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 국정운영을 말하다
시진핑 지음, 차혜정 옮김 / 와이즈베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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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중국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에 초점을 맞춰 주요 내용을 18개의 주제로 나누고 각 주제의 내용은 시간 순서에 따라 배열했다. 그리고 중국의 사회제도와 역사,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각 편 말미에 필요한 주를 달았다. 특히 18차 당대회 이래 시진핑 주석의 모습을 담은 사진 45장을 함께 수록하였다. - '출판에 붙이는 글' 증에서

 

 

중국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

 

중국은 '우물 안 개구리'의 모습을 벗어나 점점 세계에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시진핑 주석은 영국을 방문했다. 이와 관련해 인민일보는 24일 시 주석이 중국경제, 남중국해, 사회주의 이념,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등의 문제에서 세계가 중국에 대해 품은 의구심을 명쾌하게 해명했다며 이를 '8가지 메시지'로 정리했다.

 

 

 

먼저 중국의 성장둔화 우려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중국의 올 3분기 경제성장률이 6.9%를 기록하며 경기침체 가능성이 제기되자 시 주석은 영국방문의 기회를 빌어 중국경제에 대한 강력한 자신감을 피력했는데, 21일 런던 중영 기업인정상회의 연설에서 "중국의 성장은 세계 경제가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얻어진 것"이라며 "중국 경제에 대한 비관론은 필요치 않다"고 주장했다.

중국 경제가 일정 수준의 하방 압력을 받고 있고 일부 구조적 모순이 존재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주요 경제지표는 여전히 합리적 구간에서 운용되고 있고 예상 목표의 범위에 있다는 것이다. 시 주석은 영국 방문 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도 "지속 가능한 성장에 대한 중국의 기조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은 세계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강력한 동력원으로 계속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굴기 중인 중국이 미국처럼 '세계 경찰국가'가 되길 바라는 것 아니냐는 외부의 우려를 불식시키는데에도 열심이었다. 시 주석은 런던 길드홀 만찬연설을 통해 "중국은 평화발전의 길을 견지할 것이며 '강대국은 패권을 추구하기 마련'이라는 논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 어떤 사람도, 그 어떤 일도, 어떤 이유로든 평화발전의 길을 가겠다는 중국의 결심과 의지를 흔들 수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도 그는 "소위 '세계경찰'이 되길 바라지도 않으며 누구의 자리를 빼앗지도 않을 것"이라며 "중국은 영원히 패권이나 확장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며 자신의 뜻을 타국에 강압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미국과 갈등이 커지는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에 대해서는 해명보다는 강한 어조로 자국의 입장을 설파했다. 시 주석은 "남중국해 제도는 예로부터 중국의 고유 땅으로 옛 조상들이 물려준 것"이라며 "중국인민은 중국의 주권과 남중국해 관련 권리 및 이해를 침범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의 남중국해 관련 조치는 자국의 영토 주권을 수호하려는 정당한 반응"이라며 "팽창주의는 자국 영토 바깥의 땅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는 것인데 중국은 그런 일을 해본 적이 없고 따라서 그런 의심과 주장은 부당하다"고 반박했다.

일당독재 체제의 사회주의에 대한 서방의 비판적 시각에 대해서도 반론을 폈다. 시 주석은 길드홀 연설에서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의 길은 중국인이 선택한 길"이라며 "중국이 입헌군주제, 의회제, 대통령제 등을 시도하다 실패한 뒤 최종적으로 사회주의의 길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신발이 모두 똑같을 필요는 없다. 신발을 신는 사람의 발에만 맞으면 된다. 그런 것처럼 국가의 체제도 같을 필요는 없다. 거기 사람들에게 이익이 되기만 하면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 주석은 또 중국이 세계 2대 경제대국이면서도 '개발도상국'이라는 하위범주에 숨어 지나치게 엄살을 피우는 것 아니냐는 시각에 대해서도 답변했다. 그는 "중국 내부의 기준으로는 중국에는 여전히 7천만명이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유엔의 기준을 따르면 빈곤선 이하의 인구는 2억명으로 늘어난다"는 논리를 내놓았다.

중국이 개발도상국임을 내세워 국제적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그는 세계 경제성장에 대한 중국의 기여율이 30%에 이르고 있으며 국제원조, 평화유지 활동에 모두 중국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앞으로 5년 안에 중국은 10조 달러 상당의 상품을 세계에서 수입할 것이고 대외투자 규모도 5천억 달러에 이를 것이며 5억명의 중국인이 해외에 나가 관광과 쇼핑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개방 확대가 지속될지도 관심사 중 하나였다. 시 주석은 "개방은 중국 번영의 중요한 동력이며 세계 각국과 합작공영을 실현하는 초석"이라며 "중국 개방의 대문은 절대 닫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대일로 구상에 대한 서구의 우려에 대해서도 적극 해명했다. 서방에서는 일대일로가 중국을 중심으로 주변국의 부를 빨아들이는 밀매 통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시 주석은 중영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일대일로는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을 연결함으로써 이웃을 더 넓게 확대한 개념"이라며 "일대일로는 중국 개인의 도로가 아니라 모두가 손잡고 갈 수 있는 공용 도로"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중국 상무부는 올들어 3분기까지 중국 기업이 일대일로 구상에 포함된 48개 국가에 120억3천만 달러 상당의 직접 투자를 했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부패관료들의 해외 도피와 관련해서도 "세계의 어느 국가 지역도 부패 분자나 이들의 범죄수익을 위한 피난처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며 중국과 각국 사법기관 간 수사공조와 정보공유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 책은 2012년 11월 중국 공산당 총서기에 올라 중국의 1인자가 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발언을 모은 '시진핑 국정운영을 말한다習近平談治國理政'의 한글판이다. 지난해 6월까지 어록을 한데 모았다. 그의 주요 연설과 담화, 발언, 문답, 축하서신 등에서 발췌한 것들이다.

 

내용을 읽다보면 2022년까지 중국을 통치할 시진핑의 정책 방향이 한눈에 들어온다. 시 주석을 두고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최근 베이징TV와의 인터뷰에서 "분명한 방향 설정이 돼 있고, 한번 한 말은 반드시 지키는 믿음이 가는 지도자"라고 평가했다. 더욱이 시 주석은 중국 안팎에서 마오쩌둥(毛澤東), 덩샤오핑(鄧小平)에 버금가는 강한 권력을 가진 지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한마디 한마디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중국 특색 사회주의를 견지하고 발전시키다

 

공산당원으로서 사상적 신념과 정신적 추구를 확고히 지키는 것은 입신양명의 기본입니다.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신앙,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에 대한 신념은 공산당원의 정치적 영혼이며, 어떠한 시련도 이겨 낼 수 있는 정신적 기둥입니다. 이상과 신념이란 공산당원의 정신적 '칼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상과 신념이 없거나 확고하지 않으면 정신적으로 '칼슘 부족' 현상이 나타나 '골다공증'에 걸리게 됩니다. 현실에서 일부 당원과 간부들에게 이런저런 문제가 나타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신념이 부족하고 정신적으로 방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당은 18차 당대회의 구체적인 배치에 따라 중국 특색 사회주의 이론 체계, 특히 과학적 발전관을 깊이 학습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당성黨性을 강조하고 품행을 중요시하며 솔선수범하는 태도로 중국 특색 사회주의라는 공동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분투해야 합니다.

 

당과 인민대중, 간부와 인민대중 간에 긴밀한 연계를 확립하고, 인민 대중과 혈연적 연계를 유지하는 것은 우리 당을 불패의 지반에 서게 하는 근본적 토대입니다. 한 정당과 한 정권의 운명은 결국 민심의 향배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가 대중에게서 멀어지고 인민의 옹호와 지지를 받지 못한다면 결국 실패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 것입니다.

 

 

지속적이고 건전한 경제 발전을 촉진하다

 

개혁개방 이후 우리 나라는 경제사회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룩하여 경제 규모가 세계 2위로 도약하였으며, 주요 경제지표는 세계 선두 대열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우리 나라 경제는 규모는 크지만 강하지 못하고, 성장 속도는 빠르나 최적화되지 못했음을 올바르게 인식해야 합니다. 주로 자원 등 요소 투입에 의존하여 경제성장과 규모를 확대하던 조방형 발전 모델은 지속될 수 없습니다.

 

현재 세계적으로 선진국 수준에 도달한 인구는 총 10억여 명 정도입니다. 하지만 13억이 넘는 중국의 인구가 전부 현대화에 진입한다면 세계 선진국 수준의 인구는 두 배 이상 늘어나게 됩니다. 우리가 기존의 선진국 인구가 자원을 소모하던 방식으로 생산과 생활을 유지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기존 자원을 전부 사용해도 부족할 것입니다.

 

기존의 길이 통하지 않는다면 새로운 길은 어디 있을까요? 그것은 과학기술 혁신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생산요소와 투자 규모 위주의 발전에서 혁신 드라이브 위주의 발전으로 서둘러 전환하는 것입니다. 

 

 

평화적 발전의 길로 나아가다

 

내년은 세계 반反파시스트 전쟁과 중국인민 항일전쟁 승리 70주년이 되는 해이자, 유엔 창설 7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합니다. 국제사회는 이 중요한 계기를 잘 이용하여 다자주의에 대한 약속을 재천명하며, 유엔 헌장의 취지와 원칙을 지키고 유엔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에 진력해야 합 니다.

 

국제사회는 함께 노력하여 세계 평화와 발전을 촉진해야 합니다. 첫째, 정치적인 충돌을 해결하려는 방향을 견지해야 합니다. 현재 세계적인 이슈들이 연이어 불거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은 도리에 맞게 적절한 방법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무턱대고 강압적인 수단을 써서는 안 되며 외부의 무력 개입은 더더욱 곤란합니다. 정치적 해결만이 유일한 탈출구이며, 유엔은 이러한 기치를 높이 들어야 합니다.

 

둘째, 공동 발전의 목표를 실현해야 합니다. 유엔은 정치, 도의적 우위와 총괄적 조율의 역할을 발휘하여, 2015년 이후 발전 어젠다를 정하고 빈곤 퇴치를 핵심으로 하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실현해야 합니다. 중국은 금년 9월에 개최되는 유엔 기후변화 정상회의가 원만히 진행되기를 바랍니다.

 

셋째, 국제 사무에서 유엔의 선도적 역할을 견지해야 합니다. 유엔은 반테러 문제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그 기준을 분명히 제시하고 국제사회가 모든 형식의 테러리즘을 결연히 반대하도록 추진해야 합니다. 인터넷 문제에 있어 유엔은 주요 경로 역할을 발휘하여 규칙, 주권, 투명성을 강조하고 정보 안전에 대한 각국의 관심을 존중함으로써 공동 관리를 실현해야 합니다. 중국은 유엔의 업무를 확고히 지지할 것입니다.

 

 

새로운 형태의 대국 관계 구축을 추진하다

 

조금 전 저와 오바마 대통령은 첫 회동을 가지고 각기 자국의 내외 정책, 중 · 미 간 새로운 형태의 대국 관계 및 공동 관심사인 국제 문제와 지역 현안에 대해 심도 있고 진솔한 의견을 교환했으며 중요한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저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중국은 평화적 발전 노선을 흔들림 없이 걸어 갈 것이며, 개혁의 심화와 개방의 확대를 확고부동하게 추진하여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의 꿈을 실현하고 인류의 평화와 발전이라는 숭고한 사업을 힘써 촉진해 나갈 것임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중국의 꿈은 국가의 부강, 민족의 부흥, 인민의 행복을 실현하는 평화, 발전, 협력, 공영의 꿈이며, 미국의 꿈을 포함한 세계 각국 인민의 아름다운 꿈과도 일치합니다.

 
저와 오바마 대통령은 경제 글로벌화가 급속히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과 각국이 한배를 탄 운명체라는 객관적 요구에 직면하여, 중 · 미 양국은 역사적으로 대국들이 서로 충돌하고 대립하던 것과는 다른 새로운 길을 걸어가야 하며, 또한 걸어갈 수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습니다. 이에 양국은 새로운 형태의 대국 관계를 구축하고 상호 존중하고 협력 공영하며 양국 국민과 세계의 모든 사람들을 위해 기여하자는 데 합의 했습니다.

 

 

부패 척결 및 청렴화를 추진하다

 

인민이 불만을 가지는 부분은 즉시 개선해야 합니다. 중앙기율검사위원회, 감찰부와 각급 기율검사기관, 감찰기관은 검사와 감찰의 강도를 높여 기율을 제대로 집행하고 문책과 통제를 철저히 실시해야 합니다. 돌을 밟으면 자국이 남고, 쇠를 잡으면 흔적이 남을 정도로 힘을 기울여 끝까지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하며,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아야 합니다. 전당과 전체 인민의 감독을 받고 인민대중이 실질적인 성과와 변화를 계속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부패를 결연히 척결하는 것은 우리 당의 역량을 드러내는 일이며, 전당 동지와 많은 인민의 공통된 염원이기도 합니다. 우리 당은 고위급 간부를 포함한 일부 당원 간부의 심각한 기율 위반 문제를 철저히 조사하여 엄중하게 처리한다는 확고한 의지와 뚜렷한 태도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이는 직위 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든 당의 기율과 국가의 법률을 위반하면 예외 없이 철저한 조사와 엄정한 처벌을 받는다는 말이 결코 빈말이 아니라는 사실을 전당과 전 사회에 표명하는 것입니다.

 

당을 엄격히 관리하는 데 있어 처벌의 강도는 절대 느슨할 수 없습니다. '호랑이'(고위급 부패 관료-역주)와 '파리'(하위급 부패 관료 -역주)를 함께 잡으면서 지도간부들의 기율 위반, 법 위반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고 처리할 뿐만 아니라 사건, 인민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옳지 않은 풍조와 부패 문제도 철저히 해결해야 합니다. 

 

중공 중앙 총서기 시진핑에 관한 기록

 

1975년, 시진핑은 추천으로 칭화대학에서 공부하게 되었다. 그가 마을을 떠나던 날 온 마을 사람들이 길게 줄지어 서서 그를 배웅했고 많은 사람들이 울음을 터뜨렸으며, 이별을 아쉬워하면서 동구 밖 멀리까지 배웅했다. 마을 사람들은 '빈농, 하중농의 훌륭한 서기'라고 새긴 액자를 선물하여 시진핑에 대한 진심 어린 찬사를 표하였다.

 
산시 북부 지방을 떠난 후에도 시진핑은 늘 그곳 마을 사람들을 걱정했다. 그는 마을 사람들을 도와 전기를 가설하고 다리를 놓았으며 소학교를 개축했다. 푸저우 시 당위원회 서기로 근무할 때는 일부러 량자허 마을에 찾아가 한집 한집 방문했으며, 가난한 노인들에게는 위문금을 전달하고 아이들에게는 새 책가방, 문구, 그리고 등교 시간을 알리는 자명종을 선물했다. 그 후 푸젠 성 지도간부로 근무할 때는 중병을 앓는 농민 친구를 푸젠 성에 데려가 자비로 치료해 주기도 했다.


 

7년간의 농촌 생활, 7년간의 동고동락, 황토 고원의 순박한 농민들과 함께 생활하고 먹고 자고 일하던 세월 동안 시진핑은 촌민들과 돈독한 정을 쌓았을 뿐 아니라, 중국의 농촌은 어떤 모습이고 서민의 희로애락은 무엇이며 중국의 기본 실정이 어떠한지를 알 수 있게 되었다. 지역 촌민들에 대한 끈끈한 우정과 자기가 딛고 있는 이 땅에 대한 책임감은 그의 인생 목표에 깊이 자리 잡았다.

 

그는 자신의 인생에 가장 큰 도움이 된 사람들을 언급하면서 "그중 한 부분은 혁명의 선배들이고, 다른 한 부분은 우리 산시 북부의 마을 사람들입니다"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16세의 나이로 처음 량자허에 왔을 때는 곤혹감과 방황에 빠지기도 했지만, 22세에 그곳을 떠날 때는 '인민을 위해 실질적인 일을 해야겠다'는 확고한 인생 목표가 수립되어 있었다.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은 '중국 특색 사회주의'를 바탕으로 공산당 창립 100주년이 되는 2021년까지 '소강사회'를 달성하려고 한다. 이를 위해 중국은 덩샤오핑 이론, '3개 대표' 중요 사상, 과학적 발전관을 지도 이념으로 정하고 개혁개방 정책을 심화, 발전시키고 있다. 중국의 국정 방향과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 그리고 향후 경제 정책을 이해하는 데 이 책은 무척 도움이 된다. 신중국 100년 시나리오가 이 책 한 권에 모두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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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아니라고 말할 때 - 당신의 감정은 어떻게 병이 되는가
가보 마테 지음, 류경희 옮김, 정현채 감수 / 김영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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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저자 게이버 메이트는 홀로코스트의 생존자다. 나치의 통치를 받던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생애의 첫해를 보냈고 가족들 대부분이 나치에 의해 살해되거나 추방당했다. 극한의 고통을 매일 마주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유아기를 보낸 그는 그 자신이 부모의 보호자가 되어야 했다. 그는 자기 감정을 억누르고 고통을 참아내며 부모의 고통을 배려하는 것을 자신의 성격으로 삼았다. 내과 의사이면서도 '부모와 자식 간의 애착 관계', '주의력 결핍 장애', '중독' 등 인간 심리와 관련된 다양한 저술들을 펴낸 데는 자기 감정에 대한 성찰과 치유가 배경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자기 욕구를 생각하기 전에 다른 사람들의 욕구부터 먼저 충족시키려는 성향은 만성질환 환자들의 공통적인 패턴이다" 

 

천부적인 재능의 소유자였던 영국인 첼리스트 재클린 뒤 프레는 1987년 43세의 나이에 다발성 경화증 합병증으로 숨졌다. 그녀의 생애를 다룬 영화 <힐러리와 재키>가 이를 잘 표현하고 있는데, 즉 힐러리 뒤 프레와 근육마비증으로 요절한 전설적인 천재 첼리스트 재클린 뒤 프레 두 자매에 관한 이야기를 소재로 삼고 있다. 이들 자매는 극성스런 부모 밑에서 자라 어려서부터 음악 교육을 받았으며, 처음엔 플룻을 부는 언니 힐러리가 더 촉망받았으나 이에 자극받은 동생 재키가 첼로를 열심히 연습해 마침내 언니를 능가하는 천재로서 두각을 나타낸다.

 

사람들은 종종 재키의 연주회에서 울었다. 청중과 그녀의 교감은, 누군가의 말처럼, "정말 숨 막힐 정도였으며, 모든 청중을 마법에 홀린 것 같은 상태에 빠져들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녀의 연주는 열정적이었고 어떤 때는 침을 수 없을 만큼 강렬했다. 머리를 휘날리며 몸을 뒤흔드는 그녀의 모습은 클래식 음악의 절제미보다 오히려 로큰롤의 현란함에 가까웠다.

 

하지만 재키는 조용하고, 수줍음 많고, 가금은 장난기도 있는 예민한 아이였다. 그녀는 첼로 연주 때를 제외하곤 늘 차분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병이 발생하기 전까지의 전 생애 동안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어머니에게 감추곤 했다. 언니 힐러리는 재키가 감정이 잔뜩 담긴 목소리로 은밀하게 "언니, 엄마한테는 말하지 마…… 하지만 난 어른이 되면 걷지도 움직이지도 못하게 될 거야"라고 속삭였던 어린 시절의 오싹한 기억을 얘기한다. 이런 소름끼치는 자기 예언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언니 힐러리는 혹시 동생 재키의 병이 스트레스 때문에 생긴 게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자 신경과 의사들은 스트레스와는 무관하다고 단호한 입장을 표명했다. 의료계의 전통적인 견해는 "스트레스가 다발성 경화증의 유발 원인은 아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책의 저자는 재키의 질병과 죽음은 감정 억압이 초래한 스트레스의 파괴적 영향에 따른 사례라고 주장한다.

 

동생이 요절한 후, 언니 힐러리는 1973년 BBC 방송에서 주빈 메타의 지휘로 동생 재키가 녹음한 엘가의 협주곡을 주의 깊게 들어보았다. 이 곡은 재키가 대중 앞에서 행했던 마지막 연주였다. "잠깐 정적이 흐르더군요. 그리고 동생이 연주를 시작했어요. 갑자기 전율이 느껴졌습니다. 그 애는 천천히 템포를 늦췄어요. 몇 소절 더 지나자 연주가 생생하고 선명해졌어요. 저는 그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었는지 정확히 알았습니다. 늘 그랬듯이 재키는 첼로로 말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애는 자신을 위한 레퀴엠을 연주하며 자기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의 몸은 지혜를 갖고 있다 

 

내과 전문가인 저자는 많은 환자들의 삶과 경험을 통해 스트레스, 트라우마, 그리고 질병 간의 복합적인 관계를 살펴왔다. 그는 자기희생적인 성격을 변화시키지 않는다면 몸이 이를 거부하며 신체를 공격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앞서 살펴본 재클린 뒤 프레의 사례를 비롯해 유명한 메이저 야구선수 루 게릭,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등의 인물을 인용하면서 마음의 상처가 나중에 천식, 알츠하이머, 암 등으로까지 발병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캐나다에서는 근위축성 측색 경화증(ALS) 환자였던 수 로드리게스가 안락사 권리를 위한 결연한 법적 투쟁을 벌여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탔다. 하지만 그녀는 가족으로부터 정서적인 소외를 당했던 사람이다. 10년 안 터울로 줄줄이 태어난 다섯 자녀 중 둘째로 태어난 그녀는 항상 외톨이였다.

 

심각한 문제가 있었던 수 로드리게스의 대인 관계 내력은, 그녀가 사실은 자신의 삶을 결코 통제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녀는 단 한 번도 진정한 자아에 다가가지 못한 채 그저 주어진 역할들만 수행하며 살았다. 법정과 대중을 향해 그녀가 던진 "누가 제 삶의 주인입니까?"라는 고뇌에 찬 질문은, 그녀의 온 인생을 요약한 것이었다.

 

그녀는 맨 처음 ALS 진단을 받고나서 절망에 빠졌을 때, 자신의 가망 없는 상황을 동료 ALS 환자 스티븐 호킹이 지녔다고 생각되는 이점들과 비교해보았다. "그녀는 완화 의료실에서 여러 장의 팸플릿을 받았다. 그런데 그 팸플릿들은 '사랑하는 가족에 둘러싸인' 환자들이나 '정신적인 삶' 속에서 기쁨을 찾는 환자들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녀는 '웬 사랑하는 가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적인 삶은 또 뭐야? 스티븐 호킹 같은 천재나 그런 삶을 살지. 하지만 나는, 나 같은 사람은 몸을 못 움직이면 삶도 없는 거야' "

 

 

젊은 시절 스티븐 호킹은 대부분의 ALS 환자들은 가질 수 없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재능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몸은 파괴시키지만 지능은 손상시키지 않는 ALS라는 병의 특성을 감안할 때, 추상적인 사색가야말로 '정신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이상적인 입장에 놓인 사람이다. 암벽 등반가이자 전직 마라토너였던 로드리게스와 달리, 호킹은 신체 기능의 악화가 스스로 선택한 역할을 손상시킨다고 보지 않았다. 오히려 반대로 더 향상시켰는지도 모른다.

 

호킹에게는 있었지만 로드리게스에겐 없었던 필요 불가결한 요소는 사람하는 사람의 무조건적인 정서적 지원과 실질적인 보살핌이었다. 호킹의 경우, 이런 보살핌의 원천이 현재는 전처前妻가 된 아내 제인이었다. 처음 그녀는 자신의 인생을 호킹에게 헌신하겠다고 결심했지만 뒤늦게 이는 너무나도 큰 개인적 희생을 요하는 일임을 깨달았다. 그녀의 헌신적 태도가 없었다면 호킹은 일찌감치 생존조차 불가능했을 것이다. 

 

제인이 자기 포기적인 태도를 받아들이고, 아내에게서 남편에게로 일방적으로 흐르는 에너지 흐름을 받아들이던 동안, 그들의 관계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들은 서로 사랑했다. 그러나 제인은 결국 자신이 소모된다는 느낌을 갖게 되었다. 그녀는 자신이 모두 다 빨려버려 메마른 상태로, "고독하고, 쉽게 상처받고, 쉽게 부서지는 텅 빈 조개껍질이 되었고" 자살 직전의 상태에 이르렀다고 느꼈다.

 

호킹은 여전히 자신의 입장만 생각하며 독립을 갈구하는 제인의 이런 분투에, 경멸감과 엄마에게 버림받은 아이 같은 분노로만 응대했다. 결국 제인은 이 과학자와 결혼하기 위해 남편까지 버린 간호사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사실 제인 역시 이미 다른 연인이 있었다. 그나마 그들 부부의 마지막 결혼 생활 몇 년 동안 제인이 스티븐을 계속 도울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연인 관계 덕분이었다.

 

 

39살의 밴쿠버 시민인 미셸은 지난 7년 동안 가슴에 혹을 지니고 있엇다. 그 혹은 커지거나 줄어들긴 했지만 그녀와 의사들을 한 번도 걱정시키지 않았다. 그러던 중 갑자기 하룻밤 사이에 혹이 아주 딱딱해지고, 뜨거워지고, 커지기 시작했다. 조직 검사 결과, 악성종양으로 밝혀졌다. 그런데, 그녀는 그 이유를 안다고 믿고 있다. 바로 스트레스였다.

 

"제가 제 삶을 마구 강타하자 혹이 변화를 일으킨 겁니다"

 

그녀는 실직하는 바람에 병원에 갈 수입도 없는 처지였다. 당시 그녀는 경제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일들이 한꺼번에 덮쳐 강타를 얻어맞았던 것이다. 결국 그녀는 유방 절제술을 받았고 다행히 림프선에는 암이 없음이 확인되어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 수술 후 항암 치료와 방사선 치료가 이어졌다.

 

유방암 환자들이 작성하는 설문지에, 자신의 진솔한 아동기 내력을 빠뜨릴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한 명 꼽으라면 전前 미국 퍼스트레이디 베티 포드 여사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자서전 속에 자신의 알코올중독과 남편을 비롯한 가족들의 치료 노력을 용감하게 기술하고 있다. 유방암 진단과 치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녀가 어린 시절을 얘기할 때면 늘 장밋빛 안경을 쓰고 있다. 그녀는 자신과 부모가 평화스러운 목가적 관계를 맺고 있었다는 생각을 지키려고 자신의 감정을 억압해버리는 전형적인 사람의 예를 보이고 있다. 그녀는 야심만만한 정치인과 결혼했고, 남편의 이력에 자신의 인생을 지배당하면서 남편과의 관계에 있어서 정서적 박탈을 당하며 살았다. 그녀는 여러 해동안 스트레스와 연관이 있는 요통으로 고생했고, 진통제와 진정제 치료를 받았다. 

 

"이 세상에서 내가 언제 단 한 번이라도 의미 있는 사람이었던 적이 있었던가? 나는 내가 자신을 의미 있는 사람이라고 믿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마사 그레이엄과 함께했던 내 활동은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나는 무용가로서의 재능은 있었지만 위대한 무용가는 아니었다―그리고 내 자신감은 늘 흔들거렸다. 나는 사람들이 내 본연의 모습 때문에 나를 좋아한다고 인정할 수 없었다. 게다가 학사 학위도 없다는 사실에 열등감을 느꼈다…… 짧은 교육. 결코 안나 파블로바 같은 무용가가 될 수 없는 사람. 어머니의 절반도 못 따라가는 딸. 나는 불가능한 이상형들과 나를 비교하며 좌절했다"- 베티 포드의 자서전 <내 생애의 시간들> 중에서
 

 

 

자기와 비非자기를 구분하는 심리적 능력에 손상이 발생하면 그 손상은 반드시 생리적 기능으로까지 확대된다. 화禍를 억압하면 면역의 교란이라는 결과가 초래된다. 감정을 효과적으로 처리하거나 표출하지 못하는 무능감과 자신의 욕구를 생각하기 전에 다른 사람들의 욕구부터 충족시키려는 성향은 만성질환 환자들의 공통적인 패턴이다.

 

이런 대처 방식은 자기 바운더리가 흐려지고 심리적 차원에서 자기와 비非자기의 혼동이 일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같은 혼동이 세포, 조직, 그리고 몸 차원에서도 뒤따른다. 자기에 대해 반란을 일으키는 면역 세포들이 파괴되거나 무해한 존재가 되지 않으면 그 면역 세포들이 스스로 몸 조직을 공격한다.


 

때로는 몸이 보내는 신호가 긍정적인 지혜를 발휘하는 경우도 있다. 강직성 척추염 환자인 로버트는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의 유명한 노조 지도자이다. 40대 후반의 그는 서글서글한 성격에다 낭랑한 목소리로 쾌활한 유머를 구사한다. 그는 25세 무렵부터 발뒤꿈치에서 통증을 느꼈고, 그후 12년 동안 어깨 관절과 쇄골 부위에서 지속적으로 통증을 느꼈다.

 

그는 자신의 병이 화禍를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주었다고 증언한다.

 

"저는 화를 내는 면에서 다른 사람들보다 유리합니다. 저는 누구에게도 결코 고함을 지르지 않습니다. 그저 호흡만 가다듬어도 상대방에게 확실한 말로 제 뜻을 전할 수 있으니까요. 강직성 척추염의 장점 중 하나는, 그 병이 갈비뼈를 굳게 만들고, 그래서 앞쪽과 뒤쪽 갈비뼈가 모두 고정되어버린다는 것입니다. 목소리를 더 강하게 내거나 말하는 모습을 통제하려면 횡경막으로 호흡해야 합니다. 정상인들은 그곳으로 호흡할 수 없습니다. 저는 병 때문에 불가피하게 횡경막으로 호흡해야 합니다. 이런 상태는 더 많이 감정을 조절할 수 있게 해주고, 대화를 제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도록 해줍니다"

 

또 한 연구는 류머티즘 관절염의 고통스러운 염증조차도 몸을 보호할 수 있는 기능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관절의 유연성이 일주일 뒤 스트레스 사건이 감소한 일과 연관이 있다는 것이었다. "이 결과는 중요한 임상적 의미를 지닌다"고 연구진은 결론지었다. "사회적 갈등을 일으키는 사건과 관절 통증의 역동적인 상호 관계가, 병의 악화를 통해 부정적인 사회관계가 조절되는 항상성恒常性 체계를 설명해준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병의 재발이 환자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대인 관계를 피하라고 강압한다는 것이다. 즉 몸이 아니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 스탠포드대학교에서 일했던 분자생물학자 브루스 립턴의 질병, 건강, 치유에 대한 과학적 통찰은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그는 대중 강연 때마다 "개별 세포의 뇌는 무엇일까요?"라는 질문으로 청중의 의표를 찌르곤 한다. 세포의 뇌는 핵이 아니다. 개별 세포의 일생에서 뇌 활동과 비슷한 기능을 수행하는 곳은 핵이 아니라 세포막이다.

 

그는 "세포는 어떤 주어진 시간에 방어 모드에 들어가거나 성장 모드에 들어가지만, 동시에 두 가지 모드로 들어갈 수 없다"고 설명한다. 환경에 대해 우리가 지각한 내용은 세포의 기억 장치에 저장된다. 아이들은 부모와의 관계를 통해 세상이 사랑할 만하고 인정할 만한 것인지, 아니면 경계 상태를 영원히 유지해야 하는 적대적인 대상인지를 결정한다.

 

아동기의 환경이 미친 영향이 만성 스트레스가 되면, 발달 과정 중인 신경계는 '세상은 안전하지 못하며 심지어 적대적인 곳'이라는 전기적, 호르몬적, 화학적 메시지들을 반복적으로 받아들인다. 그렇게 지각된 내용은 분자 수준에서 우리의 세포 속에 프로그램된다. 아동기에 겪는 경험들이 세상에 대한 태도를 좌우하고, 세상과의 관계를 맺게 될 자신에 대한 무의식적인 믿음을 결정하는 것이다. 브루스 립턴은 이런 과정을 '믿음의 생물학'이라고 불렀다.

 

"나는 강해야 해", "화를 내는 건 내게 옳은 일이 아니야", "내가 온 세상을 다 책임져야 해" 등과 같은 잘못된 무의식적 믿음들은 모두 이런 과정 속에서 만들어진 오해일 뿐이다. 인간의 잠재 능력은 이런 '믿음의 생물학'이 생리적으로 깊이 뿌리박혀 있더라도 돌이킬 수 없는 것이 아니라고 보증한다.

 

사람들이 전통적인 의료를 선택하든, 대안적 치료 방식을 선택하든, 동양적 치료 행위를 선택하든, 심리 치료를 선택하든 간에, 치유의 핵심은 개인의 적극적이고 자유로우며 정보에 근거한 선택이다. 우리는 스트레스로 가득 차 있는 억압적인 외부 상황으로부터 반드시 해방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런 해방은 먼저 뿌리 깊게 박혀 있는 '믿음의 생물학'의 억압으로부터 자신을 해방시킬 때만 가능하다.

 

 

스트레스로부터 자신을 해방시켜라

 

처방은 외부에서 주엊지지만 변화는 내부에서 일어납니다. 처방이란 무언가를 고칠 필요가 있다는 가정을 전제합니다. 반면에 변화는 본래부터 존재하던 원상태로의 치유, 즉 완전하고 온전한 본래의 상태로 돌아가는 일을 가져옵니다. 위대한 생리학자 월터 캐넌의 주장처럼 우리의 신체 내부에는 지혜가 존재합니다. - '독자들에게 드리는 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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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고 싶은 토끼
칼 요한 포셴 엘린 글.그림, 이나미 옮김 / 박하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스웨덴 심리학자 칼-요한 포셴 엘린이 쓴 동화로, 심리학에 기반하여 문장의 리듬감을 구성함으로서 아이가 책을 읽으며 잠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파란색 굵은 글씨는 강하게, 초록색 굵은 글씨는 천천히, 군데군데 하품과 같은 행동을 집어넣으면서 뇌에 제각기 다른 정보를 입력시키며 학습 효과와 공감 작용을 불러일으킨다.

 

 

졸리는 이야기를 해 줄게

 

작가는 1978년에 태어나, 스웨덴의 소도시 후스크바르나에서 성장했다. 어렸을 때부터 사람들을 돕고 행복하게 만드는 일을 좋아했는데, 스무 살에 어떻게 하면 행복하고 성공적으로 살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여 직장을 그만둔 후 스웨덴 대학교에서 6년간 심리학, 리더십, 교육학, 연극, 수사학을 공부했다. 동시에 본인의 사업을 시작해 사람들의 자기계발을 도왔다. 대부분은 개인교습이었지만 나중에는 회사와 대학에서 강연을 하게 되었다.

 
2006년, 처음으로 <미래를 창조하라>를 출간한 후 다양한 분야의 책을 출간했는데 자기계발과 심리학을 공통분모로 하고 있다. 이 책 <잠자고 싶은 토끼>를 스웨덴에서 자비 출판한 후 세계 여러 나라로 번역되어 전 세계 어린이들이 편안히 잠들도록 돕고 있다. 다음 책으로 아이들이 화장실을 이용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책을 기획하고 있다고 한다.

 

 

 

워킹 맘은 회사 업무와 상사 및 동료의 관계 스트레스 속에서 하루 일과를 보내고 무거운 발걸음을 질질 끌며 귀가한다. 아무리 피곤해도 보모나 어린이집에 맡겼던 아이와 오붓한 시간을 보내려 억지 노력을 한다.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게 눈꺼풀이라는데, 아이는 도대체 어디서 이런 에너지가 샘 솟는지 도무지 잠이 없다. 이럴 때 남편이라도 좀 도와주면 좋으련만, 그 사람은 해외 장기 출장 중이다.

 

중력의 법칙을 시험이라도 하는 듯 눈꺼풀은 계속 아래로 향한다. 워킹 맘의 고통을 알리 없는 아이는 연신 동화 책을 바꿔 가면서 읽어달라고 곁에서 졸라댄다. '넌, 지겹지도 않니?', 수백 번을 읽어서 토씨 한 자 틀리지 않고 줄줄 외어대면서도 말이다. 그렇다. 아이는 지금 잠을 청하는 의식을 거행 중이다. 보다 편하고, 보다 아늑하게, 즐거운 상상을 하며 잠의 세계로 들어가려는 일종의 행사를 치루고 있다.

 

이때 워킹 맘에게 제일 필요한 것은 결코 지아비도 아니고 더구나 잠을 쫓아내는 아이스커피도 아니다. 듣기만 하면 잠시 후 졸음이 밀려오는 그런 동화책이다. 특히, 잠투정이 심한 아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이 책의 작가는 심리학을 공부한 전문가답게 이런 워킹 맘의 심리를 어찌 이리도 꿰뚫고 있는지 정말 기똥찬 동화 책을 만들어 냈다.

 

 

경고! 운전자 가까이서 소리 내어 책을 읽지 마시오

 

하하하, 빵 터진다. 책은 읽는 법까지 소개하고 있다. '강조해서 읽어라', '천천히 부드럽게 읽어라', '하품을 하라' 등등. 잠을 보채는 아이 재우려고 읽다가 워킹 맘이 먼저 잠에 빠질 지도 모른다. 참, 이 책은 오디오북을 앱으로 설치해서 들을 수도 있다. 책 뒤표지의 QR코드로 설치 가능하다.

 

       

 

 

 

 

 

"좋아, 이제 주문을 외우마"

하품 아저씨는 잠들게 하는 강력한 주문을 외기 시작했어.

셋..... 둘..... 하나.....

지금 잠이 든다, 지금 잠이 든다, 나는 잠이 든다.....

 

"레드선"(요건 애드립,ㅎㅎ)

 

 

 

 

"잘 자렴"

 

잠자리에서 자주 깨는 사람에게 우리는 토끼잠을 잔다고 말한다. 동화 책의 주인공은 토끼다. 낮엔 잠을 자다가 밤에만 깨어있는 부엉이, 정말 느리디 느려 자는 건지 가는 건지 도통 알 수 없는 달팽이도 등장한다. 무성無聲영화를 읽어주던 사람은 변사辯士, 조선시대에 고전소설을 읽어주던 사람은 전기수傳奇叟다. 워킹맘은 지금 아이에게 최고의 변사이자 전기수인 셈이다.

 

 

뜨거운 찬사를 한 몸에 받다

 

"불과 몇 분 만에 아이를 잠들게 하는 마술과 같은 책!"

- 뉴욕 포스트

 

뉴저지 수면 건강 센터 캐롤 애쉬 센터장은 "심리학자인 작가가 쓴 이 책의 성과는 환상적이다. 이 책은 아이들의 수면 습관을 바로잡는다. 게다가 휴식 치료 기법도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보스턴 아동병원 수면 연구소장인 우마칸트 카타는 "2세부터 9세 아이들의 수면에 대단히 효과적인 책이다"라고 말한다. 나는 불면증에 자주 시달리는 아내에게 시도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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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 - 인간의 아름다운 소멸을 말하다 플라톤 아카데미 총서
강영안 외 지음 / 21세기북스 / 2015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인문학은 '인간에 대한 공부'입니다. 인간이라면 반드시 묻고 답해야 할 질문을 다루는 것이 인문학의 기본적인 과제입니다. 이 질문들은 어떤 대상에 대한 분석이나 무엇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과학이나 공학이 제기하는 질문입니다. 생명이란 무엇인가? 우주란 무엇인가? 이런 질문은 과학자들의 질문입니다. 인문학은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해서 어떻게로 이어지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멋진 삶은 어떻게 가능하고, 우아한 죽음은 어떻게 맞이할 수 있는가? - '발간사' 중에서

 

 

인간이라면 피할 수 없는 일, 죽음

 

우아한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멋진 삶을 살아야 할 것이라는 막연한 짐작이 우리를 미美의 추구로 이끌었다. 이 세상 어느 누구도 죽음의 실체를 완전하게 파악한 사람은 없기에, 이런 짐작만 가능했을 뿐이다. 그래도 한 가지, 마지막 순간이 아름다워야 할 것이라는 당연한 요구가 수반됐다. 아름다운 최후를 맞으려면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지금 바로 이 순간이 아름다운 삶의 연속이어야 하지 않을까 짐작해본다.  

 

생태학자, 공학자, 철학자, 건축가, 신학자, 종교학자, 의학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섬세한 시각을 발휘하는 최고 학자 8인은 죽음을 냉철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이를 통해 우리는 삶과 죽음이 그리 멀리 있지 않으며, 죽음에 대한 물음이 도달하는 자리가 결국 삶이라는 점을 깨닫게 된다. 어느 누구도 죽음을 피할 수는 없다. 

 

 

생태학자 최재천 교수는 죽음이야말로 생명의 가장 보편적인 속성이라고 말한다. 유전자의 관점에서 보자면 우리는 DNA가 복제를 통해 만들어낸 우연의 결과물이기에 모든 생명은 태초에 하나로부터 나뉘는 일원성을 지닌다는 것이다. 즉 원래 하나였던 자연과 공생하는 법을 알고 평안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이야 말로 아름다운 삶과 죽음을 맞이하는 자세임을 전한다.

 

"오랫동안 생명에 대해 공부하면서 깨달은 점 중 하나는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은 하나의 공통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그것은 '죽음'입니다. 생명의 가장 보편적인 속성이 바로 죽음이라는 것입니다"

 

태초에 생명의 늪에서 우연치 않게 자기를 복제할 줄 아는 어떤 화학 물질, 예를 들어 DNA나 RNA가 탄생해 지금까지 계속적으로 화학 물질을 복제해냄으로써 그것이 오늘날 이 어마어마한 생명계를 만들어냈다고 한다면, 태초의 DNA는 지금도 죽지 않고 계속 이어져 온 것이다. 박테리아를 만들고, 오징어를 만들고, 늑대를 만들고, 사람을 만드는 등 모습만 바꿔서 다른 종을 만들어 복제 실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지구 생명의 역사는 DNA 혹은 RNA의 일대기에 불과하다. 우리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는 한계성을 지닌 개체이지만, 인간인 우리를 만들어낸 유전 물질은 계속해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공학자 황농문 교수는 죽음을 삶을 위한 필요조건이라 본다. 우리 모두는 죽음을 의식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꺼려하지만 이를 온전히 의식하는 것이야말로 성숙한 삶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죽음에 직면하는 순간 진실로 중요한 것만 남으며 살아 있음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기 때문이다.

 

죽음을 망각한 생활과 죽음이 시시각각으로 다가옴을 의식한 생활은 두 개가 서로 완전히 다른 상태다. 전자는 동물의 상태에 가깝고, 후자는 신의 상태에 가깝다. - 톨스토이, <인생의 길> 중에서

 

고故 스티브 잡스도 생전에 스탠퍼드대학교 졸업식에서 졸업생들에게 죽음에 대해 얘기했다. 왜 하필 죽음에 대해 얘기했을까? 그는 항상 죽음에 직면해 있음을 의식함으로써 자신의 인생을 바꿔놓았기 때문이다. 그의 말처럼 죽음을 직면하면 온갖 자부심과 자만심, 수치스러움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 외부의 기대들이 모두 떨어져나간다. 그리고 진실로 중요한 것들만이 남는다. 살아 있음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김애령 교수는 죽음 앞에서 철학자의 역할을 고민한다. 죽음이란 존재론적인 결함이자 유한有限한 자가 가지고 있는 무한한 슬픔이기에 우리 모두는 결국 죽음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으며, 아름답게 사는 것이야말로 아름다운 죽음을 맞이하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그늘과 고통으로 얼룩진 삶이라도 이를 이야기로 만들어 스스로를 관조하고 이를 함께 나눌 친구가 있다면 좋은 삶은 가능하다는 것이다.

 

시간은 결코 머물지 않는다. 시간은 많은 것을 피어나게 하고 성장하게 하고 탄생하게 하고 변화하게 한다. 또 많은 것을 파괴하고 해체하고 늙게 하고 낡게 하고 저물게 하고 죽게 한다. 인간의 시간은 존재론적인 결함이기도 하고, 유한한 자가 가지고 있는 무한한 슬픔이기도 하다. 

 

아름다운 삶은 고통이나 슬픔을 경험하지 않는 삶이 아니라 그 고통이나 슬픔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하고 이해하느냐를 통해 만들어가는 것이다. 아름다운 삶은 결코 확신이나 확실성으로 가득 찬 삶이 아니다. 오히려 삶이 가지고 있는 그늘, 고통, 눈물, 불확실성, 연약함을 끌어안고 나아가는 것, 그것이 진정 아름다운 삶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 <오디세우스와 세이렌들> 

 

건축가 김종성은 건축이 언뜻 죽음과 어울리지 않는 조합 같지만 건축이야말로 삶을 오롯이 담고 있는 공간이며, 그렇기에 건축의 미학을 살펴보는 것은 우리의 삶과 그 완성이라고 할 수 있는 죽음을 들여다보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비잔틴 양식부터 신고전주의 양식에 이르는 건축의 역사를 통해 건축에 담긴 우리의 모습을 찾아본다.

 

오랫동안 건축 일에 종사하면서 그가 공감하고 확신하게 된 두 가지 요소는 비례와 재료이다. <무량수전>을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 것은 숨어 있는 비례미美 때문일 것이다. 이런 요소들이 갖춰질 때 건축물로서의 아름다움이 완성되어 제대로 빛을 발하게 된다. 우리의 삶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죽음 또한 우리 삶의 일부라고 말하고 싶다. 아름다운 삶이 있어야 아름다운 죽음이 있고, 그때 비로소 하나의 인생이 완성되는 것일 테니까요.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

 

 

신학자 김상근 교수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존재의 성찰에서 시작한 인문학적 사유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공공 이익에 대한 실천으로 발전되었음을 짚고 넘어간다. 그리고 이제 인문학에 남겨진 마지막 과제는 '아름다운 삶을 살고 우아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그레코-로만과 히브리 전통에서 죽음의 의미를 찾는다. 이와 함께 죽음은 '이 아닌 평화Shalom의 세계로 나아가는 문'이라는 희망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우연의 연속에 불과한 사다리 같은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 우리들, 그리고 그 운명이 다하면 우리 모두 죽음이라는 미지의 세계로 뛰어들어야 한다. 죽음을 맞이한 우리는 그 미지의 세계를 향해 몸을 날려야 한다. 그것이 바로 우리 인간의 거역할 수 없는 운명이다. 

 

죽음을 인식하고 그것을 문화로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인류는 특이한 생물이다. 잘났든 못났든, 잘살든 못살든 죽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그러나 현실에서 정말 '모두 죽음 앞에 평등한가?'라고 묻는다면 아마도 고개를 젓게 될 것이다.

화가들은 죽음을 어떻게 표현했을까? 16세기 북유럽 르네상스를 이끈 독일 화가 한스 발둥(1484~1545년)은 죽음을 묘사할 때 주로 음산한 분위기와 해골을 소재로 활용했다. 1510년에 그린 이 그림 <인생의 세 시기와 죽음>은 한 인간이 늙어가는 모습을 세 시기로 나눠 죽음을 잡아냈다.

화면에는 젊은 시절의 화려함과 죽음의 불안감이 어지럽게 공존한다. 삭막한 들녘과 스산한 하늘은 암울한 분위기를 더한다. 모래시계를 든 해골이 늙은 여인과 팔짱을 낀 모습이 무척 이채롭다. 죽음을 제대로 바라봄으로써 삶의 어떤 순간도 낭비해선 안 된다는 걸 깨닫게 해주는 그림이다.

 

십자가에 매달렷던 예수는 제자들에게 자신의 상처를 보여준다. 그러자 의심 많은 제자 도마는 예수의 상처에 손가락을 집어넣어본다. 그러나 예수는 분노하거나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에게 평화를 기원한다. 그것도 두 번씩이나 "샬롬"이라고 외친다. 예수에게 죽음은 벽도 문도 아니었다. 후회와 분노를 넘어서는 평화의 길이었다.

 

 

종교철학자 정재현 교수는 오늘날 삶 밖으로 내몰린 죽음을 삶 안으로 다시 회복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본래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세포들은 끊임없는 생성과 소멸 과정에 있으며 죽음으로써 몸 전체가 살아가는 생명의 역설이 우리 몸 자체에 반영되어 있다는 것이다. 즉 죽음을 숙명과 해방의 대립 구도로 보는 것을 떠나 '유한한 초월', 즉 삶 안에서 죽음을 발견해 남은 삶인 자신의 현재를 사랑하라고 말한다.

 

우리의 본능은 죽음에 저항하며 삶과 죽음의 관계를 가능한 한 멀리 떼어놓으려 한다. 그런데 여기서 가장 심각한 것은 무엇보다도 삶의 바깥으로 내몰린 죽음이 오히려 삶을 일그러뜨린다는 점이다. 그 문제를 극복하려는 노력은 곧 우리의 몫이다. 그래서 바깥으로 내몰렸던 죽음을 삶 속으로 끌고 들어오는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 

죽음과 관련해선 본능이나 욕망 모두 비슷하게 작동한다. 그래서 가능한 한 멀리멀리 밀어낸다. 욕망으로 죽음을 덮어버리면 삶이 일그러지고 만다. 덮어버린 사실을 잊어버리면 그 일그러진 삶을 되돌아볼 기회 또한 잃어버리게 된다. 이렇게 볼 때 죽음에 대한 생각은 삶을 더 풍요롭고 가치 있게 엮어내려는 노력이다. 그래서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삶에서 죽음을 보아야 한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밀어냈던 죽음을 삶과 함께 엮어낼 수 있을지에 대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우리의 몸을 이루고 있는 모든 세포들은 생성과 소멸의 과정을 거친다. 태어나 활동하다가 어느 순간 다시 소멸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몸은 죽음을 받아들이면서 죽음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몸을 이루고 있는 모든 세포들이 끊임없이 죽음으로써 몸 전체가 살아가는 생명의 역설을 우리 몸은 이미 실천해오고 있다.

 

"너는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가리라"

- '성서' 중에서

 

죽지 않을 것처럼, 아직 죽지 않은 것처럼 살지 말고 이미 죽은 사람으로 살라는 것이다. "죽음을 기억하라(Memento mori)!"는 말씀이 바로 이를 가리킨다. 그렇게 되면 지금 사는 삶은 덤으로 사는 것이다. 덤의 시간들, 순간들, 그것이 바로 지금이다. 그래서 한마디로 추리자면, "자신의 현재를 사랑하라! Carpe diem!" 

 

원로 철학자 강영안 교수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현상학, 그 의미를 살펴보는 해석학, 관계를 생각하는 윤리학을 통해 죽음을 분석한 뒤, 선물과 같은 삶을 '감사(Eucharist)'라고 표현한다. 소크라테스는 어떻게 살 것인가에 이어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생각했고 플라톤은 철학의 가장 중요한 임무를 멜레테 타나투, 즉 죽음에 대한 수련이라고 했다. 이는 죽음에 대한 철학의 분석에 우리가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하이데거는 "그 끝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내가 나 자신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끝이 있으므로 해서 너와 나 구별도 없이 군중 속에 무리지어 사는 그런 삶이 아니라 비로소 누구와도 혼돈되지 않는 나 자신, 존재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 죽음은 누구의 죽음도 아닌 나의 죽음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진심으로 우리의 삶 자체를 내게 주어진 값진 선물이라 생각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죽음은 결코 두려움의 대상이 될 수 없을 뿐 아니라 삶이 정말로 살 만한 것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중학교 1학년 때 누나의 죽음을 겪으면서 의사의 길을 결심한 윤영호 교수는 죽음을 절망이 아닌 희망의 순간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의미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삶은 선택으로 주어진 것이기에 건강한 목표와 새로운 관점으로 세상을 믿고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아름다운 삶이며 아름다운 죽음을 맞이하는 자세라는 것이다.

 

만약에 우리가 우주라는 하나의 몸에 존재하는 세포라고 가정한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는 각자의 이기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주라는 몸을 위해 서로 조화를 이루며 봉사하는 존재가 될 것이다. 남을 믿지 않는다면, 그리고 세상을 믿지 않는다면 누군가를 배려하고 봉사하는 삶은 불가능하다. 서로 믿고 조화를 이루며 봉사하는 삶, 바로 이것이 의미 있는 삶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결국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존재이다. 우리는 죽지 않기 위해 사는 것도 아니고, 죽지 못해 사는 것도 아니다. 죽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다. 의미 있는 삶을 살다가 아름답게 죽음을 마무리하는 것까지가 인생의 완성이다. 나무는 죽어 새로운 생명으로 태어난다. 다시 대지로 돌아간 우리 역시 어디선가 다른 생명으로 이어진다. 죽음은 자연으로의 회귀이며 또 다른 시작이다.

 

"나는 쓰러져 죽을 때까지 자연의 길을 여행하겠다. 그리하여 내가 매일 들이마시던 대기 속으로 나의 마지막 호흡을 반환할 것이며, 나의 아버지가 씨를 얻고, 어머니가 피를 얻고, 유모가 우유를 얻었던 대지에 깊이 묻히리라"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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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감 - 샤오미가 직접 공개하는 창의성과 혁신의 원천
리완창 지음, 박주은 옮김 / 와이즈베리 / 2015년 9월
평점 :
품절


태풍의 길목에 서 있으면 돼지도 하늘로 날아오를 수 있다. 창업을 하는 사람을 운 좋은 '돼지'에 비유한다면, 업계의 대세와 사용자의 참여는 모두 '태풍'에 해당한다. 샤오미는 창업 첫해에 두 가지 사실을 증명했다. 사용자의 참여로 더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잇다는 것과 좋은 제품은 입소문을 통해 더욱 널리 퍼진다는 것, 이 두 가지는 그대로 샤오미의 핵심 이념이 되었다. - '서문' 중에서

 

 

샤오니의 '참여감 3·3법칙'에 대하여

 

책의 저자 리완창은 샤오미의 공동창립자로, 2010년부터 2012년까지 'MIUI'라는 스마트폰 운영체제 개발에 참여했고, 2011년부터는 샤오미닷컴을 책임운영하면서 샤오미의 시장 마케팅과 전자상거래 서비스를 총괄담당하고 있다. 전 진산츠바 CEO 겸 진산(킹소프트) 소프트웨어 디자인팀의 디자인 디렉터로 일하면서 중국 최초로 소프트웨어 사용자 체험 디자인팀을 만들어 운영하는 한편, '신개념 마케팅', '참여감', '휴대폰 집착남녀', '미펀제(米粉節, 샤오미 팬들의 날)' 등 인터넷 인기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미국 <포브스>지에서 중국의 젊은 비즈니스 엘리트로, 2013년에는 제9회 '중국의 걸출한 청년 엔지니어'로 선정되었다.

 

책은 모두 7개 장으로 구성되어, 샤오미의 성공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즉 참여감, 제품, 브랜드, 뉴미디어, 서비스, 디자인, 아리의 노트 순으로 현재 중국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1위, 세계 스마트폰 시장 4위를 기록 중이며, 웨어러블 기기 미밴드로 세계 시장 2위를 달성하는 등 글로벌 기업으로 일취월장 성장하면서 전 세계에서 주목받는 기업이 된 이유를 밝히고 있다. 더구나 출범한지 5년에 불과한 신생기업이기에 놀랍기만 하다.

 

샤오미 공동창업자들, 왼쪽 4번째가 레이쥔 회장, 5번째가 리완창(저자)

 

 

참여감 3·3법칙

 

샤오미는 창업 후 4년 동안 제품과 서비스는 물론 경영에서까지 참여감의 깊이와 범위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다. 그리고 모든 직원들과 사용자들의 마인드에 참여감을 새기기 위해 많은 시도를 했다. 그러나 KPI(Key Performance Indicators, 핵심 성과지표)나 정시출근제도가 없다. 직원들의 업무는 직원 개인의 실적을 올리기 위해서나 사장의 지시에 의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사용자의 피드백을 처리하기 위해 이루어진다.

 

<경쟁의 미래>의 저자 C. K. 프라할라드는 "기업중심형 혁신은 이제 끝났다"고 말한다. 소비자들은 유일무이한 개인이 가치를 창조하는 과정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더욱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제는 기업도 새로운 조직구조로 개편되어야 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참여감이다. 참여감은 이제 소비자의 수요가 크게 달라졌다는 것과, 소비자의 수요가 제품의 물적 속성에 갇히지 않고 사회적 속성으로 확장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늘날 물건을 구매한다는 것은 단순히 그것이 어떤 기능을 가지고 있는가가 아니라 우리가 그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즉 그 제품을 통해 우리가 어떤 새로운 체험에 참여할 수 있는가를 의미한다.

 

참여감을 구축한다는 것은 제품, 서비스, 브랜드, 소매에 이르는 전 과정을 개방하여 사용자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사용자들이 직접 만져보고 소유할 뿐 아니라 사용자와 함께 성장하는 브랜드를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책의 저자는 이를 3개 전략과 3개 전술로 정리하여 '참여감 3·3법칙'으로 명명했다.

 

3개 전략~ 폭발적 인기 상품, 직원들이 제품의 팬, 기업 스스로 미디어가 된다

 

3개 전술~ 참여의 마디를 개방, 상호교류 방식의 디자인, 입소문을 확산

 

 

 

'폭발적 인기 상품을 만든다'는 것은 제품 전략에 해당한다. 제품 기획 단계에서부터 한 가지 중점 요소만을 과감하게 밀고나가 업계의 선두가 되는 것이다. 제품 라인이 다양하면 규모의 효과를 얻기 어렵고, 기업의 자원도 분산되어 참여감을 끌어내기 어렵다.

 

'직원이 먼저 팬이 된다'는 것은 사용자 전략에 해당한다. 참여감이 확산되는 배경에는 '신뢰의 보증'이 있다. '약한' 사용자 관계가 높은 신뢰도의 '강한' 사용자 관계로 진화하려면, 직원들 자신이 먼저 제품의 팬이 되어야 한다. 사용자들이 누리는 이익은 그 다음이다. 기업과 사용자 모두가 이익을 공유하는 참여감이 오래 지속되는 법이다.

 

'스스로 미디어가 된다'는 것은 콘텐츠 전략에 해당한다. 하나의 중심이 없는 인터넷에서는 기존의 권위와 정보의 비대칭성이 소멸하고 있다. 스스로 미디어가 된다는 것은 기업 스스로 인터넷에서 정보의 마디가 됨으로써 정보의 유통을 가속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모든 직원과 사용자들이 '제품의 대변인'이 되도록 유도해야 한다.

 

'참여의 마디를 개방'한다는 것은 제품과 서비스, 브랜드, 마케팅에 이르는 전 과정을 개방하고, 깅업과 사용자 모두가 이익을 공유하는 지점을 선별하여, 이익과 참여의 상호연동이 지속되도록 하는 것이다. 개방의 마디는 반드시 기능적 수요에 기반을 두고 있어야 한다.  가장 최근의 수요일수록 참여하는 사람의 수는 더욱 많아진다.

 

'상호교류 방식을 디자인'하는 것은 '단순, 효율, 흥미, 진실'이라는 디자인 원칙에 따라 그에 상응하는 소통방식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사용자와의 상호교류 방식도 제품과 마찬가지로 지속적으로 개선해나가야 한다. 2014년 춘절 기간에 폭발적인 인기를 근 '웨이신 홍바오'는 이런 디자인의 좋은 예다. 사람들이 공유할 만한 이익이 있고, 흥미로우면서도 단순한 마케팅 방식이기 때문이다.

 

'입소문 사건을 확산'시키는 것은 초기에 제품의 가치를 인정해주고 호감을 보인 사용자들을 선별하여 먼저 소규모로 참여감을 배양한 뒤, 사용자와의 상호교류를 통해 생산된 콘텐츠로 다시금 이슐를 만들어 널리 전파하는 것이다. 이렇게 입소문이 놀라운 파급력을 갖게 되면, 수백만 명에게 다시 영향을 미쳐 새로운 참여를 이끌어내는 동시에 기존 사용자들의 성취감을 높여 '참여의 확산'이라는 나선형 폭풍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브랜드가 출발선에서 지면 안 된다

 

기업의 첫걸음은 '어떤 제품을 내놓을 것인가'와 '어떤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를 확정하는 데 있다. 그 다음에는 회사의 이름과 도메인, 브랜드 슬로건, 마스코트도 생각해야 한다. 이런 브랜딩 작업에 너무 공을 들인 나머지 "이러다가 출발선에 서지 못할 것 같다"는 농담까지 했다. 창업 초기에 좋은 회사명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이때 다음과 같은 것들을 고려했다.


1. 중국어 이름은 기억하기 쉽고 전파되기 쉬워야 한다.
2. 그 이름에 걸맞은 최상의 도메인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3. 상표 등록이 가능해야 한다.
4. 국제화에 유리해야 한다.
5. 일상적인 친근감과 풍부한 색채감, 정서적 요소를 지닌 이름이어야 한다.


샤오미의 로고 이미지는 Mobile Internet의 앞글자를 하나씩 딴 MI가 샤오미의 '미'와 발음이 같다는 점에 착안하여 디자인했다. 이 로고를 180도 뒤집으면 오른쪽에 점 하나가 모자란 '心(마음 심)'이 된다. 이것은 "사용자들의 마음 쓸 일을 덜어주겠다"는 의미다.

 

샤오미 로고 

 

이렇게 회사를 설립한 후 '샤오미테크'로 상표등록을 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동시에, 같은 이름의 도메인을 얻기 위해 노력했다. 동명의 도메인을 얻지 못한다면 상표등록을 포기할 각오까지 한 상태였다. 기억하기 쉬운 이름 못지않게 간결한 도메인도 유동량을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2014년에 샤오미는 정식으로 국제 시장에 진출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천금을 아끼지 않고 새로운 국제 도메인인 mi.com을 사들였다. 첫 도메인인 xiaomi.com을 얻을 때는 수십만 위안(약 수천만 원)이 들었는데, mi.com을 사들이는 데는 무려 360만 달러(약 40억 원)가 들었다. mi.com이라는 도메인은 'Mobile Internet'이라는 콘셉트를 전 세계에 전파,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지는 데도 유리하다.

 

 

서비스센터를 안락한 집처럼

 

2012년 1월 16일은 음력으로는 12월 23일이다. 이날 이후로 매년 음력 12월 23일이 되면, 춘절 귀향을 하지 못한 미펀(샤오미 팬)들이 '샤오미의 집'(샤오미의 공식 고객서비스 체인)에 모여 함께 저녁을 먹는다. 함께 둘러앉아 만두도 빚고 훠궈(火鍋, 중국식 샤브샤브)도 먹다 보면, 샤오미의 집은 정말로 미펀들의 집이 된다.

 

샤오미의 집은 샤오미 직원들에게도 '수리, 보수'의 통로로 이용되고 있다. 직원들은 사용하던 시제품에 문제가 생기면 샤오미의 집을 찾는다. 스마트폰의 액정이 부서져서 샤오미의 집에 맡겼더니 수리를 맡은 동료가 액정을 교환하고 보호필름까지 부착한 휴대폰을 예쁜 선물 상자에 담아 자신의 책상에 놓고 갔다는 일화까지 있을 정도였다.

 

샤오미는 일선 직원들의 세세한 제안을 바탕으로 계속 서비스의 질을 개선시켜왔다. 이런 개선 방법을 지속하기 위해 개발한 것이 바로 '점적시스템'이다. 이를 스마트폰 앱의 형태로도 개발하여, 고객서비스 부문 직원들이 앱을 통해 자유롭게 자신의 제안을 올리도록 했다. 모든 직원들은 다른 직원이 올린 제안을 볼 수 있으며, 제안에 대해 댓글을 달고 점수를 매기고 '좋아요'를 누를 수 있다. 5명으로 이뤄진 '점적시스템' 전문 운영팀을 조직하고, 우수 제안에 대해선 적극 장려, 평가, 실행하는 작업을 담당하게 했다.

 

고객: 좋아요, 좋아! 샤오미 세계 최고! 파이팅!!
샤오미 고객서비스: 안녕하세요? 저희는 세계 최고가 되고자 노력할 뿐 아니라 슈퍼맨, 울트라맨, 스파이더맨도 꺾을 생각입니다. 진정으로 천하제일이 되는 그날까지 아낌없는 지지와 성원 부탁드립니다.


고객: 여자친구에게 선물해줬는데 짱 놀라네요.
샤오미 고객서비스: 안녕하세요? 그 제품은 전설의 여신 전용이랍니다.
- '샤오미 게시판 내용' 중에서

 

 

플라스틱 조화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진실만이 사람을 감동시킨다

 

휴대용 WiFi의 출시 사전 홍보 기간은 마침 크리스마스였다. 샤오미의 휴대용 WiFi는 여섯 가지 색깔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우리는 각각의 색에 음표를 부여한 뒤 제품 홈페이지에 두 마디 길이의 멜로디를 만들어 올렸다. 사용자들이 마우스를 클릭하거나 키보드의 숫자 키를 누르면, 각 제품과 연동된 음표에서 소리가 나면서 멜로디가 연주된다. 멜로디는 '징글벨'에서 두 마디를 골랐다.

 

우리는 사용자들이 크리스마스 이브에 제품 홈페이지에 들어와 원하는 음표를 누르면 그 음표에 해당하는 색깔의 휴대용 WiFi의 USB 보호캡이 팝업으로 나타나도록 했다. 이것은 시각적으로도 생동감을 주었다. 결국 이날 밤 총 120만 명이 이 멜로디를 연주함으로써 이 멜로디는 하룻밤 사이에 가장 많이 연주된 세계 최초의 명곡이 되었다.


5200mAh 보조배터리는 마케팅을 기획할 시간이 사흘밖에 없었지만 최대한 서두른 결과, 밸런타인데이에 맞추어 출시할 수 있었다. 우리는 밸런타인데이가 다가올 무렵 '가장 잘 어울리는 남자친구/여자친구'라는 콘셉트를 이용, 10400mAh 보조배터리는 남자의 형상으로 의인화하고 5200mAh 보조배터리는 여자의 형상으로 의인화할 수 있었다. 실제로도 10400mAh 보조배터리는 남성이 한손에 쥐기 편해서 남성 사용자가 많았고, 5200mAh 보조배터리는 여성이 한손에 쥐기에 편한 크기였다. 게다가 '5200'(우얼링링)을 중국어 발음으로 읽으면 "널 사랑해"(워아이니)와 묘하게 음운이 어울렸다.

 

 

인터넷 체질로의 전환, '폭爆·편扁·상爽'이 관건

 

폭爆이란 제품 전략 및 제품 구성은 폭발성을 가진 단품 위주로 단일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샤오미의 제품은 폭발성 있는 인기 상품 위주이다. 그래야 사용자들과 깊고 가깝게 교류할 수 있고, 사용자들에게 참여감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기업이든 폭발적 인기 상품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상품이 수십 종이어야 하는 게 아니다. 한둘 정도면 충분하다.

 

편扁이란 조직은 평평하게, 즉 단순하고 효율적인 구조로 개편해야 한다는 뜻이다. 인터넷 시대의 기업들은 직원들에게 적극성과 창의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층층이 이루어진 수직 구조 안에서 과연 창의성이 발휘될 수 있을까? 제안 하나 하려 해도 일곱, 여덟 단계의 의사결정 구조를 거쳐 최종 피드백을 받기까지 다시 두세 달이 걸린다면, 어느 누가 대담한 혁신을 시도할 수 있을까? 샤오미의 연구개발 조직은 엔지니어, 핵심 매니저, 협력 파트너, 이렇게 세 개 층으로만 이루어져 있다.

 

상爽은 조직 구성원에 대한 격려와 관련된 것이다. 우리 또한 직원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하고, 회사의 이익도 함께 공유했다. 회사가 직원들에게 충분히 금전적 보상을 하고 자긍심과 참여감도 느끼게 할 수 있다면, 제품과 서비스의 질은 자연히 높아진다. 우리는 결과보다 과정에 더 집중한다. 모든 직원들이 과정에 최선을 다 하면 자연히 최상의 결과가 나오기 마련이다.

 

"천리와 인욕은 근본적으로 같다(천리즉인욕天理卽人欲)"

- 왕양명


레이쥔은 크게 절박하지 않은 상태에서, 열린 마인드로 샤오미를 만들었다. 창업 당시에도 그는 20년 가까이 기업 활동을 하면서 돈과 명예와 성공을 거머쥔, 무엇하나 부족할 것 없는 엔젤투자자였다. 사람들은 믿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런 그가 샤오미를 만든 것은 어디까지나 위대한 기업을 만들어 위대한 일을 하고 싶다는 꿈 때문이었다. 그래서 공동창업자들은 물론 핵심 직원들에게도 충분한 이익과 권한을 보장하고, 직원 존중을 다른 무엇보다 중시했던 것이다.


우리는 언제나 최고의 인재를 요구한다. '최고의 인재'란 혼자서 10명, 100명의 몫을 해내는 인재를 가리킨다. 적당히 똑똑한 대학생을 뽑아 잘 양성하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은 금물이다. 최고의 인재는 스스로 강한 동기와 추진력을 갖추고 있으므로 회사는 단지 그가 좋아하는 일에 그를 배치하기만 하면 된다. 그는 스스로 즐기는 마음으로 최고의 역량을 발휘할 것이다.

 

핵심 인재를 감동시켜야 다른 직원들에게도 널리 동기부여를 할 수 있다. 창의적 인재일수록 엄격히 관리하려 들면 갑갑함을 느껴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엔지니어들은 까다로운 규정을 적용하는 데 관심이 없고, 형식에 맞춘 보고서 작성도 골치 아파한다. 관리자가 아닌 사용자들이 엔지니어를 관리하게 하라. 엔지니어들은 사용자에게서 긍정적 피드백을 받으면 신이 나서 혼을 불사르며 일하고, 사용자가 문제를 제기하면 스스로 참지 못해 문제 개선에 매달린다.

 

'폭, 편, 상'이란 기업이 단순화, 효율화될 때 직원들이 홀가분해진다는 의미다.

 

 

샤오미의 성공은 그냥 만들어진 게 아니다

 

요즘 성능이 우수한 중국 제품을 두고 '대륙의 실수'라고들 한다. 예전엔 중국제는 값이 싼 만큼 디자인과 성능이 떨어지고 품질도 나쁘다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산 제품 중에서도 충분히 경쟁력 있는 아이템들이 두각을 나타내면서 이 말이 생겨났다. 샤오미에서 만든 보조배터리가 국내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메이드 인 차이나'를 다시 평가하게 됐다.

 

현재 샤오미는 전 세계에서 가장 관심 받는 기업 중 하나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1위, 세계 스마트폰 시장 4위를 기록 중이다. 웨어러블 기기 미밴드로 세계 시장 2위를 달성하는 등 글로벌 기업으로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또한 공기청정기, 정수기, 스마트TV, 스마트 운동화, 에어컨 같은 분야로도 진출하는 한편 사물인터넷 시장에도 도전하고 있다.

 

샤오미에 대한 평가에 아직도 무시와 감탄이 엇갈리고 있다. 이는 마치 '내가 하면 연애, 남이 하면 불륜'과 같은 논리이다. 기적 처럼 짧은 기간에 쌓아올린 성공탑을 신기하게 바라보면서 장기적인 전망에선 평가절하하는 이런 태도는 샤오미의 성공 배경을 잘 모르고서 일방적으로 내린 오만의 극치일 뿐이다.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들,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필독을 권하고 싶다.

 

충성도 높은 고객들의 참여감은 시장에 거대한 태풍을 일으켰다. 그 태풍의 힘은 돼지도 날아가게 할 정도로 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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