창세기를 주해하길 원하는 사람들은 설화의 특성들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즉 화자의 관심사에 따라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희미하고 미약한 정보들과 설명, 대화 틈에서 갑자기 상세하고 분명한 서술이 나타난다면 주의를 기울여 질문을 던져보아야 한다. 이러한 정보들은 성경을 연구하고 설교를 구상하는 작업 가운데도 매우 실제적으로 적용 가능하다.


9. 설화는 고정되어 있지 않다. 다양한 전승들의 영향을 받았다. 또한 그 전승들의 교환과 합병을 통해 새로운 변화가 일어났다. 장시간을 거치며 여러 요인들로 인해 보편적 변화를 경험한다. 궁켈은 각 설화들이 어떻게 종교적이며 도덕적으로 혹은 제의적으로 변화되었는지를 구체적으로 서술한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J, E, D, P 각각의 특성과 이 전승들이 어떻게 수집되고 편집되었는지를 상세한 예시를 통하여 추론한다.  


10. 궁켈의 오래전 이 외침은 여전히 많은 지도자에게 여전히 유효하며 적실하다. 

개신교 교회와 지도자들은 

창세기가 설화로 되어 있다는 지식에 반대하여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스스로를 차단할 것이 아니라, 

이 지식이 없다면 창세기에 대한 역사적 이해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좋을 것 같다(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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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옙스키, 지옥으로 추락하는 이들을 위한 신학
에두아르트 투르나이젠 지음, 손성현 옮김, 김진혁 / 포이에마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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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옙스키는 신학자가 아니다. 하지만 그의 소설을 읽노라면 어떤 신학 책보다 인간의 실존을 신학적으로 탁월하게 묘사했음을 경험한다. 그의 글은 그 자체로 신학적 완성도를 가졌다. 뿐만 아니라 위대한 신학자들이 그의 글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그의 소설은 신학적 영감과 통찰을 자극했다. 하지만 방대한 그의 소설에서 명료하게 그의 신학을 제시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에두아르드 투르나이젠(Eduard Thurneysen, 1888 ~1974)은 도스토옙스키의 문학을 신학적으로 탁월하게 해석해냈다. 그는 스위스의 개신교 목사이자 신학자다. 아마 투르나이젠은 칼 바르트(Karl Barth, 1886 ~ 1968)의 친구로 더 잘 알려져 있을 것이다. 하지만 투르나이젠의 이 작품이 없었다면, 바르트의 위대한 작품(자유주의자들의 놀이터에 던져진 폭탄)이었던 《로마서》2판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양차 세계대전은 당시 유럽의 정치와 경제,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는 신학적으로도 매우 큰 파급을 가져왔다. 당시 신학을 주도했던 자유주의는 인간의 종교심과 문화, 역사와 윤리로 세계의 역사는 계속적으로 진보할 것이라는 믿음을 심어주었다. 하지만 세계대전의 여파와 자유주의자 스승들의 실망스러운 행동과 선택(이들은 적극적으로 히틀러를 옹호하며 지지했고 힘을 보태었다)은 새로운 언어와 논리가 필요함을 역설적으로 드러내 주었다. 


투르나이젠은 바르트와 함께 인간으로부터의 신학이 아닌 하나님으로부터의 신학에 관심을 기울였고, 하나님의 은혜와 말씀으로부터 시작되는 신학을 전개하기에 이르었다. 그러한 변증법적 신학을 전개함에 있어 결정적 통찰을 준 것이 바로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이다. 투르나이젠과 바르트는 이 시기에 도스토옙스키의 문학을 만나게 되었고, 그의 넓고 깊은 문학 세계를 통해 '타락 가운데 빠져들어가는 인간'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서하시는 하나님'을 만나게 되었다. 


투르나이젠의 도스토옙스키 문학의 신학적 해석은 그의 강연을 다듬어서 나온 단행본이다. 이 책은 그렇기에 강연에서의 열정이 느껴진다. 짧지만 강력한 이 책은 도스토옙스키의 문학을 다층적으로 이해하고 깊이 연구하여 나온 결과물이다. 이 얇은 책에 담겨 있는 저자의 통찰과 이해는 도스토옙스키의 문학만큼이나 예리하고 신선하며, 풍성하다. 


총5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인간의 실존에 대한 도스토옙스키의 질문과 해답을 적극적으로 모색한다. 또한 도스토옙스키의 작품 가운데 등장하는 인물들을 통해 기묘한 인간들의 다양성을 드러낸다. 인간의 실존에서 시작하여 결국 도스토옙스키가 그리는 하나님에 대한 이미지와 신학적 해석까지 나아간다. 특히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 가장 유명한 대심문관의 이야기를 해석하는 대목은 매우 흥미롭다. 


대심문관" 이야기는 다시 한 번 인간의 종교와 교회 안에 숨어 있는 깊은 불신앙을, 하나님을 향한 반역의 실체를 폭로한다. 그런데 이러한 폭로의 목적은 그 반역을 옹호하고 합리화하고 긍정하는 것이다(115).


이 책을 읽기 위해서는 도스토옙스키의 소설을 읽어야 한다. 물론 이 책만 읽더라도 날카롭고 명료한 신학의 정수를 맛볼 수 있지만, 더욱 풍성하게 이 글을 음미하기 위해서는 말이다. 이 책의 인용빈도와 중요도를 생각했을 때, 최소한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읽고 이 책을 읽으면 많은 부분이 더욱 풍성하게 이해된다. 더불어 『죄와 벌』을 함께 읽었다면 더 좋고, 『백치』를 곁들인다면 금상첨화다. 이 세 소설을 중심으로 하여 논리가 전개되기 때문이다. 도스토옙스키를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한 번은 꼭 읽어보아야 할 책인 것 같다.


도스토옙스키는 인간성의 불가사의함이 기묘한 방식으로 돌출되는 모습을 우리 눈앞에 펼쳐 보이는데 거기에는 무언가 심히 우려스러운 것, 불안한 것이 있다. - P12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방금 전까지는 똑바로 잘 걷고 있었는데 순간적으로 휘청하면서, 달리는 기차 바퀴 속으로 빨려 들어갈것 같은 아찔함을 느낀다. 도스토옙스키 작품 속의 인물들과 만나는 느낌도 이와 비슷하다. 그들은 마치 환상 속의 인물들처럼 낯설고 거대한 모습으로, 그러나 기묘하리만큼 친근한 모습으로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간다. 마치 우리의 분신分身처럼 똑같은 방향으로 밀착해서 걷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혼란에 빠져 자기 걸음을 걸을 수 없게 된다. 우리는 그 인물들과 절대로 얽히고 싶지 않지만 그럴 수가 없다. 그들의 삶에 나타난 수수께끼 속에서 내 삶의 수수께끼가 나를 응시한다. 뭐라 말할 수 없는 강렬함으로 뚫어질 듯 마주본다.
당황한 우리는 묻게 된다. 지금 우리는 누구를 만나고 있는가?
물론 우리는 묻기 전에 이미 알고 있다. 우리가 만난 것은 바로우리 자신이다. 우리는 인간과 만났다.
- P14

도스토옙스키는 우리에게 완결된 하나의 답이나 해법을 제시하지 않는다. 그의 해법은 거대한 해체 속에 있다. 그의 대답은 질문, 곧 인간 존재에 대한치열한 질문, 오직 하나의 질문이다. 그러나 그 질문에 자신을 내맡길 줄 아는 사람은 바로 그 질문이야말로 한 아름의 대답이라는 사실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 P23

도스토옙스키에게는 "삶에 관한 새로운 직관"이 결코 사소한 것이 아니었다. 그의 책 마지막에 서 있는 사람은 혁명가도 아니고 평화주의자도 아니며, 특별히 순수하고 고귀한 영혼도 아니고 순교자나 성자도 아니며, 탐미주의자나 개혁가, 혹은 철저하게 회심한 사람도 아니고-"오로지" 한 사람, "삶에 관한 새로운 직관"을 얻은 한 사람이다. 그는 여전히 그의 본성이 지닌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지만 새로운 직관의 심판과 약속 아래에서, 지금 여기서 펼쳐지는 삶을 향해 다시 나아간다.
이 세상에서는 그것이 대수롭지 않아 보일 수 있지만, 저 하늘에서는 회개할 필요가 없는 아흔아홉 명의 의인보다 회개하는 한 명의 죄인으로 인해 더 많은 기쁨이 있다.
- P38

백치의 존재는 우리에게 무겁고 유일한 질문으로 다가온다. 인생의 참된 의미란 얼마나 깊이 감춰져 있는가? 그 의미를 깨달은 지혜로운 사람은 도리어 오해의 대상이 되고, 심지어 바보 취급을 당한다. 그 의미를 품고 살아가는 강자는 도리어 약자 취급을 당한다. 그 의미를 먹고 살아가는 건강한 사람은 오히려 환자 취급을 당한다 - P49

도스토옙스키는 수많은 예술가 중에서 최고의 심리학자라 할 수 있다. 그렇게 불러도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 하지만 그의 심리학은 하나의 심리학이 될 수가 없다. 끊임없이 스스로를 해체하기 때문이다. 왜 그럴 수밖에 없는가? 그가 인간의 내면 깊은 곳까지 파고들어 분석해낸 최종적인 결과, 모든 인간적인 것이 결국 모든 심리학적 실재 너머에 있는 소실점과 종합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 P75

그가 말하는 초월 세계는 저 위 어딘가에 있는 세계가 아니다.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저 아래 영혼의 세계도 아니다. 모든 것의 기초, 토대, 운명은 어떤 식으로든 규정된 것이 아니며 또 규정될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것은 한 그림의 원근遠近을 만들어내는 시점視點이 그림 안에 있을 수 없는 것과 똑같은 이치다. 그 점은 상상의 점이다. 현실 너머에 있다. 가장 바깥에 있으며, 가장 나중에 있으며, 아예 저편에 있는 그 점은 역사적·심리학적 실재의 세계를 벗어나 있다. 그 실재의 세계가 아무리 이상적으로 높고 심리적으로 깊다 하더라도, 또 그것이 아무리 정교하고 비밀스럽다 하더라도 그 안에는 있을 수 없다. 도스토옙스키는 그 실재 바깥에 있는 시점에 의해 인간의 삶 전체가 규정되어 있음을 보고 있다. 모든 점들과 이어지는 그 점은 바로 하나님이다.
하나님은 하나님이다. - P76

교회는 인간이 오로지 높은 곳에 계신 하나님만을 향해 부르짖는 것밖에 할 수 없는 곳, 그 깊은 곳으로 인도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하나님이 크신 권능과 진실한 사랑과 진실한 용서와 진실한 기적으로 계시하시는 저 높은 곳으로 인도하지도 않는다. 이것이 종교의 거짓말이며, 하나님의 존재를 부정함이다. - P105

"이제 마지막 한 가지만 말하면 된다. 그것은 하나님에 대한 인식 속에서 이 세상과 인생을 대대적이고도 비판적으로 해체하고 해명하는 위대한 힘이 도스토옙스키의 경우에는 다음과 같은 특징들을 통해서도 견지된다는 점이다. 그 특징이란 생명을 향한 적극적인 관심, 인간에 대한 이해, 모든 피조물의 고통과 희망을 한없는 연민으로 품어 안고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이다. 도스토옙스키의 모든 작품은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독보적이고 위대한 증언의 기록이다.
"
- P129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이 그러하듯이, 모든 것이 궁극적인 것, 하나님의 해법, 곧 "부활"을 지향하는 곳에서는 지금 이 시간과 세상 한가운데라 할지라도 놀라운 부활의 전령이 나타난다. 부활의 비유가 나타난다. 이것은 인간이 존재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으려고 만들어내는 반항적인 자기 방어 기제들보다 훨씬 강력하고 변혁적이다.
- P145

자유의 여정은 인생의 바닥에서 하나님의 가능성을 향해 시선을 돌릴 때 가시화된다. 결정적인 변화는 우리가 발버둥치고 억지를 써서 얻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는 하나님에 대한 인식과 그분의 영원한 능력에서 흘러나온다.
- 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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