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Eliolo on twitter



하루키 소설 - 일큐팔사 속 코뮌


일큐팔사에는 코뮌이라는 조직이 나온다. 겉으로는 자연주의적 노동을 하는 종교적인 모습이지만 실체는 집단주의적 모습을 띄는 단체의 모습이다.


코뮌은 12세기에 성립된 프랑스 중세의 주민자치다. 본래 서로 평화를 위해 서약을 한 주민의 공동체인데 서약을 깨트린 사람들은 집을 파괴당하거나 추방되었다.


이 코뮌은 ‘자치제’인데, 자치제라는 걸 주목하고 후에 공산화의 모습을 띄기도 하는데, 공산화는 인터내셔널 운동으로 총 세 번에 걸쳐 일어난다. 그중 제3 인터내셔널 운동을 코민테른이라고 부르는데 국제공산주의 운동이라 한다. 여기 코민테른에서 만든 공산주의 자치구를 소비에트라고 한다.


소비에트에는 소련 소비에트가 있었고 중국 소비에트가 있는데 중국 소비에트는 중국 인민공화국이 되기도 했다. 그럼 이 코민테른을 숙청하고 파괴한 사람은 누구였을까.


바로 스탈린이다.


사진 역사로 보면 여류 보도사진기자였던 마가렛 버크화이트가 히틀러를 피해 크렘린 궁으로 숨어 들어간 스탈린의 초상화를 담는 쾌거를 올린 일이 있었는데 이 스탈린이 국제 사회주의 운동을 철폐시키고 만다.


코민테른파, 국제사회주의파가 누구냐면 IS가 있고, 이 코민테른파의 거두가 트로츠키다. 레온 트로츠키의 피살은 역사적으로 흥미로운 이야긴데(너무 길어 생략하고), 그 코민테른은 젊은이들로부터 각광을 받는다. 혁명은 늘 기존의 틀을 깨버리기를 바라는 젊은 피를 끓어오르게 했다.


국제사회운동에서 파생되었지만 소련의 영향을 받지 않는 자생적인 노동자계급이 생겨났다. 한국으로 보면 한국의 사회주의가 노회찬이었다. 자생적으로 탄생된 계급이었다.


그런데 자생적이지 않고 국제 공산사회주의, 코민테른의 흐름을 그대로 이어받은 피가 있었는데 이 흐름이 종교단체까지 흘러 들어가게 된다. 이런 배경으로 일큐팔사 속 코뮌처럼 자신을 신격화하고 겉으로는 종교의 조직이지만 집단주의적인 모습을 지니게 되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공기번데기들이 기어 나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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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나쁘지 않네”라고 그녀는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클래식 음악보다는 오래된 재즈 레코드를 좋아했다. 그것도 오래된 것일수록 더 좋은 모양이었다. 그 나잇대의 여자로서는 약간 특이한 취미다. 특히 좋아하는 건 젊은 시절의 루이 암스트롱이 W. C. 핸디의 블루스를 모아 노래한 레코드였다. 바니 비가드가 클라리넷을 불고, 트러미 영이 트럼본을 분다. 걸프렌드는 그 레코드를 덴고에게 선물했다. 하지만 덴고에게 들려주기 위해서라기보다 오히려 자신이 듣기 위해서였다. - 2권 38페이지


Louis Armstrong - Louis Armstrong Plays W.C. Handy

https://youtu.be/81GKTMB7ao4?si=Ap2SFNmJ4TRYZ7d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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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에세이는 일본의 문예춘추 문예지에 실린 후 한국에는 조금 늦게 나왔다. 한국출판이 되기 전 심야북카페에서 번역해서 낭독을 했다.


이 낭독 버전이 한국 출판물보다 더 좋다. 처음부터 좀 다르게 진행되지만(한국 출판물에는 여러 부분을 드러냈다)  내용은 같다. 좀 덜 다듬어진 것 같은데 에세이라 그게 더 좋다.


무엇보다 배경음이 있고, 낭독하는 이의 음색이 호소력이 짙다. 하루키의 아버지 이야기가 마냥 유쾌하지 만은 않아서 낮게 깔리는 낭독자의 목소리가 무척 어울린다.


특히 난징학살 중 중국인 군인을 참수하는 모습을 떠올리는 부분은 처절하기만 하다. 사람의 목이라는 게 단단하게 몸에 붙어 있는 것이 아니다. 그저 근육과 피와 살로 붙어 있기에 물리적인 힘으로 간단하게 떨어져 나가는데 그걸 담담하게 그리고 몹시 사실적으로 떠올리는 하루키 아버지의 모습을 낭독한다.


하루키는 아버지의 그 끔찍한 경험, 아버지의 회상 즉 머리가 잘려 나가는 그 끔찍한 광경이 피를 나눈 아들의 의사체험으로 부분적으로 물려받았다. 유전자는 그런 것이다. 유전자는 피를 통해 연결되는 것뿐만 아니라 의식을 통해서도 이어져 있다.


유전자라는 줄기는 변하지 않는다. 시대가 변하고 사람의 형태가 달라져도 유전자 즉 시스템은 변하지 않는다. 끔찍한 전경을 이어받았기 때문에 두 사람은 오랫동안 침묵을 선택해서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전쟁의 공포를 잊지 못하지만 잊어야 하는 아버지는 지켜야 할 가족이 있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하루키 역시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전쟁의 끔찍한 전경을 이어받았지만 당시 하루키 역시 지켜야 할 아내, 가족이 있었다.


그런 아버지와 하루키를 이어준 건 나무 위에서 울먹이던 어린 고양이었다.




https://youtu.be/HRNqhItHGLI?si=0T-Nv5wZkUCC14om 북카페2NE4 [심야북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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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기담집에 실린 단편 중에 ‘우연한 여행자’가 있다. 제일 먼저 나오는 단편 소설이다. 도쿄기담집은 하루키가 소설에 직접 등장하는 사소설 형식이다. 하루키가 들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단편집에 실린 소설은 주로 인간의 우연과 운명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미 정해진 것처럼.


우연한 여행자의 주인공은 40살의 피아노 조율사로 게이다. 그런 연유로 여성과의 사랑은 실패다. 후에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주위에게도 자신의 성정체성을 알리며 지금은 3살 어린 남자와 10년째 평온하게 지내고 있다.


그는 매주 화요일에 쇼핑센터 카페에서 책을 두어 시간 읽다가 온다. 베스트셀러도 아닌 찰스 디킨스의 황폐한 집을 읽는다. 주인공은 찰스 디킨스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그렇게 집중해서 읽고 있는데 한 여성이 다가와 책에 대해서 묻는다. 그리고 실은 자신도 그 책을 지금 읽고 있는데 신기해서 왔다고 한다. 그리고 두 사람은 이야기를 하고, 내친김에 식사도 하게 된다.


여성은 아이가 둘 있는 유부녀였다. 여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으며 그와 그녀는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일주일 후 다시 만나게 된다. 따로 떨어져 책을 읽고 후에는 같이 식사를 하며 지난번 보다 친밀하게 시간을 보낸다.


차 안에서 그녀가 그에게 적극적으로 호감을 드러낸다. 그러나 그는 게이였다. 결국 그는 여성에게 그 사실을 털어놓으며 일이 이렇게 된 것에 대해서 사과를 한다. 여성은 일상에서 이렇게 대화를 하고 풀어지는 건 오랜만이라며 누군과와, 누군가에게 그저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유방암 검사에서 뭔가가 나와서 재검사를 앞두고 불안해하고 있었다. 그녀는 눈물을 흘린다. 그는 그녀를 안아준다. 그때 그녀의 귀에 난 점을 보게 된다.


그와 가장 친했던 친누나도 귀에 똑같은 점이 있었다. 친누나와 연락을 끊은 지 10년이 흘렀다. 게이라는 사실이 들통나고 당시 누나가 결혼하는데 자신이 게이라는 문제가 친누나와 매형 될 사람에게 스트레스를 주었던 것이다.


그는 그녀를 보내고 난 후 그녀의 상황을 떠올린다. 그저 평범하게 보내고 싶었으나 남편의 무관심, 커가는 아이들, 그녀는 그를 만나면서 10대로 돌아간 기분이었다고 했다. 그녀의 잔상이 점점 희미해지며 멀어지는데 귀의 점은 뚜렷하게 남아있다.


그는 10년 만에 어렵게 누나에게 전화를 건다. 누나는 처음에는 퉁명스럽게 받지만 전화를 받기 전에 울었다는 것을 직감한다. 그리고 누나는 그에게 온다. 누나와 오랜만에 만나 지난 일들을 이야기하는 동안 그와 누나의 유대가 조금씩 완만해진다. 그리고 누나에게 듣는 말이 충격적이었다.


나 내일 유방암 때문에 한쪽 가슴 절제 수술을 받으러 가.


두 사람의 이야기는 어떻게 될까. 이 소설을 유튜브에서 안소연 성우가 낭독을 한다. 전문 성우라서 낭독할 때, 각주를 말할 때, 주인공이 말할 때, 그녀가 말할 때, 누나가 울먹일 때 전부 다르게 낭독을 한다. 마치 한 편의 영화가 머릿속에서 필름처럼 테이크 원, 투, 쓰리 하며 흘러가는 게 보일 정도다.


책을 읽으면서 들어도 좋다. 특히 누나가 눈물을 흘리며 대사를 할 때에는 정말 우는 것처럼 들린다.



https://youtu.be/m-IAPGPTw04?si=obW-Xcx_X7K3BbQ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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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고 나니 설명할 수 없는 쓸쓸함이 들었다. 그 사이를 비집고 마음 한 구석에서부터 따뜻함도 물려 왔다. 마치 예전의 스필버그의 영화 A.I를 보고 난 뒤 따라다니는 이상하지만 찝찝한 행복감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른이 되고 난 후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그래서 가슴 저 밑바닥에는 아직 아이로 남아 있는 부분이 있는데 그 부분을 소중하게 간직하게 된다. 그러다가 힘들 때마다 그 부분에 꽃을 심고 연못을 가꾸고 통나무집을 짓는다. 어른 속의 아이의 정원을 만들어 놓는다.


비밀의 정원. 나만의 정원.


하루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하루를 견뎌야 할 때, 버텨야 할 때 그 정원으로 들어가 안정을 한다. 그러나 완벽한 정원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어른이 되면서 여기저기 부딪히고 닳아서 인지 아이의 정원은 늘 흐리다. 나무가 있고 꽃밭이 있지만 나비는 없다. 조금은 삭막이 정원에 도사리고 있지만 아이의 정원을 찾게 되는 건 그녀가 있기 때문이다.


그녀와 나만의 정원.


그러나 그녀는 내 옆에 있지만 나를 기억하지 못한다. 소설을 읽는 내내 행복했지만 그럴수록 행복 뒤에서 손을 잡고 따라오는 쓸쓸함이 내내 들었다. 행복함은 편안함 때문이었다. 좋아하는 밴드가 새롭게 앨범을 낼 때 큰 변화 없이 이전의 기저를 이어가면서 이야기를 연결 짓는 편안함이 나는 좋다. 그 편안함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그 편안함의 한 손을 잡은 건 쓸쓸함 이기도 했다. 설명할 수 없는 쓸쓸함. 옆에 있지만 더 이상 깊이 들어가지 못하고 바라보기만 해야 하는, 곁에 있어서 나를 알지만 기억하지 못하는. 이 모든 것이 유전자처럼 이미 정해진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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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하루키 사마의 이 일러스트를 보자마자 와 하하, 이야, 이건 뭐, 아, 큭큭큭, 뭐지? 아아ㅡ 흐흐흑 했다. 마치 우물 밑바닥에 붙어사는 히루 같은 생물체가 마법으로 하루키로 변해가는 모습을 그려 놓은 것 같다.


이 일러스트를 보면 딱 떠오르겠지만 색채가 없는~~ 쓰쿠루가 나왔을 때의 그림이다. 중앙일보 ‘색깔 없는 남자 색 찾아 떠나’라는 제목의 칼럼에 삽입된 그림이다. 떠올려 보면 색채가 없는~~ 쓰쿠루가 한국 출간이 되었을 때 신드롬에 가까웠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11947975#home


칼럼은 당시 하루키 열풍이 서점가에 일어났고, 조용필의 19번째 앨범 ‘헬로’가 발매되면서 앨범의 열풍이 일어나고 있어서 두 사람의 공통점을 짚어보고 있다. 두 사람은 환갑을 넘긴 나이에 자국에서 문화계를 강타하며 트렌트 최전선에 서 있다고 했다. 이번 조용필 55주년 공연에 실로 어마어마한 인구가 관람을 했다. 임영웅, 방탄이들보다 더 많은 인기를 지니고 있다.


색채가 없는~ 쓰쿠루가 나온 지도 어언 10년이 지났으니 노익장을 갖다 붙여도 신작이나 노래는 갓 잡아 올린 숭어처럼 신선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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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일러스트 하루키는 산도둑놈 같다. 심란하고 심오하고 고뇌에 빠져있는데 그 고뇌가 밥을 먹고 똥을 쌀까, 똥을 싸고 밥을 먹을까 하는 것 같은 그림이다. 이 일러스트는 2017년 ‘기사단장 죽이기’가 나왔을 때 조선일보에서 다룬 칼럼에 삽입되었다.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7/13/2017071302049.html

이 칼럼은 하루키 단골 골수팬 임경선 작사가 작성했다. 임경선 작가를 미워하지는 않지만 이 칼럼에서 작가는 기사단장은 기존의 소설에서 이것저것 당겨 왔다는 식의 이야기를 초반에 줄줄 한다. 주인공은 어디서, 아내의 사랑을 잃은 이야기는 어디서, 또 이건 어디서, 어디서, 어디서 등등.


늘 느끼는 거지만 하루키 팬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니 굳이 이렇게 길게 주절주절 어디에서 따왔고 같은 이야기는 별로다. 또 하루키의 소설을 모르는 이들이 본다면 뭐야? 이 소설가는 유명하다더니 신작을 낼 때마다 앞의 소설에서 이것저것 따 와서 적는 거야? 같은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자기 복제, 동의반복, 유사성 소리가 절로 나오는 것에 대한 비관적인 말을 임경선 작가도 하지만 애초에 이런 말 자체를 하지 않고 출간된 소설의 이야기에 퐁당 빠져 말을 하면 좋겠다.


왜냐하면 하루키의 소설은 전부 연결되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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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ews.nate.com/view/20210511n36044


이 세 번째 닥터슬럼프 박사처럼 보이는 일러스트는  2021년 네이트 뉴스에 [비바 100]이라는 잡지? 신문사? 의 이희승 기자의 하루키에 관한 이야기다. 기사치고는 조금 긴 이야긴데 가장 재미있다. 기자가 외로운 10대에 처음으로 하루키를 접하면서 대학시절을 거쳐 결혼까지 하면서 자신의 일상과 함께 같이 해온 하루키의 소설을 소개하고 있는데 아주 재미있다.


이 칼럼의 제목이 ‘나의 하루키... 가상 인터뷰로 위안을!’이다. 한창 재미있게 읽다 보면 기자와 하루키의 인터뷰 내용이 있는데 이 역시 재미있다. 그 이유는 가상 인터뷰이기 때문이다.


인터뷰에는 소설과 재즈 그리고 야쿠르트 스왈로즈 야구부터 하루키 요리와 음식, 한국에 왜 한 번도 오지 않냐는 인터뷰가 있는데 가상이다. 그런데 실제 하루키가 답을 한 것 같은 착각이 드는 건 이 칼럼을 쓴 기자가 하루키에 대해서 정말 많이 알고 있구나. 공부를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하루키의 답변을 읽어 보면 에세이, 가장 최근에 다시 읽은 비밀의 숲에서 하루키가 한 말을 정말 하루키가 대답했을 법하게 적었기 때문에 읽으면서 입꼬리가 위로 쓰윽 올라간다.


일러스트는 같은 회사? 비바 100 소속 기자 김병철 기자가 그렸다고 나와 있다. 재미있는 하루키 일러스트와 이야기가 더 있지만 길어서 그만. 하루키에 대한 이야기는 까만 깔수록 재미있는 것이 와르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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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09-27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벨문학상 시즌만 되면 하루키가 부상하는 듯합니다.

교관 2023-09-28 11:52   좋아요 0 | URL
뿐만 아니라 소설을 출간해도 떠들썩하죠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