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9일에 방송한 무라카미 라디오에서 하루키는 비틀스의 전설적인 앨범 [서전트 페퍼스~]의 커버 곡들을 소개했습니다. 지난번에 비틀스의 영원한 라이벌 비치 보이스의 전설적인 앨범 [팻 사운드]의 커버를 소개했는데요. 이번에는 비틀스의 앨범입니다. 개인적인 편견이지만 하루키의 라디오 방송을 들어보면 거의 톤을 유지합니다. 그런데 하루키도 인간인지라 비치보이스나 비틀스 이야기를 할 때는 왠지 좀 들떠 있는 것 같아요. 뭐 개인적인 느낌입니다.


하루키는 늘 무라카미 라디오를 이렇게 시작합니다. [곰방와, 무라카미 하루키 데스] <= 이 멘트가 책자로 나온 무라카미 라디오가 진정으로 라디오 방송의 시그니처가 되어 버렸습니다. 몇 해전 단발성, 딱 1회로 무라카미 라디오를 진행했던 첫회를 기억합니다. 그 단 한 번의 특별한 라디오 방송이 현재까지 이어져 벌써 55회가 되었네요.


하루키가 아주 즐거워하며 방송을 했을 때가 가수 사카모토 미우와 함께 방송을 할 때입니다. 사카모토 미우는 목소리가 정말 좋은데요, 뭐랄까 토란잎에 맺힌 물방울 같은 그런 느낌의 목소리입니다. 그녀와 함께 신나게 방송을 했어요. 사카모토 미우는 류이치 사카모토의 딸입니다.


하루키의 이야기는 언제나 재미있네요.


비틀스의 이 앨범은 무려 27주간 엘피주간 1위를 차지합니다. 1967년의 일입니다. 대단하네요.라고 하루키는 운을 뗍니다. 지난번에 비치 보이스의 [팻 사운드]의 커버를 방송했는데 그 시리즈의 연장입니다. 어느 음반이나 나왔을 때 동시대적으로 듣고 있었는데 각각 굉장히 신선한 숨결을 10대의 내 마음에 불어넣어 주었습니다. 그 음악을 들으면, 여러 가지 추억이 생생하게 되살아 납니다.


역사적으로 명반이라고 불리는 앨범을 지금 들으면 별로 감이 오지 않는 것도 꽤 있습니다. 하지만 이 [서전트 페퍼스~]나 [팻 사운즈] 앨범은 지금 들어도 그 신선함을 잃지 않고 있습니다. 그건 아마도 그 당시 돌출된 진짜 오리지널리티와 음악적인 질 높은 수준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대를 타는 것이 아니라 시대를 밀고 나가는 힘을 가진 음악이었습니다. 지금 10대 소년소녀분들이 처음 이 음악들을 듣고 어떻게 느끼실지 저는 모르겠지만 그런 사람들의 마음에도 잘 닿았으면 좋겠습니다.


하루키의 소설 속에 음악이 등장하면 그 음악 하나하나가 소설과 아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데요. 음악을 향한 하루키의 사랑이 소설의 이야기에 스며들어 음악이 나오면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됩니다.


한 시간가량 이어지는 방송에서 하루키는 신나게 비틀스의 노래를 이야기하고 틀어주다가 중간에 이쯤에서 지루하겠지 하며 영화에 등장한 비틀스 음악에 관한 이야기도 합니다. 이런 이야기는 하루키 에세이를 읽는 기분이 듭니다. 아무튼 유쾌한 하루키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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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보는 하늘인데 오늘은 구름이 심심한지 그림을 그려 놨다. 저렇게 보여도 5분을 고개를 꺾어 계속 보고 있으면 어느새 그림의 형태가 달라져 있다. 그 말은 현실적으로는 지구가 움직인다는 증거다. 다른 말로 하면 구름은 늘 어딘가로 뻗어가고 싶어 한다.


이런 멋진 장면을 이렇게 밖에 담을 수 없는 건 순전히 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아직 아이폰 8을 쓰고 있어서 밤에는 이렇게 멋진 장면도 이 정도로밖에 담을 수 없다. 저 하늘에 뜬 저 반짝이는 별들이 밑의 아주 밝은 인공조명에도 굴하지 빛을 내고 있어서 점처럼 보이는 저 별의 존재가 안타까우면서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연일 시끄러운 정국과는 다르게 데카브리를 파고든 4월의 날씨는 포근하고 고요하기만 하다.


무슨 사연이 있을까. 아직 입어도 될 법한 재킷인데 이렇게 길거리에 내팽개치듯 버려져 있다. 도로나 길거리에 신발이나 옷이 떨어져 있으면 무슨 사연이 있을까 생각하게 된다. 일부러 와서 버리지는 않을 테니까. 야간의 다운타운가에는 사람들이 북적북적 인다. 모두가 밝은 표정이다. 하지만 그 사람들도 모두 하나씩의 고민은 있을 것이다. 다 사연이 있다. 그 사연들을 한 번씩 들어보고 싶다. 저 버려진 옷에 얽힌 사연도 보고 싶다.


포근한 밤하늘의 심심함을 나뭇가지가 채워주고 있다. 나무는 더 이상 위로 자라지 않는다. 그 대신 땅밑으로 뿌리는 계속 자란다. 어둠 속으로 뿌리를 뻗어서 당당하게 맞선다. 그래서 가끔 나무는 초현실적으로 보인다.


좀 더 가까이서 보면 저기 저 별이 존재를 빛내고 있다. 하늘이 뿌옇고 흐른데도 저 별은 수십만이나 떨어진 이곳까지 존재를 알리고 있다. 마치 쳐다보는 사람과 교신이라도 할 것처럼.


날도 푸근하지만 바람 한 점 없어서 세상이 멎은 것 같은 날이다. 적요하고 적막하기까지 하다. 이곳까지 시끄러운 자동차의 소음이 도달하지 않기에 가만히 있으면 그야말로 정지한 세상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다.


데카브리가 되면 다리에 조명이 춤을 춘다. 그에 맞게 저 불빛은 하늘로 올라올라 별까지 닿고 싶어 한다. 올해는 그 흔한 머라이어 캐리의 캐럴송도 들리지 않는다. 길거리에서 캐럴이 소멸했다. 날도 따뜻하고 포근하다. 교회마다 화려한 장식들도 없어졌다. 도시는 점점 거대화되고 기능적으로 변하지만 감성적인 부분은 사라지고 있다. 도시에서는 나도 어르신도 모두가 빠르게 걷는다. 도시와 시골의 시간의 흐름은 다르다. 아이와 어른의 시간처럼.

가끔 사람들이 나에게 긍정적이세요,라는 말을 한다. 나는 긍정적이지 않다. 단지 사람들에게 부정적이거나 비관적으로 말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그렇게 들리는 것뿐이다. 나는 오히려 긍정보다는 비관적인 부분이 많다. 비관주의자는 아니지만 늘 긍정적 사고를 하고 긍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지는 않는다. 어릴 때부터 그렇게 지내와서 지금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고 해서 딱히 바꿔야 한다는 생각도 없다. 소심한 성격이지만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지낸다면 그것으로 그냥저냥 만족하는 편이다. 여러 사람들을 위하고 누군가를 위로하는 사람보다는 그저 한 사람에게 상처 주지 않으려 애쓰며 지내는 그런 축에 속한다. 그런 소심함을 연소 삼아 매일 태워가며 조금씩 글을 쓰고 있다. 나의 소심함과 긍정적이지 못한 부분 같은 것들이 글을 쓰는 연료다.

아무래도 큰 소리로 인사를 하는 것도 사람들이 나를 긍정적으로 보는 약간의 이유가 될지도 모른다. 청소하시는 이모님을 매일 만나면 허리를 굽혀 큰 소리로 인사를 한다. 그렇게 2년 가까이 지내다 보니 이모님들이 빵도 주시고, 귤도 주시고, 책 읽고 있으면 와서 책 이야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나는 사람들에게 긍정적으로 보이는 걸까.

어제 김장김치를 받아서 수육과 함께 얼마나 먹었던지 아직도 소화가 안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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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23-12-14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 근사하네요. 저도 오늘 구름 사진 찍었어요. 완전 예쁘더라고요. 언젠가부터 사람들이 서로 인사를 하지 않게 된 문화가 전 섭섭하더라고요.

교관 2023-12-15 11:34   좋아요 0 | URL
오늘은 또 비오는 하늘이네요. 겨울비 오는 하늘 ㅎㅎ
 


미드 초토화는 미국식 코미디 막장 더러운 액션 시리즈다. 제목이 초토화지만 원제는 ‘술에 똥이 된’ 뭐 이런 의미니까 대충 취해서 임수를 완수하는 특수부대원들의 이야기다.

보면 알겠지만 절대 다 컸다고 해서 성인이 된 아이들과 봐서도 안 되며, 부부끼리도 보면 남편이 좀 그럴 걸. 미국식 총기 액션과 미국식 코미디를 좋아한다면 그냥 친구 하고 같이 보거나 혼자서 보기 바람.

이 시리즈는 행오버, 에이 특공대, 분노의 질주, 예전의 폴리스 아카데미를 다 섞어 놓은 듯한 조합과 전개를 보여준다.

전술핵인지 라스베이거스에 터지려는 걸 막아낸 특수부대원은 대통령의 축전도 받고 그날 밤 거기서 미친 듯이 술과 약에 취한다. 분노의 질주처럼 특수부대원들은 여자 남자 섞여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약은 다 나온다. 1, 2화만 보더라도 남녀 헐벗고 나오는 사람들이 많다. 정말 깨알딱 헐벗고 나온다.

세상에서 가장 난잡하기로 소문난 라스베이거스의 클럽에서 아무튼 미친 듯이 논다. 그런데 처리가 끝난 전술핵 폭탄이 그게 가짜였던 것이다. 그래서 7시간 안에 다시 핵폭탄을 멈추는 임무를 완수해야 하는데

특수부대원들이 전부 술과 약에 취해 헬리콥터를 조종하는데 옆에 괴물이 나타나는 환각이 보여서 괴물과 싸우고, 술을 너무 마신 에이바는 물병에 소변을 보고 그 소변이 하하하

뭐 그런 미국식 코미디가 펼쳐지는 가운데 도심지에서 카 체이싱을 하며 미사일도 쏘아댄다. 이야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이야기에 돈은 엄청 쏟아부었다.

이게 보면 정말 병맛이라 어라? 크크큭 하는데 7시간 임부를 8부작으로 늘려놔서 뭐야? 이건? 하는 부분이 있다. 두 시간짜리로 딱 맞는 내용인데 50분씩 8부작이라니. 하지만 나는 하하하 하며 재미있게 웃으며 봤다.

암튼 엄청 섹시한 여자 남자들이 나오는데 헐벗는 장면도 많고 더러운 장면도 많다. 뇌를 깨끗하게 비우고 보면 그냥저냥 볼만한 초토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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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자동차가 자동차를 백만 대 파는 것보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영화 쥬라기파크로 벌어들인 수익이 훨씬 더 많다. 문화가 경제적으로도 얼마나 중요한지 잘 보여준다.

안 그래도 겨울의 분위기를,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전혀 없는 요즘 날까지 봄날이라 겨울의 기분은 전혀 나지 않았다. 힘을 짜내 캐럴을 틀어 보지만 역시 크리스마스 분위기도 나지 않는다. 크리스마스 기간에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면 그건 서글픈 일이다.

영화가 일 년에 세계적으로 쳔 편 이상 나오는 이유가 있다. 영화는 위대하기 때문이다. 누구도 하지 못하는 일, 시간이나 역사도 하지 못하는 일을 영화는 하기도 한다. 영화는 힘을 가지고 있다.

뉴스나 기사로 접하는 사실보다 영화로 각색되어서 접하면 그 사실을 몸으로 흡수할 수 있다. 사회적 운동에 동참하는 계기도 된다. 이번 서울의 봄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영화의 힘을, 영화의 역할을, 영화가 우리에게 하는 말을.

그런데 크리스마스에 관한 영화를 봐도 크리스마스 기분을 느낄 수 없다. 이건 좀 뭔가 잘못된 일이다. 12월만 되면 보는 폴라 익스프레스를 올해도 봤다. 하지만 오늘 이전까지는 폴라 익스프레스를 보며 잔뜩 크리스마스를 느꼈는데 오늘은 별로 감흥이 없다.

나이가 든 어른이 아니라 늙은 어른이 된 것일까. 폴라 익스프레스에는 내용 이외에도 재미있는 요소요소가 많다. 미스터리하게 죽어 버린 마빈 게이의 딸 노나 게이가 여자아이의 목소리를 냈고, 에어로 스미스도 노래를 부른다.

무지무지 큰 화면으로 보면 기차 타고 슝 갈 때 마치 청룡열차를 타는 기분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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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을 굽는데 토마토를 같이 넣어서 구웠다. 토마토는 기름에 튀겨지듯 구워졌다. 토마토를 한 입 먹으니 주욱 하고 토마토의 즙과 기름이 동시에 폭죽이 터지듯 터져 나온다. 쓰읍 할 만큼 즙이 나왔다. 그렇게 무슨 맛으로 먹냐? 같은 말을 하면 내 맘이야,라고 말하겠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내 맘이야 가사가 떠오른다. 한숨을 크게 쉬면 날이 밝아와 치마를 둘러 입고 나가볼 거야, 난 신문을 보며 눈이 뒤로 돌아가 내가 이루려던 꿈에 네가 깔리진 마, 날 행복하게 만든 거라면 난 마당에 나가 잡초나 뽑아야지 말 시키지 마. 정말 멋진 가사라고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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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파리들만 들끓고 있으니 물이 깨끗할 리 없고 물이 더러우니 물을 마시고 배탈이 멈추는 날 역시 없다. 세상은 아름다운 곳인데 아름답게 볼 수 없는 내가 잘못된 것인지 세상이 잘못된 것인지 슬픈 걸 슬프다고 느끼지 못하는 내가 잘못된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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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를 못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정작 한국인인데 한국어를 못한다는 게, 그게 문제다. 문제는 늘 가까이 있다. 문제가 멀리 있다고 생각하는 그것이 문제다. 우리의 문제는 우리에게 있지 우리 밖에 있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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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 말을 하루에 몇 번이나 할까. 아니 한 달에 몇 번, 일 년에 몇 번이나 할까. 평생 몇 번이나 할까. 사랑이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는 건 사랑이라는 게 있지 않을지도 모른다. 사실 사람들은 사랑이라는 건 모른다. 사랑인 척할 뿐이다. 사랑이라는 건 본능 같은 것으로 강아지가 주인을 향한 맹목적인 그 설명할 수 없는 그것이 사랑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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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날을 벌리고 봄이 들어왔다. 12월인데 마치 4월의 봄날 같다. 아지랑이의 냄새가 코끝을 간질이고 부옇고 봄눈이 내릴 것 같은 날이다. 사람들의 옷들도 얇아졌다. 패딩을 입고 다니면 더울 날이다. 겨울이 이렇게 따뜻한 건 필시 무슨 이유가 있어서 그럴 것이다. 요컨대 오래전에 지구에 들어온 외계인들이 더 이상 지구의 온도에 적응하기 힘들어서 자전공전 해수 같은 것들을 변화시킨다거나. 이건 피시 초자연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세상에 없는 빛의 굴절이라든가 말이다. 초자연적인 현상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나 역시 초자연적인 현상을 한 번 겪었다. 학창 시절이었다. 다락방이었다. 작은 불빛에 의지한 채 앉아서 책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때 파리가 불빛의 밑, 다락방 벽에 붙었다. 나와 파리의 거리는 1미터도 채 되지 않았다. 나는 멍하게 파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파리를 보는데 뭐랄까 무념무상의 상태가 되었다. 마치 나의 존재가 나의 몸에서 분리되어 우주로 떠 내려가는 듯한 기분. 나는 한 동안 꿈쩍도 하지 않고 파리를 쳐다보았다. 가만히, 전혀 미동 없이, 나는 내가 돌이 된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심장만 미약하게 뛰었고 나머지 모든 세포는 멈추었다. 사실은 그 정도로 꼼짝 않고 파리를 보고 있었다. 그렇게 한 20분쯤이었을까. 파리가 느닷없이 밑으로 뚝 떨어졌다.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는 일일까. 나는 그때 초자연적인 현상이 있다는 걸 믿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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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없어서 인형과 친구가 되기로 했다. 인형의 주머니에는 쪽지가 있었다. 그 쪽지에는 이상한 글들이 있었다. 나는 그 글들을 읽었다. 그 뒤로 나는 슬래피와 친구가 되었다. 그러나 슬래피는 나 이외에 친구를 많이 만들고 싶어 했다. 슬래피는 까끔 무서운 얼굴을 할 때가 있었다. 그리고 내가 다른 친구와 이야기를 하면 슬래피는 질투를 하고 화를 냈다. 슬래피는 친구를 많이 가지려고 하면서 나는 친구가 슬래피 이외에 더 있으면 안 된다. 나와 친해지는 친구들은 전부 슬래피가 인형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 쪽지에 적힌 주문을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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