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커피를 받으러 가는 길에 어디선가 곰탕국물에 후추가 쏠쏠 뿌려진 냄새가 났다. 날이 조금 흐리고 포근한 겨울의 아침이다. 정말 크리스마스 같은 날이다. 크리스마스에 흰 눈이 펑펑 내리는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좋다지만 고요하고 포근하고 외투를 벗으면 조금 추울 정도의 그런 날이 크리스마스에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일기예보에서 오늘부터 영하에 한파에 어쩌고 하던데 어제와 별반 다를 바 없이 포근하고 고요하고 조금 차가운 겨울의 날이다.


이런 날 음악을 듣고 있으면 시끌시끌한 세상만사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런 고요함이 주욱 이어져 저녁, 밤까지 지속된다. 아마 오늘 밤에 강변을 조깅하면 너무나 고요한 풍경을 만날 것이다. 겨울의 이런 포근하고 고요한 날은 얼마 되지 않으니 매년 이런 날을 만나는 나는 이런 날을 기록한다. 그리고 기억한다. 기억은 늘 제멋대로라 믿을 게 못 되지만 기록은 믿을 수 있다.


내가 가지고 있는 폰은 태양광에서는 사진처럼 보이지만 색온도가 6000도 이상이 되지 않는 밤, 태양이 숨어버린 밤에 사진을 찍으면 그림처럼 사진이 찍힌다. 뭉개지고 빛은 번질 대로 번지고. 그래도 그 나름대로의 멋이 있어서 괜찮다. 또 대부분 작은 폰 화면으로 보기 때문에 크나큰 컴퓨터 화면으로 보는 것만큼 그림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아무튼 나니아 연대기에서 장롱 문을 열고 들어 갈수록 하얀 눈밭이 나오는 것처럼 점점 날이 추워질 것이다. 그러면 강변에 사람들이 줄어든다. 늘 그 시간에 나와서 으쌰으쌰 운동을 하던 어르신들은 거의 나오지 않고, 달리는 사람들도 급격하게 줄어든다. 코로나가 덮치기 직전의 말도 안 되게 추운 날 레깅스를 두 장을 껴 입고 조깅을 하러 나갔던 날에는 아무도 없었다.


미친것처럼 불어오는 바람과 기온이 너무 낮은 날이라 마스크 위로 입김이 올라와서 눈썹에 붙어서 살얼음이 되었고 강이 얼어붙었다. 그날도 일일이 사진으로 담아 놓고 기록을 해놔서 잘 알고 있다. 그렇게 추운 날에도 일단 달리기 시작하고 15분이 지나면 등이 후끈후끈하다.


기억나는 건 그렇게 추운 날 저 멀리 마주 오는 자전거 한 대가 보였다. 그 사람과 스치고 지나가면서 그와 나는 서로 곁눈질로 서로의 얼굴을 보았다. 분명 둘 다 속으로 이런 미친놈을 봤나, 이렇게 추운 날 자전거를 타러(달리러) 나오다니, 했을 것이다. 나는 그랬거든.


매년 드는 생각은 날이 아주 추워지면 오리들은 평소보다 많이 나타난다. 그 추운 강물 위에 삼삼오오 앉아서 잠을 자거나 휘청이는 강물에 몸을 실어서 묘한 풍경을 자아내는데, 그렇게 많았던 강변의 길고양이들은 도대체 어디에서 이 추운 겨울밤을 보내는가, 하는 거다. 강변에는 길고양이들이 아주 많다. 사람들이 길고양이들에게 우호적이며 캣맘들이 사료를 챙겨 와서 매일 먹인다.


배부른 고양이들이 벌러덩 드러누워 배를 하늘로 까고 아아 기분 좋은 걸, 하는 모습을 거의 매일 본다. 하지만 몹시 추운 겨울날에는 말이 다르다. 없다. 고양이들도 추워서 거의 볼 수 없다. 고양이가 인간보다 추위를 타지 않는다. 그들의 심장은 아주 빨리 뛰어서 펌프질을 계속하여 피를 빨리빨리 돌게 한다. 그래서 수명이 인간보다 짧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몹시 추운 날에 대부분 보이지 않는 것은 어딘가에 몸을 웅크리고 앉아서 추위를 피하고 있다는 말이다. 도대체 어디로 전부 숨어서 추위를 피하는 걸까.


고양이들과 말이라도 할 수 있다면 그들의 입장을 잘 정리해서 책이라도 내 볼 텐데. 누구나 입장이라는 게 있다. 아이에게는 아이의 입장이 있고, 버스기사에게는 버스기사의 입장이 있다. 고양이들에게도 그들만의 입장이 있을 것이다. 터키인가, 터키의 어느 지역에도 길고양이들이 아주 많은데 거기의 고양이들은 사람들이 곁에 와도 도망가지 않고 집고양이처럼 부비부비한다고 한다. 모든 고양이들이 그렇다. 올해 난방비 걱정하는 내가 고양이들 입장까지 생각할 건 아니지만.

커피 받으러 가는 길에 후추 쏠쏠 뿌린 곰탕국물 냄새가


달을 떠서 갈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이토록 고요하고 적요하고


저어기 달과 별이 보이는 이런 풍경


여기서부터는 예전의 한파 속 풍경

날이 아주 차가우면 오리가족들이 오손도손 몰려나온다


이런 적은 잘 없지만 한파에는 이렇게 꽁꽁


한파에도 달리는 사람들


너는 한파 속에서는 어디에서


추워 옹크리고 있는 고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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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자이 미즈마루 – 마음을 다해 대충 그린 그림


어쩜 이리도 제목을 잘 지었을까.


안자이 미즈마루는 이 세상에서 내가 마음을 허락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 사람이었다. 는 하루키의 말로 시작하는 안자이 미즈마루 씨의 그림 에세이다. 안자이 미즈마루 씨의 꼬꼬마 시절의 사진부터 초년병 시절의 하루키와 함께 한 사진까지. 그리고 미즈마루 씨, 그의 ‘마음을 다해 대충 그린 그림’들로 궤적을 따라간다.


아무튼 큭큭큭하며 볼 수 있는 그림들이며 재미있다. 단지 미즈마루 씨는 영화에도 꽤 깊은 관여를 하여 많은 작업을 했는데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를 많이 본 나는 야스지로의 영화와 배우들이 나오는 그림을 보며 오오 하며 알겠지만 그 외 6, 70년대 일본 배우들은 모르니까 그저 보면서 고개만 끄덕여진다.


하루키의 인사말로 시작하는데 하루키는 안자이 미즈마루 씨를 서른 살 때 만났다. 그 시절 미즈마루 씨는 36살이었는데 나이차는 꽤 나는데 그런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친구처럼 지냈다. 술이 강한 안자이 미즈마루 씨를 따리 2차로 갔을 때에는 그곳에서 일하는 여성들과 댄스를 추는데 하루키는 못한다며 거절을 했다.


그때 미즈마루 씨가 와서 평소와는 다른 얼굴로 여자가 권유하는 춤을 거절한다는 것은 몹시 실례다. 그래서 하루키는 여성과 같이 댄스를 췄는데 그다음 날부터 하루키는 은근히 여자들을 좋아하는 거 같아.라는 말이 나돌았다고 한다.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재미있는 이야기다.


하루키는 잠시 귀국한 날 미즈마루 씨에게 연락해서 술 약속을 잡았는데 미즈마루 씨가 나오지 않아 사무실에 전화를 하니 비서가, 몸이 좋지 않아 오늘은 못 오신다고 합니다.라는 소리를 끝으로 더 이상 볼 수 없는 곳으로 갔다고 했다.


두 사람 사이를 알 것 같은 즐거운 풍경에 대해서도 책에 사진과 함께 실려 있다. 호놀룰루 마라톤에서 막 돌아온 하루키. 맞은편 미즈마루. 독일에서 산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며 꺼내는 하루키. 선물을 풀어보는 미즈마루. 색채가 귀여운 어린이 그림을 받은 미즈마루. 트리를 선물하는 미즈마루. 카드에 사인을 해서 건네는 하루키. 이런 재미있는 두 사람의 모습과 다양한 하루키를 마음을 다해 대충 그린 그림들까지.


입꼬리가 슬쩍 올라가는 책이 있는데 미즈마루 씨의 에세이가 그렇지 않을까.

미즈마루 본인 그림 ㅋㅋ


정말 실물과 그림이 너무 닮았


미즈마루 씨 하면 하루키를 빼놓을 수 없죠 흑흑


하루키가 기억하는 미즈마루 씨의 마지막


두 사람은 붙어 다니며 작업을 같이 했다


정겨운 풍경


별거 없는 일상인데 재미있음


하루키 에세이에서는 하루키가 보는, 또는 하루키가 말하는 세상을 우리가 같이 따라가면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면 안자이 미즈마루 씨의 에세이에는 안자이 미즈마루 씨가 말하는 하루키를 볼 수 있다.


이게 생각보다 재미있다. 어쩐지 두 사람의 말투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게, 같은 라면인데 끓이는 사람에 따라 맛이 다른 것과 흡사할지도 모른다. 미즈마루 씨의 에세이에는 아무래도 작업을 가장 많이 한 하루키의 이야기가 많다.


특히 다양한 하루키에 대한 챕터는 큭큭큭 하게 만든다. 하루키를 처음에 만나고 알게 되었을 무렵에도 어슬렁어슬렁 길을 가다가 우연히 마주치거나 했다고 한다. 하루키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는 두 사람이 같이 작업을 한 ‘해 뜨는 나라의 공장’을 위해서 지역에 견학을 갔을 때 하루키는 늘 반바지만 입고 다녔다고 한다.


그런데 막상 공장관계자들을 만나게 되었을 때는 그 반바지가 거슬렸는지 긴 바지로 갈아입더라,라고 했다. 또 미즈마루 씨는 영화를 무척 좋아해서 하루키에게 미국 영화에 대해서, 이 영화 알아?라고 물으면 하루키는 다 봤다는 것이다. 그리고 원작까지 전부 찾아서 읽었더라. 라며 그런 사람이라니 같은 뉘앙스.


두 사람이 만나면 아주 많은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문학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고. 그저 만나면 술 이야기, 영화 이야기, 음악 이야기를 한다. 하루키는 참 말수가 없는데 쓸데없는 이야기를 할 때에는 주절주절 참 많은 말을 한다고. 아무튼 미즈마루 씨가 말하는 하루키는 엉뚱하고 재미있는 사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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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위대하다고 느끼는 건 고등어를 구워 먹기 때문이다


인간이 정말 위대한 존재이고 만물의 영장이라고 느낄 때가 고등어를 노릇노릇하게 구워 먹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말을 하면 야이 고등어 같은 놈아,라고 할지 모르지만 루시드 폴의 [고등어]를 들어보면 ‘돈이 없는 사람들도 배불리 먹을 수 있게, 서울의 꽃등심보다 맛도 없고 비린지는 몰라도, 수많은 가족들의 저녁 밥상’을 지켜준 반찬이라면 고등어 같은 놈이라도 좋다. 노라조의 [고등어]를 들어보면 고등어는 ‘푸른 꿈과 푸른 등, 푸른 하늘로 높이 날아올라 새우등을 터트린 고래처럼 힘이라면 킹왕짱 물개처럼 굳은 심지 굳은 깡 굳은 의지로 거친 파도 헤쳐 헤쳐’ 그런 존재가 고등어다.


고등어는 구워 먹으면 맛도 좋고 분명 몸에도 좋다. 그건 정설이기도 하다. 그러나 베이컨, 이 베이컨을 아침마다 먹는 미국인들에게 베이컨이 좋은 음식으로 파고들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에드워드 버네이스에 따르면, 일정한 자극을 반복해서 가하면 습관으로 굳어진다는 것이, 바꾸어 말해 어떤 생각을 자꾸 하다 보면 확신으로 자리 잡는다는 것이 행동주의 심리학의 학성 가운데 하나였다.


과거의 영업인이 정육업자의 위탁을 받아 베이컨 판매 촉진을 모색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아마도 그는 다음과 같은 내용의 전면 광고를 반복해서 무수히 내보냈을 것이다.


“베이컨을 많이 드세요. 가격 싸고, 몸에도 좋고, 여분의 에너지를 비축해 줍니다. 베이컨 드세요.”


새로운 영업인은 사회의 집단 구조와 대중심리학의 원리를 이해하기에 우선 이런 질문부터 던질 것이다.


“사람들의 식습관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누굴까?”


그 답은 명확하다.


“그래, 의사들이지.”


그러고 나면 새로운 영업인은 의사들을 찾아가 베이컨 섭취가 건강에 좋다고 공개석상에서 말해달라고 부탁한다. 그는 의사에게 의지하려는 사람들의 심리를 이해하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의사의 충고를 따르리라는 것을 정확하게 알고 있다.


아침 방송은 전 세계 어느 나라나 가정의 중심에 있다. 그런 아침 방송에서 의사들이 나와서 오전에 먹는 베이컨에 대해서 칭찬을 늘어놓는다. 매일, 자주, 여러 의사들이 그런 말을 한다. 미국인들은 빵과 빵 사이에 베이컨을 넣어서 먹기 시작했다. 베이컨은 미국인들의 국민적인 사랑을 얻게 된다. 점점 세계를 확장하더니 많은 나라의 호텔 조식에도 베이컨은 빠지지 않게 되었다.


지금에 와서 베이컨이 몸에 좋지 않고, 몸에 좋다는 말은 거짓말이라고 해봐야 한 번 굳어진 베이컨의 세계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저 앞에서 먼저 쓴 생활 속의 오류에서 영양제에 대해서 한 번 언급을 했는데 과연 매일 몇 알씩 먹는 영양제는 내 몸에 좋은지 어떤지 제대로 알고 먹는 사람이 몇 이나 있을까.


베이컨처럼 영양제 역시 이런 광고와 선전을 통해서 하나의 완전한 세계가 되었다. 그 아성을 무너뜨릴 수 없는 지금이 되었다.


좀 다른 얘기로,

지드래곤은 머리카락, 손톱 발톱 모두 음성이 나왔다. 마약에 대해서 무죄다. 지디에 대한 기사는 수십 곳의 언론이 지드래곤의 무죄는, 지드래곤의 마약 혐의는 무죄가, 지드래곤은, 지드래곤, 지드래곤 라며 꼭지에 지드래곤이 무죄라는 제목으로 기사가 나와도 사람들은 애초의 떠들썩한 기사와 인터뷰 때문에 마약을 하지 않은 지드래곤보다 마약을(하지 않았어도) 한 지드래곤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지디는 마약을 꾸준하게 하는 가수로 인식을 할 것이다.


누군가 지디는 마약을 하지 않았다고!라고 하면 뭐? 그래? 그렇지 뭐. 같은 반응으로 사람들은 일관할 것이다.


버네이스는 말한다. 자동차를 구입할 때 자동차의 어떤 면을 보고 구입하는지. 보통 자동차는 이동수단으로 구입을 하지만 자동차의 종류를 고르는 건 그것과는 무관하게 얼마 전에 그 형님이 이 자동차를 구입하여 자랑을 하더라, 아내나 애인이 이 자동차를 좋아하더라, 이 차를 몰고 다니면 사람들이 쳐다볼 것이다, 같은 생각이 자동차를 구매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보통 자동차는 나의 월급 곱하기 넉 달 치가 내가 구입할 수 있는 적절한 자동차의 가격이지만 대부분은 훨씬 비싼 자동차를 구입한다.


그간 우리가 철썩 같이 믿어왔던 것들이 뭐야? 아니잖아? 하는 기사. https://n.news.naver.com/article/029/0002839278


인간은 이렇게 수월하게, 집단적으로, 단체적으로 혹 넘어가는 경향이 있지만 고등어를 구워서 먹는 유일한 존재다. 인간은 위대하다는 말이지.



루시드 폴의 고등어나 들어보자 https://youtu.be/vTOLyOlVCD0?si=WpoMO_5zx2oyBZq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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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바람이 부는 겨울 문턱에서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생각해 보면 어릴 때에도 조안나골드는 주로 겨울에 먹었다. 하드는 여름에 먹었는데 아이스크림은 겨울에, 아주 차가운 바람이 부는 겨울밤에 따뜻한 방에서 두툼한 내복을 입고 동생과 함께 퍼 먹었다. 아버지가 겨울이면 가끔씩 아이스크림을 퇴근할 때 사 오셨는데 그게 뭐든 간에 그렇게 맛있었다. 선택의 폭이 넓어진 요즘 고르고 고른 아이스크림은 이상하게 생각만큼 맛이 안 난다. 방대한 자유가 주어져도 불안해서 제대로 놀지 못하는 꼴과 비슷할지도 모를 일이다. 어떤 실험에서 골라주는 음식을 먹는 군과 자유롭게 사 먹게 했던 군의 만족도에서 전자가 더 높게 나왔다. 인간은 늘 자유를 갈망하지만 그 자유라는 게 권력 안에서 안전하게 누릴 수 있는 자유를 말한다. 말 그대로의 완전한 자유가 주어진다면 불안해서 아무것도 못할지도 모른다. 정말 전두광이 노태우를 향해 한 말이 맞는 말일까.


오늘, 날이 추워졌다. 본격적인 겨울 여정의 시작이다. 그런데 일기예보에서 떠드는 것처럼 그렇게 춥지는 않았다. 조깅을 하는데도 등에는 땀이 났으니까. 이렇게 추운 날, 오전에 집에서 밀어내기를 해결하지 못하고 일하는 건물에서 해결하는 경우가 있다. 일하는 건물의 화장실은 비번이 달려있고 비데가 있고 매일 두 번 청소를 하기 때문에 깨끗하다. 모든 층의 화장실이 비데가 있고 다 그런 건 아니다. 비데가 설치되어 있어서 밀어내기를 하고 세척을 누르면 따뜻한 물이 나온다. 기분 좋다. 엉덩이가 닿는 부분도 따뜻하다. 겨울에는 정말 일어나기 싫다. 하지만 여름에도 엉덩이는 따뜻하고, 물이 더워서 힘을 주면 땀도 함께 난다는 문제가 있지만 지금은 겨울이니까.


얼마 전에 나의 트위터 라인에 이런 트윗이 떴다. 젊은 여성인데 치과 건물에서 화장실을 사용하고 세척을 눌렀는데 너무 뜨거운 물이 나와서 놀라서 그냥 일어나는 바람에 엉망진창이 되었다고. 찝찝한 마음을 정리하고 화장실에서 나왔는데 그때부터 문제가 생겼다고. 거기가 계속 쓰라리고 따가워서 창피함을 무릅쓰고 병원에 갔더니 그 안이, 그 주름진 부분에 1도 화상을 입었다고. 1도 화상 별거 아닐지 몰라도 주름진 그 부분은 또 말이 다르다. 그 여성은 트위터로 자신의 깊은 빡침과 함께 고뇌를 쏟아냈다.


그 야들야들하고 속된 곳이 화상이라니. 살면서 그곳에 화상을 입을 확률이 얼마나 될까. 정말 신경이 쓰일 것 같다. 그러다가 오랜만에 만난 5세 조카가 반갑다며 히히히하며 응침을 놓는다면, 오 마이 갓. 생각만으로 너무 끔찍하면서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그 모습이 촤르르 필름이 되어 흐른다. 주식이 폭망하고 집이 사기에 넘어가고, 사랑하는 사람이 죽는 것과 무관하게 이런 일상의 문제와 고민과 불행이 우리 인간의 삶에 따라온다. 응응의 그곳에 1도 화상이라니. 고소할 거라고 하던데 어떻게 되었을까.


누군가 밀리의 서재에 있는 나의 단편 소설을 리뷰해 주었다. 이렇게 정성 가득한 리뷰를 보게 되다니. 기분이 좋다. 특히 위로가 되었다니, 그리고 받은 위로를 연료 삼아 열심히 파이팅 하겠다고도 했다. 아마 그분의 리뷰를 보니 아주 힘들 때 나의 단편 소설을 읽게 된 모양이다. 그리고 그 안의 이야기에, 주인공들에게 위로를 받은 모양이다. 이 소설은 사실 내가 힘들 때 나를 위로하기 위해 썼던 소설이다. 처음에는 아주 긴 소설이었고 주인공들이 다 죽는 결말이었는데 행복하게 끝나도 괜찮잖아, 하면서 대거 줄이고 줄여 읽기 쉬운 짤막한 이야기가 되었고 주인공들은 행복하게 될 거라는 결말로 끝난다. 내가 쓰면서도 주인공들에게 힘을 내,라고 하면서 동시에 나도 힘을 받게 되었다.

나락으로 떨어지고 아무리 노력해도 되지 않을 때 좌절을 하게 되는데 그때 쓰러져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또 쓰러지고 자꾸 쓰러져도 괜찮다. 털썩 주저앉지만 않는다면 어떻게든 해볼 테니까. 어제 라디오를 듣는데 버지니아 울프의 말이 나왔다.


서두를 필요 없어요

반짝일 필요 없어요

자기 자신 말고는 다른 사람이 될 필요는 없어요

-버지니아 울프


누군가들이 부러워 허둥지둥되던 마음을 살짝 가라앉혀보자면서 디제이는 말했다. 매일 조깅을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 있다. 가끔 사람들과 함께 달리는 경우도 있다. 그때 나보다 잘 달리는 사람을 이기기 위해 그들의 속도에 맞출 필요는 없다. 달리기라는 건 나만의 보폭과 호흡이 있어서 그걸 꾸준하게 유지하면서 달리면 오랫동안 달릴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목적지까지 달려가게 된다. 자칫 누군가를 따라서 달리다 보면 근육에 문제가 생기거나 다리가 꼬여 넘어지기도 한다. 그렇게 한 번 넘어지면 일어나서 달리는데 노력과 폼이 든다.


그리고 리뷰를 해 준 분은 나에게 감사하고 인사까지 남겼다. 나야말로 감사한 일이다. 나는 매일 글을 적고 있지만 주위에서 가끔씩 듣는 말이 너의 글이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그런 힘이 있는 글을 써라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누구를 위해서 글을 써본 적이 없다. 좀 이기적일지는 몰라도 나는 나를 위로하기 위해서 글을 쓸 뿐이다. 누군가를 위로하는 글은 서점에 엄청 많이 있다. 굳이 나까지 누군가를 위로하기 위해서 글을 쓸 필요는 없고 그럴 자신도 없다. 리뷰를 해 준 분이 나의 글에게 위로를 받았다면 아마 나와 비슷한 마음이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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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파간다의 그 유명한 담배를 든 여성의 뒷모습이다


지금 이 세계는 프로파간다에 의해 움직인다고 해도 거짓이 아닌 세계가 되었다. 이렇게 ‘선전’을 통해서 대중의 마음이 움직이는 세상은 오래전부터였다. 지은이 ‘에드워드 버네이스’는 선전의 아버지라 불리며 프로이트의 조카라는 점도 자신을 알리는데 한몫을 했다.


유튜브가 세상에 도래하고 나서 가장 많이 들었던 새로운 단어 ‘바이럴’도 이 사람, 에드워드 버네이스가 탄생시켰다. 선전은 보통 부정적인 의미로 많이 사용되는데 버네이스는 부정적인 요소를 제거하고 모든 분야에 사용되는 프로파간다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 있다.


그런데 나는 소설만 그동안 읽어서 그런지 너무 어렵다. 단어도 어렵고 내용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러나 아마 대부분이, 일반 대중은 거의 모두가 프로파간다에 알게 모르게 흡수되어 있다. 한 번 프로파간다에 빠져들게 되면 아마 빠져나오지 못하고 죽을 때까지 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개인적인 생각이다.

프로파간다를 잘 보여주는 책 표지


여기 ‘땡전뉴스’라는 게 있다. 모두가 봤을 ‘서울의 봄’의 그 전두광, 그가 집권했을 무렵, 밤 9시만 되면 뚜 뚜 뚜 땡 하면서 맨트가 “전두환 대통령~”라고 시작을 했다. 거의 신격화시켰다. 이렇게 신격화시키는 프로파간다 방법으로는 책에도 나오지만 거대한 그림 같은 것들이 있다. 북한의 김정은이 백마를 탄 그런 큰 그림이나 히틀러의 거대한 그림 같은 것들이다.

 https://youtu.be/SZwWwAUMNsg?si=h3_KNc0wase_2SMm


히틀러의 옆에는 파울 요제프 괴벨스가 있고 괴벨스는 대표적인 프로파간다이다. 땡전뉴스에서 전두환 집권 시절 9시만 되면 ‘뚜 뚜 뚜 땡~ 전두환 대통령~~’ 이걸 바로 괴벨스가 만들어 낸 것이다. 히틀러가 집권 당시 전 국민에게 작은 라디오를 배포하고 9시만 되면 뚜 뚜 뚜 땡 하고 나면 히틀러 어쩌고 하면서 독재자 중심의 방송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괴벨스는 날 때부터 골수염인가? 때문에 다리를 절게 되는데 가난 때문에 수술을 받지 못해 결국 다리가 나을 수 없게 되었다. 가난으로 인해 아버지가 대학교 학비를 대줄 수 없다는 말에 괴벨스는 자신이 알아서 학비를 벌겠다 했다. 그는 키도 크지 않아서 160 정도 되었는데 대학에서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게 되는데 그녀와 순수하게 사랑을 하지만 그녀의 집안에서 반대를 한다.


그녀가 부자와 결혼을 하는 것을 보고 괴벨스는 그녀에게 화가 나서 유서까지 쓰면서 결혼을 반대했다. 괴벨스는 자신 같은 노동자는 죽어라 일을 해도 돈이 쉽게 벌리지 않는데 자본가 유대인들은 펑펑 노는 거 같은데 큰돈을 벌어들이는 것에 큰 분노를 느낀다.


후에 히틀러가 법정에서 하는 연설을 듣고 반해 버려 그에게 다가가서 그의 오른팔이 되어서 유대인 징벌과 독일 정복을 위해 언론을 장악한다. 그게 정권이 국가와 국민을 잡으려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지금 현재 대한민국도 언론 장악, 그런 비슷한 세계가 되어 간다.


괴벨스는 프로파간다로 많은 것을 만들었는데 주인공이 가장 마지막에 등장하는 것도 괴벨스가 만들었다. 이전에는 가장 중요한 인사가 먼저 등장했겠지만 괴벨스는 히틀러를 가장 늦게 등장시킨다. 극적 효과를 극대화시켰다. 모두가 왜 히틀러가 나오지 않지? 보고 싶은 히틀러를 빨리 불러라 할 때에도 등장시키지 않다가 사람들이 조금씩 화가 치밀 때 그때 히틀러를 등장시켜 사람들을 환장, 환호하게 만들었다.


요즘에는 사라진 극장에서 영화 상영 직전 대한늬우스 역시 괴벨스 작품이다. 정부찬양 뉴스를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극장에서 영화 시작 전에 틀어 주는 것이다. 집에서는 뉴스를 선택해서 보지만 극장에서는 전부 몰입해서 보게 된다.


괴벨스보다 더 한 사람이 그의 아내 마그다이다. 괴벨스보다 더 나치였고 히틀러가 죽기 진적 그 사실을 알고 히틀러에게 죽지 말라고 애걸하기도 했다고. 공식적인 아내가 없던 히틀러는 마그다를 내세울 정도로 마그다에 대한 믿음이 강했고 마그다 역시 나치가 되어 목숨을 버리는 것쯤 아무것도 아니었다. 히틀러는 애인과 결혼식을 하고 그다음 날 아내에게 청산가리를 먹여 죽인 다음 자신도 자살을 하는데 죽기 직전 괴벨스에게 전화를 해서 총통 자리를 물려주고 자살을 한다.


공식적으로 하루동안 총통이었던 괴벨스는 다음 날, 1945년 5월 1일에 그 유명한 가족 몰살을 한다. 그때 아직 어린아이들 6명에게 사탕이라며 청산가리를 먹이는데 큰 딸은 그게 뭔지 알고 먹지 않으려고 하지만 억지로 먹는다. 청산가리를 먹는다고 해서 바로 죽지 않는다. 굉장히 고통스럽게 죽는다. 속이 찢어지는 고통으로 거품을 물고 아이들이 벌벌 떠는데 그런 모습을 보면서 마그다는 집 앞에 있는 나치들에게 가서 우리가 죽고 나면 전부 불에 태워라고 했다. 죽어서 연합군의 노리개가 되기 싫다며 괴벨스와 함께 죽는다.


여러 매체나 영화, 티브이에도 괴벨스에 대한 이야기가 많으니까 찾아보면 재미있다. 마그다는 히틀러를 너무나 사랑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왜냐라면 괴벨스와 결혼한 이유가 그가 가장 히틀러 가까이 있기 때문이었다. 프로파간다에 흡수되면 왜 빠져나오기 힘드냐면 동네 어르신들이 KBS 9시 뉴스에 대통령이 영국방문 한 장면을 5분 넘게 했는데 그걸 보면서 굉장히 좋아하고 있었다. 아직도 어르신들 중에는 전두환 집권 당시 경제가 발전했다며 찬양하는 사람도 있다.


현재는 기업과 대중의 관계의 프로파간다가 중요하다. 더불어 개인과 개인의 관계 역시 프로파간다에 의해서 움직이거나 소비가 되는 경향이 아주 짙어졌다.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를 통해서 일인기업이 늘어남에 따라 기능적으로 효율적이지만 부정적인 면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자본주의, 공산주의, 냉전, 이념, 흑색선전 같은 단어가 뜻하는 바를 자세하게 알고 싶으면 프로파간다를 파보면 된다. 미국은 반전 국가였는데 오랫동안 그래왔다. 1916년 우드로 윌슨은 반전 공약을 내세워 대통령에 당선됐다. 지미 마터 역시 반전 공약으로 1976년 대통령이 되었다. 당시 미국은 베트남전에서 패하여 폭망 분위기였다. 세계 최강 미국이 아시아의 뭐? 베트남이라는 이름도 모를 나라의 호찌민이라는 할아버지에게 전쟁을 졌다니,라며 충격과 침울한 분위기였다. 더 이상 아시아의 문제에 미국은 신경 쓰지 않겠다 했다.


다음 해인 1976년 지미 카터라는 듣보잡이 나오게 된다. 지미 카터는 당시 정치경력이라고는 조지아주 주지사 4년밖에 없는 그런 사람이었다. 상의의원이나 하의의원 경력도 없는. 그런 지미 카터가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반전공약 때문이었다. 당시 대한민국에 주둔한 미군철수였다. 주. 한. 미. 군. 철. 수.


한국에 주둔한 3만 명의 젊은 미군을 다 철수시키겠다고 공약하면서 미국 내에서 인기를 얻는다. 제럴드 포드 현직 대통령이 지고 만다. 엄청난 일인 것이다. 그래서 진짜 주한미군을 빼내려고 하고 박정희는 당시 지미 카터를 부르고 박근혜와 마중을 나가고. 이 장면이 유튜브에 컬러로 된 좋은 화질로 영상이 있다.


예전에 지미 카터 이야기를 한 번 했었다. 박정희가 죽고 전두환이 집권을 하면서 지미 카터는 재선을 노리고, 그 사이의 이야기가 정말 재미있다. 김대중은 감옥이 있고. 그는 감옥에서 정말 죽는다며 눈물까지 흘렸다. 지미 카터가 재선이 되어야 풀려나기 때문이다. 레이건이 되면 사형이 집행된다. 그러나 레이건이 미국 대통령이 되고 눈물을 흘렸다. 그때 전두환이 레이건에게 나를 워싱턴에 불러 전두환 정부를 미국에서 인정해 준다면 김대중을 풀어주겠다고 전화를 건다.


94년 김일성이 죽기 직전 지미 카터가 김일성과 만난 일화가 유명하다. 둘이 보트 위에서 웃으며 앉아 있는 장면을 연출한 사람이 바로 대우의 김우중 회장이었다. 김우중 회장도 어떤 면으로 대단한 프로파간다였다. 이야기하면 너무 기니까 여기에서 그만하고.


이쯤에서 봐야 할 영화라면 '트럼보'다. 미국의 천재 작가 달튼 트럼보의 이야기. 정부의 탄압에서 굴하지 않고 미국 할리우드 명작 시나리오를 썼던 달른 트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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