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주도학습 - 대치동 샤론코치가 전하는 강제적 공부 습관의 힘
이미애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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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초등학교 입학부터 대입 전까지 무려 12년이라는 시간 동안 오롯이 공부를 업으로 삼아애 한다. 100미터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마라톤을 뛰고 있는 셈이다. 장시간 지치지 않고 꾸준히 달리는 체력이 있어야만 결승점 통과가 가능하다. 페이스 조절이 관건이란 이야기다. 페이스메이커인 부모가 도와줄 수 있는 시기는 초등학교까지다. 중학생부터는 아이가 얼마나 자기주도적으로 공부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결정된다. 중학교 이전까지 아이 스스로 공부힐 수 있는 자기주도학습의 틀을 만들어줘야 한다. - '들어가는 말' 중에

 

 

초등학교 때 만든 '학습 습관'이 평생을 좌우한다

 

저자 이미애는 교육 컨설턴트이자, 부모교육 전문가로 현재 샤론 코칭&멘토링 연구소 대표이다. 그녀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교육 강사로 전국 학부모가 가장 만나고 싶어 하는 멘토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결혼 후 12년 동안 전업주부로 생활하며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는 엄마로 유명했던 그녀는 아무리 머리가 좋은 아이라도 엄마가 제대로 지도하지 않으면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이들을 제대로 리드하고 매니지먼트하기 위해서는 전문 지식이 필요함을 느끼고 본격적으로 코칭 관련 공부를 시작, 이 과정에서 자기주도학습이 정착되지 못하는

 

단언컨대 아이가 공부를 못한다는 건 엄마가 게으른 탓이라고 일갈한다. 나아가 사교육에 의존하고 공교육을 탓하기 전에 자녀의 공부 방식부터 바꿔야 함을 강조한다. 처음에는 엄마나 아이 피차가 피곤하고 힘들겠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고 나면 강제적 학습 습관은 자발적 공부 습관으로 이어지며 나아가 자기주도학습 습관으로 정착되므로 이것이 바로 공부의 근육, 생각의 근육, 나아가 자기주도학습의 습관을 길러주는 지름길이라고 설명한다.

 

많은 엄마들이 처음에는 다소 강압적인 제목에 거부감을 보일지 몰라도 책을 읽은 후 왜 <엄마주도학습>일 수밖에 없는지 이해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자기주도학습이 가능하려면 엄마가 주도하는 학습 기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책에 소개되는 '초등 과목별 학습 계획표'를 실천한 아이들이 '자유학기제'에 빨리 적응하고 특목고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처음부터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는 없다

 

 

자기주도학습은 결코 독학이 아니다

 

많은 엄마가 자기주도학습을 혼자 공부하는 '독학獨學' 또는 '자습自習'으로 생각한다. 이는 틀렸다. 자기주도학습은 스승 없이 혼자 공부하는 독학을 또는 스스로 배워서 익히는 자습도 아니다. 독학이나 자습이 가능하려면 기본적인 학습學習이 밑바탕에 깔려 있어야 한다. 그리고 학습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누군가로부터 무언가를 배워야 한다.

 

옹알이하던 어린아이가 부모로부터 '엄마, 아빠'라는 말을 배우고, 'ㄱ, ㄴ, ㄷ'을 거쳐 '가, 나, 다'를 익히고, 끼니마다 엄마가 먹여주던 것에서 벗어나 스스로 숟가락질을 연습하듯 공부 역시 '제대로 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이처럼 배우고, 익히고, 연습하는 과정이 바로 자기주도학습인 셈이다.

 

 

불안한 엄마보다는 부족한 엄마가 낫다

 

모든 것을 다 가지고도 불안한 엄마보다는 조금 부족하더라도 여유 있는 엄마가 낫다. 아이를 몰아치는 완벽한 엄마보다는 조금 덤벙대고 서툴러도 시간을 가지고 아이를 기다릴 줄 아는 느린 엄마가 낫다. 완벽함을 추구하는 엄마들은 아이를 자신의 틀 속에 가두고 단 한 발자국도 벗어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자신의 계획이 틀어지면 불안해하고, 자신의 분노를 끊임없는 잔소리와 억압으로 표출해 아이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기도 한다.

 

 

비록 작더라도 성공체험을 격려하라

 

"또 미술책을 들여다보고 있는 거야? 차라리 그 시간에 영어 단어 하나 더 외우지?"

 
이는 엄마가 나서서 아이의 '성공체험'을 방해하는 꼴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과목을 죽어라 공부한 아이는 서서히 자신만의 공부방법을 체득해간다. 반복해서 미술 점수 100점을 맞다 보면 '아, 공부는 이렇게 하는 거구나', '시험은 이렇게 치르는 거구나'를 깨달으며 스스로 공부의 감을 잡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과목의 공부에도 이를 적용한다. 당연히 다른 과목의 점수도 동반 상승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바로 성공체험의 효과다.

 

우리 엄마들은 아이의 강점이 아닌 약점에 집중한다. 국, 영, 수가 약하다고 이에 집중하는 순간 100점을 받던 미술마저 평균 80점대로 내려오는 건 순식간이다. 강점을 더욱 강화해야 할 시간에 약점을 보완하니 전체적으로 하향평준화되는 것이다. 아주 작은 경험일지라도 꾸준히 성공체험을 시켜주는 것, 이것이 바로 엄마주도학습의 전략이다.

 

 

 

 

국, 영, 수 공부법에 대한 엄마들의 착각

 

만약 중학교에서 학년에 맞는 영어 실력을 갖추지 못하면 고등학교 내내 영어와 수학을 동시에 공부해야 한다. 영어를 제대로 마스터한 친구들이 국어와 사회·과학 탐구 등 수능에 필요한 다른 과목에 공부 시간을 할애할 때 수학에 영어까지 공부해야 하는 아이는 그야말로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당연히 좋은 성적은 기대하기 어렵고, 압도적인 양에 질린 아이들은 공부를 포기하기에 이른다. 그것도 영어 혐오증만 가득 안은 채 말이다. 아이에게 제대로 된 영어 공부를 시키려면 다음의 4가지 원칙만 기억하자.

 

영어 환경에 대한 접촉을 최대한 늘려라

영어에 대한 흥미를 유발시켜라

영어 교재 선택의 중요성을 간과하지 마라

영어 학습기관 선택 시 반드시 커리큘럼을 확인하라

 

 

무효학습과 유효학습

 

'무효학습'과 '유효학습'이라는 말이 있다. y=f(x)라는 공식을 놓고 봤을 때, x=노력과 시간, f= 기억률, y1=성적, y2=느낌(싫증, 딴짓)이 된다. 같은 시간을 공부해도 결과(기억의 출력)는 다른 것이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올까? 그 대표적인 이유를 말하자면 아래와 같다.

 

하나, 독서가 부족하면 역사책을 펼쳐도 모르는 내용투성이라 집중도가 하락한다.

둘, 단순 암기는 곧 죽음이다.

셋, 사회, 역사 등 우리가 말하는 암기 과목은 '이야기 과목'이다.

 

 

블로그 활용하기

 

입시에서 블로그는 개인의 자료를 무한으로 보여주는 창구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학교생활기록부에는 학교에서 인정하는 체험활동만 기록할 수 있으며, 입시 서류인 자기소개서에는 질문에 관한 답변을 제한된 글자 수 안에 써야 하는 제약이 있다. 하지만 블로그는 학생의 모든 활동을 자유롭게 써넣을 수 있다. 나아가 '청소년 운영 우수 블로그'로 선정되면 더욱더 높은 평가를 받게 된다.

 

단, 블로그를 만들 때는 몇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먼저 블로그의 제목인데, 가능한 한 자녀의 이름과 미래의 직업이 담겨 있으면 좋다. 예컨대 '전북 귀농 스토리', '하늘, 그 속의 비밀 - 종이비행기의 비밀', '지혜양의 곰탱 블로그' 등처럼 누구나 손쉽게 검색을 통해 접근할 수 있도록 말이다.

 

카테고리를 만들 때는 자녀의 주 활동을 염두에 두어 가급적 학교생활기록부 내용대로 하는 게 좋다. 과목별 학습법, 성적향상기록, 독서이력, 다양한 체험활동, 전공적합성 탐구활동 기록, 봉사일지와 동아리 활동, 예체능 등의 취미, 특기활동 등으로 분류해서 입시 자료로 활용할 때 유리할 수 있다.

 

 

성적을 미끼로 거래하지 말라

 

"엄마, 나 이번 시험에서 평균 90점 이상 받으면 아이폰으로 바꿔줘"

"그래, 받아 와. 그러면 최신 스마트폰으로 바꿔줄게"

 

이는 자녀와의 딜Deal, 다시 말해서 거래를 하는 부모가 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아이는 마치 성적 향상이 가문의 영광이라도 되는 양 거래를 제시하고, 엄마는 혹시나 하는 희망을 안고 바로 '콜'을 외친다. 물론 성적이 향상된 아이에게 선물 하나 해주는 게 문제일 리는 없다.

 

 

문제는 보상의 기준이 시험 점수, 등수 등 '숫자' 중심으로 돌아갈 때 일어난다. 과정과 노력이 아니라 시험 점수를 물질적 보상과 교환하려 한다면, 자녀는 공부를 '일'로 인식하게 된다. 이때부터 아이들의 머릿속은 빠르게 돌아간다. 자신의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무엇으로 보상받을지 열심히 머리를 굴리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성과급'을 요구하는 이유다. 생각없이 한 엄마의 약속이 자녀를 망칠 수도 있다.

 

 

자녀가 의대를 목표로 한다면

 

요즘 강남에서는 특목고 진학보다 일반고 진학을 선호한다. 자녀를 의대에 보내고 싶어 하는 부모가 일부러 일반고를 선택하기도 한다. 이유는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에 있다. 수시는 크게 학생부교과전형, 학생부종합전형, 논술전형, 실기전형으로 나뉘는데 명문대는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많은 학생들을 뽑는다. 서울대는 수시 100%를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뽑기도 한다. 학생부종합전형에 응시하려면 학교 내신 성적도 좋아야 하고 교내활동도 탁월해야 한다.

 

의대를 진정으로 원하는 학생들은 일반고에서 좋은 내신을 받으려 하는데 강남 일반고는 교내활동도 다양하기에 학생부종합전형에 유리하다고 판단한다. 그렇다고 강남으로 꼭 이사오라는 것은 아니다. 의대 입시에서 기억해야 할 용어는 '지역인재전형'이다. 2015년부터 시행된 이 전형은 서울,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대 의학계열 정원의 일정비율 이상을 의무적으로 지역 고교 출신자를 선발한다. 일반적으로 합격선이 일반전형에 비해 낮으므로 이를 활용하면 좋다.

 

 

 

 

올바른 학습 습관을 만들어주라

 

책장을 덮는 순간, '세살 버릇 여든 간다'는 속담이 떠오른다. 그렇다. 공부는 머리가 아니라 습관으로 하는 것이다. 어느 순간 갑자기 결심한다고 해서 공부가 저절로 되는 게 결코 아니다. 어릴 적부터 습관으로 자리잡아야 비로소 진짜 공부가 가능해진다. 초등학교 5학년까지 자발적 공부 습관이 형성되지 않으면 자기주도학습은 공염불인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엄마의 역할이 크다. 즉 엄마가 학습의 주도권을 잡고 좋은 습관이 만들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초등학생을 둔 모든 엄마에게 필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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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 (일반판)
반디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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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를 건네받은 반디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자그마한 옷장 깊숙이 넣어두었던 원고지를 꺼내 청년에게 건네줍니다. 물건을 받아든 청년은 곧장 집 밖으로 나갔고, 반디가 소장하고 있었던 그 원고는 지금 자유와 희망의 땅 대한만국에 와 있습니다. 북한의 저항 작가인 반디의 '고발'은 이제, 아름다운 반딧불이 되어 북한에 드리운 어둠을 밝히려 세상에 나가기를 기다리고 잇습니다. - '출간에 부쳐' 중에서

 

 

북녘땅 50년을
말하는 기계로,
멍에 쓴 인간으로 살며

재능이 아니라
의분으로,
잉크에 펜으로가 아니라
피눈물에 뼈로 적은
나의 이 글

사막처럼 메마르고
초원처럼 거칠어도,
병인처럼 초라하고
석기처럼 미숙해도
독자여!
삼가 읽어다오

 

-반디

 

작가 반디는 북한 조선작가동맹 중앙위원회 소속으로 현재 북한에 거주하고 있다. 그의 필명인 반디는 '반딧불이'를 뜻하는 말이다. 전체주의 체제 하에서 겪는 삶에 대한 일련의 이야기를 <고발>이라는 제목으로 탈북자, 브로커 등 여러 사람을 통해 남한으로 원고를 반출시켰다. 이 책으로 인해 그는 '북한의 솔제니친'이라 불리며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소설엔 총 일곱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탈북기'에선 우연히 아내의 피임약을 발견한 남편이 아내의 바람을 의심하던 중, 아내의 일기장을 몰래 보다가 마치 주홍글씨와 같은 출신 성분 때문에 빚어진 북한의 참혹한 현실임을 고발한다. '유령의 도시'에선 외국인이 많이 초대되는 행사를 앞두고 덧커튼을 쳐야만 하는 어느 가정의 불편한 현실이 소개된다.

 

열성을 다바쳐 당에 충성했지만 돌아오는 것이라고는 쓸모없는 쇠붙이 훈장들 뿐이라는 '준마의 일생', 노모가 위급하다는 전보를 세 차례나 받은 광부가 '1호 행사' 때문에 여행을 할 수 없어 발을 동동거리는 답답한 현실을 보여주는 '지척만리', 몸을 숨길 곳이 없는 도로 한복판에서 '1호 행사'의 주인공인 김일성 행렬을 만난 할머니의 이야기를 다루는 '복마전', 김일성 애도 기간에는 음주를 못하는데, 이때 발견된 빈 술병에 얽힌 보위부원인 아버지와 아들 간의 언쟁을 그린 '무대', 도내 된장 공급을 위해 온몸으로 충성을 바친 고인식이 오히려 이 성실성이 독이 되어 공개 재판을 당하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을 다루는 '빨간 버섯' 등의 순으로 소설이 전개된다.

 

 

 

 

                

 

 

 


신분차별국가,북한

 

남녀 평등은 고사하고 개개인의 신분이 마치 목장에서 키우는 소 등의 낙인처럼 몸속 깊숙이 찍혀버린 북녁 땅의 사람들에겐 출신 성분이라는 게 가혹하기만 하다. 단편 '탈북기'의 주인공 일철은 의사인 친구 상기에게 자신의 아내가 숨겨둔 의문의 약봉투를 전달하며 이 약의 정체를 알려달라고 요청한다. 이후 감정 결과가 피임약이란 사실을 전해듣고 크게 놀라게 된다.

 

처음엔 형의 어린 막내 아들을 끼고 사는 게 당연해 보였지만 결혼한 지 근 2년 여가 되도록 임신을 하지 못하는 아내가 그 약봉투와 연관되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자 일철은 이후부터 아내의 일거수일투족을 의심하게 된다. 하지만 아내의 일기장을 몰래 들추면서 부끄럽게도 이는 기우였음을 깨닫는다. 그는 일기장에서 기계전문학교를 졸업하고 근무하게 된 공장의 속보판에 '발명가 리일철 동무! 크랭크 자동대패 제작에 또 성공!'이라는 글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환희에 벅찼다는 글과 남편의 입당을 위해 치근덕대는 아래층 부문당비서의 성희롱을 참아내야만 한다는 글을 읽어 내려갔다.

 

아내가 자신의 친구에게 부탁해 빼내온 집안 이력의 사본에 적힌 글을 보고서 결정적으로 아내가 왜 피임약을 복용하는지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그날의 일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문영희가 꼭 한 달 만에 부탁했던 사본을 가져왔다. 차라리 안 보는 것이 좋았을걸. 내가 왜 그런 부탁을 했는지 모르겠다"

 

리일철

계층별 - 149호 가족

평가 - 적대군중

 

아버지 리명수

일제시기 부농르호 당의 농업협동화 정책에 불만을 품고 원산시 ~군 ~리에서 논벼 랭상모에 대한 해독행위 감행. 반당 반혁명 종파분자로 처단.

 

어머니 정인숙

남편의 처단에 대한 불만과 화병으로 현 거주지에서 사망  

 

나는 사본을 쥔 손으로 나도 모르게 내 아랫배를 더듬었다. 거기서는 지금 결혼 후 뒤늦게이긴 하지만 새 생명이 움터 자라고 있었다. 부끄러워 아직 남편에게 알리지 않고 있었던 것이 다행 중 다행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땅에 생명을 낳을 때 그 생명이 복되기를 바라서이지 한뉘를 가시밭을 헤쳐야 할 생명임을 안다면 그런 생명을 낳을 어머니가 이 세상 어디에 있으랴!
- '5월 23일 일기' 중에서

 

 

자유로운 여행은 불가능하다

 

광부로 일하는 명철 앞으로 고향에서 '모친병 위급 급래'라는 전보를 연거푸 석 장이나 날라왔다. 이번에 가지 못하면 생전의 모습을 더 이상 보지 못할 것같은 예감이 들었다. 하지만 두 차례나 여행증명서 발급이 부결된 터라 노심초사하며 또 전보를 내밀었다. 이를 본 취급자는 상부의 지시로 증명서 발급을 제한하고 있다고 외려 큰 소릴를 쳐댄다.

 

본디 명철은 군복무가 끝나면 귀향해서 농사일을 하려 했었다. 고향엔 사랑을 약속한 처녀가 있었고 농장원에 메인 어머니를 곁에서 모실 수가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런 희망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제대 후 집단배치 명령을 받아 검덕산의 광부가 되어버렸던 것이다. 여기서 빠져나가려고 별별 노력을 다 해보았지만 효과가 없었다. 겨우 고향 처녀를 이곳으로 데려오는 것 말고는.

 

내가 무슨 죄를 졌게?… 도둑질을 했나, 살인을 쳤나?… 내 나라 내 땅에서 어머니 병문안 가는 게 이리도 죄란 말인가, 이리도!(130쪽)

 

더 이상 정상적으로 고향 가기가 어렵자 그는 무작정 길을 나섰다. 운좋게 영삼의 도움으로 네 차례의 증명서 검열을 피했지만 영삼의 하차로 인해 이젠 검열을 피할 방법이 없게 되었다. 그는 단속자의 눈을 피해 열차 의자 밑으로 숨어들었다. 퀴퀴한 냄새를 참고 있는데 한줄기의 전등 빛이 찾아들면서 "증명서"를 외치는 소리가 위에서 들렸다. 이때 열차 안이 갑자기 정전되는 바람에 그는 얼른 다른 칸으로 건너가 위기를 모면했다. 이후 냄새가 진동하는 화장실에서 숨기를 하면서 무사히 목적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통행증도 없이 역까지 왔지만 집으로 가는 도중에 보초소에서 걸리고 말았다. 군안전부 노동단련소로 끌려가 22일 간 마소처럼 일을 한 뒤 석방되어 고향집에 가보지도 못한 채 다시 광산 인근 집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아내는 명철의 아픈 상처를 헤아리고 다시 증명서 발급을 받아 가면 된다고 위로한다. 다음날, 우편통신원이 열린 창문으로 전보를 들이밀었다.

 

'모친 사망'



하나하나 아픈 사연들

 

소설은 북한의 사회주의제도의 문제점을 하나둘 끄집어 내어 실제 북한 주민들이 겪는 고통을 대변하고 있다. 21세기에 출신 성분으로 사람들을 구분하여 충성을 강요하는 독재 정권의 전말은 물론이고 이 낮은 성분 때문에 자식을 낳지 않으려하는 일철의 아내 이야기는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곧 죽을 것같은 예감 때문에 앞뒤 가리지 않고 어머니를 찾아간 명철은 결국 군안전부 보초에 제지당하고 나중에 사망 소식을 전보로 접한다. 이렇게 통행이 자유롭지 못한 나라가 지구촌에 또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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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을 향한 열정 - 원칙과 디테일의 승부사, 한미글로벌 김종훈 회장의 멘토링 엔지니어 멘토 3
김종훈 지음 / 김영사on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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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절과 무기력이 습관처럼 몸에 배게 내버려두지 마라. 설 곳이 없어 방황할 수는 있다. 그런 자신이 작아지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렇다고 '헬조선'과 같은 말로 우리 사회를 비하하고 스스로를 무기력하게 만들지는 말자. 말에는 고유의 힘이 있다. 한번 내뱉은 말은 다시 자기에게로 돌아와 스스로의 행동을 규정한다. 그러니 습관처럼 냉소와 자조 섞인 말로 '어차피 노력해도 안 될 거'라고 미리 절망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절망은 실패와 좌절의 기억들만을 재생산하고 행동을 제한할 뿐이다. 절망의 프레임에 갇히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란 건 아무것도 없다. 개천에서 용 나는 시대는 지났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아직 그런 말을 하기엔 이르다. 여전히 개천에서 용이 날 가능성이 있는 시대라고 믿어라. 자학하고 좌절하기에는 아직 청춘은 힘이 있다. - '에필로그' 중에서

 

 

여전히 개천에서 용이 난다

 

책의 저자 김종훈은 (주)한샘건축연구소와 (주)삼성물산 등에서 일했으며 국내 최초의 CM전문기업인 한미파슨스를 설립, 현재는 한미글로벌 대표이사 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이 외에도 건설산업비전포럼 공동대표, 공학한림원 원로회원, (사)CEO지식나눔 이사, 책 권하는 사회운동본부 공동대표, 사회복지법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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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은 살아있다
이석연 지음 / 와이즈베리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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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그 측근 권력자들에 의해 헌법질서가 침해되는데도 헌법을 지켜야 할 권력기관 등이 방관하자 마침내 이 땅의 주인이 나섰습니다. 작년 10월 말부터 시작된 촛불집회는 세계 헌정사상 유례가 없는 저항권 행사의 모범이었습니다. 마침내 국민은 가장 큰 심부름꾼(대통령)을 바로 내치는 대신 그 잘잘못을 문서로 남기기 위하여 마지막 헌법 수호기관인 헌법재판소의 심판대(탄핵심판)로 올렸습니다. - '서문' 중에서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다

 

책의 저자 이석연 변호사는 행정고시(제23회)와 사법시험(제27회)에 합격한 후 법제처와 헌법재판소 에서 15년간 공직에 몸담았다. 그 사이 육군정훈장교로 3년간 전방 철책부대 등에서 군 복무를 했다. 감사원 부정방지대책위원장을 지냈으며, 2008년 3월부터 2010년 8월까지 법제처장(제28대)을 역임했다.

 


그는 주로 공익소송을 맡으면서 시민운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제1호 헌법연구관을 지낸 그는 제대군인 가산점, 행정수도이전법, 가정의례법, 국회의원선거구 획정 등 30여 건의 위헌결정을

 

 

촛불집회는 혁명도, 헌정 중단도 아닌 헌법에 근거를 둔 정당한 국민행위이다.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과 모든 권력이 국민에게 있다는 주권재민主權在民의 헌법 조문은 더 이상 정치적 장식물이 아니라 언제라도 주인이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다. 우리 사회의 모든 현안과 문제가 헌법이 정한 적법 절차에 따라 논의되고 해결되어야 한다.

 

뒤엉켜버린 복잡한 현안도 차근차근 실타래를 풀듯 해결해나가면 된다. 예를 들어 역사 문제처럼 보이는 대한민국의 건국 연대 시비도 헌법에서 그 답을 찾아야 한다. 헌법은 국가의 모든 문제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자 이를 해결하는 크레타 공주 아리아드네의 실에 비유할 수 있다.

 

 

 

 

헌법은 국민 통합을 지향한다

 

대한만국 헌법의 기본 이념은 정치, 사회적으로는 자유민주주의를, 경제적으로는 자유시장경제의 질서를 두 축으로 삼고 있다. 이와같은 이념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법치주의 또는 적법한 절차를 핵심으로 한다. 나아가 헌법은 이런 이념과 수단으로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질서는 국민 개개인의 인간적 존엄과 가치 구현 및 행복추구권의 보장이다.

 

최근 우리 사회는 지나칠 정도로 공동체적 연대가 허물어지고 있다. 이념 편향적이고 극단적 주장에 치우치기 때문이다. 국가의 정체성이 흔들거리고 개인 간의 최소한의 연대 끈도 점점 사라지는 경향을 보인다. 국가나 사회 속에 마치 자기만의 성을 쌓고 성문을 굳게 닫은 것처럼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헌법을 자기편의적으로 해석하거나 폄훼하는 경우도 있고, 헌법마저도 이념 투쟁의 대상으로 삼기도 해 개탄스럽기 그지없다. 이젠 헌법에 기초한 공동체 정신을 시급히 회복해야 할 때이다. 다양한 이념과 가치관을 지닌 대한민국 국민들이 합의할 수 있는 기본 텍스트가 바로 헌법임을 깨달아야 한다. 즉 헌법은 국민통합의 나침반이 돼야 한다.

 

 

 

헌법상 대한민국은 언제 건국된 것으로 인식하는가?

 

헌법 전문前文은 헌법의 기본이념, 또는 정신을 표출한 헌법의 근본 규범으로서 헌법 본문 마찬가지로 규범적 효력이 있다. 제헌헌법 전문에서 "3.1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대한민국 건립은 곧 건국을 의미한다)했다고 규정한 것은 대한민국 건국년이 1919년임을 국가의 최고법인 헌법에 의해서 국내외에 천명한 것이다. 그리고 1987년 10월 29일 개정된 현행 헌법 전문 서두에서 제헌헌법의 정신을 이어받아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고"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3.1운동으로 대한민국이 건국되었으며 현 대한민국이 바로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연장선상임에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한편 3.1운동(저자는 이를 혁명으로 인식)으로 1919년 4월 11일 공포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첫 헌법인 '대한민국 임시헌장'(같은 해 9월 11일 '대한민국 임시헌법'으로 개정)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제로 하고 국토 회복 후 만 1개년 내에 국회를 소집하도록 하여 대한민국의 국체와 정체를 명시하고 있다.

 
이에 저자는 헌법적 차원에서 볼 때 대한민국은 1919년 3.1혁명에 의해서 건국되었기에 대한민국이 1948년 8월 15일에 수립되었다는 주장은 헌법의 정신에 반한다고 주장한다. 헌법은 국가의 근본법이자 최고법규이며 국민주권과 통치권 행사의 연원이므로 이제 건국절을 둘러싼 논쟁은 끝내야 할 때라고 한발 앞서 간다. 하지만 임시정부의 수립이 과연 국민의 총의였는지, 어떤 절차에 의거 수립된 것인지, 국가의 실체가 있었는지(당시는 일제식민국가였음) 등에 대한 논쟁이 남을 수밖에 없다.

 

 

개헌改憲을 말하다

 

헌법은 제2조 및 제130조에서 모든 권력은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나오고, 국가의 최고 의사결정의 장전인 헌법의 개정은 주권자인 국민이 최종적으로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헌법 개정은 기본적 인권 보장을 강화하고 헌법의 최고 규범성을 공고하게 하는 차원에서, 또한 우리 사회의 병폐인 지역, 세대, 계층, 이념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차원에서, 정치적 흥정과 편의를 떠나 헌법 개정 권력의 주체인 국민의 입장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이런 전제 하에서 이루어지는 향후 개헌 과정은 국민 중심의 개헌,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을 신장하는 개헌,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재확인하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국민통합의 개헌, 모든 국민이 더 나은 대한민국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국민 축제의 장이어야 할 것이다. 이에 저자는 개헌안에 꼭 담아야 할 10가지 핵심을 아래와 같이 열거한다.

수도, 국기, 국가, 국어에 관한 조항 신설
자유민주주의와 자유 시장경제를 표방하는 국가의 정체성 조항과 저항권 조항 신설
기본권의 신설, 확충
권력 구조, 또는 정부 형태의 손질
대통령 선거에서 결선투표제 도입
국민발안제, 국민소환제 도입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폐지 및 면책특권 제한
정당의 헌법적 특권 폐지
대법관, 헌법재판관에 대한 국민심사제 도입
교육 자치를 포함한 지방자치제도 확대와 보완

 

 

수도이전법 위헌결정

 

수도이전법 위헌결정은 헌법재판소의 존재 의의를 국민과 세계인에게 부각시켰고, 헌정사적으로도 중요성을 갖는 판례였다.무엇보다도 불문헌법으로서의 관습헌법의 존재와 그 요건을 명확히 함과 동시에 국민의 기본권을 관습헌법으로까지 확대시켰다는 점에서 외국의 헌법 사례 연구 대상에 오르고 있기도 한다.


저자는 이 헌법소원을 진행하면서 회유와 협박에 시달리기도 하였으나 일관되게 밀고 나간 것은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데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 결코 아니다. 수도 이전과 같은 국가의 명운이 걸린 중요한 사항은 헌법이 정한 국민적 합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헌법 정신을 지키고자 함에 있었다.


그러나 참여정부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그대로 따르는 대신 수도 이전 예정지로 정한 바로 그 자리에 정부 부처의 대부분을 옮기는 '행정중심복합도시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이른바 행복도시법, 지금의 세종시법)을 제정하여 수도를 사실상 분할하였다. 현재 세종시로 정부 부처 대부분이 이전됨으로써 국민과 정부 부처 공무원들이 겪는 불편함과 국가적 낭비(고비용, 저효율, 비능률)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헌법을 수호해야 할 당시 대통령은 국민들 가슴에 대못을 박고 말았다.

 

 

세금 낭비, 휴대전화 요금 헌법소원을 고려 중

 

저자는 세금 낭비 내지 예산 낭비에 관한 것은 공익소송뿐만 아니라 새로운 유형의 시민운동으로도 전개하려고 한다. 입법운동으로서 세금이나 예산 분배와 집행 과정에 국민이 참여해서 감시하는 절차에 관한 법, 예산을 낭비한 공직자에 대한, 특히 정치적 공무원에 대한 책임 추궁을 하는 법을 만드는 것을 포함해서 필요한 경우는 환수소송을 하는 등 세금 제대로 쓰기에 관련된 공익소송을 전개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억울하게 당한 사람을 줄이기 위해 잘못된 정책, 법령, 제도에 대해 헌법소원 등 헌법재판으로 접근하는 방법을 다각도로 강구하고자 한다.


현재 휴대전화 요금 체계에 따르면, 통신회사가 지나치게 많은 이득을 취하고 있다. 휴대전화 구입 과정에서부터 통신 요금이 분리되어 있지 않고 통신사가 금융사까지 겸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사면 판매회사와 금융회사가 각각 따로 있는데 휴대폰은 판매사가 두 가지를 겸하고 있다. 전기통신사업법 등 관련 법령을 고치는 식으로 국가가 어느 정도 관여해서 가격을 낮추거나 가능한 방법을 검토해 공론화시켜서 지금 국민이 부담하는 통신요금, 즉 휴대전화 요금을 3분의1에서 2분의1까지 내릴 필요가 있다고 저자는 생각한다.


가계 부담 항목 중에서 휴대폰 요금이 세 번째로 높다고 밝혀진 이상 이를 헌법소원으로 공론화하려고 저자는 전문가들과 상의하고 있다. 통신회사가 커다란 이득을 얻고 있는데 이걸 정부가 통제할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법이 잘못되었다면 법을 문제 삼고, 그런 제도적 장치가 없으면 만들려는 것이다. 헌법소원이나 공익소송과 더불어 시민운동으로서 전개하고 싶은 꿈을 가졌다고 포부를 밝힌다.

 

 

 

 

대한민국 헌법을 읽어보자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고별연설에서 "헌법은 놀랍고 아름다운 선물입니다. 헌법에 힘을 부여한 것은 국민의 참여와 국민 스스로가 만든 선택에 의해서입니다"라고 말했다. 어쩌면 우리 국민들이 헌법의식에 관한 한 정치인이나 지식인보다 고양되어 있다. 헌법을 살아있는 규범으로 만드는 국민들의 의지가 이제 정치와 사회를 개혁하고 주도해야 할 때이다. 모두에게 헌법의 필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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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롱맨의 시대 - 최소 4년, 최대 8년 트럼프 대통령이 그리는 세계 대변혁 시나리오
매일경제 국제부 지음 / 청림출판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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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월 20일, 드디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대가 열렸다. 브렉시트와 더불어 2016년 최고의 이변으로 여겨지는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은 한마디로 전 지구촌에 '쇼크'였다. 이때부터 세계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트럼프의 당선은 취임 이후도 불확실성의 연속이다. '럭비공'으로 표현되는 좌충우돌식 백악관, 정부 인선을 시작으로, 그가 미국을 어떤 나라로 만들어갈지는 예측불허의 상태다. - '서문' 중에서

 

 

지구촌에 어떤 격량이 몰아칠까?

 

트럼프의 당선 직후 정치적 발언과 조치는 전 세계를 예측불허의 상태로 밀어 넣고 있다. 마치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듯이 대만 총통과 긴밀한 제스처를 취하고, 선거 공약으로 내세운 고립주의를 실행하듯 멕시코와의 국경에 담을 치고 무슬림 7개국의 입국 불허 조치를 내림으로써 약한 상대에게는 강한 펀치를 먹이겠다는 의도를 내보이고 있다.

 

일본의 아베 수상과의 정상 회담이 있던 날 북한의 김정은이 동해상으로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자 경고에만 그치지 않고 북한의 심장 평양을 향해 직접적인 포격을 감행할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을 쉽게 한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정치, 경제적으로 미국과 밀접하게 얽힌 나라에게는 매우 치명적인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은 매일경제신문 국제부가 향후 최소 4년, 최대 8년간 전 세계를 주도적으로 이끌 트럼프 대통령과 그 정부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다각도로 심층 분석을 하고 있다. 트럼프가 대선 과정 내걸었던 공약을 통해 그가 걸어갈 정책 방향을 탐구했고, 나아가 그가 지명한 내각 인사들의 성향까지 분석해 트럼프 정부의 민낯을 들여다보고 있다.

 

 

 

 

트럼프노믹스는 바이 아메리칸 정책의 부활인가?

 

트럼프가 구상하는 소위 '트럼프노믹스'의 핵심은 '일자리 창출'이다. 그가 미국 대통령이 선거 과정에서 내세웠던 감세, 규제 완화, 인프라 투자, 화석에너지 개발 적극 추진 등의 공약들은 모두 일자리와 연관돼 있다. 가계 세금을 낮추면 민간 소비가 늘어나고, 기업 세금을 낮추면 기업들이 투자를 늘린다. 이에 따라 경제가 활성화되고 궁극적으로 일자리가 늘어난다. 규제 완화는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이는 경제성장을 촉진시켜 일자리를 늘린다. 대규모 인프라 투자는 경제를 활성화시킬 뿐 아니라 그 자체로도 대규모 일자리를 만들어낸다.

 

미국 내에서 일자리를 늘리고자 추진하는 강력한 정책이 바로 '메이크 인 아메리카' 정책이다. 그는 미국의 제조업 부활을 강조하며 자국 내에 공장을 두고 생산하지 않은 제품의 수입을 불허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기까지 한다. 그래서 최근 포드 자동차는 16억 달러 규모의 멕시코 현지 공장 설립안을 백지화한다고 발표했다. 대미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제품들의 판매에 악영향을 초래할 수도 있을 것이다.

 

 

트럼프의 통상 마찰은 결국 백인 노동자에게 타격을 입힌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2016년 한 해를 회고하면서 사람들의 감정과 편견을 먹고사는 선동가이자 스트롱맨(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닌 지도자를 가리키는 말)으로 러시아의 푸틴과 터키의 에르도안, 중국의 시진핑, 필리핀의 두테르테 등과 더불어 트럼프를 꼽았다. 미국은 다원주의, 관용, 법질서 같은 민주주의 가치를 존중하는 수호자 역할을 해왔고 거의 언제나 역사의 '옳은 편'에 서 있었다.

 

그러나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의 미국은 앞으로 어떤 모습일까? 각국 스트롱맨들의 힘겨루기 속에서 브렉시트처럼 다시 예측 불가한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그토록 백인 노동자들이 열광했던 미국 우선주의가 인프라 투자와 감세, 보호무역, 규제완화 등이 정책으로 이어져 그 열매는 노동자보다 부유층에게 귀속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파이낸셜타임스>는 칼럼('트럼프 정책은 백인 노동자에게 유익하지 않다')을 통해 인프라 투자를 제외하면 백인 노동자들이 혜택을 볼 수 있는 정책은 사실상 없다고 혹평했다.

 

 

 

한국의 외교, 시야는 불투명

 

오바마 정부는 일관되게 '아시아 중시 정책'을 표방했다. 힐러리 클린턴도 이 정책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었기에 한국의 외교는 예측가능한 시나리오를 수립할 수 있었다. 하지만 트럼프의 당선으로 시야가 불투명해졌다. 트럼프의 외교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이 없기 때문이다. 마치 물안개가 자욱한 광활한 호수를 바라보는 기분이다. 무엇이 눈앞에 튀어나올지 도대체 알수가 없다.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한국 외교가 선택을 강요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가 공식 집무를 시작하기 전부터 이미 시작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아시아 패권 다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양국은 우리에게 줄서기를 요구할 수 있다. 특히 트럼프 시대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북핵, 사드 배치, 주한미군 방위비 등의 현안은 모두 휘발성이 강한 소재들이다. 이중 사드 배치 문제는 미국과 중국의 틈바구니에서 좁아진 우리 운신의 폭을 더욱 좁힐 것이며, 여기에 푸틴의 승부사적인 전략으로 러시아의 개입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국의 대선에 미칠 영향은?

 

트럼프는 시대적 흐름을 제대로 읽었다. 2016년 지구촌의 가장 큰 화두는 브렉시트로 촉발된 글로벌 고립주의의 등장이었다. 브렉시트 이후 지구촌에는 세계화의 반대 개념인 고립주의 현상이 급속히 퍼져나갔다. 난민 정책에 가장 너그럽던 독일마저 빗장을 닫아걸게 만들었다. 트럼프가 내세운 미국 우선주의도 전 세계에 퍼져나가고 있는 고립주의의 한 단면이었다. 난민을 배척하고 유럽연합과 섞이기를 거부한 것이 브렉시트라면, 이민자를 축출하고 자유무역을 부정하는 것이 트럼프식 고립주의다. 트럼프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물론 이것만이 그의 당선에 유력한 요소였던 것은 아니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이런 시대적 흐름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기에 유권자로부터 표심을 얻을 수 있었다. 또한 정치적으로 기득권 세력이었던 힐러리의 도덕성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밑바닥의 민심은 주류 정치권의 적폐를 청산 대상으로 간주했던 것이 일조를 했던 셈이다.

 

우리들 앞에 놓인 2017년 대선에서도 트럼프 현상이 작용될 여지가 충분하다. 이미 청년층들의 '헬조선', '금수저 흙수저 논란', '88만원 세대' 등은 뭔가 판을 바꿈으로써 자신들에게 유리한 판국이 전개되리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안게 하기 때문이다. 민심은 이성적이지 못하다. 대부분 즉흥적이고 순간적이다. 구체적인 비전의 실효성보다 마냥 기득권과의 싸움을 즐기는 모양새이다. 난세에 영웅이 탄생한다고 말한다. 내 눈에는 영웅이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아직도 난세가 아닌 것인가? 역설적으로 얘기한다면 한번 더 한국을 구렁텅이로 빠뜨리는 정부가 탄생할 수도 있음을 예상하게 한다.

 

 

 

 

스트롱맨의 시대, 대변혁이 예상된다

 

보호무역을 앞세운 트럼프노믹스에 대비, 우리는 어떤 정책을 펼쳐야 할까? 북핵으로 위협하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줄이려면 우리는 트럼프 정부의 고립주의에 어떤 외교정책을 펼쳐야 할까? 강한 힘을 앞세우는 글로벌 스트롱맨의 시대에 우리는 어덯게 대처해야 할까? 이 책은 우리들에게 그 방향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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