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 엽서 디자인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인스타 친구들로 크리스마스카드 디자인을 해 봤습니다. 올해는 하루키의 양사나이의 크리스마스 일러스트로 디자인을 해 봤어요.


이렇게 작업을 해서 사진으로 한 번 출력을 해 봅니다. 출력을 해서 손에 쥐어 보는 게 저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디지털로 보는 것도 좋지만 아날로그식이 아무래도 저 같은 재미없는 인간에게는 어울리거든요.


그래서 1차 디자인이 완성되면 두 달 뒤쯤 크리스마스가 다가올 때 이렇게 저렇게 주물럭 조물조물하면 카드나 엽서가 완성이 됩니다. 그러고 보니 크리스마스 얼마 안 남았네요


제 피드에 뜨는 대로 죽 끌어다 집어넣어서 만든 거라 혹시 없다고 섭섭해하지 마세요 우린 어른이잖아요 ㅋㅋ. 또 내년이 있잖아요.

인스타 스토리 ㅋㅋ


일본에는 먹는 드라마가 정말 많다. 그리고 19금 드라마도 많고 동성의 사랑을 표현하는 드라마도 많다. 채널 J에서 주력으로 미는 고독한 미식가 씨와 와카코와 사케 이외에도 드라이브 마이카의 주인공 니시지마 히데토시의 [어제 뭐 먹었어?]도 시즌 2까지 나왔다. 또 킬빌의 또 다른 히로인 고고 유바리의 쿠리야마 치아키의 [반주의 방식]도 시즌 2가 나왔다. 전부 맛있게도 먹고 한국 음식도 많이 나오고, 한국말, 한국 사람(일본 배우가 연기하는)도 많이 나온다. 방탄소년단은 자주 언급이 된다. 그리고 삼성 폰, 폴더블 폰을 드라마에서 많이 사용해서 조금 놀랐다. 우리나라 드라마에서도 갤럭시 폴더블폰은 나오지 않는 것 같던데.


일드 중에 [어이 미남]에서 아빠 역의 요시다 코타로가 왜 고독한 미식가 씨는 맨날 우롱차를 주문해서 먹냐고 한다. 우롱차는 돈이 드는데 그냥 물 달라고 해서 밥 먹으면 될 텐데, 매일 비싼 우롱차와 밥을 먹냐고 한다. 드라마에서 그런 대사를 하니까 좀 재미있다. 그러고 보면 고독한 미식가 씨는 항상 우롱차를 주문해서 밥을 먹는다. 고독한 미식가 씨처럼 먹고 나면 한 끼에 우리 돈으로 삼사만원은 나온다. 고로 씨는 맛있는 한 끼를 원하는 대로, 배부르게 먹기 위해 일상에서 포기해 버린 것들이 있다. 결혼이라든가. 연애라든가, 아이 같은 일상은 포기했다.


우리나라 내년 경제지표는 더 암울하다고 한다. 올해 말 치킨이나 케이크 같은 경우 대부분 비싸서 편의점이나 대형마트에서 맛은 좀 떨어지더라도 좀 더 싸게 구입할 수 있는 곳에서 사 먹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한다. 그러나 부유한 층의 사람들은 가계에 타격이 없기 때문에 호텔에서 특수로 나오는 12만 원, 30만 원 하는 케이크를 많이 사 먹기 때문에 그쪽의 흐름은 더 활발해졌다고 한다. 우리는 고로 씨처럼 일상의 뭔가를 포기해도 할 수 없는 것들이 점점 늘어가는 것 같다.


나는 3일에 두 편의 영화를 보는 편이다. 꼭 그렇게 하고 있다. 하루에 한 편 영화를 보려고 했지만 그건 무리였다. 영화라는 예술은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한 서사를 두 시간으로 표현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영화는 그 불가능한 일을 해내고 있다. 그래서 영화를 많이 볼 수 있다는 건 기적을 많이 접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물론 나의 생각일 뿐이다. 영화가 세계적으로 일 년에 천 편 이상 나오는 이유가 있다. 뉴스는 사람들이 접하고 나면 그대로 잊지만 영화로 만들어지면 사람들은 기억을 하기 때문이다. 영화는 위대하기 때문에 누구도 하지 못하는 일, 시간이나 역사도 하지 못하는 일을 영화는 하기도 한다. 영화는 그런 힘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영화는 종합예술이고 혼자서는 절대 만들 수 없고 모두가 자기 분야에서 진을 다 쏟아내어서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포레스트 검프가 달려 나갈 때 같이 응원하게 되고, 개츠비가 데이지가 오지 않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기다리는 모습에서 안타까워한다. 영화를 볼 때마다 화를 내고 기뻐하고 짜증 내고 웃는다. 영화는 기적을 불러온다. 영화를 많이 본다는 것 역시 일상에서 뭔가를 포기해야 가능한 일이다. 영화 이야기하니까 이번에 [서울의 봄] 단체관람을 하는 학교 교장이 고발당해서 단체관람 취소되었다는 기사를 봤다. 2023년이 맞나 싶기도 하고. 전 세계에서 지지율이 제일 꼴찌인 일본에게 세계에서 두 번째로 지지율이 낮은 우리 대통령이 굽신굽신하는 모양새가 정말 웃기기도 하면서, 그 옆 보좌관들은 바지가 좀 챙겨줬으면 좋겠다. 아마 막강한 권력을 가지게 되면 도덕적 범죄는 권력 그 밑에 있다고 생각을 해서 몰카니 뭐니 하면서 말을 돌리는 것 같다.


이런 이야기는 그만하고, 우리 집 근처에 바다가 있다고 하니까 인스타로 바다에 가면 고래를 볼 수 있냐고 진지하게 물어서 깜짝 놀랐다. 그 사람이 수원에 사는데 내가 사는 곳이 완전히 시골깡촌바닷가처럼 이야기를 해서 웃음이 났다. 편견은 정말, 예전에 트위터로 – 부산에서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 갔는데 친구들이 부산에 가면 전부 바다가 보이냐고 물었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부산이 얼마나 큰데 말이다.


내가 사는 곳도 광역 시니까 인구가 바글바글하고 뭐 그렇다. 인스타그램이니까 스토리로 일상의 여러 사진들을 올리고 있는데 일단 편견은 그 모든 것들을 다 무시해 버린다. 요즘은 그런 경계가 좀 무너지지 않았나 싶다. 나의 외가는 정말 시골촌인데 구글지도로 검색을 해보니까 거리뷰가 그 깡촌 안까지 다 보여주었다. 그리고 더 웃긴 건 여기가 남부지방 동해바다 쪽이라서 요 며칠 이렇게 추운 날에 내가 사는 곳은 따뜻해서 패딩 같은 건 입지 않아도 되는 줄 알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아무리 편견이 심해서 내식대로 생각을 해도 그렇지 그 정도로 멍청할 수 있을까.


나 역시 편견이 있다. 나의 편견은, 겨울이니까 오즈의 마법사를 본다. 겨울이 되면 봐야 한다. 오즈의 마법사 강아지 토토는 어째서 연기를 그렇게 잘할까. 카메라 앵글에서 벗어나지 않고 양철인간 옆에서, 오즈의 마법사 장막도 걷어 버리고. 토토에게도 상을 줘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 영화는 감독이 일곱 명이나 교체가 되었다. 제작하는 사람이 오즈의 마법사에 대한 욕심이 굉장했다. 그래서 그에 따른 부작용도 많이 드러났다. 양철인간 배우도 두 번째 배우인데 첫 번째 맡았던 배우가 얼굴에 바르는 그 크림 같은 것이 피부에 너무 좋지 않은 성분이어서 연기를 못하게 되었다고. 그때는 얼마나 배우들의 사람이 열약했나. 근래에는 오즈의 마법사 유튜브에 들어가면 밑에 댓글에 전부 주디 갈란드를 응원하고 그런 댓글이 많다. 노예처럼 대하고, 자신의 편은 1도 없는 생활을 했다는 것에서 사람들은 위로해주고 싶은 것이다. 비록 나 역시 비루하고 못났을지라도 주디 갈란드가 옆에 있다면 안아주고 싶은 것이다.


외모지상주의가 형편없는 주의이긴 하지만 형편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속 마음은 말과 다를지도 모른다. 뚱뚱한 사람에게 뚱뚱한 사람이 좋냐고 물으니까 나는 뚱뚱해도 뚱뚱한 애인은 싫다고 한다. 각 방송사들의 기상캐스터는 나날이 예쁘지고 있다. 진정 외모가 예쁘지 않으면 절대 뽑지 않을 것 같다. 인간이 아니라 마치 구김이 1도 없는 A.I 같다. 예전의 기상캐스터들은 인간적이었다면 몇십 년이 흐른 지금 기상캐스터는 주위에서는 볼 수 없는 완벽한 외모로 무장을 하고 브라운관을 점령했다.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하자면, 웸의 라스트 크리스마스가 23년 만에 영국 차트 1위를 차지했다. 조지 마이클은 죽었고 앤드류 리즐리는 할아버지 같은 모습으로 나타나서 웸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찍는다고 한다(이건 좀 오래전 이야긴데). 같은 노래인데 학창 시절에 들었던 라스트 크리스마스는 최고였다. 아마 그때는 조지 마이클도 살아서 팔딱팔딱 뛰는 심장을 지니고 있었을 때라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크리스마스에 일땅이 이땅이 삼땅이가 나오는 거지들의 이야기가 있다. 소설이었는데 예전에 베스트 극장으로 방송이 되었다.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거지 3형제가 누군가를 도와주는 산타가 되는 이야기다. 한 여인이 아기를 낳아서 거지들은 산모와 아기를 위해 미역을 구하고 소고기를 구해서 거지 막사 안에서 미역국을 끓여주는 이야기가 있다.


감정에 호소하는 날이다. 크리스마스는. 감정이 없는 사람이나 동물에게 크리스마스는 아무것도 아닌 날이다. 그저 이어지는 매일의 하루일 뿐이다. 크리스마스 하면 떠오르는 악몽 같은 날이 있다. 그해 크리스마스이브는 조용하게 보내고 싶었지만 떠들썩하게 보내고 싶었던 여자 친구 때문에 클럽의 한 자리를 예약하고 선물을 포장하고. 춤추고 떠들썩하게 보내다 결국 의견이 맞지 않아 크리스마스 연인들처럼 싸우고 말았다.


친구가 없어서 인형과 친구가 되기로 했다. 인형의 주머니에는 쪽지가 있었다. 그 쪽지에는 이상한 글들이 있었다. 나는 그 글들을 읽었다. 그 뒤로 나는 슬래피와 친구가 되었다. 그러나 슬래피는 나 이외에 친구를 많이 만들고 싶어 했다. 슬래피는 까끔 무서운 얼굴을 할 때가 있었다. 그리고 내가 다른 친구와 이야기를 하면 슬래피는 질투를 하고 화를 냈다. 슬래피는 친구를 많이 가지려고 하면서 나는 친구가 슬래피 이외에 더 있으면 안 된다. 나와 친해지는 친구들은 전부 슬래피가 인형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 쪽지에 적힌 주문을 통해 - 미드 구스범스의 이야기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일땅 이땅 삼땅이의 이야기를 논평한 기사가 있다. 야호. https://shain.tistory.com/430


박윤배의 분장이 마치 오즈의 마법사의 지푸라기 인간처럼 보인다. 크리스마스에는 착각하며 상상하고 추억 속에서 공상하면서 보내는 것이다.


유튜브에서 베스트극장 검색하다가 이 편을 봐버렸네. 베스트극장 471회 2001 크리스마스에게 보내는 편지 김인권 정은경 손현주 김지영 https://youtu.be/4mZWTWAi270?si=Xu8pkIt7m8ERmh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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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라디오 3회에서는 하루키가 좋아하는 크리스마스 송을 소개했습니다. 이때가 벌써 2018년 12월이군요. 이 방송은 12월이 되면 매년 듣게 됩니다. 소개할 하루키 크리스마스 송은 네 번째로 소개한 콜비 카레이의 [크리스마스 인 더 샌드]입니다.


콜비 카레이는 늘씬늘씬 큰 키에 컨트리 가수라서 우리에겐 인기가 없지만 유튜브에도 백만 구독자가 있을 정도로 노래를 잘 부릅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노래라면 제이슨 므라즈와 함게 럭키를 불렀는데 뮤직비디오에 늘씬한 모습의 콜비가 등장합니다.


지금 미국 경제를 들었다 놨다 할 정도의 테일러 스위프트도 16살에 기타를 울러매고 컨트리 가수로 등장을 합니다. 미국에서 사랑받는 컨트리 가수는 우리나라의 임영웅 정도의 대우를 받는 것 같아요.


하루키가 소개하는 콜비의 크리스마스 송은 제목을 보면 알겠지만 뜨거운 해변에서의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는 내용의 노래입니다.


[2012년에 발매된 콜비 카레이의 이 곡이 수록된 크리스마스 앨범은 전체적으로 상당히 즐겁고 좋은 곡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다지 평판이 안 좋았던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어째서일까? 그녀의 자작곡 ‘크리스마스 인 더 샌드’는 어딘가 이글거린느 해변에서 맞이하는 크리스마스 노래입닌다. 산타클로스도 물론 수영복을 입고 나옵니다] - 하루키


하루키가 소개하는 신나는 콜비 카레이의 크리스마스 송을 들으며 모두 해피 해피한 크리스마스를.


Colbie Caillat - Christmas In The Sand https://youtu.be/YnvzsZCJjZ0?si=4eq4eui_DIGpDS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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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를 안 건 꽤 오래전의 일이다. 하지만 연락도 끊기고 서로 만나지 않게 된 건 15년도 훨씬 넘었다. 아니 17년은 더 되었을 것이다. 그는 나보다 두세 살 많았다. 하지만 정확한 나이는 알지 못한다. 영화나 소설에서처럼 만나면 악수를 하며 이름을 밝히고 나이를 물어보거나 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알게 되거나 설령 나이나 더 나아가 이름을 알지 못해도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이름을 모르면 그저 별명을 부르면 되니까. 그는 나보다 두세 살 많았으니 형이라 부르면 된다.


그는 꽤 묘한 사람이다. 외로워 보이는 등을 지니고 있었다. 등은 볼품없을 만큼 초라했고 그 작은 등에는 외로움이 기분 좋게 올라타 있었다. 그의 등에 올라탄 외로움은 주위 사람들에게서 조금씩 나눠 받은 것이다. 나는 그것을 알 수 있었다. 그 시절에는 모두가 외로워했고 그 외로움에 하루를 겨우 견디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모두에 나와 그가 속해 있었다. 물론 아닌 사람들도 있었겠지만 모여서 술을 마시게 되면 외로움에 몸부림을 쳤던 시기였다.


그는 학원에서 알게 되었다. 학원은 단과 학원으로 영어, 수학 그리고 다른 과목도 수업을 하고 있어서 학생들로 북적이는 학원이었다. 학원은 방학이 되면 미어터질 정도로 교실에 학생들이 바글바글했다. 학원은 쉬는 시간에 피아노 곡을 틀어 줬는데 그 곡이 카펜터스의 리처드 카펜터가 연주하는 피아노 곡이라는 건 후에 알게 되었다. 나는 리처드 카펜터가 개시끼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카렌을 거식증과 몸에 대한 집착으로 이끈 장본인이 리처드가 아닌가 싶다. 어린 시절부터 착한 콤플렉스를 덮어 씌워 카렌은 자신의 이야기를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게 하고 그저 음악적 능력이 탁월한 오빠가 시키는 대로 꾀꼬리 같은 목소리로 노래만 불렀다. 카렌은 비상하고 싶었을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그와 알게 된 후에 술자리에서 술에 취해서 한 번 했다가 핀잔만 들었다.


그와 나는 성문종합영어를 들었다. 그는 늘 구석진 자리에 홀로 앉아서 수업을 들었다. 수업이 끝나면 대부분 마음 맞는 몇몇이 같이 어울려 밥을 먹거나 당구장을 가거나 술을 마시러 갔지만 그는 늘 혼자였다. 나 역시 어울리는 건 별로라서 혼자서 학원을 나오곤 했다. 학원의 지하에는 식당이 있어서 학생들이 점심시간에 식당에서 라면을 먹었다. 분식집 라면만큼 맛있어서 대부분 라면에 밥을 먹었다. 하지만 그는 라면을 먹지 않았다. 그는 항상 얼마간 저렴한 허여멀건한 국수를 먹었다. 그는 김밥이나 다른 건 전혀 먹지 않고 오직 국수만 먹을 뿐이었다. 그와 이야기를 하게 되면서 왜 항상 국수만 먹냐고 물었을 때 그는 단순히 국수가 맛있어서라고 했다.


나는 그의 행색이 늘 초라하고 국수만 먹고 있어서 가난해서 그러는 줄 알았다. 가방도, 옷도, 신발도 심지어 쓰고 있는 안경도 너무나 초라했다. 누가 봐도 나 초라해,라고 알리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와 친해진 후 그의 집에 한 번 갔을 때 대문을 열고 드러나는 큰 마당을 지나 나타나는 저택 그리고 현관문을 열자마자 세워져 있는 많은 골프채가 그는 가난과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려 주었다. 도대체 왜 이렇게 행색을 초라하게 하고 다니는 것일까.


그의 아버지는 당시 3급 공무원이었고 그는 막내였다. 형과 누나들은 그와는 다르게 명품으로 스타일을 내는 사람들이었고 그와는 무척 달랐다. 다르다는 말은 얼굴에서 형과 누나들은 서로 닮았는데 그 혼자만 어디서 주워 온 것처럼 얼굴이 달랐다. 막내인 그의 얼굴이 큰 누나보다 더 나이 들어 보였다. 그 외 모든 면이 그와 형제자매들은 달랐다. 그는 막내였지만 수명이 다해가는 노인의 콩팥처럼 볼품없는 얼굴에 남루한 행색으로 다녔다. 학력 또한 너무 달랐다. 형과 누나들은 전부 SKY 대학을 나왔는데 그는 상고에 진학을 했다. 뜻하는 바가 있어서 상고에 진학을 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성적이 너무 좋지 않아 겨우 상고에 들어갔고 그때 아버지와 마찰이 심했다고 했다. 그 때문에 성문종합영어를 듣고 전문대 시험을 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그가 성문종합영어 시간에 수업에 집중하지는 않았다. 그저 멍하게 수업시간을 보냈다.


그는 집에서도 거의 말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밥을 먹을 때 빼고는 방에서 나오지도 않는다고 했다. 아버지와 형과 누나들이 그의 주위에 많은 사람들을 대동해서 다가왔지만, 그의 초라한 행색에 다가온 사람들이 마음을 한 번 돌리고 그의 말투와 형편없는 언변에 남아있는 마음도 돌려 버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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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은 시원한 귤일수록 맛있다. 시원한 귤은 차가운 날일수록 더 맛있는 것 같다. 귤은 겨울을 알리는 과일이고 겨울에 풍부하게 있어서 겨울이면 어디서나 먹을 수 있다. 창을 사이에 두고 차가운 바람이 불고 스산한 겨울날에 엎드려 귤을 까먹으며 창밖의 스산함에 빠져드는 건 겨울에만 할 수 있다. 겨울이 아니고는 절대 할 수 없다. 겨울은 춥지만 겨울이라 따뜻하다. 차가운 겨울의 집 안은 따뜻하다. 따뜻한 집 안에서 까먹는 귤은 시원해서 맛있다. 누구 집이나 가게에 갈 때 귤 한 봉지 사들고 가면 좋아하며 반길 때가 있었다. 순전히 과거형이다.


 너도나도 귤 먹고 싶어요. 하던 때가 있었다. 누구에게나 귤에 대한 추억이 있을 것이다. 그 대부분이 귤을 까먹으며 행복해하던 추억일 것이며 잊고 싶지 않은 기억이다. 나도 귤에 대한 기억이 있다. 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다. 그는 귤을 팔던 나이가 많은 귤아저씨였다.


그는 파출소 앞 리어카에서 귤을 팔았다. 생각해 보면 리어카 장사라는 게 세금을 내지 않아서 파출소에서 떨어진 곳에서 귤을 팔지 않을까 싶은데 그 아저씨는 늘 파출소 앞, 그 자리에서 귤을 팔았다. 파출소에서도 귤을 자주 사 갔다. 겨울을 가장 먼저 알리는 것이 그 아저씨의 리어카에 귤이 가득 들어찼을 때다. 아, 이제 여기도 겨울이 오는구나.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다. 그 아저씨는 365일 그 자리에서 과일을 팔았으니까.


리어카에 주황주황의 귤들이 가득 쌓인 모습을 보면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머뭇거리다 보면 아저씨가 한 봉지를 쓱 내밀며 그 안에 귤을 두세 개 더 넣어 주었다. 그러면 안 살 수가 없다. 가격도 오천 원. 오천 원에 귤이 봉지를 빠져나갈 만큼 많다. 여럿이서 먹어도 며칠은 먹게 된다. 아저씨는 어디서 귤을 떼 오는지 사 먹을 때마다 맛있다. 리어카에 가득 쌓인 귤과 귤 사이에 귤이 잔뜩 담긴 검은 봉지에 얼굴이 비어져 나와 보이는 건강한 귤들이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았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큭큭 하며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아저씨는 항상 털모자와 두툼한 옷과 두툼한 장갑을 끼고 겨울을 났다. 그렇지만 햇빛에 그대로 드러낸 얼굴은 새까맣게 타 있었다. 아저씨는 쉬는 날이 없었다. 태풍이 오는 날만 빼고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더우나 추우나 매일 그 자리에서 과일을 팔았다. 귤의 맛은 보장이 되어 있으니 먹던 귤이 떨어지기 무섭게 가서 귤을 사 와서 먹었다. 아저씨는 자주 귤을 사는 나에게 항상 봉지에 담긴 귤보다 몇 개 더 넣어 주었는데 더 이상 담을 수 없을 때까지 귤을 넣어 주었다. 괜찮다고 해도 계속 주었다.


아저씨는 리어카의 손잡이에 엉덩이를 걸치고 [귤 사가이소]라고 크게 말했다. 아저씨는 왜 쉬는 날이 없어요?라고 그 앞 문방구 직원에게 물었다. 직원은 아주 풍채가 남다른 여성으로 내가 귤을 사서 문방구에 볼펜을 사러 가서 귤을 몇 개씩 나눠 주었다. 그녀는 이 근방의 소식통이다. 이 부근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사정을 꿰뚫고 있었다. 지금은 사라진 비둘기들의 먹이를 준다며 문방구 앞 길거리에 나와서 구구구 하며 몇 마리의 비둘기에게 빵가루 같은 던져 주었다. 그러면서 귀와 눈, 그녀의 레이더 촉은 근방 상가의 모든 사람들에게 향해 있었다.


아저씨가 몸이 안 좋잖아요, 다리가 아픈데 쉬지 못하고 매일 장사를 하는 이유가 딸이 아파서 그래요. 무슨 병이라더라? 아무튼 혈액암인가 그런 거래요. 그래서 아저씨는 쉴 수가 없어요. 파출소에서도 아저씨 장사하는 거 건드리지 않잖아요.


아저씨가 리어카 손잡이에 엉덩이를 걸치고 있는 이유는 다리 한쪽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아저씨의 목소리는 항상 쉬어 있다. 그리고 늘 웃고 있어서 표정은 마치 박제해 놓은 것 같을 때가 있었다. 아저씨의 얼굴이 까맣게 탄 건 실은 햇빛에 탄 것이 아니라 간이 망가져서 그렇다. 아저씨는 가끔씩 지쳤는지 멍하게 하늘을 보는 경우가 있었다.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하고 오천 원을 건네면 활짝 웃으며 오늘도 귤이 좋다면서 한가득 담아준다. 아저씨에게 산 귤은 참 맛있었다. 껍질이 잘 까져서 쏙 빠졌다. 주위에 귤을 나눠주면 어디에서 샀느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 아저씨는 사람들이 제일 많이 다니는 다운타운가 파출소 앞 사거리에서 리어카에 엉덩이를 걸치며 겨울을 옆에 끼고 귤과 함께 매일을 같이 했다.


어느 눈이 내리는 날이었다. 아저씨는 이문세의 옛사랑을 듣고 있었다. 흰 눈 나리면 들판에 서성이다 옛사랑 생각에 그 길 찾아가지 광화문거리 흰 눈에 덮여가고 하얀 눈 하늘높이 자꾸 올라가네 라는 가사에서 아저씨의 얼굴 표정이 잠깐 변했다. 하얀 눈이 하늘로 하늘로 자꾸 올라가는 모습을 생각하는 듯했다. 아저씨는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 것일까.


거리는 그대로인데 도로는 변하기 시작했다. 구청장이 바뀌었고 다운타운가에 몇십 년 동안 시민들의 그늘이 되었던 거대한 느티나무가 잘려 나갔고 소방서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고층빌딩이 들어섰다. 도로는 구획정리에 들어갔고 문방구를 찾는 사람들이 줄어들면서 문방구가 있던 4층 짜리 건물이 임대로 나온 채, 몇 년이나 있다가 휴대폰 매장이 들어섰다. 더불어 노점상은 전부 단속의 대상이 되었다. 귤아저씨를 본 건 전통시장 입구에서 잠깐씩 볼 뿐이었다. 귤아저씨는 이를 악 물고 리어카를 옮겨 가면서 귤을 팔았다. 이젠 그 마저도 할 수 없었는지 아예 귤아저씨를 볼 수 없게 되었다.


매일 나와서 귤을 팔면 귤을 사가는 손님을 매일 볼 수 있다면서 하회탈 같은 웃음이 얼굴에 붙은 귤아저씨. 아저씨의 리어카에서 가져온 귤은 금방 꺼낸 군고구마처럼 아주 맛있었다. 껍질이 단번에 까지는 맛있는 귤을 먹을 때면 매일 귤을 팔던 귤아저씨가 생각난다. 나와는 무관한 귤아저씨. 나와는 상관없는 귤아저씨. 그런데 귤을 보면 그런 귤아저씨가 생각난다. 딸의 병을 고치기 위해 하루도 쉬지 않았던 아저씨. 아저씨는 그래도 행복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저씨는 딸의 병을 고칠 수 있을 거라는 꿈이 있었다. 세상에 대한 미련보다는 희망을 품고 있었다. 비록 그 희망이 손에 잡히지 않을지라도 아침에 눈을 뜨고 벌떡 일어나 리어카를 끌고 귤을 팔았다. 사람들이 귤을 한 봉지씩 사 갈 때마다 꿈이 조금씩 이루어진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문세 - 옛사랑 https://youtu.be/n_dA3T2jWkI?si=gm-nz7qAcM2-LpQ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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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는 정말 몸에 해로운가,라는 이 이야기는 의학적으로나 과학적으로 아무런 근거가 없는 그저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다. 



이렇게 추워지기 전, 아침에 출근하려고 나오다 보면 노인정 앞에서 할아버지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이제 아파트 안에서는 금연이라 흡연자들은 집밖으로 쫓겨나듯이 나와서 담배를 피워야 한다. 그러다 보면 매일 엇비슷한 시간에 엇비슷한 사람들이 나와서 담배를 피우니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주로 들어보면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다. 보통 어딘가를 향해 욕을 하며 정치 이야기를 많이 할 것 같은데 몇 년을 지켜본 바 정치 이야기를 하는 건 많이 듣지 못했다.


나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아주 천천히 걸으면서 할아버지들이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본다. 담배를 깊게 빨아 당긴다. 폐 깊숙이 빨아 당겨 맛있게도 뱉어낸다. 쓰으으으 후우. 나는 담배를 피우지 않지만 담배를 피우고 싶어 하는 인간이었다. 저렇게 깊게 빨아 당겨 맛있게 뱉어내고 싶었다. 요즘 가장 맛있게 담배를 피우는 장면을 보는 건 소년시대에서 아산백호가 담배를 피울 때다. 하지만 나는 담배를 피우지 못한다. 담배를 피우면 먹은 것들이 전부 올라온다. 대학교 때 그걸 참고 그냥 피우다가 먹은 것들을 전부 토해내는 바람에 고통이 심했다. 특히 술보다는 밥을 먹고 토하는 건 정말 몸의 내부에 굉장한 통증이 온다. 으허억.


여하튼 매일 오전에 노인정 앞에는 할아버지들이 앉아서 쓰으으으 후우 담배를 태우며 담소를 나눈다. 담배는 전담은 없고 전부 연초다. 쓰으으으 할 때 치이이익하는 소리가 또 듣기 좋다. 담배는 몸에 해롭다. 그렇게 보통 인식되어 있다. 할아버지들이 담배를 저렇게 맛있게 태운다는 건, 아주 젊은 시절부터 담배를 피워왔다는 말이다. 그렇게 몸에 좋지 않다면, 담배가 독이라면 젊은 시절부터 담배를 꾸준하게 피워온 할아버지들은 전부 담배 때문에 일찍 죽거나 담배를 끊고 그저 담소만 나눠야 한다.


담배는 인체에 너무나 해롭다. 세상에서 담배는 가장 해롭다지만 식후 담배 한 대, 과장에게 깨진 후 담배 한 대는 스트레스를 날려준다. 몸에는 분명 해롭지만 스트레스를 날려주는 면에서는 또 담배 한 대가 이로운 면도 있지 않을까 싶다. 저렇게 나이가 많은 할아버지들이 담배를 맛있게 피우고 있는 모습을 보면 세상이 말하는 담배가 정말 그렇게 해로운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번에도 말했지만 담배 피우는 장면은 티브이에 모자이크가 될 정도로 나쁜 것으로 간주하는데 술을 마시는 장면은 너무나 흘러넘치고 있다. 음주운전이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담배를 피우는 건 그렇게 음주운전만큼 타격이 있지 않다.


세상의 모든 것에 과하게 [악]과 [선]이 붙으면 그게 사실이야? 하는 의심을 해봐야 한다. 사람들은 너무나 나약해서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이런저런 전문용어와 사진과 증거 같은 것들로 프로파간다를 하면 순수하게 믿어 버린다.


담배가 그렇게 몸에 해로운가? 만큼 의심이 드는 건 산삼은 그렇게 몸에 이로운가?이다.


산삼을 먹으면 죽어가는 사람도 벌떡 일어난다고 예전부터 우리는 많이 들어왔다. 전설의 고향이나 티브이의 오래된 드라마에서 산삼은 만병통치약으로 비쳤다. 심마니들이 산삼을 캐면 [심봤다!]라고 외치는 것까지 우리는 알고 있다. 산삼은 재배가 안 되니까 캐낼 수밖에 없다. 오래 묵을수록 비싸기 때문에 부르는 게 값이다.라는 말이 어울리는 것 역시 산삼이라고 알고 있다. 산삼이라는 이름과 성분이 들어가면 다 비싸다. 장뇌삼이든 홍삼이든 전부 몸에 좋다면서 전부 비싸다.


그런데 산삼을 먹으면 정말 몸에 좋을까? 의문이 든다. 나쁘지는 않겠지. 나쁘지 않다는 말이 좋다는 말로 바뀌는 것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오리기름이 불포화 지방이라 몸에 좋다고 알고 있는데 포화 지방보다 나쁘지 않은 것이지 불포화 지방이라고 해서 많이 먹으면 좋을 리 없다.


어쩌면 팔아먹기 위한 음모론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산삼은 다금바리와 비슷하다.


다금바리는 음모론의 대표적이라고 생각한다. 바다의 보석 다금바리, 다금바리는 하루에 많이 잡히면 3, 4마리 정도이며 오직 제주도의 바다에서만 잡힌다. 제주도에 가면 무엇이 가장 먹고 싶은지 물어보면 십중팔구 육지의 어른들의 대답은 다금바리다. 무리를 해서 몇 십만 원이나 하는 다금바리를 전투적으로 찾으러 다니기도 한다. 둘 중에 하나가 먹다 죽어도 모를 회 맛이라는 기류가 어른들에게 확실하게 박혀 버렸다. 이렇게 어르신들이 찾는 다금바리는 정말 환상의 맛일까. 우리가 먹는 광어나 우럭, 좀 비싼 돔에 비해 월등히 맛이 좋은 걸까.


사실 다금바리를 먹어본 제주도 사람들의 인터뷰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가히 환상적인 맛이군, 이건 정말 주체할 수 없는 맛이야, 하며 엄지를 척 치켜들 만큼 맛있는지에 대해서 현지인들은 의문을 가진다. 사실 환상적인 맛은 인공적인 맛이 대부분이다. 자연에서 습득한 날 것의 맛으로 환상적인 맛은 나지 않는다. 다금바리를 먹어본 도민은 보통 회보다 졸깃하다 정도라고 한다. 이 졸깃하다는 말은 맛이라기보다 물리적인 표현으로, 환상적인 맛은 나지 않는다고 한다. 다금바리는 정말 드문 물고기다. 하지만 제주도 다금바리 파는 곳에 가면 모두 다금바리가 있다고 한다. 다금바리가 모든 횟집에서 팔아치울 수 있는 횟감이 아님에도 다금바리를 육지 어르신들은 갈 때마다 먹고 온다.


왜 그런고 하면 다금바리에 대해서 뇌는 기억을 조작해버리고 마는 것이다. 다금바리 집에서는 비슷한 횟감을 올리고 다금바리라 하지만 육지인들은 그것을 알지 못한다. 그리고 우르르 몰려 마케팅의 세계에 들어가 버리면 쉽게 빠져나올 수 없다. 다금바리, 즉 맛이라는 건 혀 감각의 문제인데 뇌가 그 감각을 조작해 버린다. 다금바리는 사람들의 환상이 만들어낸 맛일지도 모른다.


산삼을 먹으면 죽어가던 몸이 벌떡 일어날까. 비싸게 주고 구입한 산삼이라는 환상이 어쩌면 산삼 속에 스며들어가 있을지도 모른다. 나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몸에 너무 좋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몸에 좋으려면 뭐든 꾸준하게 자주 먹어야 한다. 그런데 산삼은 매일 밥처럼 먹을 수 없다. 산삼을 먹을 바에는 도라지를 먹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 도라지는 산삼이나 인산보다는 접근성이 쉬우니까.


지금은 그동안 당연한 것들이 전부 다시 한번 뒤집어 봐야 한다. 애플이 아이폰을 들고 등장하자 소니의 아성이 무너졌다. 잡스는 일명 소니빠였다. 그러다가 아이폰이 등장하면서 소니가 물락 하다시피 했다. 그런데 2023년 지금 현재 아이팟은 사라졌는데 소니의 음장기기, 백만 원이 넘는 워크맨 시리즈는 지금 살아남아서 마니아들에게 많이 팔리고 있다. 엠피쓰리의 명가 아이리버 역시 시장에서 사라졌다고 생각했지만 아스델 앤 컨이라는 고급 음장기기로 살아남아서 계속 롱런하고 있다. 디자인이나 성능면으로 보나 소니의 워커맨 시리즈보다 훨씬 낫다. 이런 기기로 음악을 들으면 섬세한 음 하나하나를 다 들을 수 있다.


누가 요즘 엠피쓰리를 듣나? 폰으로 다 되는데?라고 하겠지만 많은 이들이 고급 음장기기로, 즉 비싼 엠피쓰리로 음악을 듣고 있다.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좀 더 음악을 제대로 듣고 싶은 어른들이 접근하게 되었다. 절대 그렇지 않을 것 같았던 것들이 지금은 그렇게 되고 있다.


그동안 당연한 것들에 대해서 의문을 가져야 한다. 모든 것들은 마치 물이 흐르는 것처럼 머물지 않고 전부 흘러간다. 담배를 오랫동안 피워도 오랫동안 사는 사람은 오랫동안 산다. 담배를 피우지 않아도 몸이 빨리 망가져서 일찍 죽는 사람은 일찍 죽는다. 아마 잘은 모르지만 유전자의 문제다. 담배를 계속 피워도 건강하게 폐가 팔딱팔딱 뛰는 유전자가 있고, 그렇지 못한 유전자가 많을지도 모른다. 오늘도 한국인의 건강 문제에 관한 기사가 떴는데 여지없이 담배가 거기에 한몫한 것 같은 뉘앙스의 제목이다. 담배, 물론 안 좋지만 담배를 이렇게 해로운 것으로 알리는 것의 반이라도 음주운전, 술에 대해서도 다가갔으면 좋겠다. 술광고부터 드라마 속 술 마시는 장면은 그야말로 속수무책으로 빠져든다. 어쩌면 술회사들이 담배회사보다 정부에 더 충성을 하는 것일까.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421/0007242503


요즘 여기저기서 인구절벽에 대한 강박에 시달리고 있다. 외국의 한 학자는 한국이 소멸할지도 모른다는 말을 했고 그 영상은 뉴스나 유튜브에 있다. 세계에서 아기가 제일 적게 태어나는 나라가 되었고 이로 인해 국가 소멸에 대한 이야기들이 여러 매체를 장식하고 있다. 그런데 개인적인 생각으로 자정작용이 아닌가 싶다. 그동안 너무 인구가 많다며 한 집에 하나씩만 낳자고 했었다. 인구가 이대로 늘어나면 큰일 난다면서 인터넷이 없던 시대에는 내내 티브이 광고 같은 곳으로 파고 들어서 사람들에게 프로파간다질을 했다. 지금 이렇게 인구가 줄어들어가는 건 그간 너무 흘러넘쳐 과포화된 것에 대한 자정작용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스스로 자정작용에 들어가는 이 흐름에 맞게 국가와 정부는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것들을 해주면 된다.


박태웅 의장의 말을 들어보면 그렇다면 도대체 인구가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 말해주는 곳은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 늘 인구가 많았다, 인구가 과포화다, 하다가 이제는 인구가 소멸 직전이라고 하면서 적정한 인구는 몇이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여기 아주 마음에 드는 기사가 있다. 읽어보면 전부 다 고개가 끄덕여지는 말이다. 만약 적은 수의 인구라면 그 적은 수의 인구로 어떻게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지 궁극적인 방법을 찾아가는 게 국가가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싶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16/0002240982


당연한 것들을 뒤집어서 생각해야 살아남을지도 모르는 시대에 들어온 것 같다. 잭 리처의 시리즈 '리처 2'가 시작했다. 잭 리처는 소설도 재미있는데 소설만큼 시리즈가 정말 재미있다. 안 그런 것 같지만 주위를 늘 경계하며 따라다니는 차와 미행하는 사람에 대해서 간파를 하고, 총을 다를 줄 알고, 빌런들의 진행방향을 미리 생각하며, 무엇보다 시즌 1에서처럼 로맨스에도 강하다. 미국 로맨스는 왜 침대를 다 부 쉴 것처럼 뒹굴뒹굴할까. 리처 이 매력적인 거구의 첩보액션은 사람을 잡아 끄는 마력이 있다. 리처는 당연한 것들을 전부 뒤집는다. 그래서 너무 재미있다고나 할까.


https://youtu.be/OCC6fVFKHtY?si=JTanDS4tZhaubvx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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