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도덕을 말하다 - 좋은 삶을 향한 공공철학 논쟁
마이클 샌델 지음, 안진환 옮김, 김선욱 해제 / 와이즈베리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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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년 동안 첨예한 대립 양상을 보이는 도덕적, 정치적 현안들에 관한 논쟁들의 중심에는 몇 가지 반복되는 의문점이 자리 잡고 있다. 개인의 권리와 선택의 자유는 우리의 도덕적·정치적 삶에서 가장 대표적인 규범이지만, 과연 그것들이 민주사회를 위하여 충분하고도 적절한 기반으로서의 의미까지 지니는가? 우리는 좋은 삶에 관한 논쟁적인 개념들을 다루지 않고서도 공공생활에서 발생하는 도덕적 과제들을 논리적으로 풀어 나갈 수 있는가? 만약 우리의 정치적 논의들을 다루는 데 있어 좋은 삶에 관한 질문들을 짚고 넘어가야만 한다면, 현대 사회에 이 질문들에 대한 의견 불일치가 만연해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

 

 

현대의 공공생활과 도덕을 재조명하다

 

2010년 이후, 한국 사회에 '정의'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마이클 샌델 교수는 그동안 공공생활을 움직이는 도덕적 딜레마와 정치적 딜레마를 탐구한 평론 31편을 따로 모아 신간을 출간했다. 이는 법률 전문지, 학술 전문지, <애틀랜틱먼슬리>, <뉴리퍼블릭>, <뉴욕타임스>, <뉴욕리뷰오브북스>등의 일반 간행물에 실렸던 글들이다.

 

 

그는 학자와 전문가, 그리고 일반인 독자들을 염두에 두고 이 평론들을 집필한 것인데, 이는 현대의 정치와 도덕을 조명하는 데 주안점을 둠으로써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시민으로서의 교양은 과연 무엇인지를 되새기도록 만든다. 즉 정치 논평과 정치철학 사이의 경계를 명확히 구분하지 않는다.

 

책은 모두 3부로 구성되었는데, 1부(미국의 시민생활)는 미국 정치의 전통을 전반적으로 짚어본다. 토머스 제퍼슨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미국 정치사의 주요 논쟁을 살펴보면서 우리 시대에 다시 자치라는 프로젝트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지를 묻고 있다. 공동체의 삶 속에 담겨 있던 도덕적 가치를 정치에서 다시금 논의해야 함을 주장한다.

 

이어서 2부(논쟁들)에서는 지난 20년 동안 치열한 논쟁거리였던 공공 영역의 시장화, 낙태와 동성애에 관한 사생활 보호권 등 도덕적, 정치적 현안들을 다루면서 정치와 공동체가 이런 논쟁들을 회피하려는 태도를 꼬집는다. 마지막으로 3부(공동체와 좋은 삶)에서는 2부에서 논의한 도덕적, 정치적 논쟁들에서 한걸음 물러나 다양한 자유주의 정치 이론들을 검토, 각각의 장단점을 평가하고 다원주의적, 시민적 공공철학이 갖는 의미에 관해 설명한다.

 

 

    

책은 도덕적 문제가 정치적 고려 대상에서 제외되는 미국의 현실 문제 인식에서 비롯된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중요한 정치 이슈인 낙태 문제에 관해 정치, 정책적 문제가 아니라 개인적 선택의 문제로 접근하는 시각이 있는데 낙태에 대한 찬반과 무관하게 이런 식의 접근은 잘못됐다는 게 저자의 지적이다.

만약 낙태가 도덕적으로 나쁜 것이라면 개인적 선택의 문제로 방치해선 안 된다는 논리가 성립한다고 마이클 샌델 교수는 주장한다. 그의 문제 인식은 공동체 내에서의 도덕적 문제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정치에서도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이제 그의 평론들을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자.

 

 

자유주의자들이 두려워하는 영역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개인의 권리를 존중하는 것을 자유라고 한다면, 시민들에게 자치라는 습관을 어떻게 형성할 것인지에 대한 오랜 논쟁을 끝낼 수 있다. 또한 좋은 삶의 본질에 대한 케케묵은 논쟁도 피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유주의적 시민 개념엔 철학적 문제가 놓여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인정하는 폭넓은 범위의 도덕 및 정치적 의무를 설명할 수 없다. 

 

일부 자유주의자들은 우리가 그런 의무에 묶여 있음을 시인하지만, 이는 사적 생활에만 해당될 뿐 정치에는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러한 주장은 다른 어려운 문제들을 야기한다. 왜 우리가 시민의 정체성을 그보다 더욱 폭넓게 인정되는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에서 분리해야 한단 말인가? 왜 정치적인 숙고 과정에서 우리가 인간의 가장 높은 목표로 여기는 것을 반영하지 않는가? 우리가 인정하든 그렇지 않든, 정의와 권리에 대한 논의들은 좋은 삶에 대한 특정한 관념들에 의지하지 않던가?

 

 

국가의 복권사업, 공공 영역의 타락을 보여준다

 

복권사업이 가져다주는 수익에 중독되어 있는 한, 주정부는 주민들에게, 특히 가장 취약한 계층의 사람들에게 민주주의적 삶을 지탱하는 노동과 희생, 도덕적 책임의 윤리와 상충되는 메시지를 계속 퍼부을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공공 영역의 타락은 복권이 야기하는 가장 중대한 해악이다. 복권은 공공 영역의 질을 떨어뜨린다. 정부가 비뚤어진 시민 교육을 제공하는 주체가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원활한 공공자금의 흐름과 정부 재정을 유지하기 위해 이제 미국의 주정부들은 자신의 권위와 영향력을 이용해 시민의 미덕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헛된 희망을 퍼뜨려야만 하는 형편이다. 운만 조금 따라주면, 불행한 운명에 이끌려 발을 들여놓을 수밖에 없었던 노동의 세계에서 얼마든지 벗어날 수 있다고 사람들을 설득해야 하는 것이다. 

 

 

사생활 보호권에 대한 관점의 변천사

 

1961년, 연방대법원은 처음으로 사생활 보호권 문제를 다루었다. 당시 포 대對 울먼 사건에서 코네티컷 주의 한 제약업자가 피임용품 사용을 금지하는 주법에 이의를 제기했다. 대법관들 다수가 법 해석의 문제로 여기고 이 소송을 기각했지만. 더글러스 대법관과 할런 대법관은 반대의견을 제시하면서 해당 법이 사생활 보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그들이 옹호한 권리는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사생활 보호권이었다. 초점이 되는 권리는 피임용품을 사용할 권리가 아니라 해당 법의 집행이 요구하는 감시로부터 자유로울 권리였기 때문이다.

 

"만일 우리가 이 법을 엄격하게 집행한다면, 수색영장이 발부되고 경찰들이 침실에 들어가 거기서 벌어지는 일을 조사하는 수준에까지 이를 것이다. (…) 법이 만들어지면 집행이 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 아닌가? 이 법의 위반을 입증하는 데는 필연적으로 부부관계에 대한 심문이 수반된다" - 더글러스 대법관

 

더글러스 대법관은 피임용품 판매를 금지하는 것과 그 사용을 금지하는 것은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  판매 금지는 피임용품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지만 부부의 은밀한 생활을 공적 도사 대상으로 만들지는 않는다. 판매 금지법은 경찰을 침실이 아니라 약국으로 향하게 만든다. 따라서 전통적인 의미의 사생활 보호권을 침해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이다.  

 

 

정의를 제일의 미덕으로 삼다

 

원초적 입장은 칸트의 초월적 논변이 제공하지 못한 것을 제공하고자 시도한다. 선에 우선하되 여전히 이 세계 안에 자리 잡은 권리의 토대가 바로 그것이다. 불필요한 것들을 모두 제하고 요점만 짚어보면, 원초적 입장은 다음과 같이 작용한다. 우리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심지어는 우리의 이해관계나 목적 또는 선에 대해 갖고 있는 관점조차도 모르는 상태에서 우리 사회를 지배할 원칙들을 선택해야 할 경우 우리가 어떤 원칙들을 선택할 것인지 상상해보는 것이다. 이러한 원칙들, 즉 상상의 상황에서 선택할 만한 원칙들이 바로 정의의 원칙들이다. 게다가 제대로 작용할 경우, 그것들은 특정 목적을 전제로 삼지 않는 원칙들이다.

 

정의를 제일의 미덕으로 삼는 인간이라면 어떠해야 하는가를 전제로 삼는다. 

 

 

정치적 자유주의 vs 포괄적 자유주의

 

포괄적 자유주의와 달리, 정치적 자유주의는 포괄적인 교의로부터 생긴 도덕적·종교적 논쟁들에서 어느 쪽 편도 들지 않는다. "모든 상황을 고려했을 때, 어떤 도덕적 판단이 옳은가는 정치적 자유주의의 문제가 아니다", "포괄적인 교의 사이에서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기 위해서 (정치적 자유주의는) 그 교의들이 갈라지게 된 도덕적 주제를 구체적으로 다루지 않는다"

 

어떠한 포괄적인 관념에서도 합의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무리 질서정연한 사회라고 해도 모든 사람이 동일한 이유로 자유주의적 제도를 지지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예를 들어, 사회 구성원 모두가 자아가 목적에 우선함을 나타내려는 똑같은 동기를 갖고 자유주의적 제도를 지지하지는 않을 것이다. 정치적 자유주의에서는 이러한 기대를 포기한다.

 

 

언론의 자유와 혐오발언

 

스코키라는 지역은 신나치주의자들의 진입을 막을 수 있었는데, 어째서 1950년대와 1960년대에 남부의 인종 분리주의적 주정부들은 민권 운동가들의 가두행진을 막지 못했을까? 남부의 인종 분리주의자들이 자신들이 사는 곳에서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가 행진하길 바라지 않았던 것이나, 스코키 지역의 주민들이 신나치주의자들의 행진을 원하지 않았던 것은 다르지 않다.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처럼, 인종 분리주의자들도 행진 참가자들과 그들의 메시지에 의해 깊게 상처 받을 수 있는 공동의 기억으로 결합된 연고적 자아임을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두 경우를 구분할 수 있는 원칙에 입각한 방법은 있을까? 연설의 내용과 관련하여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자유주의자들과 해당 공동체의 지배적인 가치에 따라 권리를 규정하려는 공동체주의자들에게 이를 질문해도 대답은 "없다"이어야 한다. 자유주의자들은 두 가지 경우 모두에서 언론의 자유를 지지하고, 공동체주의자들은 거부할 것이다.

 

 

아메리칸 드림이 사라지고 있다

 

미국 대선에서 아웃사이더가 기세를 떨치고 있다. '찻잔 속 태풍'으로 예상됐던 도널드 트럼프가 마침내 공화당 최종 주자로 올라섰다. 민주당 상원의 유일한 사회주의자라는 버니 샌더스 의원은 갈 길 바쁜 힐러리 클린턴을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트럼프와 샌더스에 상당히 냉소적이다. 이들의 등장을 포퓰리즘 조장 내지 '이상한 대선판'이라는 식으로 폄하하기도 한다.

정말 이상한 선거판일까? 미국 주류 사회는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일반 시민들은 그럴 수도 있다며 수긍하는 분위기다. 이를테면 트럼프와 샌더스 모두 기득권 정치 세력에 도전하고 있는 모습이다. 즉 미국 사회의 통념에 대항하고 있다. 트럼프의 포퓰리즘적 언행은 특히 근로계층 남성들에게 먹혀들고 있다. 그들은 일자리와 임금에 위협을 느끼는 계층이다. 두 사람은 이념적으로 다르지만, '불만'이라는 원천을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 책은 존 롤스'정치적 자유주의'에 따라 개인의 자유를 우선시하고 특정한 도덕관념을 강요하지 않는 현대 민주 사회에서의 정의관이 가지는 딜레마에 대해 냉철한 분석과 비판을 하고 있다. 하지만 도덕적인 가치에 따라 논쟁이 이루어지는 사안에 대해 정치권에서 취해야 할 모범답안을 제시하기보다는 우리들이 능동적으로 사고하고 고민하며 자신만의 정치도덕적 견해를 가지도록 권유한다. 결국 우리들 모두 자신이 생각하는 정치의 정의正義에 대해 적극적으로 피력하며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우리 삶에 필요한 정의관과 일맥상통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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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물리학 - 기발한 상상력으로 풀어낸 지적 교양을 위한 물리학 입문서
렛 얼레인 지음, 정훈직 옮김, 이기진 감수 / 북라이프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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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새들이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는지, 게임에 적용되는 물리학적 원리가 무엇인지 등 게임이 어떻게 작동되는지를 분석하는 건 현실 세계에서 물리학 연구를 하는 것과 매우 유사합니다. 비유하자면 비디오게임을 분석하는 것은 실내 암벽등반을 하는 것과 같아요. 실내에서 암벽을 끝까지 올라도 아무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암벽등반 기술을 향상시킬 수는 있죠. 그와 달리 실제로 등산하는 경우는 도달할 수 있는 정상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역시 똑같은 암벽등반 기술을 사용하죠. 따라서 현실에서의 물리학 연구는 실제 등산이고 앵그리버드 게임의 원리를 분석하는 것은 실내 암벽등반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 '서문' 중에서

 

 

물리학과 괴짜가 합쳐진다면

 

책의 저자 렛 얼레인은 사우스이스턴루이지애나대학교에서 물리학을 강의 중이며, <와이어드Wired> 과학 부문 인기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그는 세계적인 게임 '앵그리버드'를 비롯해 영화 <스타워즈>, <어벤져스> 등 일상에서 발견한 갖가지 소재들을 기반으로 살면서 한번쯤 상상해봤을 법한 엉뚱한 질문에서부터 호기심을 자극하는 기상천외한 질문들까지 다양한 궁금증에 대한 답을 기발한 물리학적 해법으로 쉽고 재미있게 풀어낸다.

 

그만의 독특한 시각과 위트가 담긴 연구들은 늘 화제를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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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하지 않을 자유 - 행복한 비연애생활자를 위한 본격 싱글학
이진송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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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는 근대에 와서 만들어진 개념으로 젠더, 계급, 주체와 타자, 자본주의, 국가의 재생산 이데올로기 등 무수히 많은 것들이 교차하고 길항하는 정치의 영역이다. 당신은 연애를 하거나, 하지 않음으로써 이 정치에 참여한다. 나는 오래전부터 '연애하지 않을 자유'에 대해서 이야기해왔지만, 어디까니나 사적인 수다에 불과했다. 이를 '공적인 판'에서 본격적으로 논의하고 적극적으로 가시화하고 싶었다. - '인트로' 중에서

 

이 땅의 '홀로'들의 자유를 대변한다

 

저자 이진송은 국내 최초 비연애 칼럼니스트라는 독특한 직업을 가졌다. '비연애생활자'를 위한 독립잡지 <계간홀로>의 발행인으로 이화여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현대소설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이다. 학부 시절 집필한 경장편 소설 <승강이>로 제7회 이화글빛문학상을 수상했으며, <한국일보>, <한겨레21> 등에 사회문화 전반의 이슈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이진송 

 

연애에 관해 빈곤한 경험의 소유자인 그녀는 '모태솔로=루저'로 낙인찍는 세상에 반기를 들고, 2013년 <계간홀로>를 창간했다. '비연애생활자'의 인권과 그들의 삶에 대한 존중을 주장하는 이 잡지는 이를 지지하는 '홀로(=솔로)'들의 십시일반으로 3년째 근근이 발행되고 있다.

 

만 스물일곱, 세상의 모든 편견에 강한 의문을 갖고 있는 그녀의 생각과 글은 젊고 거침없으며 통쾌하다. 지성과 유머의 재기발랄한 결합. 사회의 부조리를 예리한 시선으로 포착하는 날카로운 비판의식. 문학, 역사, 철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인문학적 분석으로 깊이를 더하면서도, 덕후 세계의 B급 유머 코드를 구사하며 어떤 지루한 주제도 유쾌하게 풀어내는 균형감각은 그녀의 글만이 지닌 매력이다.

 

'비연애 인구', '홀로' 등의 언어는 그녀가 억지로 만든 말이다. 비연애 상태의 사람을 의미하는 고유어는 사전에 '싱글'로 표기된다. '비연애'라는 말은 국립국어원이 정의한 협소한 의미의 '연애' 정의에 반하는 폭넓은 개념이다. 엄연히 연애하고 있음에도 세상이 연애를 인정치 않는 성소수자의 연애도 포함한다. '홀로'는 어떤 형태로든 연애하지 않는 비연애 인구를 지칭한다.

 

1920년대의 지식인이 '술 권하는 사회'에 살았다면, 2016년의 2030들은 '연애 권하는 사회'에 산다. 각종 미디어나 일상생활에서 솔로를 불상하고 짠한 존재로 비하하거나 희화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솔로들 스스로도 자신이 진정 '연애하지 않는 상태' 때문에 불행한지 생각하지 않고 일단 자조自嘲부터 한다. 이런 현상에 관해 저자는 문제를 삼고 유감을 표명하고 있다.

 

 

 

연애 과잉 시대에 '비연애'를 선언하다

 

연애는 그저 그 사람이 그 순간에 누군가와 맺고 있는 관계이자, 선택할 수도, 선택하지 않을 수도 있는 삶의 형식 중 하나다. 연애 대상으로서 매력을 발산할 수 있는 것은 멋진 재능이지만, 그게 없다고 해서 자신이 비참하거나 매력 없는 인간이 아니라는 뜻이다. 왜냐하면 모든 인간이 연애에 최적화될 수는 없고, 세상의 관계는 연애 이외에도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예능 방송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못친소 페스티벌2'가 열렸다. 못생김 끝판왕 F1으로 선정된 배우 우현의 부인은 "남편이 너무너무 잘 생겼다"고 말했다. 이는 콩깍지나 거짓말이 아니다. 단지 취향의 문제일 뿐이다. 아름다움은 확실히 취향을 탄다. 여기에는 누구나 공감한다. 그러나 못생김도 취향을 탄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사람은 많지 않다. 단언컨대, 못생김에도 취향이 있다.

 

사실상 얼굴을 안 보는 사람은 없다. 취향을 추구하는 탓이다. 어쨌든 서로의 껍데기에서부터 만남을 시작할 수밖에 없는 인간은, "싸우고 나서 화해하려고 다시 봤을 때 얼굴 때문에 화가 나면 안 되는" 마지노선을 가슴속에 간직하고 있으니까. 그리고 연애하지 않을지언정 제 기준에 못생긴 사람을 만나기 싫을 수 있다. 그 사람은 '눈을 낮춘 연애'보다 '취향을 고수하는 비연애'를 선택한 셈이니 내버려두어야 한다. 

스무 살, 막 대학에 입학한 저자는 장밋빛 꿈에 부풀어 있었다. 적어도 입학만 하면 연애를 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 그녀가 동아리 언니로부터 "무성애자 라인의 후계자가 돼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동아리의 정의에 따르면 이는 누구와도 연애하지 않는 특징을 지닌 사람인데, 나름 유서 깊게 이어져온 계보였다.

 

다행히 대학 신입생은 연애 시장의 핫 매물이었다. 미팅과 소개팅 급행열차가 줄줄이 대기중이었다. 당시엔 기승전파스타였다. 마치 공작새가 꼬리를 접었다 폈다 하듯이 매력을 발산할 때를 서로 간보며 아니다 싶으면 언제 도망갈지 눈치를 보는 그런 열차를 타고 있었다. 어느 날 그런 그녀의 모습이 '트루먼쇼'처럼 느껴졌고, '연애'라는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려고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과 같은 행동을 처음인 양 반복하는 것에 흥미가 떨어졌다. 그때부터 그녀는 소개팅과 미팅 등을 끊었다. '파스타비우스'의 띠 바깥으로 튕겨져나온 것이다. 그렇게 연애를 위한 적극적인 행동을 그만두면서 평화로운 싱글 라이프가 시작됐다.

2008~2009년 무렵, 누군가가 그녀를 '철벽녀'라고 진단했다. 그녀의 비연애 증상에 병명이 하나 더 추가된 셈이었다. 이 말은 외모도 괜찮고 학력과 집안도 웬만하지만 연애를 못하는 여성으로서 철의 장막을 치듯 연애를 차단한다는 뜻이다. 또한 연애는 하고 싶지만 자존심이 높아 자신의 이상형에 미치지도 않는 남자들의 접근을 아예 금하는 '철벽 수비'형의 여자를 가리킨다.

 

이 "철벽녀"의 등장은 딱히 하자가 없는데도 비연애 상태인 사람에게 어떻게든 이유를 찾아내려는 욕구의 발현이다. 철벽녀/철벽남은 객관적으로 그리 문제가 없음에도 연애를 하지 않기 때문에 연구 대상이 되고, 결국 연애에 대한 애티튜드가 원인으로 지목당한다. 그리고 그들은 주제 파악을 못하고 현실을 잘 모르는 미숙한 존재, 누군가가 공들여서 그 마음의 문을 열어주어야 하는 구원과 계몽의 대상으로 구성된다. 철벽녀와 철벽남을 향한 조언과 조롱은 대충 이렇다. "누가 사귀재? 밥 한번 먹자는데 왜 먼저 나서서 오버야?" 철벽녀도 입이 있다. 말 좀 하자. "그 한번이 싫다고, 쫌!"

그녀는 언제나 궁금했다. 도대체 왜, 언제나, 어디서나, 누군가에게나 '연애의 가능성이 있는', '누군가에게 매력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여지를 남기도록' 노력해야 하는가? 이것은 뷰티 프로그램이나 패션 사이트에서 툭하면 "남자들이 좋아하는 메이크업", "여친 생기는 옷"만 주구장창 반복하는 것에 대한 불만과도 상통한다.

 

"너, 그러고 다니면 남자가(여자가) 안 좋아해"

 

이런 말에 대해 저자는 당연히 항변한다. 자신이 뭐 걔들이 좋아하라고 태어났나? 세상은 온니(only) 연애로만 가득 차 있지 않고, 또한 사람이 늘 연애에 최적화된 상태로만 살순 없어요. 그리고 연애에 적극적이지 않은 태도가 왜 콧대가 높고 주제 파악 못하는 것인지 모르겠으며, 이 말에 결코 동의하지 않는다. 

쉬지 않고 연애하는 이들은 능력자가 되고, 쉬지 않고 공감 공동체와의 관계에 몰두하는 이들은 무능하고 눈치 없는 이로 몰아가는 데 동의할 수 없다.

 

모두가 이렇게 목을 매는 연애는 사실 근대적 개념으로, 발명되고 학습된 것이다. 이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존재하는 자연적인 감정으로서의 사랑과 연애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근대 이전의 동아시아에는 연애라는 말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선교사 메드허스트<영화사전>이라는 책을 펴낼 때 사랑(love)을 연애라고 번역했다는 말이 있고, 또 혹자는 1870년경 나카무라 마사나오가 'love'를 연애라고 번역한 것이 첫 용례라고 말하기도 한다. 1890년을 전후로 일본에서 일반화된 이 단어는 1912년 조중환<쌍옥루>라는 일본 번역 소설에서 사용하면서 한국에 수입되었다. 식민지 조선은 대부분의 서구 개념이나 근대 문물을 일본을 거쳐 받아들였는데, '연애' 역시 이러한 과정을 거쳤다. 

'연애하지 않을 자유'는 연애의 자격을 다 갖춘 사람에게만 허용되는 것처럼 보인다. 연애의 자격이 확보된 사람이 연애하지 않을 리가 없다는 생각, 즉 '연애=좋은 것', '할 수 있으면 안 할 리가 없는 것', '할 수 있으면 반드시 해야 하는 것', '연애를 안 하는 유일한 방법은 못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연애는 발명되고 학습된 것으로서, 한국에서의 역사는 겨우 100년 남짓 되었고, 절대적이거나 운명적인 것이 아니다. 연애는 때로는 자본주의와 공모하고, 때로는 자아 발견 욕구와 만나고, 때로는 국가 통치 정책과 공명하기도 하는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개념이다. 저출산 대책이랍시고 남녀 집단 미팅을 제시하는 사례도 있으니 말이다.

 

"사랑과 우정, 촌스러운 이분법"

 

연애든 우정이든 결국은 관계의 문제다. 어느 하나를 불변의,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는, 바람직한 이상으로 규정한다면 우리의 삶은 너무 협소하고 빈곤할 것이다. 세상에는 별처럼 많은 사람들만큼이나 다양한 관계와 우정과 연애가 있다. 누가 무엇을 선택하고, 그 선택으로 자신의 삶을 어떻게 꾸려갈지는 그 사람의 자유다.

 

연애 대신 우정에 올인한다고 해서 불쌍한 것이 아니고, 우정 대신 연애에 올인한다고 멍청한 것이 아니다. 언제나 그렇듯 가장 이상적인 밸런스야 치킨 주문시의 '반반 무 많이'겠지만, 그게 말처럼 쉽겠느냐 말이다. 그저 자신에게 알맞은 온도를 찾아 킬리만자로의 표범처럼 헤매는 과정의 연속이지 않겠나? 그저 내버려두는 게 중요하다. 이래라저래라하지 말자.  

우리는 좀 더 엄격해질 필요가 있다. 어떤 성향으로 차별과 편견을 조장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최소한의 자각이 있다면, 나이에 대한 언급이나 강요를 삼가야 한다. 도대체 적절한 나이와 그에 맞는 행동은 누가 정했으며, 거기에 따르지 않는 것은 왜 문제인가? 그딴 것에 착취당하기에는 열성을 다해 좋아하는 감정은 너무나 귀하고 아깝다.

 

 

지금 연애하지 않는 자, 무죄를 선언하노라

 

연애를 하면 좋은 점이 분명 있다. 해 본 사람들은 이를 안다. 그런데, '좋다'에서 멈추지 않고 '연애하지 않는 너는 불쌍해'로 넘어가는 것이 문제다. 이것이 바로 연애지상중의의 문제점이다. 비연애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는 저자를 이런 연결고리를 끊고 싶어 한다. 이 책이 탄생한 배경이다. 나아가 그녀는 선언한다.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를 모두 무죄로 석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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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들이 이기는가 - 성공하는 문화의 새로운 패러다임
클로테르 라파이유.안드레스 로머 지음, 이경희 옮김 / 와이즈베리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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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는 1년에 550억 달러의 흑자를 내는 반면, 프랑스는 거의 똑같은 수치의 적자를 내고 있다. 이런 수치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프랑스에 6천만 명이 사는 반면, 싱가포르에는 겨우 6백만 명밖에 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개개인의 성과가 싱가포르에서 훨씬 더 영향력을 갖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석유나 가스 같은 천연자원이 없고 땅덩어리도 아주 작은 나라에 겨우 6백만 명이 산다는 점을 고려하면 싱가포르의 흑자는 훨씬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싱가포르는 무엇을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 것일까? 또 프랑스의 실업률은 11퍼센트, 스페인의 실업률은 25퍼센트인데 반해 싱가포르는 어떻게 실업률을 2퍼센트 이하로 유지할 수 있을까? 이 수치는 전혀 우연도 아니고 불규칙적인 것도 아니다. 실업률을 이렇게 낮게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안전하고 깨끗한’ 싱가포르의 문화와 관련이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프랑스에는 불안정한 중산층이 늘어났다. - '서론' 중에서

 

 

더 좋은 삶을 위한 제안

 

삶은 이동의 연속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 인간의 운명이다. 우리는 결국 죽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더 발전하여 우리 자손들에게 더 나은 문화와 세상을 만들어주려고 늘 경쟁하면서 더 좋고 더 빠르고 더 강한 목표를 세우려는 경향이 있다. 태초에 남자가 여자에게 생식 능력을 과시한 이후부터 인간은 자신의 능력을 자랑하고 더 나아지려고 늘 애써왔다. 더 많은 급여, 더 좋은 집, 더 좋은 직장, 더 멋진 배우자 등 그 형태가 무엇이든 우리는 모두 성공을 목표로 잡는다.

 

인류의 진보는 생존과 번식이라는 본능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문화가 이러한 본능적 욕구를 얼마나 충족시켜주느냐에 따라 성공 여부가 달라진다. 문화는 생존을 위한 수단일 뿐만 아니라 삶을 더욱 충만하고 풍요롭게 하는 수단이다. 따라서 문화는 구성원들이 발전할 수 있도록 변화하고 '상향이동'을 해야 한다. 왜 어떤 사람들은 원하는 방향으로 이동할 기회를 가지는 반면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왜 어떤 국가는 성공하고 어떤 국가는 실패하는 걸까?

 

책의 저자 클로테르 라파이유는 안드레스 로머와 함께 문화 코드와 생물학을 결합한 관점으로 세상을 해석하는 틀을 제시한다. 그들은 생존Survival, 성Sex, 안전Security, 성공Success이라는 4가지 생물 논리와 함께 R2 이동성 지수를 통해 71개국을 평가하고 '상향 이동'과 관련된 모든 중요한 일에는 파충류 뇌가 대부분을 지배한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또한 인간의 더 많은 기본적 본능이 고차원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증거도 제시한다.

 

공저자들은 기업가정신, 섹스, 예술에 대한 투자, 남자와 여자의 근본적인 생물학적 차이 등을 설명하면서 그 결과 상향 이동을 하는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를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이 책은 성공과 성장을 이끄는 문화(금수저 문화)와 그렇지 않은 문화(흙수저 문화)가 따로 있으며, 거기에는 생물학적·사회적, 심리학적 이유에 기반을 둔 다양한 차이가 있음을 분석해내고 있다.

 

 

 

 

 

 

 

 

 

 

 

 

 

 

문화의 이동성을 위해서는 생물학적 특성을 지원하는 문화가 필요하고, 문화를 지원하는 생물학적 특성이 필요하다. 이를 조금 다른 방식으로 살펴보자. 생물학적 특성과 문화는 간혹 갈등을 빚기도 한다. 인간의 뇌는 타고난 이기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문화는 어느 정도 이런 타고난 충동을 극복하는 법을 습득해야 한다. 오랫동안 집단과 개개인 모두를 위해 서로 협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문화를 통해 이해해야 한다. 예를 들어 문화가 상향 이동을 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약속을 지켜야 하고, 세금을 내야하고, 몸에 좋은 음식을 먹어야 하고,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려야 하며, 또한 자식들을 위험한 전쟁터로 내보내야 한다는 뜻이다.

 

생물학적 특성과 문화의 갈등은 성적 충동이나 열망에서도 똑같이 발생한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자 기혼자라면 인턴 직원과 성적 관계를 갖지 않도록 스스로 절제해야 한다. 그런 절제는 생물학적 욕구를 억제하는 일이지만 인간의 본능적인 충동을 억누르고 사회가 상향 이동을 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문화의 역할이라 할 수 있다.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문화를 개선하는 요소와 방법론이 들어 있는 비책이 아니다. 그랬다면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똑같은 문화들을 만들어냈을 것이다. 하지만 파충류 뇌를 중심으로 뇌의 세 영역을 받아들이면 이상적인 상황이 된다. 물론 그뿐 아니라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문화가 대뇌피질의 도움으로 파충류 뇌의 욕구를 즐거움으로 바꾸는 것이기도 하다.

 
대뇌피질을 잘 이해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스타벅스다. 스타벅스는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카페이면서도 서비스가 빠르고 훌륭하다. 게다가 가까운 곳 어디든 있다. 그렇다면 스타벅스는 파충류 뇌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무엇을 한 것일까? 스타벅스가 제공하는 음료의 종류는 8만 7천 가지다. 또 스타벅스에서는 커피뿐 아니라 정체성까지 구입할 수 있다. 일회용 컵에 고객의 이름을 쓰고, 미소를 지으며 그 이름을 부르면 고객은 특별한 존재가 된 듯한 기분을 느낀다. 스타벅스가 팔고 고객의 본능이 구매하는 것은 사회적 인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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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을 감동시킨 리더가 되라 - 수천 년을 이어온 사상가들의 특별한 경영 조언
마이클 수피오스.파노스 무두쿠타스 지음, 이경식 옮김 / 더퀘스트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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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기술과 경험, 숙련된 통찰력이 비범하게 하나로 더해진 것'이 바로 이 책에서 정의하는 리더십이다. 이때 진정한 리더를 단순히 조직을 운영하는 사람들과 구분해 주는 것은 세 가지 요소 중에서 맨 마지막 요소인 '숙련된 통찰력'이다. 숙련된 통찰력은 조직의 올바른 전망을 개발하고 구체화되기 위한 리더의 노력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본질적인 조건이다.

 

 

진정한 리더십은 인생철학에서 비롯된다

 

진정한 리더십은 지식이나 학문 차원에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일터에서 차별성 있는 성과를 확실히 만들어 낼 수 있는 진정한 리더와 단순한 행정 관리자를 구분하는 것은 독특한 일련의 관점과 가치관이다. 진정한 리더는 제대로 관찰한 삶에서만 비롯되는 통찰이 깃든 접근법이나 방법론을 들고 나온다. 요컨대 리더십은 특별한 형태의 용기를 필요로 한다.

 

현대 사회에 존재하는 맣은 문제들이 리더십 결여 때문에 생긴다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리더십은 우리들 삶의 거의 모든 측면에서 다양한 형태 및 스타일을 일컫는 전문용어이자 사실상 유행어처럼 사용된다. 먼저 정치 분야에서 가장 많이 이말이 등장한다. 예를 들어 심각할 정도로 낮은 경제성장률이나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지방자치단체의 부채 등을 진정한 리더만이 해결할 수 있다고 떠든다.

 

또 교육은 어떤가? 툭하면 흑백이 갈려 한 쪽은 해야 한다, 다른 쪽은 이유같지도 않은 이유를 내세우며 무조건 반대를 외쳐댄다. 늘어나는 교육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사람들은 무조건적인 무상 지원을 요구하기 마련이고, 이를 과연 모두에게 적용하는 게 올바른가라는 차별적 복지를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미 공짜를 좋아하는 시민들 때문에 서울시장이 중도에 내려와야 하는 사태가 벌어진 적도 있다.

 

여름철 비가 많이 내린 날이면 여지없이 공장과 농장의 폐수가 생활 하천으로 흘러내려오고, 매연 방지 시설 및 작업장 환경 개선을 위해 국가 또는 지자체의 예산을 지원받음에도 불구하고 인근의 농가나 주택, 그리고 공장 근로자들은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한다. 최근에 다시 재점화된 옥시 사건도 이와 유사하다. 아무튼 환경 분야에서도 유능한 리더가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적인 역량과 의미 있는 업무 경험 등을 갖춘 리더의 필요성을 거론한다. 하지만 진정한 리더십을 논할 때 자주 빠트리는 요소가 있다고 이 책의 저자는 주장한다. 바로 '인생철학'이라는 가치관이다. 즉 인간에 대한 폭넓은 관점과 통찰력이 뛰어난 지혜를 일컫는 말이다.

 

 

         

 

책의 제목은 적조차 감동시키는 리더가 되라는 것이다. 사실상 적이 없는 리더란 존재하지 않는다. 동료, 상사, 부하직원, 고객, 경쟁업체 등 수많은 적들과 마주하는 것이 리더의 일상이다. 심지어 매순간 자기 자신이라는 내면의 적까지 만난다. 만약 이런 적들을 자신의 발아래 굴복시키고 싶어 한다면, 이는 시대착오적인 리더십을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적을 물리치고, 적을 딛고 올라서는 지배적 리더십은 이제 옛날 전략이라는 뜻이다.

 

다양성이 존중받는 미래에는 적마저 감동시킬 줄 아는 포용의 그릇을 가진 자가 진정한 리더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 고대 그리스의 저명한 철학자들은 이런 사실을 이미 꿰뚫고 있었다. 그들은 적마저 감동시킨 진정한 리더의 모습을 아주 구체적으로 그리고 있었다. 이 책의 저자들은 이에 주목, 오래된 철학자 10명의 입을 빌려 가장 현대적인 리더의 모습을 책에 담아냈다.

 

고대 철학의 아버지 탈레스가 입을 열면서 책은 시작한다. 기원전 6세기, 그리스 7대 현인현인 중 한 명인 그는 소크라테스의 명언으로 알려진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의 실제 주인공이기도 하다. 저자들은 리더라면 누구나 자기 자신을 가장 잘 알고 있어야 한다는 첫 번째 명제를 알려준다.

 

자신의 내면세계, 즉 자기 안의 밝고 어두운 면, 강점과 약점을 알아야 한다. 일과 관계에 있어 가장 기본적으로 선행되어야 할 조건이다.

 

탈레스의 말을 실천하기 위한 지침

 

내면의 어두운 측면과 속임수, 거짓을 탐구한다

심리적 결핍과 골치 아픈 진실들을 외부로 노출한다

자기를 기만하는 모든 허위를 가감없이 폭로한다

허세를 버리기 위한 솔직한 자기 발견에 힘쓴다

 

이밖에 괴짜 천재와 팀플레이 사이에서 리더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플라톤의 이론을 들어 설명하고, 헤시오도스의 이론을 바탕으로 진정한 인재는 언제 탄생되는지 이야기한다. 각 챕터는 해당 철학자의 간략한 이론적 배경과 현대 리더십을 알기 쉬운 사례를 바탕으로 설명함으로서 우리들의 이해를 도와준다.

 

 

플라톤

 

"최고의 완성은 함께 있을 때 태어난다"

 

철학자 플라톤은 이상적인 국가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국가론>에 정리햇다. 그는 이 책에서 특히 사회적 통합의 필요성을 많은 거론했다. 강력한 힘으로 더 큰 복지를 제물로 삼아 자신의 이득을 상습적으로 추구하고 불화를 유발하는 특정 집단을 분명하게 반대했다. 나아가 분파와 불화보다 더 사악한 것은 없고 공동체 의식보다 더 위대한 것은 없다고 주장한다. 당대에 우리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모든 정치인들에게 이를 알려주고 싶다.

 

"1명의 천재와 10명의 유능한 직원,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는 사람들이 하나로 뭉칠 수 있는 원동력은 리더로부터 비롯된다. 리더가 제시하는 비전과 신뢰에 따라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 동일한 목적으로 함께 일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개인주의가 만연한 현대 사회에서 리더가 반드시 마음속에 새겨야 할 덕목이다.

 

플라톤의 조언을 실천하기 위한 지침

 

괴짜 천재가 성공을 거둔다는 잘못된 신화에 현혹되지 않는다

협력할 때 생기는 이득을 집단 행동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설득한다 

 

 

아리스토텔레스

 

"매순간 더 넓고 깊은 그릇을 가져라"

 

나를 화나게 만든 이에게 원한을 품지 마라.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가 있다면 대가를 요구하지 말고 도와라.

위기의 순간에도 평정심을 잃지 마라.

원칙을 세웠으면 타협하지 말고 지켜라.

신뢰는 높은 인격을 가져야만 얻을 수 있음을 잊지 마라.

 

인류 최고의 사상가 중 한 명인 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도량이 넓은 사람'에 대한 유명한 묘사가 나온다. '마그나니머스 맨'이다. '마그나니머스'는 '우아하고 고결한 감정'을 뜻하는 라틴어 '마그나니미타스'에서 파생된 말이다. 당초 그리스인들은 '위대한 영혼'을 뜻하는 '메갈로사이키아'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가 말한 위대한 영혼을 가진 사람의 특징은 바로 강한 자존감이다. 언뜻 이기적으로 비칠 수도 있지만 이는 오해다. 도량이 넓은 사람이 느끼는 자기만족은 평균적인 사람에 비해 높고 엄중한 삶을 살아간다. 달리 말하자면 비범한 사람은 자아 인식이 고결하다는 것이다. 즉 자만하거나 변덕스런 행동을 하지 않고 높은 기준에 맞춰 자기 삶을 영위한다. 그래서 언제나 도덕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춰 행동한다는 것이다. 아마도 부정축재, 이권개입에 능숙한 현 시대의 국회의원들은 이 점에서 뜨끔하려나?

 

아리스토텔레스의 조언을 실천하려면

 

높은 수준의 삶을 살아간다

개인적인 성실함을 유지한다

도덕적 타협에 굴복하지 않는다

 

 

소포클레스

 

"진실을 과소평가하지 마라"

 

쉬운 성공을 바라는가? 그렇다면, 원칙과 진실을 부정해야 하는 일이 종종 생긴다. 그렇게 거머쥔 성공으로 단기적인 이득을 볼 수는 있지만, 결국에는 모든 사람들이 해를 입는다. 어렵게 이뤄낸 성공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무수히 많은 나쁜 유혹을 물리쳤다는 뜻이다. 질러 갈 수 있는 길도 일부러 돌아갔다는 뜻이다. 이렇게 만들어낸 성공은 견실하고 단단하며 또한 오래 지속된다. 당신은 어떤 길을 택할 것인가?

 

소포클레스는 아에스킬로스, 에우리피데스와 함께 고대 그리스의 3대 비극 작가로 꼽히는 인물이다. 총 123편의 작품을 쓴 걸로 알려져 있지만 현존하는 작품은 7편 뿐이다. <오이디푸스 왕>은 고대 비극 중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이다. 하지만 기원전 429년 경에 거행됐던 경연에서 1등을 차지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기원전 409년에 <필록테테스>라는 작품을 만들었다. 리더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마땅히 읽어야 할 내용이다. 간단한 줄거리는 이렇다. 트로이 전쟁 당시 명궁 헤라클레스는 그의 활을 필록테테스에게 남기고 죽는다. 그런데, 필록테테스는 이 활을 갖고 참전했지만 부상을 당해서 그리스군에게 버림 받고 홀로 외딴 섬에서 지낸다. 하지만 신탁을 받은 오디세우스와 네오프톨레모스가 그를 데리러 찾아온다. 이때 세 사람 사이의 대화와 심리 묘사가 작품의 주내용이다.

 

"속임수로 승리를 얻느니 차라리 명예롭게 패배를 선택하겠다"

- 네오프톨레모스

 

네오프톨레모스는 헤라클레스의 아들로 명예와 진실성을 삶의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지녔고 반면 오디세우스는 교활한 언변으로 남을 속이는 데 능숙한 인물이었다. 네오프톨레모스는 우정을 바탕으로 필록테테스를 설득하고 회유하지만 이에 비해 오디세우스는 필록테테스를 유인하려는 얕은 술수만을 생각한다. 둘의 설득에 갈등하던 필록테테스는 꿈에서 만난 헤라클레스의 조언에 따라 참전을 결정한다. 결국 그는 헤라클레스의 활로 트로의 왕자 파리스를 쏴 죽인다. 이 대목에서 우리들은 진정성과 진실성을 외면하고 야바위꾼들처럼 막말과 말바꾸기, 그리고 야합에만 노력을 기울이는 우리 정치인들을 떠올리게 한다.

 

소포클레스의 조언을 실천하려면

 

정직하지 않은 행동, 표리부동, 속임수를 가까이 하지 않는다

비윤리적인 행동을 합리화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도덕과 비도적의 경계를 편의적으로 넘나들지 않는다

 

 

리더십은 특별한 형태의 용기를 필요로 한다

 

탈레스~리더가 지녀야 할 불변의 우선순위

피타쿠스~사람을 파악하는 효과적인 방법

플라톤~괴짜 천재와 팀플레이, 무엇을 택할 것인가?

아리스토텔레스~바꿀 수 없는 것들에 대하여

안티스테네스~이것은 칭찬인가, 아첨인가?

헤시오도스~인재는 언제 탄생하는가?

아리스토텔레스~내 그릇의 크기를 생각하라

회의론자들~무엇을 위한 비판안가?

소포클레스~진실을 과소평가하지 마라

헤라클레이토스~운명을 결정하는 한 가지, 인격

 

그럼에도 현실 세계는 정치와 음모, 배신이 난무하고 있을 정도로 어두운 면이 많다. 따라서 이 책의 조언들이 마냥 우아하고 지성 넘치는 것이라고 단정할 순 없지만 한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공하는 그 이면에는 뭔가가 특별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바로 '진정한 리더'이다. 인간적인 진살성과 통찰력을 도구로 삼아 직원들의 헌신과 충성을 이끌어낸 그런 리더십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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